전 편에서 내가 무릎을 꿇은 것은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
히말라야가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으니 다시 시작하면 된다.
여행의 일부분에서 포기했어도 여행 전부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근성의 김성모 화백님 존경합니다.
저도 근성을 가지고 여행하겠습니다.
강건마같은 사람이 되겠습니다.
사진 없이 대사만 인용하려니 분위기가 잘 안살아 무단펌을 합니다. 죄송할 짓을 하는 것을 알면서도 하는 점 죄송합니다.
우선은 물에 젖은 장비들을 빨아서 햇볕에 말린다.
내 몸도 말린다.
내 마음도 말린다.
근데 컨디션이 많이 떨어졌는지 어제 저녁부터 배가 너무 아프다.
아무거나 주워먹었더니 아무것도 못 먹을정도로 아프다.
새벽부터 계속해서 화장실을 가는데 이번에도 도미토리에 또 여자가 있어 죄송하다.
오후가 되니 좀 가라앉아서 바나나를 먹고 책을 읽었다.
처음에는 바나나 몇개만 먹으려했는데 하나를 먹으니 두개가 먹고 싶어져 결국에는 한송이를 다 먹어버렸다.
자연에 될 수 있는한 영향을 안 끼치고 산 작가의 이야기인 '노 임팩트맨'을 읽었는데 꽤 재미있었다.
오랜만에 두꺼운 책을 읽으니 행복했다.
<오늘의 생각>
인간의 몸 속에 수분이 많다는 사실을 화장실에서 확인했다.
아침이 밝았지만 속이 완벽하게 나은 것 같지가 않아서 밥도 못 먹고 침대에서 뒹굴고 있으니 같이 도미토리를 쓰는 진형씨가 죽 파는 곳이 있을 것 같다며 나가자고 한다.
가이드북에 나온 일식집을 갔더니 진짜로 닭죽을 팔았는데 아픈 나에게 최고의 영양식이 됐다.
네팔에 와서 한식도 먹고 죽도 먹고 여러가지를 먹는다.
포카라의 여행자거리는 레이크 사이드라고 불리는데 그 레이크가 바로 이 페와호수다.
보트를 빌려 탈 수도 있지만 별로 안 땡겨서 공짜보트를 타기로 했다.
페와호수에 있는 리조트인 피쉬테일 롯지로 들어가는 보트인데 아주 잠시 타지만 공짜다.
호수에 있는 섬을 사서 리조트를 만들었는데 꽤 아름답게 꾸며 놓아서 레이크 사이드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 났다.
라씨를 한잔씩 시켜 먹었는데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이런 곳에 묵어도 좋을 것 같았다. 물론 누군가와 함께.
워워 그거 먹는거 아니야.
우리나라에서도 성묘를 가서 놓고 온 과일들은 산짐승들이 먹는데 네팔은 동네 소가 먹는다.
몸도 어느 정도 추슬렀고 구부러진 마음을 다시 펴기 위해 내일 ABC로 떠나기로 했다.
지금 내가 가진 장비로 안나푸르나 라운딩을 가기에는 무리기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 ABC(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로 가기로 했다.
진형씨는 처음에 푼힐전망대만 다녀오려고 네팔에 왔는데 많은 사람들이 ABC를 추천해 나와 함께 가기로 했다.
나는 이미 쇼핑을 몇번 해본 슬픈 과거가 있어 대략적인 시세를 알기에 진형씨가 준비하는 것을 도와줬다.
물건을 다 사고 영양보충을 위해 스테이크를 먹으러 갔다.
처음의 원칙대로라면 안 먹었을테지만 수정규칙에 의해 보장받는 인간관계이기에 맛있게 먹으러 갔다.
무엇보다 여자가 고기썰러 가자는데 규칙에 얽매여 거절할정도로 꽉 막힌 바보같은 사람은 아니다.
오늘은 좋은 날 부처님 오신 날
화장 잘 받은 날 밀린 월급 받는 날
흰 눈이 내린 날 사랑 가득한 날
거리의 음악들이 너와 나를 부를 때
오늘처럼 할 일 없는 금요일 저녁 (우리가 먹어야 할 그것)
헤어진 네가 자꾸 생각나는 날이면
I wanna 스테이크 You wanna 스테이크
And we wanna 스테이크 Yeah-
I wanna 스테이크 You wanna 스테이크
And we wanna 스테이크 Yeah-
아침 못 먹은 날 면접 떨어진 날
친구와 싸운 날 버스 타다 넘어진 날
찬바람 부는 날 혼자인 생일날
집으로 가는 길이 너무도 쓸쓸할 때
별거 아닌 친구들의 농담같이 (스쳐 지나가는 말에)
왠지 모르게 서운한 그런 날이면
I wanna 스테이크 You wanna 스테이크
And we wanna 스테이크 Yeah-
I wanna 스테이크 You wanna 스테이크
And we wanna 스테이크 Yeah-
오늘은 좋은 날 부처님 오신 날
화장 잘 받은 날 밀린 월급 받는 날
흰 눈이 내린 날 사랑 가득한 날
거리의 음악들이 너와 나를 부를 때
I wanna 스테이크 You wanna 스테이크
And we wanna 스테이크 Yeah-, just wanna feel you baby
I wanna 스테이크 You wanna 스테이크
And we wanna 스테이크 Yeah-, just wanna feel you baby
스테이크 Yeah-
스테이크 Yeah-
전기뱀장어 - 스테이크
근데 맛있는 스테이크 사진을 찍으려하니 진형씨의 카메라가 없다.
트레킹 장비를 산 곳에 두고 왔는데 우리가 깨닫고 뛰어갔을 때는 이미 문을 닫은 상태였다.
원래는 숙소에 두고 나오려는 것을 내가 숙소에 귀중품을 두는 것은 안좋다고 참견을 해 가지고 나온건데 나 때문에 잃어버린 것 같아 엄청 미안했다.
스테이크가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대충 먹고 우선 숙소로 돌아와 카메라를 다시 찾을 계획을 세웠다.
<오늘의 생각>
어리석은 인간의 참견으로 일어난 일이 미안해 죽을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상점들이 문을 열 시간이 되자마자 트레킹용품점으로 향했다.
만약 카메라에 대해 시치미를 떼면 경찰을 불러서 깽판을 칠 각오까지 하고 갔는데 걱정말라며 잘 맡아놨다고 한다.
어제 저녁에도 문을 안닫고 오랫동안 기다렸지만 우리가 오지 않아 문을 닫았다고 한다.
정말 고마워서 우린 친구고 네팔사람은 인도사람하고 다르다며 인사를 하고 나왔다.
레이크사이드의 끝자락에 있는 가게인데 THE 슈퍼마켓근처에 있다.
위치가 끝부분이다보니 다른 곳에서 시세를 알아보다 끝에 있는 이 가게에서 주로 물건을 구입했는데 가격도 내가 조사한 최저가정도로 살 수 있었다.
그렇다고 무조건 가라는 것은 아니고 다른 곳에서 시세를 제대로 파악한 후에 가야한다.
아무튼 정말 고마운 친구다.
만약 못 찾았다면 계속해서 마음의 짐이 됐을텐데 다행이다.
카메라를 찾았으니 밥을 먹기로 하고 맛있다는 뚝바집을 찾아갔다.
다질링보다는 맛있었지만 역시 요리왕 비룡의 맛은 안 났다.
갑자기 내 머리사진을 찍은 것은 내 건망증을 이야기해야하는데 그것도 까먹을까봐 사진을 찍어놨다.
산에 올라갈 준비를 한다고 카메라 배터리를 충전기에 꽂아 놓고 예비배터리도 가방에서 다 꺼내둔 채로 빈 카메라만 들고 밖으로 나갔다.
덕분에 재정비를 하는 모습과 같은 방을 쓰는 사람들과 손으로 탈리를 먹으러 간 일들은 내 머리속에만 남게 됐다.
벌써부터 치매가 오면 안 되는데 큰일이다.
<오늘의 생각>
네팔 사람은 확실히 착하다.
아침에 일어나니 하늘이 엄청 맑다.
트레킹을 하는 내내 맑은 하늘을 보여주렴.
이번에도 날 힘들게 하면 우공이산(愚公移山)이 무슨 뜻인지 알게 해주마.
아침 일찍 여는 현지인 식당은 별로 없다.
어차피 산촌다람쥐에서 택시를 타기로 했으니 밥도 먹기로 했다.
엄청 맛있게 생겼지만 엄청 맛없었던 김치볶음밥이다.
간도 안 맞고 이게 밥인지 죽인지 모를 정도였다.
그래도 다 먹었다.
처음에 네팔에서 쓸 예산을 책정했을 때 최대 20일간의 트레킹을 생각하고 돈을 찾아와 자금이 많이 남게 됐다.
그래서 내린 결정은 일행 한명을 구해서 포터를 같이 쓰고 카메라만 가지고 올라가기로 했었는데 이야기를 하다보니 진형씨와 같이 동행하기로 했다.
거기에 같은 도미토리를 쓰던 시영누님도 같이 떠나기로 해 총 3명의 팀이 구성됐다.
ABC코스는 포카라에서 나야풀로 이동해 시작하는데 여기도 시작지점에 다리가 있다.
또다시 다리를 건너며 마음을 다잡는다.
이번에는 제발 무사히 올라갔다 내려올 수 있게 해주세요.
저 멀리 보이는 설산은 마차푸차르이다.
마차푸차르는 물고기 꼬리라는 뜻인데 봉우리가 물고기 꼬리처럼 양갈래로 나뉘어져 있다.
이번에는 꼭 저 설산의 눈을 만지고 내려오고 만다.
올라가는데 한글이 보여 읽어보니 바로 3일전에 완공이 된 초등학교 안내판이다.
밀레와 엄홍길 대장이 후원해서 만들었다는데 완공이 3일전이었다고 하니 엄청 신기했다.
제일 앞의 두 사람이 우리가 고용한 포터 기아누와 샴이다.
그 뒤에 있는 사람들이 이번 등반을 같이 한 일행인데 왼쪽은 시영누나, 오른쪽은 진형씨다.
초입부분이라 아직은 편한 길을 걷는다.
초입 마을인 간드룩으로 가는데 계단이 나오자 힘이 들기 시작한다.계단은 참 대단한 발명이지만 힘이 빠진다.
병아리가 엄마를 타고 논다.
이런 모습은 처음봤는데 정말 귀여웠다.
어렸을 때, 어린이 날에 선물로 합체하는 커다란 로보트를 받고 좋아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당에서 '꼬끼오'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밖에 나간 아부지가 병아리와 닭의 중간 단계에 있는 애를 잡아왔다.
어디서 온 애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와 동생은 어린이날 선물 2를 받았다고 생각하며 마당에서 닭을 키웠었다.
시장에서 주워온 배추잎을 먹은 닭은 무럭무럭 자랐고 성체가 됐을 무렵 우리 가족의 뱃 속으로 들어왔다.
어렸을 때인데 닭을 먹지 말자고 울기는 커녕 맛있게 먹은 기억만 나니 순수했던 해철이 형과는 다르게 음식에 대한 가치관이 뚜렸했나 보다.
참고로 이 이야기는 어디 시골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일어난 일이다.
육교위의 네모난 상자속에서..
처음 나와 만난 노란 병아리 얄리는
처음처럼 다시 조그만 상자속으로 들어가..
우리집 앞뜰에 묻혔다.
나는 어린 내눈에 처음 죽음을 보았던..
1974년의 봄을 아직 기억한다.
내가 아주 작을 때
나보다 더 작던 내 친구
내두손 위에서 노래를 부르면
작은 방을 가득 채웠지
품에 안으면 따뜻한 그 느낌
작은 심장이 두근두근 느껴졌었어
우리 함께 한 날은
그리 길게가지 못했지
어느날 얄리는 많이 아파
힘없이 누워만 있었지
슬픈 눈으로 날개짓 하더니
새벽무렵엔 차디차게 식어있었네
굿~바이 얄리 이젠 아픔없는 곳에서
하늘을 날고 있을까
굿~바이 얄리 너의 조그만 무덤가엔
올해도 꽃은 피는지
눈물이 마를 무렵
희미하게 알수 있었지
나역시 세상에 머무르는 건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설명한 말을 알수는 없었지만
어린 나에게 죽음을 가르쳐 주었네
굿~바이 얄리 이젠 아픔없는 곳에서
하늘을 날 고 있을까
굿~바이 얄리 너의 조그만 무덤가엔
올해도 꽃은 피는지
굿~바이 얄리 이젠 아픔없는 곳에서
하늘을 날 고 있을까
굿~바이 얄리 언젠가 다음 세상에도
내 친구로 태어나줘
정말 대단한 신해철형아 - 날아라 병아리
점심은 빅사이즈의 볶음밥을 시켰다.
밥을 주문하면서 항상 그렇듯이 빅사이즈라고 했더니 일행들이 웃는다.
그래도 배가 고프면 안되니 빅사이즈.
어떻게 하면 구름이 이렇게 이쁠 수가 있는지 모르겠다.
솜사탕처럼 생겨서 만져보고 먹어보고 싶다.
적당한 빛을 가리며 귀여운 구름들이 떠 있는 하늘이 정말 좋다.
어떻게 찍어도 이뻐서 자꾸 찍는다.나귀떼가 내려오길래 길 한쪽으로 피했는데 시영누나가 나귀떼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었다.
나중에 보니 나귀들이 방울소리를 내며 내려오는 모습이 왠지 웃겨서 심심하면 나귀 동영상을 보고 다같이 웃는 것이 일상이 되버렸다.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도 계속보면 질리지만 하늘의 구름은 매번 바뀌니 질릴 틈이 없다.내가 구름을 좋아하는 이유는 정확히 모른다.
그저 파란 하늘에 장식이 되는 구름이 아름다워서일 수도 있고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갈망일 수도 있는데 이유야 어쨌건 구름이 좋다는 것이다.
내가 구름이 이쁘다고 신나서 돌아다니는 것과 반대로 일행들은 계단만 만나면 힘들어한다.
내일부터는 체력을 고려해 제일 뒤에서 받쳐 줘야겠다.
소를 도축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옛날에 시골에서 본적도 있고 내가 고기를 먹기 위한 당연한 수순이라 외면하지는 않았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배도 별로 안고프고 산에서 주는 뚝바가 궁금해 시켰는데 엄청 작은 그릇에 담아져 나왔다.
왜 이렇게 작냐고 뭐라하니까 산은 물자가 없어서 그렇다고 되지도 않는 소리를 한다.
그럼 내가 전에 먹은 초면은 바닷가에서 먹은건가 보다.
양이 너무 적어 밥을 시켜 국물에 말아먹었다.
밥이라도 많이 달라니까 밥도 양이 정해져있다며 또다시 산이라 그렇다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한다.
뭐라하기도 지쳐서 그냥 먹었다.
숙소와 식당은 포터가 알아서 정하는 곳으로 가는 것이 관례라 그냥 따라왔는데 내일 식당도 이러면 포터인 기아누에게 한마디 해야겠다.
밥의 양은 체력과 기분에 큰 역할을 하는데 마음에 안 든다.
방으로 올라오니 시영누님께서 초코바의 은총을 내리셨다.
한국에서 떠나기 전에 ABC에 올라간 사람들의 후기들을 다 섭렵하신 마마님께서 초코바 및 여러가지 비상식량을 챙겨오셨는데 그걸 하사하셨다.
초코바에 감동을 먹고 이 날부터 시영누님을 마마님이라 높여 불렀다.
나는 초코바 하나에 움직이는 아주 쉬운 남자다.
서로 이야기 꽃을 피우다가 저녁을 욕하며 내가 먹었던 진짜 빅사이즈의 초면을 보여줬더니 다들 놀란다.
씁쓸하면서도 재미있는 추억을 가진 초면이다.
<오늘의 생각>
내 글을 볼 사람들과 같이 있으니 오늘의 생각 쓰기가 어렵다.
아침에 일어나니 설산이 눈앞에 있다.
확실히 안나푸르나 라운딩보다 설산이 더 빨리 다가온다.
하늘도 맑고 설산도 하얗고 기분이 좋다.
아침에는 다른 메뉴는 다 제쳐놓고 리필이 되는 달밧을 시켰다.
어제의 배고픔을 보상이라도 받듯이 계속해서 리필을 했다.
가이드 책에 쓰여있는 설명을 보면 오늘 올라가는 코스에 심장을 터지기 직전까지 혹사시키는 계단이 나온다는데 저긴가보다.
보기만 해도 심장이 터질 것 같다.
미리 겁을 먹고 기아누에게 물어보니 다행히 저 길이 아니라고 한다.
중간에 지나는 마을에서 쉬는데 하늘도 파랗고 건물도 파랗고 카페트도 파랗다.
정말 아름답고 좋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그림같은 풍경을 동무 삼아 계속 걸어간다. 처음에 출발하면서 시간도 여유가 있으니 빠르게 올라가지 말고 쉬엄쉬엄 가기로 했다.힘이 들면 쉬었다 간다고 해서 크게 뒤쳐지지는 않는다.
점심으로 볶음밥을 시키면서 많이 달라고 했는데 이정도는 되야 빅사이즈라 할만 하다.
이제부터 우리 팀의 식사 주문은 항상 내가 맡아서 하기로 했다.
직접 주방에 들어가 주방장과 눈을 마주치고 웃으면서 너와 나는 친구니까 '빅사이즈'라고 말한다.
힘이 들 때 하늘을 보면 파란 하늘이 힘을 내라고 한다.어느 정도 적응이 됐는지 이정도 다리는 그냥 건넌다.
거기다 마마님들을 보좌해야하니 더 당당하게 건넌다.
마마님들 힘을 내시옵소서.
떨려오는 두 무릎은 꺼질 듯한데
힘을 내! (힘을 내!)
비바람이 걷히고 나면
한 가닥 외줄에 걸린 우리의 운명.
움켜잡은 손은 이제 감각이 없어.
힘을 내! (힘을 내!)
오늘의 해는 곧 넘어가도
이 시간 쯤, 그댄 뭘 하고 있을까?
가끔씩은 날 보고 싶을까?
완전히 제끼고 있을까?
약속은 남자의 모든 것.
그 속에 담은 많은 모든 것
누구도 빠짐없이 정상에서 만나
혹시 나 주저앉으면
혼자, 너만이라도
가야만 해, 해내야 해
한없이 작아져가는 나를 달래며
내가 원한 내모습을 만나기 위해
힘을 내! (힘을 내!)
아래에서 보면 커보이는 것도
이 시간 쯤, 그댄 잠들어 있을까?
딴 놈들이 넘보진 않을까
이 것은 나쁘지 않은가.
약속은 남자의 모든 것.
그 속에 담은 많은 모든 것.
누구도 빠짐없이 정상에서 만나
혹시 나 주저앉으면
혼자, 너만이라도
가야만 해, 해내야 해
오늘의 목적지인 촘롱까지 가는 길은 두가지라고 한다.
하나는 끊임없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약간은 돌아가는 것.
어차피 중간에 만난다고 하니 경치는 비슷해보이고 마마님들의 체력이 떨어졌으니 돌아가기로 한다.
마마님께서 무거운 발걸음을 떼신다.계속해서 걷다보니 촘롱에 도착했다.
촘롱에는 김치찌개와 백숙도 판다.
한국사람들이 산을 좋아하긴 하는 것 같다.
식당 메뉴판을 보면 서양식, 네팔식, 한식이 존재한다.
오늘 저녁은 피자다.
산에 와서 무슨 피자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여기 피자가 그렇게 유명하다고 한다.
마마님께서 여러 후기들을 봤는데 많은 사람들이 추천을 하고 론리플래닛에도 나왔다고 해 시켜 봤는데 크기도 적당하고 꽤 맛있다.
1787년 제정된 미국 헌법의 본체는 오늘날까지도 전혀 수정 없이 보존되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헌법이라고 한다.
하지만 시대의 변천에 맞게 현재까지 27개의 새로운 조항이 추가되었고 미국에서 그 어떤 것보다 가장 중요한 권리로 치는 종교, 언론 및 출판의 자유와 집회 및 청원의 권리는 수정헌법 1조의 내용이다.
내가 뜬금없이 미국 헌법 이야기를 하는 것은 나의 여행규칙도 본체는 보존되지만 시대의 흐름에 맞춰 새로운 조항이 추가 되었다는 것이다.
바로 '양심과 인간관계에 의한 식사'부분이다.
원칙대로 이탈리아에 가서도 피자를 먹겠지만 촘롱에서 다같이 먹은 피자도 최고의 맛이었다.
ABC에 도착하고 내려오는 길에 탄산을 먹으려 했지만 차마 피자를 먹는데 콜라를 안 마실 수가 없어서 딱 1캔만 시켜서 나눠먹었다.
피자로 느끼해진 속을 콜라로 씻어주니 코카콜라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김이 빠질까봐 위에다 설탕통 뚜껑을 덮어놓고 마실 정도로 대단한 맛이었다.
맛있게 저녁을 먹고 방에 들어와 각자의 이야기를 하다보니 내 여행의 원칙에 대해서도 말을 하게 됐다.
내가 여행을 하며 정한 규칙속에 또다른 규칙이 들어 있고 예외사항도 있는 것을 들은 진형씨의 한마디.
'뭔가 나름 규칙이 있는 것 같은데 중간에 한번씩 통통 튀는 난수야.'
지금까지 나를 표현할만한 말을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난수'라는 단어가 마음에 들었다.
사람이 규칙적으로 뻔한 사람보다 가끔씩은 통통 튀는, 걷잡을 수 없는 사람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의 여행도 난수처럼 진행되면 좋겠다.
그렇다고 너무 안 좋은 쪽의 난수는 힘드니까 사양할게요.
<오늘의 생각>
아직까지는 여기가 불암산인지 도봉산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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