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의 마지막 아침이니 쌀국수로 마지막 인사를 했다.
쌀국수는 맛있는데 배가 고프다. 2그릇을 먹어도 배가 고프다.
동남아 사람들은 참 소식하는 것 같다.
여기서 레드불을 먹는이유는 내가 무식하다는 증거다.
난 레드불이 미국건줄 알았는데 형근이가 태국이 원조라고 알려줘서 바로 사먹었다.
맛은 탄산은 없고 엄청 달고 진해서 더 먹고 싶은 생각이 안들게 하는 맛이었다.
우리나라 자본이 베트남에 많이 진출했다는데 선봉장이 롯데리아와 금호인가보다.
파란하늘에 빨간 금호버스가 예쁘게 찍혔다.
돈 많이 벌어서 베트남에도 환원을 많이 해 베트남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되면 좋겠다.
돈이 남아서 점심대용으로 먹으려고 팀탐을 샀는데 뒷면에 호주와 뉴질랜드에는 판매 불가능하다고 써있어서 호주애에게 물어보니 자기는 팀탐 맛있게 먹는다고 한다.
근데 츄파츕스를 1500동(한화 75원)에 샀는데 버스에서 떨어뜨린걸 누가 주워갔다.
벼룩의 간을 빼먹어라.
<베트남 여행 경비>
여행일 19일 - 지출액 9,000,000동 (약 47만원)
최대한 투어 이용을 자제하고 직접 방문했지만 교통비에서 지출이 많았다.
베트남-캅보디아 국경을 건너는데 비자발급비용은 20달러지만 버스에서 가이드가 수고비 5달러를 포함해 일괄적으로 걷어간다.
아무도 따지는 사람이 없길래 울며겨자먹기로 5달러를 더 냈다.
그 대신 출입국카드도 자기가 알아서 쓰고 여권에 도장도 받아줘서 난 그냥 몸만 통과하면 된다.
그래도 나 혼자 건너서 5달러를 아끼고 싶다.
중간에 강을 건너는데 구름이 참 이뻤는데 역시 카메라는 눈을 못따라온다.
아니면 내손이 카메라를 못따라가는것 같기도 하다.
달리고 달리다보니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 도착했다.
숙소들이 많은 골목으로 가려는데 도로명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없어 매번 직접 골목에 들어가서 직접 확인을 해야한다.
물론 난 GPS가 있으니 그냥 간다. 이거 자랑하는거임.
길가에 2달러짜리 도미토리가 있길래 신나서 갔더니 다 찼다고 한다.
결국 돈을 좀 더주고 숙소를 잡은 뒤 뚜엉슬렝 박물관에 갔다.
뚜엉슬랭 학살 박물관은 크메르루주 정권 시절에 학교였던 곳을 개조해 S-21이라는 감옥으로 만든 곳이다.
나는 세계사에 관심이 별로 없었기에 킬링필드에 대해 스쳐지나가듯이 들은게 전부였고 이런 곳이 존재하는지도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물랐었다.
원래는 교실로 쓰이던 각 방에는 시체가 발견된 모습이 사진으로 남겨져 있는데 잔인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초입부분에 보면 크메르루주가 '배움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노동과 혁명뿐이다.'라는 슬로건을 걸었었다고 하는데 일반 시민들에게 있어서 배움의 중요성을 역설적으로 알려주는 것 같았다.
죄수들이라고 낙인 찍혀진 학자, 정치가, 일반 시민들이 고문당한 사진들을 보다가 계속해서 볼 자신이 없어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밖에는 원래는 운동기구던 것을 개조해 죄수들을 매달던 처형대와 물고문을 하던 항아리가 있었다.
이놈이 폴포트라는 놈인데 불특정다수가 보는 블로그기에 욕을 못쓰는게 아쉽다.
이미 죽었다는데 부디 저승에서 염라대왕님이 제대로 일을 해주셨기를 바란다.
킬링필드에서 죽어간 사람들의 두개골들인데 이 사진들을 보고 차마 킬링필드에 갈 엄두가 나지를 않았다.
이 뚜엉슬렝에 약 2만명이 들어갔고 극히 일부분의 사람만 살아서 나왔다고 한다.
또한 사람들을 죽일 때 총알은 비싸다는 이유로 곤봉으로 쳐서 죽이거나 목을 졸라 죽이고, 아기들은 나무에 메다는 등 사람이 해서는 안될 방법들로 2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을 죽였다고 한다.
캄보디아에는 일본의 자본이 많이 들어와 있는 것 같았는데 뚜엉슬렝 박물관과 결연 같은 것을 맺어 오키나와에도 박물관이 있다고 한다.
이런 일은 널리 알려져야하기에 이번에는 일본이라고 뭐라하지 않겠다. 참 잘했다.
여행을 하며 역사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국사도 제대로 안배워도 되는 세상이 되고 있으니 안타까울뿐이다.
배움의 장이여야할 학교 건물외벽에 철사를 꼬아 철창살을 만들어 놨다.
그런데 만든 이유가 뛰어내려 자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기가 막히는 이유다.
참 슬픈 현실이다.
그리고 내 글을 읽는 사람 중에는 5.18 민주화 운동을 광주 폭동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없으면 좋겠다. 폴포트의 처제인 이엥 시릿 전 사회부 장관으로 학살에 앞장선 주역 중의 하나인데 캄보디아 국제 전범 재판소에서는 치매로 인해 재판을 받을 수 없는 상태라고 판단 해 얼마전에 석방했다고 한다.
엠네스티에 매달 후원을 하면서 인권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생각하려고 노력하는데 이런 범죄자까지 이성적으로 대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것 같다. 위령소가 있는데 킬링필드에서 나온 일부분의 해골들이 있었다.
폴포트를 비롯한 크메르루주들에겐 뭐라 욕을 해도 시원하지가 않을 것 같다. 뚜엉슬렝이 발견될 당시 같이 발견된 시체들의 묘소가 있는데 수 많은 사진들을 보고 설명들을 본 뒤라 그냥 묘지로 보이지는 않는다.
딱히 할 말도 없고 그저 지금은 영면에 드셨기를 바랄 뿐이다.
뚜엉슬렝에 다녀오고 킬링필드와 크메르루주에 대해 아주 약간의 공부를 해보았는데 미국이 베트남을 견제하기 위해 캄보디아에 폭격을 해 무고한 시민을 죽임으로써 폴포트가 캄보디아 국민들에게 지지를 얻을 수 있게 해준 부분은 분명 존재할 것이다.
혹자는 폴포트가 너무 이상론적으로 정치에 다가갔고 무식한게 죄라할 정도로 폴포트와 그 주변 참모들의 무식을 욕하기도 한다.
또한 캄보디아 사람들이 그 것을 저항없이 따랐다는 사실도 분명 사실이다.
그래도 변하지 않는 것은 폴포트와 크메르루주 정권이 저지른 학살은 이유가 어찌됐고 상황이 어찌됐던간에 절대로 용서 받지 못할 일이고 앞으로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라는 것이다.
우리 모두 공부해서 과거를 제대로 알고 현재를 살아가며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합시다. 처참한 사진들을 보고 기운이 안 좋은 곳에 있었더니 밥 생각이 안들어 그냥 숙소로 돌아와 근처 식당에서 대충 밥을 먹었다.
안 좋은 것을 봤다고 그 기분을 계속 가지고 갈 수는 없으니 파파야를 하나 사먹으며 기분전환을 한다. 캄보디아에 왔으니 캄보디아 맥주를 한 잔 하면서 여행기를 쓴다.
왜 자꾸 여행기 쓰는 사진을 찍냐고 물으신다면 전 3시간이 넘게 여행기를 쓰는데 그냥 넘어가면 제 손과 머리가 섭섭하잖아요.
<오늘의 생각>
폴 포트는 멍멍이다.
부디 편안히 잠드셨기를 바랄뿐이다. 씨엠립으로 가는 중간에 멈춰 점심을 먹는데 나와 같이 탄 여행자들은 다 식당으로 가고 나만 길거리로 갔다.
배가 고팠는데 여긴 밥을 냄비째로 줘서 먹고 싶은대로 먹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난 고기반찬 한개만 시켜서 아껴먹고 있는데 맞은 편에 앉은 캄보디아 아저씨가 반찬을 여러개 시켜 먹다가 나에게 계란 후라이를 하나 줬다.
공짜 반찬이 생기니 더 행복해졌다. 나 쉬운남자 아닌데 여행하면서 너무 쉬운남자가 되는 것 같다. 기분이 좋아서 옆에서 망고를 하나 사서 버스에 탔는데 옆자리에 앉은 일본인이 너무 애처롭게 쳐다보기에' 하나 먹을래?'했더니 넙죽 먹는다.
역시 음식 거절하는 건 여행자가 아니다.
근데 맛있게 먹는데 자꾸 옆에서 쳐다 보길래 '네 원수를 사랑하라.'라고 말한 예수님이 떠올라 '하나 더 먹을래?'했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뜯어 가는데 2개나 뜯어 갔다. 나쁜놈.
밥 안먹었냐고 묻자 아이스크림만 사먹었다는데 난 아이스크림이 비싸서 잘 사먹지도 못하는 거진데 밥 대신 사먹고 내 망고를 뺏어 먹다니 조금 얄미웠다. 그래도 난 친절하니까 껌도 하나 줄까하고 물어보니 거침없이 달라길래 그냥 줬다.
역시나 버스에서 내리니 오토바이 기사들이 달라 붙는다.
버스를 탈 때 확인해보니 시내에 있는 시장에 내려준다해서 걸어가며 GPS를 켰는데 시내와 멀리 떨어진 곳에 떨어뜨려놨다.
이제 이정도는 화도 안나고 그냥 그러려니 하며 길가에 있는 오토바이를 잡고 시내로 들어간다. 선풍기가 있는 싱글룸을 5달러에 잡고 밥을 먹으러 시장쪽으로 갔다.
오! 나이트 마켓이라고 거창하게 표시해놔서 노점이 많을 것이라 기대하고 들어간다. 씨엠립, 넌 날 농락했어.
밥을 파는 노점은 없고 다 식당인데 가격이 비싸다.
그래도 비싼 음식 한번 먹어보기로 하고 캄보디아 전통음식인 아목을 시켰다. 통크게 코코넛에 든 것으로 시켰다.
통이 커봣자 3달러짜리 음식이었다. 나란 남자 3달러에 벌벌 떠는 남자.
근데 맛은 돈 아까운 맛이었다. 숙소로 돌아가는데 한국 사람이 엄청 많다.
여기저기 한국어가 들리고 한국인이 보인다.
길가에는 한글로 슈퍼마켓 광고도 하길래 들어가봤는데 엄청 크다.
우리나라로 치면 기업형슈퍼마켓(SSM)정도의 크기다. 별거 다 팔고 에어컨 바람도 나오길래 거지꼴로 돌아다녔다. 그래도 기본 예의는 아는 남자니까 0.5달러짜리 파이를 하나 사서 나왔다.
여기서 캄보디아의 화폐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리엘이라는 통화가 있다.
4000리엘을 미국달러 1달러로 치는데 만약 3000리엘짜리 물건을 샀을 때 1달러짜리를 내면 1천리엘을 거슬러준다.
그리고 숫자를 세는데 1,2,3,4,5를 뭐이, 삐, 바이, 부안, 쁘럼으로 세고 6,7,8,9를 쁘럼 뭐이, 쁘럼 삐, 쁘럼 부안으로 세는 5진법을 사용한다.
덕분에 숫자를 1부터 5까지만 외워도 되는데 가격을 알아볼 때 좀 헷갈리긴 한다.
캄보디아 여행을 끝내고 태국으로 돌아간 뒤 인도로 갈 계획이라 태국-인도 항공권을 예매하려고 하는데 BC카드가 이상한 짓을 해놔서 몇시간 동안 이리저리 시도해봤지만 결제가 안된다.
<오늘의 생각>
BC카드 본사를 폭파시키고 싶다.
근데 하나만 묻자. 왜 VISA카드를 쓰는데 BC카드가 중간에 껴서 인증을 받게 해놨냐.
그리고 그렇게 해놨으면 국제체크카드를 발급해줄때 설명을 해줬으면 한국에서 인증을 받고 왔을텐데 느려터진 캄보디아에서 수 많은 엑티브X 까느라힘들었다. 고맙다 BC야. 체크카드 쓰는 내가 죄인이지. 니네가 뭔 죄겠니.
자꾸 홈페이지 디자인만 바꾸지 말고 엑티브X나 좀 줄여라.
한국에서 들어갈 때도 버벅대던 홈페이진데 외국에서 들어가려니 속 터져 죽을 뻔 했잖니.
어쨌든 인도로 가기 전에 캄보디아 즐기러 갑시다. 앙코르 유적지로 들어가는 길목 한 가운데에 매표소가 있다.
1일권은 20달러, 3일권은 40달러, 7일권은 60달러인데 3일권과 7일권 중 고민하다가 이런 유적지에 20달러를 더 쓴다는 것은 아까운게 아니라는 생각으로 7일권을 끊었다. 앙코르와트도 식후경. 매표소를 지나 체크포인트를 지나가면 입장권 뒤에 표시된 달력에 구멍을 뚫어준다.
입장권을 끊을 때 즉석사진을 찍어서 넣는데 남들은 다 못생기게 나왔다고 투덜대던 사진이 난 원래 못생겨서 잘생기게 나왔다. 도로는 아주 잘 깔려있다. 앙코르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앙코르유적 첫날까지 넣으려 했더니 분량이 너무 많아서 여기서 끊습니다.
저를 욕하지말고 티스토리가 사진 50장 제한을 걸어놓은 것을 욕하세요
아 근데 욕 많이 먹으면 오래 산다면서요? 그럼 그냥 저를 욕해도 좋습니다. 벽에 응가칠할때까지 살죠 뭐.
다음편부터는 제대로 된 앙코르유적을 즐겨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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