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니 창 밖으로 비가 내리고 있다.
오늘 날씨가 궁금해 홍콩 기상청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태풍 니다로 인해 8급 태풍경보가 내려졌다고 한다.
8급 태풍경보가 내려지면 외부에 있는 모든 사람은 집으로 돌아가야하고 주식시장과 학교 또한 모두 문을 닫는다고 한다.
당연히 관광지도 문을 닫으니 밖으로 나가도 할 것이 없다.
이번 중국 여행은 왜 이렇게 스펙타클한지 모르겠다.
슈퍼도 문을 닫았을테니 어제 저녁에 미리 오트밀을 사두기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그릇 대용으로 산 플라스틱 용기까지는 괜찮았는데 비싼 우유대신 산 두유의 맛이 이상하다.
역시 오트밀은 우유와 함께 먹어야한다는 교훈을 얻으며 열심히 먹는다.
태풍 경보가 내려도 걱정없는 이유는 한 박스의 맥주가 우릴 지켜주기 때문이다.
창 밖을 쳐다보니 사람들이 조금씩 돌아다니는 것 같아 분위기를 살펴보러 나왔는데 괜찮아진 것 같다.
나온 김에 홍콩에서 나가는 버스를 예약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정상운행하는 지하철을 타고 다시 홍콩 구경에 나선다.
오늘 목적지는 소호다.
뉴욕의 소호는 South of Houston의 약자인데 홍콩의 소호는 무엇의 약자인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South of Holywood Road의 약자라고 한다.
뭔가 조금 꺼림칙하지만 그냥 기분탓인 것으로 하기로 한다.
태풍이 지나간 도시를 정상화 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필요하다.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소호로 간다.
소호의 명물인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타러왔는데 편도 운행만 가능해 걸어서 올라간다.
분명 시간표 상으로는 상행 운영을 해야하는데 태풍때문에 담당자가 출근하지 않았나보다.
왠지 우리가 열심히 걸어서 올라가면 에스컬레이터 운행 방향을 제대로 바꿀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이 들지만 어쩔 수 없다.
난 진짜 브룩클린에 가봤으니 사진찍는 사람들의 사진을 찍는다.
오늘의 늦은 점심은 양조위가 좋아한다는 쌀국수 맛집에서 먹기로 했는데 태풍때문에 문을 닫은 것 같다.
동생님을 따라 도착한 가게 앞에는 갈 곳을 잃은 허탈한 표정의 한국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대한민국의 맛집 블로거들의 힘을 먼 홍콩땅에서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원래는 쌀국수를 먹고 디저트로 먹으려던 타이청에 가 에그타르트를 시켰다.
겉모습이 아름다워 기대하며 먹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맛은 나지 않았다.
포르투갈에서 먹었던 에그타르트는 빵이 페스츄리로 되어있어 바삭하면서 달콤한 크림의 맛이 조화로웠는데 타이청의 에그타르트는 빵이 쿠키처럼 되어있어 조금 퍽퍽한 맛이 났다.
역시 뭐든 원조집이 맛있나보다.
다시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로 왔는데 다행히 내려가는 방향으로 운행중이었다.
점심을 제대로 못 먹었으니 계획을 변경해 딤섬으로 유명한 팀호완을 찾아왔는데 여기도 문을 닫았다.
배가 고프니 태풍이 싫어진다.
하지만 맛집 수집가인 동생님의 데이터베이스에는 다른 딤섬 맛집인 정두가 있었다.
혼자 여행했다면 그냥 길거리 식당에 들어가 아무 음식이나 먹었을텐데 식도락을 즐기는 동생님이 있어 참 다행이다.
자리가 만석이니 대기를 한다.
자리에 앉아 드디어 따뜻한 음식을 먹는다.
처음 나온 것은 고기찐빵 같은 것이었는데 양념된 달콤한 고기와 빵이 맛있었다.
다음은 기대하던 딤섬이었는데 맛있었지만 광저우에서 먹었던 맛에 비하면 모자른 맛이었다.
광저우의 타오타오쥐에서 먹은 딤섬은 새우가 통통 튀어다니는 맛이 났는데 정두의 딤섬은 그 맛이 나지 않는다.
역시 오리지날이 최고인 것 같다.
혹시 식도락을 즐기시는 분이 계신다면 에그타르트는 포르투갈로 딤섬은 광저우로 가서 드시길 추천합니다.
마무리로 완탕면을 먹었는데 깔끔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배도 채웠으니 2층 버스를 타고 다시 이동한다.
다음에 간 곳은 홍콩 시내에서 좀 떨어져있는 스탠리 플라자이다.
쇼핑몰이 있었는데 앞에는 개를 위한 주차장도 있었다.
자연을 사랑하고 건축을 배우는 입장이다보니 자연과 건물을 조화롭게 엮는 방법에 대해서 여러 생각을 해보는데 입구에 배치된 나무가 정말 아름다웠다.
스탠리 해변의 모습은 딱히 우리나라의 바닷가와 다른 모습은 아니었다.
아직 태풍의 영향권 안에 있어서 그런지 날씨도 우중충하고 사람도 별로 없었다.
식당들이 줄지어져 있는 모습은 호주나 아일랜드의 느낌이 났다.
공교롭게도 동생과 함께 갔었던 본다이 비치 표지판이 보인다.
3년 전에는 7377.6km 떨어진 곳에 있었다니 신기하다.
그런데 스탠리 해변의 명물인 스탠리 마켓들이 문을 닫았다.
오늘 홍콩여행은 오징어 없는 오징어 튀김인 것 같다.
아 엄만 오늘 오징어튀김 사오셨나 봐
아 물을 떠다 간장 찾아 종지에 붓네
그런데 오징어튀김 안에 오징어가 사라졌구나
오징어없는 오징어튀김 먹고있는 내가 정말 한심하구나 오.징.어. 튀김
아 엄만 오늘 오징어가 정말 먹고 싶었나보다
아 우리 누난 오징어가 정말 먹고 싶었을거야
아 엄만 오늘 곰보빵을 사오셨나 봐
아 우유 떠다 접시 찾아 빵을 올려 놔
그런데 곰보빵 위에 맛있는 곰보를 누가 떼어먹었어
맛없는 그냥 빵을 먹고있는 내가 정말 한심하구나 곰.보.빵
아 엄만 오늘 곰보가 정말로 먹고 싶었나보다
아 우리 누난 곰보가 정말로 먹고 싶었을거야
내게도 기회를 줘 알맹이 다 빼먹고 맛없는 껍데기만 내게로 왔나
껍데긴 정말 싫어 돈없고 빽없으면 껍데기 하나에도 목숨을 걸지 오.징.어 튀김
타카피 - 오징어 튀김과 곰보빵
오징어 없는 오징어튀김 같은 스탠리 마켓 구경을 하고 다시 밖으로 나온다.
사진 담당이라는 내 직무에 충실하게 동생님의 사진도 열심히 찍어준다.
외국에 나갈 때마다 시티은행 체크카드를 쓰다보니 시티은행 로고만 봐도 반갑다.
홍콩의 버스 시스템은 많이 특이한데 요금을 가고 싶은 목적지만큼 내는 것이 아니라 현 위치에서 종점까지 남은 거리에 따라 요금을 낸다고 한다.
뭔가 많이 불공평한 시스템 같다.
우리가 묵은 에어비앤비 숙소의 주인은 포켓와이파이 기계를 빌려줘 아주 편하게 여행할 수 있었다.
게다가 오늘은 태풍을 조심하라며 우리가 자고 있는 사이에 문 앞에 우산 두 개도 놓고 가주는 센스도 있어 기분 좋게 여행을 즐겼다.
홍콩에도 트램이 운행을 하고 있었는데 차가 많이 막히는 도로에 트램까지 같이 있으면 정말 혼잡스러울 것 같다.
지금까지는 종이지도를 고수했었는데 종이 지도도 없고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 연결이 되니 구글맵을 쓰게 된다.
약간은 사람이 바보가 되는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이 정말 대단하긴 대단하다.
국제 금융시장의 중심지답게 멋있는 양복을 입은 형, 누나들이 맥주를 즐기는 모습도 보인다.
팀호완의 딤섬이 궁금해 다시 찾아가봤지만 아직도 문을 닫은 것을 보니 오늘은 영업을 안 하는 것 같다.
다른 매장을 찾아가볼까 했지만 그렇게까지 궁금하지는 않아 그냥 다음 기회를 노리기로 했다.
배는 좀 고프지만 야경은 참 멋있다.
애플 매장도 참 멋있다.
이번에 아이폰8이 나오면 다시 애플의 세계로 넘어가볼까 고민 중인데 잘 나왔으면 좋겠다.
홍콩에도 관람차가 있었는데 사랑하는 연인과 온 것이 아니니 멀리서 구경만 한다.
대신 배를 타고 건너편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우리가 여행할 때는 막 포켓몬 고가 오픈한 시점이라 홍콩 사람들이 열정적으로 포켓몬을 잡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동생님도 잡아본다고 도전을 해봤는데 접속이 안돼 포기했다.
홍콩까지 와서 포켓몬을 잡으면 야경에게 미안하니 열심히 구경을 한다.
홍콩도 한류의 영향을 받는지 태양의 후예가 보인다.
송중기씨가 부럽다.
오늘은 어제 못 본 심포니 오브 라이트 공연을 한다.
거의 시간에 딱 맞춰왔지만 괜찮은 곳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두 번만에 본 심포니 오브 라이트는 조금 아쉬웠다.
뭔가 웅장한 맛이 있을 줄 알았는데 레이저 쇼가 전부여서 조금 아쉬웠는데 노래에 따라 공연이 달라진다고 하니 다음에 다시 와봐야겠다.
이제 다시 지하철을 타고 간다,
내가 뒤에 가다보니 기록용 사진을 찍을 때마다 동생님이 함께 찍힌다.
홍콩에서 들르지 않으면 안 되는 허유산에 들른다.
여러가지 조합 중 간단한 망고주스를 시켰는데 정말 사랑스럽게 달콤한 맛이 난다.
역시 망고님은 날 실망시키지 않으신다.
저녁을 제대로 못 먹었기에 몽콕 야시장에 가 뭔가를 먹으려 했는데 다양한 옷과 기념품들만 보인다.
야시장의 묘미는 다양한 간식들을 사 먹는 것인데 음식을 파는 노점이 보이지 않는다.
결국 몇가지 기념품을 사고 빈 속으로 숙소로 돌아간다.
전공이 건축이라 그런지 자꾸 공사중인 모습만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대나무를 가설재료로 사용한 역사는 아주 길다고 하는데 신기하면서 불안하다.
결국 저녁은 건너 뛴채로 숙소로 돌아와 맥주를 마시며 잠에 든다.
맥주를 박스로 사길 참 잘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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