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nother Travel/몽골 - Mongolia

두 형제의 몽골 여행기 - 09. 푸른 하늘과 나담 축제. (몽골 - 므릉, 홉스골)

므릉은 국내선 공항도 있는 도시라 그런지 숙소에서 와이파이도 된다.

인터넷 환경이 좋지 않은 곳에 페이스북이 무료 와이파이를 보급해 잠재적인 고객들을 확보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내가 그 와이파이를 쓰게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무료 와이파이라 해서 속도가 느리거나 신호가 끊기는 등 불편한 점은 하나도 없었는데 구글과 페이스북이 한창 열을 올리고 있는 사업을 직접 겪어보니 신기했다. 

아침을 준다길래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빵에 잼도 발라주고 나에겐 고급 아침의 기준인 달걀도 준다.

거기에 어제 남은 소시지를 함께 먹으니 정말 행복했다.

울란바토르에 있는 모기가 이 아침을 봤으면 참 좋았을텐데 아쉽다. 

혹시나 사막에서 양치를 못할 수도 있어서 챙겨온 리스테린인데 물을 여유롭게 샀더니 사막에서 쓸일이 없었다.

무거우니 얼른 써버려야겠다.

묵었던 게스트하우스에서 우리의 목적지인 홉스골로 가는 공영 자동차를 불러 준다길래 미니버스를 생각했는데 우리들만 타고 가는 승용차가 왔다.

돈은 조금 비쌌지만 귀찮고 피곤하니 그냥 타기로 했는데 어쩌다보니 내가 앞에 앉게 됐다.

창 밖을 보며 가는데 달려가는 말들이 보인다.

홉스골의 나담축제도 오늘인데 아마 결승선으로 달려가는 말들인 것 같았다.

이번에도 승마 경기를 길에서 보다니 우리가 운은 좋을 것 같다. 

홉스골은 호수를 끼고 있는 작은 마을인데 1인당 입장료로 3천 투그륵(한화 1,800원)씩 내야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입장권과 함께 준 팜플렛에 일장기가 그려져있다.

일본 정부에서 동남아시아 국가에 대한 지원을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몽골까지 올라 왔을 줄은 몰랐는데 신기하고 부럽고 무서웠다.

한류도 좋지만 이런 원조도 신경을 써야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입지가 커질텐데 걱정이다.  

홉스골의 숙소는 딱히 이야기 들은 것이 없어 론리플래닛에 나온 곳 중 적당한 곳으로 찾아왔는데 새로 증축한 아기자기한 건물이 마음에 들었다.

나와 동생만 한 채를 쓰는데 둘이 합쳐 2만 투그륵(한화 12,000원)밖에 하지 않는다.  

짐을 풀고 기사 아저씨께 근처에서 열리는 나담축제장까지 데려다줄 수 있냐고 물으니 돈을 더 내라길래 우리가 차비도 안 깎고 왔으니 서비스로 태워다 달라해 그냥 타고 왔다.

몽골의 전통 축제인 나담은 마을이나 도시별로 날짜가 다른데 가장 큰 규모는 울란바토르에서 열리는 나담이다.

홉스골과 울란바토르에서 같은 날 나담이 열린다길래 어디서 볼까 고민하다 규모는 조금 작을지 몰라도 마을 사람들이 직접 참여하는 나담을 보고 싶어 홉스골로 결정했다.

몽골에서 클릭하면 전주에서 배달도 오는 것을 보니 생각보다 규모가 큰 것 같았다.

축제에는 돈 놓고 돈 먹기가 빠질 수 없다.

다트를 몇 개 이상 맞추면 돈을 주는 것 같았는데 다트가 다 휘어 원하는대로 날아가질 않는다.

여러가지 옷가지들과 기념품들도 팔고 있었는데 야크 뿔로 만든 기념품이 마음에 들어 몇 개 샀다.

세계일주를 할 때는 다 짐이라는 생각에 기념품을 하나도 사지 못했는데 이번은 나름 짧은 여행이니 여러가지를 사도 된다.

목이 말라 콜라를 한 잔 샀는데 페트병에 들어있는 콜라를 이런 컵에 넣어준다.

왠지 귀엽고 정감이 가서 좋다.

자동차도 좋지만 왠지 말이 더 폼난다.

요즘 말과 승마에 대한 이야기를 함부로 하면 큰 일 날텐데 걱정이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그저 말을 타고 싶었을 뿐 우리 각하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 것이 아닙니다.

축제답게 음식을 파는 천막도 많았는데 다들 호쇼르만 팔고 있었다.

어느 집으로 갈까 고민하다 아주머니의 인상이 좋은 곳으로 들어왔는데 주문을 받으면 즉석에서 만들어 준다.

장사를 개시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기름도 깨끗하고 바로 튀겨서 정말 맛있었다.

군만두 같은 호쇼르를 보니 올드보이의 최민식 씨가 떠오른다.

한 6개월 정도는 군만두만 먹으면서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군만두를 먹다보면 짜장면이 먹고 싶어져 견디기 힘들 것 같다.

축제는 먹고 즐기라 있는 것이니 열심히 먹어줘야한다.

남자는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애라고 하니 나도 솜사탕을 하나 먹는다.

전통의상을 입고 포즈를 취해주는 아이들도 있었는데 형형색색 옷들과 배경의 하늘이 정말 잘 어울렸다.

왜 우리나라만 떠나면 하늘이 이렇게 예쁜지 모르겠다. 

우리가 정한 숙소의 주인 아저씨께서 씨름대회에 참가한다고 해 구경하러 왔는데 사람들이 꽤 많이 모여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선수가 너무 많고 경기가 토너먼트인지 팀전인지 모르겠다.

역시 씨름은 우리나라 씨름이 제일 재미있는 것 같다.

몽골 사람들은 말 위에서 태어나 말 위에서 눈을 감는다던데 진짜인 것 같다. 

레슬링 경기장에서 잠시 나왔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반대쪽으로 달려가길래 따라가보니 승마 경주의 결승선이었다.

아마 아까 우리가 길에서 봤던 말들이 지금 들어오는 것 같았는데 바로 앞에서 보니 말발굽 소리가 정말 멋있었다.

그런데 1등으로 들어오던 말이 결승선 5m 앞에서 갑자기 멈춰 2등이 1등으로 들어왔다.

결승선 코 앞에서 말이 멈춘 기수가 안타까워 열심히 박수를 쳐줬다.

어느정도 나담 구경을 한 것 같아 숙소로 돌아가려는데 택시가 하나도 없다.

왠지 '들어올 때는 자유지만 나갈 때는 아니란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래도 우린 두 다리가 있으니 그냥 걸어서 돌아가기로 하고 열심히 걷는데 멀리 우리가 떠나온 마을이 보인다.

도로를 따라가지 않고 그냥 가로질러 가기로 했는데 멀리서 철조망 같은 것이 보인다.

혹시 못 지나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돌아가기엔 늦었으니 가까이 다가가보기로 했다. 

가까이 가보니 사람들이 지나간 흔적도 있고 우리 앞에 지나가는 사람도 보이길래 그냥 건너가기로 했다.

왜 철조망을 쳐놨는지 궁금하다.

꽃밭에 뼈가 있길래 사진을 찍어봤는데 생각과 다른 사진이 나오길래 동생 사진만 찍었다.

바로 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가려 했는데 카렌이 홉스골 호수에 가고 싶다고 한다.

조금 피곤하긴 했지만 집으로 돌아가도 딱히 할 것이 없어 우리도 함께 가기로 했다. 

물을 사러 들른 슈퍼에서 초코송이 과자가 보여 하나 샀는데 우리나라 초코송이 맛과 비슷했다.  

호수에 가까이 다가가니 꽤 쌀쌀했지만 조용하게 울려퍼지는 물소리가 정말 아름다웠다.

발전된 편리한 도시도 좋지만 조금 낙후됐지만 조용하고 아늑한 작은 마을도 좋다.

그런데 둘 중 하나만 고르라면 뭘 골라야할지 모르겠다.

주변에 식당도 없고 주인 아저씨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드리고자 저녁은 게스트하우스에서 먹기로 했는데 요리하는데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리고 쌀은 안 익은 데다 양도 너무 적었다.

다이어트를 한다는 생각으로 먹었는데 사진만 봐도 다시 배가 고파진다.

방으로 돌아와 쉬고 있는데 갑자기 동생님의 몸에 알러지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쿠바에서 내가 겪었던 증상과 비슷해 카렌에게 알러지 약을 받아 먹였다.

형제는 닮는게 당연하다지만 이런 건 닮지 않아도 될텐데 걱정이다.

찬물로 샤워를 하면 좀 나아질까 싶었지만 작은 샤워실이 하나 있고 아저씨가 직접 물을 계속 길어다 탱크에 넣어야하는 시스템이었다.

게다가 우리 앞에는 유럽에서 온 친구들 5명 정도가 샤워를 기다리고 있다길래 찾아가 사정을 말하며 양보를 부탁하니 당연히 먼저 써도 된다며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강한 알러지 약도 건내준다.

역시 여행 좋아하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내일 아침은 제대로 먹이고 싶어 슈퍼에 가 고기와 참치를 사왔다.

도시라면 더 좋은 것을 사줄텐데 여기서는 이 정도를 사려해도 왕복 1시간 거리에 있는 슈퍼로 가야하니 어쩔 수 없다. 

장을 보며 왠지 난 샤워를 못할 것 같아 물을 많이 사왔는데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덕분에 사막에서도 못해본 생수로 머리감고 세수하기를 할 수 있어 재미있었다.




오늘도 행복하시고 제 여행기가 재미있으셨다면 


하트클릭 한번과 댓글 하나만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