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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other Travel/몽골 - Mongolia

두 형제의 몽골 여행기 - 07. 지쳐가는 고비사막 여행. (몽골 - 고비사막)

어제 그렇게 내가 원하던 사막을 만났으니 기분 좋게 일어났는데 아침이 빈약해도 너무 빈약하다.

오늘도 왠지 자연친화적인 화장실이 당겨 작은 구덩이 뒤에서 볼일을 봤다.

지금까지 여행을 하면서 여러 나라에서 노상방뇨를 겪어봤는데 Top3를 꼽자면 인도, 중국의 시골, 몽골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물을 보충하기 위해 우물을 찾았는데 물은 있지만 두레박이 없다.

근처에서 물통은 주웠지만 끈이 될만한 것이 보이지 않아 다른 곳에서 물을 길기로 하고 자리를 옮긴다. 

하루 종일 차를 타고 이동하니 피곤하기도 하지만 창 밖을 보면 이런 풍경이 보이는데 차에서 잠만 자고 있을 수는 없다.

새로운 우물을 찾았는데 우리보다 먼저 온 손님이 있었다.

어제 사막에서 모래바람을 맞았기에 모기에게 혹시 또 머리를 감을 수 있는지 물어보니 여기는 물이 많아서 샴푸도 써도 된다고 한다.

사막의 주민들과 동물들이 마시는 물이니 오염되지 않도록 우물과 멀리 떨어져서 머리를 감았는데 정말 시원했다.

한번도 말썽을 일으키지 않던 우리의 푸르공의 타이어가 터졌다.

하지만 우리에겐 숙련된 드라이버 인케가 있으니 걱정없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있는데 외국인 가족이 보여 가족여행을 왔다고 생각했는데 번호판을 보니 이탈리아 번호판이다.

몽골에서 이탈리아 번호판을 달고 운전하려면 이탈리아에서 차를 가져오는 수 밖에 없을텐데 다시 봐도 번호판은 유럽연합의 이탈리아 번호판이다.

인사를 건네니 아들과 함께 직접 차를 몰고 이탈리아에서 넘어왔다고 한다.

몽골랠리도 아니고 가족이 함께 자동차 여행을 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  

오늘 점심은 경치가 좋은 곳에서 먹자며 수원지가 보이는 곳에 차를 세운다.

이 곳의 물을 이용해 채소들을 키운다고 하는데 신기하고 대단했다.

이렇게 조금씩 흐르는 물이 모여 농사를 지을 정도가 된다는 정말 신기하다.

사막의 삶도 신기하지만 우리의 점심이 더 신기하다.

우선 몽골에서 김밥을 먹을 것이란 생각은 전혀 해보지 않았기에 좋은 의미로 신기했다.

두 번째로는 아침에 시리얼 조금을 주고 점심으로 안에 밥이 주로 든 작은 김밥을 준 모기의 생각이 신기했다.

세 번째로는 여행을 시작하고 전혀 장을 보지 않는 모기의 행동이 신기했다.

우리 옆에서 밥을 먹는 팀은 고기 통조림으로 요리를 해 먹던데 우린 첫 날 먹은 닭고기 이후로 제대로 된 고기를 만나보지 못했다.

우리가 거지도 아니고 돈이 문제라면 차라리 돈을 조금 더 내더라도 좋은 밥을 먹을텐데 모기가 자기에게 들어온 식자재 값에서 돈을 더 남기려고 장을 안 보니 화가 난다.

한번 싸울까 말까 고민을 했지만 어차피 이제 여행 일정도 거의 끝이 났고 우리가 말을 해봤자 들을 것 같지도 않아 울란바토르로 돌아가 사장과 대화를 하기로 했다.  

나에겐 여행을 오래하며 생긴 이상한 자존심이 있는데 여행을 길게하기 위해 돈을 아끼는 것이지 돈이 없어서 저렴한 곳, 저렴한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그렇기에 무시당하거나 힘이 들 때면 스스로에게 대접을 한다.

나에게 단백질과 지방을 주기위해 슈퍼에 가서 소시지를 찾아봤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 동안은 흔하게 보이던 소시지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허탈하게 중국식 아폴로를 집어 들고 밖으로 나왔다. 

힘든 몸에게 초코바밖에 주지 못하는 못난 주인이라 미안하다.

소시지는 없는데 시원한 맥주는 있길래 한 캔을 샀다.

맥주도 보리로 만든 것이고 결국 곡식이라 그런지 허전한 내 마음이 채워지지 않는다.

나에겐 단백질, 지방, 고기가 필요하다.

삐뚤어진 내 마음을 표현해주는 것 같은 사진이 찍혔다.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에는 자연만한 것이 없다.

지구는 우주에 비하면 한 없이 작고 인간은 자연에 비하면 한 없이 작다.

그냥 웃으며 살기에도 짧은 인생인데 너무 화를 내면 좋지 않다.

하지만 아는 것은 쉽지만 아는대로 사는 것은 너무 힘이 든다.

오늘 온 곳은 바양자그라고 불리는 곳인데 영어로는 Flaming Cliffs라고 불린다고 한다.

붉게 보이는 것이 마치 화성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죽기 전에 우주 여행은 한 번 해보고 싶은데 엘론 머스크 형이 힘내주길 바랄 뿐이다.

이렇게 멋진 곳에 왔으면 인증샷을 찍어줘야한다.

물론 내 사진도 찍어야한다.

온 우주가 나서서 나를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컨셉으로 사진을 찍어봤다. 

배는 고프지만 풍경은 정말 아름답다.

숙소로 가는 길에 단체사진을 찍자고 푸르공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오늘 밤을 보낼 게르에 도착했는데 모기가 너무 많다.

다른 게르에는 모기가 없는데 우리가 묵을 5인용 게르에만 모기가 들끓는다.

도저히 이 곳에선 잠을 자지 못할 것 같아 다른 곳으로 옮겨달라 말을 했지만 그럴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온다.

오늘따라 안 좋은 일만 계속 생기는 것 같으니 그 동안 보관해왔던 복숭아를 먹을 때다.

힘이 들면 당을 먹어줘야한다. 



달달달달달달


내 온몸이 원해 

달달한 거 원해

모든 번뇌 괴롬 한 번에 종식시킬

니 이름은 당!


당이 필요해

그대 사랑도 말고요

내 마음속의 몽고반점 당으로 뺄 거야


커피소년 - 당이 필요해


게르를 옮기지 못하니 게르에 있는 모기를 퇴치해야한다.

낙타의 똥을 가져와 불을 붙여 연기를 피우니 그나마 모기가 조금 줄어든 것 같지만 그래도 게르 안에 있으면 모기들이 달려든다.

연기때문에 머리가 살짝 아프지만 모기를 쫓아내기위해 쉬지 않고 불을 피웠다. 

20분이면 된다던 저녁이 2시간이 지나서야 나왔다.

마카로니를 삶는데 7분이 걸리고 채소를 볶는데 1시간 53분이 걸렸나보다.

배가 너무 고팠기에 고기는 없더라도 푸짐한 저녁이 나오길 기대했는데 이제는 뭐라할 힘도 나지 않는다.

2시간이 걸린 저녁은 5분도 걸리지 않아 다 먹은 뒤 뜨거운 물을 끓여 컵라면에 부으니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혹시나 해서 샀던 컵라면이 이렇게 사랑스럽게 다가올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이 때 맡은 컵라면의 향기는 정말 황홀했다.

아침으로 퍽퍽한 빵만 주길래 홍차라도 달라고 하니 다 먹어서 없다고 한다.

홍차 티백이 얼마나 한다고 이것마저 아끼는 모습이 이제는 짠하게 다가온다.

힘들어도 푸르공은 쉬지 않고 달린다.

스트레스를 받으니 그렇게도 예쁘던 길이 지루하게만 보인다.

아무리 그래도 인케는 좋다.

착해서 좋고 재밌어서 좋고 운전을 잘해서 좋고 잘 생겨서 좋고 힘이 세서 좋고 그냥 좋다.

인케가 가다가 차를 세우길래 보니 사막에 베리나무가 있었다.

이런 곳에서 자라나는 베리나무도 대단하고 달리던 차에서 이걸 발견한 인케도 대단하다. 

사랑하는 몸아, 풀떼기만 먹이는 못난 주인을 용서해주렴.

울란바토르로 올라가는 길에 인케의 본가가 있어 점심은 인케의 고향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몽골 사람이 실제로 살고 있는 게르는 처음 들어갔는데 바닥엔 카페트가 깔고 신발을 벗은 채로 생활하고 있었다.

안에는 보통 사람들이 사는 것처럼 웬만한 가구들과 전자제품들이 다 갖춰져 있었다.

역시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다.

게다가 우리집에도 없는 날개없는 선풍기도 있었다.

몽골도 중앙아시아의 나라들과 비슷하게 손님에게 튀김과 홍차를 대접하는 문화가 있는 것 같았다.

오랜만에 만난 버터가 너무 좋아 열심히 발라 먹었다.

전기는 태양광 발전을 이용해 생활하는 것 같았는데 덕분에 사막에서 처음으로 전자기기를 충전할 수 있었다.

점심으로는 쇠고기무국 맛이 나는 고깃국이 나왔는데 정말 맛있어서 계속 먹었다.

역시 사람은 고기를 먹어야한다.

슈퍼에 들렀는데 오늘도 소시지를 팔지 않는다.

대신 얼린 콜라를 샀는데 사람이 콜라 하나로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알 수 있었다.

잘 달리고 있는데 앞에 고장난 차가 보인다.

작은 승용차에 온 가족이 다 타고 엄청난 짐을 싣고 달리니 차가 견디지 못하고 아예 뒷축이 주저앉아버렸다.

모기가 우리에게 와 아이와 엄마만이라도 근처 마을까지 데려다 주면 안되냐고 물어 서로 돕고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을 했는데 말도 없던 할머니도 같이 차에 오른다. 

어차피 조금만 가면 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니 그냥 그러려니 넘어가기로 하고 아기의 발가락을 만지며 장난을 쳤다.

그런데 30분이면 나온다는 마을이 2시간 30분이 지나서야 나왔다.

게다가 마을에 도착한 사람들이 마치 택시를 타고 온듯 고맙다는 말도 없이 아무렇지 않게 내려 사라지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

모기의 거짓말에 모든 일행들이 화가 났고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즐겁자고 온 여행인데 시간이 지나갈수록 자꾸 꼬이는 느낌이 든다. 

냉랭한 분위기를 가진 채로 공용 목욕탕으로 들어갔는데 시설이 꽤 좋다.

가격도 2,000투그륵(한화 1,200원)정도 밖에 하지 않는다.

이번엔 뜨거운 물도 펑펑 나와 오랫동안 샤워를 즐겼다.

마을에서 잔다길래 싸구려 호텔로 갈 줄 알았는데 마을 안에 있는 게르가 우리가 잘 곳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민박집처럼 성수기에만 운영하는 게르라고 하는데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라 정말 신기했다.

오늘도 저녁을 만드는데 20분이 걸린다고 하길래 2시간이 걸리겠구나 하고 농담을 했는데 진짜로 거의 2시간이 지난 뒤에 음식이 나왔다.

심지어 어제와 똑같은 메뉴가 나왔다.

나야 철저한 생존형 인간이라 그냥저냥 다 먹었는데 다른 일행들은 못 먹겠다며 음식을 남기고 슈퍼에 가 컵라면을 사왔다.

호주에서 달걀과 소시지만 6개월 동안 먹었더니 음식을 에너지를 얻기위한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커진 것 같다.

여행을 할 때는 음식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니 좋기도 하지만 삶이 너무 단순하게 흘러가게 되는 부작용도 있어 걱정된다.



오늘도 행복하시고 제 여행기가 재미있으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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