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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other Travel/몽골 - Mongolia

두 형제의 몽골 여행기 - 02. 고비사막 여행의 첫째 날. (몽골 - 고비사막)

2년 간의 여행기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역시나 아침을 먹는 사진으로 여행기를 시작한다.

난 누텔라보다 딸기잼을 100배 정도 더 좋아하지만 게스트 하우스에서 제공되는 것은 누텔라뿐이니 맛있게 먹는다.

이 귀엽게 생긴 자동차가 우리와 함께 고비사막을 여행할 푸르공이다.

이 차는 러시아의 UAZ라는 자동차 회사에서 만들었고 영문명은 Purgon으로 8~9 명 정도 탈 수 있다.

몽골 사람들은 UAZ를 와츠라고 부르고 Purgon을 푸르강이나 푸르공이라고 부르는데 검색해 본 결과 한국에서는 푸르공이라 많이 불리기에 앞으로는 나도 푸르공이라는 명칭을 쓰기로 했다.

오늘의 온도는 딱 떠나기 좋은 16도라고 한다.

한국의 온도는 30도를 기본으로 넘기면서 습하다 보니 몽골의 날씨가 그립다.

슈퍼마켓에 들러 사막에서 사용할 물건들과 식재료 등을 사고 울란바토르의 남쪽으로 향한다. 

고비사막을 간다고 해서 울라바토르에서 하루만에 고비사막으로 들어갈 수는 없기에 보통 고비사막 투어는 5일 이상의 코스로 짜여져 있다. 

그 동안 이렇게 잘 포장된 도로도 건너고 비포장 도로, 사막 등 다양한 길을 건너야해 푸르공과 같은 오프로드 자동차가 필요하다.

5일이 넘는 시간 동안 자동차를 타고 움직여야하니 힘들고 지루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창밖을 보면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 있어 전혀 지루할 틈이 없다.

가뜩이나 내가 좋아하는 푸른 하늘과 광활한 자연이 시도때도 없이 펼쳐져있기에 몽골에서는 사진을 하루 평균 200장 씩은 찍은 것 같다.

초원에 서서 그냥 하늘을 바라만 봐도 베실베실 웃음이 나온다.

한국에서 땅을 보러온 대지주의 컨셉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땅을 가져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감정이입이 잘 되지 않았다.

역시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부자컨셉도 부자였던 사람들이나 할 수 있나보다.

점심시간이 되면 경치 좋은 곳에 자동차를 세우고 즉석에서 요리를 해 끼니를 때운다.

투어에는 운전기사와 요리사 겸 가이드가 포함되어 있어 우리는 그냥 즐기기만 하면 된다. 

사막에서는 차가운 맥주를 먹을 수 없을 것 같아 출발 전에 마트에 들러 시원한 맥주를 샀었는데 이제는 거의 미지근해졌다.

고비사막 여행에서 마지막으로 마시는 시원한 맥주라 생각하니 미지근한 맥주가 시원하게만 느껴진다.

고비사막 여행의 첫 점심은 몽골식 만둣국이다.

국물의 맛은 우리나라의 사골국물 맛과 정말 비슷하고 만두의 맛도 비슷해 한국에서 사골 만둣국을 먹는 줄 알았다.

몽골사람들은 간을 안 하고 먹는지 조금 싱겁길래 소금을 조금 뿌려 먹었더니 완벽한 한국의 맛이 났다. 

안에는 쌀밥도 들어있어 푸짐하게 먹을 수 있었다.

밥을 먹었으니 후식으로 구름을 먹을 차례다.

구름은 봐도 봐도 질리지 않고 먹어도 먹어도 맛있다.

우리 팀이 푸르공을 전세 냈기에 아름다운 곳이 보이면 언제든지 자동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이런 맛에 부자들이 전세기를 사는 것 같다.

난 전세기는 바라지도 않으니 그저 퍼스트 클래스를 한 번만 이용해보고 싶다.

이렇게 말하니 고비사막 투어가 비싸겠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는데 숙식과 이동수단, 드라이버와 요리사 겸 가이드 등 모든 것을 포함해 1인당 하루에 45~55달러 정도라 크게 비싼 가격은 아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 날까지만 해도 전에 여행할 때 메고 다니던 목걸이를 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비행기를 탈 때까지 까먹고 있다가 몽골에 와서야 목걸이가 떠올랐다.

아쉬운 마음에 모자에 있던 끈으로 발찌를 만들었다.

중앙아시아와 마찬가지로 몽골도 도로 근처에 양과 염소들이 많아 운전할 때 조심해야한다고 한다.

비포장도로를 달리고 있는데 어디선가 나타난 차가 우리 푸르공을 추월하길래 아까 배운 몽골어인 '후르똥 후르똥'을 외쳤더니 드라이버 인케가 다시 추월을 한다.

웃으며 승리의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면서 손을 흔들어줬다.

추월을 당해도 허허 웃으며 살아야할텐데 아직까진 수양이 부족하다.

구름을 많이 먹다보면 언젠가는 내 마음도 넓어지겠지. 

투어프로그램이다 보니 하루에 한 군데씩은 볼거리가 들어있는데 오늘 갈 곳은 Rock Formation이라고 한다.

Rock Formation이라길래 '돌이 엄청 많은 곳인가?'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푸르공에서 내리니 엄청난 돌들이 보인다. 

몽골 사람들도 돈을 올리며 기도를 하나보다.

자연이 생기고 사람이 나고 돈이 만들어졌을텐데 자연에 기도를 하면서 돈을 올리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그 누구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아니 그저 혼자 여러 생각을 해본다.

각자의 사연만큼 돌무더기가 만들어져 있는데 부디 저 소원들이 다들 이뤄졌으면 좋겠다.

혼자 여행할 때는 주구장창 풍경사진만 찍었는데 동생과 함께 여행을 하다보니 사진을 찍을 피사체가 하나 더 늘어났다.

그래도 아직은 자연을 담은 풍경사진이 더 좋다.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역시 자연과 사람이 함께 한 사진이다. 

동생도 사진 찍히는 것을 좋아하니 사진을 많이 찍어봐야겠다.

내 사진찍는 실력이 출중하지는 않지만 사진을 찍으면서 느낀 것은 많이 찍어보고 많이 생각해보는 것이 최고라는 것이다. 

여행을 함께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내 사진을 찍을 기회도 많아진다는 것이다.

사진 찍기 아름다운 곳이 나오면 우선 동생을 모델로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동생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카메라 세팅 그대로 동생에게 카메라를 넘겨주며 똑같은 구도로 찍어달라고 부탁하면 내가 원하는 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사실 몽골처럼 자연이 아름다운 곳의 여행기에는 딱히 쓸 말이 없다.

내 마음에 드는 사진은 많지만 거기에 살처럼 붙일 이야기는 한정되어 있다.

많지는 않지만 초원 곳곳에는 동물들의 뼈가 널려있다.

늑대님들 전 더럽고 맛도 없으니 다른 맛있는 동물들을 잡아 먹어주세요.

Rock Formation의 입구 근처에는 동굴이 있는데 안으로 들어가니 냉장고처럼 시원해 집에 동굴을 하나 가져다 놓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동굴 안의 틈새에도 돈이 많이 꽂혀져 있기에 나도 세계평화를 바라며 기도를 했다.

몽골에 올 때는 고비사막과 초원을 뛰노는 말만 생각하고 왔는데 첫 날부터 생각지도 못했던 풍경을 만나니 기분이 너무 좋다.

동생은 아름다운 풍경이 나오면 사진을 찍어달라고 난리다.

내가 찍은 사진이니 저작권은 문제없고 동생의 초상권은 존재하지 않으니 그냥 마구마구 올려도 된다.

그냥 떠나기 아쉬워 맨발로 몽골의 기운을 느껴본다.

신발을 신으면 다칠 위험은 줄지만 이렇게 따스한 기운을 느낄 수 없다.

내일은 어떤 풍경을 만나게 될지 기대하며 Rock Formation을 뒤로 하고 다시 푸르공에 오른다.

푸르공을 타고 조금 가니 우리가 잠을 잘 게르가 보인다.

사진과 글로는 많이 접해봤던 게르지만 실제로 들어가려 하니 떨린다.

내부에는 작은 침대들이 벽을 따라 뉘여져 있고 중앙에는 탁자와 난로가 있다.

가죽을 이용했기에 냄새가 나긴 하지만 그렇게 심하게 나지는 않았다.

내가 몽골에 대해 상상할 때마다 떠오르던 이미지는 딱 이 사진과 같은 이미지였는데 직접 와보니 내 상상 속의 모습과 너무 비슷했다.

이제는 몽골에 대해 생각할 때 상상이 아닌 추억으로 회상할 수 있어 행복하다.

풀을 뜯어먹는 염소들을 구경하러 갔는데 바닥에 염소똥이 가득하다.

먹으면 싸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알지만 이 당연한 것 때문에 초원의 풀을 먹은 염소들이 그대로 똥을 싸고 이는 다시 초원을 비옥하게 만들어 새로운 풀이 자랄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초원이라고 말을 타고 다닐 것이란 생각은 너무 구시대적인 생각이다.

요즘은 초원에서 살아가는 몽골 사람들도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초원을 누빈다고 한다.

아무리 세상이 발전했다 하더라도 자연에서 살아가는 것은 변하지 않았기에 가스렌지보다 동물들의 배설물을 이용한 화로를 쓴다.

삶을 편리하게 살고 싶어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이니 뭐라할 수는 없겠지만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자신의 편안한 삶이 최우선이고 그 외의 것들에는 관심없는 사람만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든 것은 자연에서 나오고 결국엔 자연으로 돌아가야하는 것이 순리이니 다 같이 함께 행복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들의 염소와 섞이지 않게 뿔에 초록색 칠을 해놓은 모습이 우스꽝스러우면서 귀엽다.

푸른 하늘 아래 열린 푸르공의 문처럼 열린 마음으로 살고 싶다.

푸르다와 푸르공이란 말로 언어유희를 해보고 싶지만 부족한 감성이 받쳐주지 못한다.

우리 드라이버의 이름은 '인케'이고 가이드 겸 요리사의 이름은 '모기'이다.

인케는 영어를 잘 못해 단어로 대화를 하는데 순박하고 재미있고 모기는 원래 지리 선생님으로 어느정도 영어를 할 줄 알아 방학 시즌에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가이드 일을 한다고 한다.  

게르에 앉아 사람들과 놀고 있는데 주인집 가족들이 젖을 짜기 시작한다.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허락을 받고 살펴보니 염소들의 목을 지그재그로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젖을 짜고 있었다.

염소들이 줄을 서 있고 아주머니와 아저씨께서 옆으로 움직이며 젖을 짜는 모습이 정말 평화로워 보였다.

서울의 삶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지만 이 모습이 너무 좋아 보고만 있어도 행복했다.

즐거운 기분을 이어가라는 뜻인지 모기가 저녁 밥을 차려줬는데 정말 맛있었다.

닭다리는 크고 아름답고 부드러웠고 함께 있는 채소볶음도 정말 맛있었다.

거기에 맥주까지 곁들여지니 더 바랄 것이 없었다.

갓 짜낸 신선한 염소젖 맛이 궁금해 모기에게 내일 아침에 1L 정도만 사달라고 말을 했다.

먹고 남은 음식은 양치기 개에게 돌아갔다.

물론 난 큰 위를 가졌기에 내 요리를 다 먹고 남은 음식도 더 먹었다.

즐겁게 저녁을 먹었으니 소화도 시킬 겸 일몰을 보러 가기로 했다.

멀리서 볼 때는 가까워만 보이던 동산이 꽤 멀다.

사방이 온통 초록 빛이니 거리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내가 몽골 사람들이나 고구려인들의 피를 이어 받았더라면 저 말들을 잡아 초원을 달렸을테지만 내 몸엔 최씨의 피가 흐르니 열심히 걷는다.

역시 햇님은 언제 봐도 예쁘다.

나도 언제 봐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게르로 돌아와 쉬다가 별을 보려고 밖으로 나오니 모기가 '아로스'라 부르는 네모난 조각을 준다.

스페인어도 잘하지 못하면서 괜히 스페인어로 아로스가 쌀이란 것이 떠올라 카렌과 스페인어 이야기를 했다.

아로스는 염소 젖을 발효시켜 만든 고체 요거트라는데 비린맛이 조금 나면서 신 맛도 조금 강하게 났지만 맛이 괜찮길래 혼자 거의 다 먹었다.

진짜 심하게 비리거나 이상만 맛이 나지 않으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음식의 95% 정도는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해가 지니 별이 뜨기 시작하는데 이 사진에 나온 별보다 훨씬 많은 별이 하늘에 떠 있었다.

내 카메라의 성능이 부족하고 내 사진 실력이 부족해 사진에 그 모습을 담을 수는 없었지만 그냥 눈이 닿는 모든 곳에 별들을 뿌려놓은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하늘을 떼어다 내 방 천장에 붙여놓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전 이미 실제 모습을 보고 왔으니 사진을 봐도 아쉽지 않은데 실제 모습이 궁금하시다면 직접 가서 보시길 바랍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사진보다 훨씬 아름다울 것이라는 약속은 해드릴 수 있습니다.

부러우면 지는 것이니 부러워하지 마시고 떠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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