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은 조개 칼국수다.
제육볶음처럼 미리 만들어놓고 쉽게 요리할 수 있는 음식으로 대충 주셔도 될텐데 매 끼니마다 맛있는 요리를 해주신다.
뱀띠라서 그런지 자꾸 손가락의 껍질이 벗겨진다.
영양분이 부족해서 그런 것 같은데 정확한 이유를 모르겠다.
어제 저녁에 갔던 퐁데자르 다리를 다시 찾아갔다.
딱히 사랑이 고파서 간 것은 아닌데 다음 목적지를 가는 최단거리라 어쩔 수 없었다.
매번 말하지만 솔로들의 가슴을 후벼파는 이 자물쇠들이 문제다.
파리 시의회도 그 문제를 알았는지 앞으로 퐁데자르 다리에 자물쇠 다는 것을 금지시켰다고 한다.
역시 솔로천국이다.
드디어 파리를 대표하는 곳을 꼽을 때 에펠탑과 함께 쌍벽을 이루는 루브르 박물관에 도착했다.
루브르 박물관은 세계 3대 박물관 중의 하나로 유명하다.
세계 3대 박물관을 말할 때 영국의 대영박물관과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은 당연하게 말하지만 마지막 세번째는 바티칸의 바티칸 박물관이나 미국의 메트로 폴리탄 박물관, 러시아의 에르미따쥐 박물관으로 의견이 갈린다.
서로 싸우지말고 그냥 세계 5대 박물관이라 하면 될텐데 사람들은 항상 Top 3만을 원하는 것 같다.
세계 3대 박물관이라는 명성답게 수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난 어제 표를 미리 구해놨기에 옆문으로 빠르게 입장할 수 있었다.
혹시 루브르 박물관에 가실 계획이라면 미리 여행사나 민박집에서 표를 구해 놓으시길 추천드립니다.
본격적으로 루브르 박물관 관람을 시작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박물관은 입구쪽에 그리스 조각상들을 배치시키는 것 같다.
루브르 박물관의 넓이는 6만 평방 미터가 넘고 보유중인 작품수는 35,000 점이 넘는다고 한다.
하루만에 다 둘러볼 수는 없으니 내가 관심있는 회화작품 위주로 관람하기로 했다.
루브르 박물관에는 대한항공의 후원으로 만들어진 한글 박물관 안내도가 있는데 작품명은 영어로 되어 있는 것이 편해 영어판도 같이 챙겼다.
대한항공은 영국의 대영박물관에도 후원을 하는 등 여행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쌓아왔는데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회항으로 한 순간에 이미지를 망쳤으니 정말 불쌍하다.
사람은 하늘 높은 줄 알아야하는데 그게 그렇게 어렵나보다.
루브르 박물관의 천장화를 보니 로마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가 생각난다.
과연 내가 천지창조를 볼 수 있을지 없을지 궁금하다.
다음 방으로 이동하려 하는데 엄청난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이유는 바로 이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서다.
나도 줄을 열심히 서서 모나리자와 인증샷을 찍었는데 실제로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작았다.
모나리자를 보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제대로 된 그림 감상을 할 수 없었다.
다들 모나리자를 실제로 봤다는 인증샷을 찍는데 급급한 분위기라 그냥 옆 방으로 도망쳤다.
난 모나리자 보다 네덜란드에 있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더 기대된다.
악마와 싸우는 미카엘 대천사의 그림을 보니 몽생미셸이 떠오른다.
이 그림의 제목은 Pandemonium인데 지옥의 수도라는 뜻이라고 한다.
지옥은 가기 싫은데 마그마는 보고싶다.
영국의 대영박물관에서 봤던 모아이 석상이 루브르 박물관에도 있다.
모아이 석상이 이렇게 흔한 것인지는 몰랐는데 역시 나라가 강하고 봐야하나 보다.
이번에도 많은 사람들이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
이 작품은 밀로의 비너스 상이다.
그런데 내 미적취향이 특이한지 별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내가 보기에는 워싱턴에서 본 '책 읽는 소녀'가 더 아름답다.
워싱턴에서 본 '책 읽는 소녀' 조각상이 궁금하시다면
http://gooddjl.com/246 를 읽어 주세요.
메트로 폴리탄 박물관과 대영박물관에 있는 이집트 유물들을 보면서 스핑크스도 뽑아오지 왜 안 뽑아왔냐고 비아냥거렸었는데 루브르에는 스핑크스도 있었다.
자나 깨나 소매치기를 조심합시다.
이제는 말을 바꿔서 피라미드도 뽑아오라고 해야겠다.
이런 유물들을 뽑아 온 모습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창 밖에 보이는 루브르 박물관 입구가 참 아름답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피라미드는 이미 모형물을 만들어 놨으니 피라미드도 뽑아 온 것이라고 쳐도 될 것 같다.
넓어도 정말 넓다.
루브르 박물관을 제대로 구경하려면 1주일도 모자를 것 같다.
중세시대 작품의 대부분은 기독교 회화인데 난 굵직한 이야기들만 알고 있다보니 그 장면에 들어있는 이야기를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다.
세상에는 배워야할 것이 너무 많아 재미있으면서 걱정된다.
계속 서서 돌아다니며 관람을 해야하니 빈 의자가 보이면 잠깐씩 쉬어줘야 한다.
자신이 생각한 것을 그림으로 그리는 것도 신기하지만 조각은 더 신기하다.
난 내가 쓴 글씨도 못 알아볼 때가 있을 정도로 악필인데 이런 작품들을 만든 예술가들은 글씨도 예쁘게 썼을 것 같다.
보고 싶었던 회화작품들만 훑어봤는데도 시간이 5시간이나 지났길래 밖으로 나왔다.
다음에 유럽여행을 다시 할 기회가 생긴다면 예술사를 공부하고 오면 더 재밌을 것 같다.
이 곳은 파리 시내에 있는 방돔 광장이다.
원래 루이 14세의 기마상이 있었지만 프랑스혁명 때 기마상이 파괴되었고 토지의 원래 주인의 이름을 따서 방돔 광장이라 부른다고 한다.
광장의 중앙에 있는 탑은 1805년에 일어난 오스테를리츠 전투 승전 기념탑인데 적으로부터 빼앗은 1,250개 대포를 녹여서 만들었다고 한다.
도로변에 지어진 건물들이 정말 웅장하다.
세밀한 건축물도 멋있지만 거대하고 멋있는 건물이 더 좋다.
아침을 먹은 뒤로 먹은 것은 없지만 난 지적이고 맛을 즐길줄 아는 사람이기에 디저트를 먹기 위해 파리에서 최고의 마카롱을 팔고있는 '라 뒤레'에 찾아갔다.
안에 전시되어 있는 마카롱과 케이크들이 참 예뻤는데 일을 하는 누나들이 더 이뻤다.
매번 말하지만 남자는 다 늑대다.
지금까지 맛 없는 케이크를 먹을 때마다 프랑스에 가서 꼭 진짜 케이크를 먹어볼 거라고 했었는데 드디어 프랑스의 케이크를 먹게 됐다.
페스츄리 케이크였는데 정말 맛있었다.
그 동안 겉만 번지르르했던 케이크 때문에 쌓였던 스트레스가 한 번에 풀리는 맛이었다.
그리고 그 유명하다는 마카롱을 먹었는데 솔직히 이걸 왜 이 비싼 돈 내고 먹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맛이었다.
쫄깃하면서 달콤하긴한데 엄청 맛있는 맛은 아니었다.
역시 내 입맛은 싸구려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혹시나 가격이 궁금하실까봐 영수증 사진도 찍었다.
손바닥만한 케이크가 7.2유로(한화 10,000원)이고 아기 주먹만한 마카롱이 1.9유로 (한화 2,700원)밖에 안 한다.
프랑스에 왔으니 한번쯤은 먹어봐야하겠지만 두번 먹기에는 무서운 가격이었다.
그런데 맞은 편에 있는 루이비통 매장에 있는 사람들은 마카롱 1,000개를 사 먹을 수 있는 돈을 가방을 사는데 지출하고 있었다.
만약 누군가 지금의 나에게 루이비통 가방을 하나 살 수 있는 돈을 준다해도 음식을 먹는 데에 돈을 쓰진 않을 것 같다.
여행을 좀 더 길게하거나 비싸서 포기하려했던 액티비티에 쓸 것 같다.
저번에 못 올라간 개선문이 아쉬워 다시 찾아갔더니 오늘도 문을 닫는다고 한다.
아무래도 개선문은 나와는 인연이 아닌 것 같아 이번에도 밖에서만 구경하고 돌아왔다.
다음에 다시 파리에 간다면 에펠탑에도 올라가고 개선문에도 올라가봐야겠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머리를 정말 귀엽게 땋은 아이가 보여 사진을 찍었다.
나도 저런 톡톡 튀는 센스를 가지고 싶다.
집 앞에 있는 마트에서 와인을 골라와 사장님과 함께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와인도 싸고 치즈도 좋고 민박집의 사장님도 좋아 파리가 정말 사랑스럽다.
오늘도 역시나 푸짐한 저녁을 먹는다.
이런 맛에 사람들이 한인민박을 찾는 것일텐데 너무 돈만 밝히는 민박집은 조심해야한다.
밥을 먹고 와인을 마시며 사람들과 놀다 보니 해 질 녘이 됐길래 야경을 보러 다시 밖으로 나왔다.
오늘의 야경 포인트는 몽마르트 언덕이다.
언덕이니 오르막 길을 올라가야한다.
옆에는 모노레일이 있지만 역시나 난 걸어 올라간다.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야경을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부족했다.
인터넷을 보면 다들 아름다웠다고 하던데 아마 내 감수성이 메마른 것 같다.
이 성당은 몽마르트 언덕에 있는 사크레 쾨르 성당인데 새하얀 대리석으로 만들어 밤보다 낮에 보는 것이 더 아름다울 것 같았다.
에펠탑이 보이는 부분에는 철조망이 쳐져있어 철조망의 구멍사이로 사진을 찍었더니 사진이 기울어졌다.
지구는 원래 살짝 기울어 있고 누구도 평평한 땅을 밟고 서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려고 이렇게 찍혔나 보다.
파리의 지하철은 자정이 넘어도 운행을 하고 있어 여름에도 야경을 보고 쉽게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
민박집 근처의 집 앞에 누군가 버린 것인지 도망친 것인지 모를 고슴도치가 있었다.
자신이 외롭거나 그냥 동물이 귀여워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은데 키우기 시작했다면 끝까지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한다.
그저 재미로 키우기에는 생명이 가진 무게가 너무 무겁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많은지 시간이 흐를수록 유기동물의 수는 늘어만 가고 있다고 한다.
다 같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찾아오는 것은 꿈만 같은 이야기 같아 괜히 씁쓸해진다.
여행일: 2014. 0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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