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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Travel/미국-U.S.A

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097. 모든 것이 새로웠던 미국 여행의 끝. (미국 - 워싱턴 D.C)


오늘 아침도 푸짐하게 먹는다.

베이글에 크림치즈를 발라 먹는 것은 누가 발명한지 모르겠지만 정말 최고의 조합이다.

오늘도 날이 더울 것 같지만 밖으로 나가야한다.

방값이 싸기라도 하면 푹 퍼지겠지만 하루 35,000원은 너무 비싸다.

그런데 워싱턴의 거대한 건물들은 적응이 안 될 정도로 크다.

호스텔을 나오는데 입구에서 바나나를 가져가라고 한다.

규모도 꽤 큰 편인데 깨끗하고 서비스도 좋으니 아침부터 즐겁다.

뉴욕에서 시작한 미술관 사랑은 워싱턴에서도 계속된다.

워싱턴 국립박물관도 입장료가 무료이니 즐거운 마음으로 들어간다.

가장 먼저 눈에 띈 작품은 로뎅의 조각으로 '선악과를 먹은 이브'다.

이브는 아담이 있어서 좋겠다.

예술은 참 난해한 것 같다.

몇 장의 드로잉 작품들이 있어 살펴보니 어마무시한 작가였다.

시작은 그 이름도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이 있었다.

그 옆에는 미켈란젤로의 드로잉도 있었다.

르네상스 시대를 주름잡았던 둘은 피렌체 정부의 대회의실 벽화 프로젝트에 같이 뽑혔었다고 한다.

각자 높이 10m, 폭 20m짜리의 벽을 맡았는데 둘 다 심리적 압박이 심했었는지 중간에 포기하고 떠나 그림은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왜 사람들은 서로 다른 곳에서 잘 살고 있는 호랑이와 사자의 싸움을 붙이려고만 할까.

그리고 왜 사람들은 분수에 동전을 던지며 소원을 비는 걸까.

대리석 조각들을 볼 때 마다 정말 신기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어떻게 머릿 속으로 상상해서 돌을 깎아 나갈 수 있는지 모르겠다.

뉴욕에서부터 많은 대리석 조각들을 봤지만 오늘 가장 아름다운 대리석 조각을 만났다.

이탈리아 조각가 Pietro Magnni의 '책 읽는 소녀'라는 조각이었는데 정말 아름다워 한참을 쳐다봤다.

그리스로마신화를 보면 키프로스의 왕 피그말리온이 조각상과 사랑에 빠진 모습을 본 아프로디테가 조각상에 생기를 불어 넣어줬다는 이야기가 떠오를 정도로 아름다웠었다.

워싱턴의 박물관은 공짜인 대신 와이파이 접속이 원활하지는 않았다.

와이파이가 없는 곳도 많았는데 국립미술관은 로비에서만 와이파이 신호가 잡혔다.

와이파이가 없어도 상관은 없지만 궁금한 작품이 나올 때마다 바로 검색할 수 없으니 조금 아쉬웠다.

누구나 다 아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다.

이 곳에서도 모작을 하고 있었는데 자신의 눈으로 들어온 정보를 그대로 그려낼 수 있다는 것도 대단한 축복인 것 같다.

이 그림은 비너스와 아도니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큐피트와 놀고 있던 비너스는 실수로 큐피트의 화살에 찔린다.

사랑의 화살에 찔린 비너스는 지나가던 사냥꾼 아도니스를 보고 사랑에 빠지지만 그녀는 아도니스가 곧 죽을 운명이라는 것을 알아버린다.

비너스는 아도니스에게 제발 떠나지 말라며 붙잡아보지만 아도니스는 사냥을 떠나고 결국 멧돼지에게 공격을 받아 죽는다.

아도니스가 죽은 자리에는 붉은 색 꽃이 피는데 그 꽃이 아네모네 꽃이라고 한다.

동호회에서 온 것 같았는데 열심히들 그리고 계셨다.

루벤스의 그림이었는데 빛의 표현이 정말 생생해 그림이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였다.

내가 좋아하는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작품도 있었다.

유럽에 가면 꼭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보러 가야겠다.

프란시스코 고야의 작품이었는데 여자가 참 아름답다.

어쩌다보니 내가 여성 모델의 그림만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난 그저 예술작품을 좋아할 뿐이다.

물론 남자보단 여자가 좋다.

모네의 '파라솔을 든 여인'인데 하늘거리는 드레스와 하늘과 구름이 참 아름다웠다.

인상파와 연작으로 유명한 모네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도 있었는데 런던의 워털루 다리다.

나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돌기 전에 안내도를 보고 대략적인 동선을 짜놓고 움직인다.

예술에 대한 조예가 없으니 순서대로 훑어보며 그냥 마음에 드는 그림을 감상하며 지나온 길을 표시하며 관람하는데 괜찮은 것 같다.

점심으로는 미국의 유명한 샌드위치 가게인 'Pot Belly'에 가봤는데 맛있었다.

한국인이 미국에 있는 식당의 리뷰를 인터넷에 올리는 세상이라니 참 신기하다. 

사실 내가 워싱턴에서 가장 관심이 있던 곳은 백악관이 아닌 이 FBI 건물이다.

예전에는 내부투어도 있었다는데 테러위험 때문에 없어졌다고 한다.

영화에서만 나오던 FBI 건물에 들어가본다면 정말 재미있었을텐데 정말 아쉽다.

전에 뉴욕에서 쉑쉑버거에 갔을 때, 아이들에게 2달러 정도 기부를 하면 쉐이크 교환권을 준다길래 기부하고 받은 교환권으로 쉐이크를 받았다.

쉐이크가 정말 맛있긴한데 맥주보다 비싸니 돈이 아까워 못 사 먹겠다.

길을 걷다 보니 전기 자동차로 유명한 테슬라 매장도 보였다.

테슬라는 우주화물선까지 쏘아 올리려는 초 거대 기업이 되어가고 있는데 얼마 전에 본 뉴스가 떠오른다.

전기자동차 시장을 넓히기 위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전기자동차 특허를 모두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는데 정말 파격적인 것 같다.

아마 충분한 자신감과 철저한 계획 하에 이루어진 일이겠지만 자신들이 가진 기술을 공개하겠다는 배포 자체가 멋있게 느껴진다.

요즘 들어 넷북님의 상태가 더 안 좋아지고 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넷북님, 제발 제가 한국에 돌아갈 때까지 버텨주세요. 부탁드릴게요.

저녁으로 뭘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지 고민하고 있는데 옆 침대에 있던 애가 피자를 사왔다며 한 조각을 나눠준다.

다 먹으니 한 조각을 더 줘서 덕분에 저녁을 해결해버렸다.

호스텔인데 헤어드라이어까지 있었다.

싫어할래야 싫어할 수가 없는 호스텔이다.

오늘도 크림치즈를 듬뿍 바른 베이글로 하루를 시작한다.

내가 한국을 떠나기 전에는 싱글 이민정 씨가 필라델피아 크림치즈의 광고모델이었는데 지금은 유부녀가 돼버렸다.

워싱턴에서 나가는 버스도 역시나 메가버스다.

나가는 버스는 조금 늦게 끊었더니 3달러짜리 티켓이 남아있었다.

차 안에는 콘센트도 있어 배터리 걱정없이 영화를 보면서 올 수 있었다.

세월이 많이 흘렀는지 충전 케이블이 끊어지려고 해 반창고로 수명을 연장시켜 사용하고 있다.

버스를 타고 온 곳은 다시 뉴욕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같은 도시를 다시 오게 되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그럴 때면 꼭 고향에 다시 들른 기분이다.

익숙한 지리와 교통시스템을 마주하면 편안한 기분이 든다.

미국에는 삼대 버거가 있다고 한다.

'인 앤 아웃','쉑쉑버거','파이브 가이즈'인데 '인 앤 아웃'은 서부 지역에만 있으니 '파이브 가이즈'를 가기로 했다.

'쉑쉑버거'의 햄버거는 크기가 아담했는데 '파이브 가이즈'는 푸짐하다.

맛도 있고 양도 푸짐하니 개인적으로는 '파이브 가이즈'의 햄버거가 더 좋았는데 쉑쉑버거의 쉐이크가 예술이니 둘 다 최고로 쳐줘야겠다.

이제 정들었던 뉴욕을 떠날 시간이다.

뉴욕을 상징하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마지막으로 보고 뉴욕을 떠난다.

지하철 역으로 가는데 한인 식당이 있어 메뉴판을 보니 가격이 꽤 비쌌다.

한식은 한국가서 먹을 생각인데 혹시 짜장면을 1,000원에 파는 곳이 있다면 먹게 될 것 같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짜장면이 그립다.

뉴욕에서의 마지막 지하철을 타고 공항으로 향한다.

들어올 때는 뉴욕 라구아디아 공항으로 들어왔는데 이번에는 JFK 공항으로 왔다.

뉴욕에서 가장 큰 국제선 공항이라 그런지 비행기를 타려고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두바이 사태 이후로 무조건 빨리 공항에 도착해 자리를 까는 것이 습관이 돼버렸다.

이번에도 역시나 콘센트를 찾아내 나만의 공간을 만든다.

희한하게 공항에 갈 때마다 꽃보다 할배를 보게 되는데 매 시즌마다 재미있고 할배들의 이야기가 나에게 하는 말 같다.

요즘은 꽃보다 청춘 시리즈를 하고 있던데 나중에 완결이 나면 봐야겠다.

비행기를 타면 못 씻을테니 화장실에 들어가 깨끗이 씻고 나온다.

울 어무이가 아들 얼굴을 까먹었을까봐 셀카도 한 장 찍어본다.

비행기를 타러 가는데 깁밥집이 보인다.

갑자기 참치김밥이 먹고 싶어지지만 참는다.

운이 좋아 출구 쪽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는데 정말 편하다.

비행기를 타면 기내식을 먹어야한다.

당연히 기내식을 먹을 때는 맥주를 마셔야한다.

시간이 지나니 아침으로 간식도 준다.

남들은 비행기타면 지루하다는데 난 비행기 타는게 정말 좋다.

하늘도 보여주고 밥도 주고 술도 주고 참 좋은데 돈을 내야한다.

내가 이번에 탄 비행기 기종은 꿈의 비행기라 불리는 보잉 787 드림라이너였다.

드림라이너의 가장 큰 특징은 비행기 창의 투명도를 버튼으로 조절할 수 있고 탄소소재를 이용해 동체의 무게를 줄여 연료소모가 20% 이상 줄어들었다고 한다.

주로 육로이동을 해서 비행기를 자주 타지는 않고 있는데 어쩌다보니 이번 여행에서 A380과 보잉 787 드림라이너를 둘 다 타보게 됐다.


<미국 여행 경비>

여행일 10일 - 지출액 675달러 (약 70만원)

숙박비가 미국 여행 경비의 60%를 차지했다.

숙박비를 제외하면 예상했던 것보다 경비가 얼마 안 들었다.

특히 뉴욕은 왜 사람들이 뉴욕 여행을 가고 싶어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정말 재미있었다.


매번 그래왔듯이 이번 여행기는 비행기를 타며 끝을 내고 다음에 도착할 나라를 안 알려주려고 했는데 마음을 바꿔 분량을 좀 더 늘리기로 했다.


이번에 내가 도착한 곳은 바로 유럽대륙인데 그 중에서도 노르웨이의 오슬로로 들어갔다.

공항에 도착해 줄을 서서 입국심사대 같은 곳을 통과하는데 사람들의 줄이 너무 빨리 빠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냥 본인확인 창구같은 것인 줄 알고 있었는데 내 차례가 돼 살펴보니 입국심사대가 맞았다.

그런데 어디서 왔는지만 묻더니 바로 입국 도장을 찍어준다.

한국인이 한국에 입국하는 것 보다 빠르게 느껴질 정도로 너무 빨리 끝나 이게 끝이냐고 물어보니 웃으면서 즐거운 여행이 되기를 바란다고 한다.

여권을 받아들고 노르웨이가 참 관대하다는 생각으로 면세점을 지나는데 아바나 클럽이 보인다.

쿠바에서는 만 원도 안 하던 아바나 클럽 3년산이 여기서는 3만 원이나 한다.

역시 원산지가 싸긴 싸다.

그런데 왜 한국과자는 한국이 더 비싼지 모르겠다.

검역대를 통과하기 전에 워싱턴에서부터 날아온 사과를 먹어치웠다.

그런데 관대한 노르웨이라 그런지 검역관도 없었다.

북유럽이라 그런지 꽤 쌀쌀하고 다들 점퍼를 입고 있는데 난 반바지에 반팔차림에 샌달까지 신었더니 다들 이상하게 쳐다본다.

하지만 내 짐은 환승을 위해 비행기에 실려 있으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견디는 것 밖에 없다.

북유럽 노르웨이의 물가가 비싸다 비싸다하는데 별로 비싸지 않다.

우선 샌드위치가 59크로네(한화 10,000원)밖에 안 한다.

커피샵의 모카 프라푸치노도 59크로네(한과 10,000원)밖에 안 한다.

참 싸다.

가장 결정적인 공항철도는 학생할인을 받았을 때, 왕복 170크로네(한화 30,000원)밖에 안 한다.

오슬로에서 환승시간이 10시간 정도 되길래 시내를 갔다 올까 생각했었는데 우선 공항에서 나가려면 돈이 들고, 움직이면 배가 고파질텐데 밥 값은 장난 아닐 것이니 최소 5만 원은 써야할 것 같아 오슬로 시내 구경은 포기하기로 했다.

복지국가라 그런지 공항에 있는 의자도 누울 수 있게 설계되어 있었다.

역시 대단하고 관대한 나라같다.

나에게 있는 식량이라고는 미국에서 남아있는 달러로 산 초콜렛 뿐이다.

여기서 10,000원 내고 샌드위치를 먹고 6,000원짜리 코카콜라를 마시느니 굶는게 낫다.

화장실에는 검사원이 언제 온다는 것까지 표시되고 있었는데 서울에서 온 촌놈은 모든 것이 다 신기하고 대단하게 보인다.

이렇게 시설이 좋은 공항에서 노숙을 하는 것은 전혀 피곤하지 않다.

시간을 때우다 보니 환승시간이 다가왔다.

유럽은 EU라는 연합체제를 가동하고 있어 여행할 때, 많은 것이 편리한데 그 중에는 쉥겐조약도 있다.

쉥겐 조약은 가입한 국가를 이동할 시에는 한 나라에서 국내로 이동하는 것과 같이 비자를 하나로 묶어서 처리하며 출입국 심사도 하지 않는다.

원래는 EU의 기본조항에 넣으려 했지만 영국의 반대로 따로 쉥겐 조약을 만들었고 그 덕분에 EU국가인 영국은 쉥겐 조약에서 빠지고 EU국가가 아닌 노르웨이는 쉥겐 조약에 참여를 했다. 

쉥겐 조약이 다 좋은 것만은 아닌데 쉥겐 국가 안에는 180일 중 90일만 체류할 수 있어 장기 유럽여행을 하려면 머리를 잘 굴려야한다.

신나는 비행기를 탈 시간이 또 다가왔다.

이번에도 역시나 비상구 자리에 앉았다.

게다가 가장 대박인 것은 비행기 안에서 무료 와이파이가 된다.

신기해서 페이스북에 글도 썼다.


내가 이용한 노르웨지안 항공은 저가항공사인데 승객들이 기내에서 와이파이를 사용하는 것은 돈을 받지 않으니 비행을 즐기라고 말하고 있다.

노르웨이도 관대하고 노르웨지안 항공사도 관대한 것 같다.

결론은 역시 복지강국 노르웨이다.

비행기를 타고 유럽의 어딘가에 도착했는데 밤이니 역시나 노숙을 해야한다.


이번에도 늘 그렇듯이 어디인지는 말 안 해줘야겠다.

어디인지는 다음 여행기에서 밝혀집니다.

다음 주에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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