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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Travel/에콰도르-Ecuador

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076. 여행 도중에 레포츠를 즐기기. (페루 - 완차코, 에콰도르 - 빌카밤바)




안녕하세요.


3주간의 여행을 잘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그 사이에 한국에선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더군요.


늦었지만 세월호 사망자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뜨루히요에 도착해 다시 마을버스를 타고 완차코라는 해변 마을로 향한다.
기어스틱이 이상하게 되어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운전하시는 아저씨가 신기했다.

원래는 쿠스코에서 조금 더 있다가 리마를 거쳐 와라즈라는 곳으로 올라가 트래킹을 하려고 했었는데 민규형과 연락하다보니 다 생략하고 완차코로 빨리 올라가게 됐다.

완차코에서는 밥을 사먹기보다는 해먹고 있다고 하셔서 닭도리탕 재료를 사러 시장에 갔더니 참치과로 보이는 생선을 팔고 있었다.
닭보다 참치가 맛있어 보이길래 바로 메뉴를 변경해 생선 한 마리를 샀다.

사람들이 완차코에 오는 이유는 딱 하나뿐인데 바로 서핑이다.
태어나서 서핑을 해 본적이 없는데 민규형님이 정말 재미있다고 꼬셔서 완차코로 올라오게 됐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30솔(한화 12,000)원으로 1시간 동안 서핑을 배울 수 있는데 파도를 타고 해변으로 다가가는 기분은 정말 최고였다.
축제나 레포츠를 즐길 때에는 카메라를 안 들고 다니기에 사진이 없는데 서핑을 한번 해보니 완차코로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장에서 미나리도 팔고 있어 점심에 산 생선으로 매운탕을 해먹었는데 서핑 후에 먹는 매운탕은 꿀맛이었다.

민규형님이 뜨루히요에 볼 일이 있다고 해 같이 시내구경을 나섰는데 딱히 볼거리는 없었다.

그래도 바닷가에 왔으니 맛있는 세비체를 먹고 싶어서 사람들에게 물어 식당에 들어갔는데 정말 푸짐하게 나왔다.
평소 먹던 밥보다는 조금 비싼 25솔(한화 7,500원)정도였는데 치킨 맛이 나는 생선튀김과 신선한 세비체를 기분 좋게 먹을 수 있었다.

완차코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탔는데 아무래도 버스와 기사 아저씨가 낯이 익어 자세히 보니 어제 타고 온 버스였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던데 어제와 똑같은 마을버스를 타다니 신기했다.

오늘도 서핑을 배웠는데 운이 좋아 바닷가에서 10초 정도 파도를 타고 거의 해변까지 올 수 있었다.
정말 짧은 10초지만 그 순간만큼은 1분이 넘는 시간처럼 느껴지고 정말 짜릿했다.
그 때의 기분을 못 잊어 계속해서 타다가 바위에 손가락을 찧어 피멍이 들었지만 아픔보다 재미가 더 컸다.

저녁에는 간장 볶음 스파게티를 만들어 주셨는데 양이 너무 많아 다 먹느라 힘들었다.

아침은 간단하게 빵과 직접 갈은 생과일 주스, 망고를 먹는다.

생과일 주스는 그라나디야라는 올챙이 알처럼 생긴 과일과 망고를 같이 갈았는데 냄새는 달콤하고 향긋했지만 맛은 정말 별로였다.

광고와는 다르게 전혀 튼튼하지 않은 K2 트래킹화의 밑창이 또 떨어졌다.
하지만 나에겐 인도에서 산 접착제가 있기에 전혀 당황하지 않는다.
지구에 접착제가 존재하는 한 한국에 돌아갈 때까지 신어줄테다.
K2는 왜 샌들에 접착제를 같이 끼워주지 않는지 궁금하다.

어제 서핑을 타고 있을 때 만난 서양 누나가 페루의 전통 배를 빌려타고 와 이야기를 했었는데 정말 이뻤었다.
배는 관심이 없고 사공에만 관심이 갈 정도였다.
아, 이게 아닌가.

날이 더우니까 헛소리가 나오는 것 같으니 아이스께기 하나 먹고 가야겠다.

매운탕을 끓일 때 남겨놓은 살코기를 구워먹었는데 간고등어가 떠오르는 맛이었다.

서핑을 좀 더 배우려다 그냥 민규형님과 함께 에콰도르로 이동하기로 했다.
내가 살이 쪄서 자리가 좁은 게 아니라 다리가 길어서 자리가 좁은 것이라 믿으며 버스를 탄다.

원래 계획은 치클라요로 올라가 야간버스를 타고 에콰도르로 넘어가는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버스가 느려 치클라요에서 1박을 하게됐다.
계획에 없던 숙박이라 돈이 부족해 식비라도 아끼기 위해 라면을 끓여 먹기로 했다.

뜨루히요에서 치클라요로 올라오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오래걸렸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새벽 첫차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국경마을인 피우라에 도착하니 인도의 릭샤가 보였다.
색도 똑같아 반가웠지만 예산이 빠듯해 그냥 걷는다.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인터넷에서 미리 알아뒀던 버스회사를 찾아 갔는데 버스회사가 망한 것 같다.
페루의 버스정류장은 회사별로 따로 있어서 지리에 밝지 못한 여행자들은 표를 끊기가 불편하다.

현지인들에게 에콰도르로 가는 버스 회사를 물어보니 이미 다녀온 그 곳만 알려준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곳은 아닌 것 같아 근처에 있던 경찰누나에게 물어 다른 버스회사를 알아냈는데 더이상 시간을 지체했다가는 버스를 놓칠 것 같아 릭샤를 타고 가기로 했다.

버스회사 이름이 '시바'길래 재미있어서 사진을 찍으려하니 아저씨들이 포즈를 취한다.
찍고나서 보니 사진에 안 나오게 비켜준 꼬마까지 나왔다.
그런데 '시바'를 사진 찍다 보니 우리나라에서 사진에 찍혀 성질이 뻗치셨던 한 분이 떠오른다.

다행히 버스 출발까지는 약간 여유가 있어 남은 돈으로 간식거리를 사왔다.
장거리 이동에 술이 빠지면 섭하다.

누누이 말하지만 나는 알콜러버이지 알콜홀릭이 아니다.

버스를 타고 가는데 창밖에 신기한 나무들이 보인다.
초록색 페인트를 칠한 것처럼 생겼었는데 원래 이런 나무인지, 환경오염으로 생긴 기형나무인지 궁금하다.

출입국심사를 하는데 시간이 오래걸려 미리 사왔던 도시락을 먹는데 양념에 볶아진 밥이 정말 맛있었다.

나는 왜 이런 접시밥이 좋을까.


<페루 여행 경비>

여행일 12일 - 지출액 350USD (약 380,000원)

페루는 ATM에서 인출할시에 수수료를 많이 떼어 간다고 해 볼리비아에서 마련했던 달러를 환전해서 사용했다.
마추픽추를 올라가는데 든 돈을 아꼈더니 전체적인 여행경비도 많이 줄었다.
마추픽추를 걸어서 올라가면 몸이 힘든 대신 돈을 적게 쓸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아침에 일어나 피우라를 출발한지 12시간만에 에콰도르 로하에 도착했다.
하지만 아직 우리의 목적지인 빌카밤바까지는 한번 더 버스를 타야한다.
빌카밤바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수촌인데 한적하고 조용하다니 여행기를 쓰기 좋을 것 같은데 가는 길이 참 힘들다.

로하에서 한시간 정도면 도착한다던 버스는 두 시간이 걸려 빌카밤바에 도착했다.
시내와는 떨어져 있지만 숙소가 좋다던 블로거의 평을 듣고 찾아간 숙소는 퀘퀘하고 냄새가 나 별로였지만 밤이 깊어 그냥 하루만 묵기로 했다.
얼마나 긍정적이면 이런 숙소가 최고의 숙소일 수 있는지 궁금해질 정도였다.

게다가 지도에는 시내와 조금 떨어진 것으로 표시를 해놨는데 시내에서 30분 거리에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어제 밤에 지도에 표시해놓은 곳에 아무 것도 없어 사람들에게 물으면서 찾아갈 때는 '100배 즐기기 가이드북'의 악몽이 떠올랐었다.

30분을 걸어 시내로 나와 아침을 먹으니 꿀맛이었다.

에콰도르는 달러를 공식화폐로 사용하는 나라 중에 하나인데 물가를 안정시키기에는 좋다지만 나라에서 달러가 필요할 때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진다.

아무리 경치가 좋다지만 밥을 먹으러 왕복 1시간을 다녀와야하는 외진 곳에 있는 퀘퀘한 방에서 묵을 수는 없었다.

시내에 있는 방을 알아보다 깔끔한 방을 찾았는데 며칠 있으면 축제기간이라며 방값이 조금 비싸 트윈룸이 30달러였다.
그래도 시설이 빌카밤바에서는 수준급인 것 같아 그냥 지내기로 했다.
역시나 비싼 숙소답게 수건을 준다.

민규형님이 초고추장이 있어 스파게티면으로 비빔면을 만들어 먹었는데 정말 환상적인 맛이었다.
나는 귀찮아서 아무 것도 없이 다니는데 한식재료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

조용한 마을에서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며 여행기를 쓴다.

저녁을 먹으러 나왔는데 점심을 푸짐하게 먹었더니 배가 불러 간단하게 먹기로 했다.
에콰도르의 필스너 맥주는 100년이 됐다고 하는데 1달러 밖에 안 한다.

맛이 썩 좋지는 않지만 싸니까 싼 맛에 마신다.

배는 안 고파도 술은 고프니 숙소에 돌아와 망고와 함께 한 잔을 더 마신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 알코올을 사랑할 뿐이다.

비싼 숙소라 아침에 달걀도 준다.
지내면 지낼수록 마음에 드는 숙소다.

오늘따라 하늘이 유독 맑고 이쁘다.

이런 날에는 말을 타줘야한다.

왕자만 백마를 타라는 법은 없으니 백마를 타기로 했다.

자, 가봅시다.

아, 떠나기 전에 밥 좀 먹고 가시죠.
어차피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니 먹으면서 갑시다.

백마를 탄 김에 백마 탄 왕자를 한번 흉내 내봤다.
그래도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서 얼굴은 안 나오게 포즈를 취했으니 용서해주세요.

날씨 한번 정말 좋다.

민규형님의 몸과 내 몸이 정말 대조적이다.
나 같은 사람이 있어야 몸 좋은 사람에게서 빛이 난다.

계속해서 갑시다.
바모스~

내가 밥을 많이 먹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말도 밥을 많이 먹는다.
시도 때도 없이 계속 풀을 먹는다.

내리막길을 내려가려니 조금 무섭지만 재미있다.

사람을 태우고 힘들게 내려가는 말을 보니 미안해진다.

아무래도 아저씨가 애한테 밥을 안 먹인 것 같다.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 말도 있기에 최대한 기다려주는데 쉬지 않고 먹는다.

3시간 정도 말을 타니 엉덩이가 아파 그만 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자 마을로 돌아온다.
말을 타고 나서 마시는 맥주도 꿀맛이다.
생각해보니 맥주는 언제 마셔도 꿀맛이다.

맥주를 마시다가 옆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먹고 있는 밥을 보니 엄청 맛있어 보여 따라시켰다.
언제나 그렇듯이 맛있다.

숙소로 돌아와 여행기를 쓰다가 낮잠을 잔다.

저녁을 먹으러 밖으로 나왔더니 꼬치구이를 팔고 있었다.
냄새는 정말 좋았는데 고기가 너무 질겨 도저히 먹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냥 버리기 아까워 개들에게 주려고 개들을 찾아보니 평소에는 넘쳐나던 개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역시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

입맛을 고치기 위해 식당에 들어갔는데 고기도 맛있지만 부드러운 아보카도가 정말 맛있다.
한국에 돌아가서도 싸게 자주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

긴바지를 꺼내기 귀찮아 반바지를 입은 채로 말을 탔더니 살이 제대로 익었다.
비키니라인은 들어봤지만 말을 타다가 무릎만 탄 것은 처음 들어본다.
너무 따가워 알로에 젤을 바르고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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