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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Travel/이란-Iran

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149. 골목길이 아름다운 야즈드.(이란 - 야즈드)


오늘은 아침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하기에 7시에 알람을 맞춰놨는데 손목시계를 보니 8시가 다 되어가길래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급하게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시간이 1시간 느려졌길래 무슨 일인가 생각을 해보니 아마 서머타임이 끝난 것 같았다.

확실하게 알기 위해 리셉션으로 갔는데 영어를 할 줄 아는 직원이 아직 출근하지 않았길래 손목시계를 보여주며 바디랭귀지를 했더니 서머타임이 끝난 것이 맞다고 한다.

1시간이 늘어날 줄 알았더라면 좀 더 푹 잤을텐데 아쉽다.

아침이라 식당이 안 열 것 같아 그동안 버스에서 줬던 비스켓들과 잼으로 아침을 먹는데 간에 기별도 가지 않는다.

택시를 타고 버스터미널에 도착해 도너츠를 사다 냉장고에 한글이 보인다.

이란에 와서 봉봉도 마셔보고 알로에 베라드링크도 마셔보다니 정말 지구촌 시대가 맞나보다.

이제 쉬라즈를 떠나 야즈드로 향한다.

휴게소에 들르길래 이번에도 홍차 한 잔을 마시고 슈퍼를 둘러보는데 보거스처럼 생긴 캐릭터가 그려진 감자칩이 보였다.

아마 요즘 젊은 세대들은 보거스를 모를 것이라는 생각이 드니 내가 많이 늙은 것 같아 슬퍼진다.

버스를 타고 도시를 벗어나면 주위에는 사막밖에 보이지 않는다.

황량한 사막에 펼쳐진 아스팔트 도로가 인간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것 같아 멋있게 보인다.

야즈드에 도착하니 너무 덥길래 짐을 풀자마자 낮잠을 잤다.

날이 더우니 몸을 보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쌀밥과 치킨을 시켰다.

다리 하나와 양념으로 밥을 먹어야하지만 부족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한국이었다면 최소 반마리는 먹었을 치킨인데 여행을 하면서는 닭다리 하나로도 만족하는 것을 보니 내가 그동안 음식을 먹을 때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먹어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적당하게 먹고 기분 좋게 디저트를 먹는 것이 더 좋은 식사인 것 같은데 식탐을 조절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저녁에 마실 물을 샀는데 잔돈이 없다며 과자를 하나 주는데 맛이 별로였다.

이란의 숙소도 대부분 조식이 포함되어 있는데 무료라 그런지 단백질은 찾아보기 힘들다.

어제 묵었던 숙소의 시설이 너무 참담해 오늘 바로 숙소를 옮겼다.

창고를 개조해 도미토리로 쓰는 것은 그냥 넘어갈 수 있겠는데 화장실은 여기저기 오물이 묻어있고 샤워실도 너무 더러워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여서 돈을 내고 돼지우리에 묵는 기분이었다.

점심을 먹으려고 메뉴판을 봤는데 낙타 고기가 눈에 띄었다.

신기하고 새로운 음식은 무조건 먹고 보는 것이라 배웠기에 우선 시켰는데 생각보다 고기가 부드러웠다.

냄새도 안 나고 살결도 부드러워 갈비찜을 먹는 것 같았다.

한국에 돌아오고 나니 메르스가 유행하기 시작하고 예방법으로 낙타고기를 먹지 말라고 하길래 난 예전에 먹어봤다고 친구들에게 자랑을 했었다.

아마 대한민국 사람 중에 낙타고기를 먹어본 사람은 정말 극소수일 것 같은데 이런 소수의 사람들까지 신경써주는 정부가 정말 고맙다.

이란의 여름 날씨가 원래 덥긴하지만 야즈드는 다른 곳보다 더 더운 것 같다.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아무 것도 하기 싫어 로비에서 뒹굴거리다보니 해가 지기 시작한다.

해가 지면 조금이나마 선선해질까봐 동네 구경을 나왔는데 거리에 문을 연 가게들이 없다.

아마 더운 지역이라 그런지 해가 한창일 때는 낮잠을 자는 문화가 있는 것 같다.

길을 걷다 높은 시계탑이 보여 가까이 다가가봤다.

야즈드에는 높은 건물이 별로 없기에 시계탑에 올라간다면 야즈드의 전경을 제대로 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아쉽게도 문이 잠겨있었다.

어서 드론 산업이 발전해 카메라를 설치할 수 있는 드론을 싼 가격에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단체로 관광을 온 어르신들이 보였는데 아무리 패키지 여행이더라도 이란을 올 생각을 하시다니 대단하다.

과연 대로변에 있는 하수도마저 깨끗한 나라가 지구상에 존재할지 궁금하다.

아마 먹어도 된다는 뜻이거나 먹지 말라는 뜻일텐데 혹시 페르시아어를 할 줄 아시는 분이 계시면 좀 알려주세요.

그냥 돌아다니다보니 아까 만난 어르신들을 다시 만났다.

역시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걷다보면 온 세상 사람들을 다 만날 수 있다.

오늘도 물을 사니 맛없는 과자를 주려길래 젤리로 달라고 했다.

젤리의 달달함과 탱글탱글한 식감은 정말 사랑스럽다.

할 일이 없을 때는 여행기를 쓰는데 맥주가 없으니 글을 쓸 맛이 나지 않는다.

저녁엔 고기카레와 샐러드를 같이 시켰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치즈를 먹으니 정말 행복했다.

난 우리나라가 정말 좋은데 와인과 치즈를 생각하면 유럽에서 살고 싶어진다.

이번에 옮긴 호텔은 아침에 스크램블에그를 준다.

그것도 자유롭게 먹을 수 있는 뷔페식이라 오랜만에 달걀을 원 없이 먹었다.

이렇게 사소한 것에도 즐겁고 행복한 것이 제대로 된 삶일텐데 그게 참 쉽지가 않다.

야즈드가 아무리 덥다지만 방에만 있을 수 없으니 거리 구경을 나선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가장 쉽게 찾을 수 있으면서 볼거리가 많은 것은 역시 모스크다.

어쩜 이리 아름답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모스크에도 다양한 건축양식이 있을텐데 그저 아름답다는 감상평밖에 할 줄 모르는 내 지식이 부끄럽다.

그래도 아름다운 것을 보고 아름답다 느낄 수 있어 다행이다.

물론 사랑이 가장 아름답다지만 커플은 용납하지 못한다.

야즈드는 황토색 건물로 이뤄진 도시 자체가 유명하다.

그렇기에 유명한 관광지를 골라가기보다 골목길을 따라 걸어가는 것이 야즈드 여행의 묘미라고 할 수 있다.

사막이라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적응하며 예술적인 부분까지 신경 쓴 고대의 사람들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진다.

이런 점들이 인류가 현재의 위치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인 것 같다. 

골목길에 있는 집들은 사람들이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 집이기에 함부로 들어갈 순 없지만 벽을 만지면서 걷는 것 정도는 괜찮다.

눈으로 보고 즐기는 것도 좋지만 직접 손으로 만지고 촉감을 느끼는 것이 더 재미있다.

야즈드의 건물들에는 굴뚝처럼 생긴 특이한 조형물이 보이는데 이것은 바드기르스라 불리는 송풍장치라고 한다.

한 여름의 야즈드는 섭씨 45도가 넘는 폭염이 계속되기에 굴뚝 높이의 높은 곳에서 부는 바람을 바드기르스로 받아들인 뒤 건물 내부로 보낸다고 한다.

이런 장치를 고안하다니 인간은 정말 대단하다.

사막에서 구할 수 있는 물자에는 한계가 있기에 흙과 돌, 지푸라기가 집을 짓는 재료의 전부라고 한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자동차길래 알아보니 기아자동차에서 나온 프라이드 자동차의 해외 수출명이 Rio라고 한다.

골목길이 복잡하지만 계속 걷다보면 큰 길로 이어질 것이라는 단순한 마음을 가지고 걸어간다.

역시나 걷다보니 자동차들이 드나드는 큰 길이 나온다.

치안이 불안한 나라였다면 시도도 못해봤을 골목길 구경이었지만 이란의 치안은 괜찮은 편이기에 재미있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시내로 나오니 잡화점이 많길래 구경을 하는데 신기한 제품들이 많이 보였다.

지금까지 살면서 마늘로 샴푸를 만들 것이라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는데 이란에는 마늘 샴푸가 있었다.

어떤 샴푸일지 궁금했지만 괜히 사용했다가 탈모가 올까봐 구경만 했다. 

빵집이 보이길래 스스럼없이 들어가 베이비슈를 몇개 샀더니 옆에 있던 한국분이 신기하게 쳐다보며 이것 저것 잘 챙겨먹는다며 대단한 것 같다고 말씀하신다.

난 정말 순수하게 그냥 베이비슈가 먹고 싶었기에 사 먹었을 뿐인데 신기하게 보였나 보다.

난 베이비슈보다 사막에 있는 도시에 분수가 있는 것이 신기하다.

물론 물이 있으니 도시가 생겼겠지만 물이 풍족하진 않을텐데 분수를 만들다니 신기하다.

빛을 받은 모스크의 모습이 아름다웠는데 사진으로 찍으니 그 색이 나오지 않는다.

구경하느라 수고했으니 이란산 스크류바를 나에게 상으로 준다.

오늘 저녁메뉴는 소고기와 무알콜맥주다.

내가 꼭 이란을 떠나는 순간 알코올을 먹고 말겠다고 다짐을 하며 맛있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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