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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Travel/조지아-Georgia

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142. 소박한 트빌리시의 일상. (조지아 - 트빌리시)


마음이 여유로운 곳에 오면 아침 먹기가 귀찮아진다.

그럴 때면 마트에 가 내 사랑 오트밀과 우유를 사오면 간단하게 아침이 해결된다.

트빌리시 시내 곳곳에는 동상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길가에서 만나는 여러 동상들은 소박한 트빌리시와 잘 어울렸다.

이렇게 작은 부분들이 모여 한 도시와 나라의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그 분위기가 추억으로 남는다.

트빌리시에는 예술적인 동상도 많지만 조지아 역사와 관련된 사람들의 동상도 많이 있다.

이 동상은 조지아 문화와 언어의 부흥을 위해 힘 쓴 일리아와 아카키를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무슨 건물인지는 모르겠지만 조지아 국기가 귀여워서 사진을 찍었다.

빨간색 십자가 5개로 이뤄진 국기가 참 귀여우면서 그리기 쉬워보인다.

국기는 쉽지만 말은 전혀 알아보지 못하겠다.

아랍어와 비슷하게 생긴 것 같지만 조지아는 조지아어가 따로 있다.

서양사람들이 한글과 일본어가 비슷하다고 하면 화가 나듯이 함부로 다른 나라의 언어나 문화를 비교하면 안 된다.

날이 더운데 입을 바지가 없어 여행자 센터에 가 시장의 위치를 물어봤다.

물론 트빌리시에도 갈 곳이 많지만 이렇게 분위기가 마음에 드는 도시에서는 박물관이나 관광지보다 그냥 거리를 걸어다니는 것이 더 재미있다.

시장을 가는데 오크통에서 뭔가를 팔고 있길래 술인줄 알고 기대하고 갔는데 맥주는 아니라고 한다.

맛을 보니 맥콜처럼 달짝지근한 보리음료 맛이 났는데 단맛이 너무 강했다.

길거리에서 오크통에 든 맥주를 파는 곳이 있다면 그 곳이 천국일 것 같다.

시장에 왔으니 당연히 먹거리부터 먹고 시작해야한다.

저렴하게 생겼지만 정말 맛있었다.

아마 롯데리아 불고기버거보다는 맛있을 것 같다.

날씨가 더우니 냉장고바지를 사고 싶어 시장을 돌아다녔는데 조지아에서는 여자들만 그런 바지를 입는다고 한다.

사진을 들고 여성복 매대를 돌아다녔는데 내가 소화할 수 없는 화려한 색과 꽃 무늬들만 있었다.

가게의 누나들은 잘 어울린다며 자꾸 웃으며 꽃무늬를 추천하고 내 긴 머리를 보더니 진짜 남자가 맞냐고 물어본다.

결국 내 마음에 드는 바지를 못 찾고 시내로 돌아왔다.

해가 쨍쨍한데 열심히 돌아다녀서 그런지 두통이 와 약을 먹고 잠시 잠을 잤다.

두통이 좀 가라앉은 것 같아 밖으로 나왔는데 정말 마음에 드는 문구를 발견했다.

아침부터 술을 마시지 않는다면 하루 종일 술을 마실 수 없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몸 컨디션이 좋았더라면 주저하지 않고 들어갔을텐데 오늘은 날이 아닌 것 같아 지나쳤다.

트빌리시의 중앙에는 금으로 만들어진 St. George 동상이 있다.

용을 무찌르는 성 조지는 조지아의 수호성인이라고 한다.

얼핏 보면 조지아라는 나라의 어원이 성 조지라고 착각할 수도 있는데 그건 전혀 상관이 없다고 한다.

조지아 시내를 돌아다니며 가장 신기했던 것은 이 기계였다.

아마 세금이나 각종 요금을 수납할 수 있는 기계인 것 같은데 거리마다 설치되어 있었다.

시내 중심으로 걸어가니 언덕 위에 있는 나리칼라 요새가 보인다.

높은 곳에서 보는 트빌리시의 야경이 궁금해 올라가 보기로 했다. 

걸어서 올라갈 수도 있겠지만 오늘은 아팠었으니 케이블카를 타보기로 하고 케이블을 따라 계속해서 걸어갔다.

케이블카 가격은 1라리(한화 700원)밖에 안 한다.

가격을 모른채 걸어 올라갔다면 후회했을 정도로 요금이 저렴하다.

요새에 올라가니 트빌리시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조지아의 경제상황을 알려주듯 높은 건물이나 화려한 야경은 보이지 않았는데 오히려 그 점이 조지아의 매력처럼 느껴졌다.

지도를 보니 내가 묵고 있는 숙소 쪽으로 길이 나 있길래 걸어가려했는데 너무 어둡고 사람도 다니지 않길래 다시 요새 방향으로 발길을 돌렸다.

일부러 어둡고 위험한 길을 찾아 다닐 이유는 없으니 요새와 바로 이어진 길을 따라 시내로 내려왔다.

항상 말하지만 내 목숨은 하나뿐이고 내 보물 1호는 내 몸이다.

오늘도 오트밀로 아침을 먹는다.

어쩌다보니 그릇도 인도에서 사용하던 것과 비슷하다.

아저씨가 벽 속에 파묻혀 있는 것처럼 보여 불쌍했다.

오늘도 바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트빌리시의 지하도에 있는 가게들을 돌아다녔는데 이번에도 헛수고였다.

냉장고 바지를 사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 알았더라면 태국에서 코끼리 바지를 사던가 인도에서 알라딘 바지를 살 걸 그랬다.

그 때는 별로 필요도 없고 괜히 여행자 티를 내는 것 같아 안 샀었는데 조지아에 와서 사려고 하니 너무 힘이 든다.

숙소로 돌아왔더니 매니저가 옷을 샀냐고 물어본다.

아무리 둘러봐도 마음에 드는 것이 안 보인다고 하니 조지아에서는 아줌마들만 입는 바지라 내가 원하는 스타일은 찾기 힘들 것이라며 점심이나 같이 먹자고 한다.

조지아의 음식이라는데 매콤한 죽과 감자요리였는데 맛있었다.

위에 떠 있는 채소는 고수였는데 오랜만에 고수를 먹으니 정말 맛있었다.

중국에서는 샹차이, 동남아에서는 팍치라고 불리는 고수와 기름진 음식의 궁합은 정말 최고다.

숙소에는 에어컨이 나오니 해가 지기를 기다리며 오늘도 지도를 켰다.

도대체 앞으로 어디로 가야 내가 보고 싶은 것들을 볼 수 있을지 고민이었는데 어느정도 결정을 내렸다.

여러 가지 선택사항들과 여행경비, 일정 등을 고려해 대략적인 계획은 세웠으니 이제 직접 부딪힐 일만 남았다.

난 여행계획을 세울 때 어딘가에 정리하기보다 다양한 정보를 머릿속에 넣고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런 방법 덕분에 여행이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기도 하다.

해도 지기 시작하고 앞으로의 계획도 어느정도 정리가 됐으니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트빌리시에서 먹는 마지막 저녁인데 괜찮은 곳에서 먹고 싶어 식당을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추천해주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내가 간판을 알아볼 수 없는 것이 문제라며 웃는다.

가게의 대략적인 위치와 초록색 간판이라는 정보만 가지고 나왔는데 설명을 자세히 해줘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오늘 내가 먹을 요리는 낀깔리 라고 불리는 것인데 우리나라의 만두와 비슷한 조지아의 전통음식이라고 한다.

메인 요리와 함께 낀깔리를 먹을까 고민하다 그냥 다양한 낀깔리를 다 먹어보기로 했다.

꼭지 부분의 반죽을 떼내고 육즙을 마신 뒤 나머지 부분을 먹는 것이라는데 육즙도 풍부하고 다양한 종류의 속이 정말 맛있었다.

맛있게 먹고 밖으로 나오니 비가 엄청 쏟아지고 있었다.

내 몸이 맞는 것은 상관없지만 카메라와 여권 등 귀중품이 젖을까봐 택시를 잡으려했는데 대로가 아니라 택시가 잘 다니지 않는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근처 문구점에서 우산을 샀는데 우산을 산지 3분만에 거짓말처럼 비가 그친다.

날씨의 신이 날 가지고 노는 것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기가막힌 타이밍이라 어이가 없었다.

숙소로 돌아가 배낭을 메고 아르메니아로 향하는 야간열차를 탔다.

조지아와 아르메니아를 연결하는 열차는 국경지역에서 1시간 정도 머무르며 출입국심사를 한다.

한국인은 아르메니아 비자를 국경에서 발급받을 수 있는데 비자비는 3000드람(7달러)정도 였다.

고액권을 내면 잔돈이 없다며 거스름돈을 안 줄 수도 있기에 10달러짜리를 내며 나머지 잔돈은 아르메니아 드람으로 줄 수 있냐고 물으니 괜찮다고 한다.

아르메니아에 도착해 당장 쓸 수 있는 돈이 생겼으니 마음이 놓인다. 


<조지아 여행 경비>


여행일 7일 - 지출액 150달러 (약 16만원)


터키에서 넘어왔더니 체감 물가가 정말 싸졌다.

맛있는 와인도 저렴하고 음식들도 다양하면서 맛있어 즐거웠다.


열차는 4인실이었는데 처음엔 살짝 더웠지만 밤이 되니 선선했다.

아무리 시끄럽고 불편하더라도 등만 붙이면 어디서든 잠을 잘 수 있는 내가 참 사랑스럽다.

같은 칸에 탄 아줌마가 아침으로 먹으라며 빵을 주셨다.

빵이 조금 많이 퍽퍽해서 먹기 힘들었지만 아줌마의 마음을 생각해 맛있게 먹었더니 한 조각을 더 주신다.

난 거절을 모르는 사나이니 고맙다고 말하고 또 맛있게 먹었다.

기차는 달리고 달려 아르메니아의 수도 예레반에 도착했다.

시내로 가기 위해 지하철 역으로 가 표를 샀는데 코인이 플라스틱 동전이다.

지하철 표가 이렇게 허술하다니 신기하다.

내가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우리나라에 LTE가 활성화되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아르메니아에서도 LTE 광고를 볼 수 있다.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다보니 과학기술의 발전이 참 빠르다는 것을 온 몸으로 느끼게 된다.

목이 말라 숙소에 체크인을 하자마자 마트에 가 주스를 샀다.

1L짜리 주스를 마시며 거리를 돌아다녀줘야 진정한 여행자라 할 수 있다. 

길을 지나가는데 어디서 많이 본 여자가 보여 자세히 보니 국민 첫사랑이라 불리는 수지 씨였다.

더 페이스샵이 아르메니아까지 진출하다니 대단하다.

그런데 그것보다 이민호 씨가 더 부럽다.

숙소에 돌아와 휴식을 취하려는데 방에 에어컨이 없다고 한다.

에어컨이 없을 때는 '가만히 있으면 안 덥다'는 엄마의 말을 떠올리면 된다.

저녁을 먹으러 밖으로 나왔는데 벤치에 새똥이 장난이 아니다.

아무리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라지만 요즘 비둘기는 너무 더럽다.

저녁을 먹으러 가는데 중국집이 보인다.

여행하면서 가장 먹고 싶은 음식 1위는 자장면인데 한국에 돌아가기 전까지는 먹을 방법이 없다.

대신 오늘은 근사한 저녁을 먹기로 했다.

고기를 부드럽게 요리했는데 식감이 정말 신기했다.

물론 맛도 좋아 맥주와 함께 먹으니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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