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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Travel/조지아-Georgia

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141. 자연이 아름다운 조지아. (조지아 - 트빌리시, 카즈베기)


터키에서 넘어갈 나라는 조지아다.

조지아는 그루지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나라다.

그루지야는 조지아의 러시아식 표기인데 조지아에서 외국에 요청한 정식 국명은 조지아(Georgia)이다.

조지아는 소련의 국가 원수였던 스탈린이 탄생한 나라이면서 소련붕괴 직전에 독립을 한 나라이자 2008년 러시아와 5일간의 전쟁을 치뤘던 나라다.

지금까지 1년이 넘는 기간동안 여행을 하면서 여러나라의 국경을 건너가봤는데 조지아 국경은 상상을 초월했다.

일반적으로 국경에 도착하면 버스에서 내려 걸어서 출입국 심사대를 통과해야하는데 당연히 터키와 조지아 국경도 그와 동일한 시스템이었다.

터키의 출입국 관리소에서 출국 도장을 받고 중립지역으로 나와 조지아 쪽으로 건너가려는데 사람들이 지금은 갈 수 없다고 한다.

무슨 일인지 궁금하면서 혹시나 내가 타고 온 버스가 떠났을까 빠르게 나와 함께 버스를 탄 사람들을 찾았는데 다행히 다들 국경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터키에서 조지아로 넘어가려는 사람들은 대부분 조지아 국민들이라 영어를 잘 못했기에 내 주특기인 손짓과 발짓을 이용해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고 물어보니 조지아의 전기 사정이 좋지 않아 자주 정전이 일어나고 전기가 복구될 때까지 출입국심사가 미뤄지니 걱정말라며 터키쉬 딜라이트를 꺼내준다.

터키를 떠나기 전에 한번 사먹어보려고 했는데 까먹었다고 하니 걱정 말고 많이 먹으라고 한다.

중간에 전기가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하다 보니 해가 떴다.

밤 12시에 조지아 국경에 도착했는데 어느새 시계는 아침 6시를 가리키고 있다.

전기는 들어왔고 출입국 심사도 재개됐는데 내가 타고 온 버스는 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분명히 국경 사이의 거리는 100m 정도 밖에 안됐는데 우리를 내려주고 앞으로 간 버스가 보이지 않는다.

혹시나 내가 복도에 들어가 앉아 있는 사이에 버스가 올까봐 계속 밖에서 기다리는데 올 생각을 안 한다.

나와 같은 버스를 타고 온 사람들이 복도로 들어가길래 나도 그냥 복도로 들어와 땅바닥에 주저 앉았다.

언젠가 오겠지라는 마음으로 버스를 기다리는데 또 정전이 된다.

이왕 이렇게 된 것, 국경에서 1박을 하고 싶어져 늦게 올테면 오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배가 고파온다.

어제 오후 4시쯤에 먹은 케밥이 마지막 음식이었는데 이제 낮 12시가 됐다.

터키와 조지아 사람들은 국경직원에게 이야기 하고 음식을 배달받던데 난 가진게 달러뿐이라 굶는 수 밖에 없다.

국경에 도착한지 12시간이 지나니 버스가 와 배낭을 찾아 조지아 출입국 심사대로 향했는데 여기도 장난이 아니다.

국경에서 이렇게 대기시킨 적도 없었지만 출입국 심사대에 줄이 없는 곳도 처음이었다.

줄이 없고 서로서로 눈치를 보며 앞으로 밀고 나가는 아수라장이었다.

눈치껏 줄을 서고 앞으로 파고 나가 겨우 입국 도장을 받았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조지아에 360일간 무비자로 체류할 수 있는데 1년 중 5일만 터키에 놀러 갔다 오면 되니 장기여행자에게는 꿈의 나라라 할만 하다.

터키 국경에 도착해 도장을 받기까지 14시간이 걸렸다.

버스에서 먹으려고 터키에서 사온 감자칩으로 거의 20시간 만에 허기를 달랬다.

버스는 조지아의 수도인 트빌리시로 향하는데 도착 시간이 애매하다.

원래는 야간버스이기에 트빌리시에 낮에 도착할 계획이었는데 이 상태로 가면 새벽에 도착할 것 같았다.

예상대로 버스는 밤 12시가 다 되어서 트빌리시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아무리 여행을 오래했다지만 늦은 밤에 새로운 곳에 도착하면 움츠러 들게 된다.

우선 택시를 타기로 하고 같이 버스를 타고 온 부부에게 택시 정류장을 물어보니 터미널에서 타면 바가지가 심하다며 자신들이 밖에 나가 잡아준다고 한다.

택시비로 낼 약간의 달러를 환전하고 착한 부부가 잡아준 택시를 타고 숙소에 도착하니 다행히 문이 열려 있어 바로 체크 인을 하고 씻자마자 잠들었다.

쥐 죽은 듯이 잠을 자다 일어났는데 도미토리에 있는 외국친구가 혹시 바나나 먹을 사람이 있냐고 묻는다.

배가 많이 고팠기에 말이 끝나기도 전에 대답을 했더니 배가 많이 고프냐며 웃으며 바나나를 건네 준다.

바나나를 먹으며 국경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했더니 참 힘들었겠지만 조지아는 충분히 아름다운 곳이니 지난 일은 잊으라고 한다.

나도 웃으며 언제 이런 국경을 넘어보겠냐며 신기한 경험이었다고 말해줬다.

트빌리시에 잡은 호스텔은 가장 가격이 저렴한 곳이었는데 주택가에 위치했지만 조용하고 깔끔했다.

이제 정신을 차렸으니 제대로 된 밥을 먹으러 밖으로 나왔다.

물론 밥을 먹으려면 돈이 필요하다.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 환율에 민감해지는데 가장 좋은 환율로 환전을 하는 방법은 정말 쉽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통하는 미국의 달러를 가지고 매입과 매매 환율 차이가 가장 작은 환전소를 찾아가면 좋은 환율로 환전할 수 있다.

국경에서 고생을 많이 했으니 근사한 레스토랑에 가 밥을 먹을까 고민하다 지금은 배가 고프니 우선은 많이 먹기로 했다.

숙소 근처에 있는 대형마트에 가 커다란 고기와 치킨랩, 샐러드를 사서 공원으로 향했다.

닭고기를 맛있게 먹고 있는데 포크가 부러졌다.

젓가락질을 잘 못해도 밥은 잘 먹을 수 있듯이 포크가 부러졌어도 난 잘 먹는다.

밥을 먹었으니 알코올을 먹을 차례다.

어제 하루 종일 버스와 국경에 있었으니 오늘은 지친 나에게 휴식을 주기로 하고 와인을 사왔다.

새벽에 들어와 죽은듯이 잠을 자다 일어나 잠깐 나갔다 오더니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 와인을 마시는 내가 신기한지 다들 뭐하고 있냐고 물어본다.

난 아주 당연하게 와인의 나라인 조지아에 왔는데 와인을 마시지 않으면 무엇을 해야하냐고 되물으며 와인을 권하니 금새 술판이 벌어졌다.


조지아는 포도나무의 원산지 중 하나인데 성경에서 노아가 포도나무를 심은 아라랏산 근처의 지역이 조지아의 위치와 비슷하다고 한다.

또한 조지아에서 발굴되는 청동기 시대 유물 중에 와인을 담았던 항아리들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하루종일 술을 마셨더니 짭짤한 음식이 당겨 라면을 끓였다.

외국에서 만나는 중국산 라면은 대부분 뜨거운 물을 그릇에 받은 뒤 면을 불려 먹는 방식이라 먹기는 편한데 우리나라 라면처럼 얼큰한 맛은 안난다.

아침에 갈만한 조지아 레스토랑이 있냐고 물어보니 숙소 근처에 괜찮은 식당이 있다며 추천을 해준다.

이 빵은 하짜뿌리라는 것인데 속에 치즈가 있고 올려진 달걀과 버터를 함께 먹는 조지아의 음식인데 사과 주스와 함께 먹으니 정말 맛있었다.

난 한국에서 태어난 토종 한국인인데 이상하게 치즈가 좋다.

전부터 찢어지기 시작한 바지를 이제는 보내주기로 했다.

2년 동안 더럽고 힘든 곳들을 함께 해줘서 고마웠고 다음 생에는 명품 정장으로 태어나기를 빌어준다.

트빌리시에 와서 한 것이라곤 술 먹고 잠 잔 것 밖에 없지만 우선은 트빌리시를 떠나기로 했다.

어차피 조지아의 수도이니 다시 들를 것 같아 외곽지역부터 다녀오기로 결정했다.

지하철 역을 찾아갔는데 언어를 전혀 알아볼 수가 없다.

편안했던 유럽과는 다르게 이제부터는 눈치로 살아남아야한다.

냉전시절에 지어진 지하철답게 한참을 지하로 내려간다.

우리나라의 이화여대 역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만큼 내려가는데 냉전시절, 핵전쟁에 대한 공포가 어땠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깊이 들어간다.

역시 어느나라를 가든 버스터미널 근처에는 시장이 열린다.

옛 바지를 떠나보냈으니 새로운 바지를 찾아 시장을 한 바퀴 돌아봤지만 마음에 드는 바지가 보이지 않는다.

내 마음에 드는 반바지가 보이지 않으면 추운 나라로 가 반바지를 입을 일이 없도록 하면 되니 걱정이 없다.

이번에 내가 갈 곳은 카즈베기라는 마을이다.

여행을 하기 전에는 들어보지도 못했던 마을인데 조지아에서는 자연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드디어 내가 그리워 하던 자연으로 간다.

유럽을 여행하던 4달 동안 멋진 곳도 많이 봤고 아름다운 건축물도 많이 봤지만 내 마음은 항상 자연을 그리워하고 있었는데 눈 앞에 펼쳐진 자연을 보니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전생에 도를 닦던 도인이었는지 자연이 왜 이렇게 좋은지 모르겠지만 불편한 봉고 버스를 타고 가는 이 길이 정말 행복했다.

카즈베기는 작은 마을인데다 민박집을 운영하고 있는 집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어 숙소를 예약하지 않고 왔는데 내 마음에 드는 민박집이 잘 보이지 않았다.

오랜만에 만난 자연이기에 기분 좋게 쉬고 싶어 이곳 저곳을 수소문 하고 다니다 대문에 호스텔이라 써진 곳을 발견했다.

별 기대없이 방을 둘러봤는데 지은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깔끔했다.

적당한 가격에 흥정을 하고 식사도 호스텔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민박집을 기대하고 온 카즈베기이기에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우연히 들어간 호스텔이 너무 마음에 들어 여기 저기 사진을 찍어봤다.


여행 이야기는 아니지만 여행기를 쓰며 최대한 맞춤법에 맞는 글을 쓰려고 노력하는데 그동안 가장 신경 썼던 것 중 하나는 '너무'라는 부사였다.

일상생활에서는 무분별하게 쓰이지만 실제로는 부정적인 의미로만 사용되는 부사이기에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었는데 얼마전에 국립국어원에서 '너무'를 긍정적인 상황에서 써도 되는 것으로 판결을 내렸다는 소식을 들어 기념으로 써봤다.

카즈베기의 민박집들은 숙박과 식사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이 호스텔도 숙식을 함께 제공하고 있었다.

맛도 좋았지만 오랜만에 집밥을 먹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즐겁게 먹었다.

아침 식사 시간을 미리 말해 놓으면 그 시간에 맞춰 음식을 준비해준다.

사진으로 보면 일반적인 외국의 아침 식사 같지만 왼쪽에 보이는 치즈가 정말 맛있었다.

카즈베기에서 만드는 치즈라는데 치즈향이 강한 대신 맛도 진해 입과 코가 즐거웠다.

밥도 맛있게 먹었으니 이제는 자연을 즐기러 갈 때다.

깔끔하게 구역이 정리된 바르셀로나의 모습도 좋지만 이렇게 정겨운 시골의 모습이 더 좋다.

돌담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니 웅장한 자연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평범한 산 길이지만 오랜만에 이런 길을 만나니 행복해진다. 

산에 올랐으면 아름다운 꽃 사진을 찍어주는 것이 자연에 대한 예의다.

즐거운 마음으로 산을 오르다보니 목표로 잡았던 사메바 교회가 보인다.

이런 곳에서 텐트를 치고 잔다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

오랜만에 만난 자연이 정말 멋있다.

게르게티 산에 홀로 솟아 있는 사메바 교회는 카즈베기의 명물이라고 한다.

교회의 전망대에서 보니 카즈베기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높은 곳에 오르면 자꾸 미니어쳐 모드의 사진을 찍게 되는데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처럼 사진이 찍혀 마음에 든다.

도시락 대신 조지아의 초코파이를 싸왔는데 생긴 것과는 전혀 다른 맛이 났다.

초코파이의 촉촉한 맛보다는 빅파이의 퍽퍽한 맛과 비슷했는데 너무 달았다.

산을 오르며 넓게 펼쳐진 초원을 바라봤을 뿐인데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원래는 사메바 교회를 지나 더 멀리 올라가보려 했는데 구름이 많이 끼었길래 그냥 내려가기로 했다.

별다른 정보 없이 온 조지아인데 카즈베기의 산을 보니 오기를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계속 이야기 하지만 사람은 자연을 벗어 나서 살 수 없다.

집집마다 파이프 관이 연결되어 있는 모습이 보이는데 수도관인지 가스관인지 잘 모르겠다.

왠지 가스관인 것 같은데 관리가 너무 부실하게 되고 있는 모습이라 걱정도 된다.

숙소에 돌아오니 도도한 고양이 님이 마당에서 나를 반겨준다.

산에 올라가기 전에 저녁 식사를 예약해뒀는데 스프와 함께 나오는 가정식이 담백하면서 맛있었다.

담백한 식사를 하다보니 왜 사람들이 카즈베기에서 민박집에 묵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멋있는 산과 맛있는 요리가 제공되니 민박집을 찾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마을이 작아 딱히 야경이라고 부를만한 것도 없지만 조용한 마을의 분위기가 좋다.

트빌리시는 아직 여름이라 덥지만 카즈베기는 날씨도 선선하고 모기도 없어 마음에 든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겨울에 와 눈 덮힌 설산을 걸어보고 싶다. 

오늘 아침은 하짜뿌리가 나왔다.

맛있게 먹으며 하짜뿌리는 트빌리시에서 한번 먹어봤다고 하니 조지아의 음식이 입에 잘 맞냐고 물어본다.

식사는 항상 맛있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을하니 진심으로 즐거워한다.

그 어떤 말보다 대접받은 음식을 맛있게 먹는 것이 최고의 칭찬인 것 같다.

자연을 즐기며 침대에서 뒹굴다 여행기를 쓴다.

앞의 여행기에서 계속 동쪽을 가고 싶다고 말했었는데 드디어 내 마음에 쏙 드는 동쪽을 발견한 것 같다.

제대로 된 간판도 없지만 카즈베기에 대한 즐거운 추억을 남길 수 있게 도와준 호스텔을 떠날 시간이다.

이런 것들이 우연이고 인연일텐데 앞으로도 좋은 인연들을 자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제는 다시 트빌리시로 돌아간다.

창 밖에 펼쳐진 풍경을 감상하다보니 금세 트빌리시에 도착했다.

트빌리시의 지하철은 깊기도 하지만 속도도 정말 빠르다.

예전에 유투브에서 러시아 지하철의 빠른 운행속도를 본 적이 있는데 그 것보다도 더 빠른 것 같았다.

속도가 너무 빨라 살짝 무서울 정도였다.

전에 묵었던 호스텔을 다시 찾아 갔는데 밥을 먹고 있었다며 나에게도 밥을 준다.

볶은 면에 크림소스를 얹어 먹는 요리였는데 느끼한 것을 좋아하는 내 입맛에 딱 맞았다.

오늘도 마무리는 조지아의 와인과 함께 한다.

우리나라의 소주도 좋지만 향과 함께 천천히 오래 즐길 수 있는 와인도 좋다.

알콜 중독자는 아니지만 술은 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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