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빵에 잼을 발라 먹는 것이 좋았는데 나이를 들어서 그런지 버터나 치즈와 함께 먹는 것이 더 좋아졌다.
포르투의 교통카드도 보증금으로 1유로를 내야했기에 그냥 버리기 아까워 다음에 포르투갈을 여행하러 가는 사람을 만나면 선물로 주기로 했다.
버스가 출발하려면 시간이 남았길래 1km 정도 떨어진 마트에 갔는데 줄이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는다.
겨우겨우 계산을 하고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뛰어 겨우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딱히 살 것도 없으면서 고작 물 하나를 사러 갔다가 아침부터 열심히 달린 내가 웃겨 웃음이 난다.
역시 여행은 고생을 해야 재미있다.
그래도 다음 여행은 캐리어를 끌며 안락한 호텔에서 놀고 싶다.
이제 사랑스러운 구름이 반겨주는 스페인으로 다시 돌아간다.
여행을 하며 육로국경은 많이 지나가 봤지만 입국심사도 하지 않고 여권에 도장이 안 찍히니 어색하다.
<포르투갈 여행 경비>
여행일 7일 - 지출액 180유로 (약 25만원)
스페인과 더불어 서유럽에서 물가가 싼 나라라 그런지 저렴하게 여행이 가능했다.
물론 저녁은 항상 파스타를 만들어 먹었다.
포르투갈을 떠나는 것을 기념해 휴게소에서 마지막 포르투갈 사그레스 맥주를 한 캔 마셨다.
사그레스 맥주는 포르투갈의 맥주지만 몇 년 전에 회사를 매각해 경영권은 네덜란드 회사인 하이네켄이 가지고 있다고 한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맛있는 맥주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으면 된 것이지만 조금은 안타깝다.
이번에 도착한 곳은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이다.
스페인에 왔다는 것을 알려주는 스페인 열차인 렌페가 보인다.
스페인의 사랑스러운 하늘을 보고 싶었는데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숙소의 정확한 위치를 몰라 길거리에서 무료 와이파이를 당겨 써 겨우 숙소에 도착했다.
지난 이야기에서 말했듯이 마드리드에 빈 호스텔이 없어 고민하다 한인 민박집을 예약했다.
보통 스페인 호스텔의 가격이 10~15유로(한화 14,000원~21,000원)인데 반해 한인 민박은 25유로(한화 35,000원)이라 가격이 좀 부담되지만 방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
짐을 풀고 나니 스페인에 돌아온 기념으로 따파스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근처의 술집으로 들어갔다.
스페인의 따파스를 다시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신이 나서 사진 초점이 안 맞은 것도 모르고 그냥 마셔버렸다.
배가 고파 간단한 요리를 하나 시키고 맥주를 추가 주문하니 이번에는 따파스로 홍합을 준다.
다음에는 뭐가 나올지 궁금했지만 빵을 많이 먹어 배가 부르길래 오늘은 그만 마시기로 했다.
술은 도망가지 않으니 적당히 즐기면서 마셔야한다.
한국인 여행자들이 한인 민박을 가는 이유는 편하기도 하지만 아침으로 한식을 주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나도 처음 묵는 한인 민박이기에 아침을 기대했는데 너무 부실한 모습에 어이가 없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충분히 비싼 돈인 25유로(한화 35,000원)을 냈는데 반찬은 무국, 콩자반, 감자전, 계란찜이 전부였다.
살다살다 내가 돈을 내고 군대 아침 식단을 사 먹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역시 세상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오랜만에 보는 쌀밥이라도 많이 먹고 싶었지만 반찬의 양이 적어 많이 먹기에는 눈치가 보여 대충 먹고 일어났다.
역시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먹을 수 있는 호스텔이 나하고 맞는 것 같다.
버스를 탔는데 어린이용 카시트로 만들어진 좌석이 있었다.
사람이 붐비는 우리나라의 대중교통 현실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참 부럽고 멋있었다.
며칠 전, 포르투를 떠나기 직전에 민박집 사장님의 연락을 받았다.
예약 중간에 착오가 있어 첫 날은 빈방이 없으니 다른 집에서 묵어야 한다고 하셨다.
한 도시에서 숙소를 옮기는 것을 정말 싫어하기에 민박집을 잡은 것인데 버스 출발시간이 얼마 안 남아 어쩔 수 없이 수락을 했었다.
버스를 타고 원래 예약한 민박집으로 가니 한글로 된 표지판이 반갑게 맞아준다.
세종대왕님 정말 감사합니다.
숙소에 가방을 놓고 다시 온 스페인을 즐기러 밖으로 나온다.
마드리드의 상징인 메트로폴리스 건물이 보이는데 통으로 금박을 입힌 지붕보다 특정 부분만 금으로 장식한 모습이 더 고급스럽게 보인다.
푸른 하늘과 낮은 건물, 거대한 동상이 참 스페인스럽다.
목이 말라 음료수를 하나 샀는데 정신줄을 놓았는지 나도 모르게 흔든 다음 캔을 땄다.
탄산은 폭발했고 음료수의 반을 땅에 버린 내가 참 창피했다.
손을 닦고 주위를 둘러보니 시장이 보여 안으로 들어가봤다.
평범한 시장 사진을 찍었는데 참 이쁘게 찍혔다.
이래서 사람들이 유럽, 유럽 하는 것 같다.
신기해 보이는 따파스를 팔길래 하나 주문해봤다.
생선살을 면처럼 만들어 올리브유에 버무린 것을 바게트에 올려놨는데 맛있었다.
한국에 돌아가서도 올리브나 올리브유를 자주 먹고 싶은데 엄청 비쌀 것 같다.
마드리드에서는 일요일마다 벼룩시장이 열린다고 해 찾아가봤는데 규모가 엄청났다.
의류나 악세사리 종류가 많았지만 배낭에 빈 공간이 없는 나에겐 그림의 떡이니 구경만 열심히 했다.
엘 라스뜨로 벼룩시장은 시작한지 500년이 다 되어간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황학동 벼룩시장도 계속해서 이어졌으면 좋겠다.
쇼핑에 빠진 것을 표현한 광고판처럼 보이는데 잘 모르겠다.
마드리드의 중심지라 부를 수 있는 마요르 광장에 갔는데 정말 거대하다.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큰 광장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는데 땅이 좁으니 어쩔 수 없다.
여행을 하면서 많은 것들을 봤기에 부러운 것이 몇가지 있는데 특히 땅이 넓은 나라들이 정말 부럽다.
여행자 센터에서 지도를 받았는데 맥도날드의 위치가 표시되어 있었다.
지도를 맥도날드에서 협찬하고 있어서 그렇다는데 만약 마드리드에 지도가 필요하다면 아무 맥도날드에나 들어가 지도를 요청하면 된다고 한다.
광장과 공원이 많은 것도 참 부럽다.
이 공원에는 이순재 씨가 찾아왔던 돈키호테 동상이 있다.
나도 미겔 데 세르반테스 님처럼 재미있고 좋은 글을 써보고 싶다.
배가 고파 식당을 찾는데 멋진 따파스 집을 발견했다.
대낮부터 술을 마시기 싫었지만 길 잃은 어린 양이 주(酒)님을 만났으니 어쩔 수 없다.
행사기간이라 따파스 4개와 2잔의 맥주를 마셨는데 10유로(한화 14,000원)도 안 나왔다.
역시 스페인의 맥주와 따파스는 사랑이다.
마드리드에서도 라이온 킹 뮤지컬을 공연하고 있었는데 뉴욕이 떠올라 즐거웠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뉴욕의 브로드웨이로 가 라이온 킹 공연을 봐야겠다.
웅장한 건물들 사이로 보이는 구름이 참 아름답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구름을 자주 볼 수 있으면 참 좋을텐데 아쉽다.
예전에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해봤기에 웬만하면 누가 주는 전단지를 다 받아주는 편이다.
강남역 한복판에서 전단지를 나눠줬었는데 처음에는 엄청 민망해서 잘 건네주지도 못했던 기억이 난다.
스페인어로 'Gratis'는 무료라는 뜻이니 눈을 크게 뜨고 다니면 좋다.
이번에 간 곳은 프라도 미술관이다.
원래는 입장료로 14유로(한화 19,600원)를 내야하지만 학생은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다.
할인도 아니고 무료로 입장을 시켜주니 정말 기분이 좋다.
아쉽지만 프라도 미술관은 사진 촬영이 금지라 찍은 사진이 없다.
오후 무료입장 시간이 되니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 소란스러워 지기 시작해 밖으로 나왔다.
2시간 30분 정도 관람을 했는데 못 본 그림이 많아 다시 와야겠다.
도대체 군복이 뭐가 좋다고 여행을 하면서 입고 다니는지 모르겠다.
저번에 요리하다 기름이 튄 곳에 화상을 입었다.
사랑스러운 내 몸을 아껴주지 못해 미안하다.
웅장하면서 깔끔한 멋이 느껴진다.
전공이 건축공학이면서 고작 이런 감상평밖에 못하는 내가 부끄럽다.
마드리드에서 가장 큰 공원인 레띠로 공원을 갔는데 표지판에 일본어가 써있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한국에 돌아가면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음악을 들으며 상쾌한 공기를 마신다.
하얀 원피스를 입은 아이들이 참 아름답다.
임대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의 놀이터 이용을 금지한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는데 세상이 왜 이렇게 변하는지 모르겠다.
어른이라면 아이들에게 서로 도와주고 함께 지내는 것을 알려줘야 할텐데 모든 것을 돈으로 평가하는 것을 가르쳐 주고 있다는 것이 정말 부끄럽다.
한인 민박에서는 요리를 할 수 없어 저녁은 밖에서 사 먹어야 한다.
그런데 일요일이라 그런지 문을 연 식당이 없다.
30분을 돌아다녔지만 문을 연 식당이 보이지 않길래 할인행사를 하고 있는 7유로짜리 피자를 먹기로 했다.
불고기 피자 맛이 나 맛있게 먹었는데 다 먹으니 배가 터질 것 같았다.
그래도 이번 민박집의 아침에는 고기반찬이 있었는데 딱히 엄청 맛있지는 않았다.
여행을 떠난지 오래되었지만 아직도 비싼 돈을 내고 한식을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무 음식이나 입에 잘 맞아서 정말 다행이다.
마드리드 지하철은 뭔가 깔끔하면서 어색한 느낌이 들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광고판이 하나도 없었다.
오늘은 마드리드 근교인 톨레도라는 마을을 가기로 했다.
마드리드 근교의 유명한 마을은 톨레도와 세고비아가 있다.
세고비아는 백설공주의 모티브가 된 성이 있다고 하는데 별로 끌리지 않아 톨레도를 가기로 했다.
나에겐 튼튼한 두 다리가 있으니 열심히 걷고 꼬마기차를 탈 돈으로 맥주를 사먹는 것이 이득이다.
톨레도는 로마시대의 성채도시였지만 이슬람 세력의 침입 후에는 톨레도 왕국의 수도가 되었다.
그 덕분에 가톨릭과 이슬람 문화가 공존하는 아름다운 도시가 될 수 있었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고 한다.
작은 마을이라길래 한적함을 기대했지만 관광객이 너무 많았다.
관광객을 피해 골목으로 들어가니 톨레도의 본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톨레도는 마을 자체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관광지라 발길 닿는대로 걸어갈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재미있는 생각이 들었다.
갈림길을 만났을 때 시계의 초가 짝수이면 왼쪽, 홀수이면 오른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아름다운 골목길에 있는 호스텔이 보였는데 물가 걱정만 없다면 유럽의 작은 마을에서 한 일주일 정도 지내보고 싶었다.
물론 지금도 다른 유럽배낭 여행자들에 비하면 여유롭게 다니고 있지만 지금까지 내가 즐겨온 여유에 비하면 유럽은 너무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다.
물가가 싼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도 이렇게 지내는데 앞으로 가게 될 다른 나라들이 걱정이다.
걱정은 그 나라에 도착한 다음에 하면 되고 여유는 통장 사정을 보며 부리면 된다.
길을 지나가는 가스통 배달 차량을 보니 네팔에서의 기억이 떠오른다.
관광지에 낙서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톨레도의 벽돌에 새겨진 글귀들은 참 좋아 보였다.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자신의 추억을 아름답게 간직하는 것도 나름 좋은 것 같다.
나도 어딘가에 영원불멸할 내 추억을 남기고 싶은데 아직까지는 그런 곳을 발견하지 못했다.
시계가 가르키는 방향을 따라 톨레도 마을을 빙빙 돌며 걷다보니 놀이터가 나왔다.
재미있게 그네를 타고 있는데 주민으로 보이는 사람이 나를 신기하게 쳐다본다.
한국이었다면 부끄러웠겠지만 난 여행자라는 아주 편한 신분을 가졌기에 신경쓰지 않고 계속 그네를 탔다.
아무도 내 말을 알아들을 수 없고, 아무도 내가 누구인지 알아 볼 수 없다는 것이 참 재미있고 편하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너무 많은 것들을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살고 있는데 그런 것들을 떨쳐내기 위해서라도 여행은 삶에 꼭 필요한 것 같다.
그네를 타다보니 거대한 건물이 보인다.
이 건물은 톨레도 성당인데 가까이에서 보니 정말 크다.
얼마나 넓은 화각의 카메라를 써야 이런 거대한 건물을 한 장의 사진에 담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톨레도 구경을 다 했으니 이번에는 톨레도 마을 밖으로 나가보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가면 톨레도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전망대로 갈 수 있다길래 그냥 도로를 따라 걸어가보기로 했다.
무작정 도로를 따라 걷는데 갓길이 사라지고 차들이 빠르게 달리기 시작한다.
더이상 가는 것은 너무 위험한 것 같아 그냥 마을로 돌아가기로 했다.
톨레도 마을로 돌아가는 길에 민박집에서 같이 묵고 계신 분을 만나 맥주 한 잔을 하러 갔다.
맥주를 마시다보니 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여행을 하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나를 부러워한다.
물론 나도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나도 남들이 부러웠지만 지금은 내가 꿈꾸던 것을 이루고 있기에 남들의 여행을 부러워 한 적이 없다.
한국에 돌아가서도 더 재미있고 멋있는 삶을 살 자신이 있기에 걱정이 되지도 않는다.
누군가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고 말할 수도 있고 기고만장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여행을 할수록 난 내 삶에 대한 자신이 생긴다.
톨레도 구경을 끝냈으니 이제 다시 마드리드로 돌아갈 시간이다.
민박집에서 만난 친구가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냄새가 심해 남겨온 스페인 전통요리가 있다며 먹어보라고 했다.
나야 못 먹는 음식이 없고 치즈를 좋아하기에 맛있게 먹으니 신기하게 쳐다본다.
저녁으로 뭘 먹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민박집 사장님이 피자를 시켜주셔서 맥주와 함께 맛있게 먹었다.
피자는 이탈리아가 유명하다는데 이번 여행에서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제 여행기가 재미있으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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