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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Travel/포르투갈-Portugal

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107. 포트 와인이 있어 더 아름다운 포르투. (포르투갈 - 포르투)


한국에 있을 때는 아침에 빵을 먹은 적이 없었는데 여행을 하다보니 매일 빵을 먹고 있다.

창 밖을 보니 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여행을 하며 비 때문에 골치 아팠던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여행을 하며 날씨 운이 따라주는 것도 참 복 받은 일인데 앞으로도 착하게 살아야겠다.

비가 그친 것 같아 호스텔에 비치되어 있는 예쁜 누나가 있는 지도를 하나 들고 밖으로 나온다.

한국에 돌아가면 서울 관광지도를 한번 살펴보고 싶어진다.

가장 먼저 간 곳은 포르투의 중앙역인 상 벤투 역인데 아름다운 타일그림이 내부를 장식하고 있다.
이 푸른색의 타일그림은 아줄레주라 불리는데 '작고 아름다운 돌'이라는 뜻인데 아랍어가 어원이라고 한다.

역 내부를 장식하고 있는 타일은 2만 장이 넘는다고 한다.

신기해서 가까이 다가가 이음새를 보니 완벽하게 들어맞지는 않는다.

가끔은 완벽하지 못한 것이 사람답게 느껴져 정겨울 때가 있다.

영화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빨간 공중전화 부스가 참 낭만적으로 보인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코트를 입은 사람들이 빨간 공중전화 부스를 지나가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언덕을 따라 올라가는데 예쁜 카페가 보인다.
지금은 그냥 지나치지만 다음에 누군가와 유럽에 다시 오게 된다면 이런 카페에서 커피를 마셔보고 싶다.

포르투는 건물의 귀퉁이에 이런 조각들을 장식해 놨는데 밤에 보면 무서울 것 같기도 하다.

비가 내리기 시작해 챙겨왔던 우산을 펼쳤다.
말레이시아에서 산 빨간 우산을 아직까지도 잘 들고 다니고 있다.
불뚝 나온 배는 복대를 차서 나온 것이니 오해하지 마세요.
식스팩은 없다지만 저 정도로 살이 찌진 않았어요.

맥도날드에도 조각상을 달아 놓았다.
얼마 전, 중국산 맥도날드 패티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아무리 돈이 좋더라도 먹는 것에는 장난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비가 점점 거세지길래 숙소로 돌아와 우비를 꺼내입었다.
우비를 입고 빗소리를 들으며 길을 걷는 것은 상상만 해도 정말 즐거운 일이다.

지도에 Mercado(시장)이라고 써 있길래 밥을 먹으러 갔더니 지금은 운영하지 않는 옛 건물이라고 한다.
제대로 조사를 하지 않은 내 잘못이지만 왠지 지도에게 사기당한 기분이 든다.

시장이 문을 닫았으니 비도 내리고 기분이 좋으니 그냥 비싼 밥을 먹기로 했다.

비에 젖어 촉촉해진 골목길을 따라 걸으니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무거운 가방을 메고 이동할 때 내리는 비는 싫어하면서 몸이 자유로울 때 내리는 비는 좋아하는 것을 보니 사람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는 것이 맞나 보다.

즐거운 것도 잠시, 나온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비가 그친다.
제발 저에게 비를 내려 주세요.

빗소리를 들으며 노천 카페에서 밥을 먹으려 했는데 비가 내리지 않으니 비싼 밥을 먹을 이유가 없어졌다.

돈을 아끼라는 하늘의 뜻이라 생각하고 마트에서 먹거리를 사 공원으로 갔다.
오늘 점심은 50% 할인 된 애플파이와 맥주 한 캔이다.

점심을 다 먹고 수돗가에서 손을 씻는데 왠지 내가 정말 초라해진 기분이 든다.
밥 먹을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이런 식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유럽 여행 온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먹는 밥 한끼가 뭐라고 이렇게 궁상을 떨고 있냐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저녁에는 나에게 상을 줘야겠다.

높은 지대로 올라가 포르투를 상징하는 루이스 다리의 사진을 찍어보지만 이미 가라앉은 기분은 다시 즐거워지지 않는다.

숙소로 돌아가기로 하고 길을 걷는데 프링글스 자판기가 보인다.
프링글스만 파는 자판기는 처음 봤는데 세상에는 신기한 것이 참 많다.

저녁을 만들기 위해 주방에 가니 '주방은 그 집의 심장이다.'라는 아주 멋진 글귀가 있었다.
사랑이 담긴 따뜻한 요리로 온 집안에 활력을 불어 넣는 것을 이런 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감수성이 부럽다.

오늘 저녁도 어김없는 토마토 파스타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디저트 와인이 있다.
나를 위로해줄 것을 찾기 위해 와인샵에 들어가 유명한 포트 와인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가격은 25유로(한화 35,000원)이 좀 넘었지만 오늘 같은 날은 확실한 상이 필요하니 주저하지 않고 바로 사버렸다.

포트 와인은 발효 중인 와인에 브랜디를 섞어 만든 와인이라 알코올 함량이 18~20% 정도라 맛있다고 계속 마시면 금방 취해버리니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오늘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취하고 싶다.




어린 마음에 세상이 다 내 것 같았죠
내가 원하는 모든 것들을
노력만 하면 얻게 된다고
간절히 소망하면 이루어진다는
그 말을 난 믿고 있었죠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서
내가 품어야 할 게 희망인지 절망인지 나는 모르겠어요

비도 오지 않는 그런 밤이지만 이유가 있나요
오늘은 오늘 난 실컷 취해나 보겠어요

흐린 기분에 친구에게 편지를 썼죠
내가 원하는 모든 것들이
나에겐 너무 멀리 있다고
간신히 참아왔던 허약한 감정이 또 다시 날 사로잡았죠

의미로 가득했던 인생이
손에 쥔 휴지조각 마냥 성가셔질 때
나는 어린이도 아니오 늙은이도 아니오
누구도 지금 나의 모습을 가벼이 탓할 순 없소

비도 오지 않는 그런 밤이지만 이유가 있나요
오늘은 오늘 난 실컷 취해나 보겠어요
 
난 오늘도 취해나 보겠어요
난 오늘도 취해나 보겠어요

이렇게 이렇게 난
취해나 보겠어요


좋아서 하는 밴드 - 취해나 보겠어요.


같은 방을 쓰는 프랑스 애가 아침을 테라스에서 먹는 것을 좋아한다고 해 같이 테라스로 나갔다.
밖에서 바람을 맞으며 마시는 커피가 참 맛있었다.

숙소를 예약하며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유럽은 인터넷에서 예약하면 가격이 싼 경우가 많아 다음 도시로 떠나기 전에 예약을 하며 다니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는지 내가 마드리드에 도착하는 날부터 방 값이 엄청나게 비싸졌다.
10인 도미토리를 50유로(한화 70,000원)이나 내고 묵을 수는 없는데 큰 일이다.

마드리드에 있는 수십개의 호스텔이 이미 가득 차서 예약 가능한 호스텔은 50유로짜리 하나만 남아 있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숙소가 없는 경우가 가끔 있긴 하지만 스페인의 수도인 마드리드에서 이런 일이 생길 것이라고는 생각도 안 했는데 역시 오래 여행하고 볼 일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여행을 헛으로 한 것이 아니니 방법을 찾아내 숙소 예약을 끝마쳤다.
미리미리 예약을 하면 편할텐데 그 놈의 얽매이기 싫어하는 성격과 귀차니즘이 문제다.

문제인 것을 알면서도 안 고치는 내가 문제다.

오늘은 날씨도 좋으니 전에 봐두었던 시계탑에 올라가기로 했다.

누가 제발 고소공포증 좀 치료해주세요.
높은 계단은 아무리 올라가도 무섭기만 하다.

무섭지만 두려움 너머에는 아름다운 풍경이 기다리고 있다.
사람인 이상 무언가를 하기 전에 두려워 하는 것이 당연하다.
계속 두려워하며 그 자리에 머물지, 한 발자국 더 나아갈지는 오직 자신만이 결정할 수 있다.

나도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여행 후에 어떻게 될지 두려워 했었다.
그런데 여행을 떠나지도 않았으면서 여행을 떠난 후를 두려워 하는 내 모습을 보니 참 웃기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원하고 있으면서 그 여행을 떠나지 말아야할 이유를 찾고 있는 것이 참 아이러니해 뒷 일은 걱정하지 말고 떠나기로 했다.
우리는 항상 걱정에 걱정을 거듭하며 미래를 설계하는데 가끔씩은 일단 저질러 놓고 봐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인데 난 아직까지 단 한 순간도 여행을 떠난 것을 후회한 적이 없다.

이번에는 해리포터의 모티브가 된 렐루서점에 가보기로 했다.

사진 촬영은 평일 오전 9시부터 10시까지만 가능하기에 사진을 찍지는 못했는데 딱히 엄청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차라리 예전에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본 엘 아떼네오 서점이 더 아름다웠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엘 아떼네오 서점이 궁금하시다면

공기가 좋다는 부에노스 아이레스 - http://www.gooddjl.com/207

이야기를 읽어주세요.


탁 트인 광장을 지날 때면 마음도 뻥 뚫리는 기분이 든다.

관광객들을 위한 꼬마 기차도 보인다.
걸으면 살도 빠지고 건강해지고 햇살도 즐길 수 있는데 굳이 꼬마 기차를 탈 필요는 없다.
절대로 돈이 아까워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아, 짜장면 먹고 싶다.

김치찌개도 그립지만 짜장면이 정말 그립다.

트램이 지나다니는 도로는 사람도 건널 수 있는데 철도를 넘나드는 것이 재미있어 일부러 길을 건너며 사진을 찍었다.

다리 위에서 본 풍경이 참 한적하게 보인다.

하지만 발 밑을 보면 다리 밑이 그대로 보인다.
안전하다는 것을 알아도 아래가 보이는 계단이나 다리는 무섭다.

다리를 건너 온 곳은 가이아 지구인데 지도를 봐도 딱히 갈만한 곳은 없어 보인다.

이렇게 높은 곳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언덕으로 이루어진 리스본을 떠나 포르투로 왔는데 포르투에도 언덕이 꽤 많다.

내가 포르투갈을 언덕이 많은 나라라고 기억하는 것처럼 우리나라를 여행하는 외국인들은 산이 참 많다고 기억할 것 같다.

별 것 없어 보이는 가이아 지구에 온 이유는 이 테일러 포트 셀러 때문이다.

아까 말했듯이 포르투는 포트와인으로 유명한 곳이라 여러 포트 셀러들이 있고 그 중에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곳도 꽤 많다.
호스텔 리셉션에 있는 친구에게 추천받은 테일러 포트 셀러로 왔는데 한글로 된 안내서가 있어 반가웠다.

투어를 기다리는 동안 우선 칩 드라이 와인을 한 잔 주는데 맛이 좋아 한 잔 더 마시고 싶어졌지만 우선은  참기로 했다.
알코올이 들어왔다고 간에 기별이 가자마자 반응하는 내 몸이 참 기특하다.

설명은 영어로 이루어지고 약 20명이 함께 움직인다.
한국에서 신혼여행 온 부부도 보였는데 부러워서 일본인인 척 했다.

포트 와인은 포르투갈 내륙에 있는 알토 도루 지방에서 만들어져 포르투로 운송된 뒤 영국으로 수출됐다고 한다.

TV에서만 보던 거대한 오크통들을 실제로 보니 정말 사랑스럽게 생겼다.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오크통의 마개를 뽑고 콸콸 쏟아지는 와인을 받아 마셔보고 싶은 마음을 진정시키느라 힘들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와인 시음시간이다.
앞으로 마실 와인에 대해 설명해주며 두 잔을 주는데 정말 맛있었다.
개인적으로 드라이한 와인을 좋아하는데 달달한 포트와인도 술술 넘어갔다.

술이 들어가니 원래 아름답던 포르투가 더 아름답게 보인다.

정원에는 공작이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애완용 공작이라니 참 신기하고 멋있어 보였다.

한 잔에 100유로(한화 14만원)짜리 올드 와인의 맛이 궁금했지만 아직 여행할 곳이 많이 남았으니 그냥 밖으로 나왔다.

누가 빵 덩어리들을 비둘기 모이로 줬다.
비둘기도 먹고 살기 힘들겠지만 요즘 도시에 보이는 비둘기들은 너무 많이 먹어 탈이다.

인간과 동물이 다른 점 중 하나가 과유불급을 안다는 것일텐데 내 뱃살을 보니 꼭 그런 것 만은 아닌 것 같다.

부러우면 지는 건데 부럽다.

커플이 보기 싫어 눈을 돌렸는데 강에 떠있는 배도 짝을 지어 놀고 있다.

학생들이 연주를 하고 있었는데 참 좋아보였다.
우리나라도 학생 때 입시만 준비하지 말고 다양한 활동을 하며 지낼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그저 쇠로 만들어진 다리일 뿐인데 정말 아름답다.
포르투갈 엽서를 보면 이 다리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데 실제로 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열심히 돌아다녔으니 호스텔로 돌아가 파스타를 해 먹는다.
만약 파스타가 없었다면 난 무엇을 먹으며 여행하고 있었을지 궁금하다.

오래 돌아다녀 피곤하니 아늑한 침대에 누워 잠시 눈을 붙인다.

여행은 놀고 먹고 자고 마시는 것의 연속이다.

창 밖을 보니 해가 지고 있길래 밖으로 나와 다리의 조명이 완전히 켜지기를 기다린다.

드디어 모든 조명에 불이 들어오고 아름다운 포르투의 야경이 펼쳐진다.
그런데 여기도 커플들이 참 많다.

쇠의 차가운 성질과 노란 조명이 정말 잘 어울린다.

남미 지역을 여행할 때는 야경을 볼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유럽에서는 매일 야경을 챙겨보게 된다. 

밤에 돌아다녀도 안전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남미에는 조명을 밝힐 멋진 건축물이 없는 것도 한 몫을 하는 것 같다.

그래도 남미에는 멋있는 자연이 있으니 괜찮다.

전구를 발명한 에디슨 씨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

에디슨 씨도 존경스럽지만 이렇게 멋있는 디자인을 만드는 사람들도 정말 존경스럽다.

세상에는 대단한 사람이 참 많은 것 같다.

와인병을 막는 코르크 마개는 포르투갈에서 전 세계 생산량의 50%정도를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가격이 저렴한 와인에는 일반 음료수 병에 쓰이는 스크류 캡을 쓰는 와인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 때문에 환경단체에서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

코르크 마개를 만드느라 환경이 파괴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크 나무 숲은 이산화탄소를 감소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코르크 마개의 사용량이 줄면 숲을 개발할 것이기에 환경단체에서 걱정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코르크 마개를 만들기 위해서는 오크 나무의 표피를 벗겨내야하는데 이 표피는 계속해서 재생이 되고 표피를 벗겨낸 나무가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정화시킨다고 한다.

와인을 마실 때마다 지구를 살리는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참 좋다.

대단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잘 살고 있는 나를 위해 건배하며 하루를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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