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World Travel/포르투갈-Portugal

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105. 유라시아대륙의 서쪽 끝, 호카 곶. (포르투갈 - 리스본, 신트라)


세비야를 출발해 도착한 곳은 스페인의 바로 옆나라이자 유럽대륙에서 가장 서쪽에 위치한 나라인 포르투갈의 리스본이다.
새벽에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는데 실내에는 의자가 없기에 나도 이 친구들처럼 바닥에 자리를 잡고 잠을 잤다.
바닥에서 자려니 추웠지만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동이 트기 전에는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다.

날이 밝고 지하철이 운행시간이 다가와 숙소로 이동하기로 했다.

스페인의 바로 옆나라이지만 스페인과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다.
약간 음울하면서 정돈되지 않은듯한 느낌이 든다.

호스텔에 들어가며 제발 이른 체크인이 가능하기를 바랐지만 오후 2시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그래도 체크인 전까지 라운지에 있을 수 있다고 해 라운지 쇼파에 누워 잠을 잤는데 많이 피곤했는지 3시간동안 쥐 죽은듯이 잠을 잤다.

보통 잠을 자면 주변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도 모르고 잠드는 편인데 내 몸은 정말 여행에 특화되어 있는 것 같다.

체크인 시간이 되려면 아직도 시간이 남았기에 밖으로 나왔다.
이런 말을 하면 참 무책임하지만 날이 밝으니 포르투갈스러운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구체적으로 말을 하고 싶은데 포르투갈을 보고 떠오른 생각은 포르투갈스럽다이기에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모르겠다.

이런 빈곤한 어휘력의 나를 보니 대장금에서 '저는 제 입에서 고기를 씹을 때, 홍시 맛이 났는데 어찌 홍시라 생각했느냐 하시면 그냥 홍시맛이 나서 홍시라 생각한 것인데'가 떠오른다.

중앙 광장에서 공연을 하고 있었는데 꽤 흥겹다.
구경도 좋지만 어제 저녁부터 굶었기에 식당을 먼저 찾기로 했다.

식당을 찾아 길을 걷는데 타일바닥 보수공사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리스본 거리의 바닥은 작은 돌들로 타일을 깔아 놓았는데 일일이 손으로 정비하고 있었다.
보기에 좋다지만 매번 작은 조각들을 일일이 끼워맞추려면 참 힘들 것 같았다.

배가 많이 고팠기에 뭘 먹어야 배부르게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고민하고 있는데 뷔페가 눈에 들어왔다.
가격은 10유로(한화 14,000원)으로 일반 식당과 비슷한데 맘껏 먹을 수 있으니 고민하지 않고 바로 들어갔다.
얼마 남지 않은 이미지를 관리하기 위해 몇 접시를 먹었는지 말하지 않겠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배가 터질만큼 먹었다.

난 지적인 남자이니 후식으로 에스프레소 한 잔을 즐겨주고 나온다.

배가 부르니 이제야 포르투갈의 전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역시 사람은 배가 부르고 등이 따뜻해야 한다.

에콰도르의 초콜릿 가게가 보여 들어가보니 다크 초콜릿 하나에 8유로(한화 11,200원)이나 한다.
바로 나오면 없어보이니 여유롭게 둘러보며 난 이미 에콰도르에 다녀와서 전혀 관심이 없다는 표정을 지어주며 나왔다.

어떻게 초콜릿이 8유로나 하는지 모르겠다.

호스텔로 돌아오니 체크인 시간이 되어 방으로 올라갔는데 마음에 쏙 드는 방이었다.
천장이 높아 3층 침대를 만들어놨는데 각 층의 높이도 높아 침대에 앉아도 머리가 윗 층에 닿지 않는다.
이불도 깨끗하고 폭신해 순식간에 기분이 좋아졌다.
많은 사람들이 포르투갈의 호스텔은 정말 좋으니 기대해도 좋다고 했었는데 사실이었다.

중앙에 위치한 계단도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났다.
마음에 드는 숙소들은 나중에 따로 포스팅하려고 여러 사진들을 찍어놨는데 귀차니즘과 열악한 인터넷 사정을 핑계로 자꾸만 미루게 된다.
한국에 돌아가면 꼭 정리해서 올려야겠다.

침대도 배정받았으니 즐거운 마음으로 다시 밖으로 나왔다.
스페인의 트램은 최신식이었지만 리스본에는 아직 구식 트램이 운행하고 있었는데 더 정감이 간다.

트램은 다음에 타기로 하고 우선 걸어 내려가는데 경사가 꽤 심하다.
리스본은 7개의 큰 언덕길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보통 한 나라의 수도는 평탄하고 강이 있는 지역에 위치하는데 언덕들로 이루어진 곳에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이 위치하고 있다니 참 신기하다.

언덕 밑으로 내려오니 호시우 광장이 보이는데 제대로 된 리스본 구경은 내일부터 하기로 했다.

아까 사람은 배가 부르고 등이 따뜻해야 한다고 했는데 마지막에 술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빼먹었다.
사실 내가 포르투갈에 온 이유는 바로 이 슈퍼복 맥주 때문이다.
약 5년 전, 한국에 있을 때 우연히 포르투갈의 슈퍼복 맥주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마셔봤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그 맛을 못 잊어 이번 유럽 여행을 계획하면서 무조건 포르투갈을 넣었는데 포르투갈에서 마신 슈퍼복에서 예전의 그 맛이 나지 않았다.
추억이란 미화되기 마련이라지만 기대가 컸었기에 정말 아쉬웠다.
그래도 맥주는 언제나 옳다.

호스텔에서 아침도 제공이 되는데 햄과 치즈가 꽤 맛있었다.
물론 오트밀과 씨리얼은 무한 제공이니 든든하게 먹는다.

호스텔을 나서기 전에 내가 오늘 갈 신트라 지역에 대한 정보를 물어보니 잠시만 기다리라더니 버스시간표를 출력해준다.
어떻게 보면 소소한 것이지만 진심으로 투숙객을 신경써준다는 느낌이 들어 정말 고마웠다.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는 비슷한 부분이 많지만 다른 부분도 있으니 주의해야 하는데 특히 스페인어로 '고마워'는 '그라시아스'이지만 포르투갈어는 '오브리가도'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아리가또'라 말하면 기분이 나쁘듯이 포르투갈에서 '그라시아스'를 쓰는 것은 무례한 일이니 주의해야한다.

이런 말을 하는 나도 포르투갈에서 자꾸 '그라시아스'가 나와 민망했었다.

낡은 노란 트램을 이용하면 유럽스러운 사진을 찍기 참 좋은 것 같다.

유럽이니 유럽스럽다 하는데 뭐가 유럽스럽냐고 물으시면 대답하기 참 곤란하다.

내가 갈 신트라 지역은 리스본 시내에서 기차를 타고 50분 정도 가야해 지도에 표시된 호시우 기차역을 찾는데 잘 안 보인다.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기차역을 찾았는데 일반적인 기차역과는 전혀 다르게 일반 건물처럼 생겼었다.

포르투갈의 지하철, 기차, 트램은 모두 이 종이카드를 이용하는데 장당 1유로(한화 1,400원) 정도를 내야한다.
어제 이용했던 지하철 표의 유효기간이 지났기에 기계를 이용해 기차 요금을 충전하면 바로 기차표로 사용할 수 있다.
신트라 지역을 구경하고 돌아와 다시 지하철 표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역무원에게 가 표를 초기화 시킨 뒤 지하철 요금을 충전해야 한다.

어찌보면 그깟 1유로(한화 1,400원)이지만 이런 돈을 아껴야 맥주를 사 먹을 수 있다.

기차를 타고 신트라에 도착했는데 딱히 신트라역을 표현할 것이 보이지 않아 그냥 역 앞의 사진을 찍는다.

신트라 지역에는 유명한 것이 몇가지 있는데 우선 무어인들의 성으로 가기로 했다.

성의 입구 쪽에는 무덤이 있었는데 무덤을 밟고 올라가 사진을 찍는 누나들이 보였다.
아무리 서양이라지만 죽은 사람의 무덤 위에서 사진을 찍는 모습이 좋게 보이지만은 않았다.

10유로(한화 14,000원)정도 하는 비싼 입장료를 내고 성으로 들어간다.

이 무어인들의 성은 7세기~8세기에 만들어진 것을 19세기에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신트라 지역은 과거 북아프리카에서 온 무어인들의 정착지였기에 무어인들이 지은 성이 남아 있다고 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니 간식으로 역 앞에서 사온 에그타르트를 먹는다.
포르투갈 리스본의 명물은 내일 갈 벨렘지구에서 파는 에그타르트인데 얼마나 맛을 비교해 보기 위해 우선은 평범한 에그타르트를 사왔다.
아무거나 맛있게 잘 먹는 내 입맛에는 이 평범한 에그타르트도 맛있는데 원조 에그타르트는 얼마나 맛있을지 기대된다.

엄청 잘 복원되어 있는 성곽길을 따라 걸으니 중세시대로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서울도 옛 성곽길을 복원해서 시민들에게 개방을 해 나도 갔다왔었지만 역시나 이번에도 날림복원이 문제라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문화재 복원을 맡은 사람들이 역사와 문화보다 돈을 우선시 하는 현실에 쓴 웃음만 나온다.
세상이 상식대로 돌아간다면 참 아름다울텐데 순리를 지키며 사는 것이 그렇게 어렵나 보다.

아름다운 마을을 보는데 착잡한 마음이 든다.

아늘에 떠있는 아름다운 구름을 보면서 착잡한 기분을 털어내야겠다.
지금 느낀 이 감정들을 잊지말고 나부터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할텐데 말로만 떠드는 그저 그런 사람이 될까봐 두렵다.

멀리 보이는 성은 페냐 성인데 동화속에 나오는 궁전처럼 생겼다.
페냐 성도 입장료가 10유로(한화 14,000원)이 넘기에 멀리서 본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 벽에 머리를 부딪혔다.
아파 죽겠지만 보는 눈이 있으니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데 눈물이 나올 정도로 아팠다.

다른 곳으로 가는 버스가 오려면 30분이 넘게 남았길래 카페에서 맥주 한 잔을 시켰다.
우리나라도 카페에서 저렴한 맥주를 팔면 참 좋을텐데 아쉽다.

버스에 자리는 많으니 차례차례 탑시다.

이번에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유럽 대륙의 서쪽 끝 호카 곶이다.

스펠링은 Roca로 되어 있지만 포르투갈어 발음은 호카로 부른다.

인증샷을 찍으려 했는데 단체관광객들이 계속 비키지 않아 사진사 옆에서 남의 인증샷을 같이 찍었다.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 끝에 왔으니 이제 동쪽으로 향하다보면 집에 도착할 수 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기 전까지 유럽사람들은 이 호카 곶이 세상의 끝이라고 생각했었다고 한다.


아르헨티나에도 세상의 끝이라는 우수아이아가 있고, 한국에도 땅 끝 마을이 있는 것을 보니 사람들은 끝이라는 단어를 참 좋아하는 것 같다.
물론 나도 끝이라는 단어를 좋아하는 사람이기에 우수아이아와 한국의 땅 끝 마을을 모두 가봤다.


세상의 끝에 다가가기 위해 52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간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064. 세상의 끝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 http://www.gooddjl.com/208

편을 읽어주세요.


대륙의 서쪽 끝에서 본 대서양은 말 그대로 서쪽에 있는 큰 바다라는 느낌이 물씬 들었다.

절벽을 따라 난 길을 따라 걷다 밑을 바라보니 아찔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죽을 때까지 스카이 다이빙을 하지 않기로 한 내 결심은 참 잘한 선택인 것 같다.

세상의 끝에서 뭔가 심오한 생각을 하는 멋있는 설정사진을 찍어보고 싶었는데 바람이 너무 심해 이도저도 아닌 사진이 찍혔다.
역시 사람은 생긴대로 살아야하나보다.

바다는 뭘 먹고 자랐길래 이렇게 넓고 푸를까.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기차역이 있는 시내로 왔는데 칠레에서 봤던 점보 쇼핑센터가 보인다.
잠시 들어가 살펴봤지만 한국의 마트에 비하면 구경하는 재미가 덜하다.

바로 돌아가기는 아쉬워 바닷가를 따라 펼쳐진 기찻길을 걷는데 한국의 정동진 생각이 난다.
포르투갈까지 가서 정동진 이야기를 하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난 정동진 바다도 충분히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호스텔로 돌아와 방에 들어가니 프랑스에서 공부하다 여행 오신 한국인이 있었다.
항상 그렇듯이 배불리 먹기 위해 재료를 충분히 샀기에 숟가락 하나 정도는 더 얹어도 될 것 같아 저녁을 같이 먹자고 했다.
오늘은 참치 파스타를 만들어 봤는데 걱정했던 비린내도 안 나고 꽤 맛있게 잘 만들어졌다.

밥을 맛있게 먹고 나니 야경 관람시간이 찾아왔다.
유럽은 도시별로 색다른 야경이 펼쳐져 밤에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처음에는 조금 더럽게 보였던 리스본인데 밤에 보니 차분하고 아늑하게 느껴진다.

길을 걷다 문 사이로 보이는 구름이 아름다워 사진을 찍어봤는데 원하는 모습 그대로 사진이 찍혔다.
포토샵을 이용한다면 쉽게 보정이 가능하겠지만 사진 보정까지 해서 올리기에는 포토샵 실력과 시간이 부족하다.

리스본에서 가장 야경이 아름답다는 지역으로 오기 위해 1시간이 넘게 걸어왔는데 조금은 초라한 야경이 펼쳐진다.

아쉬워하며 다른 길을 이용해 호스텔로 돌아가는데 내 마음에 쏙 드는 야경포인트를 발견했다.
덕분에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정리할 수 있었다.



제 여행기가 재미있으셨다면


하트 클릭 한번과 댓글 하나만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