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핫초코 대신 커피를 마셔본다.
향도 좋고 따뜻하고 맛도 좋은데 맥주처럼 당기지는 않는다.
아침을 먹고 뒹굴거리다가 하늘을 보니 딱 내가 좋아하는 하늘이다.
진한 하늘색에 흰 구름이 떠 있는 하늘은 언제봐도 기분이 좋다.
날씨가 좋으니 마실을 나가야한다.
구름이 정말 합성한 것처럼 나온다.
아 구경하기 전에 점심은 먹고 갑시다.
한국인이 세 끼를 제대로 챙겨먹은 것은 근대 이후라고 한다.
순조 때인 1700년 대에는 낮이 길어지는 2월부터 8월까지는 점심을 먹었다는 기록이 있어 그 당시에는 점심이 일시적으로나마 점심이 존재했다고 한다.
점심의 어원은 불가에서 선승들이 수도를 하다 시장기가 돌 때 마음에 점을 찍듯이 간식삼아 음식을 먹는 것이라고 하는데 내 마음에 찍힌 점은 좀 큰 점인가 보다.
보기만 해도 불량함이 느껴지는 불량식품을 하나 사 먹으며 입가심을 한다.
0.7솔(한화 280원)밖에 안 하는데 꽤 맛있는 것을 보니 내 혀도 불량불량한가 보다.
여기서 끝나면 최용민이 아니다.
1솔짜리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 먹었는데 이건 정말 불량불량불량한 맛이 났다.
다시는 사먹고 싶지 않을 정도로 맛이 이상했다.
맥도날드의 상징인 노란색 M자가 없으니 어색하다.
맥도날드는 미국가서 먹어야지.
볼리비아의 수크레에서부터 마사지가 당겼는데 너무 비싸 못 받고 있었다.
그러다 쿠스코에서 받는 마사지가 싸다는 소리를 듣고 참았었다.
거짓말 조금 보태면 쿠스코에서는 마추픽추보다 마사지를 더 기대했었다.
20솔(한화 8,000원)을 내고 받았는데 하나도 시원하지 않고 그냥 문지르기만 하고 끝이 났다.
아, 태국으로 가고싶다.
저녁에 코파카바나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고기를 구워먹으며 술을 마셨다.
피스코는 포도를 증류해 만드는 브랜디의 한 종류인데 페루의 술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칠레에서도 자기나라의 술이라고 주장을 하고 있어 서로 싸우고 있다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왠지 칠레가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머리맡에 있는 창문으로 하늘을 보니 오늘도 아름답다.
오늘은 코카차를 시켰는데 설탕을 타 먹으면 꿀 맛이다.
생각해보니 설탕을 타서 꿀 맛이나는 것 같다.
날씨가 화창하니 기분은 좋은데 한편으로는 마추픽추에서 이런 하늘을 볼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제사장처럼 생긴 동상이 날씨는 하늘의 뜻이니 받아들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우기인데 비가 안 온 것만으로도 좋게 생각해야겠다.
쿠스코는 해발 3,400m에 위치하고 있어 오르막길을 조금만 올라도 숨이 찬다.
높은 곳에 있는 탓에 숙소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들은 헥헥거리며 들어온다.
이건 3.5솔(한화 1,400원)짜리 살치파파 밥이다.
살치차는 소시지를 의미하고 파파는 감자를 의미한다.
돌아오는 길에 1솔짜리 수박도 한 덩이 먹는다.
식당에서 비싼 음식을 먹는 것도 좋지만 여행 중에는 이렇게 소소하게 주워먹는 것이 참 좋다.
내가 묵고 있는 호스텔은 일본인과 한국인에게 유명한 호스텔이라 일본인과 한국인의 비율이 6:4정도 됐었다.
그런데 이 일본애들이 히피에 대한 동경심이 있는지 밤마다 노래를 부르고 새벽에도 피리를 부른다.
오늘은 자기들만의 추억놀이에 빠져 6시간이 넘도록 쉬지않고 통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른다.
애들도 억눌린 삶을 살아온 것처럼 보여 마음이 짠했다.
시간이 남으니 여행기를 쓴다.
여행기가 잘 써지는 날은 막히지 않고 술술 써진다.
코파카바나에서 만났던 성문씨가 라면을 사와 신라면 스프를 조금 넣고 끓였더니 한국 라면 맛이 났다.
장기여행자들 중에는 라면스프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 나도 사서 다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귀찮아서 그냥 맨 몸으로 왔다.
아마 다시 여행을 떠난다고 해도 안 챙길 것 같다.
짐을 바리바리 싸 들고 다니느니 그냥 안 먹는 것이 편하다.
쿠스코에는 티코가 정말 많다.
택시를 타면 다 티코인데 우리나라에서 만든 티코는 다 여기 와 있는 것 같다.
원래 계획은 쿠스코에서 3일 이상 마사지를 받고 떠날 계획이었는데 마사지가 너무 형편없어 그냥 떠나기로 했다.
20시간밖에 안 간다길래 세미까마 등급의 버스를 타려고 했는데 저녁버스는 다 까마라길래 그냥 돈을 조금 더 투자하기로 했다.
버스의 최고봉은 아르헨티나인줄 알았는데 아르헨티나에서 탔던 까마 버스보다 더 좋았다.
의자도 160도까지 젖혀지고 시트도 새거라 돈을 투자한 기분이 제대로 났다.
저녁으로는 고기반찬이 나와서 맛있게 먹었는데 혜성씨가 멀미가 심해 못 먹겠다고 하나를 더 줬다.
다른 사람은 아픈데 나만 맛있게 먹는 것 같아 미안했다.
여기도 역시나 아침은 비스켓을 준다.
이 정도로는 배도 안 차지만 맛있게 먹는다.
길이 구불구불한 것이 멀미가 날 만한데 난 끄떡도 없다.
어릴 때는 정말 여렸었다던데 언제부터 이렇게 강해진걸까.
20시간이면 도착한다던 버스가 23시간이 걸려 페루의 수도 리마에 도착했다.
혜성씨는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바로 공항으로 가는 택시에 오르고 나는 숙소를 찾기위해 리마의 신시가지인 미라플로레스로 왔다.
부자들이 사는 동네라서 그런지 남미의 도시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고 정리가 잘 되어있다.
나보다 앞에 가신 민규형님이 추천해주신 호스텔을 찾아왔는데 태극기가 걸려있다.
주인집 딸래미가 한국을 좋아하고 아주머니도 한국인을 좋아한다고 하신다.
체크인을 하고 침대를 정하러 방으로 들어갔는데 또 인연을 만났다.
저번에 아르헨티나 바릴로체에서 칠레 푸콘으로 넘어가는 길에 나에게 초코렛을 주셨던 분을 만났다.
다시 만날 줄은 생각도 못 했었는데 만나게되니 정말 반갑다.
오늘 밤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귀국하신다길래 그 때 못했던 감사인사를 하기위해 배웅을 나갔다.
바릴로체에서 초콜릿을 받은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은
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067. 지옥의 푸콘 화산 트레킹. - http://gooddjl.com/214 를 읽어보세요.
오늘 저녁도 역시 파스타다.
맥주 한 병과 같이 먹었더니 배가 터질 것 같아 움직이기가 힘들었다.
소식해야하는데 마트에서 파는 스파게티면의 최소 단위가 200g이라 남기자니 애매해서 무식하게 다 먹다보니 배가 터질 것 같다.
아침은 마트에서 사온 빵, 치즈, 햄으로 때운다.
프랑스에 가면 빵이 그렇게 맛있다던데 벌써부터 기대된다.
부자동네라서 이쁜 카페들도 많고 정말 깨끗하다.
날이 더워져 이제 당분간은 운동화를 신을 일이 없을 것 같아 운동화를 빨기로 했다.
호스텔에서 속옷류를 제외한 빨래를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기에 빨래방을 찾아갔더니 60솔(한화 24,000원)을 내라고 한다.
어이가 없어 몇 번을 확인했는데 60솔이 맞길래 호스텔로 돌아와 주인인 클라라 아줌마에게 물어보니 그냥 옥상에서 빨아도 된다고 한다.
신발도 빨았으니 기분 좋게 시내 구경을 나가기로 했다.
40분 정도 버스를 타고 가는데 1.5솔(한화 600원)밖에 안 한다.
센트로 지역으로 들어오니 미라플로레스 지역과는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다.
너무 더워 제대로 된 구경을 하기도 전에 지칠까봐 슬러쉬 하나를 사 먹는다.
쿠스코는 시원해서 좋았는데 리마는 너무 덥다.
센트로에 나오니 확실히 남미의 분위기가 난다.
남미의 분위기가 나는 것은 좋은데 센트로 지역은 위험해 여행자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미라플로레스 지역에 숙소를 잡는다.
성당에 들어가려니 입장료가 있어 그냥 겉만 보고 지나간다.
성당 바로 옆이 대통령 궁인데 여긴 돈을 내도 못 들어가니 그냥 지나간다.
센트로에는 차이나타운도 있어서 구경을 갔는데 딱히 볼 거리도 없었다.
칠레의 산티아고에서도 느꼈던 심심함을 리마에서도 느낀다.
남미의 수도는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가 최고인 것 같다.
날도 더우니 보양식을 먹어야겠다.
소 심장 꼬치구이를 한 접시 시켜 먹는다.
치차라고 불리는 음료를 한 잔 사 마신다.
음료수를 홀짝이며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누군가가 치고 지나갔다.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그냥 지나가는데 정말 얄미웠다.
이렇게 세밀한 조각들은 어떻게 만드는지 정말 신기하다.
아무리 설계도를 그렸다고 해도 손으로 일일이 다 깎아만드려면 엄청 힘들었을텐데 대단하다.
가뜩이나 볼거리가 없는 센트로인데 날씨까지 더워 구경할 기분이 안 든다.
어서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부자동네에는 제대로 된 테니스 코트도 있다.
돈이 있으면 편리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것은 분명한데 아직까지는 돈이 전부는 아니라 믿는다.
날이 덥다고 찬 음식을 계속 먹었더니 배탈이 났다.
집까지 못 갈 것 같아 마트에 들어가 일을 본다.
시장이 음식을 주워먹기에는 편하지만 이런 시설은 마트가 더 편하다.
리마는 해안가를 끼고 있는 페루의 수도이다.
미라플로레스 지역의 고층건물과 해변가를 보니 부산의 해운대가 떠오른다.
조깅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센트로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미라플로레스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부자거나 해외에서 파견 나온 사람들이라고 하는데 이런 곳으로 파견을 나오면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다.
이 곳이 페루에서 가장 유명한 조형물이 있는 사랑의 공원이다.
키스대회에서 우승한 커플이 취한 자세를 조각해놓았다는데 키스대회도 있고 참 별 대회가 다 있다.
해괴망측한데 부럽다.
땅 값이 비싸서인지 밥 값도 비싸다.
그나마 저렴한 식당을 찾다보니 쇼핑몰의 푸드코트까지 왔다.
밥을 먹고 버스시간을 확인하려고 지갑을 열었는데 버스표가 보이지 않는다.
허겁지겁 호스텔로 돌아와 쓰레기통을 뒤져보니 다른 쓰레기들과 함께 버스표가 버려져있었다.
오전에 쓰레기통이 꽉 찼는데도 안 비운다고 투덜거렸었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남미에서는 왜 이렇게 정신을 놓고 사는지 모르겠다.
오늘 저녁도 스파게티다.
아무도 없다면 그냥 냄비채로 먹었을테지만 호스텔에서는 보는 눈이 많으니 지성인처럼 접시에 담아 먹는다.
내가 음식을 먹을 때마다 사진을 찍는 모습이 신기했는지 여자애 하나가 왜 매일 찍냐고 물어본다.
바로 이 여행기를 읽는 여러분을 위해 찍는다고 설명했으니 재미있게 봐주세요.
미라플로레스에서 센트로까지 나가는 길은 위험하니 무조건 택시를 타야한다고 한다.
괜히 돈 몇 푼 아끼려다 큰 일이 날 수도 있으니 택시를 타고 터미널 바로 앞까지 와 버스를 탄다.
산티아고처럼 심심했지만 여러 인연을 만난 리마를 뒤로하고 이제 다시 떠난다.
재미있게 보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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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항상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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