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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Travel/페루-Peru

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074. 가난한 여행자가 마추픽추에 오르는 방법. (페루 - 마추픽추)



아침으로 싸구려 빵이 나오는 것은 다른 호스텔과 같은데 음료를 선택할 수가 있었다.
핫초코와 커피 중에 고르라길래 당연히 핫초코를 골랐는데 너무 밍밍해 설탕을 타 먹으니 먹을만 했다. 

오랜만에 물갈이를 시작했다.
오래 여행하면서 자신 있어진 몇가지 중 한가지가 견디기이니 그냥 담담하게 받아 들이고 견딘다.

어제 투어를 예약한 여행사에서 7시 30분까지 오라고 했지만 여기는 남미기에 느긋하게 7시 40분쯤에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런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탑승차량은 7시 50분이 넘어서 도착했다.
역시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주는 남미다. 

1시간이 넘게 사람들을 태우고 신나게 달리던 차의 속도가 갑자기 줄어든다.
혹시 무슨 일이 생겼나 창문을 보니 트럭이 뒤집어져 있었는데 부디 사람은 무사했기를 바란다. 

중간에 잠시 휴게소에 들러 쉬고 있는데 개와 고양이가 싸운다.
고양이가 계속 깐죽거리다가 한 대 맞고 차 밑으로 숨으며 싸움이 끝났는데 체급차이가 너무 컸다.

여기가 말로만 듣던 그 안데스 산맥인데 무시무시하다.
운전기사 아저씨가 곡예운전을 할 때마다 우리들은 탄성을 지르며 기도를 한다.  

과연 이 곳에서 메는 안전벨트가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처음에는 제발 무사히 갈 수 있게 해달라며 빌었지만 그냥 기사 아저씨를 믿기로하고 잠을 잤다.
집에서 기사 아저씨를 기다리는 가족들을 생각해서 안전운전을 할 것이라 믿었다.

믿으면 복이 아니라 밥이 나옵니다.
마추픽추는 개별적으로도 갈 수 있고 투어상품을 이용할 수도 있는데 따져보니 투어상품이 더 저렴하고 편리해 여행사를 이용했다.
여행사를 이용하면 교통, 식사, 숙소, 입장료 등을 다 포함해 75달러(한화 80,000원)이면 마추픽추를 1박 2일 코스로 다녀올 수 있다. 

페루에서는 코카콜라나 펩시콜라보다 잉카콜라가 유명하다길래 엄청 기대하며 잉카콜라를 주문했다.
맛은 콜라가 주는 청량함은 적고 엄청 달아 불량식품같은 맛이 났다.
싸구려 탄산 음료처럼 탄산은 적고 달기만 해 나와는 전혀 맞지 않는 맛이 났다. 
알로누나님께서 잉카콜라의 맛을 자세히 설명해달라고 했는데 미각이 싸구려라 이 정도밖에 표현을 못 하겠네요.
죄송합니다. 

내가 여행사를 통해 신청한 투어상품은 마추픽추를 가장 저렴하게 가는 상품이다.
쿠스코에서 밴을 이용해 이드로 일렉트리까라는 마을로 간 뒤 계속 걸어가는 참 간단한 상품으로 돈은 없고 믿을 것은 두 다리만 있는 나같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방법이다.

다음 마을에서 가이드와 만나기로 하고 걸어간다.
걷다보면 언젠가는 도착하겠지. 

나무에 매달린 바나나는 많이 봤는데 바나나 꽃은 처음봤다.
열매는 꽃이 져야 맺어지는 결실이니 꽃이 진다고 아쉬워하지 맙시다. 

차에서 내 앞자리에 앉은 칠레 애들과 친구를 먹고 같이 올라가기로 했다.
칠레에서 여행을 왔다고 하는데 둘다 운동을 좋아해 왼쪽의 조지아는 테니스 선수이고 오른쪽의 아이다는 육상 선수라고 한다.
짧은 영어와 스페인어를 이용해 열심히 대화를 하며 걸어간다.

아. 참 이쁘다.
나비가 참 이쁘다구요. 

부자들의 이동수단인 기차가 지나간다.
마추픽추로 올라가는 기차는 페루, 칠레, 영국 정부가 지분을 가지고 있는데 고작 2시간 정도를 가는 비용으로 왕복 120달러 정도를 내야한다.
때문에 가난한 배낭여행자들은 차를 타고 마추픽추와 최대한 가까운 마을인 이드로 일렉트리카로 가서 걸어가는 방법을 택한다. 

내가 쿠스코에 도착했을 때, 비가 많이 와 산사태가 일어나 차가 지나다니는 길이 막혀 기차를 타야한다는 소문이 돌았었다.
마추픽추에 200달러가 넘는 돈을 투자하고 싶지는 않아 어떻게 할지 고민했었는데 여행사들에 알아보니 다행히 길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하마터면 페루에 와서 마추픽추를 무시하고 지나치는 멋진 여행자가 될뻔 했다. 

3시간 30분 정도 기찻길을 따라 걸어가면 목적지인 아구아스 깔리엔테에 도착한다.
마을 중앙 광장에서 가이드를 만나 숙소를 배정받고 저녁식사 전까지 자유시간을 가진다.

아구아스 깔리엔테는 신비의 공중 도시인 마추픽추의 바로 밑에 있는 마을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화려하다.
수 많은 레스토랑들이 형형색색의 빛으로 여행자들을 반기고 있고 시끌벅적한 분위기는 휴양지 마을 같은 분위기가 드는데 전 세계에서 마추픽추를 보러 오는 여행자들이 모이는 곳이니 이런 분위기가 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여행 상품에 포함된 식사기에 별로 기대하지 않았었는데 수프도 나오고 꽤 맛있었다.
숙소도 3인 1실을 줬는데 와이파이도 잘 터지고 꽤 깨끗한 것을 보니 정직한 여행사를 잘 고른 것 같다. 

밥을 다 먹으니 가이드가 내일의 일정에 대해 설명해주는데 나를 제외한 다른 모든 사람은 칠레사람이라 스페인어로만 설명을 한다.
처음에는 대충 눈치로 알아들었는데 설명이 너무 길어져 그냥 대충 듣고 나중에 다시 물어보니 영어로 알려줬다.

아침 4시 30분에 일어나 식당으로 가니 간단한 빵이 준비되어 있었다.
오늘도 하루종일 걸어야하니 든든하게 먹어야한다. 

아직 해가 뜨려면 멀었지만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새벽 5시가 되기 전에 마추픽추를 향해 출발하기 시작한다. 

마추픽추로 올라가는 길도 2가지 길이 있다.
10달러 정도 하는 버스를 타고 마추픽추 입구까지 편하게 올라가는 길과 1시간 반 정도 걸어서 올라가는 길이 있다.
난 당연히 걸어간다. 

처음에는 손전등을 들고 길을 걸었는데 어느새 해가 뜨고 구름이 보인다.
땀을 흠뻑 흘리며 마추픽추를 향하다 보니 이런 높이에 도시를 지은 잉카제국이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1시간 30분 정도 걸으니 드디어 마추픽추 입구가 보인다.
인원 점검을 한 뒤, 가이드를 따라 입장을 한다. 

입구를 통해 들어가니 TV에서나 보던 마추픽추가 내 눈 앞에 보인다. 
유명하기로는 우유니 소금사막보다 더 유명한 그 곳에 왔다.
내가 남미로 간다고 하자 우리 아부지께서 마추픽추도 올라가냐고 물어봤던 그 마추픽추다. 

이번 여행상품에는 마추픽추를 설명해주는 가이드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약 20여 명의 여행자들 중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칠레 사람들이라 스페인어를 쓸 줄 아니 나를 다른 가이드에게 소개시켜준다고 해 알았다고 했는데 오늘따라 영어 가이드가 한 명도 안 보인다고 한다.
결국 스페인어로 설명을 해준 뒤 나에게만 다시 영어로 설명을 해준다고 한다. 

마추픽추를 관리하시는 분들이 아침부터 돌과 돌 사이에 낀 이끼들을 제거하고 있었다.
마추픽추가 무너져버린다면 엄청난 손실일테니 유지 보수를 꾸준히 해줘야할 것 같은데 기계의 힘을 빌릴 수가 없으니 엄청 힘들 것 같다.

마추픽추는 잉카문명이 멸망하고 오랫동안 발견되지 않고 있다가 1911년에 미국의 고고학자인 하이람 빙엄에 의해 발견됐다고 알려져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그보다 전에 독일의 모험가인 베른스가 1860년대 말에 이미 마추픽추를 발굴하고 수익금의 일부를 페루 정부에게 제공했다는 설도 있다고 한다.

게다가 마추픽추에서 나온 유물들에 탄소동위원소측정을 해보니 잉카제국이 건설되기 6백년 전인 800년대로 측정되는 유물들이 나왔다고 한다.
또한 마추픽추의 특징은 천체의 위치에 따라 건설이 되었다는 것인데 이 천체의 위치를 단서로 건설시기를 조사하면 기원전 4천년에서 기원전 2천년전 사이라고 한다.
이런 이유들로 예전에 지어져있던 유적지에 잉카문명이 스페인을 피해 다시 재건을 했다고 주장을 하는 학자들도 있다고 한다.

정말 마추픽추는 건설부터 발굴까지 모든 것이 미스테리 투성인 것 같다.

이 두개의 창문은 우리나라로 치면 동지와 하지를 알려주는 창문이라고 한다.
태양이 오른쪽 있는 창문으로 빛을 보내면 일년이 시작되며 왼쪽에 있는 창문으로 태양이 들어오는 날이 일년의 반이 지나간 날이라고 한다.
그 뒤 다시 태양이 오른쪽에 있는 창문으로 들어오면 1년이 된다고 하는데 정말 신기하다. 

저 곳은 잉카 왕의 화장실이라고 하는데 마추픽추에 화장실이 달린 방은 이 곳 하나뿐이라고 한다.
마추픽추는 신성한 지역이기에 화장실이 없고 모두 마추픽추 지역 밖에서 해결했었다고 한다. 

이 곳은 학생들이 지내던 구역이라고 하는데 마추픽추에 들어올 수 있었던 사람은 사제와 학자, 학생 등 중요한 계층의 사람들뿐이라고 한다.

마추픽추는 해발 2,400m에 존재하기에 농사를 지을 땅이 부족해 계단식 밭을 만들어 옥수수를 재배했었다고 한다.
약 1,000여 명이 자급자족을 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 신기할 뿐이다.

이 곳은 콘도르 신전으로 땅에 뉘여져 있는 돌은 콘도르의 머리를 상징하고 뒤에 있는 거대한 바위 두개는 날개를 나타낸다고 한다.
부리 부분에는 제물로 바친 동물의 피가 고일 수 있게끔 만들어져 있고 날개를 상징하는 바위의 밑에는 독수리의 위장이 있어 제물들의 뼈가 나왔다고 한다.

이 곳이 채석장 구역이라고 하는데 큰 돌을 이 곳에서 깎아서 옮겼다고 한다.
이런 돌들을 깎아 만드려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 곳은 세 개의 창문을 가진 신전이라고 한다.
잉카인들에게 3이라는 숫자는 아주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3개의 세상, 과거와 현재, 미래를 나타내는 등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정말 정교하게 깎아서 쌓아놨다.
위로 올라갈수록 폭이 좁아지는 사다리꼴 모양으로 건설을 했기에 오랜시간동안 무너지지 않고 견고하게 견디고 있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 돌은 해시계인데 춘분과 추분에는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 위치에 만들어져 있다고 한다.

왼쪽에 보이는 봉우리가 와이나픽추다.
우리가 마추픽추라 부르는 이름은 유적지를 일컫는 말이 아닌 유적지 뒤에 있는 봉우리의 이름이고 원주민어로 오래된 봉우리를 의미한다.
와이나픽추는 젊은 봉우리라는 뜻으로 높이 올라가 마추픽추를 볼 수 있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하루에 400명만 입장을 할 수 있다.
내가 갔을 때는 우기인 비수기라 와이나픽추 입장권을 구하기는 쉬웠지만 건기인 성수기에는 몇 주 전부터 표를 예매해야한다고 한다. 
표를 구하긴 쉽지만 딱히 올라가도 별로라는 평이 많기에 나는 안 올라가기로 했는데 아구아스 깔리엔테에서 마추픽추까지 1시간 30분 동안 걸어온 뒤 저 곳을 또 올라갔으면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

집이 좀 좁아 보이는데 어떻게 살았을지 그 당시의 모습이 궁금하다.

1시간 30분 정도 가이드 투어가 끝나고 자유시간이 찾아왔다.
유적지보다는 자연풍경을 더 좋아하기에 남미에서 가장 기대했던 것은 우유니 소금사막이고 마추픽추는 별로 기대하지 않았었다.
성향이 그래서 그런지 마추픽추를 보고도 크게 감탄하기 보다는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소소하게 재미를 느꼈었다.
아마 가이드의 설명이 없었다면 엄청 지루했을 것 같은데 역시 유적지는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이 맞다.

앙코르와트나 마추픽추에 가실 분은 무조건 가이드를 고용하시거나 공부를 하고 가시길 추천드립니다. 

망지기의 집에 올라가 마추픽추하면 떠오르는 그 구도에서 사진을 찍는다.  

마추픽추 다 내꺼.

왜 입꼬리가 이렇게 올라갔을까.
어차피 내 여행기 보는 사람들은 내 얼굴이 어떤지 아니까 검열같은 건 없이 그냥 올립니다.
잘 생기지 않은 건 저도 알아요. 

그래서 가장 무난한 뒷 모습 설정샷도 찍는다.
동네 뒷산의 경치가 마음에 든 산악인의 모습을 담아봤다. 

이 야마들을 원래부터 살던 야마들인지 풀어다 놓은 것인지 궁금하다. 

마추픽추 구경을 끝내고 아구아스 깔리엔테를 거치지 않고 이드로 일렉트리카로 돌아가기에 어제 저녁에 샌드위치를 사 놨었다.
하지만 마추픽추 안에는 음식물 반입 금지기에 입구에 맡겨놨다가 내려오기 전에 먹었는데 맛은 있지만 양이 좀 부족하다. 

화장실 이용료는 1솔(한화 400원)인데 화장실에 돈을 내는 것이 가장 아깝기에 그냥 참고 나중에 산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소변을 자주 보지 않는 방광을 가지고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힘들게 올라왔던 길을 콧노래를 부르며 내려간다.
힘겹게 올라오는 사람들에게 웃으며 인사를 하는데 얼마나 더 가야하냐고 물어오면 조금만 더 가면 되니 힘을 내라고 말을 해준다.

내려오는 길인데도 땀이 나서 세수를 한다.
산 속에서 만나는 개울물이 정말 반갑다. 

지금 남미는 우기라 물살이 엄청나다.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을 건기에 볼 수는 없으니 많은 여행자들이 우기에 남미로 여행을 오는데 우유니 소금사막을 제외하면 건기에 여행하는 것이 더 편하고 아름다울 것 같다. 
물론 성수기라 더 비쌀테니 난 우기에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부자들의 운송수단인 버스도 지나간다.
서민은 그저 걷는다. 

걷고 또 걷는다.
음악을 들으며 내 페이스대로 걸으니 어제보다 더 빠른 속도로 걸어간다. 

사람들의 심리는 참 재미있다.
누군가가 안전벨트를 메기 시작하면 그제서야 따라 멘다. 
그런데 과연 안전벨트를 멘다고 해서 안데스 산맥에서 사고가 났을 때 살아날 수 있을지 궁금하다.
하지만 1%라도 확률을 높여야하니 다 같이 안전벨트를 멘다. 

저처럼 마추픽추를 걸어서 가실 분들에게 팁을 드리자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올 때와 달리 먼저 내려온 순서대로 차를 타고 차가 다 차면 출발하는 방식이라 얼마 기다리지 않고 출발할 수 있으니 적당한 시간에 내려오는 것을 추천합니다.
어중간한 시간에 내려오면 마지막까지 기다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예상보다 이른 시간에 쿠스코에 도착해 배를 채우러 쿠스코의 거리를 돌아다닌다.
빠빠르예나는 언제 먹어도 맛있다. 

1솔(한화 400원)짜리 꼬치 와플도 하나 먹는다.

마무리로 신기하게 생긴 길거리 음료수를 하나 마셨는데 여러가지 시럽과 코카잎을 달인 차인데 꽤 맛있었다.
따뜻해서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돈을 아낀다고 힘들게 고생했으니 푹 쉬어야겠다.
수고했다. 내 사랑스러운 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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