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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Travel/칠레-Chile

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068. 깨끗하지만 정말 심심한 산티아고.



어제 푸콘화산에 올라가서 먹으려던 햄과 치즈를 이용해 아침을 때웠다.

칠레사람들은 단단한 아보카도를 좋아하는지 아직 덜 익은 아보카도만 팔길래 포크로 으깼다.

그래도 아보카도는 맛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밥을 먹고 시간이 남아 어제 이용했던 트래킹 회사에 가 선크림을 찾아봤지만 보이지 않는다.

딱 하루 바른 선크림인데 아쉽지만 그냥 포기하기로 하고 산티아고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탄다.

이 천도복숭아도 화산에서 먹으려고 산 과일인데 트래킹 도중에는 힘이 들어 음식을 먹을 생각이 하나도 안 들었었다.

버스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먹으니 꿀맛이다.

배가 고파 밥을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주라는 밥은 안 주고 메뉴판을 준다.

저가 버스라 그런지 기대했던 밥을 안 주기에 마음이 상했다.

게다가 밥은 기본 2,900페소(한화 5,800원)으로 너무 비싸 먹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경험삼아 한번 먹어보기로 했다.

내가 시킨 음식은 뽀요 몽골리아노인데 밥을 시킨지 3시간이 지난 오후 3시가 넘어서 밥이 나온다.

게다가 양도 적으니 자꾸만 본전 생각이 난다.

이 돈이면 그냥 휴게소에서 샌드위치를 2개 사서 배부르게 먹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는 절대로 칠레 버스에서 밥을 안 사먹어야지,

설상가상으로 앞에 앉은 사람이 의자를 최대한 뒤로 눕힌다.

다리가 꽉 끼는 상태라 눈치를 줬지만 신경도 안 쓴다.

어차피 자신의 자리이니 내가 뭐라할 수가 없고 여기는 남미이니 그냥 넘어갔다.

밥은 없지만 중간에 과자와 주스를 주는데 앞에 앉은 사람 때문에 도저히 먹을 수 없어 말을 하니 의자를 앞으로 당겨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내가 다 먹으니 다시 의자를 뒤로 하는데 혹시 허리가 부러졌냐고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정말 얄미웠다.

11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칠레의 수도인 산티아고에 도착했다.

거리도 깨끗하고 하늘도 화창하니 기분이 좋다.

숙소로 가기위해 지하철을 타러갔는데 지하철 바퀴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아마 남미에 와서 가장 큰 문화 충격을 받은 날인 것 같다.

바퀴를 잘 보면 타이어로 되어 있고 선로 안을 달리며 선로를 이탈하지 않게 쇠로 된 바퀴가 달려있다.

분명히 선로를 이렇게 이용하는 이유가 있을텐데 정말 신기하다.

푸콘에서 만난 분이 산티아고의 숙소를 추천해줬기에 그 곳을 찾아갔다.

아르마스 공원 앞에 있다길래 주소도 알아보지 않고 왔는데 숙소가 안 보여 한참을 찾고 보니 아파트로 이용되는 건물의 6층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런데 도미토리에 남은 침대가 없다고 해 다른 숙소로 가려는데 한국사람이 빈 자리가 있다고 알려줘 짐을 풀 수 있었다.

호스텔이 도심 한 가운데에 있는 빌딩일 것이라고는 상상을 못했는데 창 밖으로 보이는 야경이 정말 아름다웠다.

배가 고파 가장 저렴한 음식인 핫도그인 빤쵸를 사다가 아까 만난 민경씨와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숙소에서 제공해주는 아침이 꽤 잘 나온다.

햄과 치즈, 버터, 잼, 요거트가 나오는데 빵은 딱 2조각만 준다.

고작 빵 2쪽을 누구 코에 붙이라는 건지 모르겠어서 사람들이 없는 틈을 타 2조각만 더 달라니 더 준다.

솔직히 말하자면 4조각도 부족하다.

호스텔이 6층이다 보니 엘리베이터가 있는데 특이하게 엘리베이터를 운행하시는 할아버지가 계신다.

처음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팁을 줘야하는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했었는데 아무도 안 내길래 나도 안 냈다.

만약 팁을 줘야했다면 그냥 걸어다녔을텐데 다행이다.

산티아고의 첫인상을 말하자면 깨끗하게 정돈 된 부에노스 아이레스처럼 느껴졌다.

아르헨티나처럼 스페인의 영향이 많이 남아 있지만 부에노스 아이레스와는 다르게 깔끔한 느낌이었다.

이 곳도 신호등에 초록불로 변할 때까지 남은 시간이 나온다.

보고 있으면 편하기도 하지만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난 지하철 매니아이기에 지하철을 타고 산티아고 나들이를 가기로 했다.

산티아고의 지하철은 시간대별로 요금이 다른데 아침 일찍이 가장 싸고, 출 퇴근 시간이 가장 비싸다.

하지만 비싸다고 해봤자 크게 차이는 안 나고 20페소(한화 40원)정도씩만 차이가 난다.

지하철을 타고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볼리비아 대사관이다.

대한민국은 웬만한 나라들과는 비자협정이 잘 맺어져 있어 비자가 없어도 여행할 수 있는 나라가 꽤 많다.

남미의 모든 나라는 무비자로 입국이 가능한데 오직 볼리비아만 비자가 필요하다.

비자를 받으려다가 한국인이 보여 말을 걸었는데 부부가 여행하고 계시고 이미 볼리비아 비자를 받았었는데 산티아고에서 배낭을 도둑맞아 여권을 재발급 받았다고 하신다.
공원에서 낮잠을 자다가 도둑에게 털렸다고 하는데 편히 쉬려고 가는 공원에서도 편히 쉬질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볼리비아 비자를 발급 받을 때는 황열병 예방접종 증명서와 몇가지 서류만 잘 챙겨가면 바로 비자를 발급 해준다.
대사관 비자를 정 가운데에 이쁘게 찍어주고 글씨도 꼼꼼하게 써주셔서 기분이 정말 좋았다. 

돌아가는 길에 다리를 건너다가 건물 앞에 배치된 벤치가 귀여워 사진을 찍었다.
도시가 깔끔하니 이런 아기자기한 것들도 많은 것 같다. 

길을 가는데 태권도복을 입고 있는 애들이 있었다.
난 1단인데 흰 띠를 멘 여학생이 나보다 발차기를 더 잘할 것 같다.

또다시 지하철을 타러 갔는데 광고회사가 많이 본 회사다.
한국과 호주의 옥외광고판에서 엄청 많이 봤었는데 알아보니 세계적인 프랑스 옥외광고 회사라고 한다.
한국에 있을 때는 별 관심이 없던 브랜드들을 외국에서도 보게 되면 어디선가 본 것 같아 알아보는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들이 엄청 많은 것 같다.

다음 여행지로 떠날 버스표를 끊으러 갔는데 친절한 매표소 아줌마가 엄청 자세히 설명해 주신다.
꼭 미리 와야하고 버스터미널의 위치는 표를 끊은 곳과 다르니 주의하라고 몇번이나 말해주신다.
여행을 하며 만나는 이런 사소한 친절이 기분을 좋게 만들어 준다. 

난 정말로 소시지가 싫은데 칠레도 아르헨티나와 마찬가지로 빤쵸가 제일 싼 음식이니 어쩔 수 없이 먹는다.
그래도 산티아고의 빤쵸는 속에 아보카도나 몇가지 채소가 들어있어 먹을만하다.
가격도 저렴해 1,500페소(한화 3,000원)이면 빤쵸 2개와 음료수 1잔을 마실 수 있어 한 끼를 때우기엔 충분하다.

숙소에 처음 도착했을 때 화장실 표시를 보고 잠깐 주저했었다.
분명 이 곳이 남자화장실이 맞겠지. 

물을 사러 마트에 가는데 성당에 은은하게 불이 켜진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이렇게 길을 걷다가 우연히 마주치는 풍경을 놓칠 수도 있기에 어디를 가든 항상 카메라를 메고 다니는데 남미는 강도들을 만날까봐 무섭지만 그래도 그냥 메고 다닌다.

저녁으로 파스타를 해먹으려고 했더니 민경씨가 라면을 가지고 있다며 같이 끓여 먹자고 하신다.
공짜 음식은 언제나 거절하지 않는다. 

왜 꼭 식빵 2쪽을 딱 덜어서 접시에 담아 주시나요. 

난 그냥 버터만 있어도 되니 그냥 빵을 자유롭게 먹을 수 있게 해주세요.

산티아고에는 별로 관심도 없었고 푸콘에서 화산 트래킹을 한 뒤라 몸에 휴식을 주려고 주로 숙소에 있으면서 낮잠을 잤었다.
그래도 오늘은 시내구경을 제대로 해보기로 하고 산티아고 시티투어 지도를 입수해 그대로 따라가보기로 했다. 

처음에 표시된 박물관에 들어가니 입장료가 있길래 그냥 지나치기로 했다.
여행을 하다보면 박물관을 많이 만나는데 입장료도 신경이 쓰이지만 내용이 부실한 곳이 많아 관심이 있던 주제가 아니면 선뜻 들어가기가 무섭다.

시내 중심 광장인 아르마스 광장 주변에는 공사가 한창이다.
그 덕분에 두 번째 포인트인 국회도 그냥 지나친다. 

근위병들이 말을 타고 다니는데 멋있기는 하지만 만약 말이 길에 똥을 싸면 어떻게 처리할지가 더 궁금하다. 

지도에 표시된 길을 따라 걸으니 전시관이 나온다.
전시관으로 들어가는 길도 이쁘고 건물도 디자인을 아름답게 해놨길래 들어가봤는데 안은 비어있길래 그냥 나왔다. 

남미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인 칠레기에 핸드폰도 4G가 된다.
여행 온다고 나도 못 써본 4G를 쓰다니 부럽다.
내가 한국에 돌아가서 어떤 핸드폰을 쓰게 될지 나도 궁금하다. 

산티아고에는 유독 구두를 닦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나도 구두가 있다면 한번 시도해볼텐데 가진 것이라고는 운동화와 샌들뿐이다. 

이번에 도착한 곳은 산티아고의 증권거래소 골목이다.
칠레의 월 스트리트라는데 많이 부실하긴 했다.
위압감이 있어 보이게 사진을 찍어봤는데 나중에 진짜 월 스트리트에 가면 어떤 기분이 들까.

칠레의 월 스트리트에는 벤츠나 BMW 대신 현대의 소나타가 있다.

이번에는 오페라 하우스가 나왔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예술의 전당인 것 같다.
그런데 별 감흥도 없고 재미도 없다.
이 시티투어를 계속해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우선 산티아고에서 그나마 유명한 산타 루치아 언덕을 올라가기로 했다.

참 대단하십니다.
다행히 한글은 없었다. 

전망대까지 올라갔는데 별로 볼 것도 없다,
아쉬워서 낮잠이라도 자고 싶은데 어제 볼리비아 대사관에서 만난 분들 때문에 무서워서 낮잠도 못 자겠다. 

그냥 앉아서 음악을 듣다가 밑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 왔더니 길이 막혀있다.
다시 올라가기가 귀찮아서 담을 넘어볼까 생각을 잠시 했었는데 너무 높아 그냥 돌아가기로 했다.
장애물이 있을 때 넘어가는 것도 좋지만 너무 높다면 돌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잘 사는 나라라 그런지 고층 건물들도 많다.
더 이상의 시티투어는 의미 없을 것 같아 집으로 돌아가 낮잠을 자기로 했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중앙시장에 가봤는데 중앙시장도 별로 크지가 않다.
그냥 생과일 주스나 한 잔 마시고 나온다. 

시장에서 나오기 전에 체리를 파는 곳을 찾았다.
산티아고의 체리가 그렇게 싸다길래 찾아보니 1kg에 1,200페소(한화 2,400원)이다.
한 300g만 먹어보려 했는데 500g만 판다길래 500g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간다. 

이 곳이 아르마스 광장에 있는 핫도그 거리인데 모든 상점이 다 핫도그를 판다.
가격도 대부분 2개에 탄산음료를 포함해 1,500페소인데 정말 먹을만 하다. 

방으로 돌아와 여행기를 쓰려고 사진을 업로드하는데 속도가 너무 느리다.
결국 업로드를 걸어 놓고 그냥 낮잠을 잤다.
일주일에 두 편씩 올려 실제 여행과 여행기의 시간차를 1달 정도로 조절하는 것이 목표인데 언제 그렇게 될지 모르겠다.

물가가 비싼 칠레지만 핫도그만 먹을 수는 없기에 오늘도 만만한 스파게티를 해먹는다.
토마토 소스만 비벼먹기에는 내 위장에게 미안해 빵에 발라먹는 고기를 사서 얹어봤는데 정말 비린맛이 심했다.
아까워서 조금씩이라도 먹어보려고 했는데 이건 도저히 못 먹겠어서 3분의 1정도만 먹고 나머지는 그냥 걷어내서 버렸다.
위장아 미안해, 다양한 음식이 있는 나라로 올라가면 호강시켜줄게. 

혼자 체리를 먹기에는 양이 많아 민경씨를 불러 또 맥주를 마셨다.
난 산티아고가 정말 심심하다고 했더니 민경씨는 산티아고가 정말 좋다며 앞으로 1주일 정도 더 있을 예정이라고 한다.
역시 사람마다 좋아하는 분위기가 다르니 좋아하는 곳도 다르다.
남들이 정말 좋았다고 해도 내가 싫으면 안 좋은 곳이니 정보를 얻을 때는 잘 알아보고 결정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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