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이 여행기를 보셨던 분이 계신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여행기를 쓸 때 초고를 써 놓고 보강하는 편인데 저도 모르게 발행을 눌러버려 저번 주 일요일 밤에 7시간 정도 초고가 올라갔었습니다.
가뜩이나 드립력이 약한데 모자란 글을 보여드려 부끄러워 다음 날 바로 내렸습니다.
아, 그렇다고 초고와 비교해서 엄청 재미있어진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말레이시아의 숙소도 아침을 주는데 그냥 식빵에 잼, 버터가 전부다.
그래도 방 값에 포함된 아침이니 많이 맛있게 먹는다.
당연히 눈치 안 보이게 센스껏 많이 먹는다.
여행기를 읽으시는 많은 분들이 제발 선크림 좀 바르라고 해주셔서 인도 여행 후반부터 선크림을 바르기 시작했다.
선크림을 바르면서 거울을 보니 웃길 것 같아 사진을 찍어봤다.
여러분의 안구건강을 해친 점 정말 죄송합니다.
선크림을 바르고 자체검열로 선그라스를 끼니 그나마 좀 낫다.
이래서 여자들이 사진을 찍을 때 입을 가리고 찍고, 선글라스를 끼고 찍나보다.
아, 조명발도 포함해야겠다.
KL센트럴 역은 쿠알라룸푸르의 중심이라는 이름답게 각종 노선이 다 모이는 교통의 중심이다.
쿠알라룸푸르의 중심이니 당연히 GOKL도 지나가기에 공짜로 올 수 있었다.
지하철의 노선만 모이는 것이 아니라 공항철도인 KLIA도 있다.
시설들과 사람들의 북적이는 모습이 우리나라의 서울역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다.
공항철도를 탄다.
지하철이라 부르기 보다는 기차처럼 생겼는데 깨끗하다. 요금도 지하철보다 비싸다.
말레이시아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떠나는 것도 아닌데 공항철도를 탄 이유는 공항르고 가는 중간에 있는 푸트라자야에 들리기 위해서다.
푸트라자야는 쿠알라룸푸르에서 남쪽으로 25km정도 내려가면 나오는 도시인데 쿠알라룸푸르의 인구과밀해소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만든 행정도시이다.
우리나라의 행정도시인 세종시를 건설하면서 말레이시아의 푸트라자야를 많이 참고했다고 한다.
푸르라자야에는 시티 투어도 있는데 단 돈 1링깃(한화 350원)에 할 수 있어 신청했다.
시티투어를 출발하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기에 밥을 먹으러 갔는데 노상가게가 아닌 식당에서도 반찬을 골라 먹는 접시밥을 판다.
뭔가 요리같은 것을 먹어보려고 했는데 동남아에서는 접시밥만 먹을 운명인 것 같다.
매번 접시밥을 먹을 때마다 무슨 반찬을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지를 고민하며 반찬을 신중하게 고르게 된다.
그런데 각 반찬의 가격을 모르니 고기반찬의 가격을 물어보고 그 가격을 기준으로 삼아 메뉴를 고른다.
밥을 먹고 음료수까지 마셨지만 아직도 시간이 많이 남았다.
태국에서 받던 마사지가 그리운데 말레이시아는 태국보다 마사지 가격이 많이 비싸니 가난한 배낭여행자는 그냥 안마 의자를 이용하기로 했다.
별로 시원하지는 않았는데 돈을 안 내고 앉아 있으면 어서 비키라며 알람 소리가 난다.
우리나라 찜질방에 있는 안마의자에도 알람을 달아 놓으면 재미있겠다.
가이드 할아버지가 같이 타고 다니며 안내를 해주는데 단체 관광을 오신 아줌마들이 호응을 참 잘해주신다.
내가 한국에서 왔다니까 가이드 할아버지께서 세종시에 관한 이야기들도 해주시고 한국에 여행가서 남이섬도 가고 스키를 타고 왔었다며 자랑도 하신다.
단체로 관광온 아줌마들은 인도네시아에서 왔는데 한국에 정말 가보고 싶다며 한국드라마들이 정말 재미있다고 하신다.
말레이시아의 국교는 이슬람교이기에 모스크가 있는데 동글동글한 게 참 귀엽다.
한번 만져보고 싶은데 얘도 너무 크다.
계획도시라 그런지 잘 꾸며져는 있는데 뭔가 인위적인 느낌이 들어 아름답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총리 공관에서 사진을 찍으라며 버스에서 내려주길래 우선 찍긴 했는데 그저 인증샷용인 것 같다..
이 곳이 말레이시아 총리가 사는 곳이라며 사진을 찍으라며 내려주는데 물론 들어갈 수도 없고 별로 볼 것도 없다.
사람들은 재미있어 하는데 이런 곳에만 가니 별로 재미가 없다.
중간에 잠시 휴게소도 들르는데 딱히 먹을만한 것이 없어 군것질거리를 하나 집었다.
3링깃 정도 했었는데 맛은 정말 최악이었다.
내가 기대한 맛은 딸기같은 상큼함이었는데 이상한 맛이 났다.
투어도 날 실망시키더니 군것질거리도 날 실망시킨다.
말레이시아의 날씨는 비가 오다 금방 그치고 또 다시 내린다.
그래도 투어의 후반부에 내려 다행이었다.
역시나 비는 또 금방 그친다.
푸트라자야에는 거대한 인공호수가 있는데 주변에 흐르는 2개의 강물을 끌어와 물길을 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강물이 없는 곳에 다리를 세우고 그 후에 물이 흘러 들어왔다고 한다.
역시 인간은 대단하다.
오른쪽에 보이는 건물이 여성부 건물인데 하나의 건물처럼 보이지만 4개의 건물이 따로 세워져 있는 것이라고 한다.
재미없는 건물들만 보여주다가 마지막에 제대로 된 건물을 보여주니 기분이 좋아졌다.
시시했던 투어가 재미있어진다.내가 원했던 것은 이렇게 신기하고 아름다운 건물이지 총리의 공관따위가 아니란 말이다.
그런데 이게 시작이자 끝이다.
다시 KLIA를 타고 돌아오는데 열차안에서 와이파이가 된다는 광고가 보였다.
내가 산 표값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니 할 것도 없으면서 인터넷에 연결해본다.
속도는 빠른데 딱히 할 것이 없다.
할 것은 없는데 오는 길에 쓰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이 든다.
무소유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나에게 필요 없는 것은 놓을 줄 알아야할텐데 참 어려운 것 같다.
앞에서 말했듯이 KL센트럴역과 내가 지내는 숙소는 지하철로 1정거장밖에 안되기에 걸어가보기로 했다.
길은 모르지만 촉을 믿고 걸어가는데 갑자기 인도가 사라진다.
무서워 하면서도 사진은 남겨야한다는 생각이 들어 한장 찍었다.
월드스타 싸이형님 언제 말레이시아도 오셨었습니까.
싸이형님 덕분에 어디가서 한국인이라고 말하면 대부분 오빤 강남스타일을 외친다.
아파트와 딱 달라붙어 있는 교회의 모습이 어울리지 않아 사진을 찍었는데 여행기를 쓰면서 보니 성당이다.
수정합니다.
아파트가 아니라 두아 센트럴 호텔이라고 합니다.
지적해주신 나그네님 감사합니다.
사실 촉으로만 우리집을 찾은 것은 아니고 저 AGRO 은행을 보고 방향을 찾았었다.
혼자 은행에서 '어그로 끄냐'라고 말하고 웃으면서 집을 찾아왔다.
아, 참고로 어그로 끌다의 어그로는 aggro이다.
우리 집앞에는 차이나타운도 있고 센트럴마켓도 있다.
100년이 넘은 전통을 가진 시장인데 별로 볼 것은 없었지만 즐길거리는 있었다.
그것은 바로 닥!터!피!쉬!
물고기들이 너무 커서 무서웠지만 재미있을 것 같아 바로 신청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닥터피쉬에게 밥을 줘본 소감은 사진 한장으로 대신한다.
절로 웃음이 난다.
물고기들도 각질이 많은 발을 좋아해 새로운 발이 들어오면 그 곳으로 우루루 몰려간다.
그런데 4명이 동시에 발을 넣었는데 물고기들이 1명에게로 다 몰리니 제일 더럽다고 놀린다.
내 발에 모이지 않아서 참 다행이다.
내가 물리를 잘 못하기는 하지만 km/j라는 것은 처음 봤다.
km 퍼 joule이라고 하면 뭔가 이상한데 도대체 뭘까.
생각해보니 J가 말레이시아어로 시간을 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혹시 아시는 분 계시면 좀 알려주세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j는 말레이인도네시아어로 시간을 뜻하는 jam의 약자라고 합니다.
moon님 감사합니다.
노을지는 모습이 이뻐 뭔가 있어보이는 사진을 찍으려고 시도해봤지만 내 의도대로 사진을 찍기에는 먼 것 같다.
어제 새로 찾은 가게에 가서 생선과 고기를 같이 먹었다.
생선 뼈 바르기가 귀찮아서 잘 안 먹던 나인데 오랜만에 생선구이의 맛을 보니 뼈 바르는 것도 즐겁다.
뼈 바르기가 귀찮아서 음식을 꺼려하다니 나도 참 게으른 놈이다.
예전에도 말했었지만 난 닭볶음탕도 별로 안 좋아했었다.
편식을 하지는 않지만 먹는데 가장 귀찮은 음식이 뭐냐고 물으면 항상 닭볶음탕이라고 말했었다.
닭 뼈를 바르는데 쓰는 에너지가 먹어서 보충되는 에너지보다 많다는 정당한 이유를 들며 귀찮음을 합리화 시키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닭다리 하나의 소중함을 알고 생선 뼈에 붙은 살점 하나의 귀함을 아는 사람이 됐다.
역시 여행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인터넷에서 누군가가 잭 프루트가 그렇게 맛있다는 이야기를 써놨기에 언제 한번 먹어봐야지 했는데 마침 팔고 있었다.
1팩에 3링깃, 2팩에 5링깃인데 정말 맛있다고 했으니 믿고 2팩을 샀다.
사자마자 설레는 마음으로 뜯었는데 맛있다고 말한 사람의 혀를 검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맛이었다.
역시 과일은 망고님이 최고다.
<오늘의 생각>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한류를 확인했다.
말레이시아는 천천히 돌기로 했기에 아침에 칭대에서 밍기적거리다가 조식시간이 떠올라 후다닥 내려왔다.
천천히 즐기는 것도 좋지만 공짜밥은 먹으면서 즐겨야한다.
그런데 잭 프루트는 정말 별로다.
낮에는 계속 방에서 빈둥거리다가 밤에 시내로 나가보니 뭔가 행사가 있는 것 같았다.
구경을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누나들이 나타나 춤을 추는데 갑자기 귀요미송이 들린다.
외국에서 한국노래를 듣는 것도 신기한데 귀요미송을 들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었기에 더 신기했다.
하지만 누나들 중에 귀요미는 하나도 없었다는 아주 불편한 진실.
대학생들이 하는 축제 같았는데 신나고 재밌었다.
나도 한국에 돌아가 대학교를 다시 가면 축제를 즐겨야지.
그런데 난 09학번인데 15학번 애들에게 같이 놀자고 하면 너무 늙었다고 안 껴주겠구나.
오늘도 내 발이 되어주는 공짜버스.
쿠알라룸푸르에서 돈을 내고 대중교통으로 돌아다녔다면 교통비도 꽤 나왔을텐데 정말 사랑스럽다.
코리안 크런치는 무슨 맛일까.
엄청 바삭바삭한 맛일 것 같은데 제대로 된 KFC를 먹으려면 미국으로 가야한다.
그 전까지 KFC는 그저 바라만 보는 거다.
싱가포르에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이 있다면 말레이시아에는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가 있다.
둘 다 본 내 소감은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가 더 아름답다.
그런데 내가 찍었는데 참 잘 찍은 것 같다.
흐흐흐흐.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근처에는 다른 빌딩들도 세워지고 있었는데 쌍용건설이 시공하고 있었다.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도 쌍용건설이 시공했었는데 지금은 공개 매각이 무산되면서 상장폐지가 될수도 있다고 하니 씁쓸하다.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안에는 쿠알라룸푸르에서 손에 꼽히는 쇼핑센터인 KLCC 수리아가 있는데 쇼핑은 내 취미가 아니니 그냥 훑어만 봤다.
근처에 금색 조명을 쓴 빌딩도 있었는데 신기했지만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때문인지 오징어로 보였다.
그냥 떠나기 아쉬워 다시 한번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를 올려다 보는데 정말 아름다웠다.
나중에 페트로나스 타워같은 건물을 지어보고 싶다.
집으로 돌아가려고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가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어차피 우산도 있으니 비 한번 참 시원하게 쏟아진다며 재미있게 물구경을 했다.
버스를 타고 오면서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리는 날 길에서 샤브샤브를 먹으면 정말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샤브샤브 골목을 찾아갔는데 빗물이 넘쳐 장사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우기가 있는 나라에서 하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물이 도로를 채우다니 참 황당했다.
게다가 지금은 우기도 아닌데 물이 넘쳐 내 샤브샤브의 꿈을 없애다니 실망이다.
결국 단골집이 된 아저씨네로 가 또다시 접시밥을 먹는데 단골이라고 듬뿍듬뿍 담아주신다.
<오늘의 생각>
나도 귀요미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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