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에는 혼자만 놀러 다닌 내가 불효자 같아 엄마와 함께 떠난 효도관광을 기획했었다.
시간이 흘러 2012년이 벌써 반 이상 지나갔고 그 사이 많은 일들이 있었다.
2012년에도 휴가철이 찾아왔고 어디로 갈지 고민하다가 엄마의 평생소원이 떠올랐다.
우리 엄마에 대해 짧게 이야기 하자면 젊었을 때 산을 얼마나 좋아했던지 대한민국의 산 중 안 가본 산이 손에 꼽을 정도로 등산을 좋아하신다.
여행과 산을 좋아하셨기에 집안의 장남인 내가 제대 하자마자 자전거로 세계일주를 한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반대를 하셨지만 "얘는 이미 가기로 마음 먹었기에 반대를 해도 갈 애다. 많이 보고 오고 부럽다."라며 찬성하셨다.
이런 엄마의 평생소원은 아들들 데리고 지리산을 종주하는 것이라 지리산을 가자고 했더니 '1박2일'프로그램에 나온 설악산 백담사 코스가 가고 싶다고 하셔서 설악산으로 정했다.
출발 10일 전부터 인터넷으로 중청대피소를 예약해놓고 7월 29일 새벽4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동서울터미널에서 6시 35분 버스를 타고 백담사로 향했다.
백담사 정류장에서 내려 한 10분 정도 걸어가면 백담사 셔틀버스정류장이 나오는데 첫차를 타고 왔지만 전국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버스를 타고 굽은 길을 따라 15분 정도 올라가면 백담사에 도착하는데 여름이라 그런지 버스 안에서 하산하는 사람들의 발냄새가 너무 심해 토하는 줄 알았다.
백담사 입구에는 무수히 많은 돌탑들이 쌓여져 있는데 나도 가족의 건강과 내 여행의 안전함을 빌며 돌을 하나 올리고 출발한다.
벌써부터 해가 내리쬐기 시작하는데 하늘은 푸르기만 하다.
다행히 나무가 많아 그늘을 따라 산행이 가능하다.
물이 있는 곳에는 항상 돌탑이 있는데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고 기도를 했다는 뜻이라 생각한다.
물이 정말 맑아 한번 마셔보고 싶지만 참고 집에서 싸온 주먹밥으로 점심을 때운다.
깨끗한 물에서 우리 어무이 사진 한방 찍고
다람쥐도 한방 찍고 계속해서 올라간다.
등산로 바로 옆에 계곡이 흐르니 물소리만 들어도 시원하다.
게다가 아직 초입이니 아무렇지도 않게 산을 오른다.
이번 여행의 컨셉은 효도관광이니 본분에 충실하게 엄마의 사진을 최대한 자주 찍기로 한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경치가 예술이다.
감탄사 한번 내고 사진 한번 찍고 쉬엄쉬엄 올라가니 별로 힘들지도 않고 왜 사람들이 산을 오르는지 알 것만 같다.
발 밑에는 계곡이 흐르고
앞에는 기암괴석이 맞이 해주고
위에는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는데 뭐가 더 필요할까…
지난 태풍의 흔적을 지나
나름 설정샷도 한 장 찍고나는 자연 풍경 중에서도 하늘, 맑은 하늘이 아닌 구름이 적당히 있는 아름다운 하늘을 제일 좋아하는데 그런 하늘을 원 없이 봐서 정말 행복했다.
그냥 찍기만 하면 예술작품이다.
오르고 오르다 보니 어느새 봉정암에 도착했다.
중청대피소를 예약하지 못한 사람들은 봉정암에서 하룻밤을 묵을 수 있는데 샤워시설도 있고 식사까지 제공되는데 하루 1만원이니 추천한다.
휴식 시간을 가지고 아버지와 가족의 안녕을 바라며 기와불사를 하고 대청봉 바로 아래인 중청대피소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봉정암은 한창 증축공사 중인데 이 깊고 높은 산골짜기에서 일하시느라 수고가 많으시다.
봉정암에서 소청봉까지 길이 험하다는데 험할수록 이렇게 멋진 풍경들이 날 기다리고 있기에 아무렇지도 않다.
산은 오르면 오를수록 수고했다고 힘내라고 자신의 본 모습을 보여준다.
새로 신축중인 소청대피소인데 정말 잠잘 맛 나겠다.
하늘에선 구름 사이로 빛이 쏟아지고 지금까지 살면서 처음 본 광경에 말 없이 사진만 찍는다.
a55를 사놓고 파노라마 기능을 쓸 일이 별로 없었는데 이번에 원 없이 썼다. 사진 실력이 부족하지만 이런 풍경을 담을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술력이 대단하다.
고도가 높아서 금새 구름이 모이고 어두워진다.
하늘은 푸르고 그냥 좋다.
빛내림…..
내일 내려갈 설악동 소공원쪽 길인데 바다까지 보인다.
소청에서 중청까지는 돌길을 따라가면 되는데 별로 험하지도 않고 하늘을 발 아래에 두고 걷는 기분이다.
높은 산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는 맛에 등산을 한다.
산을 정복했다는 감정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아름다움과 대단함을 느낀다고 할까.
설악산에도 이렇게 많은 봉우리가 있는데 금강산의 1만2천 봉은 얼마나 멋있을지 상상이 안된다.
하루 종일 감탄하며 쉬엄쉬엄 산을 오르니 8시간 정도 걸려서 중청대피소에 도착했다.
바로 건너편에 보이는 곳이 해발 1708m의 대청봉인데 다음날 일출을 위해 아껴둔다.
사람들은 이미 저녁을 해먹는데 고기도 굽고 여러가지 음식들을 해 먹는다.
나도 자전거 세계일주에 가져가려고 버너는 샀지만 중청대피소에서 라면을 판다기에 라면에 말아먹을 햇반만 가져왔는데 생라면만 팔기에 당황했다.
어쩔 수 없이 참치 한 캔을 사고 원래는 안되지만 부탁을 해 가져간 햇반을 전자렌지에 데워 먹는데 시장이 반찬이니 밥 맛이 꿀 맛이다.
하지만 기본적인 취사도구와 음식을 가져간다면 더 재미있는 산행이 될 것 같다. 물론 가져간 모든 것은 그대로 가지고 돌아와야 한다.
대피소는 9시부터 소등이지만 짐을 풀고 엄마와 대화 몇 마디 하다가 8시도 안 돼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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