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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Travel/아르메니아-Armenia

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143. 하늘이 아름다운 아르메니아. (아르메니아 - 예레반, 세반)


호스텔에서 조식을 제공해주는데 정말 먹고 죽지 않을 만큼만 준다.

그래도 숙박비에 포함된 조식이니 맛있게 먹는다.

화장실 표지판을 보다가 호스텔 주인의 센스에 웃음이 터졌다.

여자는 언제나 옳다.

아르메니아에 대한 정보는 거의 찾아보지 않은 채로 아르메니아의 수도인 예레반에 왔는데 모든 것이 신기하다.

첫인상은 조지아보다 깨끗하면서 넓고 잘 정돈되어 있는 느낌이다.

길을 걷다 가로수를 봤는데 나무 위에 새집이 설치되어 있었다.

작은 새집 하나일 뿐인데 새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기분이 들어 괜히 웃음이 난다.

아르메니아의 가장 특이한 점은 모든 음료수 병에 QR코드가 붙어져있다.

제품과 유통기한을 확인하는 용도로 쓰이는 것 같은데 아르메니아 사람들이 자주 확인하는지는 모르겠다.

아르메니아에도 가라오케가 있다.

난 음주는 잘 하지만 가무가 약하다.

둘 다 잘했다면 만능 엔터테이너가 될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마침 주말이라 예레반에 벼룩시장이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시장의 입구에는 관광객들을 위한 기념품들을 팔고 있었는데 고급스러워 보이는 체스판들이 많이 보였다.

정말 예쁜 체스판들이 많았는데 예쁜만큼 비쌌다.

내가 벼룩시장에 온 것은 조지아에서 사지 못한 바지를 사기 위해서다.

성격이 특이해 한번 꽂힌 것은 꼭 해야하는 성격인데 내 마음에 드는 바지를 못 구하고 있으니 오기가 생긴다.

벼룩시장을 두번이나 돌아보지만 내 마음에 드는 바지는 보이지 않는다.

우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마음을 가라앉힌다.

이번에는 예레반의 동대문이라 불리는 곳에 가봤지만 여기에도 내가 원하는 바지는 없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케밥이나 먹어야겠다.

시장 입구에서 할아버지가 팔고 계신 케밥이 맛있어보여 사먹었는데 고기와 양파만 들어있는 케밥이었지만 정말 맛있었다.

아르메니아에서는 돈 생각은 하지않고 맛있는 것을 많이 먹기로 했다.

어차피 물가도 저렴한 나라이니 지친 내 몸을 달래주기로 했다.

생과일 쉐이크가 600드람(한화 1,200원)밖에 안 한다.

인형극을 하는 극장같아 관람을 해볼까했지만 인형극에 별로 흥미가 생기지 않아 그냥 지나치기로 했다.

이제는 나도 동심을 잃어버린 것 같아 슬프다.

예레반 길가의 가판대를 보면 담배로 도배를 해놨다.

동심은 사라지고 전 세계 어디를 가도 담배를 합법적으로 살 수 있는 나이가 됐다는 것이 씁쓸하다. 

왠지 성직자처럼 생긴 조각상이었는데 결정을 내리기 전에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 마음에 든다.

남미에서 많이 본 보테로의 조각이 아르메니아에도 있었다.

지구 반대편에서 만난 보테로의 작품이 정말 반가워 괜히 혼자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콜롬비아 메데진에서 만났던 보테로의 조각상이 궁금하시다면

http://gooddjl.com/229 (동화 속 마을 같은 구아타페)

를 읽어주세요.


아르메니아의 랜드마크라 부를 수 있는 캐스케이드인데 멀리서 보니 피라미드처럼 생겼다.

날이 더웠지만 높은 곳을 좋아하는 고소공포증 환자답게 꼭대기까지 올라가보기로 했다.

올라가다보니 뉴욕에서 봤던 로버트 인디애나의 LOVE 작품이 보인다.

다른 나라에서 만났던 조각들을 아르메니아에서 다시 만날 줄은 상상도 못했었는데 정말 신기하다.


뉴욕에서 만났던 LOVE 조형물이 궁금하시다면

http://gooddjl.com/244  (뉴욕에서의 마지막 밤)

을 읽어주세요.


숙소로 돌아와 잠시 쉬다 유명한 레스토랑을 찾아갔는데 줄이 너무 길다.

혹시 몰라서 한 군데 더 알아왔었는데 이 곳도 빈 테이블이 없다고 한다.

돈이 없어 못 먹는 것이 아니니 서럽지는 않지만 오랜만에 고급 레스토랑에 가려했는데 기회가 안 닿아 아쉽다.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 시내 중앙 쪽에 가면 마음에 드는 레스토랑이 있을 것 같아 예레반의 중심인 공화국 광장으로 향했다.

야경이 아름다워 사진을 찍으려고 보니 달이 참 아름다웠다.

제대로 된 삼각대가 있었더라면 내가 원하는 구도로 사진을 찍을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천체사진도 배워보고 싶다.

더운 여름에는 낮보다 밤이 더 활기찬 것은 전 세계 어디를 가도 똑같은 것 같다.

한강에서 먹는 치맥이 생각나는 밤이다.

뭘 먹을까 고민하며 길을 걷는데 분위기가 마음에 드는 식당이 보여 야외테라스에 자리를 잡았다.

메뉴판을 보니 피자처럼 생긴 아르메니아 음식을 팔고 있길래 맥주와 함께 시켰는데 치즈가 정말 맛잇었다.

한판으로 아쉬워 사이드메뉴를 하나 더 시키고 싶다고 하니 아쉽지만 마감시간이 다 되간다고 해 맥주만 한잔 더 마셨다.

기분 좋은 저녁을 먹었으니 당연히 디저트를 먹어줘야한다.

디저트로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는 꼭 딸기맛을 넣어줘야 제대로 된 디저트를 먹은 기분이 든다.

다음에 유럽여행을 가게 된다면 꼭 이탈리아에 들러 하루 종일 젤라또를 먹어야겠다.

아무리 부실한 아침이라지만 빵과 치즈만 있다면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오늘은 예레반 근교로 여행을 갈 계획이라 버스를 타야한다.

시내버스를 탔을 때, 아무 것도 모르고 내가 내려야할 목적지의 이름만 알고 있을 때는 버스 안의 승객에게 물어보는 것이 편하다.

내가 갈 곳이 세반이기에 뒷자리에 앉은 누나에게 '세반'을 반복해서 말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버스는 자꾸 시외로 나가는데 뒷자리에 앉은 누나는 말이 없다.

혹시나 까먹었나 해서 뒤를 돌아보니 이번에도 걱정말라며 한참을 더 가다 여기서 내리면 된다고 알려준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우선 고맙다고 말을 하며 버스에서 내렸다.

한국에 있을 때는 누군가에게 질문을 하기보다 혼자 해결하려고 애를 썼었는데 여행을 하다보니 모르는 것을 물어보는 것이 당연해졌다.

내가 모르는 것을 묻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그 때는 왜 그렇게 질문하기를 주저했는지 모르겠다.

주차장 쪽으로 걸어가보니 세반행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나름 시외버스 터미널인 것 같은데 휑해도 너무 휑했다.

사람들이 다 차기를 기다린 버스는 1시간이 지나서야 출발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버스의 출발시간이 정해져있지 않다는 것이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시계에 맞춰 돌아가는 삶이 아닌 사람에 맞춰 돌아가는 삶에 들어온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시계가 없는 세상의 사람들은

약속을 할 때 이렇게 하지

내일 아침 해가 저기 저 언덕 위에 걸쳐지면

그때 만나자


혹시나 네가 조금 늦어도

시계를 보지 않아도 돼

혹시나 네가 오지 않아도

내일 또 기다릴 수 있어서 

좋겠다


숫자가 없는 세상의 사람들은

사랑을 할 때 이렇게 하지

언제부터 언제까지일지 모르지만

너를 좋아한다고


혹시 내가 널 더 사랑해도

눈치를 보지 않아도 돼

오래오래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대할 수 있어서

좋겠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은

10분이 늦어 이별도 하지

시계도 숫자도 다 있는 이곳에서

우리는 만나 사랑을 하지


좋아서 하는 밴드 - 10분이 늦어 이별하는 세상.


세반에 도착해 같이 버스를 타고온 이란 친구와 택시를 타고 세반 호수로 향했다.

그런데 이 친구가 경찰서에 전화를 해야하는데 말이 안 통한다며 택시기사에게 통역을 해달라고 한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돈을 주지 않으면 경찰서에 성폭행범으로 신고를 하겠다고 꽃뱀에게 협박을 당하고 있었다.

자신은 정말 결백하다며 자기는 이슬람이고 신에게 맹세컨데 아무 일도 없었다고 말을 하지만 경찰들은 아무도 자기의 말을 안 들어준다고 한다.

내가 저런 상황에 엮인다면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그러니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항상 조심해야겠다.  

계단을 올라가니 작은 교회가 보인다.

세상에 평화가 가득하게 해주세요.

날은 덥지만 하늘이 정말 아름답다.

원시신앙은 어느 나라를 가든 비슷한 것 같은데 아르메니아는 나무에 비닐봉지를 묶어 소원을 빌고 있었다.

비닐은 잘 썩지 않아 환경오염이 심할 것 같아 걱정이 된다.

언덕에 올라가니 푸른빛의 세반 호수가 보인다.

수채화 물감을 풀어놓은 것 같은 색감의 호수가 정말 아름답다.

사람이 아무리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다한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은 못 만들어 낼 것 같다.

뭉게 구름과 몽환적인 빛깔의 호수는 자연이 아니면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파노라마 기능을 이용해 한 장의 사진에 담을 수 있다니 과학기술도 정말 대단하다.


(파노라마 사진을 클릭하시면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원래는 세반 호수에서 잡히는 생선 구이를 먹을 계획이었는데 단체 예약손님이 있어 식당에 빈 자리가 없다고 해 세반 마을로 돌아가 점심을 먹기로 했다.

하늘도 아름다우니 돌아가는 길은 하늘을 보며 걸어가기로 했다.

도로를 따라 걸어가는데 그늘이 하나도 없다.

그래도 구름이 아름다우니 즐거운 마음으로 걸어간다.

기차를 타고 간다면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이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을까.

걷다보니 세반까지 2km밖에 안 남았다.

계속 하늘을 보며 걷다 해가 구름에 가려진 순간이 아름다워 사진을 찍었다.

여행을 하며 하늘 사진을 많이 찍었지만 오늘처럼 아름다운 구름은 처음 본다.

이 구름을 본 것만으로 아르메니아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은 다 느낀 것 같다.

지금같은 기분이라면 예레반까지도 걸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나가면 온 세상 어린이를 다 만나고 오겠네.

걷다보니 마을이 나타났다.

어서 시내로 가 생선구이를 먹고 싶다.

건물에 널린 빨래를 보니 쿠바가 떠오른다.

아르메니아에 오니 여러 나라가 떠오른다.


쿠바의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http://gooddjl.com/237 (특별할 것 없는 아바나의 일상)

을 읽어주세요.


세반 마을에 도착해 생선구이집을 찾는데 생선구이집은 커녕 식당도 보이지 않는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물어 겨우 식당을 찾았는데 영업시간이 지났다고 한다.

배가 고프니 어쩔 수 없이 근처 빵집에 가 맥주와 빵을 먹었다.

세반까지 와서 생선요리를 못 먹은 것이 아쉬워 케밥을 하나 더 시켰다.

이제는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오래 걸어서 피곤했는지 버스에 앉자마자 잠이 들었다.

점심에 제대로 못 먹었으니 저녁은 근사한 곳에서 먹기로 했다.

의자의 크기만 봐도 으리으리하다.

가지요리와 돼지고기 바베큐를 시켰는데 통삼겹살 구이맛이 났다. 

오늘은 맥주대신 꼬냑을 마시는 날이다.

꼬냑으로 유명한 아르메니아에 왔으니 당연히 마셔봐야한다.

꼬냑은 프랑스의 꼬냑지방에서 와인을 베이스로 한 브랜디를 지칭하는 술인데 아르메니아의 꼬냑도 유명하다고 한다.

아르메니아 꼬냑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데 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즈음 소련의 지도자 스탈린과 영국의 처칠 수상,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이 얄타에서 회담을 가졌었는데 스탈린이 아르메니아 꼬냑으로 건배를 청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아르메니아 꼬냑의 맛을 처음 본 처칠 수상이 그 맛에 반해버렸고 스탈린은 날마다 마시라며 365병의 꼬냑을 선물로 줬다고 한다.

나도 죽기 전에 365병의 술을 선물로 받아보고 싶다.

공연도 함께 진행되는데 꼬냑을 마시면서 아르메니아 음악을 들으니 제대로 아르메니아에 온 기분이 들었다.

비싸다면 비싼 저녁 식사를 했는데 세금까지 합쳐 7050드람(한화 14,000원)이 나왔다.

물가가 저렴해 크게 부담이 되지 않아 행복하다.

예레반의 중심지는 여느나라의 번화가 못지않게 잘 꾸며져 있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아르메니아 학살'이라는 사건으로만 듣던 나라인데 실제로 본 아르메니아는 많이 발전된 나라였다.

어제 숙소로 오는 길에 복숭아가 당겨 복숭아 통조림을 찾아봤는데 보이지 않길래 아쉽지만 살구 통조림을 사왔었다.

소시지에 통조림까지 있으니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오늘은 예레반을 떠나는 날이라 버스터미널로 가야하는데 출근시간이라 배낭을 메고 시내버스를 탈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일찍 나왔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30분 정도 버스를 기다려봤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 그냥 택시를 잡았다.

터미널에 도착하니 나를 태워줄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자리도 넓고 깨끗해 보여 마음에 든다.

게다가 간식으로 초코파이를 준다.

정이 넘치는 초코파이를 아르메니아에서 만날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정말 신기했다.

오랜만에 만난 초코파이니 훈련병 시절에 종교활동에서 받은 초코파이를 먹듯 맛을 음미하며 먹었다.

버스는 굽이 굽이 산길을 돌아간다.

이런 곳에서 사고가 나면 어떻게 할 도리가 없을테니 그저 버스 기사 아저씨만 믿을뿐이다.



<아르메니아 여행 경비>


여행일 4일 - 지출액 150달러 (약 17만원)


큰 기대 없이 온 아르메니아였는데 물가도 착하고 하늘도 아름다워 정말 마음에 들었다.

특히 아르메니아의 꼬냑은 정말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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