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마케도니아에서의 마지막 날이니 아침겸 점심으로 만찬을 즐긴다.
마지막 날인데 낮술이 빠질 수는 없다.
오흐리드에서 가장 맛있는 아이스크림 가게를 찾기 위해 매번 다른 곳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는데 먹을 때마다 다 맛있어서 최고를 고를 수 없었다.
처음 세계일주를 시작할 때는 이탈리아에 가서 젤라또를 먹겠다는 상상을 했었는데 막상 유럽에 와보니 경로로 맞지 않고 별로 당기지도 않아 이탈리아를 제외해버렸다.
아이스크림에 대한 열망이 그리 크지 않았나보다.
아무리 휴양지인 오흐리드에 왔다지만 매일 먹고 자고 뒹굴기만 한 것 같아 떠나기 전에 오흐리드 구경을 해보기로 했다.
동네에 있는 언덕길을 올라가 보기로 했는데 제민이가 오르막을 걷기 힘들어한다.
자전거를 오래탔기에 몇 시간동안 쉬지않고 자전거를 타는 것은 상관없는데 대신 걷는 근육이 퇴화됐는지 걷는 것은 1시간만 걸어도 힘들다고 한다.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인가보다.
이번엔 진짜로 헤어지는 것이니 마지막으로 사진을 함께 찍는다.
한국에서 만날지 외국에서 만날지 모르겠지만 지구는 좁으니까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 있을거라 믿는다.
난 술만 좋아하지 담배는 피지 않는데 갑자기 담배의 맛이 궁금해 담배를 사봤다.
물론 이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고 마케도니아의 돈이 좀 남았는데 뭘 살까 고민했는데 동유럽은 담배가 저렴하니 사서 가지고 다니다가 담배가 비싼 나라에 가서 팔기로 했다.
예정된 출발 시간이 30분이 넘었는데도 버스가 오지 않는다.
지금까지 유럽을 여행하면서 교통편이 연착된 적은 없었는데 오랜만에 버스를 기다려본다.
날은 더운데 버스가 오지않아 짜증이 나기도 하지만 이제야 제대로 여행하는 기분이 드는 것을 보니 난 천생 거지 여행이 맞나보다.
더운 것은 싫지만 몸이 고생하고 여기저기 치이며 혼란스럽고 시끄러운 분위기를 좋아하는게 정상은 아닌 것 같지만 정상보다 비정상이 더 재미있다.
<마케도니아 여행 경비>
여행일 10일 - 지출액 9600데나르 (약 23만원)
마케도니아에서는 제민이를 만나 먹고 자고 마시는 데에만 돈을 썼다.
딱히 특별한 것을 보거나 유명한 곳을 가지는 않았지만 정말 재미있었다.
마케도니아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많은 고민을 했었다.
코소보와 몬테네그로를 거쳐 알바니아로 내려올지, 세르비아를 거쳐 루마니아로 올라갈지, 그리스로 바로 내려가 버릴지 고민을 했었다.
나도 사람인지라 더 많은 나라를 여행하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지만 동유럽에 흥미가 없는 상태에서 방문 국가의 수를 늘리기 위해 일부러 경로를 돌리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냥 빠르게 유럽권을 벗어나기로 결정하고 최단경로를 따라 알바니아의 수도인 티라나로 왔다.
미리 예약해놓은 호스텔의 주소를 찾아 걸어갔는데 주택가에 있어 찾기가 좀 힘들었다.
이럴 때는 구글맵과 GPS를 이용하면 편할텐데 데이터 로밍이 있는 것도 아니니 물어물어 찾아가야한다.
하지만 데이터로밍이 있다고 해도 컴퓨터가 알려주는대로 경로를 따라가는 것은 여행을 재미없게 만들 것 같아 이용하지 않을 것 같다.
편리한 것도 좋지만 여행은 몸이 고생해야 재미있다.
호스텔에 짐을 풀고 밥을 먹으러 나왔는데 주변에 식당이 보이지 않아 그냥 케밥을 먹기로했다.
아무리 케밥이 맛있다지만 물가가 저렴한 나라에 와서도 케밥을 먹으려니 내 몸에게 미안하다.
배도 채웠으니 시내를 구경하러 가는데 특이한 건물이 보인다.
여행을 하며 여러 집을 봤는데 특히 야외테라스가 있는 집이 정말 부럽다.
나중에 돈을 많이 번다면 야외 테라스가 있는 집을 짓고 싶다.
알바니아에 왔으니 알바니아의 아이스크림을 먹어봐야한다.
생긴 것과는 다르게 조금은 밍밍한 맛이 났지만 아이스크림은 언제나 맛있다.
시내로 나왔는데 가게들도 문을 닫고 딱히 볼거리가 없어 호스텔로 돌아가기로 했다.
잠을 자는데 모기가 너무 많길래 콜롬비아에서 사온 모기퇴치제를 온 몸에 뿌리고 잠을 잤다.
인체에는 좋지 않겠지만 모기를 쫓아내는 데에는 이만큼 효과가 좋은 약도 없다.
호스텔에서 아침을 주는데 빵만 주는 게 아니라 뷰렉처럼 튀긴 음식과 채소도 함께 주길래 든든하게 아침을 먹었다.
우리나라의 스포츠 토토같은 복권방이 알바니아에도 보인다.
예전에 아일랜드에서 했던 1유로짜리 토토가 맞았더라면 내 여행이 조금은 풍족해졌을텐데 아쉽다.
토요일이라 어디를 갈지 고민하고 있는데 호스텔에서 나눠준 지도에 집시시장이 보여 찾아갔다.
부푼 가슴을 안고 집시시장을 찾아갔는데 그냥 일반 시장이 보인다.
그냥 시장에 오면서 기대했다면 내가 잘못한 것이겠지만 명색이 집시시장인데 아무 것도 없으니 실망스럽다.
뭔가 맛있는 음식이라도 팔까해서 시장을 거닐며 사진을 찍고 있는데 멋쟁이 형들이 자기들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외국인이라고 피하지 않고 스스럼없이 다가오는 사람들이 정말 멋있는 것 같다.
티라나의 거리에는 채중계를 가지고 나와 앉아 계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자주 보였다.
매번 맥주를 마신 내 몸무게가 궁금해 가지고 있던 동전을 내고 몸무게를 재봤는데 예전과 몸무게가 똑같게 나왔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는 살이 찐 것 같은데 몸무게가 전과 같게 나오니 저울이 고장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몸무게를 밝히는 것에는 아무 거리낌이 없지만 다 보여주면 신비감이 사라질 것 같으니 이번에는 숨겨야겠다.
알바니아 대학교가 보이는데 학교에 UFO라는 간판이 보인다.
UFO가 미확인 비행물체를 나타내지는 않을 것이니 U는 university를 뜻할 것인데 F와 O는 도대체 무슨 약자인지 모르겠어 한참을 고민해봤지만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숙소로 돌아와 검색을 해보니 Universitas Fabrefacta Optime의 약자인데 선을 추구하는 대학교라는 뜻이라고 한다.
뜻은 참 좋은데 약자가 신경쓰인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웬만한 나라의 수도에는 오페라 극장이 하나씩은 있는 것 같다.
서울에 살면서 아직까지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을 본 적이 없는데 한번 찾아가봐야겠다.
시내 중앙에는 작은 놀이공원이 있었는데 겁이나서 직접 타보지는 않았다.
아무리 혼란스러운 나라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안전하지 않게 보이는 놀이기구를 선뜻 타기는 무섭다.
티라나는 알바니아의 수도답게 부지가 넓었는데 휑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중앙 광장 근처에는 큰 건물들도 보이고 넓은 공원도 있었지만 황량하게만 느껴진다.
티라나 시내에는 과거 소련시절에 건설한 벙커가 많이 있다고 해 거리를 돌아다녔는데 벙커가 보이질 않는다.
계속 걷다보니 외곽지역에 있는 피라미드라 불리는 건물까지 오게됐는데 아이들이 피라미드 위를 기어 올라가며 놀고 있었다.
피라미드 위에 올라가면 재미있을 것 같았지만 다른 나라의 건축물을 함부로 대하면 안 될 것 같아 구경만 했다.
다른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까워서 그런 것인지 티라나의 여행사에는 이탈리아로 가는 여행상품이 많이 보인다.
우리나라도 통일이 된다면 버스를 타고 중국여행을 떠날 수 있을텐데 아쉽다.
주말이라 문을 연 식당이 없으니 오늘도 케밥을 먹는다.
날이 더워 뭔가를 마셔야겠는데 맥주가 없길래 탄산음료를 시켰다.
더운 날에 마시는 탄산음료는 정말 꿀맛이다.
호스텔의 벽에 누가 한글을 써 놓고 갔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사랑합니다.
알바니아는 버스회사별로 서로 다른 노선을 운행하고 있어 버스를 타고 싶으면 여행사들을 돌아다녀야한다.
여행사를 돌아보니 오늘 그리스로 떠나는 버스가 있다길래 가격 흥정을 하고 버스에 올랐다.
알바니아를 너무 대충 지나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내가 원하는 동쪽으로 가는 것이 우선이다.
<알바니아 여행 경비>
여행일 2일 - 지출액 40유로 (약 56,000원)
마침 도착한 날이 주말인데다 하룻밤만 지냈기에 딱히 돈을 쓸 일이 없었다.
그리스는 EU가입국이기에 출입국 심사가 까다로워 국경에서 시간을 많이 소비했다.
그래도 나는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기에 쉽게 입국허가가 났지만 몇몇 알바니아 사람들은 그리스 입국을 거절당해 국경에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나라 여권으로 무비자 입국을 허용해주는 나라가 많은데 앞으로도 우리나라의 외교력이 높아졌으면 좋겠다.
18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그리스에 도착했다.
체력이 예전같지 않으니 우선 간단히 요기를 하고 잠을 좀 자기로 했다.
유럽에 케밥이 없었다면 난 도대체 뭘 먹으면서 여행을 했을지 궁금하다.
에어컨이 나오는 호스텔에서 잠을 푹 자고 일어나 같은 방을 쓰고 있던 이탈리아 친구와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웨이터가 추천해주는 음식과 그리스 맥주를 시켰는데 양은 좀 적었지만 맛있었다.
특히 그리스어로 시작을 뜻하는 알파 맥주는 이름도 멋있고 맛도 좋았다.
이번 주는 분량조절 실패로 이야기가 짧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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