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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Travel/오스트리아-Austria

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126. 점점 지루해지는 유럽여행. (오스트리아 - 빈)


아침으로 뭘 먹을까 고민하다 슈퍼마켓에서 샌드위치와 맥주를 샀다.

버스에서 먹으려고 샀는데 출발시간이 많이 남았길래 버스 터미널에서 아침을 먹었다.

역시 맥주는 아침에 먹는 맥주가 상쾌하다.

체코에서 가장 유명한 버스회사는 '스튜던트 에이전시'다.

스튜던트 에이전시는 버스와 기차를 운영하고 있는데 학생 할인도 안 해주면서 왜 이름을 스튜던트 에이전시라고 지은지 모르겠다.  

숙소에서 버스 터미널까지 50분 정도 걸어가야해 열심히 길을 걷는데 체리를 팔고 있는 아줌마가 보여 한 팩을 샀다.

딱히 씻을 곳이 없어 그냥 먹었는데 빛이 좋아서인지 체리가 정말 달다.

음악을 들으며 버스에 앉아 있는데 바지 주머니에서 따뜻한 기운이 느껴져 주머니를 보니 초콜릿이 녹고 있었다.

입이 심심할 때마다 먹으려고 산 다크 초콜릿을 건빵 주머니에 넣어놓았었는데 창문으로 들어본 태양열이 초콜릿을 녹였다.

바지에는 조금밖에 안 묻었지만 사랑스러운 초콜릿은 돌아올 수 없는 요단강을 건너버렸다.


<체코 여행 경비>


여행일 6일 - 지출액 2,335코루나 (약 115,000원)


스탠과 프랭크가 잘 챙겨줘 돈을 쓸 일이 별로 없었다.

산장의 숙박비도 10유로(한화 14,000원) 밖에 안 할 정도로 지방의 물가는 정말 저렴했다.


이번에 도착한 도시는 오스트리아의 수도인 빈이다.

영어로는 비엔나라 불리는 빈인데 우리에게는 비엔나 소시지로 친숙하다.

개인적으로 각 나라의 지명을 영어식으로 바꿔 부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니 난 독일과 오스트리아 발음인 빈이라 불러야겠다. 


빈에는 다행히도 지하철이 있어 편하게 숙소를 찾아갈 수 있었다.

어딘가를 처음 가야할 때는 현재 위치를 알 수 없는 버스보다 지하철이 마음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빈에는 저렴한 호스텔이 별로 없어 가장 큰 호스텔로 예약했는데 5층이 넘는 건물 전체를 호스텔로 사용하고 있었다.

호텔 방처럼 생긴 방을 도미토리 3인실로 운영하고 있었는데 방도 깨끗하고 시트도 하얘 마음에 든다.

오늘은 딱히 움직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 근처에 있는 슈퍼마켓 구경이나 가기로 했다.

호스텔 앞에 있는 한적한 골목길의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파스타에 무슨 고기를 넣어 단백질과 지방을 섭취할지 고민하다 고기 패티를 샀다.

한 팩에 3개가 들어있길래 다 구워버렸는데 양이 꽤 많아 겨우 먹었다.

오스트리아에 왔으면 오스트리아의 맥주를 마셔줘야한다.

맥주를 마시고 침대에서 뒹굴거리니 천국에 온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오늘 아침은 건강을 생각해 사과와 요거트를 같이 샀다.

폴란드와 체코는 유로존이지만 자국의 화폐를 써서 물가가 좀 저렴했는데 오스트리아는 유로화를 쓰고 있어 물가가 비싸다.

스탠에게 물어보니 체코의 정치인과 기업들은 유로화를 쓰고 싶어하지만 서민들은 물가가 오를까봐 유로화 사용을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서민들의 삶이 힘들어지는 것은 어디를 가도 똑같은 것 같다.

방이 수십 개가 넘는 대형 호스텔이다보니 매일 들어오는 여행자들의 수가 엄청나다.

빈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고 리셉션에 갔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 한참을 기다렸다.

한국인이라 그런지 이런 것만 눈에 잘 들어온다.

나도 나름 1단을 가지고 있는 태권도 유단자인데 발차기가 잘 안 올라간다.

동유럽 나라들은 건물보다 길이 더 아름다운 것 같다.

산에 난 길도 아름답지만 도시 속의 길도 충분히 아름답다.

건물보다 길이 아름답다고 했더니 바로 아름다운 성당이 나온다.

어쩜 이렇게 미려한 곡선으로 건물을 지을 생각을 했는지 대단하다.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음료수 대신 백포도주에 탄산을 넣은 음료인 Spritzer를 즐겨 마신다길래 마트에 가봤다.

음료수 코너를 살펴보니 딱 눈에 들어오는 음료수가 있어 살펴보니 역시나 알코올 함유량이 표시되어 있었다.

음료수로 술을 먹다니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참 멋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맛을 봤는데 내가 기대하던 맛이 아니었다.

포도의 향은 느껴지지만 이도저도 아닌 맛에 탄산이 섞여있어 맛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맛이었다.

빈은 크지 않은 도시이기에 충분히 걸어서 여행할만한데 시내 관광은 주로 박물관들이 모여있는 뮤지엄 쿼터에서 시작한다.

날이 더워 목이 마르길래 아까 산 음료수를 한번에 마셨더니 술기운이 올라온다.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어떻게 마시는지 모르겠지만 음료수처럼 벌컥벌컥 마시는 것도 좋은 것 같다. 

'키스'로 유명한 구스타프 클림트는 오스트리아 출생이다.

젊은 시절의 클림트는 거대하면서 세밀한 작품을 그리는 역사화가였는데 동생이 죽은 뒤, 붓을 놓고 지내다 상징주의 화가로 다시 태어났다고 한다.

사람은 삶을 살아가며 계속 변할텐데 이 여행이 나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고 앞으로 어떤식으로 작용할지 궁금하다. 

박물관이 모여있는 지역에 왔지만 별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 밖에서 사진만 찍었다.

이 건물은 오스트리아의 국회 건물인데 그리스의 건축양식을 본떠서 만들었다고 한다.

국회 앞에는 지혜의 여신인 아테네의 조각상이 있는데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이 조각상이 국회를 등 돌리고 서있기에 국회에는 지혜가 머물지 않고 있다며 정치인들을 조롱한다고 한다.

정치인의 할일 중 하나가 국민에게 욕을 먹는 일이라지만 욕 먹을 일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

이 곳은 빈의 시청 건물인데 이제는 이런 건물을 봐도 큰 감흥이 없다.

여행이란 새로움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어야하는데 유럽 여행을 길게했더니 어디를 가나 거기가 거기인 것 같다.

멋진 건축물과 역사가 있다고 해도 큰 틀에서 보면 비슷한 문화권이기에 유럽이 지루해지고 있다.

스페인에서 시작해 영국과 프랑스, 네덜란드까지는 재미있었는데 독일을 지난 뒤로는 흥미가 사라지고 어서 빨리 대자연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의 템포를 높여 동쪽으로 이동해야겠다. 

빈에서는 매년 여름마다 시청사 앞에서 빈 필름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뛰어난 오페라나 오케스트라 영상을 시청사 앞의 거대한 스크린에 쏴준다고 한다.

별로 재미가 없어도 이왕 나온 것이니 계속 걸어다닌다.

빈 대학교는 1365년에 지어진 건물인데 지금봐도 웅장하고 멋있다.

아까 잠시 말했던 구스타프 클림트도 빈 대학교 출신이라고 한다.

대학교 중앙에는 작은 잔디밭이 있었는데 웃고 즐기는 학생들의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 

주변 경관과 어우러진 하얏트 호텔 건물이 참 멋있었는데 생긴 것처럼 숙박비도 비쌀 것 같다.

천사가 들고 있는 방패가 진짜 금이라면 도둑들의 표적이 되기 쉽상일텐데 어떻게 지키고 있을지 궁금하다.

빈의 랜드마크인 슈테판 대성당이다.

1147년 건설을 시작한 대성당은 1258년 대화재로 전소 되었다가 다시 재건되었지만 왕조가 바뀌며 성당을 헐고 고딕 양식으로 다시 지었다고 한다.

그 뒤로 터키전쟁과 세계대전을 거치며 많이 파괴가 되었지만 계속해서 복구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슈테판 대성당을 보니 새로 지어진 숭례문이 국보의 지위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떠오르는데 문화재란 건축물의 형태만이 아닌 그 건축물이 가진 역사를 살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오스트리아 출신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을 뽑으라 한다면 아마 모차르트일 것 같다.

모차르트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태어났는데 6살이 되기도 전에 피아노를 연주하며 음악적 재능을 보여줬다고 한다.

모차르트와 오페라의 나라인 오스트리아에 왔으니 50유로~100유로(한화 7만원~14만원) 정도의 돈을 지불하더라도 좋은 공연을 볼 계획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리는 공연에는 드레스 코드가 있고 내가 가진 긴 바지는 등산복 밖에 없었다.

통장에 돈은 있는데 구멍난 반바지를 입고 있어 공연을 못 본다는 것이 억울해진다.

예의와 격식이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예술에까지 그런 잣대를 적용시켜야 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돈이 아까워 다음으로 미뤄왔던 것들이 아쉬웠던 적은 있었지만 오늘처럼 마음먹고 돈을 쓰려했는데 쓸 수 없는 상황이 아쉽기는 처음이다.

날도 덥고 기분도 꿀꿀해져 요리하기도 귀찮아 그냥 길거리 케밥을 하나 사 먹었다.

사람이 빵과 고기만 먹고 살 수는 없다는 말이 있듯이 문화생활도 삶의 필수요소인데 소비할 수 있는 계층을 나눠 놓은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

유럽과 호주에서 많이 본 슈퍼마켓인 'ALDI'의 로고인데 다른 이름이 써있어 안에 들어가보니 내부도 '알디'와 똑같다.

신기해서 찾아보니 오스트리아에서는 '알디'의 상표권이 다른 업체에 있는지 'Hofer'라는 상표명을 쓴다고 한다.

기분이 울적할 때는 맥주나 마시는 게 좋다.

다음에 오스트리아에 다시 오게된다면 꼭 멋진 정장을 가져와 보란듯이 제일 좋은 자리에서 오페라를 보고 말거다.

빵으로 아침을 때우려는 생각을 가지고 슈퍼마켓에 갔다가 내 몸의 건강을 위해 샐러드를 샀다.

지금까지 가격과 열량 위주로 음식을 섭취해 온 내 몸에게 미안해진다.

노약자 우대석을 표시해 둔 스티커의 디자인이 깔끔해 사진을 찍었다.

역시나 사람은 고기와 빵만으로 살 수 없다.

사람은 감성과 지성으로 살아가는 존재다.

유럽이 지루해졌으니 빨리빨리 움직이기로 했다.

어서 동쪽으로 가 대자연을 보러 가야겠다.


<오스트리아 여행 경비>


여행일 3일 - 지출액 90유로 (약 125,000원)


빈에 잠시만 머물렀기에 숙박비를 제외하고는 크게 돈을 쓸 곳이 없었다.

제대로 된 공연을 보고 싶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다음으로 미룰 수밖에 없어 돈을 아낄 수 있었다.


버스에서 와이파이가 잡히는데 비밀번호가 걸려있는데 비밀번호가 써진 종이가 잘 보이지 않는다.

난 도구를 쓸줄 아는 지성인이니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확대를 해 비밀번호를 알아냈다.

헝가리의 수도인 부다페스트에 도착했는데 버스 터미널이 시내와 꽤 떨어져 있었다.

터미널 근처에 환전소가 없길래 그냥 걸어서 숙소로 가기로 했는데 거리에 그늘이 없어 힘이 든다.

40분 정도 땡볕 속을 걸어 숙소에 도착해 배낭을 내려놓고 밖으로 나왔다.

헝가리에 오기 전부터 부다페스트라는 이름에서 남성적인 느낌을 받았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도시가 남성적으로 느껴진다.

사람들이 다들 작은 코카콜라 캔을 들고 다니는 모습이 어디선가 코카콜라를 나눠주고 있는 것 같아 주위를 살펴보니 역시나 시음회를 하고 있었다.

먹을 복은 타고 태어나는 것이 맞나보다.

오늘은 부다페스트에 처음 도착한 날이니 대충 둘러보려고 했는데 걷다보니 부다페스트의 번화가인 바찌거리까지 오게됐다.

어느 나라를 가던 번화가에는 비싼 상점들만 즐비해 있어 여행하는 맛이 나지 않는다.

시내에서 돈을 환전하고 오늘의 최종 목적지였던 중앙시장으로 왔다.

부다페스트 중앙시장은 여느 유럽의 시장처럼 깔끔하게 잘 정돈되어 있었는데 딱히 특색있는 것은 없었다.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살아가며 생긴 시장인데 그곳에서 뭔가 특별한 것을 찾으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내가 중앙시장에 온 것은 헝가리 음식을 싸게 먹을 수 있다는 정보때문인데 잘못된 정보였다.

돼지고기와 감자로 만든 요리 한 접시를 1,500포린트(한화 6,000원) 정도 내고 먹었는데 좀 비싼 감이 있었다.

오는 길에 보인 식당에서 파는 요리들을 보며 부다페스트의 물가를 알 수 있었는데 이 요리가 1,500 포린트나 할 것 같지는 않았다.

다리를 건너가볼까 고민했는데 오늘은 밥도 제대로 못 먹었으니 부다페스트 구경은 내일 하기로 했다.

내가 아는 Elado는 스페인어로 '아이스크림'이라는 뜻인데 헝가리에서는 판매라는 뜻인가보다.

엘라도라는 단어를 보니 아이스크림이 당기길래 아이스크림 가판대를 찾아갔다.

역시 아이스크림은 딸기맛이 맛있다.

마트에서 무슨 맥주를 마실까 고민하다 가장 아름다운 맥주캔을 골랐다.

우리나라의 담뱃갑이 너무 예뻐 흡연을 조장한다는 말이 있었는데 맥주캔이 예쁘다고 고르고 있는 나를 보면 그 말도 맞는 것 같다.

캔도 이쁘고 맛도 좋은 맥주를 마시며 여행기를 쓰다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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