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으로 뭘 먹을까 고민하다 오늘은 스크렘블 에그를 해 먹기로했다.
어서 아침을 마음놓고 사먹을 수 있는 물가가 싼 나라로 가고 싶다.
청어도 먹고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도 봤으니 이제는 헤이그를 떠날 시간이다.
기차 입구에 와이파이 표시가 되어있길래 핸드폰을 켜보니 와이파이가 잡힌다.
딱히 인터넷으로 할 것은 없지만 우연히 만나는 무료 와이파이는 언제나 기분을 좋게 만든다.
헤이그를 떠나 도착한 곳은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이다.
숙소에 배낭을 맡기기 위해 열심히 길을 걸어가는데 멋있는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이 건물은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우체국으로 이용했었던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든 쇼핑센터라고 한다.
시내 구경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암스테르담을 같이 여행할 일행을 만났다.
사람마다 암스테르담을 찾는 이유는 모두 다르겠지만 난 하이네켄 팩토리때문에 암스테르담에 왔다.
아일랜드에 있는 기네스 팩토리에서 마신 기네스 맛은 환상적이었는데 하이네켄 팩토리에서 마시게 될 하이네켄의 맛이 궁금해진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하이네켄 팩토리에 입장하니 팔찌를 준다.
초록색은 맥주와 교환이 가능하고 하얀색은 기념품과 교환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냥 티켓으로 처리해도 될텐데 팔찌로 만들어주니 기분이 좋다.
통로를 따라 구경하며 걸어가다 보니 하이네켄의 역사에 대해 설명해주는 동영상이 나오고 있다.
듣고 나면 잊혀질 설명이지만 듣는 순간에는 재미있다.
우리나라의 고종황제 시절인 1867년부터 생긴 양조장이라니 정말 부럽다.
부러우면 지는 것이라지만 부럽지 않을 수가 없다.
Wort는 맥아즙으로 물에 보리를 넣고 거른 것이라고 한다.
이 맥아즙을 발효시키고 숙성시키면 맥주가 되는데 시음해보니 식혜맛이 난다.
생긴 것도 꼭 식혜처럼 생겼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식혜의 맛을 알고 있으니 맥아즙의 맛을 식혜라 표현할텐데 서양 사람들은 무슨 맛으로 표현할지 궁금하다.
하이네켄 맥주과정을 따라가며 느낄 수 있는 4D체험관이 있었는데 꽤 재미있었다.
기네스 팩토리는 그냥 보고 지나치는 것들이 많았는데 하이네켄 팩토리는 직접 즐길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음시간이다.
하이네켄 특유의 시원한 맛이 잘 느껴졌는데 330ml짜리 잔에 따라 줘 양이 좀 아쉬웠다.
그런데 같이 구경하던 일행이 술을 잘 못 마신다며 남은 맥주를 주셔서 다시 행복해졌다.
초록색 병에 달린 빨간 별이 정말 아름답다.
하이네켄 병의 디자인은 계속 바뀌어 왔지만 트레이드 마크인 빨간 별은 변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하이네켄 병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주는 기념품을 팔고 있었는데 정말 예뻐보였다.
이런 기념품은 평생을 간직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데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어쩔 수 없다.
우리집 벽을 이렇게 장식해보고 싶다.
마치 내가 알코올 중독자처럼 느껴지는데 난 그저 순수하게 술을 사랑할 뿐이다.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이나 미성년자는 맥주대신 콜라를 고를 수도 있다.
순수하게 맥주 맛만 놓고 비교하자면 기네스 팩토리에서 마신 기네스 생맥주가 더 맛있었다.
하지만 하이네켄 팩토리에는 즐길거리가 많아 재미있었으니 두 곳을 다 가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기회만 된다면 전세계의 양조장을 다 가보고 싶다.
게다가 우리의 사랑스러운 하이네켄 팩토리는 무료 셔틀 보트도 운영하고 있다.
물론 내가 낸 입장료에 포함된 것이라고 하지만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암스테르담의 운하를 즐기려면 따로 돈을 내고 보트를 타야하는데 하이네켄 팩토리를 가면 술도 마시고 보트도 탈 수 있다.
참 네덜란드스러운 풍경이 보이길래 카메라를 들었다.
술도 좋아하고 구름도 좋아하는 것을 보니 전생에 한량이었나보다.
암스테르담에는 커피를 팔지 않는 커피샵이 있다.
네덜란드는 대마초가 합법이기에 커피샵이라 써진 곳에서 대마초를 피울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법은 속인주의이니 네덜란드에서 합법이라고 대마초를 피웠다가는 귀국 후, 경찰서로 포돌이를 만나러 가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하이네켄 팩토리 견학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처음 입장할 때 받은 팔찌를 가지고 셔틀 보트 정류장 근처에 있는 하이네켄 기념품 가게로 가야한다.
팔찌에 남아있던 하얀색 단추를 주면 기념품 컵을 준다.
소소하지만 즐길거리가 많으니 소풍을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재미있다.
이 잔을 가지고 계속 여행을 할 수는 없으니 일행에게 아까 주신 맥주의 보답으로 선물을 드렸다.
네덜란드 근교인 잔세스칸스에 가기위해 1시간짜리 티켓을 샀는데 2.8유로(한화 4,000원)이나 한다.
이렇게 비싼 전철을 타고 다니는 네덜란드 사람들의 1인당 GDP를 확인해보니 52,000달러가 넘는다.
네덜란드의 GDP를 보니 이명박 전 대통령께서 747 공약을 내세우며 1인당 GDP 40,000달러 시대가 곧 온다고 했었던 것이 떠오른다.
그런데 현재 2014년 기준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30,000달러도 채 되지 않으니 참 씁쓸하다.
잔세스칸스 역에 도착해 밖으로 나오니 신기한 자판기가 있다.
지도를 무료로 뽑을 수 있는 자판기길래 신기해서 하나 뽑아봤는데 잔세스칸스 마을 자체가 작아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았다.
마을을 향해 길을 걷는데 자꾸 달콤한 향기가 난다.
알고보니 초콜릿 공장에서 나는 냄새였는데 냄새만 맡아도 기분이 좋아질 정도였다.
잔세스칸스 마을은 풍차로 유명한 곳이다.
벨기에 브뤼헤에서 본 풍차의 모습이 너무 실망스러웠기에 네덜란드의 풍차를 찾아왔다.
멀리 보이는 풍차들이 꼭 동화 속에 나오는 모습과 닮았다.
사람들이 실제로 살고 있는 마을인데 정말 조용하다.
동화 속에 나올 것 같은 조용한 마을에 살면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와인 한 잔을 마시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정말 진부한 미사여구인 것은 알지만 동화 속에서나 보일 것 같은 아름다운 마을이 펼쳐진다.
네덜란드의 풍차를 보니 벨기에 브뤼헤에서 이상한 풍차를 보고 파괴됐었던 내 동심이 회복되는 것 같다.
네덜란드에는 지역별로 다양한 전통의상이 있는데 그 중에서 나막신이 가장 유명하다고 한다.
각 지역마다 나막신의 모양이 달라 나막신만 봐도 어느 지역 출신인지 알아볼 수가 있다고 한다.
바람소리를 즐기며 한적한 길을 걷는다.
이런 풍경을 매일 바라보며 농사를 짓는 것도 즐거울 것 같지만 여행과 일상은 다르니 조심해야한다.
여행과 일상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는 적당한 균형이 필요하다.
암스테르담으로 돌아가기 위해 역으로 걸어가는데 갑자기 마을 사람들이 폭죽을 터트린다.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멕시코에게 1:0으로 지다 후반 88분에 동점 골을 넣고 추가시간에 역전 골을 넣자 곳곳에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즐거워하는 네덜란드 사람들을 보니 2002년 월드컵이 떠오른다.
유럽의 열차는 대부분 앞을 바라보게끔 좌석 배치가 되어있는데 인구 수가 적어서 그런 것 같다.
암스테르담으로 돌아와 시내 구경을 하는데 광장에 특이한 기념탑이 보인다.
이 기념탑은 2차 세계대전 때 희생된 사람들을 추모하는 탑이라고 한다.
언제쯤이면 세상에 평화가 가득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
서유럽권 나라들은 통이 크다.
1유로나 2유로는 취급도 하지 않는 5유로(한화 7,000원)에 각종 기념품을 파는 가게였는데 딱히 가지고 싶은 것은 없었다.
암스테르담에 왔으니 홍등가도 구경을 하러 갔는데 별로 특이한 것은 없었다.
극장 안에 들어가면 신기한 공연들을 많이 한다던데 돈을 내면서까지 구경하고 싶지는 않았다.
암스테르담 시내를 구경하기 시작하니 비가 내렸었는데 비가 그치고 난 뒤의 풍경이 정말 아름다웠다.
조명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암스테르담의 모습이 아름다워 계속해서 사진을 찍었다.
열심히 돌아다녔으니 맛있는 저녁을 먹기로 하고 맛집을 찾아갔는데 영업시간이 끝났다고 한다.
어디를 갈지 고민하다 아까 지나친 립 바베큐 가게로 들어갔다.
10유로(한화 14,000원)에 무한 리필을 해주는 곳이었는데 처음에 나오는 양이 꽤 많아 조금밖에 더 못 먹었지만 꽤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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