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노래 한 곡 듣고 시작하겠습니다.
가능하시면 꼭 들어주세요.
늘 한마리 고독한 늑대처럼
세상과 화해하지 못한 채
매섭게 치켜뜬 눈빛속에
화려한 슬픔을 간직한 채
학교 앞, 큰 길.
그 사거리의 미소년
이렇게 다시
오빠가 돌아왔다.
태양을 등지고 돌아선 모습
모든게 멈춘듯한 한 순간
생각보다 작은 그의 어깨로
가만히 내려앉는 나비 한 마리.
또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며
오빠는 가만히 노래했지.
현실에 타협할 수 없었던
위대한 패배자들의 blue booth.
학교 앞, 큰 길.
그 사거리의 미소년
이렇게 다시
오빠가 돌아왔다.
태양을 등지고 돌아선 모습
모든게 멈춘듯한 한 순간
생각보다 작은 그의 어깨로
가만히 내려앉는 나비 한 마리.
질수밖에 없는 게임의 법칙.
하지만 후회따윈 하지 않다.
그는 어느새 또 웃고 있었지.
한번도 본 적 없는 고운 웃음.
태양을 등지고 돌아선 모습.
생각보다 작은 그의 어깨로
가만히 내려앉는 나비 한 마리.
W&Whale - 오빠가 돌아왔다
그렇습니다.
드디어 오빠가 돌아왔습니다.
783일 간의 세계일주를 무사히 마치고
2014년 12월 4일 한국에 복귀했습니다.
그 동안 응원해주셔서 감사하고
여행기가 끝나는 그 날까지 계속 함께 해주세요.
즐겁고 맛있는 아침을 먹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영국의 날씨가 변덕스럽다길래 많이 걱정했는데 처음 도착한 날만 비가 내리고 그 뒤로는 화창한 하늘이 계속되고 있다.
빨간 공중전화를 느낌있게 담고 싶었지만 이번에도 실패했다.
생각하며 찍는 사진이 어렵지만 정말 재미있다.
오늘의 첫 목적지는 버킹엄 궁전이다.
왕실 문장이 정말 잘 어울리는 하늘이 기분좋게 펼쳐져 있다.
왕실 근위병의 교대식을 보기위해 전 세계에서 온 여행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교대식이 시작하기 1시간 전에 왔는데도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
좋은 자리를 잡으려면 2시간 전부터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왕실 근위병의 상징인 털모자를 쓴 병사들이 궁전으로 행진하며 왕실 근위병 교대식이 시작된다.
이 털모자는 곰털로 만들어졌는데 캐나다 흑곰의 털로 만들었다고 한다.
상대방에게 위압감을 주기 위해 기다란 모자를 채택했다는데 정말 무겁고 더워 보여 무섭다기 보다는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
치안을 위해 많은 경찰들이 배치되어 있었는데 말을 탄 경찰아저씨가 계속 농담을 하며 사람들을 재미있게 해줬다.
줄 안쪽에 서 있는 아이들을 위해 경찰들이 폴리스 라인 앞쪽에 따로 자리를 마련해주고 있었다.
아이들을 위해 규칙에 예외를 두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
솔직한 감상평을 말하자면 유명세에 비하면 너무 평범한 교대식이었다.
런던에 왔으니 한 번은 봐야겠지만 딱히 멋있지는 않았다.
여신님, 제 메마른 감수성에 물을 주세요.
풀냄새를 맡으며 즐겁게 길을 걸어간다.
런던은 많은 인구와 좁은 도로로 인해 교통체증이 심하다고 하는데 과연 한국과 비교하면 어떨지 궁금하다.
그리고 아무리 교통체증이 심각하다고 해도 인도보다는 덜 할 것 같다.
런던의 중심도로인 피카딜리 거리에 시장이 열려있었다.
요새 우리나라에도 플리마켓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는데 빠르게 변하는 모습이 참 신기하다.
각 도시의 중심지역에는 언제나 거대한 전광판이 있는 것 같다.
런던의 전광판도 꽤 컸지만 최고의 전광판은 역시 뉴욕인 것 같다.
뉴욕에 1주일 밖에 안 있었는데 누가보면 뉴욕에서 산 줄 알 것 같다.
오늘도 테스코 샌드위치로 점심을 때우려다 영국음식을 한번은 먹어야할 것 같아 피쉬 앤 칩스를 시켰다.
호주에서 먹은 피쉬 앤 칩스와 마찬가지로 그냥 생선까스 맛이었다.
내가 아무 음식이나 잘 먹는다고 하지만 왜 피쉬 앤 칩스가 유명한지 모르겠다.
계속해서 큰 길을 따라 걷는데 한인 거리가 나왔다.
여행을 하며 한국 식당들은 많이 봤지만 한인 빵집은 처음이라 정말 신기했다.
단팥빵이 당겼지만 한국에 가서 먹기로 했다.
생선까스를 먹어 느끼해진 속을 달래기 위해 딸기 쉐이크를 샀는데 내가 원하던 진한 맛이 아니었다.
어제는 내셔널 갤러리를 구경했으니 오늘은 대영박물관을 구경할 차례다.
물가가 비싸지만 런던이 좋은 이유는 대부분의 박물관과 미술관의 입장료가 무료라는 것이다.
매표소도 없어 그냥 입장하면 되고 만약 입장료를 내고 싶으면 기부를 하면 된다.
대영박물관 정도의 유명한 박물관이라면 자국민만 무료로 입장을 시키고 외국인에게는 입장료를 받아도 될텐데 모든 사람에게 무료라니 정말 대단하다.
박물관의 첫 부분은 역시나 조각상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 돌은 대영박물관에서 가장 오래된 수집품인데 180만년 전에 인류가 처음으로 만든 석기라고 한다.
이 석판은 세상에서 제일 유명한 석판이라 불러도 되는 로제타 스톤이다.
로제타 스톤은 나일강 하구에 있는 로제타 마을에서 발견된 비석조각으로 프톨레마이오스5세 황제를 칭송하는 내용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군이 로제타 마을에서 약탈한 것인데고대 이집트 상형문자 해독에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힘이 있는 나라들은 왜 다른나라의 기둥을 뽑아오는 것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아름답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기둥을 뽑아 올 생각을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미국의 박물관들과 똑같이 영국도 이집트의 여러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사람의 수집욕이라는 것이 참 무섭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가져올 것이 없어서 남의 문짝까지 떼어오다니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이 곳은 대영박물관에서 가장 유명한 파르테논 신전 부분이다.
그리스에 있는 파르테논 신전의 조각품을 통째로 떼온 것으로 부족해 구조도 파르테논 신전과 똑같이 만들었다고 자랑하고 있었다.
그리스는 조각품의 반환을 계속해서 요청하고 있지만 나라에 힘이 없으니 돌려받을 수가 없다고 한다.
강대국에게 무시당하는 그리스의 입장이 남의 나라 이야기 같지가 않아 씁쓸하다.
내 자식들에게는 더 강해진 대한민국을 물려주고 싶다.
남미를 여행할 때 이스터 섬을 가지 않았기에 모아이 석상을 볼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영국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설명을 보니 출처가 도둑질이거나 숨겨진 조력자에 의한 것이라고 당당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개방된 공간에 처음으로 전시 된 모아이 석상이라는 설명도 있었는데 전시를 해준 영국 정부에게 고맙다고 해야할지, 반환을 하라고 비난해야 할지 모르겠다.
옥으로 만들어진 장신구들은 투박하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원석을 보니 정말 아름다웠다.
부처님은 어쩐 일로 손목이 잘리신 채 이 먼 영국 땅까지 오셨나이까.
한국관도 있었는데 다행히 약탈해 온 품목은 보이지 않았다.
이집트에 있는 유물보다 영국에 있는 이집트 유물이 더 귀중한 것이 많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아무래도 그 말이 사실인 것 같다
이집트에 가보지도 않았는데 벌써 미라를 봤다.
기왕이면 피라미드도 하나 전시해놨으면 참 볼만했을텐데 아쉽다.
체스 말이 귀여워 한참을 구경했다.
체스를 잘 둘 줄 모르지만 좋은 체스판을 가지고 싶다.
나도 이런 배가 하나 있으면 좋겠다.
대영박물관에서 인정했듯이 선풍기는 역시 대우다.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밖으로 나와 거리를 걷는데 호주의 멜버른 느낌이 난다.
정확히 말하자면 멜버른이 런던을 닮은 것이겠지만 호주에서 일 구하러 다니던 거리와 정말 비슷했다.
날씨가 화창하니 템즈강변을 따라 걷기로 했다.
물가가 비싼 런던에 와서도 여유롭게 다니고 있다.
런던의 모든 것을 다 보기보다는 내가 관심있는 곳만 둘러보면 된다.
마음에 드는 의자에 앉아 책도 읽는다.
런던에서 마음에 든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표지판이다.
웬만한 큰 길가에는 거의 500m 간격으로 자세한 지도를 배치해놨는데 정말 편리했다.
퇴근 후, 친구들과 맥주 한 잔을 마시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
펍 안에서 마시지 않고 밖에서 대화를 하며 맥주를 마시는 모습이 즐거워 보였다.
나도 맥주 한 잔을 마시고 싶지만 한 잔만 마셔도 5파운드(한화 9000원)은 나올테니 참는다.
근처의 큰 슈퍼마켓에 들어가보니 여기도 런치 딜을 팔고 있었다.
여러 종류의 샌드위치 중 가장 비싼 샌드위치로 골라 세트를 구성한다.
드디어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런던 타워에 도착했다.
진짜 목적지는 런던 타워 옆에 있는 이 타워 브릿지다.
우선 다리를 건너 사진찍기 좋은 장소를 찾기 시작한다.
해가 지기 시작하는 런던의 골목길도 아름답지만 내가 진짜로 원하는 포인트는 따로 있다.
해가 지기 시작하고 다리에 조명이 들어오지만 조금 더 어두워지기를 기다린다.
설정을 바꾸며 여러 사진을 찍어보며 계속 기다린다.
기다린 보람이 있었는지 드디어 내가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이런 황홀한 야경을 내 눈으로 보고 사진으로 남길 수 있다는게 정말 감격스럽다.
야경이 아름답다던 도시를 여러 곳 가봤지만 내 생각에는 런던이 최고인 것 같다.
어쩜 이렇게 아름다운지 런던의 야경과 사랑에 빠져버렸다.
호스텔로 돌아가려면 12km 정도 걸어가야해 큰 마음을 먹고 지하철을 타기로 했는데 티켓 판매기에서 동전만 받는다고 한다.
하늘의 뜻으로 생각하고 그냥 걸어가려다 너무 피곤해 근처 가게에서 동전을 바꿔 티켓을 끊었다.
런던의 지하철은 꽤 깨끗하고 쾌적했지만 비싸도 너무 비싸다.
숙소로 돌아왔는데 이상한 느낌이 들어 확인을 해보니 날짜 계산을 잘못하고 방을 잡았다.
내일 체크아웃을 해야하는데 방 값을 하루치 더 내버렸다.
급히 리셉션으로 내려가 사정을 말했더니 24시간 전에만 취소가 가능하다며 어쩔 수 없다고 한다.
27파운드(한화 47,000원)을 날릴 처지였는데 매니저가 오더니 자기가 도와준다며 취소를 해줬다.
만약 취소가 안 됐다면 내 스스로가 정말 미워졌을텐데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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