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메고 세계일주 - 029. 또 다시 시작.



전 편에서 내가 무릎을 꿇은 것은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

히말라야가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으니 다시 시작하면 된다.
여행의 일부분에서 포기했어도 여행 전부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근성의 김성모 화백님 존경합니다. 
저도 근성을 가지고 여행하겠습니다.
강건마같은 사람이 되겠습니다.

사진 없이 대사만 인용하려니 분위기가 잘 안살아 무단펌을 합니다. 죄송할 짓을 하는 것을 알면서도 하는 점 죄송합니다.
  

우선은 물에 젖은 장비들을 빨아서 햇볕에 말린다.

내 몸도 말린다.

내 마음도 말린다.

근데 컨디션이 많이 떨어졌는지 어제 저녁부터 배가 너무 아프다.

아무거나 주워먹었더니 아무것도 못 먹을정도로 아프다.
새벽부터 계속해서 화장실을 가는데 이번에도 도미토리에 또 여자가 있어 죄송하다.  
 

오후가 되니 좀 가라앉아서 바나나를 먹고 책을 읽었다.
처음에는 바나나 몇개만 먹으려했는데 하나를 먹으니 두개가 먹고 싶어져 결국에는 한송이를 다 먹어버렸다. 

자연에 될 수 있는한 영향을 안 끼치고 산 작가의 이야기인 '노 임팩트맨'을 읽었는데 꽤 재미있었다.
오랜만에 두꺼운 책을 읽으니 행복했다.

<오늘의 생각>


인간의 몸 속에 수분이 많다는 사실을 화장실에서 확인했다.

 

아침이 밝았지만 속이 완벽하게 나은 것 같지가 않아서 밥도 못 먹고 침대에서 뒹굴고 있으니 같이 도미토리를 쓰는 진형씨가 죽 파는 곳이 있을 것 같다며 나가자고 한다.

가이드북에 나온 일식집을 갔더니 진짜로 닭죽을 팔았는데 아픈 나에게 최고의 영양식이 됐다.
네팔에 와서 한식도 먹고 죽도 먹고 여러가지를 먹는다. 

죽을 먹으니 좀 살 것 같아 포카라 시내를 돌아다니기로 했다.

포카라의 여행자거리는 레이크 사이드라고 불리는데 그 레이크가 바로 이 페와호수다.

보트를 빌려 탈 수도 있지만 별로 안 땡겨서 공짜보트를 타기로 했다.
 

페와호수에 있는 리조트인 피쉬테일 롯지로 들어가는 보트인데 아주 잠시 타지만 공짜다.
호수에 있는 섬을 사서 리조트를 만들었는데 꽤 아름답게 꾸며 놓아서 레이크 사이드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 났다.

라씨를 한잔씩 시켜 먹었는데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이런 곳에 묵어도 좋을 것 같았다. 물론 누군가와 함께.

워워 그거 먹는거 아니야.

우리나라에서도 성묘를 가서 놓고 온 과일들은 산짐승들이 먹는데 네팔은 동네 소가 먹는다.

몸도 어느 정도 추슬렀고 구부러진 마음을 다시 펴기 위해 내일 ABC로 떠나기로 했다.
지금 내가 가진 장비로 안나푸르나 라운딩을 가기에는 무리기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 ABC(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로 가기로 했다.  


진형씨는 처음에 푼힐전망대만 다녀오려고 네팔에 왔는데 많은 사람들이 ABC를 추천해 나와 함께 가기로 했다.  
나는 이미 쇼핑을 몇번 해본 슬픈 과거가 있어 대략적인 시세를 알기에 진형씨가 준비하는 것을 도와줬다. 

물건을 다 사고 영양보충을 위해 스테이크를 먹으러 갔다.


처음의 원칙대로라면 안 먹었을테지만 수정규칙에 의해 보장받는 인간관계이기에 맛있게 먹으러 갔다.

무엇보다 여자가 고기썰러 가자는데 규칙에 얽매여 거절할정도로 꽉 막힌 바보같은 사람은 아니다.





오늘은 좋은 날 부처님 오신 날

화장 잘 받은 날 밀린 월급 받는 날

흰 눈이 내린 날 사랑 가득한 날

거리의 음악들이 너와 나를 부를 때


오늘처럼 할 일 없는 금요일 저녁 (우리가 먹어야 할 그것)

헤어진 네가 자꾸 생각나는 날이면


I wanna 스테이크 You wanna 스테이크

And we wanna 스테이크 Yeah-

I wanna 스테이크 You wanna 스테이크

And we wanna 스테이크 Yeah-


아침 못 먹은 날 면접 떨어진 날

친구와 싸운 날 버스 타다 넘어진 날

찬바람 부는 날 혼자인 생일날

집으로 가는 길이 너무도 쓸쓸할 때


별거 아닌 친구들의 농담같이 (스쳐 지나가는 말에)

왠지 모르게 서운한 그런 날이면


I wanna 스테이크 You wanna 스테이크

And we wanna 스테이크 Yeah-

I wanna 스테이크 You wanna 스테이크

And we wanna 스테이크 Yeah-


오늘은 좋은 날 부처님 오신 날

화장 잘 받은 날 밀린 월급 받는 날

흰 눈이 내린 날 사랑 가득한 날

거리의 음악들이 너와 나를 부를 때


I wanna 스테이크 You wanna 스테이크

And we wanna 스테이크 Yeah-, just wanna feel you baby

I wanna 스테이크 You wanna 스테이크

And we wanna 스테이크 Yeah-, just wanna feel you baby


스테이크 Yeah-

스테이크 Yeah-

전기뱀장어 - 스테이크 



근데 맛있는 스테이크 사진을 찍으려하니 진형씨의 카메라가 없다. 

트레킹 장비를 산 곳에 두고 왔는데 우리가 깨닫고 뛰어갔을 때는 이미 문을 닫은 상태였다.

원래는 숙소에 두고 나오려는 것을 내가 숙소에 귀중품을 두는 것은 안좋다고 참견을 해 가지고 나온건데 나 때문에 잃어버린 것 같아 엄청 미안했다.

스테이크가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대충 먹고 우선 숙소로 돌아와 카메라를 다시 찾을 계획을 세웠다.

<오늘의 생각>


어리석은 인간의 참견으로 일어난 일이 미안해 죽을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상점들이 문을 열 시간이 되자마자 트레킹용품점으로 향했다.

만약 카메라에 대해 시치미를 떼면 경찰을 불러서 깽판을 칠 각오까지 하고 갔는데 걱정말라며 잘 맡아놨다고 한다.

어제 저녁에도 문을 안닫고 오랫동안 기다렸지만 우리가 오지 않아 문을 닫았다고 한다.

정말 고마워서 우린 친구고 네팔사람은 인도사람하고 다르다며 인사를 하고 나왔다.

레이크사이드의 끝자락에 있는 가게인데 THE 슈퍼마켓근처에 있다.

위치가 끝부분이다보니 다른 곳에서 시세를 알아보다 끝에 있는 이 가게에서 주로 물건을 구입했는데 가격도 내가 조사한 최저가정도로 살 수 있었다.

그렇다고 무조건 가라는 것은 아니고 다른 곳에서 시세를 제대로 파악한 후에 가야한다.

아무튼 정말 고마운 친구다.

만약 못 찾았다면 계속해서 마음의 짐이 됐을텐데 다행이다.

카메라를 찾았으니 밥을 먹기로 하고 맛있다는 뚝바집을 찾아갔다.

다질링보다는 맛있었지만 역시 요리왕 비룡의 맛은 안 났다.

갑자기 내 머리사진을 찍은 것은 내 건망증을 이야기해야하는데 그것도 까먹을까봐 사진을 찍어놨다.

산에 올라갈 준비를 한다고 카메라 배터리를 충전기에 꽂아 놓고 예비배터리도 가방에서 다 꺼내둔 채로 빈 카메라만 들고 밖으로 나갔다.

덕분에 재정비를 하는 모습과 같은 방을 쓰는 사람들과 손으로 탈리를 먹으러 간 일들은 내 머리속에만 남게 됐다.
벌써부터 치매가 오면 안 되는데 큰일이다.

<오늘의 생각>


네팔 사람은 확실히 착하다.

 

아침에 일어나니 하늘이 엄청 맑다.

트레킹을 하는 내내 맑은 하늘을 보여주렴.
이번에도 날 힘들게 하면 우공이산(愚公移山)이 무슨 뜻인지 알게 해주마. 

햇님도 잘 부탁드립니다.

아침 일찍 여는 현지인 식당은 별로 없다.
어차피 산촌다람쥐에서 택시를 타기로 했으니 밥도 먹기로 했다.
엄청 맛있게 생겼지만 엄청 맛없었던 김치볶음밥이다.

간도 안 맞고 이게 밥인지 죽인지 모를 정도였다.

그래도 다 먹었다.

처음에 네팔에서 쓸 예산을 책정했을 때 최대 20일간의 트레킹을 생각하고 돈을 찾아와 자금이 많이 남게 됐다.

그래서 내린 결정은 일행 한명을 구해서 포터를 같이 쓰고 카메라만 가지고 올라가기로 했었는데 이야기를 하다보니 진형씨와 같이 동행하기로 했다.

거기에 같은 도미토리를 쓰던 시영누님도 같이 떠나기로 해 총 3명의 팀이 구성됐다.
 

ABC코스는 포카라에서 나야풀로 이동해 시작하는데 여기도 시작지점에 다리가 있다.

또다시 다리를 건너며 마음을 다잡는다.
이번에는 제발 무사히 올라갔다 내려올 수 있게 해주세요. 

저 멀리 보이는 설산은 마차푸차르이다.

마차푸차르는 물고기 꼬리라는 뜻인데 봉우리가 물고기 꼬리처럼 양갈래로 나뉘어져 있다.
이번에는 꼭 저 설산의 눈을 만지고 내려오고 만다. 

올라가는데 한글이 보여 읽어보니 바로 3일전에 완공이 된 초등학교 안내판이다.

밀레와 엄홍길 대장이 후원해서 만들었다는데 완공이 3일전이었다고 하니 엄청 신기했다.

제일 앞의 두 사람이 우리가 고용한 포터 기아누와 샴이다.
그 뒤에 있는 사람들이 이번 등반을 같이 한 일행인데 왼쪽은 시영누나, 오른쪽은 진형씨다.

초입부분이라 아직은 편한 길을 걷는다.

초입 마을인 간드룩으로 가는데 계단이 나오자 힘이 들기 시작한다.
계단은 참 대단한 발명이지만 힘이 빠진다. 

병아리가 엄마를 타고 논다.

이런 모습은 처음봤는데 정말 귀여웠다.

어렸을 때, 어린이 날에 선물로 합체하는 커다란 로보트를 받고 좋아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당에서 '꼬끼오'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밖에 나간 아부지가 병아리와 닭의 중간 단계에 있는 애를 잡아왔다.
어디서 온 애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와 동생은 어린이날 선물 2를 받았다고 생각하며 마당에서 닭을 키웠었다.
시장에서 주워온 배추잎을 먹은 닭은 무럭무럭 자랐고 성체가 됐을 무렵 우리 가족의 뱃 속으로 들어왔다.
어렸을 때인데 닭을 먹지 말자고 울기는 커녕 맛있게 먹은 기억만 나니 순수했던 해철이 형과는 다르게 음식에 대한 가치관이 뚜렸했나 보다.

참고로 이 이야기는 어디 시골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일어난 일이다.

 

육교위의 네모난 상자속에서..

처음 나와 만난 노란 병아리 얄리는

처음처럼 다시 조그만 상자속으로 들어가..

우리집 앞뜰에 묻혔다.

나는 어린 내눈에 처음 죽음을 보았던..

1974년의 봄을 아직 기억한다.


내가 아주 작을 때

나보다 더 작던 내 친구

내두손 위에서 노래를 부르면

작은 방을 가득 채웠지

품에 안으면 따뜻한 그 느낌

작은 심장이 두근두근 느껴졌었어


우리 함께 한 날은

그리 길게가지 못했지

어느날 얄리는 많이 아파

힘없이 누워만 있었지

슬픈 눈으로 날개짓 하더니

새벽무렵엔 차디차게 식어있었네


굿~바이 얄리 이젠 아픔없는 곳에서

하늘을 날고 있을까

굿~바이 얄리 너의 조그만 무덤가엔 

올해도 꽃은 피는지


눈물이 마를 무렵

희미하게 알수 있었지

나역시 세상에 머무르는 건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설명한 말을 알수는 없었지만 

어린 나에게 죽음을 가르쳐 주었네


굿~바이 얄리 이젠 아픔없는 곳에서 

하늘을 날 고 있을까

굿~바이 얄리 너의 조그만 무덤가엔 

올해도 꽃은 피는지

굿~바이 얄리 이젠 아픔없는 곳에서

하늘을 날 고 있을까

굿~바이 얄리 언젠가 다음 세상에도 

내 친구로 태어나줘

정말 대단한 신해철형아 - 날아라 병아리 



점심은 빅사이즈의 볶음밥을 시켰다.

밥을 주문하면서 항상 그렇듯이 빅사이즈라고 했더니 일행들이 웃는다.

그래도 배가 고프면 안되니 빅사이즈.

어떻게 하면 구름이 이렇게 이쁠 수가 있는지 모르겠다.
솜사탕처럼 생겨서 만져보고 먹어보고 싶다. 

적당한 빛을 가리며 귀여운 구름들이 떠 있는 하늘이 정말 좋다.

어떻게 찍어도 이뻐서 자꾸 찍는다.

나귀떼가 내려오길래 길 한쪽으로 피했는데 시영누나가 나귀떼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었다.

나중에 보니 나귀들이 방울소리를 내며 내려오는 모습이 왠지 웃겨서 심심하면 나귀 동영상을 보고 다같이 웃는 것이 일상이 되버렸다.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도 계속보면 질리지만 하늘의 구름은 매번 바뀌니 질릴 틈이 없다.

내가 구름을 좋아하는 이유는 정확히 모른다.

그저 파란 하늘에 장식이 되는 구름이 아름다워서일 수도 있고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갈망일 수도 있는데 이유야 어쨌건 구름이 좋다는 것이다.

내가 구름이 이쁘다고 신나서 돌아다니는 것과 반대로 일행들은 계단만 만나면 힘들어한다.

내일부터는 체력을 고려해 제일 뒤에서 받쳐 줘야겠다.

소를 도축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옛날에 시골에서 본적도 있고 내가 고기를 먹기 위한 당연한 수순이라 외면하지는 않았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배도 별로 안고프고 산에서 주는 뚝바가 궁금해 시켰는데 엄청 작은 그릇에 담아져 나왔다.

왜 이렇게 작냐고 뭐라하니까 산은 물자가 없어서 그렇다고 되지도 않는 소리를 한다.

그럼 내가 전에 먹은 초면은 바닷가에서 먹은건가 보다.

양이 너무 적어 밥을 시켜 국물에 말아먹었다.

밥이라도 많이 달라니까 밥도 양이 정해져있다며 또다시 산이라 그렇다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한다.

뭐라하기도 지쳐서 그냥 먹었다.

숙소와 식당은 포터가 알아서 정하는 곳으로 가는 것이 관례라 그냥 따라왔는데 내일 식당도 이러면 포터인 기아누에게 한마디 해야겠다.
밥의 양은 체력과 기분에 큰 역할을 하는데 마음에 안 든다. 

방으로 올라오니 시영누님께서 초코바의 은총을 내리셨다.

한국에서 떠나기 전에 ABC에 올라간 사람들의 후기들을 다 섭렵하신 마마님께서 초코바 및 여러가지 비상식량을 챙겨오셨는데 그걸 하사하셨다.

초코바에 감동을 먹고 이 날부터 시영누님을 마마님이라 높여 불렀다.

나는 초코바 하나에 움직이는 아주 쉬운 남자다.


서로 이야기 꽃을 피우다가 저녁을 욕하며 내가 먹었던 진짜 빅사이즈의 초면을 보여줬더니 다들 놀란다.

씁쓸하면서도 재미있는 추억을 가진 초면이다.

<오늘의 생각>


내 글을 볼 사람들과 같이 있으니 오늘의 생각 쓰기가 어렵다.

 

아침에 일어나니 설산이 눈앞에 있다.

확실히 안나푸르나 라운딩보다 설산이 더 빨리 다가온다.

하늘도 맑고 설산도 하얗고 기분이 좋다.

아침에는 다른 메뉴는 다 제쳐놓고 리필이 되는 달밧을 시켰다.

어제의 배고픔을 보상이라도 받듯이 계속해서 리필을 했다.

가이드 책에 쓰여있는 설명을 보면 오늘 올라가는 코스에 심장을 터지기 직전까지 혹사시키는 계단이 나온다는데 저긴가보다.

보기만 해도 심장이 터질 것 같다.

미리 겁을 먹고 기아누에게 물어보니 다행히 저 길이 아니라고 한다.

중간에 지나는 마을에서 쉬는데 하늘도 파랗고 건물도 파랗고 카페트도 파랗다.

정말 아름답고 좋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그림같은 풍경을 동무 삼아 계속 걸어간다.

처음에 출발하면서 시간도 여유가 있으니 빠르게 올라가지 말고 쉬엄쉬엄 가기로 했다.
힘이 들면 쉬었다 간다고 해서 크게 뒤쳐지지는 않는다.

점심으로 볶음밥을 시키면서 많이 달라고 했는데 이정도는 되야 빅사이즈라 할만 하다.

이제부터 우리 팀의 식사 주문은 항상 내가 맡아서 하기로 했다.

직접 주방에 들어가 주방장과 눈을 마주치고 웃으면서 너와 나는 친구니까 '빅사이즈'라고 말한다.

힘이 들 때 하늘을 보면 파란 하늘이 힘을 내라고 한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됐는지 이정도 다리는 그냥 건넌다.

거기다 마마님들을 보좌해야하니 더 당당하게 건넌다.

마마님들 힘을 내시옵소서.


눈앞이 또 아득하게 흐려져오고

떨려오는 두 무릎은 꺼질 듯한데

힘을 내! (힘을 내!)

비바람이 걷히고 나면

우리가는 산 봉오리가 눈앞에 있어. 
 

한 가닥 외줄에 걸린 우리의 운명.

움켜잡은 손은 이제 감각이 없어.

힘을 내! (힘을 내!) 

오늘의 해는 곧 넘어가도 

영원토록 기억될테니.
 

이 시간 쯤, 그댄 뭘 하고 있을까?

가끔씩은 날 보고 싶을까?

완전히 제끼고 있을까? 

Oh, my god!
 

약속은 남자의 모든 것.

그 속에 담은 많은 모든 것

누구도 빠짐없이 정상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자.
 

혹시 나 주저앉으면

혼자, 너만이라도

가야만 해, 해내야 해 

뛰어
 

한없이 작아져가는 나를 달래며

내가 원한 내모습을 만나기 위해

힘을 내! (힘을 내!)

아래에서 보면 커보이는 것도

저 위에 서면 우스울테니.
 

이 시간 쯤, 그댄 잠들어 있을까?

딴 놈들이 넘보진 않을까

이 것은 나쁘지 않은가.

약속은 남자의 모든 것.

그 속에 담은 많은 모든 것.

누구도 빠짐없이 정상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자.

혹시 나 주저앉으면

혼자, 너만이라도

가야만 해, 해내야 해 

뛰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넥스트 - 힘을 내! 

 



오늘의 목적지인 촘롱까지 가는 길은 두가지라고 한다.

하나는 끊임없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약간은 돌아가는 것.

어차피 중간에 만난다고 하니 경치는 비슷해보이고 마마님들의 체력이 떨어졌으니 돌아가기로 한다.

마마님께서 무거운 발걸음을 떼신다.

계속해서 걷다보니 촘롱에 도착했다.

촘롱에는 김치찌개와 백숙도 판다.
한국사람들이 산을 좋아하긴 하는 것 같다.
식당 메뉴판을 보면 서양식, 네팔식, 한식이 존재한다. 

밤이되자 마차푸차르에 구름이 끼기 시작하는데 구름이 껴도 운치가 있다.

오늘 저녁은 피자다.

산에 와서 무슨 피자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여기 피자가 그렇게 유명하다고 한다.

마마님께서 여러 후기들을 봤는데 많은 사람들이 추천을 하고 론리플래닛에도 나왔다고 해 시켜 봤는데 크기도 적당하고 꽤 맛있다.


1787년 제정된 미국 헌법의 본체는 오늘날까지도 전혀 수정 없이 보존되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헌법이라고 한다.

하지만 시대의 변천에 맞게 현재까지 27개의 새로운 조항이 추가되었고 미국에서 그 어떤 것보다 가장 중요한 권리로 치는 종교, 언론 및 출판의 자유와 집회 및 청원의 권리는 수정헌법 1조의 내용이다.
 

내가 뜬금없이 미국 헌법 이야기를 하는 것은 나의 여행규칙도 본체는 보존되지만 시대의 흐름에 맞춰 새로운 조항이 추가 되었다는 것이다.

바로 '양심과 인간관계에 의한 식사'부분이다.

원칙대로 이탈리아에 가서도 피자를 먹겠지만 촘롱에서 다같이 먹은 피자도 최고의 맛이었다.

ABC에 도착하고 내려오는 길에 탄산을 먹으려 했지만 차마 피자를 먹는데 콜라를 안 마실 수가 없어서 딱 1캔만 시켜서 나눠먹었다.

피자로 느끼해진 속을 콜라로 씻어주니 코카콜라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김이 빠질까봐 위에다 설탕통 뚜껑을 덮어놓고 마실 정도로 대단한 맛이었다.

맛있게 저녁을 먹고 방에 들어와 각자의 이야기를 하다보니 내 여행의 원칙에 대해서도 말을 하게 됐다.
내가 여행을 하며 정한 규칙속에 또다른 규칙이 들어 있고 예외사항도 있는 것을 들은 진형씨의 한마디.
'뭔가 나름 규칙이 있는 것 같은데 중간에 한번씩 통통 튀는 난수야.'

지금까지 나를 표현할만한 말을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난수'라는 단어가 마음에 들었다.
사람이 규칙적으로 뻔한 사람보다 가끔씩은 통통 튀는, 걷잡을 수 없는 사람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의 여행도 난수처럼 진행되면 좋겠다.
그렇다고 너무 안 좋은 쪽의 난수는 힘드니까 사양할게요.


<오늘의 생각>


아직까지는 여기가 불암산인지 도봉산인지 모르겠다.

 



  1. 촌철살인같은 오늘의 생각을 바랐는데 ㅋㅋ 본의아니게 글을 흐트려 놨네요 ㅋㅋ
    누가 찍어준 사진이있다는게 참 좋네요~_~!!!!!!

  2. 새록새록하당ㅋㅋ
    어제 청계산 갔다와서 죽는 줄 알았는데
    이거보니 내가 저길 어떻게 갔다왔는지 신기하네ㅋㅋㅋ
    여행 조심조심 다니고
    다음편도 기다리고 있겠음~ 화이팅!!

  3. 대박굿 잘보고간다 잘지내고있구나

    요즘 히말라야가 땡기네 나도.ㅋㅋ

  4. 이젠 점차 아시아권을 벗어 나는군요
    몸도 많이 추스리신것 같고...
    건강하시고 가시던 그 길 여정을 알뜰히 보여주세요

  5.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습니다
    빨리 설산을 보여주세요
    먼발치 ..말고 코앞에서 보는 설산을요^^
    배 앓이 조심하고 ....

  6. 제법이 공하니 일체유심소조라~ 다음일정이 궁금하구려~

  7. 비밀댓글입니다

  8. 잘지내시죠?ㅎㅎ 일은 구하셨는지?
    전 지금 포카라입니다 ^^
    ABC 4박5일만에 다녀오고 포카라에서
    꿀맛같은 휴식을 보내고 있슴다ㅋㅋ
    출발 5일만에 내려오니 다들 놀라더군요ㅎㅎ
    포터없이 20키로 배낭매고 뛰어갔다왔습니다
    ㅋㅋㅋㅋ
    글보니 출발이 저랑은 조금 다르게 가신듯ㅎㅎ
    전 나야풀에서 출발해서 뉴브릿지 촘롱 도반
    mbc abc 찍고 빛의속도로 하루반나절만에
    내려왔어요 ㅋㅋ 진짜 폭우속에서 개고생
    하루라도 더하기 싫어서ㅜㅜ
    덕분에 발은 찢어지고 곪아터지고 거머리에
    피빨리고 ㅋㅋㅋ
    지금은 웃으면서 일케댓글 남깁니다ㅎㅎ
    그나마 위안이 됐던건 고산지대 아이들에게
    조그만 선물을 주고 그아이들의 행복한웃음을
    받았다는것에 만족을 느낍니다^^
    아 아이들 사진은 한장도 찍지않았어요ㅎ
    그냥 제 눈으로 보고기억하는것으로 만족ㅎㅎ
    포카라 너~무 행복합니다 인도가기싫어요ㅋㅋ

    • 4박 5일 코스로 다녀오셨다니 체력이 좋으신 것 같군요.
      전 겨울에 가서 비와 거머리 걱정은 안했는데 힘드셨겠네요.
      지금까지 여행을 하며 수 많은 아이들을 마주쳤지만 관광지에서 여행객에게 뭔가를 바라는 아이들에게는 사탕하나도 준 적이 없습니다. ABC에서 한 번은 지나가는 아이가 제가 들고 있는 과자 봉지를 뺐어가는데 기분이 나쁘면서 이렇게 만든 여행자들을 생각하니 씁쓸하더라구요.
      물론 아이들을 정말 좋아해 버스나 기차에서 만난 귀여운 아이에게는 부모에게 물어보고 준 적은 있지만요. ㅎㅎ
      그래도 사진은 안찍으셨다니 아랑동자님께서는 참 좋은 마음씨를 가지신 것 같습니다.
      물건을 주고 아이들의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참 몹쓸 어른인것 같아요. 그럼 남은 인도여행도 재미있게 하시고 계속 놀러오셔야 합니다. ㅎㅎㅎ

  9. 지난번에 처음 들른 이후로 오랜만에 들르네요~
    어떤 이야기가 올라왔을지 문득 궁금해져서 찾아보려고해도
    블로그 이름에 Dream이 들어갔던 것만 기억나서 여기저기 검색해보다 티스토리에서 검색을 하니 나오더군요^^
    왠지 그냥 시골길 같은데, 멀리 설산이 보이는 풍경도 멋있고 그런 길을 걷고 계신 모습은 어찌보면 부럽네요~

    • 다시 찾아오시는데 힘이 드셨군요.
      이제 확실히 기억하시고 즐겨찾기 추가해주세요 ㅎㅎ
      부러우면 지는겁니다~ 기뚱차다님도 직접 가보세요~

  10. 정말 잘 보고 갑니다 ^^*~

  11. 어디를 가나 숫놈"들"에게는 마마가 있으셔야 감성레벨업과 체력업이 자연스레되는 조물주의 영특한 자비가 있다고 믿습니다...

  12. ㅎㅎㅎㅎ 진지하다가 웃기다가... 아침부터 즐겁네요

  13. 혼자 오르는 길 보다는 동반자가 있으면 훨씬 수월할 듯 하네요.
    더구나 초코바까지 하사하시는 마마님들이 계신다면
    그야 더할 나위가 없겠지요?
    어떻게 지금은 용민군의 중전마마를 찾으셨나요? 오홍홍~~

배낭메고 세계일주 - 027. 지금 설산을 만나러 갑니다.


어제 아침에 일어나 다질링에서 출발해 실리구리로 이동하고 실리구리에서 인도와 네팔의 국경인 카카르비타에 도착했다.

카카르비타에 도착해 매표소로 가니 카트만두로 가는 마지막 버스가 출발하기 20분전이길래 서둘러서 버스표를 끊었다.

돈을 아끼기 위해 가장 싼 버스를 타려다가 인도에서 돈을 많이 아꼈고 가는 길이 험하다길래 가장 좋은 AC SUPER DELUXE를 타기로 했다.
하지만 표를 늦게 끊었기 때문에 제일 뒷자리에 앉게 돼서 그다지 편하지는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배가 계속해서 아파 죽는줄 알았다.

내가 모르는 다른 사촌이 또 땅을 샀나보다.
계속해서 참다가 새벽 2시쯤, 더 이상 견디면 바지에 실례를 할 것 같아 버스가 멈추기를 기다렸다.
인도와 네팔은 딱히 휴게소라는 개념이 없기에 1~2시간 간격으로 버스가 정차하는데 천만 다행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소변을 볼 때, 난 좀 더 구석으로 가서 거사를 치루고 있는데 버스의 브레이크 등이 켜졌다.
이는 곧 버스가 떠난다는 뜻이기에 서둘러 뒤처리를 하고 버스로 달려가는데 버스는 이미 출발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머릿 속에는 여기서 버스를 놓치면 제대로 된 에피소드가 하나 나오겠다는 생각과 히치하이킹으로 다음 버스를 잡는 것이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다행스럽게 달리면서 버스를 두들기자 문을 열어줘 응아싸다가 네팔 산 골짜기에 버려지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슈퍼 디럭스 버스의 가격은 네팔루피로 1590루피(한화 20000원)였다.

네팔도 돈의 단위는 루피를 쓰지만 환율은 인도 돈의 1.6배로 계산하는 고정환율을 사용하고 있다.

시간도 인도는 GMT+5:30이지만 네팔은 GMT+5:45로 바뀐다.

버스에서 내려 카트만두의 여행자 거리로 가려는데 택시가 300루피(한화 3600원)을 부르길래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같이 다닌 형님께 나에겐 GPS가 있으니 걱정 말라며 GPS를 켰는데 딱 카트만두 부분의 맵이 오류가 났다.
GPS는 여행의 보조수단일 뿐이기에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길을 찾았고 1시간도 안걸려 여행자거리인 타멜거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근데 타멜거리에 도착하니 잊고 있던 사실을 알려준다.
발렌타인데이가 3일 남았었구나.

상술도 뒤덮힌 쪼꼬렛데이가 뭐가 큰일이라고 네팔에서까지 난리일까.

쪼꼬렛 먹고싶어서 이러는 것 맞다.

방을 잡고 더르바르 광장에 나왔는데 눈앞에서 대참사가 일어났다.

으아아아아.
다행히 깨지지는 않았다. 

더르바르는 왕궁이라는 뜻으로 더르바르 광장은 옛 카트만두 왕국의 중심 광장이라고 한다.

저번에도 말했듯이 여행자라서 돈을 더 내라는 것 까지는 이해하겠고 주요 건물들이란 것도 이해하겠는데 750루피(한화 9000원)은 너무하다.

그간의 여행경험으로 유적지는 아는만큼만 보인다는 것을 알기에 별 관심도 없고 지식도 없으니 그냥 안들어 갔다.
그리고 겉에서 보니 별로 볼 것도 없어보였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포도를 못 따먹는 여우가 저 포도는 셔서 못 먹는 포도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입장료에는 꼼꼼하지만 간식거리는 그냥 먹는다.
우리나라 쌀뻥튀기에 양파와 고추 같은 것을 넣고 양념과 섞어주는 간식이다.

양파의 아삭함이 쌀뻥튀기와 잘 어울려 맛있는데 맵다는게 단점이다.

매운음식을 먹었을 때는 우유를 먹어야한다고 배웠다.

처음 먹어본 네팔 우유는 인도 우유보다 맛있었다.

길을 가는데 경찰이 길을 통제하고 있었다.

잠시 뒤 사람들이 행진을 해오는데 신년축제 같았다.

네팔은 우리나라보다 음력으로 1일을 늦게 설날로 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사실인가 보다.

사람들이 들고 있는 피켓에 뱀이 그려져 있다.

난 89년 뱀띠니까 나의 해를 축하해 주는구나.
아 벌써 한국 나이로 25살이 되었다. 

근데 경찰들이 너무 무섭게 무장을 하고 지켜준다.

운동장 같은 곳에서 신년축제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무슨 일인지 궁금했지만 먼지가 너무 심해 들어갈까 말까 고민됐다.

갈지 말지 고민될 때는 무조건 가는게 내 스타일이다.

하지만 흙먼지가 너무 심해 바로 나왔다.

솜사탕을 팔고 돌아다니길래 꼬마애들이 사먹는 가격을 잘 살펴보고 따라 사먹었다.
처음에는 2배의 가격을 부르길래 안 산다고 하니 자기도 안 판다고 한다.
그래서 100m 옆 쯤에 팔고 있는 애한테 가서 산다고 하니 그제서야 제 값에 판다. 

진짜 오랜만에 먹어본 솜사탕인데 맛은 어릴 때 먹던 맛과 똑같이 달다.

물론 혀도 빨갛게 됐다.

길을 걷다가 뭔가 이상해 옷을보니 새님이 응아를 싸놓고 갔다.

참 아름다운 새님이시구나.

현재 온도는 25도밖에 안되지만 점점 여름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진다.

어서 추운 북쪽나라로 가야겠다.

카트만두 시내에 온천이 있다길래 저녁에 찾아가봤다.

온천은 온천인데 다섯명이 들어가면 꽉차는 노천탕 하나가 전부였다.

그래도 탕에 몸을 넣을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며 산에 올라가기전에 목욕재계를 했다.

탕을 즐기고 나온 깨끗한 몸으로 카트만두의 흙먼지를 뒤집어 쓰며 숙소로 돌아오는데 길거리 식당에서 고기를 발견했다.

생긴 것이 꼭 한국의 학교급식에 나오는 돼지고기 볶음처럼 생겨서 바로 식당에 들어갔다.

고기 양이 쥐꼬리만큼 나오긴 했지만 밥을 더달라 해 푸짐하게 먹었다.

오랜만에 고기다운 고기를 먹으니 살 것 같았다.

동남아를 여행할 때 고기걱정은 안했는데 인도를 거치니 고기반찬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고기반찬 고기반찬 
고기반찬이 나는 좋아
 

고기반찬 고기반찬 
고기반찬이 나는 좋아


아무리 노래가 좋아도

아무리 음악이 좋아도

라면만 먹고는 못 살아

든든해야 노랠 하지


고기반찬...

고기반찬...

이제는 볼 수 없는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 고기반찬 

 


<오늘의 생각>


지난 밤에 지옥을 겪었다.

새벽에 숲에서 볼일을 보다 버스가 떠났으면 여행기가 대박이었겠지만 떠나려는 버스를 겨우 잡았다.

다행인건지 안타까운건지 모르겠다.


원래는 카트만두에 며칠 더 있으면서 밀린 여행기도 정리하고 트레킹도 준비하려 했는데 정전도 심하고 공해도 심해 바로 포카라로 떠나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 주섬주섬 짐을 싸다가 물통을 떨어뜨렸는데 뚜껑이 박살나버렸다.

인도에서 산 물통에 따뜻한 물을 넣으면 환경호르몬이 나올까봐 태국에서 비싼돈 주고 산건데 한달만에 부수다니 가슴이 아프다.

전날 장시간 이동을 했지만 내 몸을 믿기에 다시 버스에 오른다.

생긴건 SUPER급인데 속은 그냥 로컬버스급이었다.

중간에 휴게소에 들렀지만 밥값이 꽤 비싸서 만만한 초면을 시켜먹었다.

한 1/3쯤 먹었을 때 뭔가 맛이 이상한 것을 느끼고 생각해보니 케찹을 안뿌렸다.

역시 나에게 음식이란 에너지를 얻기 위한 수단일뿐인 걸까.

맛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자 슬퍼진다.

7시간정도 걸려 포카라에 도착해 방을 잡고 거리로 나섰다.

근데 여기도 동네 뒷산이 참 하얗다.

저녁으로는 정말 맛있는 김치찌개를 먹었다.

하지만 반칙은 아니다.

한국인 사장님이 하시는 산촌다람쥐라는 유명한 식당인데 난 트레킹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기에 정보를 얻으러 갔고 식객처럼 계신 고수분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런데 도움을 받고 그냥 나오는 것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니 밥 한그릇은 먹어야하는게 당연한거다.

당연히 양심에 찔리지 않았으니 반칙이 아니다.

<오늘의 생각>


히말라야를 너무 만만하게 생각했다. 준비할게 꽤 많다.

 

아침에 일어나 밥집을 찾아 다니다 식당에 들어갔는데 느낌이 싸했다.

급하게 주위를 둘러보니 숙소에 붙어 있는 식당이었다.
전에 말했듯이 식당과 호텔은 분리되어야 한다는 이상한 생각이 드는데 왠지는 모르겠다. 

다행히 메뉴도 보기전이라 그냥 나와서 동네 식당에 들어가 초면을 시켰다.

네팔이라는 것을 알려주듯이 버팔로 고기가 들어있었는데 질기지만 단백질이라 행복했다.

인도에서는 편의점을 본 적이 없었는데 네팔에는 세븐일레븐이 있다.

근데 츄파춥스는 안판다.

저녁도 한식을 먹는다.

이번에는 쇼핑을 한 뒤 내가 메고 갈 짐을 체크받으러 갔는데 아직도 무겁다고 하신다.

난 짐을 대신 메줄 포터를 안 쓸 것이기에 라면같은 것도 안사고 최대한 가볍게 싼다고 했는데도 부족한가보다.

매일 18kg짜리 배낭을 메다가 가벼운 배낭을 메니 가벼운 것만 같은데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난 산에 대해 아는게 없으니 묻고 또 물어서 준비해야한다. 

물론 이날 먹은 된장찌개도 맛있었다.

이분의 이름은 모른다.

그냥 기타맨이라 부른다.

이 기타맨을 설명하자면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끝내고 그냥 네팔로 여행을 왔다.

하지만 딱히 어디 갈 곳이 없다고 말하는 왜 여행을 하는지 모르겠는 사람이다.

어쨌든 인도비자 발급을 위해 카트만두에 여권을 맡겨놓고 산을 타러 우리와 함께 포카라로 왔다.

가지고 다니는 짐은 옷, 기타와 커피주전자, 그리고 가장 중요한 머그컵을 들고 다닌다.

머그컵은 깨지거나 무겁지 않냐고 물어봤더니 커피를 플라스틱 컵에 마실 수는 없다고 한다.

산에 올라갈 준비물은 대충 준비하길래 옆에서 구경하는 내가 걱정돼 이것저것 사라며 쫓아다녔다.

그러면서 고도 4130m의 ABC를 올라가는데 맥북을 가져간다.

맥북을 가져가는 이유는 카메라로 쓸 아이폰의 배터리충전을 위해서다.

난 내가 여행을 대충 다닌다고 생각했는데 기타맨을 만나고 내가 얼마나 철저한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나도 옷과 양말부터 시작해 신발과 아이젠, 스틱까지 사버렸다.

원래는 그냥 트레킹화를 신고 올라가려했는데 절대 안된다길래 렌트를 하러가니 하루에 120루피(한화 1450원)을 달라고 한다.

난 14일에서 20일정도로 트레킹 계획을 잡았기에 너무 비싼 것 같아 하나를 사려고 가게들을 돌아다녔다.

대충 가격대를 파악하고 렌트샵에 가서 안 빌릴거라고 하니 그럼 중고를 판다고 한다.

처음에 1500루피를 부르길래 무조건 1000만 부른 결과 1000루피(한화 12000원)에 살 수 있었다.

나오는 길에 내가 다시 팔면 얼마에 살건지도 물어보고 나왔다.

장사꾼과의 밀고 당기는 흥정은 정말 재미있다.

<오늘의 생각>


쇼핑은 정말 재미있다. 물론 돈이 있다는 상황에서만.

 

아침에 일찍 일어나 숙소에 짐을 맡기고 산을 떠나기 전 마지막 밥을 먹으러 갔다. 

라면에 공기밥까지 든든하게 말아먹고 집에 전화를 걸어 2주이상 산을 타러 간다고 작별인사를 한 뒤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그런데 가는 도중에 생각해보니 카메라충전기를 안가져왔다는 것을 깨닫고 부랴부랴 다시 숙소에 들렀다가 베시사하르로 가는 버스를 탔다.

운이 좋았는지 밴을 탔는데 동남아에서 많이 타봐서 편하게 느껴졌다.

난 시간도 많기에 14일정도 걸리는 안나푸르나 라운딩을 갔다가 아쉬우면 7일짜리 ABC(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코스를 추가하기로 했다.

안나푸르나 라운딩의 시작점인 베시사하르는 포카라와 카트만두의 중간지점이라 꽤 오래 차를 타고 가야한다.

앞으로 매일 산을 타려는 내 몸에게 영양식을 사줬다.

근데 한국이나 인도나 질소를 사면 감자칩을 주는건 똑같다.

베시사하르에 도착해 짐을 챙기는데 모자가 없다.

내 made in korea, 대도모자에서 만든 사랑스러운 벙거지모자가 사라졌다.

기억을 되돌려보니 카메라충전기를 가지러 가다가 어디서 떨어뜨린 것 같았다.

산에 올라가면 햇빛도 심할 것이고 머리도 안감을거니 다른 사람의 눈을 위해서라도 모자가 필요했다.

다행히 마을에서 모자를 팔길래 100루피(한화 1200원)에 먼지가 쌓이고 곰팡이가 핀 모자를 구입했다.

본격적인 트레킹은 베시사하르에서 조금 더 들어간 불불레에서 시작하기에 버스를 탔다.

근데 가스통을 그냥 싣고 간다.

산길이라 울퉁불퉁 튀면서 가스통끼리 부딪힐 때마다 무서워 죽는줄 알았다.

만약 가스통이 터지면 어떻게 해야 살 수 있을까 고민해봤지만 그냥 죽을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빨리 가스통을 내리길 바랐지만 결국 나와 같이 불불레에서 내렸다.
저 가스통이 있어서 내가 밥을 먹을 수 있는 것은 맞지만 무서운 것은 무서운 것이다. 

이제부터 히말라야 산맥을 타는 안나푸르나 라운딩이 시작된다.

혹시 모르니 내가 산에 올라간다는 정보를 문서에 기록한다.

시작부터 고소공포증인 나를 시험하는데 난 이미 앙코르와트에서 훈련을 마쳤다.

다리를 건넌다는 것에 이제 시작이라는 의미를 부여하자 설레기 시작했다.

앞으로 며칠간 나의 트레킹을 함께할 마르샹디강을 옆에끼고 걷기 시작한다.

물 한번 참 맑고 설산 한번 참 이쁘구나.

저 설산은 마나슬루 설산으로 날씨가 맑을 때만 보인다고 하는데 내 앞날이 맑으려는지 잘 보인다.

설산을 보며 걸어가니 내가 진짜 히말라야를 올라간다는 기분이 든다.

트레킹 첫날은 힐튼 호텔에서 자기로 했다.

지금은 비수기 기간이라 하루에 보통 10명정도만 트레킹을 하러 올라온다고 한다.

그렇기에 저녁과 아침을 먹기로 약속하고 흥정하면 방 값은 공짜로 해준다.

물론 산이기에 밥값이 기본 300루피(한화 3600원)부터 시작이고 위로 올라갈수록 비싸지기에 가능한 흥정이다.

내가 힐튼 호텔에서 공짜로 자게되다니 꿈만 같다.

근데 방에 잠금장치도 없고 이 마을에는 나만 자는 것 같은데 밤에 누군가 쳐들어오면 어떻게 해야하나 걱정된다.

자전거 여행을 할 때 부터 만약 그런 상황이 닥친다면 어떻게 할지 고민했었는데 별거 없다.

그냥 무릎을 꿇고 돈을 다 바치며 살려만 달라고 싹싹 비는 수밖에 없다.  

아직은 고도 1000m도 안되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고산병을 걱정해야한다.

고산병의 원인이 확실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안 씻는것이 좋다고 한다.

어차피 자전거 여행을 했었기에 안 씻고 다니는 것에는 자신이 있어 오늘만 머리를 감고 앞으로는 감지 않기로 했다.

보통 사람들은 3000m정도까지는 씻는다는데 난 겁이 많으니 미리 준비해야겠다.
사실을 말하자면 게으르고 더러워서 그런다.

마나슬루 설산의 일몰을 보며 앞으로의 일정을 생각해본다.

저녁은 네팔의 기본 음식인 달밧을 먹는다.
달밧은 밥과 묽은 커리를 비벼먹는데 산에서 시키는 달밧은 기본적으로 리필이 되는 아주 바람직한 음식이다.
당연히 밥을 더 달라고 해서 배를 든든하게 채웠다.

<오늘의 생각>


드디어 히말라야를 오르는데 무서우면서 설렌다.

 
  1. 이 글을 읽을때 쯤은 산 중턱 어디에선가
    산소랑 싸우면서 두통을 참고 있겠죠?
    멀리 떨어져서 이글을 읽는 나도 설렙니다
    말로만 듣던 유명산들의 이름을 거론할적 마다...
    당연히 그러시겠지만 ..안전한 트렉킹이 되어야 하고
    대자연의 존엄을 머리숙여 존경하고 긴 여정의 트레킹을
    무사히 마치기 바랍니다

    충고하나 / 두장의 셀카를 보니 아니~~ 깨밭에 넘어지셨어요?^^
    얼굴에ㅡ죽은깨가 한사발이나...제발 썬크림좀 바르고 다니세요
    태양은 몸속에서 중요한 비타민D 만들긴 하지만
    피부에는 적입니다
    그런 식으로 관리안하면 마흔만 넘어도 얼글에 자글자글 할겁니다 주름이~~!

    질문하나/ 옛날에 들은 기억이 나지만 이젠 다 까먹었어요
    조리개를 f3,5 5,6 등등
    밝은날씨에도 활짝활짝 열고 찍는 이유가 뭐죠?
    초고속 샷다 타이밍을 얻기위해서 인가요?

    • 산은 이미 안전하게 내려왔습니다. ㅎㅎ
      네팔에서부터 선크림을 바르기 시작했는데 늦지 않았기를 바랄뿐입니다. ㅠㅠ
      조리개 3.5는 셔터속도 확보 및 조리개 조절이 귀찮은 귀차니즘의 산물입니다.

  2. 언제봐도 재밌어요ㅎㅎ
    저도 드뎌 6월17일 카트만두로 날라갑니다
    20일부터 9박10일 ABC라운딩 예정인데..
    몬순기간이라 비땜에 걱정이 많네요
    잘하면 포카라에서 뵐수도있겠습니다ㅎㅎ
    그리고 저랑 딱 동갑이시네요ㅋㅋ 띠동갑ㅎㅎ
    혹시 모르니 제 카톡 아이디 남겨요
    만나면 술한잔 하입시더 ^^
    아이디 : arangboy

  3. 초면이 케찹을 뿌려먹는거였단말이야?
    맨날 그냥 먹었는데.........그래도 맛있던데ㅋㅋ
    이 다음엔 안나푸르나 사진이 올라오겠구나
    기대기대~

  4. 글의 재미를 떠나서, 이번 사진은 부모님께 보여드리지 말아야지.
    DSLR이 고장난 것이 아니라면, 인도의 썬크림이 투명한 것이 아니라면,
    형의 피부는 UV에 완전히 노출된 거겠지.
    그리고 형은 썬크림을 바르는것이 귀찮아서 바르지 않는 것이겠지.
    어차피 형의 몸이니까.

    나도 그렇고, 이 글을 읽는 수많은 사람도 그렇고 대부분은 형의 주근깨와 피부를 걱정하지 않아.
    그래도 세상에 딱 두명은 형의 못생긴 얼굴을 보면서 걱정을 할거야.
    적어도 최소한의 관리는 하는 척하는게 낫지 않을까.

    • 난 망했어...
      내 피부는 썩었어...
      네팔에서부터 선크림을 바르기 시작했는데 늦은거임...?

    • 물어보면서도 사실 늦었다는거 알고있지?
      정답!
      늦었음.

      형이 예전에 썬글라스 끼고 누워서 찍은 위에 사진을 보면
      나름 멋있네? 하는 느낌이 아주 조금은 있는데
      이번 사진 보면 확실히 이제 이건 수습 불가라는게 느껴짐

  5. 볼때마다 궁금한데요
    음식이 안맞거나 하는건 없나요???
    전 동남아 갔을때 음식때문에 힘들어 죽을뻔했는데 ㅜㅜ

    • 음... 웬만한 음식은 없어서 못 먹구요.
      여행하면서 입맛이 하향평준화가 됐는지 다 맛있습니다. ㅎㅎ
      근데 다른 음식은 다 먹어봤는데 아직까지 소 생간은 못 먹겠더라구요.
      아마 소 생간을 빼고는 다 먹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ㅎㅎ

  6. 비밀댓글입니다

    • 음.. 장단점이 있겠는데요.
      전 처음에 자전거여행으로 출발했다가 다쳐서 배낭여행으로 바꿨기 때문에 예산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저는 중간에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려고 하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돈을 마련하실 수 있으시다면 한국에서 다 모은뒤에 떠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7. 늦었다 싶어도 더 늦는것보단 이제부터라도 피부 걱정해야되요

    어떤 시술 수술보다도 선크림 잘 바르고 깨끗히 씻는게 피부에 가장 좋다고해요

    동생분은 그래도 걱정되니까 저렇게 얘기해주는거겠죠 가족이니까

  8. 말로만 듣고 TV에서만 보던 안나푸르나가 눈 앞에 뙇~~
    기분이 어떨까 정말 궁금하고 글로만 보는데도
    제가 다 설레는 기분이네요.

  9. 여행비용이 당분간은 로컬주민 이상은
    들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슬쩍~ 듭니다.^^

    기냥 막~ 우기셨기를....
    네팔 수수민족 출신이라고...

    여행비용이 그냥 굳습니다...

  10. 네팔이네여ㅎ 좀 야위셨었네여..재미져재미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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