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156. 봐도봐도 아름답던 파미르 여행의 끝. (타지키스탄 - 파미르, 키르기스스탄 - 오쉬)


랄프와 함께 키르키즈스탄으로 가기로 했는데 지프가 몇시부터 운행하는지 몰라 무턱대고 새벽 5시에 일어나 짐을 챙기고 밖으로 나왔다.

어제 게스트하우스 주인에게 마을 공터에서 지프가 정차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마을 공터가 어디인지 몰라 한참을 돌아다녔다.

겨우겨우 공터를 찾았는데 날이 꽤 추워 바들바들 떨고 있으니 맞은편 집에서 아저씨 한분이 우리보고 안으로 들어오라고 손짓을 하신다. 

처음에는 괜찮다고 했지만 계속 권하셔서 안으로 들어오니 정말 살 것 같았다.

집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고 있는데 갑자기 밥을 같이 먹자고 하신다.

이번에도 괜찮다고 했지만 고기를 삶은 기름국과 밀가루 튀김을 가져오셔서 같이 먹자고 해 고맙다며 같이 아침을 먹었다.

나야 강철위장을 가졌기에 맛있게 먹었지만 하이디와 랄프는 조금만 먹고 말아 아저씨께 미안해 더 열심히 먹었다.

서로의 언어를 몰라 말이 통하지는 않았지만 따뜻한 마음은 충분히 느꼈기에 정말 고맙다는 말과 함께 찻값으로 약간의 돈을 내고 나왔다.

역시 세상에는 나쁜 사람보다 착한 사람이 훨씬 많다.

날이 밝자 지프가 공터로 왔다.

우리가 3명 밖에 안 되기에 다른 승객들을 더 찾아본다며 마을을 돌아보러 갔다왔는데 키르기스스탄으로 넘어가는 사람이 1명 뿐이라며 추가 금액을 내야한다고 한다.

2배씩의 돈을 더 내야하기에 잠시 고민했지만 랄프와 하이디에겐 하루 하루가 소중하니 그냥 돈을 더 주고 떠나기로 했다.

그런데 랄프가 다가와 자신들의 일정에 맞춘 것이니 난 돈을 더 낼 필요가 없다고 하길래 나도 내가 원해서 떠나기로 한 것이고 함께 여행하는 것이 즐거우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줬다.

돈을 절약하며 여행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다지만 내가 선택한 것과 정당하게 이용한 서비스에는 확실히 돈을 지불하는 것이 맞다.

돈을 아끼는 것은 그 다음의 이야기이지 양심을 판다거나 자존심을 버리면서까지 돈을 아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파미르 고원의 무르갑 지역쪽은 키르기스스탄의 국경과 맞닿아 있으면서 동쪽으로는 중국과 맞닿아 있다.

중앙아시아의 사람들이 밀입국을 할까봐 철조망을 쳐놨다는데 가끔씩 철책이 끊어진 곳도 보였다.

눈 덮힌 산들은 아마 만년설 지역인 것 같은데 기회가 된다면 저런 산에 오르는 것도 정말 좋을 것 같다.

봐도봐도 질리지 않고 아름답다.

마치 구름이 바로 내 머리 위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같이 갈 사람이 없어 어쩌다보니 지프를 대절한 것처럼 되버렸기에 이번에도 우리가 원하는 지점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게됐다.

아마 이렇게 아름다운 길은 다시 찾아보기 힘들 것이니 그냥 지프를 빌려 끝까지 즐기라는 하늘의 뜻이었나 보다.

돈은 어떻게 벌고 어떻게 모으는지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쓰느냐인 것 같다.

아직은 어려서 그런지 무작정 아끼기보다는 자신이 진짜 하고 싶거나 가지고 싶던 것을 위해 돈을 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철책이 끊어진 곳이 보이길래 잠깐만 넘어가보자고 말을 했다.

역시 사람은 가지말라면 더 가고싶고 하지말라면 더 하고싶은 것 같다.

운전기사 아저씨께서 바디랭귀지로 키르기스스탄으로 가기 전에 잠시 마을에 들려야한다고 한다.

뭔가 전해줄 물건이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기름을 담아가야한다고 한다.

타지키스탄의 기름이 더 저렴해 통에 기름을 담아가 키르기스스탄으로 넘어간다고 한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 통이 보이길래 살펴보니 GS오일이 붙어있어 한국에서 온 통이라고 말해줬다.

이제 아름다운 파미르의 길과도 헤어질 시간이다.

지금까지 많은 곳을 여행했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길은 파미르가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 같다.

지구 어딘가에는 이보다 더 웅장하고 멋있는 길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꿈에 그리던 길은 파미르 고원에만 있다는 것을 잘 안다.

이제 타지키스탄을 떠나 키르기스스탄으로 넘어갈 시간이다.

국경을 넘기 위해서는 여러 곳의 체크포인트를 거쳐야하는데 여행자들이라 그런지 짐검사는 하지 않고 그냥 여권만 확인하고 보내준다.

영국인은 키르기스스탄을 입국하기 위해서는 비자가 필요하다는데 한국과 키르기스스탄은 무비자 협정 체결국가라 비자가 필요없다.

여행을 하면 할수록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나라 여권의 비자파워는 정말 대단하다.


<타지키스탄 여행 경비>


여행일 10일 - 지출액 530달러 (약 57만원)


교통수단인 지프를 빌리는데 많은 돈이 들었다.

예상보다 지출이 컸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길은 세상에서 오직 파미르에만 있을테니 후회는 없다.


이제 드디어 키르기스스탄에 왔다.

이름도 생소한 나라지만 랄프에게 들으니 키르기스스탄에는 아름다운 산이 많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키르기스스탄의 국경에 도착하니 점심시간이라 업무가 중단됐다길래 차에서 내려 길가에 앉아있는데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고산지대라 가끔씩 눈이 내린다고 하는데 올해의 첫눈을 10월 초에 파미르에서 만났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 웃음이 나왔다.

아무래도 파미르가 우리에게 마지막 선물을 주는 것 같았다.


점심시간이 끝나가는지 군인들이 나오기 시작하고 가장 나이가 많아보이는 할아버지가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영어를 할줄 아시길래 잠깐 대화를 했는데 한국에서 왔다고 말을 하니 88 서울 올림픽을 기억하고 있다고 하신다.

과거 소련시절에는 먹고 살 걱정은 안했는데 지금은 너무 힘들다며 키르기스스탄의 젊은이들은 다들 러시아나 카자흐스탄으로 넘어가 일을 하고 있다며 차라리 러시아 밑으로 들어가고 싶다며 말씀하시는데 키르기스스탄의 현실이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키르기스스탄에 오자마자 도로가 좋아져 신기해하고 있는데 앞에 양떼가 지나간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와 랄프가 열심히 셔터를 누르자 하이디는 그런 우리를 보고 웃는다.

유목민들은 아침에 양떼를 끌고나와 해가 지기 전에 다시 돌아간다고 한다.

아무리 봐도봐도 끝이 없는 행렬이 정말 신기했다.

드디어 우리 목적지인 키르기스스탄의 오쉬에 도착했다.

지프 기사 아저씨가 고기를 차에 싣을 때부터 살짝 걱정됐었는데 역시나 핏물이 흘러 내 가방에 묻었다.

성스러운 의식을 위해 제물을 바치는 것이 떠올라 내 가방에 묻은 피가 남은 내 여행을 지켜줄 것이란 생각을 하며 열심히 가방을 빨았다.

타지키스탄에서 열심히 넘어오느라 밥을 먹지 못했으니 우선 배를 채우기로 하고 사람이 많은 식당에 들어가 케밥처럼 보이는 것을 시켰다.

역시 고기는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밥을 먹어 급한 불은 껐으니 숙소 주변을 잠시 둘러보기로 했는데 식당들이 보인다.

무슨 음식을 파는지 구경만 하려했는데 맛있다고 해 우리도 모르게 식탁에 앉았는데 정말 맛있었다.

꼬치구이인 샤슬릭도 하나씩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오랜만에 방을 잡았는데 수건도 주는 독방이 400솜(한화 8,000원)밖에 안 한다.

방을 잡았을 때는 당연히 맥주를 마셔줘야한다.

잔잔하게 음악을 틀어놓고 마시는 맥주는 꿀보다 달콤하다.

조식도 포함되어 있는데 기대하지도 않았던 달걀 후라이가 나와 행복했다.

혹시나 키르기스스탄의 오쉬에 가실 분이 계신다면 크리스탈 호텔을 추천드립니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었으니 이제는 지갑을 두둑하게 만들 차례다.

중앙아시아 은행에서는 달러, 유로화, 루블을 받는데 뭐니뭐니 해도 달러가 최고다.

지갑도 두둑해졌으니 시장 구경을 하기로 했다.

입이 심심하니 낱개로 팔고 있는 바나나를 하나씩 입에 물고 시장 구경을 한다.

정육점의 모습이 너무 적나라해 주인 아저씨께 허락을 받고 사진을 찍었다.

완벽한 재래시장이라 파리가 날아다니고 위생과는 조금 거리가 멀지만 먹어도 괜찮다는 것은 잘 안다.

돼지고기는 뜨거운 불에 익혀 먹기만 하면 괜찮다고 배웠다.

어제 먹은 샤슬릭도 맛있었지만 오늘 먹은 샤슬릭은 정말 맛있었다.

역시 사람은 고기를 먹어야 한다.

점심을 먹고 숙소로 돌아와 낮잠을 자다보니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됐다.

하이디는 몸이 좋지 않다길래 랄프와 둘이 나와 뭘 먹을까 고민하다 식당에 들어갔는데 메뉴판을 봐도 뭔지 모르겠어서 가장 유명한 것을 시켰더니 라그만이라 불리는 면 요리가 나왔다.

한국에서 먹던 짬뽕처럼 얼큰한 맛이 났는데 정말 신기하고 맛있어서 감탄을 하며 먹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제과점이 보이길래 들어가 디저트를 샀다.

맛있는 음식을 먹었으면 달콤한 디저트를 먹어줘야한다고 말하니 랄프가 당연하다며 산적처럼 웃는 모습이 정말 웃겼다. 

오늘 밤도 맥주와 함께 한다.

병따개가 없다고 술을 못 먹는 내가 아니지만 키르기스스탄의 맥주는 고리만 당기면 병뚜껑이 따져 정말 편리했다.

역시 술에는 각종 아이디어가 녹아 있다.



제 여행기가 재미있으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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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황량한 산도 멋있을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알았어요...멋있는 풍경 보여주셔서 감사해요~

  2. 비오는 아침에 샤슬릭 테러를 당하니 기분이 참 좋아요. ㅎㅎ
    역시 아름다운 파미르...

  3. 이번 사진에 나온 음식들은 정말 맛있어 보이네요 ㅎㅎ 파미르 고원은 이름은 얼핏 들었는데 아름답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풍경입니다. ^^

  4. 복습하면서 모든 글마다 리플달기 운동을 벌이는 중~
    '조지아' 편을 봐야하는데 새글이 달렸길래
    반칙인줄 알지만..
    그래도 복습중이니 괜찮을거야! 라면서... ㅎㅎㅎ
    키르기스스탄으로 가는 길에 찍은 사진 모두 정말 예술이예요.
    흙길과 산과 하늘만 가득한 사진들인데도
    어째 자꾸 눈이 가네요.
    가을이 깊어서 제 마음이 스산해서 그럴까요?
    아님 용민군 사진에 제가 넘 심하게 빠져서 그럴까요?
    후자!!! 를 선택해야 할까봐요. ^^
    앞으로도 계속 복습할거니까 계속 잘 부탁드려요.

  5. 용민님~~끝까지응원할게요^^
    숨어서잘보고있답니다~

  6. 비밀댓글입니다

  7. 용민군 여행기 복습 끝냈어요. ^^
    복습 뿐 아니라 전편에 걸쳐 짧지만
    리플 모두 달았습니돠~ ㅎㅎㅎ

  8. 오늘 이야기도 즐겁게 보고 갑니다.
    크리스탈 숙소 정보 고맙고요 ^^

  9. 키르키즈스탄은 타지키스탄과 이웃 국가이지만 또 다른 분위기네요.
    각각 다른 나라를 자동차로 이동 할 수 있다는 것이 참 부럽기도 하고요.

  10. 보통 사람이 아닐세 그려

  11. 도로위의 양때 염소떼~~^^
    그 모습이 걸림이 없어 보이네요^^

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154. 파미르에서 만난 웅장한 산. (타지키스탄 - 파미르)

안녕하세요.

다시는 펑크를 내지 않겠다고 말을 했었는데

개인적인 일 때문에 저번주에 다시 펑크를 내버렸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이제 여행기도 점점 끝을 향해 가고 있는데

용두사미처럼 끝이 나지 않도록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다시한번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버터에서 기름기가 많이 느껴지는데 그마저도 맛있게 느껴진다.

역시 입맛이 저렴하니 웬만한 음식을 먹을 때마다 행복하게 먹을 수 있다.

열심히 빵을 먹고 있는데 타락죽 같은 것이 나온다.

밥이 나올거라 생각도 안 했는데 맛있는 죽이 나오니 기분이 좋아진다.

호로그에서 산 신발을 이제야 꺼낸다.

중앙아시아 지역을 여행하면서 등산을 몇 번은 할 것 같아 신발을 어떻게 할지 고민했었다.

원래 신고 다니던 샌달을 신고 산을 올라갈 순 없겠고 트래킹화를 신고 올라가자니 많이 힘들 것 같아 고민하다 중고 신발을 사기로 했다.

호로그에 시장을 뒤져 세컨 핸드샵을 찾아 신발을 고르는데 내 발에 맞으면서 마음에 드는 신발을 깎고 깎아 40소모니(한화 9,000원)에 샀다.

일행들에게 신발을 자랑했더니 등산화와 워커로 유명한 울버린에서 나온 신발인데 잘 골라왔다며 축하해줬었다. 

새 신발을 신었으니 이제 가벼운 마음으로 등산을 시작한다.

어느 길로 가야할지 몰라 마을 사람들에게 길을 물으니 마을에 나있는 돌담길을 통과해서 올라가면 된다고 한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기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등산을 할 때는 제일 마지막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늙어가는 것이 느껴지지만 아직은 체력이 괜찮아 사진을 찍으면서도 잘 따라갈 수 있다.

바위도 많고 경사도 심해 오르기가 힘이 든다.

바위에 글과 그림이 새겨져 있었는데 과거에 그려진 암각화인지 동네 꼬마들의 장난인지 잘 모르겠는데 그림들이 신기해 우리끼리 이야기를 상상하며 계속 올라간다. 

살짝 힘이 들지만 하늘이 아름다우니 괜찮다.

하늘에 큰 새가 날아다니길래 독수리냐고 물어보니 랄프가 벌쳐라고 한다.

한국어로는 벌쳐(Vulture)나 이글(Eagle) 모두 독수리라는 뜻인데 벌쳐는 동물의 시체를 먹는 종이고 이글은 직접 사냥을 해 먹는 종이라고 한다.

산은 그냥 오르고 오르다보면 어느샌가 올라와 있어 좋다.

앞에 보이는 봉우리에 올라가면 산맥이 잘 보일 것 같아 저 봉우리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길을 찾기 위해 높은 곳에 올라가보니 봉우리 사이에는 꽤 깊은 절벽이 있었다.

절벽을 건너는 것은 너무 무모해 보였기에 다른 길을 찾는데 우리와 좀 떨어진 곳에서 사람들이 산을 올라가고 있었다.

내려가서 반대편 산기슭으로 올라가기에는 시간이 늦은 것 같아 우리도 저 사람들을 따라 가보기로 했다.

높은 경사의 황무지 길을 올라가다보니 호빗-뜻밖의 여정의 OST가 떠오른다.

큰 기대를 가지지 않고 영화를 봤었는데 정말 재미있게 봤었다.

특히 아르켄스톤을 찾아 산맥을 타고 넘어갈 때 나온 이 OST는 몸에 전율이 일 정도로 와닿았었는데 산을 오르다보니 영화 속의 장면과 내가 있는 풍경이 오버랩 되며 머리속에 호빗의 OST가 흐르기 시작했다.




이런 산 길을 트래킹화나 샌달을 신고 올라왔더라면 큰 일 날뻔 했다.

여행의 기간이 길어질수록 준비성과 생존력은 증가하는 것 같다.

올라가다보니 사람의 흔적이 보이기 시작한다.

마을 사람들이 이동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길인 것 같은데 정말 인간이 대단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인간이 대단하더라도 자연을 거스를 수는 없다.

내가 꿈꾸던 파미르 고원에 자전거를 타고 오지는 못했지만 배낭여행을 왔기에 이런 멋진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세상엔 하나의 길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란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길을 따라 갈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볼지 이야기를 해봤는데 만장일치로 더 올라가보기로 결정했다.

우연히 만난 친구들이지만 다들 통하는 부분이 많아 참 즐겁다.

다들 옹기종기 모여 쉬고 있길래 카메라를 드니 순식간에 포즈를 취한다.

나도 빠질 수 없으니 내가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찍어 달라고 부탁했다.

아무리 경사가 가팔라도 풍경이 아름다우니 계속 발걸음을 옮길 수 밖에 없다.

아름다워도 너무 아름답다.

물이 흐르는 도랑이 보이길래 이번엔 길을 따라가보기로 했다.

히말라야에 다녀온 뒤로 산과 사랑에 빠졌고 그 뒤로 많은 자연풍경을 봤지만 파미르 산맥처럼 웅장하면서 날카로운 기세는 처음 느껴본다.

만약 어제 지프 기사와 싸워 오늘 등산을 하지 않고 그냥 바로 이동했다면 이런 멋진 모습을 못봤을 것이라 생각하니 돈을 더 주고서라도 하루를 더 쉬기를 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길을 걸으면 걸을수록 호빗 속의 장면이 떠오른다.

혹시 여기에 호빗 영화를 본 사람이 있냐고 물으니 하이디가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알겠다며 대답을 한다.

자신도 산을 오르면서 호빗의 OST를 생각했었는데 그 이야기를 물어보려고 했던 것이 맞냐고 물어본다.

내가 대답 대신 휴대폰에 들어있는 OST를 트니 정말 듣고 싶었다고 말을 한다.

빨리 갈 필요가 없으니 쉬엄쉬엄 계속 사진을 찍으며 이야기를 하며 길을 걷는다.

가도가도 끝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 무섭기도 하지만 언젠가는 끝이 나올테니 그 끝까지 걸어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가다보니 분기점이 나오길래 아쉽지만 그만 가기로 했다.

마음같아서는 더 가보고 싶지만 산에서는 해도 빨리지고 체력도 생각해야하니 어쩔 수 없다.

랄프의 시계는 고도도 표시된다는데 정확하지 않아 300m 정도 더해야한다고 한다.

안나푸르나에서는 해발 4000여 m에 있는 ABC에 가기 위해 정말 많이 걸었는데 파미르에서는 지프를 타고 조금만 산을 오르면 금새 해발 3800m에 오를 수 있다.

높은 곳에서는 역시 뭔가를 먹어줘야한다.

예전에는 몸을 생각해 과일을 자주 먹었었는데 요즘은 잘 안 먹고 있는 것 같다.

내 몸은 내가 챙기는 것이니 앞으로는 과일도 자주 먹어줘야겠다.

남은 여행도 무사히 안전하게 마칠 수 있기를 바라며 지나친다.

사진으로 봐도 웅장하고 멋있지만 실제로 봤을 때의 그 감정은 어떻게 말로 표현이 되지 않는다.

겨울이 오면 파미르 고원도 멀리 보이는 설산처럼 눈으로 뒤덮인다는데 그 모습은 얼마나 멋있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니 정말 행복하다.

이제는 내려갈 시간이다.

다들 체력을 많이 소모했으니 조금 힘들더라도 하산은 최단코스로 가로질러 내려가기로 했다. 

이렇게 웅장하고 아름다운 산을 겉핥기로만 즐기는 것이 아쉽지만 앞으로도 파미르 산맥에 있을 날은 많이 남아있으니 괜찮다며 스스로를 달래며 산을 내려간다.

마을이 있는 방향으로 무작정 내려가다보니 위험한 지역도 몇번 마주치게 된다.

물론 너무 위험한 곳은 우회해야겠지만 이번에는 암벽만 조금 조심히 내려가면 편하게 내려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다들 조심히 내려가보기로 했다.

안전장치가 없어 무서웠지만 바닥에 납작하게 붙어 내려가니 다들 무사하게 내려갈 수 있었다.

지친 발걸음으로 힘들게 내려오다보니 마을이 보이기 시작하고 전압기가 보인다.

전압기를 발견하자마자 드디어 문명세계로 돌아왔다고 외치니 다들 웃는다.

고생을 했으니 상을 줘야한다.

우리가 묵고 있는 숙소로 걸어가는데 슈퍼같은 곳이 보이길래 들어가 혹시 맥주가 있냐고 물어보니 부모님 대신 가게를 보고 있던 아이가 웃으며 맥주를 꺼내준다.

저녁에 함께 마시기로 하고 5캔을 샀더니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여행을 하며 많은 종류의 문을 봤지만 이렇게 획기적이고 감성이 넘치는 문은 처음 봤다.

어떻게 자동차 문을 이용할 생각을 했는지 정말 신기하고 대단하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 너무 멀어 터벅터벅 걸어가니 하이디가 계속 응원을 해준다.

내가 너무 힘들다고 하니 돌아가서 마실 맥주를 생각하며 걸으라고 말을 한다.

사람들이 나를 너무 쉽게 파악하는 것 같다고 말을 하니 맥주를 찾았을 때의 나의 모습은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었다고 한다.

겨우 숙소에 돌아와 설정샷을 찍는다.

힘들어 죽겠다는 것을 온 몸으로 표현하고 싶었는데 사진을 찍어주는 앤서니가 자꾸 웃어 나도 미소를 지어버렸다.

에피타이저로 맥주를 마시고 본 요리인 보드카를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우다 잠이 들었다.

이 친구들과 함께 파미르에 오기를 참 잘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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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난주에 글이 올라오지 않아 서운했어요. 열심히 보고 있으니 끝까지 꼭 부탁해요~^^

  2. 등산 후에는 막걸리가 최곤데 말입니다. ㅎㅎ
    파미르에서 맥주 마시면 고산증이 심해진다던데 아무 이상 없는 걸 보면
    역시 주당 맞군요.
    오늘은 맥주 참을려고 했는데 아~~~~ 안되겠..... ㅠ.ㅠ

  3. 안그래도 글이 올라오지 않아 어디 아프신가 걱정했어요..재밌게 잘 봤어요~^^

  4. 비밀댓글입니다

  5. 경치 사진들이 너무 좋은데..가져가고 싶어도 가져갈수가 없군요..ㅜㅜ

  6. 재밋게 봤어요 ^^ 건강하세요

  7. 파미르. 7년 전에 생각이 나네요.
    타지키스탄쪽과 심샬쪽 파미르 모두 가봤지만 정말 다시봐도 가슴뛰게 하는 풍광입니다

  8. 아! 부럽네요. 풍경이 너무 멋있네요. 글도 재미있고...그전 게시물도 읽어봐야 겠네요. 건강히 여행하세요

  9. 타자크족 식사 차림하니 10년 타쉬쿠르간에 사는 타지크족의 가정에 초대받아 먹은 식사 차림과 똑같군요.대다수가 양과 염소젓으로 만든 버터,요구르트..행자들 양고기에 알러지 생길정도로 시달린 이들 음식보고 기겁했었죠. 저야 잘 먹었지만.그리고 숲과 나무가 없는 저 산자락 ..다녀온 이들 호불호가 많이 갈리더라구요.

  10. 비밀댓글입니다

  11. 창공에 높이 뜬 독수리 정말 멋지네요.
    아주 가끔 새가 되면 참 좋겠다는 지극히 단순한
    생각을 하곤 합니다... ㅎㅎㅎ
    말로만 듣던 파미르고원을 용민군 덕분에
    저도 함께 다녀온 듯 한 느낌이네요.
    감사합니다~~ ^^

  12. 파미르를 여행하면서 좋은 여행 동지을 만나 함께 하신 것을 보니 황량한 산맥이지만 그런 산 조차도 황량하다고 느껴지지 않네요.
    일면식도 없지만 좋은 친구들을 만나서 함께 원하는 곳을 여행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 역시 여행을 하면서 주어지는 선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여행기는 다른 편보다도 기분 좋게 잘 봤습니다.

  13. 파미르산맥 등산이 무섭지는 않으신가요?? 저는 등산을 좋아하는데 사람 손으루안타는 지역은 동물등이 나올까봐 혹은 길을잃어조난당할까봐 무섭거든요....

  14. 고산지대에서는 등산이 힘들텐데...
    다들 대단해요~^^
    자동차문을 문으로 사용하는것~^^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창의성 높군요^^
    빵이 아주 고소해보여요^^

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151. 파미르 고원으로 가는 길 (타지키스탄 - 두샨베, 호로그)


더웠지만 신기하고 재미있었던 이란을 떠난다.

솔직히 말하자면 비행기를 타면서 기내식은 기대하지 않았는데 맥주는 기대했었다.

이란에서 맥주를 못 마시면서 했던 상상 중 하나는 비행기에서 이란을 내려다보며 맥주를 한 잔 마실 생각이었는데 비행기에 맥주가 없다고 한다.

아쉽지만 몇 시간만 있으면 맥주를 마실 수 있으니 당황하지 않고 콜라를 시켰다.

석양이 지고 있는 모습이 정말 아름답다.

이런 모습을 보기위해 매번 비행기를 탈 때마다 창가쪽으로 자리를 부탁하게 된다.

비행기는 짧은 비행을 마치고 타지키스탄의 수도인 두샨베에 도착했다.

입국 심사 줄이 길어 조금 오래 기다렸지만 이란에서 받아 온 비자가 있었기에 입국허가는 금방 떨어졌다.

밖으로 나오니 이미 어둠이 깔렸기에 미리 알아둔 호스텔까지 7달러 정도 내고 택시를 타고 갔다.

역시 전 세계 어디를 가도 달러만 있다면 걱정이 없다.

어제 숙소에 도착해 인사를 하다보니 오늘 파미르 퍼밋을 받으러 간다는 친구들이 있어 같이 가기로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푹 쉬고 싶었지만 퍼밋을 잘 안 준다는 소문이 돌길래 우선 퍼밋부터 받고 쉬기로 하고 타지키스탄 구경을 나섰다.

신청 서류를 작성하니 은행에 가서 돈을 내고 오라고 해 은행에 갔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정전이 돼 수납이 안 된다며 기다리라고 해 30분 정도 기다리니 은행 직원이 대신 서류를 작성해줘 돈을 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우선 밥을 먹자고 해 식당에 갔다.

밥보다는 맥주가 고팠기에 맥주가 있냐고 먼저 물어보니 시원한 맥주가 있는 냉장고를 보여준다.

오랜만에 먹는 맥주이니 안주를 조금만 먹을 수 없어 고기를 듬뿍 고르고 맥주를 한 모금 마시니 천국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난 그저 술을 사랑하는 알콜 러버일 뿐인데 여행기를 쓰다보니 알콜 홀릭처럼 보인다.

아파트를 호스텔로 개조해서 사용하고 있어 엘리베이터가 있었는데 안에 불이 안 들어오길래 그냥 걸어다녔다.

운동을 하기 위해 걸어다닌 것이지 절대로 귀신이 나올까봐 무서워서 그런 것은 아니다. 

봉고차를 개조해 만든 버스를 타니 제대로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몸이 힘든 여행을 해야 재미있는 것을 보니 변태인 것 같다.

사람들이 뭔가를 먹고 있길래 따라서 하나 시켜보니 요거트였다.

중앙아시아에서는 러시아어를 주로 사용하는데 내가 할줄 아는 러시아어는 한국인을 뜻하는 까레이와 기본적인 인사 몇가지 뿐이라 한국어로 맛있다고 말을 하니 즐거워 한다.

저녁으로 뭘 먹을까 고민하는데 길가에서 이번엔 만두를 팔고 있다.

우선 3개를 시켰는데 육즙과 고기의 맛이 정말 맛있었다.

화덕에서 뭔가를 꺼내 팔기에 살펴보니 맛있어보여 하나를 주문했는데 빵 속에 들어있는 속이 촉촉하고 맛있었다.

길거리 음식이 많은 나라는 항상 사랑스럽다.

중앙아시아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이 바로 이 파미르 퍼밋이다.

중앙아시아 여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파미르 고원 지역을 가려면 이 허가증이 있어야하는데 정치적인 이유나 안전문제 등으로 퍼밋을 못 받는 경우도 많은데 내가 타지키스탄에 도착하기 1주일 전에는 테러 위험이 있다며 퍼밋을 발급해주지 않았었다고 한다.

난 다행히 퍼밋을 받았으니 이제 내가 그렇게 기다리던 중앙아시아의 자연으로 들어갈 수 있다.

오랜만에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으니 복숭아 통조림과 함께 여행기를 쓴다.

두샨베에 있는 대부분의 숙소에는 인터넷 사용이 안 되는데 이번에 내가 온 곳은 새로 생긴 곳이라 그런지 인터넷이 자주 끊기긴 하지만 사용할 수는 있다.

이제 두샨베에서 며칠동안 쉬며 잉여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오늘 퍼밋을 같이 받은 친구들이 자신들과 함께 움직이는 것은 어떻겠냐고 묻는다.

타지키스탄에서의 이동은 주로 지프를 이용해야하는데 보통 6명 정도 함께 돈을 모아 지프를 빌려야한다.

두샨베에 좀더 있으며 다음에 오는 사람들과 함께 여행할 생각이었는데 사람을 모으기가 귀찮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함께 이동하기로 했다.

아침으로 먹으려고 오트밀처럼 보이는 것을 사왔는데 전혀 오트밀의 맛이 나지 않았다.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이상한 곡물 맛만 나길래 전자레인지에 데워봤지만 그대로길래 그냥 주방에 두고 나왔다.

어쩌다보니 급하게 이동을 하는 것 같아 걱정도 됐지만 우선은 파미르 여행의 시작지인 호로그까지 함께 가보기로 했다.

아침을 제대로 못 먹었으니 간단한 빵을 몇개 사먹는다.

지프를 타고 가다보면 경찰이 자꾸만 차를 검문한다.

검문은 핑계일뿐이고 뇌물을 받기 위한 것인데 매번 차에서 내려 경찰과 악수를 하며 돈을 건네줘야 한다.

도대체 얼마나 주는지 궁금해 물어보니 1소모니(한화 200원)정도 준다고 해 차라리 톨게이트처럼 한 경찰에게 한 20소모니를 내고 쉬지 않고 갔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니 다들 웃는다.

두샨베 도시 밖으로 나오니 드디어 내가 원하던 자연이 눈 앞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사진으로만 보던 중앙아시아에 들어오다니 정말 꿈만 같다.

꿈인지 생신지 확인하기 위해 밥을 먹는다.

타지키스탄의 식당은 뷔페처럼 접시에 원하는 음식을 담고 음식의 종류에 따라 계산을 하는 시스템이었는데 물가가 저렴하니 먹고 싶은 만큼 먹어도 된다.

배가 아파 화장실에 갔는데 구조가 많이 이상했다.

큰 일을 치루려면 화장실에 들어오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게끔 화장실을 만들어 놨는데 여행하며 얼굴에 철판은 많이 깔았기에 아무렇지 않은듯이 거사를 치뤘다.

밥을 먹었으니 뇌물을 줄 차례다.

난 순수한 사람이 뇌물이 뭔지 모르겠는데 먹으면 맛있는 건가 보다.

사진에서 본 파미르 고원의 아름다운 산들과 그 사이에 난 길들이 정말 아름다워서 꼭 중앙아시아를 가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내가 그 도로 위에 있다.

두샨베에서 호로그까지 가는 길은 파미르 지역이 아니지만 파미르 퍼밋이 없는 사람은 이 길을 지나갈 수 없다고 한다.

만약 파미르 퍼밋을 발급받지 못했다면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발급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정보도 들었는데 경제가 안 좋다보니 뇌물이 횡행하고 있는 것 같았다.

열심히 달리던 우리의 붕붕이의 바퀴에 펑크가 났다.

교체용 타이어가 있기에 그 자리에서 타이어를 교체하고 다시 달린다.

이런 비포장도로를 달리는데 펑크가 안나면 그 게 이상할 것 같았다.

달리다보니 다른 지프들과 만났는데 여행자들은 보이지 않고 다들 지역 주민들이었다.

보통 두샨베에서 호로그까지 7명이 지프에 탑승하고 1인당 300소모니(한화 60,000원)를 내는데 우리는 5명이서 지프를 빌렸기에 1인당 400소모니(한화 80,000원)을 냈다.

타지키스탄의 바로 옆은 아프가니스탄인데 눈 앞에 보이는 다리만 건너가면 된다고 한다.

한국인은 아프가니스탄 여행이 금지되어 있으니 그냥 눈으로만 보고 지나가야한다.

염소들이 길을 막아도 그저 웃으며 기다린다.

궁전처럼 보이는 곳은 타지키스탄 대통령의 별장인데 밤에는 조명도 들어온다고 한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저렇게 생긴 별장이 전국 곳곳에 있다고 한다.

길이 머니 하룻밤을 자고 가기로 하고 방을 잡았다.

마을에 식당이 하나밖에 없는데 영업시간이 끝나가고 있어 간단하게 저녁을 먹었다.

중앙아시아에도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이 많기에 술을 마시면 실례가 될 수도 있어 주인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조용히 마시면 괜찮다고 해 숙소에서 조촐한 맥주 파티를 열었다.

두샨베에서 대낮부터 맥주를 찾던 내 모습이 인상깊었는지 나에게 자꾸 술을 권하길래 넙죽넙죽 받아마시며 너희들도 이란에 갔다오면 내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줬다.

푹 자고 일어나니 날이 밝았다.

방값에 아침이 포함되어 있다고 해 기다리니 달걀과 소시지가 나왔다.

이것만 먹어서는 배가 부르지 않으니 열심히 빵을 먹었다.

마치 우리나라의 계곡을 보는 것 같아 닭백숙이 먹고 싶어졌다.

지프가 준비되는 동안 마을 한바퀴를 돌았는데 조용한 마을 분위기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앞으로 만나게 될 중앙아시아가 자꾸만 기대된다.

내가 계속해서 창문밖으로 사진을 찍으니 애들이 웃으며 그렇게 좋냐고 묻는다.

거의 2년 전, 여행을 떠나던 때부터 파미르 고원을 꼭 와보고 싶었다고 말을 하니 실제로 온 것을 축하한다고 한다.

비포장도로이기에 반대편에서 차가 지나가면 재빠르게 창문을 닫아야한다.

두샨베에서 호로그까지는 16~20시간 정도 걸리기에 보통 야간에 이동을 많이 한다고 하는데 밤에 왔으면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도 못봤을테니 1인당 100소모니씩 더 내고라도 지프를 빌리기 참 잘한 것 같다.

게다가 이런 도로를 가로등도 없이 밤에 지나간다면 상당히 위험할 것 같았다.

화물을 싣고 오는 트럭이 가끔씩 보였는데 대부분 중국에서 오는 트럭이라고 한다.

러시아가 옛 소련의 영향력이 미치던 곳을 다시 경제권 안에 두려고 하고 있지만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키우려고 하는 중국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잠시 휴게소에 들렀는데 스니커즈를 팔길래 다같이 하나씩 사먹었다.

이런 도로를 어떻게 운전하는지 정말 신기하기만 하다.

지프는 계속 달리고 어느새 점심 시간이 됐다.

이번엔 염소 고기를 시켜봤는데 역시나 맛있다.

중앙아시아의 음식이 나랑 잘 맞는 것 같았는데 생각해보니 내 입맛에 안 맞는 음식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식당 앞에 홀로 서 있는 나무가 아름다워 사진을 잘 찍어보고 싶었는데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밥을 먹었으니 이제 또 달릴 시간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이라도 계속 보면 질릴만 하지만 오랜 시간 기대했던 풍경이라 그런지 봐도봐도 아름답다.

자전거 여행자를 보니 자전거로 겨울의 파미르 고원을 넘은 제민이가 떠오른다.

만약 내가 다치지 않았었더라면 과연 어디까지 갔었을까 궁금해진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으며 기다리는데 아까 본 자전거 여행자가 떠오르고 아쉬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과거는 추억으로 남겨두고 배낭을 메고 돌아다니는 현재를 즐겨야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수단이 바뀌었을 뿐 내 꿈이던 세계일주는 변하지 않았고 난 그 꿈을 이루고 있으니 부러울 것도, 걱정할 것도 없다.

다른 차에 가보니 정말 귀여운 아기가 있어 잠시 놀다 허락을 받고 사진을 찍었다.

아기가 귀여워지면 결혼할 때가 된 것이라던데 난 10년 전부터 아이들이 귀여웠는데 결혼하려면 아직 멀었다.

그래도 나에겐 나를 품어주는 자연이 있으니 괜찮다.

운전기사 아저씨가 호로그에 거의 다 도착했다며 가기 전에 신기한 물을 마시고 가자고 한다.

철분이 많이 함유된 물이었는데 영양분이 부족한 내 몸을 생각해 여러 잔 마셨다.

드디어 1박 2일이 걸려 호로그에 도착했다.

미리 알아두었던 숙소에 짐을 다 내리고 남은 비용을 정산하려고 하니 갑자기 기사 아저씨의 말이 바뀐다.

즐겁게 여기까지 와서 돈을 더 달라는 말에 화가 났지만 다들 흥분을 가라앉히고 좋게 말로 해결했다.

호로그에 온 것을 기념하며 오늘도 맥주와 함께 밥을 먹는다.

폴과 안토니도 술을 좋아해 같이 먹으니 술이 술술 넘어간다.



제 여행기가 재미있으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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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말 이곳이 가고 싶었던 곳이었구나라는 것을 잘 느낄수 있는 글이었습니다
    (저는 별로 가고픈 마음이 없어서인지 시큰둥한 맘으로 봤다는건 비밀..)

    알콜러버께서 드뎌 맥주를 먹게되었다니 감개무량해지는.... 크흙
    (하지만 저는 술은 안먹는 사람이라는....)

    이제 전문 여행가가 되어도 되겠다 싶을정도로의 내공이 엿보입니다...

    • 아무래도 저만 신이나서 여행기를 쓴 것 같아 죄송해지네요.
      시간이 지날수록 블로그 관리를 잘 못해 죄송합니다.
      그래도 항상 댓글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으니 너그럽게 봐주세요. ㅎㅎㅎ

  2. 술이 술술 넘어가서 저도 어제 술술 마셨더니 지금 머리가 많이 아프네요. ㅎㅎ
    파미르도 가셨었군요.
    자전거로 파미르를 넘는 사람들 참 많죠.
    내 자전거는 언제 파미르를 가보나...
    파미르 기대됩니다.

    • 저도 파미르를 자전거로 넘어보고 싶었는데 결국은 지프를 타고 가게됐네요. ㅎㅎ
      답글을 늦게 달아 죄송하고 파미르 이야기도 기대해주세요~

  3. 저도 타지키스탄 다녀왔던 생각이 나면서 제가 여행했던 지역이 안 나와서 조금 아쉽기도 하네요.
    저는 두샨베량 후잔드만 다녀오고 파미르는 안 다녀왔거든요.
    일단 중앙아시아는 이슬람국가라곤 하지만, 맥주 마시는 거에 별로 신경 안 써요.
    워낙 여러 민족이 섞여사는데다가 러시아 지배를 받아서 맨날 술 퍼마시면서 꼴아았는 개 아니라 자기 혼자 맥주 한 두캔 조용히 마시는 거 정도는 별로 터치 안 해요.
    여자도 아니구요ㅎㅎㅎ
    글고 중앙아시아 음식은 맛은 있지만 칼로리가 높기 때문에 덮어놓고 먹다보면 살이 무섭게 찝니다.

    • 중앙아시아 여행을 준비하면서 히티틀러님의 여행기를 봤었습니다. ㅎㅎ
      저때 당시 제 머릿속에는 오직 파미르의 대자연만 들어있어서 별 미련 없이 두샨베를 떠났던 것 같아요.
      이렇게 자연을 좋아하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전생에 도시에서 살았던 것 같아요. ㅎㅎ

  4. 키르기스스탄 오쉬에서 두샨베로 내일 넘어갑니다..반대방향 이군요.. 좋은 여행 되세요..

  5. 10년 전 신장 위구르 를 통해 방문했던 파미르고원이 생각나네...타쉬쿠르간으로 가던 중 들렸던 에메랄드 빛 카라쿨 호수,난생 처음 타본 쌍봉낙타,그리고 바로 옆 거대한 아이스크림을 얹어놓은 듯 귀엽던 무즈타크 아타봉...곤륜산 까지..또 가고 싶다...

    • 10년 전에 신장 위구르 지역을 갔다 오셨다니 정말 부럽네요.
      저도 기회가 되면 신장 위구르 지역과 무협지에서 보던 곤륜산에 올라가보고 싶어요.

  6. 즐거운 여행이 되시길 사진을 보니15년전 그곳을 방문한 생각이 나네요.아프카니스탄의 북부동맹을 가기위해 타지크스탄을 갔었습니다. 사진에서 보듯 강을 사이에 두고 아프칸과 국경을 접하고 있었습니다. 그곳은 다리가 없었고 나룻배로 강을 건너 아프카니스탄으로 들어갔죠. 스탬프도 없었고 비자도 없었죠..두산베에서 국경까지 가는데 길목 곳곳에서 검문하던 경찰에게 돈을 주는것을 세다가 나중에 포기 하였음.20만 인구 중 경찰이 5만이라나...단청과 양고기를 넣은 칼국수,굴렁쇠를 굴리는 아이들, 제기차는 모습과 어디선가 들려오는 결혼식의 민속음악에 이끌려 갔다가 들어선 집의 단청과 3현6각의 선율이 낯설지 않았습니다.

    • bug57님도 타지키스탄을 가보셨군요.
      저도 아프가니스탄을 가보고 싶었지만 여건이 안되니 어쩔 수 없이 강물만 바라보다 왔어요.
      댓글에 적으신 수수한 것들이 그리워지네요.

  7. 화장실이 재밌네요.

  8. 가고싶습니다

  9. 다음 메인에서 보고 깜짝 놀랐어요! 파미르 고원이라니! 2008년 같이 여행하는 친구들과 함께 호로그를 다녀왔었어요. 한국 사람들을 너무 신기해하길래 다른 한국사람들이 여행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립네요. 한국사람이라는 이유로 결혼식에도 초대받고, 주민들이 많이들 챙겨주셨었던 기억이나네요.

  10. 여행기가 아니라... 자랑질....

  11. 우연히 여행기 읽게 되면서 너무 재밌어서, 이틀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계속 배낭여행기만 읽어서 오늘 여기까지 왔네요! 빨리 다음 편 올려 주세요!!!!

  12. 넘 해보고싶던 여행이네요.
    제가 젊었을적엔 감히
    엄두도 낼수없던 여행인데..
    이젠 나이를 먹다보니 현실에
    내자리를 비울수도 없구요.
    이제는 시간이돼도 체력이
    안되겠죠.
    대리만족 잘하고 있습니다.
    일하면서 틈틈히보느라 아직
    동남아쪽 보고 있어요.
    열심히 따라 올게요.
    세계태마기행을 드라마보다
    엄청 더 좋아하는 아줌마입니다.
    고맙습니다.

    • 저도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과연 언제 여행을 떠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 많이 고민했었는데 일단 질러놓고 보자는 마음으로 20대에 갔다오기를 참 잘한 것 같아요.
      멀리 떠나시는 게 힘드시다면 가까운 동남아시아 지역이라도 다녀와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여행기를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종종 댓글 남겨주세요~

  13. 타지키스탄에서의 재미난 여행일지 기대할게요

  14. 파미르 퍼밋을 받는 게 어려운 일이군요~
    어째 용민군은 행운을 몰고 다니는 것 같네요. ^^
    재치있는 용민군 표현대로 꿈인지 생시인지 확인하기 위해
    밥은 맛나게 먹었다지만...
    오픈된 화장실은 보는 것만 해도 꿈이 확~ 깰 지경이네요. ㅠㅠ

  15. 파미르 고원에 대해 들어본 것도 같지만 저에게 익숙하지는 않네요^^;
    그래도 어떤 곳인지 여행기를 통해 궁금해진건 사실이예요ㅋㅋ
    맥주도 마음껏 드시고, 여행을 시작하면서 가고 싶었던 곳에 가시다니 참 즐거운 여행이었을거라는 생각이드는 여행기였습니다.

  16. 글 잘 읽었습니도..파미르퍼밋은 어디에서 발급 하고 위치는 찾기 쉽나요?
    저도 곧 자전거 여행을 계획하고 있어서 도움을 청해 봅니다.

  17. 보통 양반이 아너네요

  18. 잘 보았습니다.
    저는 두산베에서 호로그까지 자전거를 싣고 가서, 거기서부터 파미르하이웨이를 타려고 합니다.
    님이 이용하신 그 차량을 어떻게 수배해야 하나요?

  19. 아~!!!
    정말 공기가 맑고 깨끗하게 느껴지네요...여기까지 불어오는듯^^
    제가 지금 님과함께 여행하고잇는 듯한 느낌입니다~^^
    그곳 사람들의삶은 만만치않아 보여도 자연은 그대로 한없이 좋군요
    모든이들에게 사랑과 행복이 ..그리고 기쁨이 가득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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