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메고 세계일주 - 030. 히말라야를 무시하지 말라.


아침에 일어나니 마차푸차르와 안나푸르나 2봉으로 추정되는 설산이 우리를 반겨준다.

지금은 설산 앞을 다른 산이 가로막고 있지만 내일은 아무 것도 없는 곳에 있을거라 생각하니 설렌다.

여왕마마께서 네팔에 오시기전에 후기를 읽었는데 촘롱에서 와이파이가 된다는 글도 읽었었다고 하셨다.

그래서 혹시나하고 와이파이를 잡아봤는데 진짜로 잡힌다.

해발 2050m에서 와이파이가 터지다니 역시 인간은 대단하다.
광고를 보니 약 3700미터인 MBC(마차푸차르 베이스 캠프)에서도 와이파이가 터진다는데 뭐라 할 말이 없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출발하려고  달밧을 시켰는데 달밧이 없다고 한다.

네팔식당에서 달밧이 안되는 것은 한국에서 기사식당에 갔는데 백반이 없다는 것과 똑같은 것인데 어이가 없었다.

결국 메뉴를 보며 탄수화물을 찾다가 삶은감자를 시켰다. 물론 최대한 많이 달라는 말은 빠지지 않는다.

양은 꽤 많았지만 밥대신 감자를 먹으니 속이 허하다.

포터들은 짜파티만 2장씩 먹는 모습을 봤는데 촘롱에서 유명한 피자를 먹고 싶다고 우리가 정한 숙소로 와서 밥도 제대로 못 챙겨 먹은 것 같아 미안했다.

론리플래닛에 피자가 맛있다고 소개된 우리가 묵었던 숙소.
아마 촘롱에서 먹은 피자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혹시나 트레킹을 시작했는데 산 속에서 와이파이가 필요한 일이 생기면 촘롱코티지로 가면 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하다.

1시간정도 걷다가 뒤를 돌아보니 우리가 묵었던 촘롱마을이 보인다.

역시 산은 뒤를 돌아보는 맛에 오른다.

뒤돌아보는 맛에 오른다고는 하지만 계속되는 오르막길은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계단이 있어서 오르막길을 오르기 쉬운 것은 맞지만 끝없이 펼쳐진 계단은 계단을 발명한 사람을 원망하게 만든다. 

게다가 오늘 우리가 올라가야하는 고도는 정해져있기에 내리막길이 나오라고 빌 수도 없다.

마마님들은 아침에 핫케이크 한조각씩을 드셨고 난 감자한판을 먹었고 포터들은 짜파티 2장을 먹었기에 우리 모두 배가 고팠다.

중간에 감자 한판을 먹은 사람이 껴있기는 하지만 감자는 탄수화물 덩어리일뿐 밥이 아니다. 

그래서 평소보다 이른 점심을 먹기로 하고 마음 깊숙한 곳에서 우러나오는 빅사이즈를 강조하며 볶음밥을 주문했다.

어차피 뱃속에 계란 한알정도 들어가봐야 단백질이 간에 기별도 안갈테니 그냥 야채볶음밥을 시켰는데 이상한 볶음밥이 나왔다.

야채볶음밥인데 계란만 있길래 이상하다 생각했지만 그냥 맛있게 먹었다.

다 먹은 뒤 계산을 하러 가니 다른 볶음밥이라며 돈을 더달라기에 우리가 주문한 종이를 보여주고 제대로 계산했다.

아 당이 땡겨서 안되겠다.

난 고급스러우니까 초콜릿 한조각도 썰어먹는다.


ABC에 오르면서 신라면을 비롯해 엄청난 양의 비상식량을 챙겨가는 팀들을 많이 봤는데 우리 팀은 내가 실패해봤기에 최대한 경량화에 신경을 썼다.

그 결과 야식으로 먹을 봉지라면 2개씩과 초콜릿 1개, 사탕 1봉지만 챙겼다.

산사태가 일어난 곳인데 저 밑에 있었으면 어떻게 됐을지 상상해보니 아찔했다.

사람들이 나무를 없애고 계단식 밭을 만들어 작물을 키우다보니 지반이 약해져 산사태가 쉽게 일어난다고 한다.


우리 모두 자연 파괴하지 맙시다.

근데 산을 깎아만든 밭에서 난 감자를 아침으로 먹은 내가 할 소리는 아닌 것 같다.

역시 말로는 무슨 말이든지 할 수 있지만 그걸 실천하기는 참 힘이 든다.
결국 나도 역시 평범한 위선자인가 보다.

이 사람은 그냥 평범한 아저씨가 아니다.

바로 엄홍길 대장이다.

우리가 아는 그 유명한 엄홍길 대장이다.
 

열심히 올라가고 있는데 한 아저씨가 학생들 어디까지 올라가냐고 묻길래 ABC까지 간다고 했다.

그러니 아저씨께서 학생들인데 기특하다며 힘을 내라고 하셨다.

그런데 아저씨 얼굴을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다시 보니 엄홍길 대장이었다.

우리끼리 혹시 엄홍길대장이 아니냐며 속삭였는데 쑥쓰러우셨는지 수고하라고 하시며 바로 내려가 버리셨다.

빨리 알아차렸으면 같이 사진도 찍을 수 있었을텐데 아무도 히말라야에서 엄홍길대장을 만날거라고 생각을 못했기에 기회를 놓쳤다.
그래도 기록을 남겨야 된다는 일념으로 바로 카메라를 꺼내 엄홍길대장의 뒷모습이라도 찍을 수 있었다.

역시 남자는 얼굴도 잘생기고 뒷모습도 멋있어야한다. 참 남자로 살기 힘들다.

근데 엄홍길 대장님. TV에서 보던 모습과는 다르게 살이 좀 찌셨더군요.

엄홍길대장을 만났다고 신기해하다보니 별로 힘이 드는지도 모르고 계속해서 산을 탔다.

그런데 엄홍길대장은 ABC(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에서도 4000m를 더 올라갔다 와보셨을텐데 우리들은 그 베이스캠프까지 간다고 낑낑대며 올라가고 있었으니 얼마나 귀여우셨을까.
웃으며 걷다 보니 앞에 강적이 나타났다.

우리가 애써 올라온 높이를 다 깎아먹는 내리막계단이 나타나버렸다.

고도가 낮아진다는 생각과 내려간만큼 다시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암담해졌다.
거기다 하산할 때는 이 길이 오르막길로 다가올거라는 생각이 들자 무서워졌다.

마마님들 힘을 내시옵소서. 갈 길이 많이 남았사옵니다.

점점 설산이 다가온다.

우리가 열심히 가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주렴.
이왕이면 자석이라도 달린듯이 우리를 좀 당겨주면 안되겠니. 

자세히 보면 눈이 녹아서 물이 흐르고 있다.

저 물은 엄청 깨끗할 것 같은데 너무 멀어서 마실 수가 없다.

세상에는 볼 수만 있고 가질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

아름다운 구름이나, 찬란한 태양이나, 길을 걸어가는 아름다운 여자들이나.



그대는 냉장고 차거차거차거차거


멀리서 나를 바라만 봐주세요

바라보기만 하고 만지지는 말아주세요

만지기만 하고 사랑하진 말아주세요

사랑하기만 하고 바라보진 말아주세요


그대 가슴은 차가운 냉장고

그대 눈동자엔 눈물 한방울 고이지 않는 냉동인간


그대는 에어컨 추워추워추워추워


멀리서 너를 바라봐주기만 하겠어

바라보기만 하고 만지기도 해주겠어

만지기도 하고 사랑하기도 해주겠어

사랑하기도 하고 바라봐주기도 하겠어


그대 주위에는 차가운 바람이 불어

그대 심장에는 피한방울 흐르지 않는 냉혈인간


그대는 냉장고

그대는 에어컨

그대는 이쑤시개

그대는 짜장면

그대는 유리창


널 사랑해

눈뜨고 코베인 - 그대는 냉장고 





고도가 높아졌는지 바로 옆에 있는 산에 눈이 쌓여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 세상에는 가질 수 없는 것들이 많다지만 안나푸르나의 눈은 만지고 말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올라간다.

오늘은 히말라야라 불리는 지역에서 잠을 자기로 했다.

우리가 전날 묵은 촘롱보다 높은 고도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은 없고 트레커들을 위한 숙소인 롯지만 운영되고 있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야채커리를 시켰는데 밥을 수북이 줘서 행복했다.

역시 사람은 등이 따숩고 배가 불러야 행복하다.

마마님, 히말라야부터는 고소예방을 위해 씻으면 아니되옵니다.

자전거여행을 할 때 안 씻고 다니는 것이 일상이었기에 혼자라면 처음부터 안 씻었겠지만 마마님들이 워낙 깨끗하셔서 나도 청결함을 유지했었다. 

그런데 오늘부터는 고소예방이라는 확실한 이유가 있기에 물티슈로만 씻는데 밤에 씻지 않고 침낭으로 들어가니 정말 행복했다.

사람은 게을러야 행복해지나보다.

여러분은 지금 상거지를 보고 계십니다.

포터인 기아누에게 미안해 짐을 줄이고자 라면을 먹기로 하고 마마님에게 사진을 찍어달라 부탁했는데 플래쉬가 터져 엄청 굶주린 모습으로 나왔다.
 

남자들은 군대에서 봉지에 뜨거운 물을 부어먹는 일명 '뽀글이'를 많이 먹는다고 하지만 난 해군을 나와서 '뽀글이'와는 인연이 별로 없었다.

해군은 배에서 야식으로 먹으라고 컵라면을 많이 보급해주기에 '뽀글이'를 해먹을 일이 별로 없다.

'뽀글이'경험이 일천하다 보니 물조절에 실패해 조금 싱거웠지만 참 맛있었다.
 

여러분 군대 가실거면 고급스러운 해군으로 가세요. 엄청 편합니다. 아 군대 또 가고 싶다.
난 해외장기체류라서 예비군도 면제받는데 가서 총 쏘고 싶다. 정말로.

장난이고 국군장병 여러분 감사합니다. 힘내세요.

<오늘의 생각>


엄홍길대장을 만났다. 대장이라는 칭호가 정말 멋있는 것 같다.

나도 특별한 칭호를 하나 가지고 싶다.

 

오늘은 대망의 ABC까지 올라가는 날이기에 고소예방을 위해 갈릭스프를 시켰다.
네팔에 와서 갈릭스프라는 것을 처음 먹어봤는데 정말 맛있어서 한국에 돌아가면 엄마한테 해 달라고 할거다.
마마님들도 만족하셨는데 진짜 신기한 맛이다. 

거기에 마마님의 은총인 볶음김치와 내가 여행을 떠나며 샀던 고추장을 5달만에 먹었다.

맛은 정말 꿀맛 그 자체였다.
역시 마마님을 모시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오늘은 ABC까지 올라갈 예정이라 힘차게 걸음을 내딛는데 간밤에 눈이 왔었나 보다.

앞날은 생각도 안하고 눈이 내리니 이제야 히말라야에 온 것이 실감난다며 즐겁게 걷는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새하얀 ABC를 상상하며 걸어간다.

그런데 출발한지 30분정도 지나자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한다.
운치가 있다며 감탄을 하면서 올라간다. 

순식간에 맑았던 하늘이 사라지고 히말라야라는 이름에 걸맞는 눈보라를 헤치고 나간다.

눈이 계속해서 내리자 처음에 신나던 기분은 사라지고 조금씩 걱정되기 시작한다.

혹시나 살이 쪘다고 오해하실 수도 있는데 이건 살이 찐게 아니라 패딩을 껴입어서 그런겁니다.
정말이에요. 믿어주세요. 

거대한 자연앞에서는 어떤 수식어도 붙일 수가 없다.

그저 장관이라는 말밖에 안나온다.

산신령님. 저희에게 길을 열어주시옵소서.

눈사태가 일어난 구간인데 저 많은 눈이 날 덥친다고 상상해보니 아찔하다.
기아누는 한국인 등산객들과 산을 자주 타서 몇가지 한국어를 할 줄 알았다.
특히 눈사태와 산사태가 일어난 곳을 보면 한국어로 눈사태~ 산사태~라고 했다.
우리도 한국어를 알려주고 싶어서 고고씽이 출발하자는 의미라고 알려주고 출발할 때는 항상 고고씽이라고 말했다 . 

오늘도 당이 땡기니까 핫초코 한잔 먹고 힘을 내야겠다.

어제 아침에 마마님들께서 핫케이크를 시켜먹을 때 나온 꿀을 내가 당이 땡긴다며 수저로 퍼먹었더니 마마님들이 신기하게 쳐다봤었다.

그러나 잠시 후 계속 퍼먹는 나를 따라서 한입 드셔 보시더니 당의 맛을 알아버리셨고 우리는 곰돌이 푸가 왜 꿀을 먹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눈이 계속해서 내리는데 도저히 그칠 기미가 안보여 다시 출발했다.

설산을 찍었는데 마마님이 요기있네?

내가 원하고 상상하던 그 설산을 걷는다.

전에도 말했듯이 배낭여행을 시작하며 가장 기대한 곳 중 하나가 네팔의 히말라야였는데 실제로 걸으니 정말 신났다.

하지만 즐거운 내 기분과는 달리 내가 산 싸구려 짝퉁 노스페이스 신발은 역시나 물이 새기 시작했고 내 발가락은 얼어갔다.

난 수족냉증이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더 춥게 느껴지고 발가락은 떨어져 나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ABC에 올라가기 바로 전인 MBC(마차푸차르 베이스 캠프)에 도착했다.
네팔에 오기 전까지는 MBC가 미들 베이스 캠프인줄 알았었다. 

언 발을 녹이며 빅사이즈의 볶음밥을 먹었다.

내 입맛은 변함이 없는데 마마님들은 입맛을 잃으셨다.

마마님들이 내려주신 은총으로 한그릇을 더먹었다.

진형씨는 살짝 머리가 어지럽다고 해 비아그라를 한알 먹었다.

오늘 아침에 출발하기전에 혹시나 해서 다같이 다이아목스를 반알씩 먹고 출발했는데 별 효과가 없었나보다.

눈은 계속해서 오고 계속해서 쌓인다.

진형씨가 걱정됐지만 우선은 출발하고 아프면 바로 내려가기로 했는데 조금 올라가다 안될 것 같아 MBC로 복귀했다.

혹시나 해서 조금 더 내려가자고 했지만 괜찮다고 해 그냥 MBC에서 쉬기로 했다.
진형씨가 자기때문에 ABC를 못 올라 간 것 같다며 계속 미안해하는데 아픈 사람에게 걱정하게 만든게 더 미안했다. 

팀원중에 한명이 아프니 분위기가 다운되길래 분위기 전환을 위해 제설작업을 시작했다.

제설~제설~제설~ 노래를 부르며 제설을 하니 군대 기분이 났다.
 

아 이번편에서는 왜 이렇게 군대가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여자들은 군대이야기 싫어한다니까 그만 이야기해야겠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하자면 군대는 다시 가고 싶을 정도로 좋은 곳이니까 미필자분들은 걱정마세요.

제설작업의 핵심은 눈을 아무리 쓸어도 끝이 없다는 것이다.

눈이 많으니 눈사람도 크게 만들 수 있을거라 기대했는데 잘 뭉쳐지는 눈이 아니라 원래 계획보다는 작은 눈사람을 만들었다.

어릴 때나 만들고 놀았던 눈사람을 25살 먹고 만드니 신났다.

우리 모두 동심으로 돌아가봅시다.

학교를 다니고 학원을 다니고

대학을 나오고 직장엘 다녀도

아무것도 모르겠네 정말 모르겠네

한다고 하는데도 날이 가면 갈수록 

점점 더


동물원 가본지 얼마나 됐는지

꽃구경 가본지 얼마나 됐는지

멀티플렉스 극장 구경 가보고 싶네

동네서도 길을 잃어버릴 것만 같은데 

한심해


텅빈 애들 놀이터에 앉아 있었지

언제 내가 어른이 돼버린 걸까아~ 아~ 아~

차라리 내가 사라져버리면 어떨까

지금~~~

사라져라 사라져라 사라져라 사라져


사랑에 빠져도 느낌이 안오고

이별을 하고도 눈물이 안나네

말린 꽃처럼 부서질 것 같은 내 마음

바람 부는대로 날려가는 휴지조각 같은데

날마다

텅빈 애들 놀이터에 앉아 있었지

언제 내가 어른이 돼버린 걸까아~ 아~ 아~

차라리 내가 사라져버리면 어떨까

지금~~~

사라져라 사라져라 사라져라 사라져
 

김창완밴드 - Darn It 




저녁을 먹으러 나왔는데 설산이 빛나고 있었다.

분명히 한밤중인데 설산이 하얗게 보인다.

때마침 이 날이 정월대보름날이었는데 달빛에 반사된 설산의 모습은 예술이었다.

마마님들이 밥이 나왔다며 먹고 찍으라고 했지만 설산이 자꾸 날 붙잡아 계속 사진을 찍었다.

그래도 밥을 거를수는 없다.

아직 먹기위해 사는지 살기위해 먹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쨋든 먹어야 사는 것은 분명하다.

밥을 먹고 나와도 아름다운 설산은 도망가지 않는다.
이런 모습을 보여준 달님이 정말 고맙다.

아마 이 모습을 보기 위해 우리가 MBC에서 잠을 자게됐나보다.

<오늘의 생각>


역시 히말라야는 마음을 쉽게 내주지 않는다.



 

  1. 재밌게 잘 보고 있어요. 힘내세요. 화이팅!

  2. 안녕하세요! 언젠가 우연히 블로그와서 처음 세계일주 시작부터 쭉 읽어온 사람입니다.
    정말 멋쪄요 ! +_+
    저도 정말 저렇게 떠나고 싶네요!
    부디 지구 한바퀴의 꿈 꼭 이루시길, 아픈데 없으시길 꼭 기도 할께요!

  3. 정월대보름이면 양력으로 2월24일 이더라구요
    포스팅과 오늘의 격차가 무려 4개월이나 된다니....
    읽으면서 한여름에 왠 눈...?! 그랬는데 시차가 4개월 씩이나 ^^
    밀린 숙제가 많으시네요 분발하세요 ㅎㅎ

    마지막 사진이 젤 맘에 드네요
    f5,6 에 1/30 sec iso100 에 ...늦은 밤이라던데 어떻게 이런 노출이~?!
    더불어 삼각대도 안 썻을테고 ...
    암튼 반짝이는 별빛까지 참 아름답네요

    늘 건강 유의하시고...담편을 기다립니다
    ps/ 4개월 전의 사진을 봤으니~ 지금은 어디서 뭔짓^^ 하고 계실까 ...ㅎㅎ

    • 마지막 사진이 마음에 드신다 하셔서 블로그 메인 사진으로 정했습니다. ㅎㅎ
      삼각대는 다이소에서 1000원에 산 미니 삼각대를 아주 잘 쓰고 있습니다.
      삼각대가 작다보니 구도에 제한이 있지만 없는 것보다는 참 좋더라구요.
      지금 어딨는지 말씀드리면 재미없으니까 그냥 기다려주세요~

  4. 한국에서부터 꾸준히 읽다가 이 곳 베트남에 떨어져서도 계속 읽게되네요. 혹시 다음 여행 할 국가는 어디인지 알 수 있을까요? 저도 지금 배낭여행중인데 비교적 가까운데로 이동하신다면 한번 볼 수도 있을것 같아서^^ 그런데 주변 국가를 다 가셔서 중앙아시아쪽 가시나요? 혹시 중국이나 동남아로 리턴 할 계획 있으면 비밀글이라도 속삭여주세요~

    • 음.. 이미 멀리 와서 다시 동남아나 중국으로 갈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시커먼 사내놈이라 관심은 없으시겠지만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면 봬요. ㅎㅎ

  5. 야경 짱이다 ㅠㅠb
    완전 예술 흐아~~
    저기 누워서 잠들고싶다
    입돌아가겠지..

  6. 재밌게 잘봤습니다 ㅎㅎ
    역시 글솜씨가ㅋㅋ
    마의 계단 다시보니 방갑네요ㅎㅎㅎ
    진짜 죽을만큼 힘들었다는..
    엄대장님을 뵜다니 부럽습니다ㅜㅜ

    • 약속대로 여행중에도 리플달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전 포터가 있어서 그나마 좀 수월하게 올라갔어요.
      엄대장님과 같이 사진을 못찍은게 좀 아쉽습니다. ㅠㅠ

  7. 여행기 재밌게 잘 보고있습니다~ㅎ
    마치 히말라야를 가보고 온것처럼 제 눈과 마음이 시원하고, 즐거워졌네요.
    건강하시고, 앞으로의 여행도 화이팅!

    • 처음 보는 분이시다...
      댓글을 처음 달 때는 자유지만 한번 달아주신 이상 앞으로는 계속해서 달아주셔야 합니다. ㅎㅎ
      다음 편에 제대로 된 설산이 나옵니다.
      기대해주세요.

  8. 아직도 여행중이신가?~~대단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네~건강은 한거지?
    우린 그동안 열심히 사진찍고 며칠전부터 여행 준비하고있다네.
    11월경 미안마,다시 가고 싶어 미안마, 베트남 북부 하노이 싸파 박하 라오까이로 해서
    무앙쿠아 , 므앙응오이... 치앙라이... 2개월 여정으로 계획중이라네.
    베트남 정보를 자세히 듣고 싶은데... 귀국했다면 아저씨가 만나 술한잔 하고 싶다 했는데...
    아직인가 보네~~~여행중 건강유념하고 건강하시게. 가끔 들어 와 보고 간다네...
    므앙응오이 가면 자네 생각이 많이 날 것 같아~~~~

    • 보셨듯이 몸하나는 튼튼합니다.
      다시 미얀마를 가시는 것을 보니 저도 미얀마를 한번 가보고 싶어집니다.
      술은 내년이 되야 얻어마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주 들러주셔서 감사하고 혹시 베트남에 관해 궁금한 것이 있으시면 카카오톡 gooddjl 추가 하시고 연락주시면 제가 아는 것은 최대한 알려드리겠습니다.

  9. 아~~~ 나두 다 정리하고 세계여행을 떠나고 싶다..!!!

    치졸하고 비열한 인간들 대하는게 너무 피곤하다... 비열한 사회.

    님이 부럽소이다~~~

    • 한번에 모든 것을 정리하려면 힘이 들지요.
      그래서 어릴 때 가야하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
      버릴 것이 하나라도 적고, 다시 가질 수 있기에....

  10. 근데 신기한 노래를 정말 많이 아시는거 같아요

    중간중간 나오는 노래들의 가사가 재밌는게 어찌나 많은지..

    제 동생만큼 많이 먹는 사람은 잘 없을거라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용민씨도 먹는양이 장난 아니네요 ㅋㅋ

    근데 먹는 양에 비해 살은 안 찌시는거 같아요 ^^

    • 대중가요보다는 밴드 음악을 좋아하다보니 이런 저런 노래들을 알게 되더라구요.
      한국에 돌아가면 공연장에 가서 미친듯이 놀고 싶어요.
      사실.. 저 뱃살 장난 아닙니다. ㅠㅠ

  11. 우와~~ 엄홍길대장님을 만나다니요.
    용민군도 전생에 나라를 구하셨나봐요. 아니면 동네 하나라도...
    히말라야라는 말만 들어도 자연스럽게 엄홍길대장이 떠오르는데
    그 분을... 그것도 동네 산도 아닌 히말라야에서...
    정말 평생 한 번 올까 말까한 그런 기회가 아닐까요?
    오늘도 재치있는 글솜씨 잘 읽었어요.

  12. 정말 대박이네요

배낭메고 세계일주 - 029. 또 다시 시작.



전 편에서 내가 무릎을 꿇은 것은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

히말라야가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으니 다시 시작하면 된다.
여행의 일부분에서 포기했어도 여행 전부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근성의 김성모 화백님 존경합니다. 
저도 근성을 가지고 여행하겠습니다.
강건마같은 사람이 되겠습니다.

사진 없이 대사만 인용하려니 분위기가 잘 안살아 무단펌을 합니다. 죄송할 짓을 하는 것을 알면서도 하는 점 죄송합니다.
  

우선은 물에 젖은 장비들을 빨아서 햇볕에 말린다.

내 몸도 말린다.

내 마음도 말린다.

근데 컨디션이 많이 떨어졌는지 어제 저녁부터 배가 너무 아프다.

아무거나 주워먹었더니 아무것도 못 먹을정도로 아프다.
새벽부터 계속해서 화장실을 가는데 이번에도 도미토리에 또 여자가 있어 죄송하다.  
 

오후가 되니 좀 가라앉아서 바나나를 먹고 책을 읽었다.
처음에는 바나나 몇개만 먹으려했는데 하나를 먹으니 두개가 먹고 싶어져 결국에는 한송이를 다 먹어버렸다. 

자연에 될 수 있는한 영향을 안 끼치고 산 작가의 이야기인 '노 임팩트맨'을 읽었는데 꽤 재미있었다.
오랜만에 두꺼운 책을 읽으니 행복했다.

<오늘의 생각>


인간의 몸 속에 수분이 많다는 사실을 화장실에서 확인했다.

 

아침이 밝았지만 속이 완벽하게 나은 것 같지가 않아서 밥도 못 먹고 침대에서 뒹굴고 있으니 같이 도미토리를 쓰는 진형씨가 죽 파는 곳이 있을 것 같다며 나가자고 한다.

가이드북에 나온 일식집을 갔더니 진짜로 닭죽을 팔았는데 아픈 나에게 최고의 영양식이 됐다.
네팔에 와서 한식도 먹고 죽도 먹고 여러가지를 먹는다. 

죽을 먹으니 좀 살 것 같아 포카라 시내를 돌아다니기로 했다.

포카라의 여행자거리는 레이크 사이드라고 불리는데 그 레이크가 바로 이 페와호수다.

보트를 빌려 탈 수도 있지만 별로 안 땡겨서 공짜보트를 타기로 했다.
 

페와호수에 있는 리조트인 피쉬테일 롯지로 들어가는 보트인데 아주 잠시 타지만 공짜다.
호수에 있는 섬을 사서 리조트를 만들었는데 꽤 아름답게 꾸며 놓아서 레이크 사이드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 났다.

라씨를 한잔씩 시켜 먹었는데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이런 곳에 묵어도 좋을 것 같았다. 물론 누군가와 함께.

워워 그거 먹는거 아니야.

우리나라에서도 성묘를 가서 놓고 온 과일들은 산짐승들이 먹는데 네팔은 동네 소가 먹는다.

몸도 어느 정도 추슬렀고 구부러진 마음을 다시 펴기 위해 내일 ABC로 떠나기로 했다.
지금 내가 가진 장비로 안나푸르나 라운딩을 가기에는 무리기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 ABC(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로 가기로 했다.  


진형씨는 처음에 푼힐전망대만 다녀오려고 네팔에 왔는데 많은 사람들이 ABC를 추천해 나와 함께 가기로 했다.  
나는 이미 쇼핑을 몇번 해본 슬픈 과거가 있어 대략적인 시세를 알기에 진형씨가 준비하는 것을 도와줬다. 

물건을 다 사고 영양보충을 위해 스테이크를 먹으러 갔다.


처음의 원칙대로라면 안 먹었을테지만 수정규칙에 의해 보장받는 인간관계이기에 맛있게 먹으러 갔다.

무엇보다 여자가 고기썰러 가자는데 규칙에 얽매여 거절할정도로 꽉 막힌 바보같은 사람은 아니다.





오늘은 좋은 날 부처님 오신 날

화장 잘 받은 날 밀린 월급 받는 날

흰 눈이 내린 날 사랑 가득한 날

거리의 음악들이 너와 나를 부를 때


오늘처럼 할 일 없는 금요일 저녁 (우리가 먹어야 할 그것)

헤어진 네가 자꾸 생각나는 날이면


I wanna 스테이크 You wanna 스테이크

And we wanna 스테이크 Yeah-

I wanna 스테이크 You wanna 스테이크

And we wanna 스테이크 Yeah-


아침 못 먹은 날 면접 떨어진 날

친구와 싸운 날 버스 타다 넘어진 날

찬바람 부는 날 혼자인 생일날

집으로 가는 길이 너무도 쓸쓸할 때


별거 아닌 친구들의 농담같이 (스쳐 지나가는 말에)

왠지 모르게 서운한 그런 날이면


I wanna 스테이크 You wanna 스테이크

And we wanna 스테이크 Yeah-

I wanna 스테이크 You wanna 스테이크

And we wanna 스테이크 Yeah-


오늘은 좋은 날 부처님 오신 날

화장 잘 받은 날 밀린 월급 받는 날

흰 눈이 내린 날 사랑 가득한 날

거리의 음악들이 너와 나를 부를 때


I wanna 스테이크 You wanna 스테이크

And we wanna 스테이크 Yeah-, just wanna feel you baby

I wanna 스테이크 You wanna 스테이크

And we wanna 스테이크 Yeah-, just wanna feel you baby


스테이크 Yeah-

스테이크 Yeah-

전기뱀장어 - 스테이크 



근데 맛있는 스테이크 사진을 찍으려하니 진형씨의 카메라가 없다. 

트레킹 장비를 산 곳에 두고 왔는데 우리가 깨닫고 뛰어갔을 때는 이미 문을 닫은 상태였다.

원래는 숙소에 두고 나오려는 것을 내가 숙소에 귀중품을 두는 것은 안좋다고 참견을 해 가지고 나온건데 나 때문에 잃어버린 것 같아 엄청 미안했다.

스테이크가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대충 먹고 우선 숙소로 돌아와 카메라를 다시 찾을 계획을 세웠다.

<오늘의 생각>


어리석은 인간의 참견으로 일어난 일이 미안해 죽을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상점들이 문을 열 시간이 되자마자 트레킹용품점으로 향했다.

만약 카메라에 대해 시치미를 떼면 경찰을 불러서 깽판을 칠 각오까지 하고 갔는데 걱정말라며 잘 맡아놨다고 한다.

어제 저녁에도 문을 안닫고 오랫동안 기다렸지만 우리가 오지 않아 문을 닫았다고 한다.

정말 고마워서 우린 친구고 네팔사람은 인도사람하고 다르다며 인사를 하고 나왔다.

레이크사이드의 끝자락에 있는 가게인데 THE 슈퍼마켓근처에 있다.

위치가 끝부분이다보니 다른 곳에서 시세를 알아보다 끝에 있는 이 가게에서 주로 물건을 구입했는데 가격도 내가 조사한 최저가정도로 살 수 있었다.

그렇다고 무조건 가라는 것은 아니고 다른 곳에서 시세를 제대로 파악한 후에 가야한다.

아무튼 정말 고마운 친구다.

만약 못 찾았다면 계속해서 마음의 짐이 됐을텐데 다행이다.

카메라를 찾았으니 밥을 먹기로 하고 맛있다는 뚝바집을 찾아갔다.

다질링보다는 맛있었지만 역시 요리왕 비룡의 맛은 안 났다.

갑자기 내 머리사진을 찍은 것은 내 건망증을 이야기해야하는데 그것도 까먹을까봐 사진을 찍어놨다.

산에 올라갈 준비를 한다고 카메라 배터리를 충전기에 꽂아 놓고 예비배터리도 가방에서 다 꺼내둔 채로 빈 카메라만 들고 밖으로 나갔다.

덕분에 재정비를 하는 모습과 같은 방을 쓰는 사람들과 손으로 탈리를 먹으러 간 일들은 내 머리속에만 남게 됐다.
벌써부터 치매가 오면 안 되는데 큰일이다.

<오늘의 생각>


네팔 사람은 확실히 착하다.

 

아침에 일어나니 하늘이 엄청 맑다.

트레킹을 하는 내내 맑은 하늘을 보여주렴.
이번에도 날 힘들게 하면 우공이산(愚公移山)이 무슨 뜻인지 알게 해주마. 

햇님도 잘 부탁드립니다.

아침 일찍 여는 현지인 식당은 별로 없다.
어차피 산촌다람쥐에서 택시를 타기로 했으니 밥도 먹기로 했다.
엄청 맛있게 생겼지만 엄청 맛없었던 김치볶음밥이다.

간도 안 맞고 이게 밥인지 죽인지 모를 정도였다.

그래도 다 먹었다.

처음에 네팔에서 쓸 예산을 책정했을 때 최대 20일간의 트레킹을 생각하고 돈을 찾아와 자금이 많이 남게 됐다.

그래서 내린 결정은 일행 한명을 구해서 포터를 같이 쓰고 카메라만 가지고 올라가기로 했었는데 이야기를 하다보니 진형씨와 같이 동행하기로 했다.

거기에 같은 도미토리를 쓰던 시영누님도 같이 떠나기로 해 총 3명의 팀이 구성됐다.
 

ABC코스는 포카라에서 나야풀로 이동해 시작하는데 여기도 시작지점에 다리가 있다.

또다시 다리를 건너며 마음을 다잡는다.
이번에는 제발 무사히 올라갔다 내려올 수 있게 해주세요. 

저 멀리 보이는 설산은 마차푸차르이다.

마차푸차르는 물고기 꼬리라는 뜻인데 봉우리가 물고기 꼬리처럼 양갈래로 나뉘어져 있다.
이번에는 꼭 저 설산의 눈을 만지고 내려오고 만다. 

올라가는데 한글이 보여 읽어보니 바로 3일전에 완공이 된 초등학교 안내판이다.

밀레와 엄홍길 대장이 후원해서 만들었다는데 완공이 3일전이었다고 하니 엄청 신기했다.

제일 앞의 두 사람이 우리가 고용한 포터 기아누와 샴이다.
그 뒤에 있는 사람들이 이번 등반을 같이 한 일행인데 왼쪽은 시영누나, 오른쪽은 진형씨다.

초입부분이라 아직은 편한 길을 걷는다.

초입 마을인 간드룩으로 가는데 계단이 나오자 힘이 들기 시작한다.
계단은 참 대단한 발명이지만 힘이 빠진다. 

병아리가 엄마를 타고 논다.

이런 모습은 처음봤는데 정말 귀여웠다.

어렸을 때, 어린이 날에 선물로 합체하는 커다란 로보트를 받고 좋아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당에서 '꼬끼오'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밖에 나간 아부지가 병아리와 닭의 중간 단계에 있는 애를 잡아왔다.
어디서 온 애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와 동생은 어린이날 선물 2를 받았다고 생각하며 마당에서 닭을 키웠었다.
시장에서 주워온 배추잎을 먹은 닭은 무럭무럭 자랐고 성체가 됐을 무렵 우리 가족의 뱃 속으로 들어왔다.
어렸을 때인데 닭을 먹지 말자고 울기는 커녕 맛있게 먹은 기억만 나니 순수했던 해철이 형과는 다르게 음식에 대한 가치관이 뚜렸했나 보다.

참고로 이 이야기는 어디 시골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일어난 일이다.

 

육교위의 네모난 상자속에서..

처음 나와 만난 노란 병아리 얄리는

처음처럼 다시 조그만 상자속으로 들어가..

우리집 앞뜰에 묻혔다.

나는 어린 내눈에 처음 죽음을 보았던..

1974년의 봄을 아직 기억한다.


내가 아주 작을 때

나보다 더 작던 내 친구

내두손 위에서 노래를 부르면

작은 방을 가득 채웠지

품에 안으면 따뜻한 그 느낌

작은 심장이 두근두근 느껴졌었어


우리 함께 한 날은

그리 길게가지 못했지

어느날 얄리는 많이 아파

힘없이 누워만 있었지

슬픈 눈으로 날개짓 하더니

새벽무렵엔 차디차게 식어있었네


굿~바이 얄리 이젠 아픔없는 곳에서

하늘을 날고 있을까

굿~바이 얄리 너의 조그만 무덤가엔 

올해도 꽃은 피는지


눈물이 마를 무렵

희미하게 알수 있었지

나역시 세상에 머무르는 건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설명한 말을 알수는 없었지만 

어린 나에게 죽음을 가르쳐 주었네


굿~바이 얄리 이젠 아픔없는 곳에서 

하늘을 날 고 있을까

굿~바이 얄리 너의 조그만 무덤가엔 

올해도 꽃은 피는지

굿~바이 얄리 이젠 아픔없는 곳에서

하늘을 날 고 있을까

굿~바이 얄리 언젠가 다음 세상에도 

내 친구로 태어나줘

정말 대단한 신해철형아 - 날아라 병아리 



점심은 빅사이즈의 볶음밥을 시켰다.

밥을 주문하면서 항상 그렇듯이 빅사이즈라고 했더니 일행들이 웃는다.

그래도 배가 고프면 안되니 빅사이즈.

어떻게 하면 구름이 이렇게 이쁠 수가 있는지 모르겠다.
솜사탕처럼 생겨서 만져보고 먹어보고 싶다. 

적당한 빛을 가리며 귀여운 구름들이 떠 있는 하늘이 정말 좋다.

어떻게 찍어도 이뻐서 자꾸 찍는다.

나귀떼가 내려오길래 길 한쪽으로 피했는데 시영누나가 나귀떼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었다.

나중에 보니 나귀들이 방울소리를 내며 내려오는 모습이 왠지 웃겨서 심심하면 나귀 동영상을 보고 다같이 웃는 것이 일상이 되버렸다.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도 계속보면 질리지만 하늘의 구름은 매번 바뀌니 질릴 틈이 없다.

내가 구름을 좋아하는 이유는 정확히 모른다.

그저 파란 하늘에 장식이 되는 구름이 아름다워서일 수도 있고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갈망일 수도 있는데 이유야 어쨌건 구름이 좋다는 것이다.

내가 구름이 이쁘다고 신나서 돌아다니는 것과 반대로 일행들은 계단만 만나면 힘들어한다.

내일부터는 체력을 고려해 제일 뒤에서 받쳐 줘야겠다.

소를 도축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옛날에 시골에서 본적도 있고 내가 고기를 먹기 위한 당연한 수순이라 외면하지는 않았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배도 별로 안고프고 산에서 주는 뚝바가 궁금해 시켰는데 엄청 작은 그릇에 담아져 나왔다.

왜 이렇게 작냐고 뭐라하니까 산은 물자가 없어서 그렇다고 되지도 않는 소리를 한다.

그럼 내가 전에 먹은 초면은 바닷가에서 먹은건가 보다.

양이 너무 적어 밥을 시켜 국물에 말아먹었다.

밥이라도 많이 달라니까 밥도 양이 정해져있다며 또다시 산이라 그렇다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한다.

뭐라하기도 지쳐서 그냥 먹었다.

숙소와 식당은 포터가 알아서 정하는 곳으로 가는 것이 관례라 그냥 따라왔는데 내일 식당도 이러면 포터인 기아누에게 한마디 해야겠다.
밥의 양은 체력과 기분에 큰 역할을 하는데 마음에 안 든다. 

방으로 올라오니 시영누님께서 초코바의 은총을 내리셨다.

한국에서 떠나기 전에 ABC에 올라간 사람들의 후기들을 다 섭렵하신 마마님께서 초코바 및 여러가지 비상식량을 챙겨오셨는데 그걸 하사하셨다.

초코바에 감동을 먹고 이 날부터 시영누님을 마마님이라 높여 불렀다.

나는 초코바 하나에 움직이는 아주 쉬운 남자다.


서로 이야기 꽃을 피우다가 저녁을 욕하며 내가 먹었던 진짜 빅사이즈의 초면을 보여줬더니 다들 놀란다.

씁쓸하면서도 재미있는 추억을 가진 초면이다.

<오늘의 생각>


내 글을 볼 사람들과 같이 있으니 오늘의 생각 쓰기가 어렵다.

 

아침에 일어나니 설산이 눈앞에 있다.

확실히 안나푸르나 라운딩보다 설산이 더 빨리 다가온다.

하늘도 맑고 설산도 하얗고 기분이 좋다.

아침에는 다른 메뉴는 다 제쳐놓고 리필이 되는 달밧을 시켰다.

어제의 배고픔을 보상이라도 받듯이 계속해서 리필을 했다.

가이드 책에 쓰여있는 설명을 보면 오늘 올라가는 코스에 심장을 터지기 직전까지 혹사시키는 계단이 나온다는데 저긴가보다.

보기만 해도 심장이 터질 것 같다.

미리 겁을 먹고 기아누에게 물어보니 다행히 저 길이 아니라고 한다.

중간에 지나는 마을에서 쉬는데 하늘도 파랗고 건물도 파랗고 카페트도 파랗다.

정말 아름답고 좋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그림같은 풍경을 동무 삼아 계속 걸어간다.

처음에 출발하면서 시간도 여유가 있으니 빠르게 올라가지 말고 쉬엄쉬엄 가기로 했다.
힘이 들면 쉬었다 간다고 해서 크게 뒤쳐지지는 않는다.

점심으로 볶음밥을 시키면서 많이 달라고 했는데 이정도는 되야 빅사이즈라 할만 하다.

이제부터 우리 팀의 식사 주문은 항상 내가 맡아서 하기로 했다.

직접 주방에 들어가 주방장과 눈을 마주치고 웃으면서 너와 나는 친구니까 '빅사이즈'라고 말한다.

힘이 들 때 하늘을 보면 파란 하늘이 힘을 내라고 한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됐는지 이정도 다리는 그냥 건넌다.

거기다 마마님들을 보좌해야하니 더 당당하게 건넌다.

마마님들 힘을 내시옵소서.


눈앞이 또 아득하게 흐려져오고

떨려오는 두 무릎은 꺼질 듯한데

힘을 내! (힘을 내!)

비바람이 걷히고 나면

우리가는 산 봉오리가 눈앞에 있어. 
 

한 가닥 외줄에 걸린 우리의 운명.

움켜잡은 손은 이제 감각이 없어.

힘을 내! (힘을 내!) 

오늘의 해는 곧 넘어가도 

영원토록 기억될테니.
 

이 시간 쯤, 그댄 뭘 하고 있을까?

가끔씩은 날 보고 싶을까?

완전히 제끼고 있을까? 

Oh, my god!
 

약속은 남자의 모든 것.

그 속에 담은 많은 모든 것

누구도 빠짐없이 정상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자.
 

혹시 나 주저앉으면

혼자, 너만이라도

가야만 해, 해내야 해 

뛰어
 

한없이 작아져가는 나를 달래며

내가 원한 내모습을 만나기 위해

힘을 내! (힘을 내!)

아래에서 보면 커보이는 것도

저 위에 서면 우스울테니.
 

이 시간 쯤, 그댄 잠들어 있을까?

딴 놈들이 넘보진 않을까

이 것은 나쁘지 않은가.

약속은 남자의 모든 것.

그 속에 담은 많은 모든 것.

누구도 빠짐없이 정상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자.

혹시 나 주저앉으면

혼자, 너만이라도

가야만 해, 해내야 해 

뛰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넥스트 - 힘을 내! 

 



오늘의 목적지인 촘롱까지 가는 길은 두가지라고 한다.

하나는 끊임없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약간은 돌아가는 것.

어차피 중간에 만난다고 하니 경치는 비슷해보이고 마마님들의 체력이 떨어졌으니 돌아가기로 한다.

마마님께서 무거운 발걸음을 떼신다.

계속해서 걷다보니 촘롱에 도착했다.

촘롱에는 김치찌개와 백숙도 판다.
한국사람들이 산을 좋아하긴 하는 것 같다.
식당 메뉴판을 보면 서양식, 네팔식, 한식이 존재한다. 

밤이되자 마차푸차르에 구름이 끼기 시작하는데 구름이 껴도 운치가 있다.

오늘 저녁은 피자다.

산에 와서 무슨 피자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여기 피자가 그렇게 유명하다고 한다.

마마님께서 여러 후기들을 봤는데 많은 사람들이 추천을 하고 론리플래닛에도 나왔다고 해 시켜 봤는데 크기도 적당하고 꽤 맛있다.


1787년 제정된 미국 헌법의 본체는 오늘날까지도 전혀 수정 없이 보존되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헌법이라고 한다.

하지만 시대의 변천에 맞게 현재까지 27개의 새로운 조항이 추가되었고 미국에서 그 어떤 것보다 가장 중요한 권리로 치는 종교, 언론 및 출판의 자유와 집회 및 청원의 권리는 수정헌법 1조의 내용이다.
 

내가 뜬금없이 미국 헌법 이야기를 하는 것은 나의 여행규칙도 본체는 보존되지만 시대의 흐름에 맞춰 새로운 조항이 추가 되었다는 것이다.

바로 '양심과 인간관계에 의한 식사'부분이다.

원칙대로 이탈리아에 가서도 피자를 먹겠지만 촘롱에서 다같이 먹은 피자도 최고의 맛이었다.

ABC에 도착하고 내려오는 길에 탄산을 먹으려 했지만 차마 피자를 먹는데 콜라를 안 마실 수가 없어서 딱 1캔만 시켜서 나눠먹었다.

피자로 느끼해진 속을 콜라로 씻어주니 코카콜라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김이 빠질까봐 위에다 설탕통 뚜껑을 덮어놓고 마실 정도로 대단한 맛이었다.

맛있게 저녁을 먹고 방에 들어와 각자의 이야기를 하다보니 내 여행의 원칙에 대해서도 말을 하게 됐다.
내가 여행을 하며 정한 규칙속에 또다른 규칙이 들어 있고 예외사항도 있는 것을 들은 진형씨의 한마디.
'뭔가 나름 규칙이 있는 것 같은데 중간에 한번씩 통통 튀는 난수야.'

지금까지 나를 표현할만한 말을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난수'라는 단어가 마음에 들었다.
사람이 규칙적으로 뻔한 사람보다 가끔씩은 통통 튀는, 걷잡을 수 없는 사람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의 여행도 난수처럼 진행되면 좋겠다.
그렇다고 너무 안 좋은 쪽의 난수는 힘드니까 사양할게요.


<오늘의 생각>


아직까지는 여기가 불암산인지 도봉산인지 모르겠다.

 



  1. 촌철살인같은 오늘의 생각을 바랐는데 ㅋㅋ 본의아니게 글을 흐트려 놨네요 ㅋㅋ
    누가 찍어준 사진이있다는게 참 좋네요~_~!!!!!!

  2. 새록새록하당ㅋㅋ
    어제 청계산 갔다와서 죽는 줄 알았는데
    이거보니 내가 저길 어떻게 갔다왔는지 신기하네ㅋㅋㅋ
    여행 조심조심 다니고
    다음편도 기다리고 있겠음~ 화이팅!!

  3. 대박굿 잘보고간다 잘지내고있구나

    요즘 히말라야가 땡기네 나도.ㅋㅋ

  4. 이젠 점차 아시아권을 벗어 나는군요
    몸도 많이 추스리신것 같고...
    건강하시고 가시던 그 길 여정을 알뜰히 보여주세요

  5.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습니다
    빨리 설산을 보여주세요
    먼발치 ..말고 코앞에서 보는 설산을요^^
    배 앓이 조심하고 ....

  6. 제법이 공하니 일체유심소조라~ 다음일정이 궁금하구려~

  7. 비밀댓글입니다

  8. 잘지내시죠?ㅎㅎ 일은 구하셨는지?
    전 지금 포카라입니다 ^^
    ABC 4박5일만에 다녀오고 포카라에서
    꿀맛같은 휴식을 보내고 있슴다ㅋㅋ
    출발 5일만에 내려오니 다들 놀라더군요ㅎㅎ
    포터없이 20키로 배낭매고 뛰어갔다왔습니다
    ㅋㅋㅋㅋ
    글보니 출발이 저랑은 조금 다르게 가신듯ㅎㅎ
    전 나야풀에서 출발해서 뉴브릿지 촘롱 도반
    mbc abc 찍고 빛의속도로 하루반나절만에
    내려왔어요 ㅋㅋ 진짜 폭우속에서 개고생
    하루라도 더하기 싫어서ㅜㅜ
    덕분에 발은 찢어지고 곪아터지고 거머리에
    피빨리고 ㅋㅋㅋ
    지금은 웃으면서 일케댓글 남깁니다ㅎㅎ
    그나마 위안이 됐던건 고산지대 아이들에게
    조그만 선물을 주고 그아이들의 행복한웃음을
    받았다는것에 만족을 느낍니다^^
    아 아이들 사진은 한장도 찍지않았어요ㅎ
    그냥 제 눈으로 보고기억하는것으로 만족ㅎㅎ
    포카라 너~무 행복합니다 인도가기싫어요ㅋㅋ

    • 4박 5일 코스로 다녀오셨다니 체력이 좋으신 것 같군요.
      전 겨울에 가서 비와 거머리 걱정은 안했는데 힘드셨겠네요.
      지금까지 여행을 하며 수 많은 아이들을 마주쳤지만 관광지에서 여행객에게 뭔가를 바라는 아이들에게는 사탕하나도 준 적이 없습니다. ABC에서 한 번은 지나가는 아이가 제가 들고 있는 과자 봉지를 뺐어가는데 기분이 나쁘면서 이렇게 만든 여행자들을 생각하니 씁쓸하더라구요.
      물론 아이들을 정말 좋아해 버스나 기차에서 만난 귀여운 아이에게는 부모에게 물어보고 준 적은 있지만요. ㅎㅎ
      그래도 사진은 안찍으셨다니 아랑동자님께서는 참 좋은 마음씨를 가지신 것 같습니다.
      물건을 주고 아이들의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참 몹쓸 어른인것 같아요. 그럼 남은 인도여행도 재미있게 하시고 계속 놀러오셔야 합니다. ㅎㅎㅎ

  9. 지난번에 처음 들른 이후로 오랜만에 들르네요~
    어떤 이야기가 올라왔을지 문득 궁금해져서 찾아보려고해도
    블로그 이름에 Dream이 들어갔던 것만 기억나서 여기저기 검색해보다 티스토리에서 검색을 하니 나오더군요^^
    왠지 그냥 시골길 같은데, 멀리 설산이 보이는 풍경도 멋있고 그런 길을 걷고 계신 모습은 어찌보면 부럽네요~

    • 다시 찾아오시는데 힘이 드셨군요.
      이제 확실히 기억하시고 즐겨찾기 추가해주세요 ㅎㅎ
      부러우면 지는겁니다~ 기뚱차다님도 직접 가보세요~

  10. 정말 잘 보고 갑니다 ^^*~

  11. 어디를 가나 숫놈"들"에게는 마마가 있으셔야 감성레벨업과 체력업이 자연스레되는 조물주의 영특한 자비가 있다고 믿습니다...

  12. ㅎㅎㅎㅎ 진지하다가 웃기다가... 아침부터 즐겁네요

  13. 혼자 오르는 길 보다는 동반자가 있으면 훨씬 수월할 듯 하네요.
    더구나 초코바까지 하사하시는 마마님들이 계신다면
    그야 더할 나위가 없겠지요?
    어떻게 지금은 용민군의 중전마마를 찾으셨나요? 오홍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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