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165. 카자흐스탄 알마티 구경하기. (카자흐스탄 - 알마티)


오늘은 아침 일찍부터 움직여야 하기에 도시락으로 아침을 간단하게 때운다.

미니 버스는 사람이 다 차면 출발하는 시스템이기에 언제 버스가 올지는 며느리도 모른다.

새벽부터 나와 길에 서서 30분 정도 기다리니 비슈케크로 가는 미니버스가 멈췄다.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 남미에서 먹었던 엠빠나다와 비슷한 음식을 하나 사 먹었는데 남미의 맛이 나지는 않았다.

아마 광고 같은데 무슨 광고인지는 모르겠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니 나도 내 이름을 저렇게 새겨 놓고 싶었다.

비슈케크 버스 터미널에 도착해 다음 버스표를 사고 남은 키르키스스탄 돈으로 뭘 살까 고민하다 바나나를 샀다.

이제는 딱 그 나라에 입국해 하루만 지나면 대충 어느 정도 경비가 필요할지 감이 잡혀 돈이 남는 일이 별로 없다.

이렇게 마지막 떠나는 순간 돈이 딱 맞아 떨어지면 알차게 여행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비슈케크에서 이동할 곳은 북쪽에 있는 카자흐스탄의 제 2의 도시인 알마티다.

어제 묵은 촐폰아타에서 알마티로 가는 길이 나있지만 그 길을 운행하는 미니 버스는 여름에만 운영한다고 해 어쩔 수 없이 비슈케크까지 돌아와 다시 버스를 탄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키르기스스탄 여행을 마치고 이제 카자흐스탄 국경을 넘는다.

사람이 너무 많아 오래 기다려야했지만 터키와 조지아 국경을 넘으며 최장시간 대기를 해봤기에 국경에서 한두시간 기다리는 것은 일도 아니다.

다행히 카자흐스탄이 입국비자 발급 국가로 바뀌어서 쉽게 입국심사를 마칠 수 있었다. 


<키르기스스탄 여행 경비>


여행일 26일 - 지출액 500달러 (약 550,000원)


여행 기간을 길었지만 물가가 싼 나라이기에 여행 경비는 많이 들지 않았다.

키르기스스탄에서 만난 자연은 정말 아름다웠고 함께 여행했던 랄프와 하이디는 언젠가 꼭 다시 만나고 싶다.


국경을 통과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고 예상했던 것 보다 버스가 느리게 달려 알마티에 도착하니 늦은 저녁이었다.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는 상태이니 우선 환전을 하고 택시를 잡아 미리 예약해둔 호스텔로 찾아갔다.

카자흐스탄도 정식 택시보다 일반 승용차를 이용한 택시가 많기에 역 앞에 있는 아저씨들과 흥정을 해 택시를 골랐는데 지나가다가 가죽점퍼를 입은 남자를 길에서 태운다.

합승이겠거니 마음을 편히 먹으려 했지만 어두운 도로를 달리니 별에 별 생각이 다 들어 언제든지 뛰어내릴 준비를 하고 있는데 다행히 그 사람은 클럽앞에서 내렸다.

무슨 일이 생기든지 침착하려고 노력하지만 밤이 되면 모든 것이 더 무섭게 다가온다.


이름 아침부터 컵라면을 먹으며 이동했기에 평소대로라면 나에 대한 보상으로 맛있는 저녁을 먹어야겠지만 밤이 깊었기에 집 앞 마트에 가 신라면 2개를 사다 끓여 먹었다.

아무거나 살 생각을 간 마트였는데 신라면이 보이길래 다른 것은 보지도 않고 바로 집었다.

저녁은 라면으로 때웠지만 맥주는 대충 넘길 수 없다.

어제 저녁에 도착했을 때는 주변에 뭐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날이 밝고 나니 주변이 눈에 들어온다.

호스텔 직원과 이야기를 해보니 호스텔이 위치한 동네는 알마티에서 소득 수준이 어느 정도는 되는 곳이라고 한다.

그 말이 맞는지 근처에 백화점이 있길래 환전을 할겸 잠시 들러 구경을 했다.

어느 나라를 가든 백화점은 다 삐까뻔쩍해 별로 구경하는 재미가 없다.

알마티를 떠나는 기차표를 미리 사 놓기 위해 미리 알아둔 141번 버스를 탔다.

하지만 정확히 어디서 내려야할지 몰라 옆에 있던 아줌마에게 그림을 그리며 기차역을 설명했더니 내릴 곳을 알려주셨다.

이런 재미가 있기에 말이 안 통하는 곳으로 가는 것은 두렵다기보다 설렌다. 

알마티 기차역에 도착해 차분히 번호표를 뽑고 기차표를 끊었다.

알마티에는 기차역이 여러 곳에 존재하니 주의해야한다.

기차표도 끊었으니 느긋한 마음으로 식당에 들어가 쁠롭과 함박스테이크를 시켰다.

간단하게 먹었는데 900텡게(한화 5,000원)이나 나왔다.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발전한 카자흐스탄이니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비싸긴 비싸다.

천천히 알마티 시내를 둘러보기로 하고 걷는데 시장이 보인다. 

뭔가 신기한 것을 찾기보다 맛있는 먹거리가 있는지 궁금해 들어가봤는데 귤이 보이길래 한 봉지를 샀다.

새콤한 맛이 강했는데 신맛을 좋아해 맛있게 먹었다.

시내에 황금 모스크가 있었는데 순금을 썼을지 궁금했다.

나에게 저 돔의 아주 일부분만 준다면 알차게 여행하는데 쓸 자신이 있는데 아쉽다.

KFC도 있는 것을 보니 확실히 발전이 많이 된 것 같다.

이슬람교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고 힌두교도는 소고기를 먹지 않는데 닭고기는 두 종교 모두에게 허락되어 있다.

종교를 떠나 모두에게 자신을 허락하시다니 역시 치느님은 위대하신 것 같다.

공원에 가니 아이들이 비둘기들과 함께 놀고 있었다.

우리나라였다면 비둘기에 병균이 많으니 조심하라할텐데 카자흐스탄의 부모들은 웃으며 비둘기와 함께 노는 것이 참 신기하게 다가왔다.

나도 비둘기를 더럽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내 아이에게 비둘기와 놀라고는 못할 것 같다.

러시아의 성당과 비슷한 분위기의 건물이 보였다.

아직 러시아에 가보지는 못했지만 왠지 러시아의 건물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들길래 벤치에 앉아 잠시 감상했다.

공원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사람 구경을 하는 것이 참 재미있다.

하지만 커플들이 사랑을 속삭이는 것을 구경하는 것은 하나도 재미있지않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마트 구경을 하다 카자흐스탄 콜라가 있길래 골랐는데 탄산은 약하고 단맛은 강했다.

왜 코카콜라나 펩시콜라를 제외한 콜라들은 대부분 815콜라의 맛과 비슷한지 정말 궁금하다.

어제 못 챙긴 저녁이 아쉬워 오늘 저녁은 좋은 식당을 가기로 하고 샤슬릭으로 유명한 식당을 찾아갔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은 영업을 안 한다고 한다.

꿩 대신 닭이라고 근처의 다른 식당에 들어가 면 요리를 시켰는데 맛은 있었지만 나에게 주는 포상이라 하기에는 조금 아쉬운 곳이었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마트에 가 이탈리아 아이스크림과 맥주를 샀다.

이번 호스텔에는 조식이 포함되어있지 않기에 무슬리를 먹기로 했다.

남 눈치보지 않고 내가 원하는 만큼 푸짐하게 배부르게 맛있게 먹는다.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있는데 거실이 소란스럽길래 나와보니 단체 손님들이 왔다.

카자흐스탄의 북쪽에 위치한 도시에 사는 학생들인데 수학여행을 왔다고 한다.

카자흐스탄에 육로로 입국해 5일 이상 머물 계획이면 내가 묵고 있는 숙소를 이민국에 알려주는 거주지 등록이라는 것을 해야한다.

이는 호텔에서 해주거나 직접 이민국에 가 신청해야하는데 호스텔에서 거주지 등록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모르고 있길래 직접 하기로 했다.

이민국의 주소는 알기에 지도에 표시를 하고 갔는데 이민국 건물이 잘 보이지 않아 근처를 20분 정도 방황하며 사람들에게 길을 묻다 영어를 할줄 아는 친구를 만나 이민국을 찾을 수 있었다.

안에 들어가 줄을 서서 내 여권과 입국카드를 보여줬더니 난 거주지 등록이 필요없다고 한다.

거주지 등록을 하지 않고 5일 이상 머물다 출국을 할 때는 벌금을 내야한다고 들었기에 신청 폼을 달라고 다시 부탁하니 난 이미 도장이 있기에 등록을 안 해도 괜찮다고 한다.

카자흐스탄에 입국할 때 입국심사관이 웃으면서 내 입국카드를 대신 작성해줬는데 그 때 거주지 등록을 안 해도 되는 도장을 찍어준 것이었다.

저 도장이 그런 역할인 줄 알았더라면 이민국을 찾아오는 고생은 안 했어도 됐을텐데 아쉽지만 이미 지난 일이니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친절한 입국심사관이 날 배려해줬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기분이 좋아졌다.

이제 카자흐스탄의 물가가 적응됐으니 앞으로 쓸 여행경비를 미리 환전해둔다.

카자흐스탄의 알마티에는 트램도 있지만 지하철도 있다고 한다.

지하철은 개통한지 얼마 되지 않아 구간이 짧아 탈 기회가 없어 아쉬었다.

숙소 근처에 타워로 보이는 곳이 있길래 한번 올라가보기로 했다.

우선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간단한 간식을 사먹는다.

타워로 올라가려면 입장료 100텡게(한화 500원)을 내고 걸어 올라가든지 추가금액을 내고 셔틀버스를 타고 가야한다.

난 당연히 걸어올라간다. 

올라가는 길에 설치된 가드레일을 보니 한글이 보였다.

아마 교환학생이나 어학연수를 온 한국인과 카자흐스탄 친구들끼리 이름을 새긴 것 같았는데 꽤 많은 사람들이 의미를 알 수 없는 한글을 새겨놨었다.

꼭대기에 올라오니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액자가 있었다.

혼자 설정샷을 찍을 기분은 들지 않아 그냥 구경만 했다.

아쉽지만 안개인지 스모그인지 모를 것이 끼어 알마티 시내의 전경을 뚜렷하게 볼 수 없었다.

그래도 내가 아까 걸어온 알마티 대로가 보여 재밌었다.

타워주변을 돌다보니 7D 영화관도 보였는데 4D 영화관은 가본 기억이 있는데 7D 영화관에서는 도대체 어떤 감각을 느낄 수 있을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한쪽에는 작은 동물원이 있고 직접 먹이도 줄 수 있었는데 아이들이 동물들과 노는 모습이 정말 귀여웠다.

토끼같은 딸래미를 낳아 줄 여우같은 마누라를 찾고 있는데 내 님은 어디 있는 것일까.

구경을 했으니 이제 다시 내려갈 시간이다.

햄버거가 먹고 싶어 햄버거 가게에 들어갔다.

처음에 더블치킨버거를 시켰는데 치킨버거만 가능하다고 해 아쉽지만 치킨버거를 주문했더니 외국인이라고 콜라를 서비스로 가져다줬다.

햄버거 빵을 들어보니 토마토 한조각이 들어있는 것이 전부길래 케찹을 달라해 뿌려먹었는데 소고기 맛이 났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주문이 잘못 들어가 비프버거가 나왔다고 한다.

비프버거가 치킨버거보다 100텡게 비쌌지만 자신들의 실수이니 맛있게 먹으라해 맛있게 먹었다.

숙소로 돌아오니 학교 선생님들과 한 방을 쓰게 돼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하루의 마지막은 역시나 맥주로 장식해야한다.



제 여행기가 재미있으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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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알마티의 건물이 생각보다 예쁘네요.
    약간 부촌이라 그런가요?
    러시아성당 비슷한 건물은 정말 예쁘고 맘에 쏙 드네요.
    알마티에 역이 여러개니 주의해야 한다는 정보는 앞으로 여행을 할
    누군가에게는 참 유용한 것 같아요.
    카자흐스탄에 고려인이 꽤나 산다고 들었는데
    사람들 얼굴이, 특히 아이들 얼굴에서 우리와 친숙한 모습이 보여요.
    용민군 덕분에 늘 미지의 세계로 남을뻔한 나라들 잘 보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2. 중앙아시아 국가들 중에서 카자흐스탄이 제일 발달했다고 하는데, 확실히 맞긴 맞네요.
    영어로 된 시티맵까지 있는거 보면ㅋㅋㅋㅋㅋ
    하지만 KFC가 제일 부러워요
    우즈베키스탄 있을 때는 저런 프랜차이즈는 꿈도 못 꾸고, 짝퉁 CFC 에서 치킨 사먹었어요ㅎㅎㅎㅎㅎㅎ

  3. 비밀댓글입니다

  4. 말로만 듣던 키르기스스탄,카자흐스탄에 대해서 대~충이라도 알고나니 기분이 좋으네요
    참고로 난 여행을 좋아하는 60대 장년(?)이랍니다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5. 카자흐스탄출신친구가있어서더욱관심이높으네요~앞으로사람들사는모습과절믄사람들의생활방식들도알려주세요~좋은곳많이소개부탁합니다^^

  6. 카자흐스탄이 많이 발전 된 나라이군요. 캄캄한 밤에 내려 예약된 호스텔 찾아 갈 때 좀 두렵겠네요. 밝은 낮에 호스텔 찾아가야겠어요. 키르기스스탄 여행기 내가 여행하는 기분으로 잘 봤습니다.

  7. 어느 나라든지 아이들의 모습은 참 밝고 활기차네요.

  8. 콜라 사진보고 반가워서 미소가.. ㅋㅋ
    카자흐스탄을 비롯해서 소련에서 분리 된 동유럽국가들의 풍경은 비슷비슷하네요.
    뭔가 창백한 느낌이 살짝 풍겨서 처음엔 쌀쌀해보였는데,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는 더 심하다는...;; ㅋ
    유명하거나 관광하기 매우 좋은 여행지가 아닌, 이런 곳으로 여행하시는 분들 보면 대단해보이고 저도 꼭 가고 싶단 마음이 불쑥 생기네요.
    잘 봤습니다 :)

  9. 예 즐거운 여행이 되셧다면 좋지요
    저도 덕분에 구경 한번 잘 했네요
    저는 우즈베키스탄 을 여행을했구요
    사마르 칸트까지 다녀왔는데 부하라를
    못 다녀온것이 아쉽네요~

  10. 예전 여수엑스포에서 카자흐스탄 엑스포개최를 갈망하던 그들이 생각나네요.
    꼭 개최하라고 응원댓글도 남겨뒀는데, 다음해인가 개최가 된다더군요.
    중앙아시아국가중 빠르게 성장하는 카자흐스탄 꼭 방문해보고 싶네요~

  11. 키르 살면서 알마티는 경유하는 공항으로만 갔었는데, 한번 가볼걸 하는 아쉬움이 드네요!
    카작과 키르는 비슷한 듯 다르네요!
    나중에 꼭 방문해봐야겠어요 :)

  12. 카자흐스탄을 제가 여행한 것처럼 자세하게 포스팅하셨네요 귤이 친근감있네요ㅎㅎㅎ

  13. 중앙아시아에 저도 가고싶은데. . . 아직은 좀 무섭다는 생각이드네요~~잘읽었습니다^^!!

  14. 한 20년전쯤에 카자흐스탄호텔에서 한달정도 머물렀던 기억에, 반갑네요~ 잘 봤습니다~

  15. 안녕하세요 우연히 블로그를 보게되어 첫 중국여행기부터 카자흐스탄까지 빼놓지 않고 꼼꼼히 읽은 열혈독자 입니다^^

    마지막 올리신 여행기에 댓글 달고 싶어 근 2주간 열~심히 읽고 이렇게 댓글다니 뭔가 뿌뜻하네요 ㅎㅎ

    전 올해 27인데 저랑 나이차이도 얼마나지 않은데 많은 여행다니시고 경험하시는 걸보니 부럽네요ㅠㅠ..

    앞으로도 계속 여행기 올려주시면 잘 읽겠습니다 !제가 대신해서 다녀 온것 같아 넘 기분좋게 잘 읽고지냈습니다~!!

  16. 알마티에서 마시는 맥주가 그저 부럽기만... ㅎㅎ
    지난주에 호주 갔다 왔는데요.
    걸어서 구경 다니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더군요.
    그래서... 존경합니다. ㅎㅎ

  17. 이번에 트랜스퍼하는데 님 글 읽고 기대하게 되었어요!:)

  18. 대단하세요
    멋지시네요
    저도 아이들과유럽7개나라 다녀왔는데 넘넘 힘들었네요

  19. 올 가을에 카자흐스탄, 키르키즈스탄,우즈베키스탄 여행 계획하고 있는데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20. 알마티를 들러 러시아로 가려고 하는데 도움되는 내용이 많았어요. 감사합니다

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164. 초겨울의 키르기스스탄. (키르기스스탄 - 카라콜, 촐폰아타)

안녕하세요.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즐거운 설 명절 보내세요.




음식은 아무거나 먹어도 다 맛있지만 예쁜 접시에 담긴 음식을 먹으면 더 맛있는 것 같다.

밖으로 나오니 어제 내렸던 눈이 금세 다 녹아 사라져있었다.

남아 있었으면 제설 작업이라도 좀 도와주려 했는데 아쉬웠다.

오늘은 카라콜에서 근교에 있는 제티오구스라는 곳에 가기로 했는데 버스를 어디서 타는지 몰라 주인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땅에 그림을 그리며 위치를 설명해주셨다.

버스기사 아저씨가 마을 입구에서 내리라고 해 내리고 나니 도대체 어디쯤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주변에 있는 슈퍼에 들어가 여기가 제티오구스가 맞냐고 하니 맞다며 서로 자신의 택시를 타라고 말을하길래 어차피 시간도 많으니 걸어간다고 말을 하고 방향만 알려달라고 했다.

30분 정도 걸어가고 있는데 한 집에서 아저씨가 나오시더니 차나 한 잔 마시고 가라고 해 차를 마시며 잠시 이야기를 하다 나와 다시 걸었다.

걸으면 걸을수록 왠지 거리가 꽤 멀 것 같다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택시가 보이면 타야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차 한 대가 내 앞을 지나갔다가 멈춘다.

혹시나 해서 다가가보니 제티오구스까지 가냐며 어차피 가는 길이니 태워준다고 하신다.

아내 분께서 영어를 할 줄 알아 제티오구스에 관한 전설을 들을 수 있었다.

제티오구스는 일곱 마리의 황소들이라는 뜻인데 큰 봉우리만 세면 7개가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다.

가장 오른쪽에 있는 봉우리는 부서진 심장(Broken heart)이라고도 불리는데 한 여자를 사랑하던 두 남자가 싸우다 둘 다 죽어버리고 여자만 남게됐는데 그 소식을 들은 여자의 심장이 부서져 돌이 됐다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제티오구스 근처에는 트래킹하기 좋은 꽃의 계곡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고 하길래 걸어가보기로 했다.

눈이 와서 미끄럽긴 하지만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내가 숲을 산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즐거웠다.

눈 덮힌 침엽수들을 보니 크리스마스가 떠오르고 왠지 산타가 살 것 같았다.

난 아직도 산타할아버지를 믿고 울지도 않는데 왜 산타할아버지는 선물을 주지 않는 것인지 궁금하다.

자동차가 지나간 흔적이 운치를 깨는 것 같지만 덕분에 눈을 밟지 않고 걸어갈 수 있었다.

그래도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면 더 아름다웠을 것 같아 조금 아쉬웠다.

계속 걸어가다보니 냇가가 길을 막고 있었다.

많이 춥지는 않아도 신발이 젖으면 계속 걷기 힘들 것 같아 돌들을 징검다리 삼아 조심조심 건넜다.

남자라면 마초 땅콩을 먹어줘야한다.

이렇게 오래 걸을 줄 몰랐기에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물 한 병과 땅콩 한 봉지만 가져왔는데 체력이 떨어지면 큰 일이다.

조금만 더 들어가보기로 하고 걷다보니 아름다운 계곡이 보인다.

지금은 눈으로 덮혀 있지만 봄에는 아마 여기가 꽃으로 덮히는 것 같다.

앞 부분은 눈도 녹았길래 이제 그만 돌아가기로 했다.

분명 올라올 때 본 길인데 돌아갈 때 보면 새로운 모습이다.

자동차가 내 놓은 길을 따라 올라올 땐 편했는데 내려가려 하니 눈이 뭉쳐 미끄러워 2번 정도 넘어졌다.

넘어지는 건 괜찮지만 카메라가 망가질까봐 조심조심 내려왔다.

왠지 약수터처럼 생겼는데 철분이 많이 든 것처럼 보여 눈으로만 구경했다.

해가 기울며 그늘이 지기 시작하니 추워지는 것을 보니 내려오길 잘한 것 같다.

올라갈 때도 본 풍경인데 구름이 걷히기 시작하니 더 아름다운 것 같다.

마을로 가는 택시를 기다리는데 자기도 시내로 나가는 길이라며 차에 타라고 하신다.

차에 타고 보니 앞 자리에 정말 귀여운 아이가 타고 있어 놀다보니 아까 버스에서 내린 곳에 도착했다.

고맙다며 얼마냐고 물어보니 계속 괜찮다고 하셔서 그럼 아이한테 과자를 사주시라며 돈을 드리고 내렸다.

이런 토끼같은 딸래미가 있으면 집에 갈 생각에 하루 종일 행복할 것 같다.

카라콜에 도착하자마자 아침에 봐두었던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었다.

배가 고프다고 너무 빨리 먹은 것 같아 민망해 차를 한 주전자 시켜 천천히 즐기다 나왔다.

어린이집인 것 같은데 악어인지 공룡인지 잘 모르겠다.

한적함이 좋긴 하지만 거리에 가로등이 하나도 없어 해가 지고 나면 아무 것도 보이지 않기에 손전등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

그래서 보통 이른 저녁을 먹고 해가지기 전에 맥주를 사서 돌아온다.

혼자 하는 여행에 특화된 체질인지 밤에 음악을 틀어놓고 혼자 마시는 맥주가 정말 맛있다.

오늘도 달걀이다.

2년 간 달걀을 먹었더니 도대체 달걀로 무슨 이야기를 해야 재밌을지 모르겠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 때의 하늘은 어디를 가도 예쁘다.

올때는 이식쿨 호수의 남부를 지나쳐왔으니 이제 북부를 가볼 차례다.

이식쿨 호수 근처의 교통수단은 비쉬케크와 카라콜을 왕복하는 미니버스가 있고 중간에 대부분의 마을을 경유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있다.

중간에 휴식을 위해 사람들이 내리길래 나도 내려서 사진을 찍었다.

원래는 이식쿨 호수 근처의 작은 마을에서 게르 체험도 해보고 싶어 CBT에 물어보니 이제 겨울이 시작하고 있어 게르 체험은 끝이 났다고 해 이식쿨 북부에 있는 촐폰아타라는 도시에 가기로 했다.

게르에 못 가는 대신 괜찮은 방을 구했다.

촐폰아타는 키르기스스탄 최고의 휴양지이지만 겨울이 시작하는 지금은 빈 방이 많아 500솜(한화 10,000원)에 방을 구할 수 있었다.

짐을 풀고 식당에 갔는데 때마침 정전이 된다.

종업원이 미안하다며 웃으면서 초를 가져오는데 분위기 있고 좋다며 괜찮다고 웃어줬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음식과 양초 덕분에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슈퍼에 가니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길래 후식으로 하나 사왔다.

날이 추울 때 먹는 아이스크림은 정말 맛있다.

샤워를 하고 나오니 창 밖으로 타는듯한 노을이 펼쳐져 있길래 속옷차림으로 창 밖의 노을을 감상했다.

방에 냉장고가 있으니 맥주로 냉장고를 채워줘야한다.

만약 내 집을 가지게 된다면 냉장고에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채워놓고 날마다 새로운 맥주를 마시고 싶다.


아침은 거르면 안 되니 식당에 들어가 오랜만에 쁠롭(볶음밥)을 시켰다.

진득하게 기름진 쁠롭은 한국에서 먹는 볶음밥과는 전혀 다른 맛이 난다.

이식쿨 호수 방향으로 걸어가는데 길이 보이지 않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문처럼 생긴 곳을 보니 집이 아니라 호수로 가는 길이길래 문을 통과해 걸어가는데 꼭 남의 집에 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조금 더 걸어가자 호수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저번에 봤듯이 이식쿨 호수는 반대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은데 여기는 반대편이 너무 가까웠다.

주변을 돌아보려고 걸어가는데 폐쇄된 다리가 보인다.

아마 다리 입구가 열려있어도 건너기 싫을 정도로 낡은 다리이기에 빙 돌아서 가기로 했다.

돌아가다 보니 말들이 보였다.

말들을 보면 잡아서 타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을 보니 내 몸에도 고구려 기마민족의 피가 흐르고 있는 것 같다.

걷다보니 이제야 제대로 된 이식쿨 호수가 나왔다.

저번 주에는 내가 저 반대편의 어딘가에 있었을텐데 오늘은 이 곳에 서 있다.

이 사진만 얼핏 보면 파도가 치는 모래사장처럼 보이는데 이렇게 넓은 호수라니 정말 신기하다.

혹시나 못 믿는 사람이 있을까봐 말들이 친히 물을 마셔 민물인 것을 인증해준다.

키르기스스탄을 두고 중앙아시아의 스위스라고 부르기도 한다는데 설산과 호수, 푸른 하늘은 정말 스위스와 비교할만큼 아름답다.

호수 근처에 사유지가 많은지 닫힌 대문이 자주 보인다.

열린 문을 따라 나와 무작정 길을 걷는다.

어차피 대로를 따라 걷다보면 큰 길이 나올거라는 생각으로 걷다보니 숙소에 도착했다.

잠시 쉬며 메모장에 여행기를 쓴다.

다시 양말을 신고 등산화를 신기 귀찮아 그냥 슬리퍼를 신고 밖으로 나왔는데 발이 너무 시렵다.

멀리 가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가까운 식당에 들어가 만티를 시켰다.

중앙아시아를 여행하며 식당에 들어가 대부분 만티, 라그만, 쁠롭, 샤슬릭을 시키는 것 같은데 이 네가지가 가장 대중적이면서 맛있었다.

오늘도 맥주를 한잔 마셔줘야하는데 건강을 생각해 과일도 샀다.

포도만 사려다 옆에 홍시가 보이길래 신기해서 샀는데 한국의 홍시처럼 달았다.

홍시는 동남아시아 여행 이후로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역시 아시아 사람들이 과일을 즐길 줄 아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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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맥주를 빼곤 용민님을 논할수 없겠네요.역시 알콜러버 답네요.오늘도 멋진 풍경 고마웠어요~용민님도 설 잘 보내시고 올 한 해도 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2. 같이 여행하는 기분이 들어 일주일이 즐겁네요.이제 여행 막바지에 이른거 같아 걱정도 슬슬되고..ㅎ 학교 생활 바쁘신 틈에 이렇게 꾸준히 올려주셔서 감사해요~^^

  3. 샤슬릭 먹고 싶네요.
    호주 가서 양고기나 실컷 먹고 와야 되겠습니다. ㅎㅎ

  4. 저도 주로 혼자 여행을 다니는 편이라,, 여행 중간중간 숙소에서 혼자 쉬며 마시는 맥주의 매력을 벗어날 수가 없더라구요
    저는 늘 마시던 맥주만 먹는 편이었는데,, 이제는 종류를 한 번씩 바꿔볼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멋진 곳들을 많이 다니시는 것 같아서 부러운 마음으로 구경하고 갑니다^^ㅎ

  5. 용민군 설 잘 보내세요.
    올해 크리스마스까지 울지말고 산타할부지를 믿어보세요.
    예쁜 여자친구를 선물로 보내주실지 누가 아나요? ㅎㅎㅎ
    제티오구스의 큰 봉우리들은 정말 신비스럽네요.
    이름도 참 멋지게 지었구나 싶어요.
    설산도, 눈길도, 호수도...
    용민군 덕분에 정말 정말 중앙아시아 구경 제대로 합니다.
    감사합니다~~

  6. 우연히여행기를보았습니다.
    좋은사진과간단한글귀만으로도 그곳의 느낌을 공짜로 산 느낌입니다^^
    감사합니다~*

  7. 좋은 사진들과 재미난 글 잘 읽었슴니다.
    덕분에 여행 잘 했슴니다..ㅎㅎ

  8. 부럽..가 보고 싶다 ^^

  9. 가보고 싶네요 ㅎㅎㅎ
    잘봤습니다~

  10. 멋진풍경 가슴에 잘담아갑니다ㅠㅠㅠ

  11. 와우 멋지네요

  12. 자기 전에 좋은 글과 사진들 보러 왔어요~
    역시나 힐링되는 예쁜 풍경들이네요~
    늘 좋은 글 남겨주심에 감사한 마음이에요~
    여러사람에게 힐링 시켜주시니 님은 복 받으실거에요^_^

  13. 좋운글 잘 보았습니다 마치내가 그곳에 있는것 같은 섬세한 사진 여행기가 재미있네요

  14. 오늘도 멋진 구경을 했습니다. 아무도 없는 한적한 곳을 홀로 멀리 산책하면 무섭지 않나요? 사나운 동물들이 나타날 수도 있고 특히 개들은 많이 나타 날텐데 ㅡ..ㅡ

  15. 부러우면 지는건데... 음...
    안전여행 하시며. 사진 가득 부탁드리겠습니다. 항상 즐거운 여행이시길 바랍니다 ^^

  16. 글 항상 잘보고있습니다!죄송하지만 질문하나 드리겠습니다.제가 현재 현역 군인으로 복무중인데 조만간 제대라 중앙아시아쪽으로 여행을 가고싶습니다.지금 생각하고있는것은 알마티 도착->알마티 천산산맥 등산->하산 후 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파미르고원)->키르기스스탄(이식쿨 호수/탈라스 고원)->알마티 로 가는게 목표인데 혹시 이 외에 추천할만한 여행지가 있으신가요?기간은 3주잡고 있습니다.

    • 안녕하세요.
      키르기스스탄의 경우 남부 지역에 아름다운 곳이 많아 그 쪽을 추가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이나 궁금하신 부분은 yongdduck@gmail.com으로 연락주시면 알려드리겠습니다.
      나라 지키시느라 힘드실텐데 군인분들 덕분에 편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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