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169. 하얀 눈과 함께한 핀란드 여행.(핀란드 - 킬로파, 헬싱키)


간밤에 오로라를 만끽 했더니 아침부터 기분이 상쾌하다.

건강을 생각한 통밀빵과 치즈, 햄의 궁합은 내가 생각해도 참 잘 생각한 것 같다.

로비로 나가보니 오늘의 온도는 밖에서 놀기 딱 좋은 영하 20도다.

하늘도 쾌청하니 오늘은 제대로 놀러 가보기로 했다.

아무리 오로라를 보기 위해 핀란드의 북쪽 끝으로 왔다지만 숙소에 하루종일 박혀 있는 것은 아름다운 풍경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하지만 난 연약한 인간이니 설신을 빌려 신고 떠난다.

원래는 스키를 빌려서 타려고 했는데 스키를 타 본 경험이 없다고 하니 Snow shoes를 추천해줬다.

해가 지기 전까지 길을 따라 마음껏 걸어가보기로 했다.

표지판에 알아 볼 수 있는 곳은 킬로파밖에 없지만 길은 하나이니 걱정하지 않고 걸어간다.

나뭇가지마다 피어난 상고대가 정말 아름답다.

이런 멋 때문에 사람들이 겨울 산을 찾는것 같다.

여러분은 지금 북위 68도에서 해가 중천에 떠 있는 모습을 보고 계십니다.

해가 지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기에 좀 더 들어가보려고 했는데 눈 앞에 펼쳐진 모습을 보니 더 들어가기 무서워졌다.

길은 나 있다고 하지만 혼자 광활하게 펼쳐진 설경 속으로 들어가려니 겁이 나 눈으로 구경만 하기로 했다. 

영하 20도에서 숨을 쉬면 안경에 수증기가 맺히고 바로 얼어버린다.

자연은 아름답지만 무서우니 다시 속세로 돌아가야겠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니 내가 떠나온 속세가 보인다.

왠지 헨젤과 그레텔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이런 기분이 들었을 것 같다.

로비에 들어가 난로 옆에 앉아 몸을 녹이니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다.

역시 사람은 속세에서 살아야한다.

이번에는 다른쪽 코스를 따라 걸어가보기로 한다.

다행히 누군가 지나간 흔적이 있으니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길을 걷다보니 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데 장갑에 떨어진 눈이 너무 아름답다.

어릴 때 과학책에서 본 눈 결정의 모습 그대로였다.

하늘에 구름이 낀 것을 보니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할 것 같다.

오늘의 점심 겸 저녁은 오징어 짬뽕이다.

날마다 새로운 종류의 라면을 먹는 것도 재미있다.

사우나를 하고 나와 킬로파에서의 마지막 밤을 기념하며 오늘도 맥주를 마신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창 밖을 봤지만 오늘은 구름이 많이 껴 오로라를 보기는 힘들 것 같아 그냥 자기로 했다.

냉장고에 남아 있던 모든 재료를 꺼내 아침을 먹는다.

뭐든지 잘 먹고 쉽게 질리지 않는 내 입맛은 정말 복 받은 것 같다.

정 들었던 캐빈을 뒤로 하고 체크아웃을 하러 간다.

로비에 컴퓨터를 쓰는 사람이 없길래 랜 선을 따 그동안 써놨던 여행기를 업로드 했다.

올 때와 마찬가지로 거의 2만원의 요금을 내고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탄다.

창 밖의 전신주를 보니 새하얀 눈으로 뒤덮여있었다.

이 곳 사람들에게는 흔한 모습이겠지만 여행자인 내 눈에는 모든 것이 신기하다.

평소라면 공항에서 커피를 마실 일은 절대 없었겠지만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아름답고 좋은 추억을 남겨준 이발로를 추억하기 위해 핫초코 한 잔을 시키고 비행기를 기다린다.

이발로는 마지막까지 잘 가라는 인사로 아름다운 노을을 보여준다.

평범한 공항이 어쩜 이리 아름다울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이제 아름다운 노을을 뒤로 하고 다시 헬싱키로 돌아갈 시간이다.

공항버스를 타고 헬싱키 시내로 들어가는데 이 버스 요금도 5유로(한화 7,000원)이나 한다.

역시 북유럽은 비싸다.

북유럽 풍의 디자인은 아니지만 깔끔한 호스텔에 짐을 풀고 저녁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식당에 가서 먹으면 비쌀 것 같아 마트에서 즉석식품 두개를 사왔다.

내 사랑스런 위장은 아직 건강하다는 표시로 두 그릇의 밥을 아주 맛있게 잘 먹는다.

북유럽이라 그런지 와이파이도 유료여서 돈을 내고 사용해야했는데 다행히 유스호스텔 카드가 있어 하루 이용권을 받을 수 있었다.

해가 늦게 뜨고 일찍 지는 곳에 있다 왔더니 시차적응이 되지 않아 잠에서 일찍 깨버렸다.

잠이 다시 올 것 같지 않아 밖으로 나오니 해가 뜨고 있었다.

해가 뜨고 지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볼 때마다 아름답다.

시내로 나가다보니 아름다운 아파트가 보인다.

미래에 내가 살고 싶은 집의 구성요소 중 하나는 이런 아름다운 발코니가 있는 집이다.

저런 발코니에 앉아 해가 지는 모습을 보며 와인 한 잔을 마실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갈아지 표지판이 있어 살펴보니 강아지 놀이터였다.

주변 사람들을 위해 펜스도 쳐져있었는데 복지로 유명한 나라라 그런지 애완동물 복지도 신경쓰는 것 같다.

이 성당은 내가 묵고 있던 호스텔에서 시내로 가는 길에 있는 우스펜스키 성당인데 동방 정교회 성당이다.

핀란드가 러시아의 지배를 받고 있던 19세기에 러시아 건축가 알렉세이 고르노스타예프가 설계해 러시아 식의 성당이 지어졌다고 한다.

특이한 색감을 가지고 있어 사진을 제대로 찍어보고 싶었지만 태양의 방향이 맞지 않아 노출이 너무 심하게 찍힌다.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고 계속해서 시내로 걸어나간다.

런던에 런던 아이가 있다면 핀란드 헬싱키에도 관람차가 있다.

바보는 높은 곳을 좋아한다지만 난 바보가 아니니 밑에서만 본다.

마켓에서 아침을 먹기로 하고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너무 한산했다.

한 바퀴 돌아본 결과 연어가 가장 맛있어 보여 간단하게 5유로(한화 7,000원)짜리 연어를 하나 먹었다.

그리고 옆에 있는 빵집에 가 치즈가 듬뿍 들어간 디저트를 하나 더 먹는다.

아침을 먹고 밖으로 나오니 노점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뭔가 특별한 선물을 찾다가 여우 꼬리를 하나 샀다.

예쁜 누나가 실제 여우 꼬리는 훨씬 더 긴데 그 일부분이라며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공원을 지나가는데 노래 소리가 들려 구경 가보니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고 있었다.

음악도 좋고 촬영하는 모습도 재미있어 계속 구경했다. 

다음에 간 곳은 바로 Akademiska다.

글을 읽고 싶어 서점을 찾아왔는데 생각했던 것 보다 꽤 크고 시설도 잘 되어 있었다.

책을 사고 나와 점심으로 뭘 먹을까 고민하며 길을 걷고 있는데 뷔페 광고가 보였다.

본능적으로 계산해보니 물가가 비싼 핀란드에서 뷔페만큼 좋은 곳이 없을 것 같아 주저하지 않고 들어가 배를 든든하게 채웠다.

왠지 헬싱키스러운 느낌이 들길래 사진을 찍어봤는데 뭐가 헬싱키스러운지 설명은 못하겠다.

어제는 영하 20도를 즐겼는데 따뜻한 남쪽 나라로 내려오니 영상 3도나 된다.

헬싱키에서는 딱히 뭔가를 구경하려고 온 것이 아니기에 여기 저기 돌아다녀본다.

스톡만 백화점은 헬싱키에서 가장 큰 백화점이라는데 딱히 특이한 점은 모르겠다.

헬싱키의 주 교통수단은 버스와 트램인데 시내를 관통하는 트램의 철도는 언제 봐도 멋있다.

초콜릿으로 유명한 Fazer 매장에도 들어가 봤는데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다양한 초콜릿이 있었다.

백화점보다 초콜릿 매장이 좋은 것을 보니 아직 난 동심이 남아있는 것 같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다시 공원에 들러보니 이제 막 촬영이 끝난 것 같았다.

이름도 모르는 가수였지만 덕분에 좋은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핀란드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무민일텐데 딱히 사다줄 사람이 없으니 구경만 하고 나왔다.

아마 이런 것이 북유럽 감성인가 보다.

이 성당은 헬싱키 대성당이다.

헬싱키 대성당 앞에서도 뭔가를 녹화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오늘은 방송 복이 있는 것 같다.

성당에 왔으니 미사를 드리며 이번에도 세계평화를 빌었다.

트램을 타고 가면 금방 숙소에 도착할 수 있겠지만 어차피 시간도 많으니 그냥 걸어간다.

여행을 하다보니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는 그냥 걸어가게 된다.

마트에 갔더니 순록고기가 보여 통조림을 샀다.

과연 루돌프는 무슨 맛일까 궁금해 하는 것을 보니 동심이 남아 있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체크아웃을 하고 로비에서 기다리는데 의자가 너무 불편하다.

미적인 효과도 중요하지만 의자가 가지고 있는 본질을 무시한 것 같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의자는 의자일 때 가장 좋고 사람을 사람다울 때 가장 좋을텐데 난 과연 사람답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다시 배낭을 메고 헬싱키 시내로 돌아간다.

오로라를 보기 위해 온 핀란드 여행을 끝내고 이제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떠날 시간이다.



<핀란드 여행 경비>


여행일 7일 - 지출액 400유로 (약 56만원)


오직 오로라를 보고 싶어 찾아온 핀란드였는데 지출이 꽤 컸다.

주로 라면을 먹었지만 역시 북유럽의 물가는 어마무시했다.

그래도 헬싱키 - 이발로 왕복 비행기를 80유로(한화 11만원) 정도에 구해 여행경비를 그나마 줄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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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일등~!
    선댓글 후감상 ^^

    • 젊음이 좋긴 좋네요. 영하 20도의 추위 쯤이야^^ 짧은 일정이었는데 목표했던 오로라 보기에 성공하신 것 축하드려요. 러시아에선 어떤 풍경을 만나게 될지 기대되네요!

  2. 헬싱키에서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가는 교통편이 있군요?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정말 가보고 싶었던 도시인데 기대 됩니다. 즐겁게 읽고 갑니다. ^^

  3. 추운 나라 눈이 역시 짱입니다.

  4. 역시 북유럽 물가는...;; 그래서인지 가까이 살면서도 쉽게 못올라가고 있다죠. >_<

  5. 와우. 그야말로 사진이 정말 예술입니다.
    사진을 보면 정말 그 곳에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드네요.

  6. Snow Shoese 왼발 오른발 바꿔 신었네요!

  7. 영하 20도에 북위 68도라~~
    저한테는 꿈도 못 꿀 추위와 위도네요.
    용민군 덕분에 눈의 도시 잘 봤어요.
    특히 모자에 내려앉은 눈결정은 정말 너무 예쁘네요.
    책이 아닌 실제로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덕분에 잘 봤어요.
    남은 일정도 기대하고 있을께요.

  8. 북유럽은 사람이 적은 겨울이 더 낭만적이고 좋더군요.
    와우 멋진 헬싱키 가고 싶은 느낌이 듭니다.

  9. 며칠 후 떠나는 북유럽 여행을 앞두고
    참 도움이 되는 기행문이었습니다
    밝고
    건강한 마음까지도 엿볼 수 있는......
    계속 좋은 글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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