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8.5] 26일간의 전국일주 이야기 - 스물넷째 날 (김천-점촌-문경새재-영주)


김천에서 점촌으로 가는 기차시간이 좀 늦기에 잠을 푹자고 일어나 역시나 김밥(김밥천국 할렐루야)을 샀다.
8시 30분쯤 김천역에 도착해 문경새재를 향해 출발.
맨발로 문경새재를 걸을 것이기에 운동화는 가방에 넣고 쪼리를 신은 뒤 점촌역에 가방을 맡기고 문경새재 가는 길을 물어 물어 농협앞의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배차간격이 긴편으로 10시 30분쯤 점촌역에 도착해 빨리 걷는다면 바로 버스에 탈 수 있다.
점촌에서 문경가는 버스시간표와 문경에서 점촌가는 버스시간표인데 문경새재를 둘러보고 나가서 기차를 탈 수 있을 정도로 운행시간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문경새재 입구쪽에 옛길박물관이 있었지만 그저 무언가를 배우려고 아무 박물관이나 들어가서는 배울게 없다는 것을 여행하며 느꼈기에 별로 끌리지 않아 바로 패스했다.
여기서부터 문경새재입구인줄 알고 '맨발로 다녀야 하나?' 고민하다가 내려오는 분께 여쭤보니 좀 더 올라가야 입구라 하셔 그냥 걷기 시작했다.
문경새재 과거길이 나오고 제1관문이 보이기 시작했다.
1관문 옆으로는 잔디밭이 있어서 누워있고 싶었지만 문경새재가 더 끌렸기에 잠시 머물다 다시 걷기 시작했다.
각 관문마다이름이 있는데 1관문의 이름은 주흘관이다.
주흘관을 지나면 이정표가 나오는데 당연히 1관문~3관문을 왕복하기로 했다.
흙길을 좀 걷다 쪼리를 크로스백에 고리로 걸고 맨발로 걷기 시작했다.
조금 걷다보면 색소폰 라이브 카페가 나오는데 입구에 있는 글귀는 너무 인상적이여서 한참을 서서 읽고 또 읽었다.
문경새재길은 숲에 고운 흙길이 깔려 있어서 맨발로 걸으며 산림욕을 하기에도 좋았다.
길을 걷다보면 시를 새겨둔 돌이 많이 보이는데 하나하나 읽으며 걷는 재미도 쏠쏠했다.
신기하게 생긴 교귀정소나무를 지나
궁예의 최후촬영장이 나왔다. 태조 왕건을 재밌게 봐서 궁예의 마지막도 기억을 하고 있었기에 '아, 여기가 거기구나.'라며 신기해했었다.
조금 더 걷다보면 쭈구리 바위가 나오는데 전설도 전설이지만 물이 너무 맑아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미래의 자손들을 위해 그냥 감탄만 하고 다시 걸었다.
돌탑을 쌓으며 소원도 빌고
원래도 이런지는 모르겠지만 딱딱한 흙길이 아닌 물을 머금은 젤리로 된 흙길을 밟는 기분이여서 기분도 좋았고 흙길이라 걷기 편했다.
가다보면 조곡폭포라고 깨끗한 폭포가 나온다. 문경새재라 해서 그냥 길만 이어졌다면 살짝 지루할수도 있었지만 중간중간 나오는 구경거리는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제 2관문의 이정표가 나오고
조금 더 가니 푸른 하늘 아래 제2관문인 조곡관이 나왔다. 2관문에서는 3관문을 안가고 그냥 돌아가는 사람이 많았다.
2관문을 지나니 한적해서 기분이 좋았지만 흙길의 모래 알갱이가 굵고 뭐가 막 떨어져있어 발이 엄청 아파 쪼리를 신을까 고민하다가 포기하는게 싫어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오르막에다 길이 좋지 않아서 힘들었지만 드디어 3관문인 조령관에 도착했다.
힘들게 올라왔지만 맑은 하늘의 구름을 보니 상쾌했고 성취감도 느껴졌다.
고사리주차장쪽으로 내려가보고 싶었지만 짐이 점촌역에 있어 아쉬웠다.
아쉬움과 3관문을 뒤로하고 다시 1관문을 향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길에 널린 염소똥만한 것들이 발을 아프게하며 신발을 신으라고 유혹했지만 지압이라 생각하며 내려오는데 수녀님들과 아줌마들은 아무렇지 않게 맨발로 내려가시길래 '나는 젊다'를 마음속으로 외치며 내려왔다.
올라갈 때 까먹고 안찍은 궁예의 마지막 촬영장소이다.
고생한 발사진을 찍어보니 흑과 백의 대조가 극명하게 나타나 신기했다.
내려오다보니 사극을 찍으려고 말도 있었고 연예인들도 있었는데 멀어서 누군지 구분은 못했었다.
나중에 꼭 한번 다시 온다며 1관문에게 약속하고 점촌역으로 향했다.
유명한지는 모르겠지만 명예역장도 보고
삶의 의미라는 아주 좋은 시도 보고
증기기관차를 보며 영주역으로 향했다.
내가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영주역에서는 내일로 이벤트가 없었는데 영주역에 도착하자 침대객차가 보였다.
원래는 전에 묵은 찜질방에서 자려했지만 침대객차에서 자보고 싶어 여쭤보니 자리가 빈다고 자고 가도 된다고 허락해 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샤워장에서 씻고 침실객차에 올랐다.
난 당연히 2층을 선택하고 생각해보니 옛 말에 바보는 높은 곳을 좋아해 임금들이 높은 곳을 좋아한다는 이야기가 떠올라 나도 바보라고 생각하며 처음 타본 침실객차를 이리저리 구경하다 잠들었다.

  1. 저도 아직 타 보지 못한 침대객차 ㅎㄷㄷ........부럽습니다...

  2. 여행전문가로 말해야 할 거 같다. 국내든 해외든 살아있는 여행을 하고 있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고 말 했다. 그 말에 동의한다.

[2009.8.4] 26일간의 전국일주 이야기 - 스물셋째 날 (여수-전주-김천)


우리는 오동도에서 향일암이 가까울줄 알고 버스가 없으면 택시를 탈 계획이었는데 버스를 타고 1시간정도 가야 향일암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향일암에 도착해 버스시간표를 보니 여름에는 아무리 첫 버스를 타고 와도 해가 뜬 뒤에 도착할 수 있어 향일암에서 노숙하기로 한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길이 나 있었지만 경사가 가팔라서 헥헥대며 올라 향일암 입구에 자리를 잡았는데 긴팔 남방을 입어도 너무 추워 향일암 안으로 들어가서 자기로 했다. 안에 들어가니 경비겸 기념품판매소를 관리하는 아저씨가 있었는데 기도안할거면 대웅전에 들어가지도 말라며 뭐라하시고 절에도 못 있게해 일출을 보는 곳에서 우비를 덮어쓰고 '부처님을 생각해 절을 아끼는 마음인지는 몰라도 과연 부처님께서 추운 곳에 사람을 두고 대웅전을 지키길 원하셨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선잠을 잤다.
추워서 30분정도밖에 못자고 멀뚱히 있다보니 일출시간이 다 되어가고 사람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5시 10분쯤 되자 동이 터오기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구름때문에 태양을 구경하지도 못하고 그저 허탈한 마음을 안고 내려가기로 했다.
내려오면서 찍은 향일암의 입구쪽에 있는 통로인데 바람이 불지않아 새벽에 통로에서 잠을 잘까 하다가 무서워서 뛰어 나왔었다.
향일암을 올라가는 언덕인데 밤에 올라갈 땐 어두워서 겨우 올라갔지만 밝은 아침에 보니 두번 다시 오르지 못할정도의 경사였다. 잠을 못 자 정신이 오락가락해 사진도 흔들린 것이 보인다.
밑에 있는 마트에서 돌산갓김치를 얻어 컵라면을 먹었는데 얼었던 몸이 풀리는 기분은 천국에 온 것 같았다.
향일암에 처음 올랐을 때 운치있는 모습이 멋있었고 개인적으로 무교지만 불교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대웅전에 절을 하러 들어갔다가 큰 실망을 했었다. 물론 금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지만 대웅전 전체를 금박으로 도배해놓고 절 안에 금박을 입히는데 돈을 낸 사람들의 명찰과 그들을 위한 작은 불상들은 살짝 역겹기까지 했다. 때문에 금으로 화려하게 도배된 향일암의 거지같은 모습은 찍지 않았다.
내가 무슨 고승도 아니고 물질에 초연한 사람도 물론 아니지만 과연 부처님께서 대웅전을 금박으로 도배를 하는 돈지랄을 원하시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2009년 12월에 향일암이 전소됐다는 뉴스를 보았다. 처음에는 그래도 일출로 유명한 곳이라 안타까웠지만 금으로 떡칠된 대웅전이 전소된것은 하늘이 땡중들에게 내린 경고라 생각했다. 땡중뿐만이 아닌 종교로 사람을 현혹시켜 자신의 배를 채우는 모든 사람에게 말이다.
결국 정동진, 성산일출봉에 이어 향일암에서도 일출을 못보고 여수역으로 돌아와 일행들과 작별인사를 했다.
여행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뭔가 새로운 것을 보고 느끼는 것보다 더 신나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고 제주도에서 함께한 친구가 입대하는 날이라 전주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전주역에서 친구를 만나 친구 부모님께서 한정식을 사주셨는데 먹어도 먹어도 계속 나오는 반찬은 신기하고 엄청 맛있었다.
입소식이 끝나고 친구는 군인이 되었고 나는 전주역으로 돌아와 전주구경을 하려했지만 팜플렛을 봐도 딱히 갈 곳이 없어 한참을 고민하다 갑자기 떠오른 문경새재에 가기로 결정하고 동생에게 전화로 정보를 입수한뒤 기차에 몸을 실었다.
문경새재는 점촌역에서 가야하는데 점촌역으로 가는 열차는 시간이 안맞아 다음날 김천에서 첫 열차를 타고 가기로 하고 통로에 앉아서 매일 기차로 통근하시는 아저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를 하다가 한가지 노하우를 배웠는데 여름에 기차통로에 있어야 한다면 위 사진에서 방석이 있는 자리에 앉으면 에어컨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사진에 찍힌 구멍으로 찬바람이 나오는데 오래 앉아 있으면 추울정도로 시원하게 나오니 내일로 여러분들은 많이 애용하길 바란다.
그저 멍하니 기차를 타고 구름을 보고 사진을 찍다보니 김천에 도착했다. 김천하면 내 여행이 가능하게 만들어준 전국의 김밥천국들이 떠올라 왠지 더 정감이 갔다.
스펀지에 나온 240m짜리 초대형 육교를 건너 문구점에서 수명이 다한 이어폰연장선을 새로 구입하고 찜질방으로 들어가 할 일 없이 빈둥대다가 잠에 들었다.

  1. 향일암의 일출은 꽤 보기 힘들지만 한번 보게되면 계속 향일암만 찾게되는 마력이 있지요.

    최근 화재가 너무 안타깝네요.

    • 3번의 일출도전이 실패했지만
      이틀전에 다녀온 여행에서는 묵호등대에서 일출보는데 성공했습니다 ㅎㅎ
      여름 여행기를 빨리 다 쓰고 망한 겨울여행기도 올릴테니 기대해주세요.
      하지만 말 그대로 '망한'여행입니다 ㅠㅠ

  2. 저도 이번에 여수에 가는데, 일출을 보려는 미리 항일암에 가서 기다리는 수 밖에 없군요 ㅠㅠ 아, 그런데 여수역에서 오동도로 몇번버스타고 가셨는지 기억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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