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164. 초겨울의 키르기스스탄. (키르기스스탄 - 카라콜, 촐폰아타)

안녕하세요.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즐거운 설 명절 보내세요.




음식은 아무거나 먹어도 다 맛있지만 예쁜 접시에 담긴 음식을 먹으면 더 맛있는 것 같다.

밖으로 나오니 어제 내렸던 눈이 금세 다 녹아 사라져있었다.

남아 있었으면 제설 작업이라도 좀 도와주려 했는데 아쉬웠다.

오늘은 카라콜에서 근교에 있는 제티오구스라는 곳에 가기로 했는데 버스를 어디서 타는지 몰라 주인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땅에 그림을 그리며 위치를 설명해주셨다.

버스기사 아저씨가 마을 입구에서 내리라고 해 내리고 나니 도대체 어디쯤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주변에 있는 슈퍼에 들어가 여기가 제티오구스가 맞냐고 하니 맞다며 서로 자신의 택시를 타라고 말을하길래 어차피 시간도 많으니 걸어간다고 말을 하고 방향만 알려달라고 했다.

30분 정도 걸어가고 있는데 한 집에서 아저씨가 나오시더니 차나 한 잔 마시고 가라고 해 차를 마시며 잠시 이야기를 하다 나와 다시 걸었다.

걸으면 걸을수록 왠지 거리가 꽤 멀 것 같다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택시가 보이면 타야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차 한 대가 내 앞을 지나갔다가 멈춘다.

혹시나 해서 다가가보니 제티오구스까지 가냐며 어차피 가는 길이니 태워준다고 하신다.

아내 분께서 영어를 할 줄 알아 제티오구스에 관한 전설을 들을 수 있었다.

제티오구스는 일곱 마리의 황소들이라는 뜻인데 큰 봉우리만 세면 7개가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다.

가장 오른쪽에 있는 봉우리는 부서진 심장(Broken heart)이라고도 불리는데 한 여자를 사랑하던 두 남자가 싸우다 둘 다 죽어버리고 여자만 남게됐는데 그 소식을 들은 여자의 심장이 부서져 돌이 됐다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제티오구스 근처에는 트래킹하기 좋은 꽃의 계곡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고 하길래 걸어가보기로 했다.

눈이 와서 미끄럽긴 하지만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내가 숲을 산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즐거웠다.

눈 덮힌 침엽수들을 보니 크리스마스가 떠오르고 왠지 산타가 살 것 같았다.

난 아직도 산타할아버지를 믿고 울지도 않는데 왜 산타할아버지는 선물을 주지 않는 것인지 궁금하다.

자동차가 지나간 흔적이 운치를 깨는 것 같지만 덕분에 눈을 밟지 않고 걸어갈 수 있었다.

그래도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면 더 아름다웠을 것 같아 조금 아쉬웠다.

계속 걸어가다보니 냇가가 길을 막고 있었다.

많이 춥지는 않아도 신발이 젖으면 계속 걷기 힘들 것 같아 돌들을 징검다리 삼아 조심조심 건넜다.

남자라면 마초 땅콩을 먹어줘야한다.

이렇게 오래 걸을 줄 몰랐기에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물 한 병과 땅콩 한 봉지만 가져왔는데 체력이 떨어지면 큰 일이다.

조금만 더 들어가보기로 하고 걷다보니 아름다운 계곡이 보인다.

지금은 눈으로 덮혀 있지만 봄에는 아마 여기가 꽃으로 덮히는 것 같다.

앞 부분은 눈도 녹았길래 이제 그만 돌아가기로 했다.

분명 올라올 때 본 길인데 돌아갈 때 보면 새로운 모습이다.

자동차가 내 놓은 길을 따라 올라올 땐 편했는데 내려가려 하니 눈이 뭉쳐 미끄러워 2번 정도 넘어졌다.

넘어지는 건 괜찮지만 카메라가 망가질까봐 조심조심 내려왔다.

왠지 약수터처럼 생겼는데 철분이 많이 든 것처럼 보여 눈으로만 구경했다.

해가 기울며 그늘이 지기 시작하니 추워지는 것을 보니 내려오길 잘한 것 같다.

올라갈 때도 본 풍경인데 구름이 걷히기 시작하니 더 아름다운 것 같다.

마을로 가는 택시를 기다리는데 자기도 시내로 나가는 길이라며 차에 타라고 하신다.

차에 타고 보니 앞 자리에 정말 귀여운 아이가 타고 있어 놀다보니 아까 버스에서 내린 곳에 도착했다.

고맙다며 얼마냐고 물어보니 계속 괜찮다고 하셔서 그럼 아이한테 과자를 사주시라며 돈을 드리고 내렸다.

이런 토끼같은 딸래미가 있으면 집에 갈 생각에 하루 종일 행복할 것 같다.

카라콜에 도착하자마자 아침에 봐두었던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었다.

배가 고프다고 너무 빨리 먹은 것 같아 민망해 차를 한 주전자 시켜 천천히 즐기다 나왔다.

어린이집인 것 같은데 악어인지 공룡인지 잘 모르겠다.

한적함이 좋긴 하지만 거리에 가로등이 하나도 없어 해가 지고 나면 아무 것도 보이지 않기에 손전등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

그래서 보통 이른 저녁을 먹고 해가지기 전에 맥주를 사서 돌아온다.

혼자 하는 여행에 특화된 체질인지 밤에 음악을 틀어놓고 혼자 마시는 맥주가 정말 맛있다.

오늘도 달걀이다.

2년 간 달걀을 먹었더니 도대체 달걀로 무슨 이야기를 해야 재밌을지 모르겠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 때의 하늘은 어디를 가도 예쁘다.

올때는 이식쿨 호수의 남부를 지나쳐왔으니 이제 북부를 가볼 차례다.

이식쿨 호수 근처의 교통수단은 비쉬케크와 카라콜을 왕복하는 미니버스가 있고 중간에 대부분의 마을을 경유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있다.

중간에 휴식을 위해 사람들이 내리길래 나도 내려서 사진을 찍었다.

원래는 이식쿨 호수 근처의 작은 마을에서 게르 체험도 해보고 싶어 CBT에 물어보니 이제 겨울이 시작하고 있어 게르 체험은 끝이 났다고 해 이식쿨 북부에 있는 촐폰아타라는 도시에 가기로 했다.

게르에 못 가는 대신 괜찮은 방을 구했다.

촐폰아타는 키르기스스탄 최고의 휴양지이지만 겨울이 시작하는 지금은 빈 방이 많아 500솜(한화 10,000원)에 방을 구할 수 있었다.

짐을 풀고 식당에 갔는데 때마침 정전이 된다.

종업원이 미안하다며 웃으면서 초를 가져오는데 분위기 있고 좋다며 괜찮다고 웃어줬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음식과 양초 덕분에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슈퍼에 가니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길래 후식으로 하나 사왔다.

날이 추울 때 먹는 아이스크림은 정말 맛있다.

샤워를 하고 나오니 창 밖으로 타는듯한 노을이 펼쳐져 있길래 속옷차림으로 창 밖의 노을을 감상했다.

방에 냉장고가 있으니 맥주로 냉장고를 채워줘야한다.

만약 내 집을 가지게 된다면 냉장고에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채워놓고 날마다 새로운 맥주를 마시고 싶다.


아침은 거르면 안 되니 식당에 들어가 오랜만에 쁠롭(볶음밥)을 시켰다.

진득하게 기름진 쁠롭은 한국에서 먹는 볶음밥과는 전혀 다른 맛이 난다.

이식쿨 호수 방향으로 걸어가는데 길이 보이지 않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문처럼 생긴 곳을 보니 집이 아니라 호수로 가는 길이길래 문을 통과해 걸어가는데 꼭 남의 집에 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조금 더 걸어가자 호수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저번에 봤듯이 이식쿨 호수는 반대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은데 여기는 반대편이 너무 가까웠다.

주변을 돌아보려고 걸어가는데 폐쇄된 다리가 보인다.

아마 다리 입구가 열려있어도 건너기 싫을 정도로 낡은 다리이기에 빙 돌아서 가기로 했다.

돌아가다 보니 말들이 보였다.

말들을 보면 잡아서 타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을 보니 내 몸에도 고구려 기마민족의 피가 흐르고 있는 것 같다.

걷다보니 이제야 제대로 된 이식쿨 호수가 나왔다.

저번 주에는 내가 저 반대편의 어딘가에 있었을텐데 오늘은 이 곳에 서 있다.

이 사진만 얼핏 보면 파도가 치는 모래사장처럼 보이는데 이렇게 넓은 호수라니 정말 신기하다.

혹시나 못 믿는 사람이 있을까봐 말들이 친히 물을 마셔 민물인 것을 인증해준다.

키르기스스탄을 두고 중앙아시아의 스위스라고 부르기도 한다는데 설산과 호수, 푸른 하늘은 정말 스위스와 비교할만큼 아름답다.

호수 근처에 사유지가 많은지 닫힌 대문이 자주 보인다.

열린 문을 따라 나와 무작정 길을 걷는다.

어차피 대로를 따라 걷다보면 큰 길이 나올거라는 생각으로 걷다보니 숙소에 도착했다.

잠시 쉬며 메모장에 여행기를 쓴다.

다시 양말을 신고 등산화를 신기 귀찮아 그냥 슬리퍼를 신고 밖으로 나왔는데 발이 너무 시렵다.

멀리 가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가까운 식당에 들어가 만티를 시켰다.

중앙아시아를 여행하며 식당에 들어가 대부분 만티, 라그만, 쁠롭, 샤슬릭을 시키는 것 같은데 이 네가지가 가장 대중적이면서 맛있었다.

오늘도 맥주를 한잔 마셔줘야하는데 건강을 생각해 과일도 샀다.

포도만 사려다 옆에 홍시가 보이길래 신기해서 샀는데 한국의 홍시처럼 달았다.

홍시는 동남아시아 여행 이후로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역시 아시아 사람들이 과일을 즐길 줄 아는 것 같다.




제 여행기가 재미있으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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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맥주를 빼곤 용민님을 논할수 없겠네요.역시 알콜러버 답네요.오늘도 멋진 풍경 고마웠어요~용민님도 설 잘 보내시고 올 한 해도 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2. 같이 여행하는 기분이 들어 일주일이 즐겁네요.이제 여행 막바지에 이른거 같아 걱정도 슬슬되고..ㅎ 학교 생활 바쁘신 틈에 이렇게 꾸준히 올려주셔서 감사해요~^^

  3. 샤슬릭 먹고 싶네요.
    호주 가서 양고기나 실컷 먹고 와야 되겠습니다. ㅎㅎ

  4. 저도 주로 혼자 여행을 다니는 편이라,, 여행 중간중간 숙소에서 혼자 쉬며 마시는 맥주의 매력을 벗어날 수가 없더라구요
    저는 늘 마시던 맥주만 먹는 편이었는데,, 이제는 종류를 한 번씩 바꿔볼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멋진 곳들을 많이 다니시는 것 같아서 부러운 마음으로 구경하고 갑니다^^ㅎ

  5. 용민군 설 잘 보내세요.
    올해 크리스마스까지 울지말고 산타할부지를 믿어보세요.
    예쁜 여자친구를 선물로 보내주실지 누가 아나요? ㅎㅎㅎ
    제티오구스의 큰 봉우리들은 정말 신비스럽네요.
    이름도 참 멋지게 지었구나 싶어요.
    설산도, 눈길도, 호수도...
    용민군 덕분에 정말 정말 중앙아시아 구경 제대로 합니다.
    감사합니다~~

  6. 우연히여행기를보았습니다.
    좋은사진과간단한글귀만으로도 그곳의 느낌을 공짜로 산 느낌입니다^^
    감사합니다~*

  7. 좋은 사진들과 재미난 글 잘 읽었슴니다.
    덕분에 여행 잘 했슴니다..ㅎㅎ

  8. 부럽..가 보고 싶다 ^^

  9. 가보고 싶네요 ㅎㅎㅎ
    잘봤습니다~

  10. 멋진풍경 가슴에 잘담아갑니다ㅠㅠㅠ

  11. 와우 멋지네요

  12. 자기 전에 좋은 글과 사진들 보러 왔어요~
    역시나 힐링되는 예쁜 풍경들이네요~
    늘 좋은 글 남겨주심에 감사한 마음이에요~
    여러사람에게 힐링 시켜주시니 님은 복 받으실거에요^_^

  13. 좋운글 잘 보았습니다 마치내가 그곳에 있는것 같은 섬세한 사진 여행기가 재미있네요

  14. 오늘도 멋진 구경을 했습니다. 아무도 없는 한적한 곳을 홀로 멀리 산책하면 무섭지 않나요? 사나운 동물들이 나타날 수도 있고 특히 개들은 많이 나타 날텐데 ㅡ..ㅡ

  15. 부러우면 지는건데... 음...
    안전여행 하시며. 사진 가득 부탁드리겠습니다. 항상 즐거운 여행이시길 바랍니다 ^^

  16. 글 항상 잘보고있습니다!죄송하지만 질문하나 드리겠습니다.제가 현재 현역 군인으로 복무중인데 조만간 제대라 중앙아시아쪽으로 여행을 가고싶습니다.지금 생각하고있는것은 알마티 도착->알마티 천산산맥 등산->하산 후 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파미르고원)->키르기스스탄(이식쿨 호수/탈라스 고원)->알마티 로 가는게 목표인데 혹시 이 외에 추천할만한 여행지가 있으신가요?기간은 3주잡고 있습니다.

    • 안녕하세요.
      키르기스스탄의 경우 남부 지역에 아름다운 곳이 많아 그 쪽을 추가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이나 궁금하신 부분은 yongdduck@gmail.com으로 연락주시면 알려드리겠습니다.
      나라 지키시느라 힘드실텐데 군인분들 덕분에 편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163. 키르기스스탄에서 만난 독수리 사냥. (키르기스스탄 - 보콘바예바, 카라콜)

안녕하세요.


제 블로그가 2015 우수 블로그에 선정되었습니다.


작년 말에 삶에 지쳤다는 이유로 블로그 관리를 


소홀하게 했는데도 뽑아주셔서 감사하고


2016년에는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키르기스스탄 시골의 아침상을 보고 계십니다.

아침을 먹고 내가 보콘바예보에 온 이유인 독수리를 구경하러 갔다.

보콘바예보는 키르기스스탄에 남아있는 독수리 사냥꾼들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마을이라고 한다.

이 곳에 오면 독수리를 이용해 사냥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소리를 듣고 무작정 보콘바예보로 가는 버스를 탔었다.

어제 CBT에서 독수리 사냥에 대해 물어보니 지금은 사냥감이 없는 시즌이라 직접 토끼를 풀어주고 그 걸 잡아 오는 것으로 사냥을 대체한다고 해 그냥 독수리만 구경하기로 했다.

사냥에 실패하더라도 생생한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겨울이라 사냥감이 없다고 하니 어쩔 수 없다.

총 5마리의 독수리가 있었는데 농장에 울려퍼지는 독수리의 울음소리가 장난 아니었다.

울음소리 때문에 옆집에서는 노래를 엄청 크게 틀어놓고 있었는데 우리나라의 층간소음을 보는 것 같았다.

독수리의 눈을 가리지 않으면 공격당할수도 있다고 한다.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어보려하지만 무서워서 얼굴에 겁이 묻어난다.

난 겁쟁이라 어쩔 수 없다.

아저씨는 주인이기에 독수리가 알아본다고 하는데 신기하고 부럽고 무서웠다.

독수리는 하나의 친구이자 동반자이기에 독수리의 나이가 어느정도 먹으면 자연으로 돌려보낸다고 한다.

독수리는 당연히 날카로운 발톱을 가지고 있기에 가죽으로 된 보호장갑을 차고 손에 올린 뒤 발에 묶인 줄을 잡아 독수리를 제어해야한다.

독수리는 암컷이 더 큰데 5kg정도 나간다고 한다.

혹시나 나를 공격할까봐 손에 힘을 꽉주고 들어올리려니 무겁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사진을 찍는다.

사냥꾼 아저씨께서 계속해서 사진을 찍은 결과 여러 장의 사진을 건질 수 있었다. 

물론 그 이면에는 독수리가 날개짓만 해도 겁을 먹는 과정이 숨겨져 있다.

매도 키우고 있었는데 작지만 정말 날렵해보였다.

까레이(한국)에도 매 사냥이 있다고 말을 하니 자기도 알고 있다며 축제에서 만나본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마침 오늘 오후에 독수리 사냥꾼들끼리 축제가 있으니 구경 와도 된다며 위치를 알려주셨다.

크기가 작기에 손에 올리기도 쉬웠지만 작다고 무시하다가는 작은 내 눈이 다칠 수도 있으니 이번에도 안대를 씌운 채 손에 올려본다.

이 여우가죽은 아저씨가 독수리를 이용해 사냥하고 직접 벗긴 거라고 하는데 살짝 탐이 났다.

가격을 물어보니 한화 10만원 정도밖에 안 하길래 기념품으로 사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세관 통관이 안 될 것 같아 아쉽지만 손에만 들어보고 내려놨다.

구경을 마치고 돌아가려고 하니 기념품으로 독수리의 깃털을 주신다.

깃털도 좋았지만 기생충 문제나 검역에 대한 것들이 떠올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냥 마음만 받겠다고 했다.

물론 그냥 가방에 넣고 오면 별 문제 없겠지만 나 하나쯤이야 하는 마음이 큰 일을 부를 수도 있으니 참는 것이 맞다.

시내로 돌아오는 길에 시장에 들렀는데 딱 우리나라의 시골 시장을 보는 것 같았다.

시장 옆에 있는 작은 식당에서 들어가 메뉴판을 봐도 뭐가 뭔지 모르니 그냥 먹을 것을 달라고 했는데 어디서 많이 본 음식이 나왔다.

설마 설마 하며 맛을 봤는데 진짜 내가 알던 묵국수가 나왔다.

고려인이 많았기에 한국음식과 비슷한 음식이 꽤 있다는 소문만 들었는데 저번에 본 곱창볶음에 이어 묵국수까지 발견하니 정말 신기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택시를 잡고 아까 아저씨가 말씀해주신 곳을 말하니 알고 있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하신다.

보콘바예보는 키르기스스탄 북부에 있는 이식쿨 호수의 남부에 있는 마을이라 조금만 나오면 이식쿨 호수가 보인다.

이식쿨 호수는 서울 면적의 10배 크기라고 하는데 모르고 보면 그냥 바다라고 해도 믿을 것 같다.

크기만 바다처럼 넓은 것이 아니라 실제로 소금기도 있어 물에 쉽게 뜰 수 있다고 한다.

물이 참 맑아 수영을 해보고 싶었지만 날이 춥다는 핑계로 구경만 했다.

호수 구경을 끝내고 축제를 하는 곳을 찾으려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어디서도 사람이 보이질 않는다.

우선 길이 있으니 따라 들어가는데 아무도 보이지 않으니 괜히 무섭다.

멀리서 보니 마을처럼 보이는 곳이 보여 그 방향으로 계속 걸어가는데 아무래도 이 길이 아닌 것 같다.

꺼림칙한 마음으로 가까이 다가가보니 공동묘지였다.

괜히 미안한 마음도 들고 오싹한 기분이 들어 다른 방향으로 빠르게 걸었다.

걷다보니 사람들이 모여있길래 혹시 페스티벌을 하는 곳을 아냐고 물으니 여기 들어오면 안된다고 빨리 나가라고만 해 다시 큰 길로 나가기로 했다.

돌아오는 길에 혹시 장례식을 치르고 있었는데 내가 실수한 것인가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으니 그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찝찝한 기분으로 큰 도로로 나와 지나가는 차를 기다리는데 차들이 멈추지를 않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을로 가는 방향을 따라 걸으며 차가 보일 때마다 손을 흔들어 차를 타고 마을로 돌아왔다.

영어가 통하는 곳은 CBT밖에 없기에 CBT로 돌아가 내가 간 곳이 축제하는 곳이 맞냐고 물어보며 사진을 보여주니 맞다고 한다.

그냥 내가 길을 잘 못 찾은 것 같다며 수다를 떨다가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슈퍼에 들러 내가 사랑하는 초코파이를 샀다.

시내를 벗어나면 식당이 없기에 슈퍼에서 저녁으로 먹을 도시락을 사왔다.

한국에 있을 때는 라면을 잘 안 먹었는데 중앙아시아에 와서 더 많이 먹는 것 같다.

비쉬케크를 벗어나며 이제 와이파이가 안 터지는 곳으로 간다고 집에 연락을 해놨는데 숙소에서 와이파이가 잡힌다.

인터넷이 안 되는 곳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지만 이 곳에 사는 사람들도 인터넷 생활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생각을 하니 괜히 내가 아쉬워 했던 것이 이기적으로 느껴진다.

자신만 생각하면 안 되는데 자꾸 나를 기준으로 먼저 생각하게 된다.

슈퍼에서 장을 보다 이 젤리처럼 생긴 것을 보고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젤리가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보드카인데 먹기 쉽게 한 잔 분량씩 포장을 해 놨다.

젤리처럼 하나씩 까 먹을 수 있다니 이런 혁신적인 포장법은 전 세계로 퍼졌으면 좋겠다.

오늘 아침은 타락죽 같은 음식이었다.

우유에 밥을 말아먹는 것 같은 음식이었는데 난 역시나 맛있게 먹었다.

보콘바예보에 좀 오래 있을까 생각도 했지만 숙소에서 식당까지 20분 정도 걸어가야해 밥 먹기가 힘들다는 이유로 카라콜로 이동하기로 했다. 

카라콜은 이식쿨 호수에서 가장 큰 도시로 6만 명이 살고 있다고 한다.

그렇기에 당연히 CBT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아무런 정보도 찾지 않고 그냥 왔는데 택시기사 아저씨가 CBT를 모른다고 해 그냥 도시 중앙에서 내렸다.

마침 지나가는 외국인들이 있길래 CBT를 물어보니 자신들도 지금 갔다오는 길인데 오늘은 휴무라 문을 안 열었다고 한다.

그럼 혹시 지금 묵고 있는 숙소를 알려줄 수 있냐고 물어보니 정말 안 좋고 가격만 비싸다며 좀 더 찾아보고 정 없으면 자신들이 묵는 곳으로 오라고 한다.

배낭을 매고 숙소를 찾아 걷는데 누군가가 말을 걸어 돌아보니 한국인이셨다.

머리도 길고 분위기가 한국인처럼 안 생겨 그냥 지나쳤는데 옆에 있는 친구들이 한국인처럼 보인다며 말을 걸어보라고 했다고 하셨다.

카라콜에서 일하고 계신 분이셨는데 내가 숙소를 찾고 있다고 하니 예전에 가본 민박집이 있다며 데려다 주셔서 쉽게 방을 잡을 수 있었다.  

짐을 풀고 밖으로 나와 거리를 구경하는데 공원에서 결혼식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화창하고 아름다운 날에 결혼을 하다니 정말 부러웠다.

숙소를 찾아주신 것이 고마워 내가 저녁을 사기로 했다.

이식쿨 호수에서 나는 물고기 요리와 맥주를 시켰는데 역시나 맛있었다.

대화를 하고 민박집을 찾아 돌아오는데 아이들이 불장난을 하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구경이 불구경과 싸움구경이니 잠시 구경하다가 다시 집을 향해 걸었다.

그런데 집의 정확한 위치를 까먹어 감으로 찾아가는데 그 길이 그 길 같았다.

이럴 줄 알고 집의 주소를 적어놨기에 문 앞에 쓰인 번호를 보고 집을 찾아갔다.

난 버터와 빵을 정말 좋아하는데 무염버터가 나올 경우 소금을 살살 뿌려 빵에 발라 먹으면 정말 맛있다.

자고 일어나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카라콜에는 구경하기보다는 그냥 잉여로운 생활을 만끽하러 온 것이지만 눈이 왔으니 밖으로 나가야 한다.

그래도 시내에 왔으면 식당에 가주는 것이 예의이니 라그만 한 접시를 시켰는데 지금까지 먹었던 라그만에 비하면 조금 아쉬운 맛이었다.

피로연이 예약되어 있는 것 같았는데 술이 보이지 않으니 뭔가 빠진 것처럼 아쉬워 보였다.

눈이 그칠 생각을 하지 않고 계속 내린다.

시내에 있는 이 카페는 외국인 부부가 하고 있는데 카라콜에서 여행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다고 한다.

지금은 부부가 휴가를 떠나 문을 닫았다고 해 아쉬웠다.

오늘 저녁은 민박집에 부탁해봤는데 맛은 좋았지만 양이 너무 적었다.

이럴 땐 도시락을 하나 끓여 먹으면 좋은데 챙겨 둔 도시락이 없으니 굶을 수 밖에 없다.

챙겨둔 라면은 없지만 술은 있으니 괜찮다.

역시 술은 쌓아놓고 볼 일 이다.

오늘도 어제와 같은 아침이다.

카라콜은 큰 도시기에 와이파이가 있을 거란 생각은 했지만 민박집에 와 직접 와이파이를 만나니 신기하고 행복했다.

친절하게 비밀번호도 위에 적혀 있었는데 속도도 꽤 빨랐다.

키르기스스탄 식당에 가면 기본적으로 꽤 많은 양의 음식을 주기에 항상 만족하고 나온다.

기름진 음식만 먹으니 자꾸 살이 찌는 것 같은데 많이 걸어다닌다는 핑계를 대며 맛있게 먹는다.

기름진 음식을 먹었으니 입가심을 해줘야 한다는 핑계로 맥주도 마셔준다.

'핑계 좋아 떡 사먹는다.'라는 옛 말이 떠오르는 밤이다.



제 여행기가 재미있으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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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항상 재밌게 잘 구경하고 있습니다.

    우수 블로그 선정 축하드리고 올 한해도 좋은 일 많이 생기시길 빕니다~

    즐거운 여행기도 쭉쭉!


  2. 여행기 잘보고 있습니다.
    건강하게 여행 마무리 잘하시고 다음편 기대 하겠습니다^^

  3. 비밀댓글입니다

  4. 꽁구레출레이숑~~~ ㅎㅎ

  5. 짝짝짝~~~ 축하합니다~~
    올 한해도 용민군 블로그에 자주 오도록 할께요.
    첫 사진부터 맘에 쏙~~ 듭니다.
    시골밥상이 어찌나 푸짐하고 맛깔나는지요~ ^^
    독수리랑 같이 찍은 사진도 꽤나 멋져요.
    전혀 겁먹은거 같지 않아요.
    호수가 서울의 10배 크기라니 정말 놀랍네요.
    젤리 비슷한 보드카도 아이디어 굿입니다.

  6. Congratulation!!! I always enjoying your blog since I found about a year ago.
    Every Friday I am looking forward to reading your blog..

  7. 축하드려요.
    거 맥주 참 탐나네요. ㅎㅎ

  8. 축하드려요~~~
    독수리는 겁도 겁이지만 무거워서 들수나 있을까 싶네요
    근데 독수리 넘 멋있는걸요
    정말 완벽한 작품이네요
    가까이서 한번 보고 싶을 정도

  9. DJL님은 여행하시는데 어째 살이 더 붙으신 거 같아요.
    음식이 아주 입에 짝짝 맞으시나봐요ㅎㅎㅎㅎ
    저는 부엉이까지는 들어봤는데, 독수리는 무서울 거 같아요.

  10. ㅋㅋ
    DJL 님 여행기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언제나 유쾌하고 명랑한 삶이어서 좋습니다.
    음식도 아무거나 잘 드시고,
    근데 솔직히 DJL 님이 맛있다고 하셨던거 다 시도해 보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독수리 사진 보고 한마디 안 할 수가 없네요.
    누구 닮았다고 하면 기분 나쁠것 같고 훈남이시네요 ㄷㄷㄷㄷㄷㄷㄷ

  11. 축하합니다, 우수 블로그
    제 티스토리도 있답니다.
    멋진 포스팅 즐감하고 갑니다.

  12. 오늘도 감사히 잘 보고 갑니다^^

  13. 잘 보고 갑니다. 저도 여행을 떠나고 싶어져요.

  14. 좋은 정보 잘보고 갑니다

  15. 여행기 재밌어요! 잘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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