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157. 키르기스스탄에서 만난 설산. (키르기스스탄 - 오쉬, 아슬란밥)


빵이 맛있기도 하지만 빵으로 아침을 해결하면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어 많이 먹게된다.

밥은 한 그릇을 먹으면 정량을 먹은 것 같아 그만 먹게되는데 빵은 먹어도 먹어도 허전한 느낌이 든다.

아침을 먹고 오쉬를 떠날 준비를 하며 정든 샌달을 떠나 보낸다.

그동안 자꾸 떨어진다며 욕도 하고 잘 닦아주기는 커녕 본드칠만 했지만 막상 떠나보내려니 아쉬웠다.

2년간 내 여행을 함께 해줬기에 집에 가져갈까도 고민해봤지만 모든 물건에는 각자의 수명이 있는 법이니 고마웠다는 인사를 하며 보내주기로 했다.

다음 장소로 떠나기 위해 택시정류장을 갔는데 어디서 많이 본 차가 보인다.

한국의 초창기 자동차인데 한국에서는 농담으로 껌을 밟으면 못 지나간다는 말을 한다고 하니 웃는다.

키르키스스탄도 타지키스탄과 비슷하게 미니밴을 버스로 이용하고 있었다.

우리도 버스를 이용하려했는데 미니버스는 사람이 다 차야 이동하는 시스템이기에 그냥 택시를 빌리기로 했다.

랄프의 덩치와는 어울리지 않는 작은 택시를 하나 빌렸다.

오쉬에는 어제까지 비가내렸는데 오늘은 딱 여행하기 좋은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파미르 여행은 끝이 났지만 아직도 아름다운 중앙아시아의 도로는 끝이 나지 않았다.

택시에서 내려 다른 버스로 갈아타려다 갑자기 발이 엉켜 넘어졌다.

배낭 무게가 20kg 정도 되기에 균형을 잡을 시간도 없이 앞으로 넘어졌는데 다행히 무릎과 손만 조금 까지고 말았다.

1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간 뒤 다시 새로운 버스로 갈아타야한다.

우린 키르기스스탄어나 러시아어를 잘 못하지만 우리가 가고 싶은 곳의 이름을 사람들에게 외치면 매표소부터 버스 위치까지 다 알려준다.

역시 사람은 서로 도우며 사는 것이 맞다.

이번에 우리가 가는 곳은 호두로 유명한 곳이니 가는 길에 간식으로 호두를 먹는다.

차를 두번이나 갈아타고 도착한 곳은 아슬란밥이라는 작은 마을이다.

아슬란밥은 거대한 야생 호두나무 숲으로 유명한데 유럽으로 많은 양의 호두를 수출한다고 한다.

오쉬에 비가 내리는 동안 아슬란밥에는 눈이 내렸다고 한다.

날씨가 많이 추워져 몸은 떨렸지만 오랜만에 쌓인 눈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키르기스스탄 여행의 가장 특별한 점은 CBT라는 여행자를 위한 단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CBT는 각 지역의 주민들과 여행자들을 연결해주는 비영리단체 같은 곳인데 영어를 할줄 아는 직원이 여러 곳의 민박집을 소개시켜주고 관광 프로그램도 판매하는 키르기스스탄만의 시스템이라고 한다.

대략적인 가격들이 표로 정리되어 있고 사진을 보고 우리가 숙소를 고르면 민박집에서 차를 보내준다.

오늘 점심은 말로만 듣던 외국에서 파는 도시락이다.

오쉬에서 시장을 구경하다 도시락을 발견하고 미친듯이 웃으며 이게 바로 한국의 라면이라고 좋아했었다.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에서 도시락이 인기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실제로 보니 정말 반가워 몇 개를 샀는데 드디어 맛을 본다.

외국에서도 다양한 라면을 팔지만 한국의 맛이 나진 않았었는데 도시락은 정말 한국의 맛 그 자체였다.

우리가 묵기로 한 숙소인데 주인집도 친절하고 시설도 괜찮아 마음에 들었다.

집 앞에는 거대한 트럭이 있었는데 꼭 세계 2차대전에 쓰이던 트럭처럼 보였다.

배도 채웠고 짐도 풀었으니 이제 아슬란밥을 구경할 시간이다.

아슬란밥은 정말 작은 마을이라 딱히 볼거리는 없지만 딱 내가 좋아하는 평화롭고 조용한 분위기라 정말 마음에 들었다. 

영국에서 온 랄프와 하이디가 함께 여행하니 매일 티타임을 가지게 된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차를 마시며 소소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참 즐겁다.

숙소로 돌아가는데 키르기스스탄의 전통복장을 입은 할아버지가 걸어가시길래 랄프와 함께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빛이 좀 더 좋았다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슈퍼에서 물을 사러 갔는데 랄프와 하이디가 비닐봉지를 보고 웃길래 왜 웃냐고 물어보니 이 비닐봉지는 영국의 유명한 슈퍼마켓인 모리슨의 비닐봉지라고 한다.

난 런던에서 테스코와 세인즈버리만 봤다고 말하니 모리슨이 훨씬 더 유명하다며 다음에 영국에 오면 꼭 들어가보라며 웃는다.

아마 중국 공장에서 만들어진 비닐봉지의 재고가 어쩌다보니 키르기스스탄으로 넘어온 것 같은데 지구가 둥글어서 이런 일이 생기는 것 같다.

민박집에서는 밥도 팔고 있었는데 그리 부담되지 않는 150솜(한화 3,000원)정도에 우리가 원하는 메뉴를 시킬 수 있어 저녁은 민박집에서 먹기로 했다.

밥이 있길래 시켰는데 기름에 볶은 찰밥이 정말 맛있었다.

역시 한국인은 밥을 먹어야한다.

아침도 오믈렛과 팬케이크 등 여러 메뉴 중에 고를 수 있는데 전날 밤에 몇시에 무엇을 먹을지 말해놓고 잠을 자면 된다.

호두로 유명한 곳이라 그런지 식탁에는 항상 호두가 있어 나와 랄프가 열심히 깨 먹느라 바빴다.

오늘은 아슬란밥 뒷산에 있는 폭포를 구경가기로 했다.

둘이 함께 가는 모습이 아름다워 사진을 찍었는데 혼자하는 여행도 좋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여행도 좋을 것 같다.

누워있고 빈둥거리기를 좋아하면 소로 태어난다는데 다음 생에엔 소로 태어날 것 같다.

동네 뒷산이 꽤 아름답다.

며칠간 내린 눈 덕분에 더 아름답게 보이는 것 같다.

자동차의 차체를 울타리로 쓰고 있는 모습이 현대사회의 물질만능주의를 예술적으로 표현한 것처럼 보였다.

산을 향해 올라가는데 아이들이 우리를 보고 도망가길래 인사를 했더니 웃으며 산에서 딴 과일들을 가져다 준다.

어떻게 먹냐고 물어보니 시범을 보이길래 따라서 맛있게 먹으니 계속 가져다 주며 즐거워한다.

우선 괜찮다고 말하는 것이 예의라는 것은 알지만 아이들이 너무 귀여워 계속 먹었다.

아직 가을인데 겨울이 온 것 같아 안타까우면서도 하얀 눈이 아름다워 빨리 겨울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산을 올랐다.

이제는 봄과 가을이 짧아졌다지만 그래도 4계절이 뚜렷한 나라에서 태어난 것도 참 축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제 슈퍼에서 발견한 빵인데 처음 보는 순간부터 사랑에 빠져버려 덜컥 사버렸다.

위생개념이 별로 안 좋은 나라에서 빵을 먹으면 배탈이 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지만 이번 빵은 정말 맛있게 생겨 안 살 수가 없었다.

하이디는 웃으며 배탈이 날수도 있으니 조심하라했지만 난 내 위장을 믿기에 그냥 빵을 샀다.

맛은 달콤한 롤케이크 맛인데 안에 든 크림이 부드러우면서 가벼워 정말 맛있었다. 

동네 뒷산인데 들어가면 갈수록 힘들어 지면서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구름다리는 위험하니 한 번에 한 명씩만 건너야한다.

드디어 우리가 목표로 했던 폭포에 도착했다.

엄청난 폭포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물이 별로 없어 아쉬웠다.

달콤하긴 하지만 너무 달아서 문제다.

역시 모든 것은 과하지 않고 적당해야 좋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꽤 높이 올라왔다.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니 눈이 온 뒤 아슬란밥에 도착하길 참 다행이다.

설산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스키이야기가 나왔다.

랄프와 하이디는 겨울마다 이탈리아로 스키를 타러 다니는데 저가항공이 많아 5만원 정도면 다녀올 수 있다고 한다.

난 내가 컨트롤하지 못하는 속도감을 즐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스키를 안 타봤다고 하니 정말 재미있다며 한국에 돌아가면 꼭 스키장에 가보라고 했다.

경사가 가팔라 올라올 때보다 더 조심하며 내려왔다.

아무리 산이 좋다지만 넘어지면서까지 산과 뽀뽀하고 싶지는 않다.

집에 마당이 있다면 이런 식의 오두막을 만들어도 참 좋을 것 같다.

산의 윗부분은 겨울이었는데 아래로 내려오니 봄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눈이 녹고 있는 모습이 영락없는 봄의 모습이라 왠지 모르게 기분이 산뜻해지고 신이 난다.

산 아래와 산 중간과 산꼭대기의 모습이 다 다르기에 사람들이 산을 좋아하는 것인가 보다.

당나귀의 졸린듯한 눈이 참 귀여워 말을 걸어봤지만 도도하게 쳐다보지도 않는다.

열심히 산을 탔으니 상으로 고기를 먹어줘야한다.

잠시 뒤면 저녁을 먹어야하니 간식으로 샤슬릭을 시켰다.

숙소로 올라가다 이번엔 대우자동차를 발견했다.

여러 나라를 여행하다보면 현대자동차가 자주 보이는데 대우의 트럭은 처음 본 것 같다.

과거의 대우자동차와 현재의 대우자동차의 모습이 떠올라 조금 씁쓸했다.

길을 걷다가 랄프가 갑자기 처음 보는 집의 문을 두들겼다.

무슨 일인지 몰라 바라만보고 있으니 담 밖으로 보인 호두나무가 거대해 잠시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주인 아주머니가 흔쾌히 허락해줘 나도 사진을 찍었는데 호두나무가 정말 컸다. 

아슬란밥처럼 인터넷이 안되면서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에 오면 침대에서 여행기를 써야한다.

날이 많이 춥길래 침낭을 꺼냈는데 침낭이 너무 포근해 밖에 나가기 싫을 정도로 행복했다.

오늘 저녁은 뭘 먹을지 고민하다 만티를 시켰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의 만두와 비슷한 음식인데 이 것도 맛있었다.

어디를 가든 웬만한 음식은 다 맛있게 먹고 있지만 중앙아시아의 음식들은 정말 나와 딱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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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댓글입니다

  2. 드디어 2년간 애증관계였던 K2와 작별을 했군요? ^^
    한국산 자동차 이름은 '티코'입니다.
    우리 세대때는 이런 농담을 하곤 했었죠.
    '고속도로에서 벤츠와 아우디, BMW가 나란히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국산 티코가 이들 차를 모두 따돌리고
    1등으로 도착을 하게 되었다.
    과연 그 이유는??? * 정답 : 쪽 팔려서!!! ㅎㅎㅎ
    농담이긴 했지만 제 친구들 여러명의 애마가 되어줬던
    작지만 참 경제적인 소형자동차였답니다.
    아슬란밥은 처음 듣는 이름이네요.
    설산과 구름다리, 마을 전경 모두 너무 아름답네요.
    호두나무 크기에 입이 떡~ 벌어지는걸요?
    잘 봤습니다. ^^

  3. 몇일 동안 여행기를 다 읽었습니다. 아주 재미있었어요 저도 19년전 호주 횡단여행을 한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아이들 다 키우고 61살이 되면 배낭메고 전세계를 여행하는 꿈을 가지고 있는데 여행기가 많은 도움이 될것같습니다.

  4. 거의 한달가까이 걸려서 여행기 다~~읽고 처음으로 덧글을 씁니다^^;;
    용민님의 여행기를 보고 있으면 마치 저 또한 그 나라에 있는듯한 느낌을 가지게 되는것 같아요ㅎㅎ
    앞으로의 여행기또한 기대 많이 하겠고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에 안나옵니다ㅎㅎㅎ
    여건만 되면 저 또한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은 가득하지만 직장인이고 하루라도 아빠 못보면 안되는 두 공주님들을 놔두고 가기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뭐... 여행기보며 어쨌든 대리만족 하고 있습니다 ㅎㅎㅎ
    서울살고 있으니 인연이 된다면 오다가다 마주칠수도 있겠네요
    혹시나 만나면 아는채 할꼐요 ㅎㅎㅎㅎㅎ

  5. 비밀댓글입니다

  6. 와~ 티코와 라보를 여기서 다시 보게 되는군요^^

  7. 생각 날 때마다 찾아 여행 글과 사진을 보며 응원하고 저 또한 여행의 꿈을 꾸는 것 같아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행복해져요
    너무 감사하고 여행 마지막 까지
    늘 응원합니다

  8. 오랜만에 님의 블로그에 와서 여헹기를 읽고 있습니다.

    한동안 보지 못했었는데, 지금도 여행중이네요..ㅎㅎㅎ

    즐겁고 보람찬 여행이 계속되기를 기원합니다.

  9. 잘 보고 갑니다^^

  10. 편한 여행을 좋아해서 저렇게 머나먼 곳까지 갈 생각은 하지도 않는데
    아름다운 키르기스스탄 경관을 보니 갈등이 생기네요.^^
    밝고 긍정적인 기운이 느껴지는 여행기여서 읽는 내내 유쾌했어요.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길....

  11. 아슬란밥은 우리의 가을쯤엔 봄과 겨울이 같은 곳에 공존하는 곳인가봅니다.
    한국에 들어오신 것도 1년 여가 된 것 같은데 제가 보는 이 여행기도 DJL님 처럼 아주 긴 여행을 하고 있는 것 같네요.
    물론 그 여행기에 제가 같이 동행한다는 기분이 들어 늘 즐겁게 보고있습니다.

  12. 랄프와 하이디가 인상적이네요
    그들이 함께 하는 삶이 부럽기만 하네요
    저의 바램이기도 하기에...

  13. 와우 ... 먹성이 아주 좋아요. 부러우면 지는 거라고 했지만 그래도 부럽다. 근데 이번 여행은 그 좋아하는 술이 빠졌다. 술 먹고 눈이 있는 산에 오르면 넘어져 뽀뽀하기 싫어 안 먹었나 ? ? ?

  14. 저도 내년 4월에 카자흐/키르기/우즈벡/ 네팔 로 약 2달 일정으로 배낭여행 을 할까합니다 제나이는 66세인데
    약간 두렵기도 합니다만 제인생의
    마지막 여정이라 생각하고 도전할까 합니다
    도움 말씀 감사합니다 그리고 장비를 비롯해서 비자/숙소등
    이런저런 도움말씀 더 주셧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제 연락처는 010 5210 9350
    옥파

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156. 봐도봐도 아름답던 파미르 여행의 끝. (타지키스탄 - 파미르, 키르기스스탄 - 오쉬)


랄프와 함께 키르키즈스탄으로 가기로 했는데 지프가 몇시부터 운행하는지 몰라 무턱대고 새벽 5시에 일어나 짐을 챙기고 밖으로 나왔다.

어제 게스트하우스 주인에게 마을 공터에서 지프가 정차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마을 공터가 어디인지 몰라 한참을 돌아다녔다.

겨우겨우 공터를 찾았는데 날이 꽤 추워 바들바들 떨고 있으니 맞은편 집에서 아저씨 한분이 우리보고 안으로 들어오라고 손짓을 하신다. 

처음에는 괜찮다고 했지만 계속 권하셔서 안으로 들어오니 정말 살 것 같았다.

집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고 있는데 갑자기 밥을 같이 먹자고 하신다.

이번에도 괜찮다고 했지만 고기를 삶은 기름국과 밀가루 튀김을 가져오셔서 같이 먹자고 해 고맙다며 같이 아침을 먹었다.

나야 강철위장을 가졌기에 맛있게 먹었지만 하이디와 랄프는 조금만 먹고 말아 아저씨께 미안해 더 열심히 먹었다.

서로의 언어를 몰라 말이 통하지는 않았지만 따뜻한 마음은 충분히 느꼈기에 정말 고맙다는 말과 함께 찻값으로 약간의 돈을 내고 나왔다.

역시 세상에는 나쁜 사람보다 착한 사람이 훨씬 많다.

날이 밝자 지프가 공터로 왔다.

우리가 3명 밖에 안 되기에 다른 승객들을 더 찾아본다며 마을을 돌아보러 갔다왔는데 키르기스스탄으로 넘어가는 사람이 1명 뿐이라며 추가 금액을 내야한다고 한다.

2배씩의 돈을 더 내야하기에 잠시 고민했지만 랄프와 하이디에겐 하루 하루가 소중하니 그냥 돈을 더 주고 떠나기로 했다.

그런데 랄프가 다가와 자신들의 일정에 맞춘 것이니 난 돈을 더 낼 필요가 없다고 하길래 나도 내가 원해서 떠나기로 한 것이고 함께 여행하는 것이 즐거우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줬다.

돈을 절약하며 여행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다지만 내가 선택한 것과 정당하게 이용한 서비스에는 확실히 돈을 지불하는 것이 맞다.

돈을 아끼는 것은 그 다음의 이야기이지 양심을 판다거나 자존심을 버리면서까지 돈을 아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파미르 고원의 무르갑 지역쪽은 키르기스스탄의 국경과 맞닿아 있으면서 동쪽으로는 중국과 맞닿아 있다.

중앙아시아의 사람들이 밀입국을 할까봐 철조망을 쳐놨다는데 가끔씩 철책이 끊어진 곳도 보였다.

눈 덮힌 산들은 아마 만년설 지역인 것 같은데 기회가 된다면 저런 산에 오르는 것도 정말 좋을 것 같다.

봐도봐도 질리지 않고 아름답다.

마치 구름이 바로 내 머리 위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같이 갈 사람이 없어 어쩌다보니 지프를 대절한 것처럼 되버렸기에 이번에도 우리가 원하는 지점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게됐다.

아마 이렇게 아름다운 길은 다시 찾아보기 힘들 것이니 그냥 지프를 빌려 끝까지 즐기라는 하늘의 뜻이었나 보다.

돈은 어떻게 벌고 어떻게 모으는지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쓰느냐인 것 같다.

아직은 어려서 그런지 무작정 아끼기보다는 자신이 진짜 하고 싶거나 가지고 싶던 것을 위해 돈을 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철책이 끊어진 곳이 보이길래 잠깐만 넘어가보자고 말을 했다.

역시 사람은 가지말라면 더 가고싶고 하지말라면 더 하고싶은 것 같다.

운전기사 아저씨께서 바디랭귀지로 키르기스스탄으로 가기 전에 잠시 마을에 들려야한다고 한다.

뭔가 전해줄 물건이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기름을 담아가야한다고 한다.

타지키스탄의 기름이 더 저렴해 통에 기름을 담아가 키르기스스탄으로 넘어간다고 한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 통이 보이길래 살펴보니 GS오일이 붙어있어 한국에서 온 통이라고 말해줬다.

이제 아름다운 파미르의 길과도 헤어질 시간이다.

지금까지 많은 곳을 여행했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길은 파미르가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 같다.

지구 어딘가에는 이보다 더 웅장하고 멋있는 길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꿈에 그리던 길은 파미르 고원에만 있다는 것을 잘 안다.

이제 타지키스탄을 떠나 키르기스스탄으로 넘어갈 시간이다.

국경을 넘기 위해서는 여러 곳의 체크포인트를 거쳐야하는데 여행자들이라 그런지 짐검사는 하지 않고 그냥 여권만 확인하고 보내준다.

영국인은 키르기스스탄을 입국하기 위해서는 비자가 필요하다는데 한국과 키르기스스탄은 무비자 협정 체결국가라 비자가 필요없다.

여행을 하면 할수록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나라 여권의 비자파워는 정말 대단하다.


<타지키스탄 여행 경비>


여행일 10일 - 지출액 530달러 (약 57만원)


교통수단인 지프를 빌리는데 많은 돈이 들었다.

예상보다 지출이 컸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길은 세상에서 오직 파미르에만 있을테니 후회는 없다.


이제 드디어 키르기스스탄에 왔다.

이름도 생소한 나라지만 랄프에게 들으니 키르기스스탄에는 아름다운 산이 많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키르기스스탄의 국경에 도착하니 점심시간이라 업무가 중단됐다길래 차에서 내려 길가에 앉아있는데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고산지대라 가끔씩 눈이 내린다고 하는데 올해의 첫눈을 10월 초에 파미르에서 만났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 웃음이 나왔다.

아무래도 파미르가 우리에게 마지막 선물을 주는 것 같았다.


점심시간이 끝나가는지 군인들이 나오기 시작하고 가장 나이가 많아보이는 할아버지가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영어를 할줄 아시길래 잠깐 대화를 했는데 한국에서 왔다고 말을 하니 88 서울 올림픽을 기억하고 있다고 하신다.

과거 소련시절에는 먹고 살 걱정은 안했는데 지금은 너무 힘들다며 키르기스스탄의 젊은이들은 다들 러시아나 카자흐스탄으로 넘어가 일을 하고 있다며 차라리 러시아 밑으로 들어가고 싶다며 말씀하시는데 키르기스스탄의 현실이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키르기스스탄에 오자마자 도로가 좋아져 신기해하고 있는데 앞에 양떼가 지나간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와 랄프가 열심히 셔터를 누르자 하이디는 그런 우리를 보고 웃는다.

유목민들은 아침에 양떼를 끌고나와 해가 지기 전에 다시 돌아간다고 한다.

아무리 봐도봐도 끝이 없는 행렬이 정말 신기했다.

드디어 우리 목적지인 키르기스스탄의 오쉬에 도착했다.

지프 기사 아저씨가 고기를 차에 싣을 때부터 살짝 걱정됐었는데 역시나 핏물이 흘러 내 가방에 묻었다.

성스러운 의식을 위해 제물을 바치는 것이 떠올라 내 가방에 묻은 피가 남은 내 여행을 지켜줄 것이란 생각을 하며 열심히 가방을 빨았다.

타지키스탄에서 열심히 넘어오느라 밥을 먹지 못했으니 우선 배를 채우기로 하고 사람이 많은 식당에 들어가 케밥처럼 보이는 것을 시켰다.

역시 고기는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밥을 먹어 급한 불은 껐으니 숙소 주변을 잠시 둘러보기로 했는데 식당들이 보인다.

무슨 음식을 파는지 구경만 하려했는데 맛있다고 해 우리도 모르게 식탁에 앉았는데 정말 맛있었다.

꼬치구이인 샤슬릭도 하나씩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오랜만에 방을 잡았는데 수건도 주는 독방이 400솜(한화 8,000원)밖에 안 한다.

방을 잡았을 때는 당연히 맥주를 마셔줘야한다.

잔잔하게 음악을 틀어놓고 마시는 맥주는 꿀보다 달콤하다.

조식도 포함되어 있는데 기대하지도 않았던 달걀 후라이가 나와 행복했다.

혹시나 키르기스스탄의 오쉬에 가실 분이 계신다면 크리스탈 호텔을 추천드립니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었으니 이제는 지갑을 두둑하게 만들 차례다.

중앙아시아 은행에서는 달러, 유로화, 루블을 받는데 뭐니뭐니 해도 달러가 최고다.

지갑도 두둑해졌으니 시장 구경을 하기로 했다.

입이 심심하니 낱개로 팔고 있는 바나나를 하나씩 입에 물고 시장 구경을 한다.

정육점의 모습이 너무 적나라해 주인 아저씨께 허락을 받고 사진을 찍었다.

완벽한 재래시장이라 파리가 날아다니고 위생과는 조금 거리가 멀지만 먹어도 괜찮다는 것은 잘 안다.

돼지고기는 뜨거운 불에 익혀 먹기만 하면 괜찮다고 배웠다.

어제 먹은 샤슬릭도 맛있었지만 오늘 먹은 샤슬릭은 정말 맛있었다.

역시 사람은 고기를 먹어야 한다.

점심을 먹고 숙소로 돌아와 낮잠을 자다보니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됐다.

하이디는 몸이 좋지 않다길래 랄프와 둘이 나와 뭘 먹을까 고민하다 식당에 들어갔는데 메뉴판을 봐도 뭔지 모르겠어서 가장 유명한 것을 시켰더니 라그만이라 불리는 면 요리가 나왔다.

한국에서 먹던 짬뽕처럼 얼큰한 맛이 났는데 정말 신기하고 맛있어서 감탄을 하며 먹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제과점이 보이길래 들어가 디저트를 샀다.

맛있는 음식을 먹었으면 달콤한 디저트를 먹어줘야한다고 말하니 랄프가 당연하다며 산적처럼 웃는 모습이 정말 웃겼다. 

오늘 밤도 맥주와 함께 한다.

병따개가 없다고 술을 못 먹는 내가 아니지만 키르기스스탄의 맥주는 고리만 당기면 병뚜껑이 따져 정말 편리했다.

역시 술에는 각종 아이디어가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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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황량한 산도 멋있을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알았어요...멋있는 풍경 보여주셔서 감사해요~

  2. 비오는 아침에 샤슬릭 테러를 당하니 기분이 참 좋아요. ㅎㅎ
    역시 아름다운 파미르...

  3. 이번 사진에 나온 음식들은 정말 맛있어 보이네요 ㅎㅎ 파미르 고원은 이름은 얼핏 들었는데 아름답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풍경입니다. ^^

  4. 복습하면서 모든 글마다 리플달기 운동을 벌이는 중~
    '조지아' 편을 봐야하는데 새글이 달렸길래
    반칙인줄 알지만..
    그래도 복습중이니 괜찮을거야! 라면서... ㅎㅎㅎ
    키르기스스탄으로 가는 길에 찍은 사진 모두 정말 예술이예요.
    흙길과 산과 하늘만 가득한 사진들인데도
    어째 자꾸 눈이 가네요.
    가을이 깊어서 제 마음이 스산해서 그럴까요?
    아님 용민군 사진에 제가 넘 심하게 빠져서 그럴까요?
    후자!!! 를 선택해야 할까봐요. ^^
    앞으로도 계속 복습할거니까 계속 잘 부탁드려요.

  5. 용민님~~끝까지응원할게요^^
    숨어서잘보고있답니다~

  6. 비밀댓글입니다

  7. 용민군 여행기 복습 끝냈어요. ^^
    복습 뿐 아니라 전편에 걸쳐 짧지만
    리플 모두 달았습니돠~ ㅎㅎㅎ

  8. 오늘 이야기도 즐겁게 보고 갑니다.
    크리스탈 숙소 정보 고맙고요 ^^

  9. 키르키즈스탄은 타지키스탄과 이웃 국가이지만 또 다른 분위기네요.
    각각 다른 나라를 자동차로 이동 할 수 있다는 것이 참 부럽기도 하고요.

  10. 보통 사람이 아닐세 그려

  11. 도로위의 양때 염소떼~~^^
    그 모습이 걸림이 없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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