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153. 지프를 타고 여행하는 파미르고원. (타지키스탄 - 파미르)


아침에 일어나 식당에 가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배탈이 나 새벽에 화장실을 다니느라 힘들어 죽는 줄 알았었는데 식탁에 앉으니 금세 배가 고파진다.

빵만 주는 줄 알고 마음이 상할뻔 했지만 잠시 기다리니 달걀 후라이가 나와 행복하게 아침을 먹었다.

솔직히 이시카심에는 별로 볼거리가 없다.

그렇지만 주말마다 많은 여행자들이 이시카심에 모이는 이유는 이 다리때문이다.

이 다리를 건너면 아프가니스탄 국경이 나오고 타지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중간의 중립지역에 장이 열려 그 곳에서 아프가니스탄 사람들과 만날 수 있기에 사람들이 모이는데 최근 분위기가 좋지 않아 3주 연속으로 장이 열리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한국 국적을 가지고 아프가니스탄에 입국하는 것은 불법이기에 입국할 필요가 없는 중립지역에서라도 아프가니스탄을 만나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갈 수가 없다.

유럽의 작은 섬나라인 몰타에서 온 안토니는 나보다 더 기대를 했는지 많이 실망한 모습이었다.

아쉬운 것은 아쉬운대로 남겨둔 채 떠나야한다.

기사 아저씨에게 산 속에서 물을 구하기 쉽냐고 물어보니 구할 수는 있지만 가장 큰 마을인 이시카심에서 사가는 것을 추천하길래 1인당 2~3병씩 물을 샀다.

깊은 산속으로 들어갈 생각을 하니 마음이 설렌다.

지나가는데 소가 보이자 동물을 좋아하는 랄프가 차를 세워달라고 말을 한다.

쟁기를 처음봤는지 신기해하길래 한국에도 쟁기가 있다고 말을 하니 놀라며 아직도 농사를 저렇게 짓냐고 물어보길래 어릴 때 할아버지네서 봤었고 지금은 박물관에 가야 보인다고 말을 해줬다.

지프를 빌려서 여행하니 언제 어디서든 멈출 수 있다.

지도를 보니 작은 유적지가 있길래 올라가보기로 했다.

역시 높은 곳에서 보는 풍경은 항상 아름답다.

법 규제가 조금 완화되고 가격이 더 떨어진다면 영상촬영용 드론을 하나 사서 가지고 놀고 싶다. 

중앙아시아 지역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 많아 가이드북에 많이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가이드북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 론리 플래닛도 중앙아시아 지역은 7년이 넘도록 업데이트가 되지 않고 있어 현재와 다른 정보가 많고 정보의 절대적인 양도 많이 부족해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안토니와 랄프가 가지고 다니는 Bradt이라는 가이드북을 보니 정보도 꽤 자세하고 물가도 어느정도 맞길래 심심할 때마다 빌려 읽었다.

론리플래닛이 모든 부분을 다 석권했다면 세상이 재미없었을텐데 다행이다.

지금까지 여행하면서 론리 플래닛의 아성을 뛰어넘는 가이드북은 딱 2개를 봤는데 하나는 인도 여행자의 성서인 프렌즈 가이드북이고 나머지가 이번 중앙아시아에서 만난 Bradt 가이드북이다.

사원에 들어가니 제단에 산양의 뿔이 있어 혹시나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니 상관없다고 한다.

천천히 이곳저곳 들르며 가다 보니 이시카심에서 만났던 자전거로 파미르를 넘는 커플을 다시 만났다.

내 친구 중에 한 겨울의 파미르를 넘은 친구가 있다고 말을 하니 자기들도 제민이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겨울에 파미르 산맥을 넘은 것은 이미 자전거 여행자 사이에서 전설로 남겨진 것 같다. 

2박 3일 동안 지프를 빌리는데 5명이서 한 명당 140달러(한화 16만원) 정도를 냈다.

언제나 그렇듯이 별 준비를 안 하고 타지키스탄에 넘어왔는데 생각보다 지프를 빌리는 비용이 너무 비싸 당황했었지만 내가 진짜 와보고 싶던 곳이니 돈 걱정은 하지 않고 즐기기로 했다.

다행히 나와 랄프, 안토니는 사진 찍는 것을 정말 좋아하고 하이디와 폴도 자연을 좋아해 우리는 서로 눈치보지 않고 마음에 드는 좋은 풍경이 보이면 언제든지 차를 세우기로 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눈 앞에 보이는 강만 건너면 아프가니스탄이 나온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아프가니스탄은 어떻게 생겼는지 한번 들어갔다 나오고 싶었다.

참 안 좋은 것이지만 국경지역에 가 뇌물을 어느정도 내면 여권에 입국 도장을 찍지 않고 아프가니스탄에 입국할 수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내 목숨은 소중하고 불법까지 저지르면서까지 가고 싶지는 않았기에 다음에 여행금지국가 제한이 풀리면 다시 오기로 했다.

산양 떼가 보이자 랄프가 신이 나서 잠시 멈췄다 가자고 말을 한다.

양치기 개가 산양 떼를 지키고 있었는데 산양 떼를 모는 것이 정말 똑똑해보였다.

우리의 여행은 근처에 있는 모든 곳을 들르며 가는 것이 목표라 이번에는 얌천이라는 곳에 가기로 했다.

표지판을 따라 방향을 트니 얌천 요새가 보인다.

배운 것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전공이 건축공학이라고 철근을 저렇게 휘게 싣고 끌고 가는 것을 보니 한숨이 나온다.

여건이 안 좋으니 별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사고가 안 나기를 바랄 뿐이다. 

요새다 보니 높은 곳에 있어 올라가기 힘이 든다.

얌천은 해발 3200m 정도 지역에 있는데 아직은 몸이 젊어서 그런지 이 정도 높이로는 고산증에 걸리지 않는다.

힘들게 요새에 올라갔는데 딱히 볼거리가 없다.

허무하지만 앞에 보이는 산이 아름다우니 괜찮다.

아까 온천에서 만났던 멋쟁이 아저씨를 다시 만났다.

지프를 타고 가면서 아직도 이 정도밖에 못 지나왔냐며 다같이 천천히 즐기는 모습이 좋아보인다고 말을 한다.

여행을 하는 나는 정말 아름답고 행복한데 여행기를 보시는 분들은 재미없을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읽으시는 분들께서 내가 정말 원하던 곳에서 행복해 하는 모습을 너그럽게 이해해 주실거라 믿는다.

점심시간이 되었으니 밥을 먹기로 하고 식당에 들어갔는데 재료가 다 떨어져 팔 음식이 없다고 한다.

다음에 보이는 마을에서 바로 점심을 먹기로 하고 우선 온천을 즐기러 가기로 했다.

암천에도 온천이 있는데 어제 갔던 노천온천보다 물이 뜨거워 마음에 든다.

원래는 사진에 보이는 곳이 온천인데 지붕이 무너져 옆에 새로 건물을 지었다고 한다.

온천으로 가는 다리도 끊어져있어 무서웠지만 따뜻한 온천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배가 고프니 다들 가방을 뒤져 비상식량을 하나씩 꺼내 나눠먹었다.

하이디가 엄마처럼 빵을 챙겨줘 맛있게 먹었다.

마을에 들러 민박집에서 밥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마을 구경을 하기로 했다.

다들 마을 박물관에 들어간다는데 난 별로 당기지 않아 그냥 공터에서 아이들과 사진을 찍으며 놀았다.

이 돌조각은 해시계라는데 그림자와 구멍을 이용해 시간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드디어 식사시간이 왔다.

우선은 죽처럼 보이는 수프와 빵을 먹는데 술술 들어간다.

그리고 잠시 기다리니 샐러드와 고기가 나왔는데 시장이 반찬인 것인지 몰라도 정말 맛있었다.

밥이 정말 맛있었다고 말을 하니 혹시나 파미르에 올 친구가 있으면 자신들의 집 주소를 알려주라고 부탁을 해 명함을 받았다.

혹시 파미르에 가실 분은 얌천을 지나면 나오는 마을에 들러보세요.

밥을 먹었으니 소화도 시킬 겸 뒷 산에 있는 유적지에 가보기로 했다.

우리끼리 갈 수 있다고 말을 했지만 아이들이 자꾸 길을 안내해준다고 해 어쩔 수 없이 같이 가기로 했다.

풀 한포기 보이지 않는 황량한 산이지만 콩깍지가 씌여서 그런지 멋있게만 보인다.

역시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해야한다.

제단처럼 보이는 유적지였는데 아이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위로 걸어다니고 있었다.

우리보고도 올라오라고 했지만 신성한 제단에 올라간다는 것이 꺼림칙해 올라가지는 않았다.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겁이 많아진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오늘은 저 앞에 보이는 산 밑에서 잠을 자고 내일 하루 종일 산을 올라가보기로 했다.

물론 유럽도 좋았지만 이런 자연 풍경이 보고싶어 유럽을 빨리 떠날 수 밖에 없었다.

문명도 좋지만 광활한 대자연이 더 좋다.

밑으로 내려와 지프 기사 아저씨에게 내일 하루는 산을 타기로 했다고 말을 하니 자신이 바뻐 그럴 수 없다고 말을 한다.

처음 계약을 할 때 기본 2박 3일이지만 우리가 원하면 언제든지 중간에 일정을 늘릴 수 있고 추가요금은 숙박비와 식비 20달러만 내면 된다고 했는데 갑자기 아내가 일을 시켰다며 이런저런 핑계를 대기 시작하며 80달러를 더 줘야 아내에게 전화를 해 허락을 구해본다고 한다.

어이가 없어 우선 우리끼리 이야기를 하는데 알고보니 나와 안토니를 제외하고 나머지 친구들이 이미 돈을 다 지프 기사에게 냈다고 한다.

다들 여행경력이 상당해 돈은 무조건 후불로 내야한다는 말을 안 했는데 어차피 줄 돈을 들고다니다 잃어버릴까봐 걱정 돼 그냥 선불로 내버렸다고 한다.

지프기사는 이미 하루만에 420달러를 받았으니 마음에 안 들면 지프를 가지고 돌아가버리면 되고 우리만 난감해진 상황이 되버렸다.

순순히 돈을 주자는 이야기와 괘씸하니 그냥 보내고 돈을 더 모아 새로운 지프를 수배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우선은 오늘 저녁에 묵을 곳에 가서 결론을 내기로 하고 혹시나 간 밤에 도망칠까봐 번호판 사진을 찍어놨다. 

숙소에 도착해 저녁을 먹으면서 이야기했는데 우선 돈을 준 상황은 돌릴 수 없으니 우리에게 가장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행동하기로 했다.

나와 안토니는 이런 상황을 용납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자꾸 싸우려고 드니 우선 나와 안토니는 가만히 있기로 하고 랄프가 60달러에 합의를 보기로 했다.

자꾸 돈을 뜯어낼 궁리만 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고 생각할수록 열이 받았지만 일행이 있으니 조용히 있었다.

잠시 뒤 랄프가 60달러에 합의를 마치고 돌아와 다시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

수프를 다 먹고 오늘은 무슨 요리가 나올지 기대하고 있는데 면 요리가 나왔다.

오랜만에 먹는 기름진 면 요리라 한가닥 한가닥 맛을 음미하면서 먹었다.

기분 나쁜 일이 있었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니 그냥 넘어가기로 하고 보드카를 한병 주문했다.

여행을 하며 이런 일, 저런 일을 겪어야 추억이 생기는 것이라 생각하며 보드카를 입에 털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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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멋있어요 가보고싶지만 걱정만 앞서고.,
    건강하게 여행잘하세요

  3. 인생의 의미를 알게 해주네요
    감사합니다 부럽구요

  4. 정말 멋찝니다
    파미르 저 숨은 보석을 찾아가기란 쉽지 않을텐데
    계속 보여주세요
    멋찐곳을 찾아서 보여주세요 ^^

  5. 제가 아프가니스탄 Faizabad 에서 근무할 때 국경 이시카심에 꼭 가보고 싶었는데
    못 가보고 사진으로 잘 감상 했습니다.
    베하락까지는 가보았습니다.

  6. 멋진 사진들 잘 보고갑니다 ^^

  7. 사진 속 광활한 대지를 보니 저 넓은 땅을 무대로 역사를 펼쳤을 과거 민족들이 생각나네요.
    어찌 보면 고도로 발달한 문명을 구경하는것보다 저런 태고의 대자연을 느끼고 오는 것이
    진정으로 참된 탐험이자 여행이 아닌가 싶습니다.

  8. 저도 아프가니스탄을 갈 수 있었으면 파미르까지 갔을 텐데, 어차피 못 가니까 얌전히 두샨베와 후잔드만 다녀왔네요
    정말 척박한 땅이군요.
    저도 중앙아시아 여행다니면서 쉐어드 택시나 지프를 종종 타봤지만, 너무 가격을 후려치면 앞에서는 ok 하고 나중에 딴 소리 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다 같이 돈을 나중에 냈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래도 어떻게 합의를 잘 봐서 다행이네여.

  9. 안녕하세요~ 너무 오랜만에 들리는 것 같아요
    제가 요즘 회사엘 다녀서.. 출퇴근 시간에 모바일로 여행기 보곤 해요~
    예전만큼 업데이트 확인을 빨리 못하지만 ㅠㅠ
    생일 축하드립니다!! 등산 자주 가시던데, 언제 한 번 같이 가요!
    주말에 빈둥빈둥하거든요 ㅎㅎㅎ죠리퐁 그만 세시구요!!

  10. 치열한 한국적(?) 삶에서 오아시스 같은 여행기. 잘 읽고 있어요. 이 글을 쓰시기 위해 걸음마다 사진을 찍으시고 기억해 내고 적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때로는) 귀찮은 일일지... 그래도 이렇게 많은 분들께 즐거움을 주시잖아요? 감사합니다~ 다음 글도 기대!! (1회부터 다 정독했답니다. 일주일 걸림)

  11. 늘 재미없을까봐 걱정하시는데 진짜진짜 재미있어요! 제가 온존일 ebs교재만 보는 고3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ㅎㅎㅎ 여하튼 일주일에 하나밖에 안 올라온다는게 안타까울정도로 꿀잼!

  12. 너무너무 재미있어요~저는 7월14일에 타지키스탄여행을 다녀왔어요~약 보름정도 있었어요. 타직친구가 있어서 여행은 편하게했지만 물이 맞지않아 설사로 고생했던 기억이 나네요..ㅠ그래도 너무 값진 여행이였어요.그때 파미르에 큰 홍수가나서 허가를 내주지않아 다음을 기약했어요 ㅠㅠ꼭 멋진파미르의 풍경을 담아주세요~

  13. 우리 아들도 파미르근처 여행중인데 항상걱정입니다

  14. 전 우즈베키스탄에 다녀왔었는데, 여기보다는 녹음이 더 많았던것같습니다.
    벌써 10년 전
    좋은 여행기 감사합니다.
    잠시 추억여행 한 번 했습니다.

  15. 여행기 재밋게 보고 있어요.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요

  16. 잘 나가다 가끔 저런 기사들이 등장을 하네요.
    저 역시 필리핀에서 택시를 렌트해서 몇 군데 다녀왔는데
    매번 도착 후에 웃돈을 요구해서 정말 기분 안 좋았거든요.
    그들만의 이유가 있겠지만 정말 여행을 힘빠지게 하더라구요.
    한 겨울에 눈덮힌 파미르고원을 자전거로 넘은 제민군은
    용민군 말처럼 전설로 남을만 하네요.
    용민군 사진을 봐도 지프대신 자전거로 넘는 것은
    정말 대단한 체력과 용기가 필요하겠구나~ 싶은데요.

  17. 자전거로 저런 광활한 대지를 넘었다니 그것도 한 겨울에..
    제민이라는 분 참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이드네요.
    여행기가 재미없을거라고 걱정하시지만 처음부터 같이 시작했던 저로서는
    이런 여행기가 오히려 DJL님 다운 여행기라 재미있게 읽고 있으니 걱정은 안하셨으면해요~

  18. 좋은 정보 잘보고 갑니다

  19. 기분나쁜일을 지나간일이라 털어버리다니 현명하시네여

  20. 정말 가고싶은 곳이예요. 이렇게라도 사진과 여행기를 보니 반갑습니다!

  21. 세상 이런 곳 저런 곳....
    어느곳에나 말도 안되게 자신만의 이익을 지나치게 추구하는이들이 있죠
    그래도 그들이 그돈으로 악행을 하려하는것이 아닌 , 단지 부양해야할 사람들이 있어서 그랬거니 하시고~
    그 부양할 대상들에게 좀더 보태줬다고 생각하며 웃으면서 여행하시길요~~^^

    그 하늘과 그길은 환상적이군요. 꼭 풀과 나무가 있어야만이 아름다운것은 아니지요^^
    맑고 시린듯한 물과 자연스런 길....고요함을 느낄 분위기 기타등등 아름다움과 감동은 도처에 있죠~^^

    건강하세요^^

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152. 파미르 고원 여행의 시작. (타지키스탄 - 호로그, 이시카심)


아침에 일어나니 몇몇 사람들이 아침을 먹고 있었다.

아침식사는 추가 요금을 내야하지만 나가서 먹는 것보다 저렴하고 편하니 그냥 먹기로했다.

숙소에서 만난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파미르 고원의 전초기지인 호로그를 구경하러 나선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조상님들의 말씀을 받들어 우선 점심부터 먹기로 했다.

볶음밥인 쁠롭과 닭다리는 기본에 양배추 스프까지 시켜 푸짐하게 먹는다.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는데 참 부실하게 생겼다.

음식을 먹을 때마다 사진을 찍는 나를 보고 폴이 신기하다며 웃는다.

우리가 묵고 있는 숙소에서 호로그 시내까지는 30분 정도 걸어가야하는데 풍경이 아름다워 멀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우선 호로그 시내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갔다.

식료품 위주라 딱히 살 물건이 없어도 그냥 구경하는 것이 재밌다.

중앙아시아에서 대장금이 인기있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정말로 비닐 봉지에 이영애 누나가 그려져 있었다.

역시 미인은 어딜 가도 미인인 것 같다.

시장 구경을 하다 슈퍼에 들어갔는데 처음 보는 콜라가 보인다.

이 콜라 역시 탄산이 좀 약하고 단맛이 강했는데 콜라는 역시 코카콜라인 것 같다.

어제 저녁을 먹었던 가게에 다시 갔는데 파티가 한창이다.

비어있는 테이블이 없어 바에서 맥주를 마시는데 사람들이 같이 춤을 추자고 한다.

음주는 자신있지만 가무에는 소질이 없어 걱정했는데 타지키스탄의 춤은 출만 했다.

할줄 아는 말은 한국인을 지칭하는 '까레이'밖에 없었지만 신나게 춤을 췄다.

가족 축제인 것 같았는데 춤추는 모습은 사진으로 남기면 안 된다길래 우리와 같이 놀던 꼬마와 사진을 찍었다.

춤바람이 나 1시간 정도 춤을 추며 놀다보니 배가 고파 다른 식당에 가 저녁을 시켰다.

저녁을 먹은 식당에서는 맥주를 안 판다길래 다시 술집으로 돌아왔더니 파티가 끝나가고 있었다.

맥주를 시키고 또 사진을 찍으니 다들 웃는다.

즐겁게 놀고 숙소로 돌아와 씻으려 하니 녹물이 나온다.

일시적인 줄 알고 물을 틀어놔봤지만 계속 녹물이 나오길래 사놨던 생수로 양치질만 하고 자기로 했다.

여행을 하며 가장 신경쓰는 곳이 치아인데 다행히 아직까지 충치는 안 생긴 것 같다.

오늘 아침도 달걀 후라이와 빵이다.

정말 소박한 아침인데 빵과 버터만으로도 정말 맛있었다.

맛있어서 그런지 위장이 늘어나서 그런지 큰 빵을 하나 다 먹어야 배가 불러 살이 찔까봐 걱정도 됐지만 많이 움직이니 괜찮다고 합리화 하며 계속 먹었다.

호로그를 벗어나 파미르 고원으로 들어가면 인터넷을 쓸 수 있는 곳이 없기에 호로그에서 여행기를 미리 예약전송으로 올려놓고 떠나야한다.

그렇기에 호로그에서 좀 더 머물며 여행기도 쓰고 천천히 움직이려 했는데 어쩌다보니 지프를 빌릴 팀원이 구해져 이동하게 됐다.

지프를 빌리고 보니 파미르 고원에 겨울이 오고 있어 아마 앞으로 많아야 한 팀 정도만 더 여행을 하러 올 것 같다며 지금 떠나는 것이 낫다고 주인 아줌마께서 말을 하신다. 

이번에 일행에 합류한 랄프도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해 천천히 사진을 찍으며 가기로 했다.

이 강만 건너면 우리가 뉴스에서만 보던 아프가니스탄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나도 론리 플래닛이 있지만 자세히 보는 스타일이 아니라 파미르 산맥에 어떤 곳이 있는지 잘 모르는데 나를 제외한 모두가 여행 준비를 철저하게 하는 스타일이라 곳곳의 포인트를 다 알고 있었다.

덕분에 노천 온천에도 왔는데 내가 이번 파미르 여행은 앞으로도 이 친구들 덕을 좀 봐야겠다.

사진을 찍다보니 온천수가 올라오는 곳에 달걀을 삶아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천에 왔으니 당연히 들어가봐야한다.

오랜만에 따뜻한 물에 들어가니 기분이 좋아진다.

목욕 후에는 바나나 우유를 마셔야 하는데 여기는 타지키스탄이니 꿩 대신 닭으로 주스를 마신다.

오토바이를 타고 파미르 고원을 넘는 친구도 있었는데 재미있을 것 같으면서도 무서울 것 같다.

자전거로 도로를 달리는 것은 무섭지 않은데 오토바이로 도로를 달리는 것은 사고가 날까봐 무섭다.

내가 생각해도 참 이상한 논리인데 사고가 날까봐 무서워 오토바이를 못 타겠다.

먼지만 날리는 길이 뭐가 좋냐고 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가 꿈꾸던 파미르 고원이라 그런지 모든 풍경이 멋있게만 보인다.

우리끼리 지프를 빌린 것이기에 좋은 풍경이 보이는 곳에서는 언제든지 멈출 수 있다.

나무로 만들어진 전봇대가 정말 부실하게 생겼는데 용케도 서 있는 모습이 신기했다.

우리 일행은 나를 포함해 5명인데 위에 있는 두명은 두샨베에서 나와 함께 온 폴과 안토니고 아래에 있는 부부는 영국에서 온 랄프와 하이디로 호로그에서 만나 함께 하기로 했다.

지프 기사 아저씨도 전문가이기 때문에 곳곳에 있는 식당을 알고 있어 우리가 밥을 먹자고 하면 근처의 식당에 데려가 주신다.

이번엔 염소고기를 시켰는데 나와 랄프는 맛있게 먹는데 하이디는 너무 느끼하다고 하다며 기름에 빵을 찍어 먹는 나를 신기하게 쳐다본다. 

오늘은 아프가니스탄 국경과 맞닿아있는 이시카심이라는 마을에서 묵기로 했다.

매주 토요일마다 아프가니스탄과 타지키스탄의 국경의 중립지역에서 양 측의 사람들이 시장을 여는데 요새는 현지 분위기가 안 좋아 시장이 안 열린지 한 달이 넘었다고 한다.

우리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우선은 토요일인 내일 아침까지는 이시카심에 있기로 했다.

이 길을 쭉 따라가면 파미르 고원이 나오고 내가 유럽에서부터 그리워 하던 자연이 나온다.

내일부터 떠날 길이 정말 기대된다.

공용 지프 승차장같은데 장식을 예쁘게 해놨다.

그저 기능만 강조하기보다 아름다움을 함께 넣는 것이 건축일텐데 앞으로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숙소로 돌아가는데 귀여운 꼬맹이들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찍은 사진을 보여주니 정말 좋아한다.

이런 토끼같은 딸래미가 있다면 하루하루가 행복할 것 같다.

저녁은 양배추 스프다.

자주 보이는 것을 보니 타지키스탄의 대표음식인 것 같은데 기름진 국물과 빵을 같이 먹으면 꽤 맛있다.

매번 말하는 것이지만 음식을 안 가리는 것은 정말 타고난 복인 것 같다.

느끼한 음식을 먹었으면 차를 한잔 해야한다.

특히 랄프와 하이디는 차를 좋아해 식사가 끝나면 매번 차를 마신다.

역시 영국에서 온 것이 맞는 것 같다. 

타지키스탄에 와서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기 시작해서 그런지 한동안 조용하던 설사병이 터졌다.

새벽에 화장실을 하도 들락날락 거리다보니 가지고 있던 휴지를 다 써버려 다른 사람들이 두고 간 휴지를 주워 사용했다.

하지만 이미 인도에서 설사병의 극한을 겪어봤기에 담담하게 견뎌낸다.



분량 조절을 하다보니 이번 이야기는 좀 짧습니다.


다음 이야기는 더 많은 사진으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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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댓글입니다

    • 안녕하세요.
      당연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ㅎㅎ
      지금은 열심히 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다음 여행 계획은 아직 모르겠어요.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 여행 다닐 때 사진 찍기가 번거롭고 귀찮기는 해도 돌아와서 봤을 때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는 말이 정말인 것 같습니다. 저도 비록 제 몸은 우리나라 땅에 있지만 올려주신 사진과 글귀를 보고 있자니 왠지 아름다운 자연이 펼쳐져있는 고원에 올라가있는 느낌이 드네요. 좋은 정보 잘 봤습니다. 저희 블로그에도 여행 관련 정보가 많으니 방문해주세요^^

    • 특히 가고 싶었던 곳이라 그런지 계속해서 사진을 찍게 되더라구요.
      더 멋진 풍경이 기다리고 있으니 앞으로의 여행기도 기대해주세요~

  3. 파미르... 강 건너 아프가니스탄...
    참 좋은 자연이라는 생각이 볼 때마다 드네요. ㅎㅎ

  4. 여행기 재밌네요 ㅎㅎㅎ

  5. 양배추 스프는 아마 보르쉬인 거 같네요.
    원래 러시아 음식인데 중앙아시아에서도 많이 먹어요.
    그리고 설사하시는 건 뭘 잘못 먹은게 아니라 기름기 있는 음식을 많이 드셔서 그럴 확률이 높아요.
    중앙아시아 음식 자체가 기름기가 오지게 많거든요.
    기름 너무 많이 섭취하시지 마시고, 따뜻한 차 같은 거 많이 드세요.

  6. 노천 온천 모습을 보니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네요 ㅎ

  7. 꼬마랑 함께 찍은 사진 보니 머리를 기르셨네요 ㅎㅎ
    진정 여행자다운 모습이시네요~
    오늘도 여행기 잘보고 갑니다^_^

  8. 우연히 들어왔네요
    파미르고원과 개마고원은 그 이름만으로도 저를 여행자모드로 바꿔놓는거 같습니다 어릴때부터 끌리는게 있었죠 ㅎ

  9. 사진으로 보니 자연은 아프가니스탄하고
    크게 다르지 않은것 같습니다.
    생활은 아프가니스탄보다 질적으로 많이나은것 같습니다.

  10. 용민군과 같이 사진찍은 그 꼬마... 넘 넘 귀엽네요.
    나중에 크면 얼마나 더 멋있어질지... ^^
    아~ 물론 용민군도 잘 생겼습니돠~~ ㅎㅎㅎ

  11. 조금만 더 가면 보일 듯한 목적지가 궁금해지네요.
    타지키스탄이 어떤 곳인지는 모르지만 파미르 고원은 여행기를 통해 어떤 곳인지 궁금해졌어요.
    늘 재미있는 여행기 잘 보고있습니다.

  12. 온천사진 근처의 사진들은 자연좋아하는 저로서는 정말 짱이네여!!
    아직 제대로 파미르가 아닌데에도 불구하고 정말 대단합니다

  13. 오호~~~^^
    양배추스프를 한먹 먹고싶군요^^
    빵도 맛있어 보이고~^^
    석회가 포함된 온천은 아름답고 포근하게 보이네요
    그 지역에서 ...이런 온천이라니~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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