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메고 세계일주 - 040. 재미없는 이야기. (인도 - 리쉬께쉬)



항상 축제면 노는 것이 재미 없을테니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오트밀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냥 오트밀만 먹으면 질린다고 옆방에서 시나몬 가루를 협찬해줬다. 

시나몬 가루를 넣으면 맛이 산다는데 코가 막혀서 맛을 잘 모르겠다.
김첨지네 마누라도 아니고 시나몬 가루를 줬는데 왜 맛을 느끼지 못하니. 

오전 요가를 하고 다시 옆방에 놀러 갔더니 형님께서 특식을 만들고 있길래 얻어먹었다.

인도는 과일이 싸 만드는데 비용은 얼마 들지 않기에 마음만 먹으면 이런저런 것들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난 언제나 따로따로 먹고 뱃속에서 섞는 것을 선호한다.

그릇을 씻기가 귀찮은 것이 아니라 씻는데 들어가는 물을 절약하려고 그러는 거다.
지구는 소중하니까요. 

이번에는 또 다른 탈리집을 찾아 갔다.

진짜로 나는 아쉬람의 탈리가 맛있는데 사람들은 나를 걱정하며 밖에 나가면 맛있는 곳이 있다고 따라오라고 한다.

나를 생각해서 전날 맛있었던 식당으로 갔는데 오늘은 맛이 없어 미안해 한다.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과 곁에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나도 남들을 배려하려고 노력하는데 잘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근데 잘해주면 무시하고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영화 부당거래에서 참 좋은 말을 해줬다.

'호이가 계속 되면 그게 둘리인 줄 알어.'
무언가를 받기 위해 행동하지 않으며 받은 것은 잊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입맛을 고치려 벽돌아이스크림을 하나 깨먹는데 소가 계속 들이댄다.

어디 사람이 음식을 먹는데 짐승이 다가오냐고 뭐라하며 쫓아내도 포기를 모르고 주위를 멤돈다.

결국 우리가 다 먹고 일어나자 다가와 핥아먹는다.

그래 너도 먹고 살기 힘들겠구나.

근데 넌 잡아먹힐 걱정도 없고 그냥 음식들을 주워 먹고 사니 편하기도 하겠구나.

하지만 인생이 아무리 힘들다해도 난 사람으로 살련다.

<오늘의 생각>


인도에 다시 온다면 바라나시와 리쉬께쉬로 올 것 같다.

 

오: 오늘도 오트밀이다.

트: 트.........

밀: .......
삼행시를 바로바로 짓는 사람들은 참 대단한 것 같다.

탈: 탈리는 맛있다.

리: 이 정도 먹었으면 질릴만도 한데 아직도 맛있다.
아 역시 난 개그맨하면 안 되겠다.

이번에는 혹시나 해서 망고 요거트를 먹었는데 역시나 달기만 했다.

태국의 요구르트가 그립다.
인도에서는 그냥 라씨를 사서 먹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다.

요가를 계속해서 해보려고 요가책을 사러 가서 스도쿠도 책도 하나 샀다.

가방이 포화상태라 새로 넣을 것이 생기면 기존에 있던 것을 버려야한다.

이번에도 안에 있는 모든 것이 다 필요할 것 같아 무엇을 버릴지 쉽게 정하지 못하겠지만 무언가는 버려야한다.

모든 것을 다 가지려고 하다가는 죽도 밥도 안된다.

 

모르겠네 정말 난 모르겠어

도대체 무슨 생각하는지

여기저기 거기 둘러봐도

아무런 것도 하나 없는데
 

왜 찾으려고 하니

왜 떠나려고 하니

자꾸 그럴수록 슬퍼져요

혼자 살아가야 하니까
 

말로만 그래놓고 또 또

또다시 그러면 어떡하니 

자꾸 자꾸 그럴수록 사람

사람이 사랑이 안보이잖아
 

아 여보게 정신차려 이 친구야

아 여보게 정신차려 이 친구야
 

모르겠네 정말 난 모르겠어

도대체 무슨 생각하는지

무엇이 그리도 크길래

욕심이 자꾸 커져만가나
 

왜 잡으려고 하니

왜 가지려고 하니

자꾸 그럴수록 외로워져

혼자 살아가야 하니까
 

말로만 그래놓고 또

또 또다시 그러면 어떡하니 

자꾸 자꾸 그럴수록 사람

사람이 사랑이 안보이잖아
 

아 여보게 정신차려 이 친구야

아 여보게 정신차려 이 친구야
 

왜 찾으려고 하니

왜 떠나려고 하니

자꾸 그럴수록 슬퍼져요

혼자 살아가야 하니까
 

말로만 그래놓고 또 또

또다시 그러면 어떻하니

자꾸 자꾸 그럴수록 사람

사람이 사랑이 안보이잖아
 

아 여보게 정신차려 이 친구야

아 여보게 정신차려 이 친구야
아 여보게 정신차려 이 친구야

아 여보게 정신차려 이 친구야

김수철 - 정신차려 

 

<오늘의 생각>


요가가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아침에 우유를 사러 갔는데 다른 우유아저씨가 왔다.

2주 동안 매일 보던 아저씨가 갑자기 바뀌니 섭섭했는데 돌아오는 길에 원래 우유아저씨를 만났다.

알고보니 5시, 7시, 7시 40분. 총 3명의 우유아저씨가 있는데 오늘은 7시에 도는 아저씨가 늦게 돌은 거라고 했다.
7시에 도는 아저씨가 7시 30분에 돌면 10분 뒤에 도는 아저씨는 장사가 안 될텐데 같은 업종끼리 너무 한 것 같다.
본의아니게 아저씨를 배신한 것 같아 미안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요가를 한다.

전까지는 힘들어도 계속 참고 했었는데 어제 저녁 요가시간부터 요가가 재미있게 다가왔다.

사진을 보면 가운데 서 있는 친구는 내가 킁킁이라고 별명을 지어줬다.

누군가에게 호흡법을 배운 것 같은데 손을 위아래로 올렸다 내리면서 엄청난 소리를 내며 콧김을 내뿜는다.

킁킁이를 처음 본 사람들은 다들 놀라는데 이제는 다들 그냥 킁킁이가 왔는가보다 한다. 

매일 똑같은 탈리만 보니 보는 사람들이 질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한국에 있을 때는 똑같은 음식을 매일 먹기 싫었는데 해외로 나오니 다 맛있다.

아무래도 여행에 특화된 체질인 것 같다.
집에 돌아가면 반찬투정해야지. 

인도에서 토마토는 1kg에 15루피(한화 300원)이라 먹다가 남주고 소주고 개도 준다고 한다.

한국의 토마토는 새콤달콤한 맛이 있는데 인도 토마토는 그냥 토마토의 형태와 식감만 가지고 있다.

기아가 개막전 8연패에서 벗어났다.

개막전을 볼 때마다 이길거라는 기대는 하지도 않았었는데 드디어 연패의 사슬을 끊었다.

올해는 V11을 했으면 좋겠다.

정정합니다.
2013년 9월 6일 현재, 기아는 꼴아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고작 개막경기에서 설레발을 쳤던 제가 죽일 놈 입니다.
그냥 꼴찌하면 좋겠는데 한화가 너무 강하니 8위로 만족합니다.
아 어서 기아가 해체해야 야구를 안 볼텐데... 

사람들이 한 명씩 떠날 날이 다가와 마지막 만찬을 즐기기로 했다.

인도의 유명한 관광지에는 항상 레스토랑이 있고 피자, 파스타 등 서양식을 판다.

가격도 비싼 편이 아니기에 서양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인도에 와서 살이 쪄서 간다고 한다.
 

게다가 인도 음식에는 향신료도 많이 써 못 먹는 사람도 많은데 그런 사람들도 주로 서양식이나 무난한 음식들을 찾아 먹는다고 한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난 향신료로 범벅이 된 음식도 잘 먹고, 서양식도 잘 먹는다.

곤이형님에게 난 속에 잼이 들어있는 과자를 좋아한다고 했더니 딱 나한테 맞는 과자가 있다며 한봉지를 사오셨다.

가격은 좀 비싼 30루피(한화 600원)정도 했는데 맛은 정말 최고였다.

특히 속에 있는 상큼하고 쫀득쫀득한 잼은 여행하며 먹은 과자 중에 처음 느껴본 맛이었다. 

역시 비싼 과자는 다르긴 달랐다.

자주는 못 먹어도 가끔씩 먹어야겠다.

<오늘의 생각>


내가 인도인들보다 탈리를 더 많이 먹을 거라는 소리를 들었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요가수업이 없어 늦잠을 자도 되는데 새벽 6시에 잠에서 깼다.

더 자려다가 그냥 나중에 낮잠을 자기로 하고 빨래를 했다.

바람을 불어 넣어 쓰는 에어베개도 빨아봤는데 다시 베고 잠을 자고 싶을 정도로 깨끗해졌다.

원숭이들이 담을 타고 다니지 못하게 유리조각들을 담에 붙여놨는데 원숭이들은 그 위를 잘 다닌다.

담을 타고 다니며 혼자 다니는 사람들이 들고 다니는 봉지나 음식을 뺏어 가는 모습이 정말 얄밉다.
예전에 캄보디아에서 원숭이에게 점심을 뺏겼던 일이 떠오른다. 

누군가 원숭이 퇴치작전을 한다면 두 팔 걷어 붙이고 나설 거다.

아침에 오트밀을 먹으려는데 어제 사둔 과자가 눈에 들어왔다.

오트밀을 조금 먹고 과자를 먹으려 했는데 이상하게 배가 고파져 원래 먹던 것과 똑같은 양을 먹어버렸다.

과자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자 그에 맞춰 배가 고파지다니 파블로프의 개가 된 기분이다.

사람들만 홀리를 즐긴게 아니라 소도 홀리를 즐겼다.

사람들은 집에 돌아가 깨끗이 씻었지만 소는 비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한다.

원래 더럽던 소가 더 더러워졌다. 

밀린 여행기들을 거의 다 쓰고 나니 인터넷의 세계에서 한 눈을 팔기 시작했다.
외국에 나와서도 인터넷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니 대단한 세상이다. 

'덴마'를 그리고 있는 양영순작가의 전작인 '천일야화'와 '라미레코드'를 봤는데 양영순작가는 천재다.

이런 상상력과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부러울 정도다.

믓시엘....

배가 별로 안고파 점심을 걸러서 군것질을 하러 나가는데 얼마 전에 들어온 애가 도와달라고 한다.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니 불이 났는데 아무도 신경을 안쓰고 자신의 말을 안 듣는다고 나라도 도와 달라고 한다.

왠지 별일 아닌 것으로 호들갑을 떠는 것 같은데 도와달라고 하니 우선 양동이에 물을 받아서 쫓아갔다.

가보니 그냥 쓰레기를 태우고 있는데 불이 났다고 물을 끼얹어 끄고 있었다.

어이가 없어서 그냥 돌아왔더니 아쉬람의 매니져가 쟤는 돌아이니까 그냥 무시하라고 한다.

돌아이가 아니라 깨끗한 환경에서만 자랐는지 인도인의 삶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불쌍한 애처럼 보였다.

내가 원래 이런 것이니 괜찮다며 가자 다른 사람을 붙잡고 불을 끄러가자고 한다.
 

저녁에 돌아와 다시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니 결국 자기 혼자 불을 껐다며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닌다.

관심이 필요한 불쌍한 돌아이였다.

국적은 모르지만 왠지 억양이 이탈리안인 것 같아 오늘부터 애를 '이탈리안 싸이코'라 부르기로 했다.

불 끄느라 수고했으니 맛있는 것을 먹어야 하는데 줄 수 있는게 사모사밖에 없다.

그래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먹는다.

어제 저녁을 먹으며 환상의 망고아이스크림이 있다는 정보를 얻었었다.

가격은 20루피(한화 400원)인데 쫀득쫀득하고 망고를 통째로 얼린듯한 맛이 난다고 해 기대를 하면서 샀다.

한입을 베어 먹는 순간 사랑에 빠졌다.

정말 최고의 맛이었다.

오트밀이 다 떨어졌으니 한봉지 더 사고 딸기맛 라씨를 샀는데 별로였다.

요구르트도 맛 없고, 요거트도 맛 없고, 맥주도 맛 없고 그냥 사람들이 즉석에서 만들어 파는 라씨와 짜이만 먹어야겠다.

새벽부터 열심히 한 빨래에 앙칼진 새님이 똥을 갈겨놓으셨다.
 

인도인은 밥은 오른손으로 먹고 응아를 싸고 뒷처리는 물을 이용해 왼손으로 한다.

내가 아무리 현지화를 추구한다고 해도 응아까지 현지화 할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고 있었다.

하루는 곤이형님이 왜 밥만 손으로 먹냐길래 차마 뒷처리까지는 현지화가 어렵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곤이형님이 든 예가 지나가다 새똥을 맞으면 휴지로 닦는지 물로 닦는지 생각해보라며 물이 더 깨끗하다고 했었다.

새똥을 물로 닦다보니 그 대화가 생각났지만 그래도 뒷처리는 휴지를 쓸 생각이다.

뒹굴거리고 있었더니 송아지가 죽었다는 제보가 들어와 갔더니 개들이 파먹고 있었다.

먹고 먹히는 동물의 세계라지만 직접 앞에서 보니 징그러웠다.

내가 소고기를 먹는 것과 다른 것이라고는 내 눈앞에 시체가 없다는 것 뿐인데 전혀 다른 세계처럼 보인다.

그렇다고 앞으로 고기를 안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아니다.

내 본능은 육식성 잡식동물이다.

하지만 지금은 초식동물이 되고 있다.

고기는 비싸니까 콩과 감자만 먹는다.

집에 있을 때는 식탁에 거의 매일 고기나 생선 등 메인 반찬이 올라왔었는데 그게 진수성찬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아무래도 한국에 돌아가서 엄마에게 반찬투정을 하면 인도에 있을 때를 생각하라며 그냥 나물을 줄 것 같다.

다음에는 고기를 많이 먹는 나라로 가서 반론을 해야겠다.

<오늘의 생각>


글쓰기가 참 어렵다.

 

오늘도 오트밀이다.

어제 집에 전화를 하면서 엄마에게 밥은 잘 먹고는 있지만 아마 인도편을 보면 까무라칠 거라고 이야기 했었다.

2주동안 영양가 없어보이는 오트밀과 탈리를 먹는 모습을 보면 또 걱정하실테지만 난 정말 잘 먹고 있으니 걱정 하지마세요.

글쓰기가 정말 어렵다.

내가 전문적인 작가가 아니라지만 글을 쓰고 있는 이상 더 재미있고 좋은 글을 쓰고 싶다.

더 많은 사람이 내 글을 봐줬으면 좋겠고 내 글을 보고 즐거워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어제 저녁에 저번에 베트남편에서 베트남전과 한국전쟁을 비교한 표를 보고 비꼬려고 '참 자랑스럽다.'라고 말한 것을 그대로 받아들인 사람이 있었다.

내가 글을 못 쓰는 것은 맞지만 그 것은 정말 위트였는데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었다.

또 내가 삼성광고판을 보고 좋아한 것까지 말이 나왔는데 나도 삼성의 잘못된 부분을을 지적하는 사람들 중에 하나지만 위안부와 관련된 미츠비시의 광고판을 보는 것보다 삼성의 광고판을 보는게 더 좋고 이 작은 나라에서 세계적으로 통하는 기업이 있다는 사실은 자랑스럽다.

거기다 한발 더 나가 민족주의 성향을 가졌다는 이야기도 나왔는데 나는 대한민국이 아무리 잘못된 부분이 많아도 내가 태어난 대한민국을 사랑한다.

이렇게 쓰면 극우꼴통보수라고 할까봐 덧붙이자면 나도 촛불시위 참가하고 마음 맞는 사람 만나면 정치이야기 하면서 대통령 욕하는 사람이다.


지금 한국은 국정원 문제로 시끄럽다는데 이러나 저러나 나는 한국이 좋다.
그러니 한국이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겠다.

오늘은 캄보디아의 프놈펜편에서 뚜엉슬렝 이야기에서 폴포트를 미친놈이라고 쓰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광주폭동이라 쓰는 놈은 꺼지라고 쓴 부분을 지적당했다.
글을 쓰던 당시에 흥분했었기에 표현이 거칠었던 것은 인정하고 사과를 했다. 

진심으로 내가 쓴 표현이 과격했음을 지적한 것이라고 믿고 싶다.

제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광주폭동이라 생각하고 이게 정치적성향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었기를 바란다.

위에서 말했듯이 난 한국인인게 자랑스럽지만 역사를 왜곡하고 아프고 위대한 과거를 희화화하는 사람들과 같은 한국인이라는 것은 부끄럽다.

이런 일이 생길정도로 다양한 사람이 내 글을 읽고 있다고 좋게 생각하고 웃으며 넘어가고 싶은데 잘 안된다.

밥먹고 힘내야겠다.

밀렸던 여행기들을 다 쓰고 이제야 리쉬께쉬편으로 넘어왔다.

글쓰는게 어려운만큼 재미있으니 계속 쓸거다.

다시는 못할 여행이고 다시 오지 않은 순간들이기에 빠짐없이 기록으로 남길거다.

누가 뭐라해서 관둘 것이었으면 시작도 안했다.


앞으로도 제가 여행기에 쓴 부분 중 고쳐야 할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지 지적해주시길 바랍니다.

제가 잘못 알거나 실수한 부분이 있으면 바로 수정을 하겠습니다.

힘든 일이 있었으니 나를 달래야한다.

미천한 제가 망고님을 뵙사옵니다.

망고님의 희생을 바탕으로 더 열심히 살겠습니다.

저녁요가는 아침과 다르게 양 옆으로 쭉 늘어서서 요가를 한다.

요가를 배우는 사람들 중에 내 몸이 가장 뻣뻣하다.

모든 사람이 다 되는 동작이 나는 안된다.

요가선생님도 그 것을 알고 나를 집중관리 해주신다.

내가 아둥바둥거리며 동작을 하고 있으면 뒤에서 눌러주고 계속 조언을 해준다.

그 결과 정말 신기하게도 리쉬께쉬를 떠나기 전 날에 목표를 이뤘다. 

학창시절에 유연성 테스트에서 손 끝이 발끝에 닿은 적이 없는데 드디어 해냈다.

여러분, 2주만 아침 저녁으로 요가하면 몸이 유연해집니다. 

목표를 달성했다고 노을도 이쁘게 진다.

아침에 곤이형님이 갑자기 떠났었다.

만우절날 간다고 하시길래 거짓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진짜로 떠나는 것이었다.
 

어차피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기에 잘 가시라고 했었는데 저녁요가를 마치고 나오니 리셉션 형아가 날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알려줬다.

짐을 보니 진짜 곤이형님 짐이길래 강가로 가보니 기타를 치고 계셨다.

갑자기 떠나고 싶어서 떠났는데 나가는 기차가 없어서 돌아왔다고 하신다.

사실 리쉬께쉬의 한국인 모임에는 한 명이 더 있다.

저번에 문화생활을 즐기며 피자를 먹던 날 식당에서 한 아리따운 여성분이 우리에게 말을 거셨다.

엄청 미인이신데 요가를 배우기 위해 인도를 찾아오셨다길래 요가 선생님으로 착각할 뻔 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가 묵고 있는 아쉬람을 소개해드렸더니 며칠 뒤 우리 아쉬람으로 옮겨오셨다.

그런데 더러운 인도에 잘 적응을 못하시길래 리쉬께쉬에 있는 동안은 마마님으로 모시며 도와드리면서 지내기로 했다.
 

마마님은 요가에 대한 욕심은 많으셔서 여기 저기 많이 알아보신다.

문제는 욕심만 많고 의욕이 별로 없어 실천으로 옮기지 않으시길래 몇 번 충언을 해드렸는데 헤어지면서도 이것 저것 걱정이 됐었다.

부디 내가 떠나고 새로운 충신을 구하셨기를 바란다.
헤어지기 전에 내가 마마님께 충신으로 하는 마지막 충언은 '마마, 부디 델리로 돌아가셔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시옵소서.'였다.

내가 목표도 달성했고 이제 다음 여행지를 향해 하산한다고 하니 미경누나와 마마님이 외식을 하자고 했다.

목표를 달성해서 그런지 초면이 정말 맛있었다.

다같이 망고맛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갔는데 다들 아이스크림에 푹 빠졌다.

마치 꼬마애들처럼 벽에 붙어 있는 아이스크림 전단지를 보면서 무슨 맛일지 궁금해 하며 입맛을 다시다 돌아왔다.

<오늘의 생각>


목표를 달성했으니 하산해야겠다.

 

리쉬께쉬에서의 마지막 오트밀을 먹는다.
그런데 아직도 코가 막혀있어 시나몬 가루의 맛을 못 느낀다.
참 슬프다. 

어제 목표를 달성하려고 무리를 했는지 아침에 일어나니 다리에 쥐가 난듯이 아파 그냥 쉬었다.

아침 요가선생님은 그냥 말로 이런 자세를 취하라고만 하고 유격훈련을 시키는 조교처럼 기분이 나쁘게 가르쳐서 별로 안 좋아했었지만 그래도 몸이 유연해진다는 생각으로 매일 수업을 들었었다.
사람들이 제 발로 돈을 내고 찾아와 얼차려를 시켜달라고 하니 요가 선생님들은 참 재미있을 것 같다.
 

그동안 모기와의 전쟁에서 쓴 무기들이다.

난 모기한테 한번 물리면 물린 부위가 일주일정도 부어있고 간지러워서 죽을 지경이다.

그래서 매일 밤 모기향을 독하게 피우고 자는데 내 방에 처음 온 사람들은 모기향 냄새에 기겁을 한다.

몸에 안 좋은 것은 알지만 모기한테 물리는 것보다 모기향에 찌드는 것이 낫다.

어제까지는 푸르던 나무에 꽃이 피었다.

봄이 다가오는 것이 보인다.

원래 인도가 그런건지 지구온난화 때문인지 몰라도 봄이 아니라 여름처럼 덥다.

자꾸 마지막이라는 이유를 붙이며 외식을 하자고 해 또 밖에서 탈리를 먹었다.

어제부터 계속해서 마지막이라는 말을 쓰고 있는데 그만큼 헤어지는게 아쉬웠다.

밥을 먹은 뒤 곤이형님과 나는 벽돌아이스크림을 하나 깨기로 하고 미경누나는 산책을 하러 갔다.

아쉬람의 마당에서 뒹굴거리고 있는데 미경누나가 이따가 기차에서 먹으라며 과자를 한봉지 사오셨다.

매일 싸구려만 먹지 말고 좋은 것도 적절히 먹으라며 내가 좋아하는 잼이 들어있는 종류들 중에 고급과자로만 사주셨다.

한 10일정도 만나고 헤어지는 인연이었는데 이렇게까지 챙겨주시니 정말 감사했다.
 

정말 고마워서 아껴서 잘 먹었어요. 앞으로 슈퍼에서 쨈 과자를 보면 누나가 떠오를 것 같아요. 

누나의 유행어처럼 적절히 잘 챙겨 먹을게요.

짐이 늘어나서 가방에서 필요없는 것을 추려내야했다.

원래 책에 밑줄을 긋는 것도 싫어할 정도기에 책을 찢는다는 것은 생각도 안하는데 역시 사람은 닥치면 다 한다.

차마 버릴 짐이 없어 내가 갈 곳들만 추려내고 마마님에게 기증을 했다.

책을 찢을 때 가슴이 찢어지는 기분이었지만 책은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는 마음으로 찢었다. 

인도로 다시 올지 안 올지 모르겠지만 만약 다시 온다면 꼭 들릴 것 같은 리쉬께쉬다.



내가 탈 기차가 들어왔는데 내가 탈 칸이 없었다.

기차는 출발할 시간이 다되가는데 아무리 찾아도 내가 탈 칸이 없다.

사람들이 다 같이 기다리는 것을 보니 뭔가 잘못된 것 같지는 않았지만 혹시나 해서 물어보니 저쪽에서 내가 탈 칸이 오고 있다고 한다.

덕분에 인도기차가 연결하는 모습도 봤는데 한국과 별다를게 없었다.

그럼 이제 다시 떠나볼까.

<오늘의 생각>

하루종일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으니 심심해 죽는 줄 알았다.


 



  1. 2주의 여행을 마치시고 다른 여행지로 떠나시나보네요~
    늘 재밌게 보고있습니다.
    다음 여행지에서 이어질 이야기가 벌써부터 궁금해지네요^^

    • 요가를 배우는 동안은 별로 재미있는 이야기가 없어 걱정했는데 좋은 댓글들만 달아주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다음 이야기부터는 다시 많이 돌아다니니까 기대해주세요.

  2. 계속 먹는 얘기만 하실건가요?

    • 헛. 쓸 때는 잘 몰랐는데 댓글을 보고 다시 여행기를 보니 70% 이상이 먹는 이야기네요...
      사실 리쉬께쉬에서는 요가를 배우고 먹기만 해서 할 이야기가 없었습니다.
      다음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3. 이제 오트밀과도 안녕인가요 그립겠는데요 ㅋ
    글 지금 이대로도 좋아요
    일주일 동안 기다렸습니다^^
    사람들의 다름은 여행 현지를 받아들이듯이 편하게 받아들이세요 ㅎㅎ
    다음 여행지에서도 건강하게 즐거운 일만 있기를 바랍니다
    화이팅^^

  4. 요가. 저도 인도에서 한번 배워볼까 생각만 했었지요. 유연성과는 거리가 멀어서요 ㅠㅠ

  5. 글 제목이 제미없는 여행기라 했는데...
    재밌기만 한데요?^^

    글을 읽고 난 후 님은
    생각이 무척이나 많고 꼼꼼하게 살려고 노력하시는 분 같다는 생각이...
    보통 이런 분이 자기 자신에게는 관대하지 않죠...ㅎㅎ

    긴 여행기 덕분에 잘 보고 갑니다..^^

    • 생각해보니 제가 꼼꼼한 것 같기도 하고 자신에게 관대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한데 저도 제가 어떤지 잘 모르겠네요. ㅎㅎ
      부족한 여행기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6. 인도에서 2주동안 요가를 배우는 건 정말 독특한 체험일 거 같아요.
    저도 고 2때 요가를 조금 배웠는데, 하도 몸이 뻣뻣해서 집중 관리 받았어요ㅋㅋㅋㅋ

    이제 다른 여행지로 떠나시는 건가요?
    다음 여행기도 기대하겠습니다.

  7. 오~ 다리에 다리에..털이..털이 많이 났다...짐승같다.

  8. 2주일 간의 휴가를 마치고 다시 여행길로 ^^
    몸의 구성성분이 탈리랑 비슷해져 있으실 듯 ㅋ
    저도 휴가 가고 싶어요 ㅠ_ㅠ
    뭔가 건강을 되찾으신 것 같아요. 다시 심기일전해서 용감하고 대책없이 즐겁게 여행 시작하시기 바랄게요!!!

  9. 한국은 가을인데 다시 더워져서
    시원한 라씨가 먹고싶은 날씨라는..
    요가는 재미없어서 꾸준히가 안되던데
    용민군은 어떤 것이든 꾸준히 성실하게 하는 모습이 너무 좋아용 ^_^b

  10. 꽃이 핀 나무 사진을 멍하니 보다 갑니다~
    보랏빛 꽃이랑 하늘이랑 너무 잘어울리네요~
    어떤 나무일지 궁금하네요^^

    아껴서 읽어야되는데 잡으면 놓을 수가 없어요 ㅠㅠ~

  11. 대한민국은 표현에 자유가있다 하고픈말은
    맘껏해도되지않을까 자유로운 국가에서 내가하고픈 표현을 했는데 뭐가문제인건지~~힘내셨죠~^^만났던분들보니 한국의 정이 느껴지네요^^ 이제야 푹빠져 읽고있는 일인이 ~~^^

    • 댓글을 이제야 확인했네요.
      표현은 자유라지만 역사왜곡과 같은 부분에 대해서 자신의 한 말에는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해요.
      다들 여행을 좋아해서 그런지 특히 인도에서 만난 한국분들이 정이 많은 것 같아요. ㅎㅎ

  12. 용민군이 올리는 글이나 사진, 촌철살인의 멘트 등
    뭐 하나 버릴 것이 없고 멋집니다.
    무슨 글을 쓰든, 무슨 사진을 올리든
    용민군만의 자유인데 그걸 읽고 딴지를 걸
    필요는 없는것 같은데 뭐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니...
    용민군의 팬들이 더 많다는 것만 알아주세요. ^^

  13. 표현의 자유라는 것도 그 사회의 윤리적 도덕적 범주를 벗어나서는 안될 것 같네요..

    용민씨가 바른 생각을 지니고 있어, 참 기분 좋습니다..

배낭메고 세계일주 - 039. 일상 속의 축제.



새벽에 천둥소리가 들려 혹시나 하고 밖을 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날씨는 화창하고 비는 조금씩 내리는데 천둥소리는 엄청나게 커 신기했다.

이슬비라 부르기도 미안할 정도로 비가 조금 내리길래 맞을 생각으로 그냥 나왔더니 갑자기 비가 막 쏟아진다.

장대비 속에 우산을 쓸 생각을 하니 신이 나서 다시 방으로 올라가 우산을 가지고 내려오니 비가 그친다.

사람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은 아니라고 배웠는데 하늘은 아직 그 것을 모르나 보다. 

오늘도 아침은 오트밀로 든든하게 먹는다.

인도의 우유 포장은 기본적으로 500ml짜리고 더 작은 것은 가끔씩 보인다.

한국에서 시리얼을 타먹을 때와 마찬가지로 보통 오트밀을 타 먹는데 필요한 우유는 250ml정도면 충분하다.

하지만 500ml짜리를 사서 남겨두면 상할수도 있어서 매일 500ml를 그냥 먹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하는데 난 뭐가 대단한지 모르겠다. 
어떻게 보면 1L짜리 우유 절반에 오트밀을 듬뿍 먹으니 소가 여물 먹는 것 같기도 하다. 

너무 원초적인지 몰라도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을 잘 먹어야 하루종일 기분이 좋다.

밀린 빨래도 한다.

내가 생각하는 인도가 여행자의 천국이라 부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세제에 있다.

동네마다 널려있는 구멍가게에 가면 1루피(한화 20원)나 2루피(한화 40원)에 딱 1번 쓸 만큼의 양이 포장된 세제를 팔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큰 세제를 사서 작은 페트병에 넣어 다녔는데 인도에서는 한 5봉지씩 사서 가방에 넣고 다니면 된다.


더운 곳에서는 두꺼운 카고반바지를 입는데 빨래를 널려고 바지를 짤 때 마다 너무 힘들어 얇은 반바지를 하나 사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태국에서부터 몇 번씩 그런 생각을 했는데 그럴 때마다 얇은 바지를 사려면 돈이 필요하니 그냥 내 몸이 힘들고 그 돈으로 먹을 것을 사먹는 것이 낫다는 결론을 내린다.

내가 있는 리쉬께쉬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휴양을 즐기는 여행자들은 윗 부분인 락시만줄라로 가고 요가를 배우려는 여행자들은 아랫 부분인 람줄라로 온다.

비싼 비행기를 타고 인도까지 와서 나처럼 10일이 넘도록 요가를 배우는 한국인은 별로 없기에 대부분의 한국 여행자들은 락시만줄라에 있다.

대부분의 단기 여행자들처럼 나도 처음 바라나시에서 아무 것도 안 하고 1주일 정도 있을 때만 해도 더 많은 곳을 다니고 더 많은 것을 봐야한다는 생각에 사로 잡혀있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난 시간도 많고 세부적인 계획도 없으니 너무 쫓기듯 여행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게다가 인도를 돌아다닐수록 유명한 여행지만 찍고 돌아다녀서는 인도를 잘 못 느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하는대로 행동하기가 어렵다지만 이 부분에서는 마음과 몸이 딱 맞아떨어져 어느 순간부터 느긋하게 인도를 돌게 됐다. 
 

요가를 배운지 1주일 됐을 때 집에 전화를 해서 요가를 배우고 있고 앞으로도 좀 더 배울 거라고 했더니 어무이는 자세도 교정하고 잘 생각했다고 하시는 반면 아부지는 뭐하러 인도까지 가서 요가를 배우는데 시간을 오래 쓰냐고 하셨다.

부모님의 생각도 차이가 나듯이 사람마다 여행에 대한 생각이 다른데 가장 좋은 여행법은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여행하는 것 같다.

그리고 자신이 한 여행을 되돌아보면서 그 때 어떻게 했어야하는데 하고 후회하지 않으면 되는 것 같다.

형님과 미경 누나가 오늘은 일요일이라 요가수업이 없는 날이니 수도승생활은 잠시 접고 문화생활을 즐기러 락시만줄라로 올라가자고 해 졸졸 쫓아갔다.
 

바라나시에 흐르는 갠지스강의 상류가 리쉬께쉬의 강이다.

바라나시의 강은 문자 그대로 똥이 흐르는 똥물인데 여기는 깨끗하고 하얀 모래사장도 있다.

물이 맑으니 수영하는 인도인들도 많다.

아쉬람이나 집단 거주시설로 보이는데 검은색이라 음침한 기운이 돈다.
왠지 엄청난 죄수가 갇혀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각종 상점과 호텔을 보니 람줄라와는 다르게 확실히 여행자거리라는 것이 느껴진다.

하늘을 보니 다시 비가 쏟아질 것 같아 카페로 들어간지 5분만에 비가 내린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열심히 빨래했는데 비가 내린다.

명절에 시골에 가서 아버지가 세차를 할 때마다 비가 오던 일이 떠오른다.

나에게도 비를 부르는 기운이 있는 것 같은데 나중에 차를 사면 조심해야겠다.

근데 나는 차보다 집을 먼저 사고 싶은데 집이 훨씬 비싸니 걱정이다.

비가 내려도 해는 뜰 테고, 내 빨래도 언젠가는 마를 것이고, 언젠가는 집도 살 테니 속 편하게 망고쉐이크나 먹는다.

망고쉐이크를 먹는데 망고가 비싼 나라로 갔는데 망고님이 그리워지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다.

삶은 걱정의 연속이라는 말이 맞나 보다.

아직은 건기라 비는 금방 그치고 뜨거운 태양이 다시 얼굴을 내민다.

탑의 꼭대기까지 올라가려다가 바보는 높은 곳을 좋아한다는 말이 떠올라 그냥 밑에서 구경했다.

다리 위에서 떡밥을 던지면 팔뚝만한 물고기들이 달려든다.

리쉬께쉬는 술도 안팔고 철저하게 채식을 하는 곳이라 낚시하는 사람도 없으니 물고기들 세상이다.

인도에서 태어난 소나 물고기들은 참 좋은 곳에서 태어났다.  

문화생활을 제대로 즐기라며 곤이형님이 케이크와 애플파이를 사주셨는데 천국의 맛이었다.

형님도 예전에는 나처럼 다녔는데 나이를 먹으니 여행스타일이 달라졌다고 하신다.

나도 이번 여행이 끝나면 변하겠지만 아직은 어서 빵의 본고장 프랑스에 가서 맛있는 케이크를 먹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단체관광을 왔는데 다 같이 빨간모자를 쓰고 있다.

나만 신기한게 아닌지 인도인들도 계속 쳐다보며 사진을 찍는다.

청포도는 1kg에 40루피(한화 800원)밖에 안 한다.

각자 한 송이씩 먹으면서 길을 걸어가는데 한 외국인 형이 앞에 원숭이가 있으니 가방에 넣고 가라고 조언해줬다.

앞에 가던 곤이형님에게 말을 해주려고 부르는 순간 저 놈이 달려들어 포도를 뺏어갔는데 순식간에 한 송이를 해치웠다.

다른 원숭이가 뺏어먹을까봐 허겁지겁 우겨넣어 볼이 빵빵하다.

원숭이들이 음식을 뺏어가면 때리고 싶지만 할퀴거나 깨물려 광견병에 걸리면 일이 심각해지니 순순히 줘야한다.

얘는 아이스크림까지 뺏어 먹는다.

원숭이들이 영악해 외국인 여행자들이 자기들을 무서워 하는 것을 알아서 만만한 외국인들의 음식만 노린다.

인도인이나 인도동물에게 외국인은 하나같이 봉이다.

문화생활의 결정판 피자와 파스타까지 먹는다.

피자 한판의 가격은 140루피(한화 2800원)으로 크게 부담이 되는 가격은 아니니 가끔씩 문화생활을 즐겨도 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여행을 하면서 술이 생각난 적은 있어도 피자가 먹고 싶었던 적은 없다.

솔직히 속이 꽉찬 단팥빵은 먹고 싶다.

외식의 마무리는 아이스크림이다.

벽돌처럼 생겨서 벽돌아이스크림이라고 부르는데 꽤 맛있다.

나도 평소에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고 하니 싸다고 불량식품같은 저질 아이스크림을 먹었냐고 묻길래 아니라며 맛있었다며 사진을 보여주니 저질 아이스크림이 맞다고 한다.

내 입맛은 역시 싸구려인가보다.

<오늘의 생각>


역시 피자는 촘롱에서 먹은 피자가 최고였다.

 

아침에 일어나 우유를 사러 갈 때부터 종교 의식을 하고 있다.

역시 인도는 종교와 뗄레야 뗄 수 없는 나라다.

저번편부터 아침마다 매일 똑같은 오트밀 사진을 올리려니 죄송하지만 오트밀 먹은 것을 안 먹었다 할 수 없잖아요.

그리고 여행기를 읽는 분들이 내가 한 여행을 조금이나마 가까이서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대로 올리는 것이니 이쁘게 봐주세요.

어제 저녁부터 아쉬람 근처의 가게들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

모든 가게가 닫혀있어서 조용하던 골목이 상인들의 목소리로 활기가 넘치니 어색하다.

미경누나가 근처에 가게도 열었으니 맛없는 탈리 좀 적당히 먹으라는 소리를 해 식당을 찾아갔다.

여긴 50루피인데 짜파티 4장에 밥 1숟갈이 전부다.

더 먹으려면 추가 주문을 해야하고 맛도 그냥 평범했다.

역시 내 입은 싸구려이니 그냥 양 많이 주는 아쉬람 식당으로 가야겠다.

비록 내 입은 싸구려일지라도 내 인생은 싸구려가 아니기에 저질 탈리로 상처받은 영혼을 스스로 달랜다.
Amul에서 나온 라씨는 리쉬께쉬에서 처음 마셔봤는데 달달한 것이 딱 내 입맛이다. 

과자와 라씨만으로 상처를 치료할 수 없어서 파파야 한 통을 깨기로 했다.

1kg에 30루피(한화 600원)이라 제일 작은 것을 골라 무게를 재니 1kg이 조금 넘길래 35루피에 한 통을 샀다.

파파야는 숟가락으로 퍼먹어야 제 맛이다.

이제야 상처받은 영혼이 좀 달래지는 기분이다.

파파야의 효과가 남아 있는지 저녁 요가를 했는데도 배가 별로 안 고파 라면찬스를 썼다.

곤이형님도 아침에 오트밀을 드신다고 해 어차피 우유를 사는 김에 같이 사다드렸더니 고맙다며 대신 이틀에 한번씩 라면을 끓여주기로 했다.

라면은 역시 남이 끓여주는 라면이 제일 맛있다.

<오늘의 생각>


리필이 안되고 질도 낮은 탈리는 최악이다.

 

아침먹고 땡.

여느 때처럼 요가를 하고 체스를 둔다.

레벨 2로 10판을 하면 1번은 이기고 3번은 지고 6번은 무승부가 나온다.

좀 더 체계적으로 두기 위해 인터넷에서 강좌도 찾아 본다.

여행 하러와서 생각도 안 하던 요가를 배우면서 남는 시간에는 체스도 두는 여행자는 참 드물 것 같다.
이건 특이한건지 한심한건지 모르겠는데 내 여행이니 내가 재미있는게 우선이다. 

점심먹고 땡.

방에 있는데 갑자기 당근 주스가 당기길래 바로 시장으로 가 한 잔했다. 

혼자 여행하다 보니 혼자 지치고 혼자 달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몸과 마음에서 힘들다고 하면 무시하지 말고 바로바로 달래줘야한다.

아직은 어려서인지 어르고 달랠 때 최고는 먹을 것이다. 

석양이 참 아름답다.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습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시면서 하늘 한 번 바라보세요.

그리고 그 하늘에 아름다운 석양이 펼쳐져 있기를 바랄게요.

당근 주스를 먹었더니 배가 별로 안고파 사모사 몇 개를 집어 먹는다.
참 싸고 맛있는 음식이 많은 나라다. 

저녁먹고 땡.

발이 많이 텄다고 하니 곤이형님이 풋크림을 빌려주셨다.

이 수면양말은 네팔에서 산에 올라갈 때 산건데 엄청 두껍고 따듯한 것이 마음에 들어 버리지 않고 가지고 다닌다.

배낭여행자에게 배낭의 무게는 삶의 무게라는데 내 삶은 갈수록 무거워만 진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다리가 버틸 수 있으니 삶도 버틸 수 있다.

<오늘의 생각>


내가 매일 똑같은 음식을 먹는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신기하고 이상한가보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데...

 

오늘 아침은 특식이다.

오트밀에 바나나도 넣고 아몬드도 넣어서 든든하게 먹는다.

그리고 전투복도 입는다.

급하게 산다고 무려 120루피(한화 2400원)나 주고 산 새하얀 전투복이다.

전투복을 입었으니 무기도 만든다.

아침 7시에 일어나 물감 탄 물을 물풍선에 넣는데 물풍선의 질이 너무 안좋아 10개를 만들면 3개는 터진다.

1시간 30분동안 30여개의 수류탄을 만들었다.

원래는 30개 정도 더 만드려고 했었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우선 이 정도만 챙긴다.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보급이라는 것도 몸으로 배우고 여행은 참 다양한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것 같다. 

오늘은 홀리라는 이름을 가진 축제이자 전쟁의 날이다.

요정들이 물감을 뿌리고 놀던 것을 기념하는 축제라는데 축제가 열리는 날에는 모든 상점이 문을 닫고 서로 물감을 뿌리고 바르고 논다.

외국인이라 집중 공격을 받을거라는 생각으로 엄청 기대하고 나갔는데 별로 공격이 심하지 않았다.

기대에 못 미치는 분위기가 아쉬워 물풍선을 한가득 들고다니며 계속해서 전쟁터를 찾아 돌아다녔다. 

아이들은 옥상에서 물총을 쏘는데 난 주무기가 수류탄이라 반격하기가 쉬웠다.

몇번의 전투 후 길가에서 꼬마 애들을 만나서 멀리서 수류탄을 던지니 애들이 달려들어 봉지에 든 수류탄을 다 터뜨렸다.

무기를 보급받지 못하니 돌아오는 길에 공격을 받아도 반격을 할 수가 없었다.

숙소에 돌아 올 때까지 내 모습이 어떤지 몰랐는데 사진을 찍으니 망나니 하나가 서 있었다. 
그런데 내 사진을 잘 안 찍으니 웃는게 어색하다.
앞으로는 사진 찍을 때 '개구리 뒷다리'를 외쳐야겠다.

한 가지 더 이야기를 하자면 서양누나들은 길에서 마주치면 간단히 인사를 하고 얼굴에 물감을 찍어준 뒤 껴안아 준다.
누나들이 참 예뻤다. 
동방예의지국에서 태어나 남녀칠세부동석이라고 배운 난 외간여자와 함부로 껴안기 싫었는데 이상하게 거리에 누나들이 많았다.
난 진짜 이런 거 안 좋아하는데 어쩔 수 없이 반갑다고 껴안아줬다.
그런데 왜 내 입이 귀에 걸려있지.
흐흐흐흐흐. 

이제 싸우는 법을 알았으니 우선 얼굴만 씻고 점심을 든든히 먹으러 갔다.

그런데 오늘 점심은 정말 맛이 없었다.

달도 묽고 밍밍했지만, 배를 채우기 위해 먹었다.

그래도 배는 채워야 하니 짜파티 한 번 더 먹어. 두 번 먹어.

혼자 나가서 놀고 온 내 모습을 본 미경누나가 재미있겠다며 오후에는 같이 가자고 한다.

곤이형님은 인도에 자주 와서 홀리를 많이 겪었다며 안 나간다고 하신다.

원래 다른 지역은 점심 때 쯤이 가장 격렬하다 하는데 리쉬께쉬는 점심을 먹고 나오니 끝나가는 분위기였다.

결국 미적지근하게 끝이 나서 좀 아쉬웠는데 미경누나는 너무 심하지도 않고 적당해서 좋았다고 한다.


홀리의 모습을 찍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지만 카메라가 있으면 짓궂은 사람들의 집중표적이 되고 카메라 걱정을 하느라 제대로 못 즐길까봐 아예 가져갈 생각을 안했다.

미친듯이 놀 때는 노는데만 집중해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놀고 난 뒤의 모습만 찍은 점 죄송합니다.

재미있게 노느라 몸이 더러우니 샤워하러 가야겠다.

갠지스강에서 씻으면 모든 죄가 씻겨지고 윤회의 사슬이 끊겨 다음 생에는 신으로 태어날 수 있다고 한다.

바라나시의 갠지스강은 너무 더러워 도저히 들어갈 엄두가 안났지만 리쉬께쉬의 강은 안심하고 들어가도 될 정도로 맑다.

맑은 것은 좋은데 물이 조금 차갑다.

하지만 물에 들어가기 전에 차갑지 온 몸을 담그면 견딜만 하기에 푹 들어간다.

모든 죄를 씻어냈으니 이제 앞으로는 착한 일만 하고 살아야겠다.

망나니 하나가 물감칠을 하고 강에서 씻는 모습을 본 인도 가족이 웃으며 먹을 것을 준다.

인도 사람들도 하나 주면 정 없다는 말을 아는지 하나 더 준다.

아 맛있다.

배도 채웠으니 다시 한번 들어갑시다.

이번에는 세수도 하고 머리도 감는다.

씻기 전보다 더 거지같아 보이는 것은 기분 탓이겠지.

사실 무작정 갠지스강에 들어갔다 나온다고 모든 죄가 씻기는 것은 아니다.

씻는 것에도 절차가 있는데 내가 아는 것은 태양을 바라보며 물을 떠서 씻어야 한다는 것 밖에 모른다.

그러니 모든 죄가 씻기지는 않았을 것 같다.

남은 죄들은 앞으로 착한 일을 하면서 갚아야겠다.

근데 나쁜 일을 하고 착한 일을 한다고 지은 죄가 사라진다면 세상이 얼마나 편할까.

나쁜 일과 착한 일은 서로 상쇄되는 관계가 아니니 항상 명심하고 착하게 살아야겠다.

오늘부터 주방장 아저씨가 바뀐 것 같다.

전에 있던 인상 좋은 아저씨가 아니라 다른 아저씨가 저녁에도 주방을 맡고 있다.

항상 그랬듯이 감자를 더 달라고 했더니 더 못 준다고 한다.

왜 갑자기 정책이 바뀌었느냐고 뭐라 했더니 그제야 더 준다.

아저씨 투 스트라이크에요. 조심하세요. 

홀리가 만들어 준 즐거웠던 기분을 저녁 식사시간에 망쳐 시장으로 갔다.

사과주스를 골랐는데 무알콜맥주가 보여 같이 샀다.

근데 무알콜맥주가 사과주스보다 더 사과주스 같은 맛이 났다.

가끔씩은 진짜보다 가짜가 더 진짜 같은 것도 있다.

그래도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돌아와 블로그를 확인하는데 나이키와 루이비똥 등에서 리플들을 많이 달아놨다.

니들은 진짜니, 가짜니.

내용은 뭔가 좋은 말 같은데 못 알아 듣겠다.

<오늘의 생각>


광란의 홀리축제를 기대했었는데 살짝 아쉬웠다.

 




  1. 물감 묻은 얼굴에
    상의에 튀김을 꽂아넣은 사진이 제일 귀엽네요
    잘 노시네요^^

  2. 서양누나들이 껴안아줬을때 표정으로 사진 찍으세요^^
    똑같은 오트밀 사진이라도 일상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 좋네요
    마치 내가 여행을 떠난거 같아서...^^
    프랑스케익 너무 달아요 ㅡ.ㅡ
    피자는 이태리 가서 드세요^^

    • 오트밀 사진은 올리면서도 진짜 올려도 되나 고민했었는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단거 엄청 좋아하는데 어서 프랑스 가고 싶네요. ㅎㅎ

  3. 겐지스강인데 머리가 긴~것 같소이다. 이왕 간김에 빡~빡 깍고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여 성불하시오~

  4. 아니 홀리가 이제 올라온거면..ㅋ
    피자는 역시 촘롱! 언제한번 먹으러가자고 섣불리 약속못하는 피자 ㅋㅋ
    이번꺼 얼굴많이나와서 재밌다 ㅎㅎ 빨리 탈아시아좀 ㅋㅋ

  5. 아직 여행중인가 보네?~인도~~젊음이 부럽다는...
    이번 11월 미안마, 베트남 북부, 라오스 북부, 태국 북부..
    이렇게 계획하고 있다네. 자네와 만났던 므앙응오이느아 다시 가려네.
    가면 자네 생각이 많이 나겠지?
    오는 날까지 건강하게 여러가지 경험 많이 하고 오시게나~

    • 안녕하세요.
      아마 내년 겨울까지는 여기저기 돌아나닐 것 같습니다.
      저도 므앙응오이느아가 그립습니다.
      자주 찾아와주셔서 감사하고 이번 여행도 재미있게 하시길 바랄게요.

  6. 물감이 잔뜩 들은 옷을 보니 정말 장렬하게 전사하셨네요ㅋㅋㅋ
    홀리 축제 때에는 옷 버리고 위험하다고 밖에 나가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런 건 아닌가봐요.

    • 바라나시나 델리같은 곳은 위험하다던데 리쉬께쉬는 딱히 위험하지는 않더라구요.
      조금은 아쉽지만 재미있게 적당한 수준으로 잘 논 것 같습니다. ㅎㅎ

  7. 예전에 티비로 홀리 축제를 보고 인도에 가게된다면 3~4월에 가고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축제를 즐기고 난 모습을 보니 즐거워보이네요^^

    • 부끄럽게도 전 인도에 홀리축제가 있는지도 몰랐었습니다.
      그저 홀리때는 요가를 안 한다기에 홀리가 뭐지? 홀리데이인가? 했는데 축제라길래 부랴부랴 준비했는데 재미있었어요.ㅎㅎ

  8. 역시 젊은이다운 패기가 느껴지네요.
    저같으면 옷 버릴까봐 홀리축제때는 절대로
    밖에 안 나갈 것 같거든요. ^^
    왠지 물감도 잘 안 지워질거 같고~ ㅎㅎㅎ
    덕분에 구경 잘 했네요.

  9. 음식 사진만 있는 여행기에서

    여행자의 단촐한 생활이 느껴집니다

배낭메고 세계일주 - 038. 일상으로의 초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아침도 안 먹고 다시 아쉬람으로 향했다.

남는 것은 시간이고 가진 것은 집념과 근성이니 무작정 입구에 자리를 잡고 체크아웃 하는 사람을 기다렸다.

한 3시간정도 기다리니 방이 나왔는데 더블룸이길래 오늘은 그냥 쓰고 싱글룸이 나오면 방을 바꾸기로 했다.


방을 잡고 아쉬람을 둘러 보니 안에는 식당도 있었다.

아무리 봐도 묽은 카레에 밥만 나오는 달밧인데 탈리라며 40루피(한화 800원)에 판다.
25루피 정도가 적당할 질이지만 여기도 리필을 해주니 그냥 먹는다.

무슨 탈리가 이러냐고 투덜댔지만 입에 들어가는 것은 다 맛있다.

당신의 심장을 바칠만큼 중요한 사람이 있나요.

그래도 저런 탈리를 40루피나 내고 먹을 수는 없어 다른 식당을 찾으러 밖으로 나와보니 상점들이 다 문을 닫았다.

파업을 하는 것 같아 이유를 물어봤더니 정부와 마찰이 있어 문을 닫았는데 언제 다시 열지는 모른다고 한다.

다질링에서의 파업이 생각나는데 인도인들은 단합이 정말 잘 되는 것 같다.

날이 더워지는 것이 느껴졌는데 드디어 그분이 오셨다.

내 사랑 망고님이 인도에 강림하셨다.

아무 생각 없이 길을 지나가는데 과일을 파는 리어카에서 황금빛 광채를 내뿜는 그분이 보였다. 

인도에서 망고를 처음 보는 것이기에 시세를 모르니 우선 적당히 흥정을 해보고 1kg을 90루피(한화 1800원)에 샀다.

이제 나오기 시작해서인지 단맛은 조금 약했는데 먹다보니 살짝 복숭아 맛이 났다.

온도가 어서 높아져서 달콤한 망고가 나오면 좋겠다.

방금 전까지는 지금까지는 더워지지 않기를 바랐는데 망고님을 영접하니 마음이 달라진다.
망고님이 존재할 수 있다면 더워지는 것도 참을 수 있다.

해 질 녘에 밖으로 나오니 마을 청년들끼리 크리켓을 하고 있었다.

야구는 좋아하지만 크리켓은 처음 보는거라 무작정 구경했는데 정식 규칙이 아닌 간이 규칙을 적용해서인지 금방 규칙을 파악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공놀이하다가 담 밖으로 공을 넘기면 넘긴 사람이 주워오듯 인도도 공이 멀리 가면 친 사람이 주워온다.

설령 그곳이 물 속이어도 들어가서 건져온다.

리쉬께쉬에 있는 강은 갠지스 강의 상류이기에 인도인들에게 신성한 강이다.

그래서 바라나시처럼 저녁에 뿌자라고 불리는 강가의 여신에게 바치는 제사의식을 한다길래 구경을 갔는데 바라나시에 비해 작고 조용한 느낌이었다.

어제 본 노을이 기억에서 잊히지 않아서 다시 강가로 나왔는데 오늘은 구름 한 점이 없었다.

역시 인생은 타이밍이다.

하지만 타이밍이 안 맞았다고 포기하지 않는다.

멋진 노을을 보여 줄 때까지 오늘의 노을을 즐기고 매일 저녁마다 밖으로 나오면 된다.

탈리의 품질을 생각하면 약간 비싼 값이지만 멀리 나가기 귀찮아 저녁도 아쉬람 안에서 먹는다.
10루피를 아끼기 위해 걸어다니는 것이 일상이 된 나지만 매번 밥을 먹기 위해 20분씩 걸어다니는 것은 귀찮다. 


저녁을 먹고 메모장에 여행기를 쓰려고 넷북을 켰는데 와이파이 신호가 잡힌다는 표시가 떴다.

와이파이 기계가 로비에 있는데 로비와 제일 가까운 방이라 신호가 약하기는 하지만 잡히는 것 같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신이 나서 바로 로비로 달려가 돈을 내고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받았다

방으로 돌아와 확인해보니 빠르지는 않지만 괜찮은 속도가 나왔다.

아쉬람에서 인터넷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못했었는데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해가 지면 딱히 할 일이 없을 텐데 와이파이가 잡히다니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이다. 

더블룸은 200루피이고 싱글룸은 100루피인데 와이파이 값을 낸다고 생각하고 계속해서 더블룸을 이용해야겠다.


<오늘의 생각>
 

로비에서 쏴주는 와이파이가 잡히는 방이라니 최고다.


아침을 먹으려 식당에 갔더니 아침에는 포릿지(forridge)와 토스트만 된다길래 30루피(한화 600원)짜리 포릿지를 한 번 시켜봤는데 정말 먹고 죽지 않을 만큼의 양이 나왔다.

혹시나 해서 토스트에 대해 물어보니 빵 2쪽에 30루피(한화 600원)이라 한다.

아쉬람에서 요가를 하루만 배울 것이 아닌데 날마다 비싸고 양이 적은 포릿지를 사 먹을 수는 없다.
무슨 수를 찾아야겠다. 

내가 세운 대책은 우유였는데 한국이라면 어디서든 살 수 있겠지만 인도는 냉장유통시스템이 좋지 않기에 매일 아침마다 거리에서 우유를 판다..

우선 거리를 돌아다니며 우유를 팔고 있는 가게에 물어보니 우유아저씨가 아침마다 동네를 돌아다닌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아침에 대한 대비책을 세웠으니 편한 마음으로 돌아와 요가를 배우러 갔다.

나는 부드럽고 우아한 요가를 생각하고 수업에 들어갔는데 유격훈련을 받고 나왔다.

지금까지 요가가 이렇게 힘든 운동인지 몰랐다.

리쉬께쉬에 도착할 때까지 요가를 얼마나 할지 못 정했었다.

원래는 시원한 북쪽으로 더 올라가려 했는데 평화로운 리쉬께쉬의 분위기도 좋고 요가수업을 받아보니 어느 정도 몸에 익으려면 좀 오래 배워야 할 것 같아 리쉬께쉬에서 오래있기로 결정했다.

나는 비행기표 정도만 미리 끊고 돌아다니는 스타일인데 리쉬께쉬에서 나가는 기차표들을 확인해보니 2주 뒤에 출발하는 기차들도 대기상태라 미리 기차표들을 끊어 놓기로 했다.

총 4장을 끊었는데 2장은 자리가 있지만 2장은 대기순서 앞번호였다.

기차표도 끊었으니 간식을 하나 사먹어보니 리쉬께쉬 물가가 좀 비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바라나시였으면 10루피였을텐데 리쉬께쉬는 20루피나 한다.

역시 바라나시는 가난한 여행자의 천국이다.

리쉬께쉬 물가가 비싼편이니 이 탈리의 가격도 적당한 것 같다.

<오늘의 생각>


요가로 살을 뺀다는 말을 못 믿었었는데 사실인 것 같다.


 

이게 앞으로의 내 아침이다.

어제 아침에 forridge를 오트밀로 끓이는 것을 보고 바라나시에서 먹었던 오트밀이 떠올랐다.

가장 중요한 우유의 공급이 원활한 것을 확인했으니 어제 시내에서 오트밀을 사왔었다.
밥그릇과 숟가락은 탈리를 먹으며 친해진 식당주인 아저씨에게 말을 하고 빌렸는데 500ml의 우유가 딱 맞게 들어가 마음에 든다. 

우유는 500ml에 15루피(한화 300원)이고 오트밀은 100g에 14루피(한화 280원)이니 아침을 배가 터질만큼 먹어도 30루피면 된다.

아쉬람에서는 오전 8시 40분 ~ 오전 10시, 오후 4시 30분 ~ 오후 6시로 하루 2번의 요가 수업이 있다.

개별적으로 요가수업을 들으려면 한 번 들을 때마다 100루피(한화 2000원)을 내야 하지만 아쉬람에서 5일 이상 묵으면 무료로 들을 수 있다.

내가 방 값을 낸다하지만 무료이니 2번의 수업을 다 듣기로 했다.

요가를 해보니 장비병이 도져 요가매트도 하나 샀다.

남자의 장비사랑을 무시하지 마세요.

종이는 염소만 먹는 건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다.

아니면 인도의 염소는 이렇게 크고 수염도 없는건가. 

과일이 당겨서 망고를 사러 갔는데 자꾸 포도가 유혹했다.

인도에서는 청포도보다 적포도가 더 달고 비싸다.

난 나에게 투자할 줄 아는 남자니까 비싼 적포도를 샀다.

바라나시에서 시작된 설사병이 아직도 안 낫는다.

지금까지 난 내 장을 믿고 몸에 있는 나쁜 기운을 배출하기 위해 설사를 하는 것으로 생각해 설사약을 안 먹었었다.

그런데 내 장은 계속 믿고 기다려준 주인을 배신했고 화가 나서 설사를 하던지 말던지 아무거나 다 주워 먹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낫지 않으니 결국 내 장이 패배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약을 먹는다.

흐흐흐흐흐흐.

망고님을 영접하러 갔는데 포도 따위가 유혹한다고 넘어갈 내가 아니다.

저번에 싼 바나나망고를 샀더니 맛이 별로인 것 같아 고급스러운 애플망고를 샀다.

애플망고는 1kg에 160루피(3200원)이나 하지만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 나에게 투자할 줄 아는 고급스러운 남자다.

확실히 비싼 값을 하는지 애플망고는 꽤 달고 맛있었다.

비싼 거니까 아껴서 매 끼니마다 후식으로 한 개씩 먹어야겠다.

난 고급스럽지만 내 통장의 돈이 유한함을 아는 슬픈 남자다.

<오늘의 생각>


요가의 기본동작은 '엎드려 뻗쳐'와 '손들기'인가 보다.

 

매일 오트밀을 먹으니 군대에서 살 뺀다고 아침마다 운동하고 우유에 시리얼을 말아 먹던 기억이 난다.

그 때는 정량을 정해 놓고 먹었는데 지금은 요가가 꽤 힘들어 먹고 싶은 만큼 먹으니 행복하다.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요가를 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었는데 이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옛말에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라는 말이 있다.

여행을 하면서 매번 싸구려 음식만 먹으니 이 탈리도 맛있다.

형식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맛있다.

미각이 계속해서 퇴화하고 있는 것 같다.

돈이 적게 드는 것은 좋은데 웃어야 하는 일인지 울어야 하는 일인지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망고를 쌓아두고 한 개씩 꺼내 먹는 것은 망고님에 대한 모욕이다.

그래서 바로 통째로 들고 나와 다 먹어버렸다.

이틀에 한 번꼴로 망고를 1kg씩 먹을 것 같으니 예산편성을 다시 해야겠다.

매번 오트밀과 탈리만 먹는 나에게 이 정도도 해주지 않으면 내 몸에 미안하다.

나는 내 몸을 이렇게 아끼는데 왜 배은망덕한 내 장은 계속해서 아픈 걸까.

리쉬께쉬에서는 딱히 특별한 일이 없다.

밥을 먹고, 요가를 배우고, 여행기를 쓰다 인터넷을 한다.

그러다 인터넷이 끊겼는데 여행기를 쓸 기분도 아니여서 무엇을 할까 생각해보니 윈도우 7에 체스게임이 들어 있다는 것이 떠올랐다.

어릴 때 바둑은 좀 배워봤어도 장기나 체스에는 문외한이라 이번 기회에 배워보기로 했다.

그런데 한대 때려주고 싶을만큼 컴퓨터가 잘한다.

<오늘의 생각>


내가 요가를 배우는건지 얼차려를 받는건지 모르겠다.

내 몸을 내 뜻대로 움직이기가 정말 힘들다.


우유를 못 먹는 체질도 있다는데 매일 500ml씩 마셔도 멀쩡하다.

건강한 몸 하나는 제대로 타고 난 것 같다.

어무이, 아부지. 이렇게 건강하게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한 몸 잘 간수해서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 효도할게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우유를 사와서 오트밀을 먹고 씻고 요가를 하러 간다.

선생님이 앞에서 시범을 보이고 말로 설명을 하면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따라한다.

대부분의 동양인은 일본인이고 한국인은 나밖에 없다.

와이파이의 신호가 약하지만 가끔 속도가 꽤 나올 때가 있다.

그럴 때를 노려서 블로그에 사진을 올린다.

인터넷 사정이 좋지 않아 사진이 완벽하게 다 올라가 저장까지 끝나야 안심할 수 있다.

거의 다 올라갔을 때 쯤 인터넷이 끊기면 처음에는 화가 났지만 몇번 당하니 그러려니 하며 다시 시도한다. 

내 여행기를 보는 사람들이 아무거나 잘 먹는 식성을 칭찬해주셨는데 매일 탈리만 먹고 요가만 해서 별로 보여드릴 음식이 없어 정말 죄송합니다.

그래서 비싸지만 새로운 과일인 딸기도 먹었어요.

오늘도 망고를 사러 가는데 딸기가 나왔길래 가격을 물어보니 1kg에 200루피(한화 4000원)이나 하길래 흥정을 시도했지만 씨알도 안 먹혔다.

어느정도 사야할지 몰라 250g만 사왔는데 달콤한 맛이 조금 부족했지만 맛있었다.

내 돈이 나간다는 것만 빼면 쇼핑은 참 즐겁다.

다른 것에는 돈을 아낀다해도 비누와 샴푸는 필수품이니 어떻게 할 수도 없다.


한국에 있을 때는 엄마가 장을 보러 간다고 하면 자주 따라갔었다.

말동무도 하고 짐을 들어준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심부름값으로 카트에 하나씩 넣던 맥주들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던 것이 떠오른다.
그런데 이제는 쇼핑을 하러가서도 이게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인지부터 따지게 됐다. 

어렸을 때부터 밥알 한 톨도 남기는 것이 아니라 배워 음식을 잘 남기지 않는데 여행을 하면 내 돈을 내고 사먹는 거니 더 싹싹 긁어먹게 된다.

그런데 인도의 쌀도 안남미처럼 흩날리는 쌀이라 손으로 먹다 보면 자꾸 흘리고 남은 밥알들을 처리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탈리를 먹을 때는 우선 묽은 카레인 달에 밥을 비벼 먹고 남은 밥알들을 짜파티로 싸 먹고 남은 밥알들은 일일이 다 주워 먹는다.

오후 요가를 배우고 저녁을 먹고 나면 여행기를 쓰는데 와이파이 비밀번호가 바꼈다.

처음에는 인터넷 상황이 안 좋은 줄 알았는데 확인해보니 비밀번호가 틀리다고 한다.

비밀번호는 10자리 숫자인데 패턴이 있을 것 같아 여러가지를 대입해 봤지만 안 맞았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어 그냥 자기로 했는데 모기가 자꾸 피를 조금만 먹고 도망쳐서 잠을 설쳤다.

결국 내 팔을 미끼로 써서 모기를 잡았다.

두 마리를 잡고 나니 피곤해 잠이 들었다.

<오늘의 생각>
 

바라나시에서 시작한 설사때문에 미치겠다.


아침에 우유를 사러 가는데 귀여운 누나를 만났다.

빵을 먹으면서 길을 가다가 개가 쫓아오니 빵을 조금 떼줬다.

그 것을 시작으로 거리에 있던 소와 개들이 누나를 에워싸고 길을 안 비켜준다.

결국 가진 빵을 거의 다 주고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

만약 내가 오트밀을 사오는데 소들이 둘러싼다면 죽으면 죽었지 절대로 내 식량을 뺏기지는 않을거다.

인도에도 요플레가 있었다.

슈퍼에 가서 아이쇼핑을 하다가 요플레를 보고 신이 나서 블루베리 맛을 샀는데 점도는 적당했지만 너무 달았다.
 

그런데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요플레를 보고 슈퍼100이라고 한다면서요.

혹시나 슈퍼100이라 부르는 사람들은 찔리지 마세요. 사실 저도 슈퍼100이라 부르는 노인네입니다.

앞으로도 탈리 먹을 일이 많이 남았는데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우리나라에 여행온 외국인이 백반에 푹 빠져서 매일 기사식당에서 맛있게 먹는 모습을 생각해주세요.

복사, 붙여넣기가 아니라 저녁이다.

강력한 모기향을 사왔다.

모기향이 독해 몸에 안 좋을 것 같지만 모기따위에게 질 수는 없다. 

내가 죽나, 모기가 죽나 해보자.

<오늘의 생각>


인연은 참 신기하다.

 

매일 우유를 배달하는 아저씨다.

아저씨의 동선을 완벽하게 파악했기에 날마다 아저씨를 만나기 위해 골목길을 헤멘다.

아쉬람으로 돌아오는데 삼보일배를 하고 계신 분을 봤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신께 바라는 것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뜻이 이뤄졌기를 바란다.

오트밀의 고소한 맛을 음미하며 먹는다.
 

이번 여행기를 쓰면서 별로 특별한 것이 없는 리쉬께쉬에서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많이 고민했었다.

처음에는 리쉬께쉬 이야기를 어느정도 생략하려고도 생각했었는데 되돌아보니 평범한 일상 속에 소소한 이야기들이 있었다.

우리 사는 삶도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 소소한 이야기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리쉬께쉬에서의 생활을 있는 그대로 올리기로 했다.

어떻게 할지 결정을 내리니 제목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수인 해철이형의 '일상으로의 초대'가 떠올랐다.

지금까지는 가사와 맞는 노래들을 올렸었는데 해철이형 음악이니 제목만 맞아도 통과다.



산책을 하고 차를 마시고

책을 보고 생각에 잠길 때

요즘엔 뭔가 텅 빈 것 같아 

지금의 난 누군가 필요한 것 같아
 

친굴 만나고 전화를 하고

밤새도록 깨어있을 때도

문득 자꾸만 네가 생각나

모든 시간 모든 곳에서 난 널 느껴
 

내게로 와 줘

내 생활 속으로

너와 같이 함께라면 모든게 새로울거야

매일 똑같은 일상이지만

너와 같이 함께라면 모든게 달라질거야
 

서로에 대해

거의 모든 걸 지켜보며

알게 된다는 게 말처럼 그리 쉽지 않겠지

그렇지만 난 준비가 된 것 같아

너의 대답을

나 기다려도 되겠니
 

난 내가 말할 때 귀 기울이는 너의 표정이 좋아 

내 말이라면 어떤 거짓 허풍도

믿을것 같은 그런 진지한 얼굴

네가 날 볼때마다 난 내 안에서

설명할 수 없는 기운이 느껴져

네가 날 믿는 동안엔 어떤 일도

해낼수 있을것 같은 기분이야

이런 날 이해하겠니
 

내게로 와 줘

내 생활 속으로

너와 같이 함께라면 모든게 새로울거야

매일 똑같은 일상이지만

너와 같이 함께라면 모든게 달라질거야 

내게로 와 줘

I`m spending whole my days for you

Cause I am always thinking about you

I really like to share my life with you

I truely want to be someone for you
 

So lt is invitation to you

Now I am waiting for the answer from you

I swear I will do anything for you

But sadly I`ve got nothing to give you

All I can do is just say I love you
 

해가 저물면

둘이 나란히

지친 몸을

서로에 기대며

그 날의 일과

주변일들을

얘기하다

조용히 잠들고 싶어

신해철 - 일상으로의 초대 


이틀동안 누군가가 준 설사약 6알을 다 먹었다.

이래도 안 나으면 그냥 운명이려니 하고 살기로 했다.

그냥 먹을 것을 다 먹고 설사가 나오면 그러려니 할거다.

그러니 내 장기들이 힘을 내렴. 안 그러면 지옥을 보여줄테다.

흰 옷을 입고 앉아 있는 분이 오전 요가 선생님이다.

그런데 오늘은 기분이 나빴는지 요가 수업이 아닌 얼차려를 시켰다.

군대에서 조교가 화가나서 훈련병들에게 화풀이를 하는 느낌이었다.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이 아니였는지 중간에 서양 애들 몇 명이 화를 내며 나갔지만 훈련병 시절을 생각하며 끝까지 했다.

어제 오전 요가를 하는데 85% 정도 한국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있었는데 일본인일 수도 있어 조심히 살펴봤다.

그런데 티셔츠에 한글이 쓰여있길래 반가워서 말을 걸었더니 일행과 같이 왔지만 방이 없어서 자기만 먼저 들어왔다고 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일행이 왔다고 해 입구쪽을 쳐다보니 두 달 전쯤 바라나시에서 만났던 형님이 들어오고 계셨다.
 

바라나시에 있었던 1주일 동안 같이 놀았었는데 헤어질 때는 아무런 연락처도 안 받고 인사만 하고 헤어졌었다. 

같이 지냈던 시간이 정말 재미있었기에 네팔에서 바라나시로 다시 들어왔을 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바라나시를 둘러봤지만 이미 떠났다는 소식만 들었었는데 이렇게 다시 만나니 신기했다.

여행에서 한 번씩 스치는 사람은 많지만 두 번 만나는 사람은 드문데 마음에 드는 사람을 다시 만나니 정말 기분이 좋았다.

다시 만난 기념으로 형님이 인도라면을 끓여 주셨다.

바라나시에서 형님과 같이 있으면서 몇가지 생존기술을 배웠는데 그 중 하나가 내가 지금 매일 아침에 먹고 있는 오트밀이다.

전열코일을 사서 라면을 끓여 먹는 것도 배웠었지만 물을 끓이는 것이 귀찮아서 그냥 다녔었는데 오랜만에 입이 호강한다.
역시 라면은 다른 사람이 끓여주는 것이 맛있다.

1주일 동안 수도승처럼 밥먹고 요가하고 생각하고, 여행기를 쓰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같이 대화를 할 사람이 생기니 즐겁다.
짜이를 끓일 때는 설탕을 국자로 퍼서 넣기에 몸에 좋지 않을 것 같지만 그 강한 단맛이 짜이의 매력이다.

오늘 저녁은 특식이 나왔다.

두가지 종류의 달과 감자조림과 호박조림까지 나왔다.

매일 이렇게 나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저녁을 먹고 여행기를 쓰는데 발이 많이 텄길래 핸드크림을 발에 바른다.

화장품의 종류가 다양해도 성분은 다 비슷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발랐다.

독일에 놀러 갔던 친구가 사다 준 핸드크림인데 끈적한 성분이라 발에 발라도 좋은 것 같다.

<오늘의 생각>


요가는 진짜 힘든 운동이다.






  1. 비온다.

  2. 1등
    첫번째로 댓글을 달때도 다있군요.ㅎ
    이번여행기는 아주 흡족하네요 과일이 풍성하게 나와서
    근데 애플망고는 첨보는거라 무슨맛일까 궁금하네요
    오트밀도 먹어본적 없는것같고....못먹어본게 많아서 나중에 함 찾아먹어봐야겠어요
    카레도 초등학교2학년때 친구생일잔치에서 첨 먹어봤네요...그때 켤쳐쇼크란걸 처음 알게됨
    djl님과 저와의 공통점을 발견...해철형님의 팬이라는거 나름 콘서트도 가고 테이프도 다 모았네요
    결정적인건 친구녀석이 해철형님 회사에서 일하고 있답니다...내가 싸인하나 해철형님꺼 해달라나니까 지가 어차피 해철형님대신하니까 지가 써준다고 합니다.됐다고 했습니다. djl님 나중에 싸인원하시면 친구녀석에게 부탁드릴까요? ㅎ
    뭐 오늘은 금요일이니까 회사일 대충하고 집에가서 애들봐야겠어요
    다음 여행기 기대합니다.

    • 별건 없지만 1등 축하드립니다. ㅎㅎ
      오트밀은 저도 여행하면서 처음 먹어봤는데 제 입맛에 맛더라구요.
      저도 해철이형 음반은 다 가지고 있는데 도대체 666 part 2는 언제 나오는지 궁금합니다.
      싸인은 친구분이 아닌 해철이형에게 직접 받아야지요.
      연말마다 콘서트 갔었는데 작년이랑 올해는 못 가겠고 내년엔 갈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ㅎㅎㅎ

  3. 생판 모르던 탈리 라는 이름이 이젠 완전히 뇌에 박혔어요.
    질릴만도 한데 참 대단하네요. 뭐 아낄려고 그러겠지만 ....ㅎ
    과일을 많이 좋아하는건 알겠는데 경험상, 설사에는 과일이 안좋은데....
    늘 느끼는 거지만 항상 긍정적이고 대담하고, 이담에 뭘 하든 성공할것같은 이 예감
    믿습니다.
    빨리 장 건강이 회복하길 정말 간절히 화살기도 쏩니다요 ㅎㅎ

    • 설사가 너무 오래 지속되니 그냥 죽어보자하고 먹어버렸습니다.
      탈리는 값이 싸기도 하지만 정말 진짜로 맛있어서 먹는건데 주위 사람들은 불쌍하게 보더라구요. ㅠㅠ
      jessy님 말처럼 꼭 성공해서 효도하고 싶습니다. ㅎㅎ

  4. DJL님께서는 항상 같은 음식을 드시는 거 같아요.
    매끼마다 탈리ㅋㅋㅋㅋ
    동남아에서는 매일 볶음밥 아니면 쌀국수이시던데요ㅋㅋㅋㅋㅋㅋ
    안 지겨우신가요?

  5. 설사를 간혹이 아니라 계속하는 중이라면
    우유같은 음식을 끊어야 하고
    야구르트도 당연히 ...
    과일 찬음식 도 먹지말아야 합니다
    맥주포함
    가능하다면 물도 당분간은 끓여 마셔한다는거 잊지 마시고..
    노력해서 설사를 멈추게 하지 못한다면
    탈수로 엄마곁으로 귀환하게 될지도 몰라요
    탈수는 생명과 직결입니다 가벼이 듣지 마시길 ...

    • 네.
      지금은 시간이 꽤 지나 괜찮은데 앞으로 더 주의하도록 할게요.
      제가 생각해도 무식했던 것 같습니다. ㅎㅎ
      항상 걱정해주시고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6. 해 떴다. 인생이 다 그렇지 모...

  7. 맹고다 맹고맹고
    딸기다 딸딸딸기
    오트밀도 한국에서는 꽤 비싼데
    매일 저걸 먹다니
    성인병은 안걸리겠넹ㅋㅋ

    여기저기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가끔은 밍기적대는것 또한
    필요하고 소중한 시간인 것 같다는..^..^

    그나저나 용민군
    지금은 뭐하려나?

  8. 몇달동안 여행하신걸 몇일만에 돌아봤네요^^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 지는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젊음이 좋군요 ㅋ
    하지만 젊다고 무쇠는 아니랍니다 언제나 건강 조심하시고
    화이팅입니다^^

    • 젊다고 무쇠는 아니라는 말씀 정말 동감합니다.
      몸으로 제대로 겪었으니 이제는 조심하겠습니다. ㅎㅎ
      앞으로도 자주 들러서 댓글 달아주세요~

  9. 다시 비가 오네....

  10. 보는 제가 다 지겨운 탈리 ^^;;; 끼니 안 거르는 건 좋네요.
    과일이야기 저도 하려고 했어요. 일단 찬기운의 음식은 안 좋아요. 카레는 찬 음식이 아니니까 괜찮은데, 과일은 좀 줄이시는 게 좋겠어요. 그런데, 망고는 괜찮아요. 그건 따뜻한 기운을 가진 과일이거든요. 그래도 뭐든 과한건 안 좋으니까 적당히. 딸기는 절대 피하세요. 대표적인 찬 과일입니다.

    • 한쪽에서는 저거 먹으면 더 오래 아플거야라는 생각을 보내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어차피 계속 아픈거 먹고 아프는게 낫잖아라고 자꾸 꼬셔서 큰일입니다.
      그런데 망고가 따뜻한 과일이었군요.
      역시 망고님은 따뜻하신 분이신가 봅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는 참을게요. ㅎㅎ

  11. 사진, 글 너무 멋지네요~ 각박한 사무실에 앉아있는 지금 솔직히 너무 부럽습니다~

  12. 설사병이 생각보다 더 오래 갔었나보네요~
    이번 편에 특히나 많이 등장한 탈리를 저도 한 번 먹어보고 싶네요^^
    저 같은 경우도 여행을 다니면 먹는게 남는거라고 먹고 싶은 건 다 먹어보는데, 사진만 봐도 군침이 돕니다~

    • 저도 신기한 것이 있으면 무조건 먹어보려고 노력중인데 예전에 라오스에서 쥐고기를 안 먹고 지나친 것이 아직도 아쉽습니다.
      탈리는 정말 맛있어요.

  13. 어쩌다 알게 되어 001편부터 쭉 보고 있습니다!! :> 아직 여행하시는 것 같은데ㅎㅎㅎ 읽을 여행기가 아직 많다는 것이겠죠? 요즘 제 힐링의 가장이 되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많이 배우고 많이 느끼고 있어요! 오늘 밤은 <다시 인도> 여행하기가 제 힐링코스에요ㅎㅎㅎㅎ

    • 안녕하세요.
      요즘 바쁘다는 핑계로 이제야 답글을 달아 죄송합니다. ㅠㅠ
      부족한 제 글을 읽고 힐링하고 계신다니 부끄러우면서 기분이 좋네요.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자주 댓글 남겨주세요~ ㅎㅎ

  14. 먼저 망고느님 영접을 감축드립니다. ^^
    저역시 망고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1인이라서요.
    애플망고를 사는 고급스런 남자란 멘트에
    웃음을 참지 못했네요.
    정말 젊은이다운 재치와 멘트에 감탄이 절로 나네요.
    잘 읽었습니다.

  15. 처음부터 차근차근 잘 보고 있습니다 ㅎ
    좋은글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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