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149. 골목길이 아름다운 야즈드.(이란 - 야즈드)


오늘은 아침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하기에 7시에 알람을 맞춰놨는데 손목시계를 보니 8시가 다 되어가길래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급하게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시간이 1시간 느려졌길래 무슨 일인가 생각을 해보니 아마 서머타임이 끝난 것 같았다.

확실하게 알기 위해 리셉션으로 갔는데 영어를 할 줄 아는 직원이 아직 출근하지 않았길래 손목시계를 보여주며 바디랭귀지를 했더니 서머타임이 끝난 것이 맞다고 한다.

1시간이 늘어날 줄 알았더라면 좀 더 푹 잤을텐데 아쉽다.

아침이라 식당이 안 열 것 같아 그동안 버스에서 줬던 비스켓들과 잼으로 아침을 먹는데 간에 기별도 가지 않는다.

택시를 타고 버스터미널에 도착해 도너츠를 사다 냉장고에 한글이 보인다.

이란에 와서 봉봉도 마셔보고 알로에 베라드링크도 마셔보다니 정말 지구촌 시대가 맞나보다.

이제 쉬라즈를 떠나 야즈드로 향한다.

휴게소에 들르길래 이번에도 홍차 한 잔을 마시고 슈퍼를 둘러보는데 보거스처럼 생긴 캐릭터가 그려진 감자칩이 보였다.

아마 요즘 젊은 세대들은 보거스를 모를 것이라는 생각이 드니 내가 많이 늙은 것 같아 슬퍼진다.

버스를 타고 도시를 벗어나면 주위에는 사막밖에 보이지 않는다.

황량한 사막에 펼쳐진 아스팔트 도로가 인간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것 같아 멋있게 보인다.

야즈드에 도착하니 너무 덥길래 짐을 풀자마자 낮잠을 잤다.

날이 더우니 몸을 보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쌀밥과 치킨을 시켰다.

다리 하나와 양념으로 밥을 먹어야하지만 부족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한국이었다면 최소 반마리는 먹었을 치킨인데 여행을 하면서는 닭다리 하나로도 만족하는 것을 보니 내가 그동안 음식을 먹을 때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먹어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적당하게 먹고 기분 좋게 디저트를 먹는 것이 더 좋은 식사인 것 같은데 식탐을 조절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저녁에 마실 물을 샀는데 잔돈이 없다며 과자를 하나 주는데 맛이 별로였다.

이란의 숙소도 대부분 조식이 포함되어 있는데 무료라 그런지 단백질은 찾아보기 힘들다.

어제 묵었던 숙소의 시설이 너무 참담해 오늘 바로 숙소를 옮겼다.

창고를 개조해 도미토리로 쓰는 것은 그냥 넘어갈 수 있겠는데 화장실은 여기저기 오물이 묻어있고 샤워실도 너무 더러워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여서 돈을 내고 돼지우리에 묵는 기분이었다.

점심을 먹으려고 메뉴판을 봤는데 낙타 고기가 눈에 띄었다.

신기하고 새로운 음식은 무조건 먹고 보는 것이라 배웠기에 우선 시켰는데 생각보다 고기가 부드러웠다.

냄새도 안 나고 살결도 부드러워 갈비찜을 먹는 것 같았다.

한국에 돌아오고 나니 메르스가 유행하기 시작하고 예방법으로 낙타고기를 먹지 말라고 하길래 난 예전에 먹어봤다고 친구들에게 자랑을 했었다.

아마 대한민국 사람 중에 낙타고기를 먹어본 사람은 정말 극소수일 것 같은데 이런 소수의 사람들까지 신경써주는 정부가 정말 고맙다.

이란의 여름 날씨가 원래 덥긴하지만 야즈드는 다른 곳보다 더 더운 것 같다.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아무 것도 하기 싫어 로비에서 뒹굴거리다보니 해가 지기 시작한다.

해가 지면 조금이나마 선선해질까봐 동네 구경을 나왔는데 거리에 문을 연 가게들이 없다.

아마 더운 지역이라 그런지 해가 한창일 때는 낮잠을 자는 문화가 있는 것 같다.

길을 걷다 높은 시계탑이 보여 가까이 다가가봤다.

야즈드에는 높은 건물이 별로 없기에 시계탑에 올라간다면 야즈드의 전경을 제대로 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아쉽게도 문이 잠겨있었다.

어서 드론 산업이 발전해 카메라를 설치할 수 있는 드론을 싼 가격에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단체로 관광을 온 어르신들이 보였는데 아무리 패키지 여행이더라도 이란을 올 생각을 하시다니 대단하다.

과연 대로변에 있는 하수도마저 깨끗한 나라가 지구상에 존재할지 궁금하다.

아마 먹어도 된다는 뜻이거나 먹지 말라는 뜻일텐데 혹시 페르시아어를 할 줄 아시는 분이 계시면 좀 알려주세요.

그냥 돌아다니다보니 아까 만난 어르신들을 다시 만났다.

역시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걷다보면 온 세상 사람들을 다 만날 수 있다.

오늘도 물을 사니 맛없는 과자를 주려길래 젤리로 달라고 했다.

젤리의 달달함과 탱글탱글한 식감은 정말 사랑스럽다.

할 일이 없을 때는 여행기를 쓰는데 맥주가 없으니 글을 쓸 맛이 나지 않는다.

저녁엔 고기카레와 샐러드를 같이 시켰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치즈를 먹으니 정말 행복했다.

난 우리나라가 정말 좋은데 와인과 치즈를 생각하면 유럽에서 살고 싶어진다.

이번에 옮긴 호텔은 아침에 스크램블에그를 준다.

그것도 자유롭게 먹을 수 있는 뷔페식이라 오랜만에 달걀을 원 없이 먹었다.

이렇게 사소한 것에도 즐겁고 행복한 것이 제대로 된 삶일텐데 그게 참 쉽지가 않다.

야즈드가 아무리 덥다지만 방에만 있을 수 없으니 거리 구경을 나선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가장 쉽게 찾을 수 있으면서 볼거리가 많은 것은 역시 모스크다.

어쩜 이리 아름답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모스크에도 다양한 건축양식이 있을텐데 그저 아름답다는 감상평밖에 할 줄 모르는 내 지식이 부끄럽다.

그래도 아름다운 것을 보고 아름답다 느낄 수 있어 다행이다.

물론 사랑이 가장 아름답다지만 커플은 용납하지 못한다.

야즈드는 황토색 건물로 이뤄진 도시 자체가 유명하다.

그렇기에 유명한 관광지를 골라가기보다 골목길을 따라 걸어가는 것이 야즈드 여행의 묘미라고 할 수 있다.

사막이라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적응하며 예술적인 부분까지 신경 쓴 고대의 사람들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진다.

이런 점들이 인류가 현재의 위치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인 것 같다. 

골목길에 있는 집들은 사람들이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 집이기에 함부로 들어갈 순 없지만 벽을 만지면서 걷는 것 정도는 괜찮다.

눈으로 보고 즐기는 것도 좋지만 직접 손으로 만지고 촉감을 느끼는 것이 더 재미있다.

야즈드의 건물들에는 굴뚝처럼 생긴 특이한 조형물이 보이는데 이것은 바드기르스라 불리는 송풍장치라고 한다.

한 여름의 야즈드는 섭씨 45도가 넘는 폭염이 계속되기에 굴뚝 높이의 높은 곳에서 부는 바람을 바드기르스로 받아들인 뒤 건물 내부로 보낸다고 한다.

이런 장치를 고안하다니 인간은 정말 대단하다.

사막에서 구할 수 있는 물자에는 한계가 있기에 흙과 돌, 지푸라기가 집을 짓는 재료의 전부라고 한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자동차길래 알아보니 기아자동차에서 나온 프라이드 자동차의 해외 수출명이 Rio라고 한다.

골목길이 복잡하지만 계속 걷다보면 큰 길로 이어질 것이라는 단순한 마음을 가지고 걸어간다.

역시나 걷다보니 자동차들이 드나드는 큰 길이 나온다.

치안이 불안한 나라였다면 시도도 못해봤을 골목길 구경이었지만 이란의 치안은 괜찮은 편이기에 재미있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시내로 나오니 잡화점이 많길래 구경을 하는데 신기한 제품들이 많이 보였다.

지금까지 살면서 마늘로 샴푸를 만들 것이라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는데 이란에는 마늘 샴푸가 있었다.

어떤 샴푸일지 궁금했지만 괜히 사용했다가 탈모가 올까봐 구경만 했다. 

빵집이 보이길래 스스럼없이 들어가 베이비슈를 몇개 샀더니 옆에 있던 한국분이 신기하게 쳐다보며 이것 저것 잘 챙겨먹는다며 대단한 것 같다고 말씀하신다.

난 정말 순수하게 그냥 베이비슈가 먹고 싶었기에 사 먹었을 뿐인데 신기하게 보였나 보다.

난 베이비슈보다 사막에 있는 도시에 분수가 있는 것이 신기하다.

물론 물이 있으니 도시가 생겼겠지만 물이 풍족하진 않을텐데 분수를 만들다니 신기하다.

빛을 받은 모스크의 모습이 아름다웠는데 사진으로 찍으니 그 색이 나오지 않는다.

구경하느라 수고했으니 이란산 스크류바를 나에게 상으로 준다.

오늘 저녁메뉴는 소고기와 무알콜맥주다.

내가 꼭 이란을 떠나는 순간 알코올을 먹고 말겠다고 다짐을 하며 맛있게 먹는다.




제 여행기가 재미있으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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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야즈드의 모스크와 건물들은 어느 여행자의 글에서 본 것 같은 느낌이긴 한데
    어디서 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군요.
    낙타고기라... 궁금하네요.
    불금이긴 한데 일이 밀려서 언제 끝날지 모르니. 이런...
    무알콜 맥주가 땡기는 오전입니다.

    참 그리고 리오는 국내에서도 팔았던 모델입니다.
    프라이드와 별개로요.

    • 이란 여행을 다녀오신 분들이 많으니 어디선가 보셨을 것 같아요.
      낙타고기는 생각보다 부드러워서 놀랐는데 무알콜맥주는 전혀 맛이 없더라구요. ㅠㅠ
      자동차에 별 관심이 없어서 인터넷 검색으로만 찾아봤는데 리오는 우리나라에서도 팔았던 모델이었군요.
      감사합니다.

  2. 금요일마다 업데이트 되는지 지금 알았네요...ㅎㅎ 한국으로 가는 휴가가 11월25일인데 그때까지 금요일마다 용민님 여행기 기다리는 재미로 버

    텨야겠습니다.

  3. 글을 참 맛나게 잘 쓰시네요...

    가사에 직장에 9살 아들의 양육에 지쳐 있는 제가 그 골목을 함께 여행한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4. 저도언젠가 세계여행을 하겠다는 꿈을 꾸며 사는데 꿈만으로 끝나지 않길바라며
    꾸준히 여행기들을 읽고 있던중 님의 글을 읽었습니다.
    여행기에 댓글남기는건 처음인데,재미있게 잘읽었습니다^^
    또 우연히 찾아서 님의 글을 읽게되면 댓글 남길께요^^

    • 꿈을 꿈으로 두고 있으면 언젠가는 이뤄지더라구요.
      저도 어릴 때부터 꾸던 꿈이었는데 실제로 갔다와보니 충분히 갈만 하고 가야만 했었더라구요.
      꼭 꿈을 이루시길 바라겠습니다.
      힘내세요.

  5. 비밀댓글입니다

  6. 재밌네요 ㅎㅎ 일하고 있는데 웃으면서 보고 있습니다 ㅎㅎ

  7. 글이 건조한거 같으면서도 피식피식하게 만드네요 ㅋㅋㅋㅋㅋㅋ
    해학적(?)이라는 말을 여기다가 써도 될까요?ㅎㅋ

  8. 글이 깔끔, 담백하면서도 재미있네요. 읽기에 부담도 없고.. 글 쓰신 분의 시선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 같네요.

  9. 아무리 용민님이라 해도 시간이 지난 여행기를 다시써간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구나라는 걸 여실히 느낍니다.
    저도 용민님 보면서 나도 나중에 여행가면 여행기를 써야겠다 했는데....
    말은 이렇게 하지만 전 여행기 못쓸꺼에요...
    게을러서...
    2-3시간씩 이렇게 공들여 쓴다는건 완전 자기와의 싸움일테니까요
    그런면에서 힘듦에도 이렇게 여행기를 끝까지 완성해 나가는 용민님의 패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짝짝짝...

    • 지난 여행기를 쓰는게 쉽지만은 않더라구요. ㅎㅎ
      특히 요즘 일이 생겨 댓글도 많이 밀려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이제 일도 마무리됐고 이란을 떠나 제가 정말 좋아했던 지역으로 넘어가니 더 열심히 쓰겠습니다.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0. 우연히 들어왔다가 너무 재밌어 하나하나 거슬러 올라가 빠짐없이 보다보니 지금47번 인도여행기네요 거꾸로 보게됐지만 멈출수없이 계속 클릭하게 하는 매력적인 여행기예요

  11. 미식가들이나 식도락가들에게는 이란여행 당연히 비추천이겠네요? ㅡㅡ;;;;; 이런사람들은 차라리 먹거리와 식당들이 많은 중국이나 대만 홍콩 싱가폴등지에 여행하시는것이 더 나을듯~!!!!

    • 음... 호텔에 가면 특식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보통의 음식은 제가 먹은 것과 비슷할 것 같아요.
      그래도 이란의 케밥은 꽤 맛있으니 가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12. 흙벽과 높은 담장, 좁은 골목... 정겹게 느껴지네요.
    단 저같은 길치는 한번 들어가면 길을 못 찾을 것 같지만요.
    세상에서 가장 비싼 향신료인 사프란을 밥위에
    매번 뿌려주는 걸 보면 역시 향신료의 나라인가봐요. ^^

  13. 골목길의 바닥에 수없이 깔린 돌마저도 투박하면서도 나름의 정성을 들여 만들었을 길이라고 생각하니 참 대단하다는 생각만드네요.
    황량해보이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을 보면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한가봅니다.

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148. 페르시아 제국의 수도, 페르세폴리스. (이란 - 시라즈)


어릴 때는 흰 달걀이 신기하고 특이해보여 갈색 달걀보다 좋은 줄 알았는데 달걀을 낳는 닭의 색깔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고 어른이 된 기분이 들었었다.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순수함은 사라지는 것 같다.

호스텔을 나오는데 선물이 있다며 여권 케이스를 준다.

잠시 묵고 떠나가는 여행자까지 챙겨주는 마음이 정말 고마워 기념품으로 간직하기로 했다.

어제 발에 물린 빈대가 이맘 광장에서 물린 것이길 바랐는데 아무래도 호스텔에서 물린 것 같다.

빈대에 물리니 빨리 이스파한을 떠나고 싶다는 마음밖에 들지 않았는데 이스파한에 며칠을 묵을까 고민하다 3일만 묵기로 정하기를 잘 한 것 같다.

특히 발에 집중적으로 물렸는데 긁어도 긁어도 간지럽고 참으려 해도 자꾸 긁게 된다.

이제 아름다웠지만 간지러움을 안겨준 이스파한을 떠난다.

이번 버스 기사님도 아주머니다.

시장에서도 아저씨들밖에 보이지 않던 이란인데 버스 기사님들 중에는 여성 드라이버도 어느정도 있나보다.

버스바퀴에 뭐가 묻어 있길래 살펴보니 동물의 피로 보이는 것이 보였다.

이슬람 문화권에도 고사를 지내는 문화가 있나보다.

이번에 도착한 곳은 이란의 동남부에 위치한 쉬라즈다.

이스파한에서 만난 친구가 추천해준 호텔로 왔는데 깔끔한 것이 마음에 들어 1박에 4만 토만(한화 13,000원)에 묵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오니 쌀밥이 당겨 리셉션에 가 '베렌제'를 외치니 식당을 추천해준다.

역시 한국인은 쌀밥에 고기를 먹어야한다. 

아침에 일어나니 배가 고파 어제 갔던 식당에 다시 찾아갔다.

이란을 여행하며 식당을 찾기는 힘이 들지만 케밥이 잘 구워져 나오니 식당 찾는 것을 포기할 수 없다.

빈대에 물린 곳이 가라앉기를 바라며 오늘은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숙소에서 쉬기로 했다.

몸은 간지럽지만 에어컨이 있어 견딜만 했다.

방에서 뒹굴거리다보니 저녁 먹을 시간이라 밖으로 나왔다.

날이 더우니 우선 쉐이크를 하나 사 먹는다.

오늘 저녁은 뭘 먹을까 고민했는데 같은 호텔에 묵고 있는 사람들이 피자를 먹길래 나도 피자를 먹기로 했다.

리셉션에 피자가게를 물어보니 시라즈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라며 추천을 해줘 사왔는데 기름이 많긴 했지만 맛있었다.

이왕 휴식을 하기로 했으면 제대로 먹어줘야하니 복숭아 통조림도 사왔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만들어진 통조림을 이란에서 먹고 있다니 역시 지구촌 시대인가 보다.

오늘 아침에는 일찍 일어났더니 식당이 열지 않았길래 버스터미널에서 햄버거를 시켰다.

나름 햄버거에 들어있을 것은 다 들어있어 맛있게 먹었다. 

시라즈에는 페르시아 유적 중 최고라 꼽히는 페르세폴리스가 있는데 보통 투어회사를 이용해 간다고 한다.

투어회사를 이용하면 편히갈 수 있고 가이드도 있지만 버스를 이용해 가기로 했다. 

내가 버스 사진을 찍고 있으니 아저씨들이 자기들도 찍어달라길래 카메라를 들자 자세를 잡는다. 

페르세폴리스 근처 마을에 내려 영어를 할 줄 아는 이란 아저씨와 택시 합승을 해 페르세폴리스로 향했다.

택시에서 내리니 멀리 유적지처럼 생긴 곳이 보인다.

페르세폴리스는 페르시아 왕국의 수도를 지칭하는 말인데 기원전 6세기의 유적지라고 한다.

페르시아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단편적인 지식들과 '페르시아의 왕자'라는 게임 뿐이라 부끄럽다. 

이란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답게 입장료가 15,000토만(한화 5,000원)이나 한다.

계단을 보호하기 위해 나무로 된 가설계단을 설치해놓았는데 문화재를 소중하게 여기는 이란 정부의 정책이 보이는 것 같았다.

계단을 올라가면 웅장한 문이 보이는데 이 곳의 이름은 모든 땅의 문이라고 한다.

지금은 훼손되고 약탈당해 알아보기 힘들지만 문을 지키는 조각은 황소의 몸에 독수리의 날개, 왕관을 쓴 사람의 머리로 이뤄져 있었다고 한다.

다른 나라 유적지에 이름을 새기는 것은 도대체 무슨 심보인지 궁금하다.

페르세폴리스는 기원전 333년에 마케도니아 왕국의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페르시아를 침공하며 멸망했다고 한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2만마리가 넘는 가축을 동원해 페르세폴리스의 보물들을 약탈한 뒤 페르세폴리스를 폐허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란 사람들 입장에서 바라보면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철천지 원수일 것 같다.

문화재 보호를 위해 유리벽으로 막아놓은 모습이 곳곳에 보인다.

걸어가다 보면 만들다 만 입구도 보이는데 이런 돌을 깎아 아까 보았던 조각을 만든다니 정말 대단하다.

그리스나 페르시아 문화권에는 넘쳐나는 문화재때문인지 그냥 방치되어 있는 기둥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넘쳐나지만 다른 나라에는 없는 문화재에 해당하는 것이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다.

돌에 새겨진 조각을 보니 석굴암에서 들은 설명이 떠오른다.

흘끗 보면 그냥 조각일 뿐이지만 그 안에 녹아있는 이야기를 들으면 모든 것이 새롭게 보이고 재미있게 다가오던 기억이 난다.

아는만큼 보이는 것이기에 항상 공부하려는 마음을 가져야할텐데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어떻게 이런 큰 돌을 쌓고 조각을 해 하나의 기둥처럼 보이게 만들었는지 정말 신기하다.

손으로 새긴 조각인데 기계로 깎은 것처럼 일정한 모습을 보면 과거 장인들은 정말 대단하다.

이곳은 타차라라 불리던 다레이오스의 궁전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기둥만 남아있다.

페르세폴리스에는 기둥만 남은 유적지가 대부분이기에 하늘에서 내리쬐는 태양을 피할 곳이 없으니 시간이 지날수록 유적지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이 곳은 페르세폴리스의 창고라고 하는데 과거에는 하나의 입구밖에 없었다고 한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3000마리가 넘는 낙타와 노새를 이용해 이곳에 있던 물품들을 옮겼으며 그 가치는 3,120톤의 은과 맞먹을 정도였다고 한다.

창고의 벽이라기엔 너무 낮은 것 같았는데 발굴된 곳을 보니 밑부분엔 돌로 된 벽이 있었다.

이 벽들 사이사이에 각종 보물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3천 톤의 은이 도대체 어느정도인지도 상상이 되지 않는다.

지금은 CCTV가 있어 도둑이라도 잡을 수 있다지만 과거에는 힘이 약하다는 이유로 약탈당하고 나서 되찾을 방법도 없었으니 당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속이 터졌을 것 같다.

날이 더워 이제 페르세폴리스에서 나가려고 하는데 언덕부분에 유적지가 보인다.

비싼 돈을 내고 들어왔으니 모든 것을 봐야한다는 생각에 언덕길을 따라 걷는데 경사가 좀 심하다.

이제는 폐허가 되어 황량한 곳인데도 생명체가 살고 있었다.

더운 날씨에 언덕을 올라 찾아왔는데 설명이 적힌 표지판도 없고 안에 들어가볼 수도 없으니 허탈하다.

요르단에 가면 이처럼 절벽을 깎아 만든 페트라가 있다는데 언젠가는 구경할 기회가 있을거라 믿는다.

들어온 길을 따라 나가는데 이란친구들이 사진을 찍자고 한다.

내가 V 표시를 하며 자세를 잡자 감자 먹이는 자세를 취해달라고 시범을 보여 따라하니 웃느라 정신이 없다.

말이 안 통하니 물어볼 수는 없지만 이란에서 감자 먹이는 자세를 하고 있는 내가 웃겨 나도 따라 한참을 웃었다.

계속 웃다가 이번에는 정상적인 사진을 찍는다.

나와 찍은 사진을 다른 이란 친구들에게 보여주며 뭐라고 설명을 할지 궁금하다.

올라갔던 길과 반대방향에 있는 계단으로 내려오며 페르세폴리스 구경을 마쳤다.

가이드를 고용할까 고민했었는데 곳곳에 영어로 된 설명이 써있어 재미있게 구경할 수 있었다.

날이 덥다고 출구에 냉풍기를 설치해놨길래 한참을 앞에서 서성이다 걸을을 돌렸다.

페르세폴리스 입구에 대기중이던 합승택시를 타고 다시 시라즈로 돌아간다.

기사아저씨께서 한번에 시라즈로 가길 원하길래 흥정을 해봤지만 값이 안 맞아 그냥 버스터미널까지만 가기로 했다.

이란도 쿠바와 마찬가지로 자동차가 굴러만 가면 택시로 이용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자동차의 본래 용도인 운송능력이 지속되는 한 계속 이용하는 것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오늘 하루도 열심히 돌아다니느라 수고했으니 생과일 주스를 한 잔 마신다.

테헤란에서 환전을 넉넉히 한다고 했는데 돈이 좀 부족할 것 같아 조금 더 환전을 했다.

보라색 지폐는 주로 숙박비를 계산할 때 쓰는 5만토만(한화 14,000원)짜리 이고 파란색 지폐는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2만 리알(한화 700원)짜리 지폐다.

어제 사진을 찍었던 다리에 올랐는데 자동차들이 만들어내는 시라즈의 야경이 꽤 운치있어 한참을 내려다봤다.

오늘 하루의 끝도 베렌제를 먹으러 갔는데 맥주가 너무 당겨 무알콜맥주를 시켰다.

이란을 떠나는 그 순간 꼭 맥주를 먹고 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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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란에서 맥주를...
    노래 제목 같아요. ㅎㅎ
    쌀과 고기가 같이 있는 음식은 참 맛있어 보이네요.
    맥주만 있으면 딱인데...

  2. 페르세폴리스라...
    알렉산더 대왕과 페르시아왕... 다리오의 궁전..
    볼게 많군요.
    좀더 자세히 봤음 좋았겠다 싶네요...
    요르단의 페트라는 가봤지만, 페르세폴리스는 못가봤으니 어떤것이 더 좋다 말하기가 어렵군요..
    역시 페르세폴리스를 가봐야 하는건가...

    • 세계사에 조예가 깊지 못해 아는 정도로만 훑어보니 딱 그 정도만 보이더라구요.
      역시 여행은 아는만큼 보이는 것일텐데 참 공부가 끝이 없는 것 같아요.
      충사님은 준비를 열심히 하신만큼 많은 것이 보일 것 같아요.

  3. 빈대에 물린건 잘 가라앉으셨나요?

    한번 빈대에 물리기 시작하면 옷이랑 짐에 옮겨붙기 때문에 숙소를 옮기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걸친거는 일단 뜨거운물로 싹 씼고
    빨래를 뜨거운물로 돌리셔야 계속 물리질 않습니다.

    베드버그라면 심지어 짐을 싹 버리고 새로 구입하셔야 할 수도 있는데 단순 빈대로 더이상 물리지 않으시길 바라겠습니다. ^_^

    • 저도 빈대에 물리는 순간 후속처치를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하다 우선 옷은 샅샅이 뒤져봤는데 빈대는 없더라구요.
      그 뒤로 며칠을 걱정하며 쉬었는데 다행히 추가로 물리는 일이 없어 마음을 놓았어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4. I have been reading your journey sometime. Your stories are truly inspirational and remarkable. Especially young man like you to choose the path very few people accomplished. Salute to your adventure and spirit!!!

    • 아마 한글은 읽을 줄 아시지만 외국에 계셔서 영어로 쓰신 것 같아 전 한글로 쓰겠습니다. ㅎㅎ
      제 여행기를 재미있게 읽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종종 댓글 달아주세요~

  5. 빈대 물린 것 보니 여행 갈 맛이 사라졌습니다.

    • 저도 1년 반이 넘도록 여행을 하며 빈대에 물린 것은 처음인데 정말 간지럽더라구요.
      여러가지를 겪는 여행이니 별 수 없다는 마음으로 즐기니 괜찮더라구요.

  6. 출장길에 들렀었는데 새록새록 기억이 나네요..참 좋은 이란 사람들도 생각나구요...잘 읽었습니다^^

  7. 우리가 역사서에서 읽은 것은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상당히 영리하고 용맹스런 영웅이란 것이었는데
    침략과 약탈을 당한 그들 편에서는 용민군 말처럼
    철천지 원수임에 틀림없겠어요.
    어차피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기에 그저
    그런 아픈 전쟁이나 침략은 없기만을 바랄 뿐이죠.
    벽이나 바위에 정말 하찮은 도구로 하나하나 새겼을
    그 당시 장인들은 정말 대단하단 말로도 부족할 듯 해요.

  8. 참으로 오랜만이네요.
    늘 한 번씩은 들러야지 하면서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고 일을 하는게 바빠서
    생각만 하다가 이렇게 주말에 시간 내어 들러봅니다.
    그나저나 이란에서 맥주라..
    과연 맥주를 드셨을지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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