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162. 비슈케크 시내 구경하기. (키르기스스탄 - 비슈케크)


오늘도 아침을 든든하게 챙겨 먹는다.

중앙아시아를 여행하면서 매번 사람들과 함께 아침을 먹었었는데 다시 혼자가 됐다.

비슈케크에는 큰 시내버스도 다니고 있는데 전기를 이용하고 있었다.

이렇게 전기선로를 따라 운행하면 여러대의 버스가 합류하는 지점에서는 교통체증이 심각해질텐데 어떤 이점이 있어 이런 시스템을 운영하는지 궁금하다.

영화에서 보면 리무진에 타 샴페인을 마시던데 나도 죽기 전에 리무진을 한번쯤은 탈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전 세계 어느나라를 가도 달러가 가장 환전하기 편리하다.

하지만 중앙아시아는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그런지 루블화의 환율도 좋아보였다.

타지키스탄과 비교하면 키르기스스탄은 더 개발되었고 더 개방되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시내에 나와보니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길을 가다 본 T.G.I는 키르기스스탄의 발전모습을 한 눈에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무리 T.G.I가 있다고 하더라도 난 길거리 음식을 먹는다.

스테이크도 맛있지만 거리에서 먹는 음식도 충분히 맛있다.

만티처럼 생긴 음식을 먹고 있는데 가게 안에 익숙한 기계가 보인다.

처음엔 내가 잘못본 줄 알았는데 다시 살펴보니 한국의 커피 자판기가 맞다.

여행을 하며 한국에서 건너온 다양한 물품들을 봤지만 커피 자판기까지 볼 줄은 몰랐는데 정말 신기하고 반가웠다. 

간단한 지도를 하나 가지고 비슈케크의 시내를 구경하다 보니 오페라 하우스가 나왔다.

오페라 하우스를 보니 오스트리아를 여행하면서 비엔나에서 공연을 못 봤던 것이 떠오른다.

다음에는 꼭 캐리어를 끌고 유럽 여행을 하며 오페라 관람을 해야겠다.

관공서처럼 규모가 큰 건물들은 웅장하면서 각이 잡힌 모습이었는데 소련의 향기가 나는 것 같았다.

시내 구경을 하다보니 오늘의 목적지인 놀이공원에 도착했다.

숙소에서 지도를 보며 어디를 갈지 고민하다 놀이공원이 있길래 무작정 와봤는데 규모는 작지만 소풍온 가족들이나 놀러온 사람들이 꽤 있어 놀이동산에 온 기분이 들었다.

롤러코스터처럼 큰 기구는 없지만 놀이동산의 꽃인 관람차가 보였다.

놀이공원 자체 입장료는 없고 각 기구별로 돈을 내는 시스템이길래 50솜(한화 1,000원)정도를 내고 줄을 섰다.

관람차를 돌리는 체인이 좀 많이 낡아보였지만 큰 위험을 없을거라 믿으며 관람차에 올랐다.

관람차에도 별다른 안전장치는 없고 추락방지용 쇠사슬만 있었는데 크게 무섭지는 않았다.

관람차에 오르니 키르기스스탄의 웅장한 산맥들이 보였는데 정말 멋있었다.

영국의 런던아이처럼 관람차를 탔을 때 도시의 전경이 보이는 것도 좋겠지만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이렇게 멋진 풍경이 보이는 것이 더 마음에 든다. 

관람차에서 내려와 사람들 구경을 하며 지나가다보니 키와 몸무게를 재는 곳이 있어 10솜(한화 200원)을 내고 나도 올라가봤다.

아무리 돈을 아끼며 여행을 해도 살은 빠질 생각을 안 하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다시 시내로 돌아와 거리를 구경하는데 분식집이 보인다.

김밥과 볶음밥까지는 이해가 가는데 김치도 함께 파는 모습은 신기했다.

역시 하릴없이 한 마을이나 도시를 걷다보면 다양하고 신기한 모습을 볼 수 있어 좋다.

정해진 목적없이 구경하기에는 시장만한 곳이 없다.

사람사는 곳이 다 똑같기에 시장에 간다고 해서 신기한 물건이나 풍경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이 북적이는 것을 구경하는 것 만으로도 재미있다.

비록 10달러도 되지 않는 돈으로 산 워커지만 그 동안 많은 산을 오르며 더러워졌기에 오늘은 구두를 닦기로 했다.

어떤 아저씨에게 갈지 고민하다 눈이 마주친 아저씨에게 갔더니 잠시만 기다리라며 내 신발을 가지고 시장으로 들어가신다.

궁금했지만 말이 통하지 않으니 그저 기다렸는데 잠시 후에 내 워커에 맞는 색깔의 구두약을 사오셨다고 한다. 

깨끗하게 닦인 신발을 보니 기분이 좋았는데 아저씨께서 갑자기 돈을 두 배로 달라고 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구두를 닦기 전부터 한 켤레의 가격이 맞는지 확인했었는데 다 닦고 나서는 한 짝당 가격이었다고 말을 바꾼다.

난 분명히 확인을 했으니 그 돈은 못 준다며 원래 주기로 했던 돈만 주고 나왔다.

왜 슬픈 예감은 항상 틀리지 않는지 모르겠다.

깨끗한 신발도 신었으니 다시 힘을 내서 숙소까지 걸어가려다 그냥 버스를 타기로 했다.

몇번 버스를 타야하는지 몰라 우선 버스를 타고 적당히 갔다고 생각되면 내리기로 했다.

내 감을 믿고 내려서 거리이름를 확인해 보니 숙소에서 1km도 안 떨어진 곳이길래 내 자신이 자랑스럽고 뿌듯했다. 

오늘도 곱창볶음을 먹었던 식당으로 갔는데 뭘 먹을까 고민하다 그냥 라그만을 시켰다.

유럽에서 파스타를 너무 많이 먹어 면 요리가 질렸었는데 한동안 밥을 많이 먹었더니 다시 면 요리가 당긴다.

오늘의 안주는 오징어 채다.

마트에 갔더니 건어물도 팔고 있길래 봉지를 잘 살펴보니 오징어가 있어 충동 구매를 했는데 한국에서 먹던 맛과 똑같았다.

어제 많이 돌아다녔기에 오늘은 또 푹 쉬기로 하고 간단하게 아침을 먹었다.

랄프와 함께 다닐 때는 정말 부지런하게 다녔었는데 혼자가 되니 다시 여유로운 삶으로 돌아왔다.

점심을 먹으러 가기도 귀찮아 계속 숙소에서 뒹굴다 이른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오늘은 쌀밥이 먹고 싶어 식당에 가 계속 쌀밥 먹는 시늉을 했더니 아줌마가 알아서 밥 요리를 가져다 주셨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마음을 담아 손짓 발짓을 하면 다 알아들을 수 있다.

오늘은 남은 보드카가 얼마 없기에 간단하게 맥주를 마시기로 하고 마트에 갔는데 이 맥주를 보는 순간 내 마음을 사로잡혀버렸다.

지금까지 여행을 하며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마셔봤지만 1L짜리 캔맥주는 태어나서 처음봤는데 처음 보는 순간 운명임을 느꼈다.

한 손에 다 잡히지 않는 이 웅장한 자태의 캔을 보니 정말 술 마실 기분이 든다.

발티카 맥주는 러시아맥주라고 들었는데 역시 러시아 형님들은 맥주를 하나 마셔도 스케일이 다른 것 같다.

혹시나 키르기스스탄에 여행가실 일이 있으시다면 비슈케크의 숙소는 이 곳을 추천합니다.

와이파이도 빵빵하고 시설도 정말 좋고 깨끗해 중앙아시아의 숙소가 아닌 것 처럼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오늘 아침은 또 다시 새로운 메뉴가 나왔다.

사진에는 잘 안나왔지만 가지볶음이 있는데 정말 맛있었다.

비슈케크에서 쉴만큼 쉬었으니 오늘은 새로운 곳으로 이동하려고 했는데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무거운 배낭을 멘 채로 비를 맞으며 이동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에 하루를 더 쉴까 고민했지만 비가 잦아들길래 그냥 이동하기로 했다.

비가 온다는 핑계로 택시를 잡고 버스터미널까지 편하게 왔는데 터미널 입구에서부터 호객꾼들이 달라붙는다.

비슈케크는 키르기스스탄의 수도이기에 각지로 뻗어나가는 버스가 많으니 사설 택시를 이용하는 것 보다 정식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더 저렴하고 안전하다는 것을 알기에 그냥 무시하고 터미널로 들어왔다.

미니버스에 짐을 실으러 갔더니 표는 창구에서 따로 끊어와야된다고 말해 표를 끊어왔다.

가격이 250솜(한화 5,000원)밖에 안 하니 부담스럽지도 않고 정말 행복하다. 

중앙아시아의 도로는 언제봐도 멋있다.

이런 아름다운 도로를 원 없이 볼 수 있는 것만으로 중앙아시아 여행은 꼭 한번 와봐야 하는 것 같다.

중간에 휴게소에 들렀는데 얼마나 쉬는지 말을 해주지 않길래 우선 밥을 사고 나와 같은 버스를 타고 온 사람들을 살피며 함께 밥을 먹었다.

말이 통하지 않으면 눈치로 파악하면 된다.

뷔페처럼 다양한 음식이 있고 고른 음식별로 가격을 내는 시스템이었는데 뭘 먹을지 고민하다 함박스테이크를 골랐다.

고기는 언제나 옳지만 오랜만에 먹는 함박스테이크라 그런지 더 맛있었다.

사람들과 비슷한 시간을 맞춰 밥을 먹고 나오니 아직 버스가 출발할 기미가 보이지 않길래 다시 도로위로 사진을 찍으러 갔다.

중간에 사람들이 내릴 때마다 나도 따라내려 사진을 찍고 다시 타니 함께 버스에 탄 사람들이 신기하게 쳐다보며 웃는다.

이렇게 멋진 곳인데 어떻게 사진을 찍지 않고 넘어갈 수 있을까.

이번에 도착한 곳은 키르기스스탄의 북동쪽에 있는 이식쿨 호수쪽에 있는 보콘바예보라는 마을이다.

중앙아시아 여행이 어렵거나 무섭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키르기스스탄은 여행하기 참 쉽다고 생각한다.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웬만한 마을에 가면 CBT(Community Based Tourism)라는 공정여행 협회가 있어 각종 투어프로그램부터 숙박까지 현지인들과 연계를 시켜주는 서비스가 잘 되어있기에 여행하기 정말 편하다.

보콘바예보에 도착하자마자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CBT를 찾아갔는데 문이 닫혀 있었다.

그런데 외국인이 온 것을 본 사람들이 CBT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줘 숙소를 쉽게 잡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민박집과 같은 개념인데 CBT에서 연결해주는 곳들은 가격도 적당하고 방도 깨끗해 항상 마음에 든다.

방에 짐을 풀고 밥을 먹으러 다시 시내로 나왔는데 식당이 눈에 띄지 않아 카페라 써있는 곳에 들어가 만티를 시켜먹었다.

전세계의 모든 음식이 나랑 잘 맞지만 특히 중앙아시아의 음식은 한국 음식과 비슷해 정말 잘 맞는다.

만티를 먹고 숙소에 돌아오니 또 다른 한국식품이 나를 반겨준다.

키르기스스탄에서 동서 프리마를 볼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는데 식탁위에 프리마가 놓여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제품들이 유통되고 있는 것을 보니 확실히 지구가 둥글긴 둥근 것 같다.

오늘도 그냥 자기는 아쉬우니 간단하게 맥주 1병을 마시고 잠에 든다.

밥도 잘 먹지만 술도 잘 먹어 살이 안빠지는 것 같지만 여행에서 술이 빠질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다.



제 여행기가 재미있으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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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여행기를 계속 기다리는 아짐입니다.
    용민님이 많이 바쁘신가봐요.

  2. 발로 여행하는 사람이 살이 빠지지 않는 것은 술의 힘이 크죠. ㅎㅎ
    그나저나 한쿡에서 잘 지내고 계시죠?
    아~~ 중앙아시아~~~

  3. 비밀댓글입니다

  4. 우와~ 한국 미니자판기~ ㅎㅎㅎ
    저도 첨에 '응??? 왠 한국꺼???' 이러고 봤었네요.
    괜히 한 잔 해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핑크색 정문과 파란 미니기차가 있는 놀이공원도
    참 정겨워 보이네요.
    용민군 말처럼 소련식 건물은 크고 웅장하지만
    왠지 각이 너무 잡혀있어서 딱딱하고 단절된 느낌을 주네요.
    동서식품 프리마도 수출된다니 새롭기는 하지만
    무엇보다 1리터까지 캔맥주는... '짱드셈~' 입니다.
    용민군 여행기가 점점 끝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다소 아쉽지만 끝까지 기대하고 있을께요.
    날씨 정말 추운데 감기조심하자구요!!!

  5. 우수블로그 축하 드리구요
    정말 대단하신 분입니다
    자주 들려 세상의 사람들 이야기에
    제 자신을 비추어 보렵니다
    앉아서 편안하게 세계일주!

  6. 이렇게 여행을 하면서 생동감있고 여운이 있게 글을 남겨주시니 감사합니다^^ 하나하나의 숨결속에 많은것이 느껴지네요^^

  7. 정감있는 위트있는 여행기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8. 2년동안 키르기즈에서 생활했었는데, 익숙한 풍경들이어서 우연치 않게 블로그 구경했습니다.
    사진 보니까 키르에서 지냈던 시간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좋네요!
    :)

  9. 안녕하세요, 승마여행기획사 에이홀스 대표 오영주입니다^^ 세계 각 도시에서의 자연과 문화를 동물과 교감하며 여행해보세요- 블로그, www.ahorsetour.com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10. 잘보고 가요~~

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161. 비슈케크에서 만난 소소한 행복. (키르기스스탄 - 비슈케크)

안녕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해에도 행복하시길 바랄게요.



오늘 아침은 만티처럼 생긴 음식인데 요거트와 함께 먹는 육즙이 없는 만티였다.

중앙아싱의 숙소에서는 날마다 아침이 달라진다는 것이 정말 좋은 것 같다.

내가 비쉬케크에서 묵고 있는 호스텔인데 랄프와 하이디는 더블룸을 잡았기에 혼자서 4인실 도미토리를 사용하고 있다.

두샨베를 떠난 이후로 처음보는 하얗고 포근한 이불과 깨끗한 방은 정말 사랑스러웠다. 

오늘도 방에서 뒹굴거리다 밥을 먹으러 나왔다.

오늘은 비쉬케크의 맛집을 돌아다니기로 했다.

샤슬릭이 유명한 곳에 갔는데 거리에서 먹던 샤슬릭과 비교하면 값이 좀 비쌌지만 고기의 질은 확실히 좋았다.

비싼 밥도 가끔씩은 먹어줘야 위장이 삐치지 않는다.

밥을 먹었으니 소화도 시킬겸 숙소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걸어가다보니 길가에 전투기가 보였는데 나와 랄프가 동시에 사진을 찍자 하이디가 역시 남자들은 어쩔 수 없다며 웃는다.

중앙아시아에 한류가 불고 있기는 한지 미샤가 보였다.

안에 들어가보니 각종 화장품부터 샴푸 등 각종 한국산 공산품을 팔고 있어 신기했는데 가격은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키르기스스탄의 국회의사당 앞인데 매 정시마다 근위병의 교대식이 이뤄지고 있다.

여러 나라를 여행하다보니 근위병 교대식은 많이 봤기에 시간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구경갔는데 마침 딱 정각이었다.

역시 인생은 마음을 비워야 하나보다. 

그런데 왜 대부분의 근위병들은 이렇게 다리를 90도로 올리면서 행진할까.

이 모습을 보니 인도와 파키스탄의 국경인 와가에 갔던 기억이 난다.


인도 암리차르의 와가 보더가 궁금하신 분은

http://gooddjl.com/178 - 시크교는 시크하지 않다.

여행기를 읽어주세요.


수도라 그런지 큰 건물들도 많고 도로도 잘 정비되어 있었는데 대여용 자전거를 보니 확실히 대도시처럼 느껴졌다.

나무가 원래 이렇게 생긴 것일테지만 왠지 아파보였다.

겉모습만 보고 멋대로 아플 것 같다고 생각하다니 진실 깨달으려면 아직 멀었나보다.

휴식을 취하겠다고 선언해놓고 정작 나오니 비슈케크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있다.

딱히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그냥 걸어다니기만 해도 좋은 걸 보니 이게 내 천성인가 보다.

비슈케크 사람들은 탁구를 좋아하는지 공원에 탁구대가 많이 설치되어 있었다.

몸치라 운동에 소질이 없어 참 아쉽다.

다른 사람들은 공대 다니면 당구라도 잘 친다는데 난 당구도 잘 못 친다.

낙엽진 공원의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이제 이 가을이 끝나가고 겨울이 오기 시작하면 내 여행도 끝이날테지만 쓸쓸한 가을이 주는 운치가 참 좋다.

육교를 따라 기차역 위를 지나가다 사진을 찍었는데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왔다.


난 버스나 비행기보다 기차가 좋다.

똑같은 운송수단이라 하더라도 기차가 주는 낭만이 있어 좋다.

버스는 편리해서 좋고 비행기는 이륙할 때의 떨림이 좋다.

결국 다 좋다.

호스텔로 돌아와 잠시 쉬다 다시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글을 읽을 줄 모르니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가는 수 밖에 없지만 사람들이 잘 알려줘 별로 헤메지 않고 찾을 수 있었다.

사람들이 라그만을 가장 많이 먹고 있길래 똑같은 걸로 가져다 달라고 했는데 고기도 듬뿍 들어있고 정말 맛있었다.

지금까지는 라그만을 시켜도 포크를 줬었는데 이 곳에서는 젓가락을 주길래 감동받았다.

운동은 못하지만 젓가락질은 자신있어 랄프와 하이디 앞에서 젓가락질을 뽐냈다. 

후식으로 달콤한 팬케이크까지 먹고 나니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랄프와 하이디는 오늘 새벽 비행기를 타고 영국으로 돌아가야한다.

타지키스탄에서 우연히 만나 키르기스스탄까지 2주가 넘는 시간을 함께 여행했는데 항상 배려해주려고 노력하고 재미있어 즐거웠었다.

다음에 내가 유럽을 가든 랄프가 한국에 오든 언젠가는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마지막 기념촬영을 했다.

오늘은 아침이 조금 부실하지만 버터를 바르면 뭐든지 맛있어지니 괜찮다.

부실한 아침을 보충하기 위해 남겨뒀던 초코파이를 꺼냈다.

군대를 갔다오면 초코파이가 싫어진다는데 난 왜 아직도 초코파이가 좋은지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 촉촉한 초코와 마시멜로가 싫어질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앞으로 언제 다시 와이파이를 만날 수 있을지 모르니 우선 여행기를 최대한 많이 써놓아야 한다.

휴식에는 당이 빠질 수 없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난 카카오 함유 80% 이상인 다크 초콜릿이 정말 좋다.

지금 묵고 있는 호스텔은 일반 가정집을 호스텔로 개조해서 쓰고 있어 외관상으로는 전혀 티가 나지 않아 처음에 찾아올 때 힘들었었다.

주소는 알고있는데 아는 사람이 없어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보다 가게에서 한국인 교사이신 분을 만나 그 분의 통역으로 겨우 찾을 수 있었다.

역시 세상엔 나쁜 사람보다 착한 사람이 훨씬 많다.

호스텔 근처에 작은 식당이 보였는데 딱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길래 들어가봤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 만티를 시켰는데 육즙이 살아있었다.

나무의 뿌리들 때문에 길이 뒤틀리고 있었는데 어떻게 생각하면 친환경적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호스텔 근처에 큰 한인마트가 있었는데 망했는지 내가 비슈케크에 온 뒤로 문을 연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중앙아시아의 한인 마트에는 뭘 파는지 궁금했는데 아쉽다. 

무슨 건물이기에 이렇게 작은 창문을 촘촘히 설치해놓은지 모르겠다.

여행친구가 떠났으니 이제 나를 위로해 줄 것은 술밖에 없다.

간단히 맥주로 목을 축이고 보드카로 내 간을 위로해준다.

술친구가 있었다면 스트레이트로 마셨겠지만 혼자 마시는 것이니 스프라이트에 섞어 음악을 들으며 알딸딸해질 때까지 마시다 잠에 든다.

조식을 차려주는 아주머니가 귀찮으신건지 예산이 떨어지는 것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아침이 부실해지는 것 같다.

하지만 난 잘 먹는다.

새 신발도 샀고 이제 날씨가 추워지니 지금까지 함께 했던 트래킹화도 보내주기로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장에 가 중고샵에 가봤는데 워커종류만 산다길래 시장까지 같이 와준 호스텔에서 일하는 아주머니께 그냥 드리려고 했더니 맥주라도 한잔 사 마시라며 100솜을 주셨다.

주로 샌달만 신고 다녀 별로 예뻐해주지 못했는데 새 주인을 만나 잘 돌아다니기를 바란다. 

한국 상품에 대한 수요가 많은지 시장에도 한인마트가 있었다.

역시나 이곳도 치약부터 시작해 휴지까지 한국제품들을 팔고 있었는데 중앙아시아에서 한인마트를 만나니 재밌었다.

신발을 판 돈으로 음료수를 사서 산책을 나선다.

어제 본 비슈케크의 거리가 정말 좋았기에 오늘도 다시 낙엽진 길을 찾아 걸었다.

일상에서는 이런 소소한 행복들을 지나치며 살아가게 되는데 여행이 끝나더라도 이런 행복을 추억하고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사실 오늘 내 목표는 바로 이 마사지샵이었다.

지난 내 생일에 산에 있어 스스로에게 선물을 못 줬기에 비슈케크에 가면 돈이 얼마든지 마사지를 받기로 했었다.

한 700솜(한화 14,000원)이면 받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가격을 물어보니 1시간에 1,200솜(한화 24,000원)이라고 한다.

그래도 지금까지 고생했으니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 생각하고 마사지를 받았는데 그동안 쌓인 피로가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1시간 마사지가 3000원이면 충분했던 태국이 그리워진다.

마사지도 받았으니 오늘은 제대로 영양보충을 하기로 하고 거리에서 전기구이 통닭을 사왔다.

늦었지만 내 생일을 축하한다.

다음 단계는 지친 피부를 위해 아까 한인마트에서 사온 마스크팩을 한다.

내가 생각해도 참 가지가지 하는 것 같지만 난 소중하니 잘 보살펴줘야 한다.

전에 산 보드카 한병을 다 마셨기에 오늘은 새로운 보드카를 사왔다.

어떤 보드카가 좋은지 잘 모르니 가격이 적당하면서 병이 예쁜 걸로만 고르고 있는데 괜찮은 것 같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 안주는 아이스크림이다.

오늘은 다시 아침이 괜찮아졌다.

여행을 하며 버터를 많이 먹어서 그런지 살이 자꾸 찌는 것 같다.

쉬는 시간에는 역시나 여행기를 쓴다.

여행기를 쓰다 저녁을 먹으러 어제 갔던 식당에 갔다.

아예 말이 통하지 않으니 옆 테이블에서 먹고 있는 밥을 따라 시켰는데 정말 행복한 요리가 나왔다.

날 감탄하게 만든 이 요리는 바로 곱창볶음이다.

그냥 밥에 고기가 있길래 따라시켰는데 한국에서 먹던 그 곱창볶음 맛이 난다.

더 충격적인 것은 다대기도 있다.

다대기는 일본어니 안 쓰는 것이 맞지만 밥과 함께 준 이 양념장을 맛본 순간 다대기라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행복감을 즐기며 맛있게 밥을 먹는데 먹으면 먹을수록 곱창볶음의 맛이라 신기했다.

이 즐거움을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었는데 호스텔에 한국인이 없어 아쉬웠다.

곱창볶음을 먹어서 그런지 소주 생각이 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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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간만에 댓글을 답니다
    점차로 기억이 지워져서 그때의 감동보다는 추억을 듣는것 같아서 씁쓸한 기분이 들었고...
    둘째로는 여행기가 올라오는 시기가 불분명해지고 한주를 건너뛰고 하시더니 이제는 격주로 게재되는걸로 정해졌나봅니다...
    타인의 여행기를 놓고 늦었다니, 열정이 떨어졌다는 독설을 남긴다는게 어딘가 안맞는듯해 더 이상 댓글을 달진 않았습니다만
    계속 여행기를 빠짐없이 챙겨봅니다....
    돌아온지 1년이 넘은 기억을 잊지않고 올리는 열정도 대단하다고 여겨지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늘어지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이게 여행의 정보를 전달하고자 하는 여행기가 아니니 그게 꼭 중요하다고 할순 없겠지만, 여행기가 주는 신선함이 떨어진다는점은
    아쉬움으로 남을테니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용
    아무래도 다시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 시기가 된듯 한데 새로운 여행계획은 아직 없는건가요?

  2. 오랜만에 댓글을 달아주셨는데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작년 2학기 학교생활이 너무 바쁘다보니 매주 연재가 무너졌고 한두번 격주로 연재하다보니 저도 많이 무뎌진것이 사실입니다.
    15년 여름방학부터 지금 겨울방학때까지 계절학기를 듣다보니 체력적 정신적으로도 많이 지친것 같구요.
    블로그에 달리는 댓글도 다 읽고는 있지만 일일이 답글을 달기도 힘이들어 미루다보니 엄두가 안 나더라구요.
    여행기도 루즈해질 것을 걱정해 원래 올 1월안에 여행기를 마무리 할 계획이었는데 제 게으름때문이니 어쩔수 없지요.
    작년 하반기동안 너무 무기력하게 지낸것 같아 뭔가 전환점이 필요한데 뭘 해야할지 감이 안오네요 ㅎㅎ
    저도 그냥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었는데 이렇게 댓글로나마 이야기하니 좀 나아진것 같고 더 죄송하네요.
    충사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행복하세요.

  3. 격주라도 감사히 봅니다. 왜냐면 님 글이 제일 재밌거든요. 마지막 곱창볶음 덮밥 꼭 맛보고 싶네요. 추운데 건강하세요!

  4. 격주든 한달에 한번이든 여행기를 볼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습니다.제가 해볼수 없는 일들을 용민님이 대신 해주신 것같아서 늘 감사하게 보고있어요.여행기가 끝나면 정말 아쉬울것 같아요.마지막까지 재미있게 읽겠습니다.올해도 파이팅하세요~^^

  5. 항상 작은 기대를 가지고 와서 큰 감동을 받고 갑니다.
    모든 글에 리플달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누나팬(억지로 누나라고!!!)으로써
    새로운 세상에 대해 많이 배우고 있거든요.
    저도 여행이라면 작년까지 22년간 매년 한두번씩 다니는 사람이지만
    용민군처럼 이리 자세하게 다니진 못하거든요.
    제 생각같아서는 용민군이 책을 한 권 썼으면 하는 마음이 크네요. ^^
    여행기가 끝나지 않아야 재치있는 용민군 입담을 좀 더 느낄 수 있을텐데
    서서히 끝이 보이는 것 같아 못내 아쉽네요.

  6. DJL 글을 보니 키르기즈스탄에 가고 싶어져요.
    무려 미샤가 있다니!!!
    중앙아시아 국가들 중에서 가장 민주적인 나라다보니 훨씬 많이 개방된 느낌이네요.
    5월이나 여름 즈음에 가면 눈도 없고 관광하기 딱 좋을 거 같은데요.

  7. 부럼기만한 여행기입니다...^^
    용기가 없어 떠나지못하는 여행지가 정말 많은데...
    멋진 여행기로 간접경험을 하니 참 좋습니다...ㅎㅎㅎ

  8. 근위병의 모습을 보니 여행 떠나고 싶어집니다^^

  9.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오랜만에 댓글을 답니다. 현재 파키스탄 거주하는 관계로 할것이 없는 저에게 아주 재미있는 일상거리 였습니다. 작년여름에 이 사이트를 우연히 알고 폭풍처럼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끝까지 기대하면서 다음편을 또 기대하겠습니다.

  10. 안녕하세요. 지금 여행중이시군요. 바쁠텐데도 제 도움요청에 응답해 주시고 참 뭐라고 감사의 말을 해야 할 지 ㅡ
    먼저 늦었지만 ㅡ생일ㅡ축하드리고 새해 ㅡ복ㅡ많이 받으시고 님의 세계여행 잘 마무리 되기를 바랍니다.
    님의 여행기를 읽을 때마다 용기와 끈기 인내를 배웁니다. 댓글을 처음 달아서 미안해요. 자장구가 있는 처음으로 돌아가 가단하게라도 댓글을 달면서 새로운 감동으로 읽어야 할까 봐요.
    님의 여행기가 책에서 보다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고 더 재미있어요. 남은 여행 더욱 재미있고 보람찬 여행이 되기를 바랍니다.

  11. 공부하시느라 바쁘시겠어요
    여행하고 돌아온 일상이 참 만만치 않죠?
    힘내시고 화이팅하시길 바래요^^
    님의 글을 읽으면 그냥 흐뭇해져요 ㅎ
    여과없이(?) 꾸밈없이(?) 보여 주시는 글들이 참으로 와 닿아요
    젊은 시절 좋은 추억을 간직하게 되셨으니 그것만으로도 부자가 아닌가 싶어요

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160. 비쉬케크에서 만난 아름다운 설산. (키르기스스탄 - 비쉬케크)

안녕하세요. 


오늘은 즐거운 성탄절입니다.


오늘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되시길 바랄게요.



오늘 아침은 감자스프다.

물론 맛은 있지만 배가 부르진 않는다.

여행을 하면서 위장이 너무 커진 것 같다.

오랜만에 산을 타서 그런지 어제 조금 많이 걸었다고 발에 물집이 잡혔다.

지금은 조금 쓰라린 물집이지만 곧 굳은살이 되어 더 강한 발을 만들어 줄테니 괜찮다.

밥 사진 다음에 바로 발 사진을 올려서 죄송합니다.

어제 사리첼크 호수를 봤으니 오늘은 또 이동할 차례다.

랄프와 하이디는 3주 정도의 휴가를 즐기는 것이기에 이동을 빠르게 하고 있는데 함께 하는 것이 좋아 나도 함께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계획했던 것보다 이동이 10일 정도 당겨진 것 같은데 앞으로 한적한 곳이 나오면 푹 쉬어야겠다.

아킷 마을에는 여행객이 얼마 없어 마을 밖으로 나가는 차를 빌리는 것도 힘이 든다.

물론 돈을 주면 차는 오지만 사람 수를 꽉 채워서 나가야 돈을 절약할 수 있다.

어제 사리첼크 호수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다른 여행자들을 만났는데 랄프에게 자신들이 4인승 차를 빌리면 2자리가 비니 나를 버리고 자신들과 함께 가자고 했던 커플이 있었다.

랄프는 나와 함께 타지키스탄에서부터 왔으니 괜찮다고 거절했다며 나에게 그 이야기를 해줬는데 어쩌다보니 우리가 큰 차를 빌리게 되어 이 커플들과 함께 이동하게 되었다.

사람을 미워하면 안 되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차를 타고 가는데 도로 옆에 옛 소련시절 건물처럼 보이는 건물이 있었다. 

이번에도 차를 통째로 빌린 것이기에 우리가 원하는 곳에서는 언제든지 차를 세울 수 있다.

중앙아시아 여행을 하며 차는 원 없이 빌리는 것 같은데 대중교통이 열악한 곳이니 어쩔 수 없지만 같이 빌리기에 돈도 크게 부담되지 않고 편하기도 하다.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에 들어갔는데 뭘 파는 곳인지 물어보니 만티가 유명하다길래 큰 그릇으로 달라고 했다.

만티는 몇번 먹어봤기에 예상은 했지만 이번엔 생김새부터 완전 우리나라의 만둣국과 똑같았다.

맛을 보니 국물도 만둣국 맛이라 정말 맛있게 먹으며 한국에서는 만둣국이라고 부른다며 식당에서 한국어 수업을 열었다.

키르기스스탄은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 중국에서 공산품의 수입을 많이 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이 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중앙아시아 지역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하던데 여행을 하다보니 그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파미르 고원은 지나왔지만 아직도 아름다운 도로는 많이 남아있다.

기본적인 고도가 3000m가 넘다 보니 눈도 잘 녹지 않고 겨울이 오면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고 한다.

그저 중앙아시아가 오고 싶었기에 여행 경로에 넣었는데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점에 여행하게 된 것이 정말 행운인 것 같다.

웅장한 산도 보고 아름다운 설산도 볼 수 있어 정말 행복하다.

차는 계속 달려 키르기스스탄의 수도인 비슈케크에 도착했다.

우리가 가려고 했던 숙소의 주소를 찾아갔는데 그 곳에 숙소는 없고 전화도 연결이 안 됐다.

1시간이 넘도록 돌아다니다 포기하고 아무 숙소나 들어가려고 하는데 수도라 그런지 하루 숙박에 기본 30달러 이상을 부른다.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 호텔에서 받은 지도를 보니 호스텔이 표시되어 있길래 택시를 타고 이동했는데 시설도 깨끗하고 도미토리가 10달러 정도라 여기서 묵기로 했다.

시간도 늦고 숙소를 찾는데 너무 힘이 들었기에 오늘 저녁은 그냥 간단히 도시락에 맥주로 결정했다.

이 호스텔도 아침이 제공되는데 꽤 정갈하게 나와 기분이 좋았다.

오랜만에 와이파이를 만났으니 여행기도 업데이트 하고 인터넷 세상도 즐긴다.

그동안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오늘은 아무 것도 안하고 숙소에서 쉬기로 했다.

침대에 누워 잉여로움을 만끽하고 있는데 랄프가 좋은 양조장을 알아냈다며 같이 가자고 한다.

술을 거절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배웠으니 당연히 따라갔다.

아파트 단지 근처에 있는 술집이었는데 솔직히 한국에 있는 웬만한 술집보다 좋아보였다. 

식사와 함께 주문했는데 맥주를 2잔씩 마셔가니 주문한 요리가 나왔다.

요리는 기대보다 못한 맛이었지만 맥주는 정말 맛있었다.

랄프도 컵라면의 맛에 빠졌는지 그냥 자기 아쉬우니 도시락을 하나 먹자고 한다.

슈퍼에 가니 도시락이 없다길래 아무거나 달라고 했는데 확실히 도시락보다는 조금 아쉬운 맛이었다.

중앙아시아에서 컵라면을 지칭하는 대명사가 도시락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실제로 그냥 도시락이라고 말하면 컵라면을 준다.

오늘 아침은 내가 좋아하는 달걀이다.

호주에서 5개월동안 아침으로 달걀을 먹었으면 물릴만도 하지만 난 아직까지 달걀이 좋다.

어제 맥주를 마시며 랄프가 또 나를 꼬셨다.

비슈케크 근처에 좋은 산이 있는데 같이 가자고 꼬시길래 난 이제 휴식을 취하고 싶다고 말했더니 이 산은 정말 아름답다며 갔다와서 휴식을 취해도 되지 않겠냐고 말하길래 이번에도 맥주를 원샷하고 콜을 외쳤다.

택시 기사 아저씨와 말은 통하지 않지만 서로가 필요한 것을 눈치로 알 수 있기에 오후에 우리를 데리러 다시 오기로 하고 택시를 왕복으로 잡았다.

이번에 우리가 온 곳은 비슈케크에서 30km 정도 떨어진 알라 아르차라는 곳이다.

입구에 내리니 작은 산장 겸 휴게소가 있었는데 우리는 산을 보러 왔으니 우선 산을 향해 걸어간다.

알라 아르차에는 1박 2일 코스를 비롯해 여러가지 코스가 있는데 우린 당일치기 코스를 골랐다.

개략적인 지도밖에 없기에 대충 방향만 잡고 길을 걷는다.

방향을 제대로 잡았는지 지도에 표시된 작은 강이 나왔는데 지도에 나와있는 다리는 보이지 않는다.

물살이 꽤 빨라 그냥 건너는 것은 위험해 보여 다리를 찾아 계속 내려가보기로 했다.

말 그대로 작은 다리가 나왔는데 발판이 보이지 않는다.

원래 발판이 없는 다리인지 낡아서 떨어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산을 오르려면 건너가야한다.

 철제 난간을 잘 붙잡고 지그재그로 건너가면 되는데 다리가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며 건너갔다.

다리를 건너니 제대로 된 산이 보인다.

아름다운 산님을 만나기 위해 여기까지 왔으니 잘 부탁드린다며 인사를 하고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응달이 지는 곳에는 눈이 녹지 않은 모습이 확연하게 보인다.

눈 덮힌 모습이 아름답지만 아이젠이 없으니 조심조심 걸어가야한다.

계속 응달진 곳을 걸으니 태양님이 그립다.

여름엔 태양님이 싫었지만 추우니 그리워지는 것을 보니 남자의 마음은 갈대인가 보다.

산에서는 배가 고프기 전에 먹고 힘이 들기 전에 쉬어줘야 한다는 말이 있다.

난 쉬운 남자이니 시키는대로 배가 고파지기 전에 간단하게 에너지를 보충해준다.

아무리 겨울이라지만 햇살은 우리를 비춰준다.

사람들을 구조하다 돌아가신 산악 구조대원들을 기리고 있었는데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고 고맙게 느껴져 기도를 올리고 나왔다.

우리나라의 소방관분들의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는 이야기가 항상 나오지만 실질적인 제도나 혜택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전 세계 어디에 있는 산을 올라가든 사람들을 위해 남겨놓은 표식을 볼 수 있다.

이런 표식을 남긴 사람들처럼 자신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닌 서로를 돕고 생각하는 삶을 살고 싶다.

산을 오르다보면 이렇게 바닥이 헤집어진 곳이 보이는데 이건 멧돼지의 흔적이라고 한다.

혹시나 멧돼지를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주위를 둘러봤지만 야행성이라 그런지 멧돼지의 털끝 하나 보이지 않았다.

눈 덮힌 산을 오르다보니 정말 겨울이 온 것 같았다.

이제 이 겨울이 지나기 전에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 생각하니 아쉽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다.

하지만 집에 돌아가는 것은 모든 것을 즐기고 느낀 뒤의 일이니 지금은 현재만 생각하면 된다.

산 속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더 아름다운 설경이 펼쳐진다.

히말라야에서 처음 느낀 겨울 산행의 아름다움 덕분에 산을 좋아하게 됐는데 한국에 돌아가면 꼭 겨울 한라산에 올라가봐야겠다. 

이번에도 뒤를 돌아보면 꽤 멀리 들어왔다.

매번 하는 말이지만 이 기분이 좋아 힘들지만 계속해서 산을 찾게 된다.

거대한 자연이지만 사람은 거기에 굴복하지 않고 그 자연과 함께 살아나가는 법을 알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자연을 컨트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자연은 극복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가야할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자연과 함께 살아온 선조들의 지혜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계속 걷다보니 끝이 나왔다.

물론 더 올라가려면 더 올라갈 수도 있겠지만 장비도 없고 돌아갈 시간까지 생각한다면 여기서 멈추는 것이 맞다.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줬으니 더 이상 욕심부리지 않고 내려가는 것이 맞다.

아쉬우면 다음에 더 철저히 준비해서 다시 오르면 된다.

가진 것에 만족할 줄 알되 더 멋진 미래를 기약하고 준비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산에 오르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요거트를 먹고 눈으로 입가심을 한다.

팥만 있다면 팥빙수를 만들어 먹어도 참 좋을 것 같다.

내려 가는 길이라 신이 났는지 하이디가 눈싸움을 건다.

랄프와 하이디는 50이 다 되어가는 나이지만 서로를 사랑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

부러우면 지는건데 나도 서로를 잡아주고 이끌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가을 하늘도 아름답지만 겨울 하늘도 아름답다.

그냥 푸른 하늘은 다 아름답다.

내가 느낀 빛을 표현해보고 싶어 사진을 찍어봤는데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왔다.

내가 원하는 사진을 찍기는 어렵지만 가끔씩 찍히는 이런 사진 덕분에 카메라를 드는 것이 재미있다.

이제 다시 다리를 건너 집으로 갈 시간이다.

약속한 시간에 딱 맞춰 돌아온 아저씨 덕분에 잠시 쉬다 바로 숙소로 돌아갈 수 있었다.

지금까지 지나온 마을들과 다르게 비슈케크에 오니 슈퍼마켓도 있다.

오랜만에 본 슈퍼마켓이니 당연히 들어가봐야한다. 

슈퍼마켓에 가니 도시락뿐만 아니라 다양한 라면들과 초코파이도 팔고 있었다.

랄프에게 열 라면의 '열'이 뜻하는 것이 뭔지 알려주니 도전해보겠다며 먹었는데 조금 맵지만 먹을만 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라면을 먹을 때 후루룩 소리를 내며 먹는데 랄프와 하이디는 아주 조용하게 먹길래 나도 예의를 차리기 위해 조용히 먹고 있는데 라면을 조용히 먹으려니 힘이 든다.

한국에서는 후루룩 소리를 내며 먹는다는 설명을 해주기는 했지만 외국인 앞에서 소리를 내며 식사를 하자니 민망해 계속 조용히 먹었다. 

당을 보충하기 위해 코코넛이 들어간 초콜릿을 처음 먹어봤는데 정말 맛있었다.

달콤한 맛을 코코넛이 잡아주는 맛이 정말 좋았다.

대화에는 술이 빠질 수 없다.

도시락은 에피타이저였고 오늘의 메인 메뉴는 피자다.

아침에 호스텔을 나오며 피자가게의 전단지를 봤었는데 산을 오르며 이야기를 하다보니 내려가면 피자에 맥주를 먹기로 정했다.

내가 여행을 하며 처음으로 먹는 배달 피자라고 하니 랄프는 자기 인생에서 처음으로 먹는 배달 피자라고 한다.

젊을 때는 배달서비스를 이용해보지 않았고 현재 살고 있는 집은 도시에서 좀 떨어진 지역이라 피자 배달이 안 된다고 한다.

서로의 첫 배달 피자를 기념하며 맛있게 먹었다.


제 여행기가 재미있으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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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성탄절 잘 보내고 계신가요?용민님은 여행을 할수록 철학자가 되어가는것 같네요.^^

  2. 정말 멋집니다. 부럽네요. 여행을 좋아하는 한사람으로써 열열이 응원합니다. 즐거운 여행되세요~

  3. 너무 재밌어서 단숨에 다 읽었습니다. 시리도록 푸른 하늘이 인상적이네요. 안전한 여행되세요

  4. 아침예배후성경을읽는게아니라여행기를읽었습니다. 읽다보니더행복해졌네요 좋은글과아름다운사진들감사합니다

  5.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쉽지 않은 곳의 여행을 쉽게 하고 계시네요! 부럽습니다.

  6. 하^^ 저두 가구 싶네요 정말 부럽네요
    언제 시간내서 꼭 가볼 생각입니다 고생하셨어요^^

  7. 마치 내가 여행하고있는것 같은 착각!
    멋진 분이시네~~

  8. 부럽고 가고싶은 곳입니다.
    저도 조만간 세계일주는 아니더라도
    대륙 일주 정도는 해보고 싶네요
    건강하세요

  9. 다리가 정말 ㅎㄷㄷ 하네요.
    나무 판자라도 좀 대놓지;;;;
    저 같이 고소공포증 있고 물 무서워하는 사람들은 그 앞에서 건너지도 못하고 주저않을 거 같아요.

  10. 성탄절 잘 보내셨나요?
    어딜 가도 개념장착이 절실한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죠.
    어떻게 한 팀으로 간 사람들에게 누구를 버리고 차를 렌트하자는
    말을 할 수 있을지 깜짝 놀랐네요.
    오늘도 용민군 덕분에 아름다운 설산 잘 봤고
    바닥없는 무서운 다리도 눈으로나마 같이 건너봤네요. ^^

  11. 일상에 쩔어살다가 간만의 긴 연휴에 들어와서 여행기 몰아봅니다
    흐려진 퇴사후 배낭여행의 꿈을 다잡고 가요 ^*^ 항상 감사합니다

  12. 예전에 러시아에서도 도시락 컵라면의 인기가 대단하다고 한 것을 본 적이있는데 도시락이라는 말 자체로 컵라면을 준다니 신기하네요ㅋㅋ
    올 해의 마지막 여행기도 잘 봤습니다.
    내년에도 올라 올 여행기 기대할게요~

  13. 시원한 사진들이군요.
    맥주와 피자가 대낮부터 너무 땡기네요. ㅎㅎ

    혹시 노는 티스토리 초대장 있으시면 좀 나눠주세요.
    오래전에 저한테 한 장 주셨었는데 그때 그게 뭔지 몰라서 쓰지 못했습니다.
    네이버에서 티스토리로 블로그 이사를 좀 해볼려고 해서요. ^^

  14. 나도 젊었더라면 도전해볼텐데... 시간이 병이네....

  15. 여행책 보다 더 재미있다. 당신은 파워공대생. 파워여행가. 파워블로거 ㅡ세상에서 제일 머찐 양반 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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