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형제의 중국 여행기 - 20. 거센 물줄기가 흐르는 호도협. (중국 - 리장, 호도협)

숙소 앞 언덕길에서 리장 구시가지를 바라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 7시부터 일어나 어제 숙소에서 예약해 놓은 호도협행 버스에 오른다.

아무리 일찍 일어났어도 아침을 거를 수는 없다.

이부자리에서 일어난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에 밥맛이 없을 줄 알고 만두를 조금만 샀는데 먹으면 먹을수록 입맛이 살아나 결국에는 아침이 부족했다.

역시 내 몸은 먹고 자는 것에 특화되어 있는 것 같다.

중국의 아침 식사에서 빠질 수 없는 두유도 한 잔 마신다.

두유에 설탕을 너무 많이 넣으면 건강이 걱정되고 조금 넣으면 맛이 나질 않는다.

한낱 두유를 먹을 때도 적당히가 어려운데 삶을 적당히 살아가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생각해본다.

적당히 사는 삶은 어려울테니 그냥 즐기며 사는 삶을 살아야겠다.

잘 달리던 버스의 속도가 줄길래 밖을 보니 불이 났다.

부디 인명피해가 없기를 바라며 잠시 기도를 했다.

중국은 관광지마다 등급을 매겨 놓았는데 만리장성과 병마용 같은 곳은 최고등급인 AAAAA 등급이다.

또한 등급에 따라 다른 입장료를 적용하고 있어 호도협과 같은 AAAA등급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입장료를 내면 된다. 

입장권을 끊고 조금 더 들어가니 호도협의 황토색 물이 보이기 시작한다.

오랜만에 푸른 산을 보니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역시 사람은 자연과 함께 살아야한다.

버스는 계속 달리고 창 밖으로는 호도협의 아름다운 모습이 보인다.

산을 오르면 힘들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지만 이런 풍경을 보면 등산을 하고 싶어진다.

배낭여행자들의 호도협 구경은 티나 게스트 하우스에서 시작된다.

리장 시내에서 출발하는 밴은 대부분 티나 게스트 하우스로 모이고 트래킹을 위한 준비도 이 곳에서 주로 한다.

호도협을 즐기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가 있는데 당일치기 관광과 1박 2일 이상이 걸리는 차마고도 트래킹 코스가 있다.

여행 기간에 제약이 없거나 혼자 왔더라면 당연히 차마고도 트래킹을 했겠지만 이번엔 동생과 함께하는 짧은 여행이니 그냥 당일치기 투어만 하기로 했다. 

티나 게스트하우스에서 조금만 걸어오면 호도협으로 내려가는 길이 보인다.

호도협은 상, 중, 하로 나뉘어져 있는데 우리는 가장 유명한 중 호도협으로 가기로 했다.

호도협으로 들어오는 입장료는 냈지만 호도협까지 내려 가는 길을 유지보수 하는 마을 사람들을 위해 길 이용료를 따로 내고 있었다.

안 좋게 보면 기분이 나쁠 수도 있지만 마을 사람들을 위한 돈이라 생각하고 좋은 마음으로 돈을 낸다.

입장권을 파는 아주머니께서 이 길로 내려가면 정말 아름답다고 했는데 그 말이 사실인 것 같다.

입장료를 내고 얼마 내려가지 않아 만난 푸른 하늘 아래 펼쳐진 풍경은 15위안이 부족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소풍에는 간식이 빠질 수 없으니 미리 사온 과자를 먹으면서 내려가기 시작한다.

협곡을 내려가는 길을 내려니 경사가 꽤 가파르다.

내려가는 것은 문제가 없는데 올라올 때를 생각하니 좀 힘들 것 같다.

하지만 아직 다가오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느라 현재를 놓칠 수는 없으니 열심히 내려간다.

몽골의 홉스골에 있을 때는 쌀쌀했는데 남쪽으로 내려오니 날이 꽤 덥다.

지친 여행자들을 위한 선물인지 작은 냇물이 흐르고 있길래 세수를 하고 다시 내려간다.

길 중간에는 사다리도 설치되어져 있었는데 이런 시설물을 유지하려면 주민들이 입장료를 걷어야만 할 것 같았다.

이번 여행도 안전하고 즐겁게 끝날 수 있기를 빌며 길을 걷는다.

30분 정도 내려오다보니 호도협의 물줄기가 제대로 보이기 시작한다.

입장료를 내고 내려왔어도 다리에 들어가려면 또 입장료를 내야한다.

여기까지 와서 다리를 안 건널 수는 없으니 10위안(한화 1,800원)을 내고 건넌다.

호랑이가 이 협곡을 지날 때 다리 건너편의 암석을 밟고 뛰어넘었기에 이 곳이 호도협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다리 위에서 본 물줄기가 엄청 세다.

우기에는 물이 흙탕물이지만 건기 때는 푸른 물이 흐르고 있다는데 상상이 되지 않는다.

거센 물줄기를 최대한 사진에 담아달라고 동생님께 요청했는데 왠지 뾰루퉁한 표정의 사진이 찍혔다.

즐겁게 사진을 찍었는데 왜 화난 것처럼 나온건지 모르겠다.

이 곳에 빠지면 바로 염라대왕님을 만나러 갈 것 같아 조심조심 건넜다.

조금 더 위쪽에서 사람들이 인증샷을 찍고 있었다.

남들이 하는 것은 똑같이 해봐야 하는 성격인데 덕분에 물세례를 받았다.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다가 물세례를 받았는데 급히 가방으로 가린 탓에 카메라가 고장나지는 않았다.

대신 오늘 처음 입은 바지가 황토색으로 물들었는데 카메라를 살렸으니 괜찮다. 

카메라가 잘 작동하니 중호도협에 온 기념사진을 찍어야한다.

물줄기가 세니 호랑이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물에 젖었으면 말리면 된다.

너무 안전하고 깨끗하게만 여행하려고 하면 피곤해지니 적당히 더러워질 줄도 알아야한다.

그런데 난 좀 많이 더러운 것 같다.

도시락 대신 사온 과자를 하나 더 먹는다.

호도협에서 딱히 먹을 것이 없을 것 같아 간단하게 때우기로 했는데 과자로는 배가 부르지 않는다.

젖은 몸도 어느정도 말렸고 휴식도 취했으니 이제 다시 움직일 시간이다.

상류 쪽으로 올라가며 사진을 찍었는데 호도협의 웅장함과 맑은 하늘이 잘 어우러진 사진이 나왔다.

여러 찍은 것들 중에 어떤 것을 고를지 잘 모르겠어서 가로와 세로 사진을 둘 다 골랐다.

고슴도치도 자기 자식은 예쁘다는데 나도 내가 찍은 사진은 다 예쁘다.

또 다른 다리를 건너려면 돈을 내라는데 우린 이미 중호도협의 진수를 맛보고 왔으니 건너지 않기로 했다.

대신 우리가 왔다 갔다는 흔적만 하나 남기고 간다.

우리가 내려온 지역을 천제, 하늘계단이라고 부르나보다.

중간 중간에 가마가 보이길래 누가 버려놓은 줄 알았는데 실제로 사람들을 태우고 다니는 가마꾼들이 있다고 한다.

가마를 타고 구경하는 것도 좋겠지만 두 다리가 튼튼할 때 열심히 돌아다녀야겠다.

가마가 싫다면 말을 타도 된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몸무게에 따라 요금을 따로 받고 있는 모습이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면서 신기했다.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이고 오르고 오르다보면 못 오를 산이 없다 했던 양사언의 말대로 결국 다시 협곡의 위로 올라왔다.

고생한 몸에게 상으로 시원한 환타를 준다.

티나 게스트하우스로 가는 길에 호도협으로 흘러가는 물줄기 중 하나가 보이길래 가까이 다가가보기로 했다.

여기서는 이렇게 맑은 물인데 밑에 가면 흙탕물이 되는 모습이 신기하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했는데 윗물이 맑다고 항상 아랫물도 맑은 것은 아닌가보다.

건축공학을 전공하고 있지만 아직도 이런 다리나 고층 빌딩을 보면 신기하다.

이런 모습을 보면 역학적으로 생각해야 할텐데 그저 신기하다고만 생각하는 것을 보면 학구열이 부족한 것 같기도 하다.

학구열은 조금 부족할지라도 맑은 하늘에 대한 열망은 가득하다.

이렇게 푸르고 맑은 하늘이 함께한다면 어디를 가도 좋다.

티나 게스트하우스에서 잠시 와이파이를 빌려 쓰다가 다시 리장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오른다.

피곤했기에 잠시 졸고 있었는데 창밖을 보던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해 잠에서 깼다.

나도 따라서 창 밖을 보니 리장의 자랑인 옥룡설산이 보인다.

사람들이 옥룡설산을 보며 좋아하니 기사아저씨께서 잠시 차를 세워주신다.

날이 맑으면 옥룡설산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전혀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데 구름사이로 비친 옥룡설산을 보니 기분이 좋다. 

잠시 휴게소에 들른 김에 군것질거리를 사먹을까 했는데 동생님께서 별로 내켜하지 않길래 그냥 참기로 했다.

사람들이 쉬는 동안에 버스도 세차를 한다.

더러운 버스가 깨끗해지는 모습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갈 때는 숙소 앞에서 픽업을 해줬지만 돌아갈 때는 버스터미널에서 내려줘 알아서 숙소로 돌아가야한다고 한다.

사람이 화장실 갈 때랑 나올 때랑 마음이 다르면 안된다고 배웠는데 아직 중국에는 이런 속담이 없나보다.

돌아오는 길에 차가 너무 밀리길래 조금 빨리 내려 걸었는데 리장의 외곽지역을 둘러볼 수 있어 좋았다. 

숙소로 들어가면 다시 나오기 싫어질 것 같아 어제 먹었던 식당에 다시 찾아갔다.

기본인 볶음밥과 볶음면을 시켰는데 역시나 맛있었다.

오늘은 점심도 제대로 못 먹었으니 한 그릇을 더 시켜 든든하게 배를 채웠다.

아침에 일어나 호도협으로 떠날 때의 모습과 비교해보니 색다른 맛이 있다.

이래서 사람들이 일출과 일몰을 구분해서 보는 것 같다.

하루의 마무리는 역시나 맥주와 함께 해야한다.

설화맥주는 지역에 상관없이 중국 각지에서 팔고 있었는데 맛도 좋지만 이름이 너무 예뻐 자꾸 찾았다.

예쁜 이름이 부러워서 생각해보니 우리나라에는 초록병에 담긴 이슬이가 있었다.  

멀리서 본 리장의 야경이 궁금해 나와봤는데 잔잔한 야경이 펼쳐져있었다.

휘황찬란한 모습도 좋지만 이렇게 잔잔한 풍경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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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호랑이가 물어갈 것 같은 협곡이군요.
    물소리에 우선 주눅이 들 것 같습니다.
    멋져부러~~~

  2. 호도협의 물줄기가 엄청나네요..전 무서워서 가까이도 못갈것 같아요..푸른 하늘과 푸른 산이 정말 멋져요~~

  3. 세계여행기에 이어서 몽/중 여행기까지 단숨에 읽었어요. 중국 내륙 여행 정말 하고 싶은데 대단하고ㅠㅠ저도 나중에 꼭 꼭 꼭 가봐야겠다는 다짐을.

  4. 산세도 깊고 물줄기도 대단하네요. 처음에는 물줄기가 아니라 강 아래에 왠 모래사장인가 했습니다. 고추잡채도 너무 맛있어 보이고.. 중국어를 몰라도 이렇게 자유배낭여행에 무리가 없나요? 전체 등반 시간은 얼마나 걸리셨는지도 궁금하네요! ^^

  5. 호도협, 멋진 사진 잘보구갑니다.

  6. 항상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7. 호도협 정말 무섭네요;;
    그래도 멋있습니다 중국도 은근 매력있는 여행지가 많네요
    전 상하이 밖에 못가봐서;;
    제대로 중국 여행을 못한 것 같습니다
    포스팅 잘봤습니다!

  8. 비밀댓글입니다

  9. 청두에서 리장까지 장거리 버스로 그렇게나 걸리는군요. ㅠㅠ 학생일때 더 많이 돌아다닐껄 그랬나봐요.
    대리만족이라고 써 놓은 글과 사진을 보며 점심시간을 다 보냈네요. ㅎ

두 형제의 중국 여행기 - 12. 시작부터 험난한 베이징 여행. (중국 - 베이징)

드디어 중국에서의 첫 아침이 밝았다.

몽골과는 달리 워낙 먹거리가 풍부한 중국이기에 뭘 먹을까 고민하다 집 근처에서 만두를 샀다.

중국의 아침식사에 빠질 수 없는 두유도 마신다.

가게에서 직접 내린 두유에 설탕을 듬뿍 넣어주면 몸에는 안 좋지만 맛은 좋은 두유가 된다.

'중국은 왠지 더러울 것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도 있으시겠지만 거리가 딱히 더럽거나 하지는 않다,

여행을 하다보면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다는 말이 맞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지나가는 길에 약국이 보이길래 몇가지 약을 샀는데 가격이 조금 비싸다.

중국에 왔으면 중국 돈을 써야한다.

한국과 몽골에서 환전해온 위안화가 있지만 얼마 되지 않기에 시티은행에 들러 총알을 장전한다.

주머니에 적당한 돈이 있다면 여행에서 두려울 것이 하나도 없다.

중국에서 우리나라의 드라마가 인기라는 것을 보여주듯이 베이징 지하철 안에 '함부로 애틋하게'의 광고가 붙어 있었다.

한국과 중국 동시방영이라니 세상이 정말 좋아졌다.

베이징 구경을 제대로 시작하기 전에 베이징을 떠나는 기차를 먼저 예약하기로 하고 기차역에 도착했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다.

표를 끊으려면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물어물어 겨우 매표소를 찾았다.

매표소 안에 들어오니 외국인을 위한 영어 창구를 따로 운영하고 있었다.

영어 창구가 있는 것은 좋았지만 영어창구가 1개뿐인데다 외국인 전용이 아닌 중국인도 함께 사용 가능한 점이 조금 아쉬웠다.

베이징 구경도 식후경이니 오늘은 베이징의 명물 베이징 덕을 먹어보기로 했다.

천안문 근처의 알아둔 식당으로 갔는데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그런데 사진을 찍고 실내에 들어가보니 동생이 미리 알아둔 식당과 이름이 달라 다시 밖으로 나왔다.

베이징 덕으로 유명한 식당은 처음 들어갔던 전취덕과 편의방이 있는데 우리는 편의방으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너무 많이 대기하고 있어 다음에 다시 오기로 하고 밖으로 나왔다.

베이징 덕을 먹을 생각에 한껏 기대했던 위장에게 미안했지만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이제야 대륙이라 불리는 중국에 온 것이 실감이 난다.

중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벽돌을 건축재료로 잘 사용하였는데 작은 벽돌로 이런 큰 건축물을 만들고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하다.

오늘은 가볍게 천안문과 자금성만 둘러 보기로 했는데 천안문 광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검문을 하고 있다.

중국은 테러를 방지한다는 이유로 지하철역이나 기차역에서 모든 짐을 검사하고 있는데 천안문 광장에서도 짐 검사를 하고 있었다.

공항도 아닌 광장을 들어가기 위해 X-ray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 신기하면서 귀찮았지만 중국에 왔으니 중국의 법을 따라야한다.

점심을 굶어 배가 너무 고프길래 소시지를 하나씩 사 먹었는데 허기가 가시질 않는다.

아무리 배가 고프더라도 천안문에 도착했다는 인증샷은 찍어줘야한다.

할리우드 영화에 보면 중국의 베이징을 나타내는 요소로 마오쩌둥 초상화가 걸린 천안문이 자주 나오는데 그 앞에 직접 서보니 신기했다.

마오쩌둥의 초상화는 가로 4.6m, 세로 6m, 무게 1.5ton으로 해마다 교체된다고 한다.

목이 말라 음료수를 하나 샀는데 예전에 중국을 여행하며 배 맛 음료수를 마셨던 때가 떠오른다.

추억을 되새기며 자금성의 매표소로 향했는데 매표소의 문은 닫혀져있고 줄도 텅텅 비어져 있다.

오늘은 휴관일도 아닌데 도대체 왜 문을 닫았을까 고민하다 안내센터에 들어가보니 입장권이 다 팔렸다고 한다.

하루에 8만 장의 입장권을 파는데 이미 다 팔렸으니 내일 다시 오라는 글을 보니 어이가 없었다.

살면서 선착순 8만 명 안에 들지 못해 입장을 못하는 일이 생길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는데 역시 중국은 상상 그 이상인 것 같다.

오늘 계획했던 것 중 제대로 이뤄진 일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진이 빠졌지만 잠깐 쉬고 다시 움직인다. 

사람들이 줄을 서 있길래 혹시나 입장을 시켜주는 것인가 기대해봤는데 어림도 없었다.

자금성도 다음에 다시 오기로 하고 동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길을 걷다보니 1위안(한화 18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팔길래 바로 사 먹었다.

포장지와 나무 막대 가격만 해도 1위안은 될 것 같은데 어떻게 이 가격에 팔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아마 위생상태나 재료가 불량하겠지만 우리는 머리카락으로 간장을 만드는 연금술의 나라 중국에 와 있으니 위생은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조금만 가면 지하철 역이 나온다 했는데 걸어도 걸어도 지하철 역이 나오지 않는다.

중국 여행의 첫 날부터 뭔가 꼬이는 기분이 드는데 내일부터는 좋은 일만 생기길 바랄 뿐이다.

서울보다는 부족하지만 베이징의 지하철도 꽤 넓은 지역을 커버하고 있어 여행하기 쉽다.

하지만 지하철을 탈 때마다 검문을 하는 것은 정말 귀찮다.   

지친 내 몸과 정신을 위로하려면 맛있는 것을 먹어줘야할텐데 줄 수 있는 것이 물밖에 없다.

못난 주인이라 미안할 뿐이다.

지하철에서 내려 버스로 갈아탔는데 환승할인은 되지 않는다.

이런 점을 보면 역시 서울의 대중교통 시스템이 세계에서 제일 좋다.

계획했던 일정과 다른 상황이 벌어졌기에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 온 곳은 798예술구이다.

이곳은 원래 국영 798 공장을 비롯해 구소련의 지원을 받은 무기 공장이 밀집된 공장지대였는데 냉전이 끝나고 공장들이 철수하며 생긴 빈 공간에 예술가들이 입주하기 시작하면서 뉴욕의 소호처럼 변했다고 한다.

빈 공장건물에 갤러리 형식으로 입점한 가게들이 많았는데 대부분은 사진촬영이 금지라 눈으로만 즐길 수 있었다.

나도 똑같이 손가락 10개를 가지고 있는데 왜 내가 그린 그림은 처참한지 궁금하다.

길을 걷는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시회 간판이 보이길래 한번 들어가 봤다.

딱히 볼거리는 별로 없었는데 기념 엽서를 팔고 있어 2장을 사봤다.

내가 낸 20위안(한화 3,600원)이 북한군으로 흘러 들어갈수도 있다는 어이없는 생각이 들었다.

어서 빨리 평화적 통일이 되어 이런 말도 안되는 생각과 엽서가 사라졌으면 좋겠다.

직원이 북한사람처럼 보여 돈을 건네 주며 한국어로 말해야할지 중국어로 말해야할지 순간 고민했지만 그냥 중국어로 인사를 하고 나왔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제가 비록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시회에 들어가 북괴의 엽서를 샀지만 저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사랑하며 삼성의 갤럭시 s7을 응원하는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과거 공장으로 들어오던 기찻길이 공원으로 활용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꽤 아름다웠다.

798예술구에도 베이징 덕을 파는 편의방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열심히 가게를 찾아다니는데 편의방은 보이지 않고 설빙만 보인다.

이 설빙이 진짜 설빙인지 짝퉁인지 궁금해 안에 들어가보니 한국과는 메뉴가 좀 달랐다.

짝퉁의 메카인 중국이라 그런지 자꾸만 의심을 하게 된다.

정유시설 같은 곳도 있었는데 왠지 흑백사진으로 찍으면 잘 나올 것 같아 동생님의 사진을 한장 찍어보고 발걸음을 옮긴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지하철에 오른다.

하루 종일 열심히 돌아다닌 것 같은데 되돌아보면 제대로 간 곳이라고는 798 예술구밖에 없다.

아직 중국에 적응되지 않아 이런 것이라 생각하며 숙소로 돌아간다.

숙소 근처의 식당에 들어가니 중국식 메뉴판이 눈에 들어온다.

뭔 말인지 모를 한자로 써진 메뉴판을 4년 만에 다시 보니 기분이 싱숭생숭하다. 

하루 종일 고생했으니 쌀밥을 먹어줘야한다.

볶음밥을 뜻하는 차오판을 계속 외치며 메뉴판을 가르키니 주인 직원이 웃으며 볶음밥을 알려준다.

기름이 좔좔 흐르는 볶음밥은 정말 사랑스러울 정도로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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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가봤던 곳이라고 매우 친근하게 느껴찌는 풍경이네요.
    자금성이 8만명만 입장이라는 건 처음 알았네요.
    잘 하는 일 같습니다. 사람이 너무 많았어요. ㅎㅎ
    6년 전쯤이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새롭네요.

  2. 용민씨는 참 글을 맛깔스럽게 쓰네요,
    여행 작가를 해도 정말 손색이 없을 듯해요,
    여행기 참 잘 봤읍니다.

  3. 재미있어요.♡

  4. 재밌게 읽었습니다 마치 내가 직접 가서 빈듯하네요 계속 부탁드립니다

  5.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6. 재밌어요~~북경 다음은 어딜 갔을지 궁금해지네요...

  7. 비밀댓글입니다

  8. 용민님이 내신 20위안은 북한군으로 흘러 들어갈 수도 있는게 아니라 100% 흘러 들어갑니다.
    작은 돈이라 별 의미는 없지만서도요.
    어쨋든 작은 돈이나마 공산당에 투자를 했으니 공산당 주주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무하하하하하하하!

  9. 베이징 혼자 와서 엄청 헤맬까봐 걱정했는데 포스팅 보면서 잘 다니고 있습니다. 재미있고 유용한 포스팅 고맙습니다. ^^

  10. 798예술거리랑 유니클로 엄청큰 거리 쇼핑몰이 기억남네요 ㅋㅋㅋㄱ
    797 예술거리 한국인 단체여행코스던데

  11. 올만에 볶음밥을 보니 기분이 묘하네요. 북경서 사먹던 학식 생각하니 물가가 정말 올라도 너무 올랐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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