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160. 비쉬케크에서 만난 아름다운 설산. (키르기스스탄 - 비쉬케크)

안녕하세요. 


오늘은 즐거운 성탄절입니다.


오늘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되시길 바랄게요.



오늘 아침은 감자스프다.

물론 맛은 있지만 배가 부르진 않는다.

여행을 하면서 위장이 너무 커진 것 같다.

오랜만에 산을 타서 그런지 어제 조금 많이 걸었다고 발에 물집이 잡혔다.

지금은 조금 쓰라린 물집이지만 곧 굳은살이 되어 더 강한 발을 만들어 줄테니 괜찮다.

밥 사진 다음에 바로 발 사진을 올려서 죄송합니다.

어제 사리첼크 호수를 봤으니 오늘은 또 이동할 차례다.

랄프와 하이디는 3주 정도의 휴가를 즐기는 것이기에 이동을 빠르게 하고 있는데 함께 하는 것이 좋아 나도 함께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계획했던 것보다 이동이 10일 정도 당겨진 것 같은데 앞으로 한적한 곳이 나오면 푹 쉬어야겠다.

아킷 마을에는 여행객이 얼마 없어 마을 밖으로 나가는 차를 빌리는 것도 힘이 든다.

물론 돈을 주면 차는 오지만 사람 수를 꽉 채워서 나가야 돈을 절약할 수 있다.

어제 사리첼크 호수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다른 여행자들을 만났는데 랄프에게 자신들이 4인승 차를 빌리면 2자리가 비니 나를 버리고 자신들과 함께 가자고 했던 커플이 있었다.

랄프는 나와 함께 타지키스탄에서부터 왔으니 괜찮다고 거절했다며 나에게 그 이야기를 해줬는데 어쩌다보니 우리가 큰 차를 빌리게 되어 이 커플들과 함께 이동하게 되었다.

사람을 미워하면 안 되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차를 타고 가는데 도로 옆에 옛 소련시절 건물처럼 보이는 건물이 있었다. 

이번에도 차를 통째로 빌린 것이기에 우리가 원하는 곳에서는 언제든지 차를 세울 수 있다.

중앙아시아 여행을 하며 차는 원 없이 빌리는 것 같은데 대중교통이 열악한 곳이니 어쩔 수 없지만 같이 빌리기에 돈도 크게 부담되지 않고 편하기도 하다.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에 들어갔는데 뭘 파는 곳인지 물어보니 만티가 유명하다길래 큰 그릇으로 달라고 했다.

만티는 몇번 먹어봤기에 예상은 했지만 이번엔 생김새부터 완전 우리나라의 만둣국과 똑같았다.

맛을 보니 국물도 만둣국 맛이라 정말 맛있게 먹으며 한국에서는 만둣국이라고 부른다며 식당에서 한국어 수업을 열었다.

키르기스스탄은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 중국에서 공산품의 수입을 많이 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이 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중앙아시아 지역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하던데 여행을 하다보니 그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파미르 고원은 지나왔지만 아직도 아름다운 도로는 많이 남아있다.

기본적인 고도가 3000m가 넘다 보니 눈도 잘 녹지 않고 겨울이 오면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고 한다.

그저 중앙아시아가 오고 싶었기에 여행 경로에 넣었는데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점에 여행하게 된 것이 정말 행운인 것 같다.

웅장한 산도 보고 아름다운 설산도 볼 수 있어 정말 행복하다.

차는 계속 달려 키르기스스탄의 수도인 비슈케크에 도착했다.

우리가 가려고 했던 숙소의 주소를 찾아갔는데 그 곳에 숙소는 없고 전화도 연결이 안 됐다.

1시간이 넘도록 돌아다니다 포기하고 아무 숙소나 들어가려고 하는데 수도라 그런지 하루 숙박에 기본 30달러 이상을 부른다.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 호텔에서 받은 지도를 보니 호스텔이 표시되어 있길래 택시를 타고 이동했는데 시설도 깨끗하고 도미토리가 10달러 정도라 여기서 묵기로 했다.

시간도 늦고 숙소를 찾는데 너무 힘이 들었기에 오늘 저녁은 그냥 간단히 도시락에 맥주로 결정했다.

이 호스텔도 아침이 제공되는데 꽤 정갈하게 나와 기분이 좋았다.

오랜만에 와이파이를 만났으니 여행기도 업데이트 하고 인터넷 세상도 즐긴다.

그동안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오늘은 아무 것도 안하고 숙소에서 쉬기로 했다.

침대에 누워 잉여로움을 만끽하고 있는데 랄프가 좋은 양조장을 알아냈다며 같이 가자고 한다.

술을 거절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배웠으니 당연히 따라갔다.

아파트 단지 근처에 있는 술집이었는데 솔직히 한국에 있는 웬만한 술집보다 좋아보였다. 

식사와 함께 주문했는데 맥주를 2잔씩 마셔가니 주문한 요리가 나왔다.

요리는 기대보다 못한 맛이었지만 맥주는 정말 맛있었다.

랄프도 컵라면의 맛에 빠졌는지 그냥 자기 아쉬우니 도시락을 하나 먹자고 한다.

슈퍼에 가니 도시락이 없다길래 아무거나 달라고 했는데 확실히 도시락보다는 조금 아쉬운 맛이었다.

중앙아시아에서 컵라면을 지칭하는 대명사가 도시락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실제로 그냥 도시락이라고 말하면 컵라면을 준다.

오늘 아침은 내가 좋아하는 달걀이다.

호주에서 5개월동안 아침으로 달걀을 먹었으면 물릴만도 하지만 난 아직까지 달걀이 좋다.

어제 맥주를 마시며 랄프가 또 나를 꼬셨다.

비슈케크 근처에 좋은 산이 있는데 같이 가자고 꼬시길래 난 이제 휴식을 취하고 싶다고 말했더니 이 산은 정말 아름답다며 갔다와서 휴식을 취해도 되지 않겠냐고 말하길래 이번에도 맥주를 원샷하고 콜을 외쳤다.

택시 기사 아저씨와 말은 통하지 않지만 서로가 필요한 것을 눈치로 알 수 있기에 오후에 우리를 데리러 다시 오기로 하고 택시를 왕복으로 잡았다.

이번에 우리가 온 곳은 비슈케크에서 30km 정도 떨어진 알라 아르차라는 곳이다.

입구에 내리니 작은 산장 겸 휴게소가 있었는데 우리는 산을 보러 왔으니 우선 산을 향해 걸어간다.

알라 아르차에는 1박 2일 코스를 비롯해 여러가지 코스가 있는데 우린 당일치기 코스를 골랐다.

개략적인 지도밖에 없기에 대충 방향만 잡고 길을 걷는다.

방향을 제대로 잡았는지 지도에 표시된 작은 강이 나왔는데 지도에 나와있는 다리는 보이지 않는다.

물살이 꽤 빨라 그냥 건너는 것은 위험해 보여 다리를 찾아 계속 내려가보기로 했다.

말 그대로 작은 다리가 나왔는데 발판이 보이지 않는다.

원래 발판이 없는 다리인지 낡아서 떨어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산을 오르려면 건너가야한다.

 철제 난간을 잘 붙잡고 지그재그로 건너가면 되는데 다리가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며 건너갔다.

다리를 건너니 제대로 된 산이 보인다.

아름다운 산님을 만나기 위해 여기까지 왔으니 잘 부탁드린다며 인사를 하고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응달이 지는 곳에는 눈이 녹지 않은 모습이 확연하게 보인다.

눈 덮힌 모습이 아름답지만 아이젠이 없으니 조심조심 걸어가야한다.

계속 응달진 곳을 걸으니 태양님이 그립다.

여름엔 태양님이 싫었지만 추우니 그리워지는 것을 보니 남자의 마음은 갈대인가 보다.

산에서는 배가 고프기 전에 먹고 힘이 들기 전에 쉬어줘야 한다는 말이 있다.

난 쉬운 남자이니 시키는대로 배가 고파지기 전에 간단하게 에너지를 보충해준다.

아무리 겨울이라지만 햇살은 우리를 비춰준다.

사람들을 구조하다 돌아가신 산악 구조대원들을 기리고 있었는데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고 고맙게 느껴져 기도를 올리고 나왔다.

우리나라의 소방관분들의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는 이야기가 항상 나오지만 실질적인 제도나 혜택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전 세계 어디에 있는 산을 올라가든 사람들을 위해 남겨놓은 표식을 볼 수 있다.

이런 표식을 남긴 사람들처럼 자신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닌 서로를 돕고 생각하는 삶을 살고 싶다.

산을 오르다보면 이렇게 바닥이 헤집어진 곳이 보이는데 이건 멧돼지의 흔적이라고 한다.

혹시나 멧돼지를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주위를 둘러봤지만 야행성이라 그런지 멧돼지의 털끝 하나 보이지 않았다.

눈 덮힌 산을 오르다보니 정말 겨울이 온 것 같았다.

이제 이 겨울이 지나기 전에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 생각하니 아쉽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다.

하지만 집에 돌아가는 것은 모든 것을 즐기고 느낀 뒤의 일이니 지금은 현재만 생각하면 된다.

산 속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더 아름다운 설경이 펼쳐진다.

히말라야에서 처음 느낀 겨울 산행의 아름다움 덕분에 산을 좋아하게 됐는데 한국에 돌아가면 꼭 겨울 한라산에 올라가봐야겠다. 

이번에도 뒤를 돌아보면 꽤 멀리 들어왔다.

매번 하는 말이지만 이 기분이 좋아 힘들지만 계속해서 산을 찾게 된다.

거대한 자연이지만 사람은 거기에 굴복하지 않고 그 자연과 함께 살아나가는 법을 알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자연을 컨트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자연은 극복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가야할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자연과 함께 살아온 선조들의 지혜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계속 걷다보니 끝이 나왔다.

물론 더 올라가려면 더 올라갈 수도 있겠지만 장비도 없고 돌아갈 시간까지 생각한다면 여기서 멈추는 것이 맞다.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줬으니 더 이상 욕심부리지 않고 내려가는 것이 맞다.

아쉬우면 다음에 더 철저히 준비해서 다시 오르면 된다.

가진 것에 만족할 줄 알되 더 멋진 미래를 기약하고 준비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산에 오르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요거트를 먹고 눈으로 입가심을 한다.

팥만 있다면 팥빙수를 만들어 먹어도 참 좋을 것 같다.

내려 가는 길이라 신이 났는지 하이디가 눈싸움을 건다.

랄프와 하이디는 50이 다 되어가는 나이지만 서로를 사랑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

부러우면 지는건데 나도 서로를 잡아주고 이끌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가을 하늘도 아름답지만 겨울 하늘도 아름답다.

그냥 푸른 하늘은 다 아름답다.

내가 느낀 빛을 표현해보고 싶어 사진을 찍어봤는데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왔다.

내가 원하는 사진을 찍기는 어렵지만 가끔씩 찍히는 이런 사진 덕분에 카메라를 드는 것이 재미있다.

이제 다시 다리를 건너 집으로 갈 시간이다.

약속한 시간에 딱 맞춰 돌아온 아저씨 덕분에 잠시 쉬다 바로 숙소로 돌아갈 수 있었다.

지금까지 지나온 마을들과 다르게 비슈케크에 오니 슈퍼마켓도 있다.

오랜만에 본 슈퍼마켓이니 당연히 들어가봐야한다. 

슈퍼마켓에 가니 도시락뿐만 아니라 다양한 라면들과 초코파이도 팔고 있었다.

랄프에게 열 라면의 '열'이 뜻하는 것이 뭔지 알려주니 도전해보겠다며 먹었는데 조금 맵지만 먹을만 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라면을 먹을 때 후루룩 소리를 내며 먹는데 랄프와 하이디는 아주 조용하게 먹길래 나도 예의를 차리기 위해 조용히 먹고 있는데 라면을 조용히 먹으려니 힘이 든다.

한국에서는 후루룩 소리를 내며 먹는다는 설명을 해주기는 했지만 외국인 앞에서 소리를 내며 식사를 하자니 민망해 계속 조용히 먹었다. 

당을 보충하기 위해 코코넛이 들어간 초콜릿을 처음 먹어봤는데 정말 맛있었다.

달콤한 맛을 코코넛이 잡아주는 맛이 정말 좋았다.

대화에는 술이 빠질 수 없다.

도시락은 에피타이저였고 오늘의 메인 메뉴는 피자다.

아침에 호스텔을 나오며 피자가게의 전단지를 봤었는데 산을 오르며 이야기를 하다보니 내려가면 피자에 맥주를 먹기로 정했다.

내가 여행을 하며 처음으로 먹는 배달 피자라고 하니 랄프는 자기 인생에서 처음으로 먹는 배달 피자라고 한다.

젊을 때는 배달서비스를 이용해보지 않았고 현재 살고 있는 집은 도시에서 좀 떨어진 지역이라 피자 배달이 안 된다고 한다.

서로의 첫 배달 피자를 기념하며 맛있게 먹었다.


제 여행기가 재미있으셨다면

 

하트클릭 한번과 댓글 하나만 남겨주세요.



  1. 성탄절 잘 보내고 계신가요?용민님은 여행을 할수록 철학자가 되어가는것 같네요.^^

  2. 정말 멋집니다. 부럽네요. 여행을 좋아하는 한사람으로써 열열이 응원합니다. 즐거운 여행되세요~

  3. 너무 재밌어서 단숨에 다 읽었습니다. 시리도록 푸른 하늘이 인상적이네요. 안전한 여행되세요

  4. 아침예배후성경을읽는게아니라여행기를읽었습니다. 읽다보니더행복해졌네요 좋은글과아름다운사진들감사합니다

  5.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쉽지 않은 곳의 여행을 쉽게 하고 계시네요! 부럽습니다.

  6. 하^^ 저두 가구 싶네요 정말 부럽네요
    언제 시간내서 꼭 가볼 생각입니다 고생하셨어요^^

  7. 마치 내가 여행하고있는것 같은 착각!
    멋진 분이시네~~

  8. 부럽고 가고싶은 곳입니다.
    저도 조만간 세계일주는 아니더라도
    대륙 일주 정도는 해보고 싶네요
    건강하세요

  9. 다리가 정말 ㅎㄷㄷ 하네요.
    나무 판자라도 좀 대놓지;;;;
    저 같이 고소공포증 있고 물 무서워하는 사람들은 그 앞에서 건너지도 못하고 주저않을 거 같아요.

  10. 성탄절 잘 보내셨나요?
    어딜 가도 개념장착이 절실한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죠.
    어떻게 한 팀으로 간 사람들에게 누구를 버리고 차를 렌트하자는
    말을 할 수 있을지 깜짝 놀랐네요.
    오늘도 용민군 덕분에 아름다운 설산 잘 봤고
    바닥없는 무서운 다리도 눈으로나마 같이 건너봤네요. ^^

  11. 일상에 쩔어살다가 간만의 긴 연휴에 들어와서 여행기 몰아봅니다
    흐려진 퇴사후 배낭여행의 꿈을 다잡고 가요 ^*^ 항상 감사합니다

  12. 예전에 러시아에서도 도시락 컵라면의 인기가 대단하다고 한 것을 본 적이있는데 도시락이라는 말 자체로 컵라면을 준다니 신기하네요ㅋㅋ
    올 해의 마지막 여행기도 잘 봤습니다.
    내년에도 올라 올 여행기 기대할게요~

  13. 시원한 사진들이군요.
    맥주와 피자가 대낮부터 너무 땡기네요. ㅎㅎ

    혹시 노는 티스토리 초대장 있으시면 좀 나눠주세요.
    오래전에 저한테 한 장 주셨었는데 그때 그게 뭔지 몰라서 쓰지 못했습니다.
    네이버에서 티스토리로 블로그 이사를 좀 해볼려고 해서요. ^^

  14. 나도 젊었더라면 도전해볼텐데... 시간이 병이네....

  15. 여행책 보다 더 재미있다. 당신은 파워공대생. 파워여행가. 파워블로거 ㅡ세상에서 제일 머찐 양반 ㅡ이다.

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157. 키르기스스탄에서 만난 설산. (키르기스스탄 - 오쉬, 아슬란밥)


빵이 맛있기도 하지만 빵으로 아침을 해결하면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어 많이 먹게된다.

밥은 한 그릇을 먹으면 정량을 먹은 것 같아 그만 먹게되는데 빵은 먹어도 먹어도 허전한 느낌이 든다.

아침을 먹고 오쉬를 떠날 준비를 하며 정든 샌달을 떠나 보낸다.

그동안 자꾸 떨어진다며 욕도 하고 잘 닦아주기는 커녕 본드칠만 했지만 막상 떠나보내려니 아쉬웠다.

2년간 내 여행을 함께 해줬기에 집에 가져갈까도 고민해봤지만 모든 물건에는 각자의 수명이 있는 법이니 고마웠다는 인사를 하며 보내주기로 했다.

다음 장소로 떠나기 위해 택시정류장을 갔는데 어디서 많이 본 차가 보인다.

한국의 초창기 자동차인데 한국에서는 농담으로 껌을 밟으면 못 지나간다는 말을 한다고 하니 웃는다.

키르키스스탄도 타지키스탄과 비슷하게 미니밴을 버스로 이용하고 있었다.

우리도 버스를 이용하려했는데 미니버스는 사람이 다 차야 이동하는 시스템이기에 그냥 택시를 빌리기로 했다.

랄프의 덩치와는 어울리지 않는 작은 택시를 하나 빌렸다.

오쉬에는 어제까지 비가내렸는데 오늘은 딱 여행하기 좋은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파미르 여행은 끝이 났지만 아직도 아름다운 중앙아시아의 도로는 끝이 나지 않았다.

택시에서 내려 다른 버스로 갈아타려다 갑자기 발이 엉켜 넘어졌다.

배낭 무게가 20kg 정도 되기에 균형을 잡을 시간도 없이 앞으로 넘어졌는데 다행히 무릎과 손만 조금 까지고 말았다.

1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간 뒤 다시 새로운 버스로 갈아타야한다.

우린 키르기스스탄어나 러시아어를 잘 못하지만 우리가 가고 싶은 곳의 이름을 사람들에게 외치면 매표소부터 버스 위치까지 다 알려준다.

역시 사람은 서로 도우며 사는 것이 맞다.

이번에 우리가 가는 곳은 호두로 유명한 곳이니 가는 길에 간식으로 호두를 먹는다.

차를 두번이나 갈아타고 도착한 곳은 아슬란밥이라는 작은 마을이다.

아슬란밥은 거대한 야생 호두나무 숲으로 유명한데 유럽으로 많은 양의 호두를 수출한다고 한다.

오쉬에 비가 내리는 동안 아슬란밥에는 눈이 내렸다고 한다.

날씨가 많이 추워져 몸은 떨렸지만 오랜만에 쌓인 눈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키르기스스탄 여행의 가장 특별한 점은 CBT라는 여행자를 위한 단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CBT는 각 지역의 주민들과 여행자들을 연결해주는 비영리단체 같은 곳인데 영어를 할줄 아는 직원이 여러 곳의 민박집을 소개시켜주고 관광 프로그램도 판매하는 키르기스스탄만의 시스템이라고 한다.

대략적인 가격들이 표로 정리되어 있고 사진을 보고 우리가 숙소를 고르면 민박집에서 차를 보내준다.

오늘 점심은 말로만 듣던 외국에서 파는 도시락이다.

오쉬에서 시장을 구경하다 도시락을 발견하고 미친듯이 웃으며 이게 바로 한국의 라면이라고 좋아했었다.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에서 도시락이 인기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실제로 보니 정말 반가워 몇 개를 샀는데 드디어 맛을 본다.

외국에서도 다양한 라면을 팔지만 한국의 맛이 나진 않았었는데 도시락은 정말 한국의 맛 그 자체였다.

우리가 묵기로 한 숙소인데 주인집도 친절하고 시설도 괜찮아 마음에 들었다.

집 앞에는 거대한 트럭이 있었는데 꼭 세계 2차대전에 쓰이던 트럭처럼 보였다.

배도 채웠고 짐도 풀었으니 이제 아슬란밥을 구경할 시간이다.

아슬란밥은 정말 작은 마을이라 딱히 볼거리는 없지만 딱 내가 좋아하는 평화롭고 조용한 분위기라 정말 마음에 들었다. 

영국에서 온 랄프와 하이디가 함께 여행하니 매일 티타임을 가지게 된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차를 마시며 소소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참 즐겁다.

숙소로 돌아가는데 키르기스스탄의 전통복장을 입은 할아버지가 걸어가시길래 랄프와 함께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빛이 좀 더 좋았다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슈퍼에서 물을 사러 갔는데 랄프와 하이디가 비닐봉지를 보고 웃길래 왜 웃냐고 물어보니 이 비닐봉지는 영국의 유명한 슈퍼마켓인 모리슨의 비닐봉지라고 한다.

난 런던에서 테스코와 세인즈버리만 봤다고 말하니 모리슨이 훨씬 더 유명하다며 다음에 영국에 오면 꼭 들어가보라며 웃는다.

아마 중국 공장에서 만들어진 비닐봉지의 재고가 어쩌다보니 키르기스스탄으로 넘어온 것 같은데 지구가 둥글어서 이런 일이 생기는 것 같다.

민박집에서는 밥도 팔고 있었는데 그리 부담되지 않는 150솜(한화 3,000원)정도에 우리가 원하는 메뉴를 시킬 수 있어 저녁은 민박집에서 먹기로 했다.

밥이 있길래 시켰는데 기름에 볶은 찰밥이 정말 맛있었다.

역시 한국인은 밥을 먹어야한다.

아침도 오믈렛과 팬케이크 등 여러 메뉴 중에 고를 수 있는데 전날 밤에 몇시에 무엇을 먹을지 말해놓고 잠을 자면 된다.

호두로 유명한 곳이라 그런지 식탁에는 항상 호두가 있어 나와 랄프가 열심히 깨 먹느라 바빴다.

오늘은 아슬란밥 뒷산에 있는 폭포를 구경가기로 했다.

둘이 함께 가는 모습이 아름다워 사진을 찍었는데 혼자하는 여행도 좋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여행도 좋을 것 같다.

누워있고 빈둥거리기를 좋아하면 소로 태어난다는데 다음 생에엔 소로 태어날 것 같다.

동네 뒷산이 꽤 아름답다.

며칠간 내린 눈 덕분에 더 아름답게 보이는 것 같다.

자동차의 차체를 울타리로 쓰고 있는 모습이 현대사회의 물질만능주의를 예술적으로 표현한 것처럼 보였다.

산을 향해 올라가는데 아이들이 우리를 보고 도망가길래 인사를 했더니 웃으며 산에서 딴 과일들을 가져다 준다.

어떻게 먹냐고 물어보니 시범을 보이길래 따라서 맛있게 먹으니 계속 가져다 주며 즐거워한다.

우선 괜찮다고 말하는 것이 예의라는 것은 알지만 아이들이 너무 귀여워 계속 먹었다.

아직 가을인데 겨울이 온 것 같아 안타까우면서도 하얀 눈이 아름다워 빨리 겨울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산을 올랐다.

이제는 봄과 가을이 짧아졌다지만 그래도 4계절이 뚜렷한 나라에서 태어난 것도 참 축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제 슈퍼에서 발견한 빵인데 처음 보는 순간부터 사랑에 빠져버려 덜컥 사버렸다.

위생개념이 별로 안 좋은 나라에서 빵을 먹으면 배탈이 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지만 이번 빵은 정말 맛있게 생겨 안 살 수가 없었다.

하이디는 웃으며 배탈이 날수도 있으니 조심하라했지만 난 내 위장을 믿기에 그냥 빵을 샀다.

맛은 달콤한 롤케이크 맛인데 안에 든 크림이 부드러우면서 가벼워 정말 맛있었다. 

동네 뒷산인데 들어가면 갈수록 힘들어 지면서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구름다리는 위험하니 한 번에 한 명씩만 건너야한다.

드디어 우리가 목표로 했던 폭포에 도착했다.

엄청난 폭포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물이 별로 없어 아쉬웠다.

달콤하긴 하지만 너무 달아서 문제다.

역시 모든 것은 과하지 않고 적당해야 좋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꽤 높이 올라왔다.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니 눈이 온 뒤 아슬란밥에 도착하길 참 다행이다.

설산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스키이야기가 나왔다.

랄프와 하이디는 겨울마다 이탈리아로 스키를 타러 다니는데 저가항공이 많아 5만원 정도면 다녀올 수 있다고 한다.

난 내가 컨트롤하지 못하는 속도감을 즐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스키를 안 타봤다고 하니 정말 재미있다며 한국에 돌아가면 꼭 스키장에 가보라고 했다.

경사가 가팔라 올라올 때보다 더 조심하며 내려왔다.

아무리 산이 좋다지만 넘어지면서까지 산과 뽀뽀하고 싶지는 않다.

집에 마당이 있다면 이런 식의 오두막을 만들어도 참 좋을 것 같다.

산의 윗부분은 겨울이었는데 아래로 내려오니 봄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눈이 녹고 있는 모습이 영락없는 봄의 모습이라 왠지 모르게 기분이 산뜻해지고 신이 난다.

산 아래와 산 중간과 산꼭대기의 모습이 다 다르기에 사람들이 산을 좋아하는 것인가 보다.

당나귀의 졸린듯한 눈이 참 귀여워 말을 걸어봤지만 도도하게 쳐다보지도 않는다.

열심히 산을 탔으니 상으로 고기를 먹어줘야한다.

잠시 뒤면 저녁을 먹어야하니 간식으로 샤슬릭을 시켰다.

숙소로 올라가다 이번엔 대우자동차를 발견했다.

여러 나라를 여행하다보면 현대자동차가 자주 보이는데 대우의 트럭은 처음 본 것 같다.

과거의 대우자동차와 현재의 대우자동차의 모습이 떠올라 조금 씁쓸했다.

길을 걷다가 랄프가 갑자기 처음 보는 집의 문을 두들겼다.

무슨 일인지 몰라 바라만보고 있으니 담 밖으로 보인 호두나무가 거대해 잠시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주인 아주머니가 흔쾌히 허락해줘 나도 사진을 찍었는데 호두나무가 정말 컸다. 

아슬란밥처럼 인터넷이 안되면서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에 오면 침대에서 여행기를 써야한다.

날이 많이 춥길래 침낭을 꺼냈는데 침낭이 너무 포근해 밖에 나가기 싫을 정도로 행복했다.

오늘 저녁은 뭘 먹을지 고민하다 만티를 시켰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의 만두와 비슷한 음식인데 이 것도 맛있었다.

어디를 가든 웬만한 음식은 다 맛있게 먹고 있지만 중앙아시아의 음식들은 정말 나와 딱 맞는 것 같다.




제 여행기가 재미있으셨다면



하트클릭 한번과 댓글 하나만 남겨주세요.




  1. 비밀댓글입니다

  2. 드디어 2년간 애증관계였던 K2와 작별을 했군요? ^^
    한국산 자동차 이름은 '티코'입니다.
    우리 세대때는 이런 농담을 하곤 했었죠.
    '고속도로에서 벤츠와 아우디, BMW가 나란히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국산 티코가 이들 차를 모두 따돌리고
    1등으로 도착을 하게 되었다.
    과연 그 이유는??? * 정답 : 쪽 팔려서!!! ㅎㅎㅎ
    농담이긴 했지만 제 친구들 여러명의 애마가 되어줬던
    작지만 참 경제적인 소형자동차였답니다.
    아슬란밥은 처음 듣는 이름이네요.
    설산과 구름다리, 마을 전경 모두 너무 아름답네요.
    호두나무 크기에 입이 떡~ 벌어지는걸요?
    잘 봤습니다. ^^

  3. 몇일 동안 여행기를 다 읽었습니다. 아주 재미있었어요 저도 19년전 호주 횡단여행을 한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아이들 다 키우고 61살이 되면 배낭메고 전세계를 여행하는 꿈을 가지고 있는데 여행기가 많은 도움이 될것같습니다.

  4. 거의 한달가까이 걸려서 여행기 다~~읽고 처음으로 덧글을 씁니다^^;;
    용민님의 여행기를 보고 있으면 마치 저 또한 그 나라에 있는듯한 느낌을 가지게 되는것 같아요ㅎㅎ
    앞으로의 여행기또한 기대 많이 하겠고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에 안나옵니다ㅎㅎㅎ
    여건만 되면 저 또한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은 가득하지만 직장인이고 하루라도 아빠 못보면 안되는 두 공주님들을 놔두고 가기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뭐... 여행기보며 어쨌든 대리만족 하고 있습니다 ㅎㅎㅎ
    서울살고 있으니 인연이 된다면 오다가다 마주칠수도 있겠네요
    혹시나 만나면 아는채 할꼐요 ㅎㅎㅎㅎㅎ

  5. 비밀댓글입니다

  6. 와~ 티코와 라보를 여기서 다시 보게 되는군요^^

  7. 생각 날 때마다 찾아 여행 글과 사진을 보며 응원하고 저 또한 여행의 꿈을 꾸는 것 같아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행복해져요
    너무 감사하고 여행 마지막 까지
    늘 응원합니다

  8. 오랜만에 님의 블로그에 와서 여헹기를 읽고 있습니다.

    한동안 보지 못했었는데, 지금도 여행중이네요..ㅎㅎㅎ

    즐겁고 보람찬 여행이 계속되기를 기원합니다.

  9. 잘 보고 갑니다^^

  10. 편한 여행을 좋아해서 저렇게 머나먼 곳까지 갈 생각은 하지도 않는데
    아름다운 키르기스스탄 경관을 보니 갈등이 생기네요.^^
    밝고 긍정적인 기운이 느껴지는 여행기여서 읽는 내내 유쾌했어요.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길....

  11. 아슬란밥은 우리의 가을쯤엔 봄과 겨울이 같은 곳에 공존하는 곳인가봅니다.
    한국에 들어오신 것도 1년 여가 된 것 같은데 제가 보는 이 여행기도 DJL님 처럼 아주 긴 여행을 하고 있는 것 같네요.
    물론 그 여행기에 제가 같이 동행한다는 기분이 들어 늘 즐겁게 보고있습니다.

  12. 랄프와 하이디가 인상적이네요
    그들이 함께 하는 삶이 부럽기만 하네요
    저의 바램이기도 하기에...

  13. 와우 ... 먹성이 아주 좋아요. 부러우면 지는 거라고 했지만 그래도 부럽다. 근데 이번 여행은 그 좋아하는 술이 빠졌다. 술 먹고 눈이 있는 산에 오르면 넘어져 뽀뽀하기 싫어 안 먹었나 ? ? ?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