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메고 세계일주 - 033. 사람 사는 이야기.



대성석가사는 절이기에 아침 공양시간이 6시부터다.
눈을 뜨자마자 밥을 먹을 수는 없으니 그 전에 일어나 정신을 차리고 밥을 먹으러 간다.

절에 있으면 밥을 먹기 위해서라도 아침 일찍 일어나게 되니 좋은 것 같다.

아침에는 절밥이라 부르기 무색하게 커드에 바나나까지 나왔다.

아침을 먹고 책을 좀 읽다보니 점심시간이 됐다.

차마 한국절에서까지 손으로 밥을 먹을 수 없다는 핑계로 숟가락을 쓴다.
손으로 먹는 것도 재미있지만 수저를 쓰면 위생적이고 편하기도 하니 역시 도구의 발명은 대단하다. 

그래도 인도에 가면 인도의 법을 따라야하니 열심히 손으로 밥을 먹어야겠다.

대성석가사는 한국절이지만 전세계의 여행자들에게 유명하다.
부처님께서 태어나신 룸비니는 불교 4대성지 중 하나기에 불교를 믿는 대부분 나라들의 절이 있지만 방문객에게 숙식을 제공해주는 절은 흔치 않다.

하지만 대성석가사는 하루에 300루피(한화 3600원)에 숙식을 제공해주니 대부분의 순례객들과 여행객들이 대성석가사로 찾아와 한국인보다 외국인의 비율이 훨씬 높다.

절은 많은데 사람들을 받아주지 않는 모습을 부처님이 보시면 무슨 생각을 하실지 궁금하다.

내가 삐뚫어진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종교는 모든 것에 우선해서 헌신적인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대성석가사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완공이 언제 될지 모른다는데 어서 완공이 됐으면 좋겠다.

대성석가사에는 와이파이도 된다.

혹시나 해서 와이파이를 찾아보니 신호가 잡히길래 무선공유기의 위치를 수소문 해 바로 옆에서 여행기를 올린다.

산에도 올라갔다 오고 그동안 작성하지 못한 여행기가 많은데 숙식도 제공되고 분위기도 좋은 대성석가사에 오래 머물러야 할 것 같다.

솔직히 밥이 엄청 맛있지는 않다.

하지만 보드가야에서 느꼈듯이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지를 생각하며 먹으면 별로 맛을 따지지 않게 된다.

<오늘의 생각>


남은 네팔루피를 다 쓸 때까지 대성석가사에 머물러야겠다.

밥도 주고 재워 주고 와이파이도 되고 참 좋다.

 

산을 내려오고 휴식기를 가지려 했었지만 나와는 맞지 않는 포카라에서 편히 쉬지를 못했기에 룸비니에서는 푹 쉰다.

아침 공양시간에 일어나 밥을 먹고 여행기를 쓰거나 책을 읽는다.

그러다보면 점심시간이 되고 밥을 먹고 낮잠을 자거나 또 책을 읽는다.
계획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고 그냥 대충 흘러가는 장기여행이다 보니 내 마음대로 여유를 즐길 수 있어서 참 좋다.

정전시간표가 있는데 살펴보면 정전인 시간보다 전기가 들어오는 시간이 더 적다.

하지만 저 시간표대로 정전이 되는게 아니기에 그냥 전기가 들어오면 들어왔구나 하는게 편하다.

확실히 인도보다 전기사정이 열악한데 전기가 없는 곳을 몇 군데 다녀보니 전기가 없으면 약간 불편하지만 색다른 재미가 있다.

오늘까지 빈둥거리며 푹 쉬려고 했는데 왠지 밖을 나가고 싶어 룸비니 나들이에 나섰다.

이 불은 세계평화를 기리는 평화의 불꽃인데 UN이 정한 세계 평화의 해인 1986년 11월 1일에 점화되었다고 한다.
그 뒤로 한 번도 꺼진 적이 없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마 그건 아닐 것 같다.

부처님이 태어나신 곳, 깨우치신 곳, 첫 설법을 하신 곳, 열반하신 곳을 불교의 4대 성지라고 일컫는다.

룸비니는 그 중 태어나신 곳인데 부처님의 탄생과 관련된 유적지들이 모여있는 성원 구역에 들어가려면 입장권을 사야한다.

성원 구역, 말 그대로 성스러운 곳이기에 신발은 벗고 들어가야 한다.

더운 나라들만 돌아다니면서 양말 빨기가 귀찮아 샌들을 주로 신었더니 발에 얼룩무늬가 생겼다.

여행의 훈장같기도 하지만 왠지 여행이 끝나도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저 건물 안에는 부처님의 발자국 조각이 있는데 내부는 사진촬영 금지다.

부처님이 태어나신 곳은 아쇼카석주가 있는 곳에서 동쪽으로 일곱 걸음 떨어진 곳이라는 현장의 기록에 따라 발자국 조각을 만들어 놨다고 한다.

신화에 따르면 부처님은 산통을 느낀 마야부인이 사리수 나무를 붙잡은 상태에서 옆구리를 통해 태어났다고 하는데 왕족인 치트리아 계급은 신의 옆구리에서 태어난다고 믿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왕들에 관한 신화들처럼 왕족에게 특이한 출생의 방법을 부여한 것 같다.

근데 거기 커플들, 어디 신성한 곳에서 부정타게 손 잡고 다니나요. 매번 말하지만 부러워서 그러는 거 맞다.


건물안에 들어가면 4세기경 제작된 돌 조각에 부처님을 낳는 마야부인이 새겨져 있고 그 위에 금박이 칠해져 있다.

사람들이 거기에 이마를 대고 기도하고 금박을 붙이길래 나도 따라했다.
아리따운 여성분들, 주근깨 많이 생긴 것은 저도 아는데 사람은 외모가 아닌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주시고 제 마음을 봐주세요.
마음만은 훈남입니다. 

이게 아쇼카 석주다.

기원전 249년 아쇼카 대왕이 부처님의 탄생을 기리기 위해 세운 기둥인데 이 기둥으로 인해 부처님의 역사적 실존이 증명되었다고 한다.

석주에는 '많은 신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아쇼카왕은 왕위에 오른지 20년 만에 친히 이곳을 찾아 참배하였다. 여기가 부다가 탄생하신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돌로 말의 형상을 만들고 석주를 세우도록 했다. 위대한 분의 탄생지를 기려 이 지역은 조세를 면제하고 생산물의 1/8만 징수케 한다.'라고 새겨져 있다.

어떻게 저기에 딱 맞게 1000원짜리가 들어갔는지 신기하다.

거북이다.

어릴 때 보던 포켓몬이 생각난다.
꼬부기 - 어니부기 - 거북왕. 

근데 난 꼬부기보다 이상해씨가 더 좋았다.

나는요 거북이 
이 땅에서 태어났죠

하지만 사람들이 너무나도 빨라

우리는 바다에선 조금은 빠르긴 하지만

땅 위에선 너무나도 느린 것 같아


급할 건 없어요 그렇다고 게으르지 않죠

그렇게 수 억년을 잘 살아왔죠

뒤집지 말아요 일어 설 수가 없잖아요

그냥 우릴 바라봐 줘요


빨리 가면 시간 남고 
할 일도 많은 사람들도 많지만 
우리는 좋아요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거북 거북이야 좀더 빨리 달려가자

거북 거북이야 좀더 빨리 달려가자

거북 거북이야 좀더 힘을 내 달려가자

하지만 거북아 토끼를 따라 잡지 못해


거북이 머리는 언제든 집으로 들어가요

그래서 집에 빨리 갈 필요가 없죠

집 걱정 없어요 하지만 꿈이 있어요

우리는 정말 빠른 거북이랍니다

타카피 - 거북이 


가족끼리 소풍을 왔다.

소풍 온 모습을 보니 김밥이 먹고 싶어졌다.

참치김밥 - 소고기김밥 - 치즈김밥.

제 여행이 즐겁고 행복하고 안전하게 해주세요.

우리나라에도 옛 사찰들의 터만 남아 있는 곳들이 있는데 역시 모든 것에는 끝이 있는 것 같다.

아무리 사람들이 보존하려고 해도 세월의 힘 앞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을 느낀다.

우리가 조상들의 유적지를 보고 뭔가를 느끼듯이 우리의 후손을 위해서는 우리가 물려 받은 조상의 흔적들을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현재 우리를 나타낼 수 있는 것들을 만들고 보존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옆에 사원이 있길래 기도를 하고 나온다.

인도에 철근을 옮길 트레일러가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도로사정이 좋지 않아 보통 작은 차에 철근을 구부려서 다닌다.

문제는 구부러진 철근을 다시 대충 펴서 사용하고 있는데 실제로 얼마나 안전할지 궁금하다.

참 좋은 말이다.

설마 저 좋은 말을 못 알아보는 사람은 없겠죠.

대성석가사로 돌아왔는데 어디서 많이 본 자전거가 보인다.

안장은 브룩스에 투부스렉을 달아놨다.

가슴이 아프다.

지나가는 자전거 여행자를 보면 가슴이 아프고 부럽다.

멈춰있는 설리를 봐도 다시 달릴 것을 알기에 가슴이 아프다.

가슴이 아플 때는 당을 먹어야 한다.

포카라에서 소주를 주신 어르신이 꿀도 한통을 주셨었다.

우리들은 VJ특공대 흉내를 내며 삼겹살과 꿀을 조합해 허니삼겹살을 만들어 먹었는데 마마님의 한마디.

'음~ 달콤한 꿀이 삼겹살의 기름기를 확 잡아줘요!'

VJ특공대는 어서 마마님을 섭외하세요.

그때 남은 꿀을 가장 당이 땡기는 내가 가지게 됐는데 미숫가루에 타먹으니까 당연히 꿀맛이 났다.

불교성지순례로 오는 단체 관광객들도 꽤 많았다.

가방이 무거워 짐을 줄이려고 고추장을 먹었는데 그냥 고추장 맛이었다.

아직까지는 한식이 그립지는 않은데 언제쯤 한식이 그리워질지 모르겠다.
그런데 사진을 다시 보니 핀을 참 못 맞춘 것 같다. 

여행기를 쓰는 이유는 기록을 남기는게 가장 큰 이유고, 그 다음은 리플을 보는 재미다.

그런데 리플을 읽을 수는 있는데 거기에 댓글을 달려면 필요한 확인버튼이 안 생겨 속이 터진다.

속이 터지면 당이 땡긴다.
'곰돌이 푸'가 빙의 된 것처럼 다 먹어 버렸다. 

<오늘의 생각>


ABC 트레킹 도중 만났던 사람을 다시 만났다.

역시 인연은 함부로 무시하면 안되는 건가 보다.

 

매번 똑같아 보이는 음식이지만 맛있게 먹는다.

과일까지 후식으로 나오니 불평할 거리가 없다.

대성석가사에 머무를 최고 기간은 6일로 잡았었다.

6일 안에 같이 바라나시로 떠날 사람이 오면 같이 움직이고 안 오면 혼자 갈 생각이었는데 어제 ABC 트레킹 도중에 만났던 형님을 다시 만났다.

형님도 바라나시로 간다고 하시길래 같이 떠나기로 했다.
같이 떠날 사람을 만날 줄 알고 어제 룸비니 구경을 하고 싶었나 보다.
이 형님도 세계일주 중인데 파키스탄쪽을 통해 점점 서쪽으로 가실 계획이라고 한다.

룸비니에서 바이라하와로 다시 나와 합승 지프를 타고 조금 가면 네팔과 인도의 국경인 소나울리에 도착한다.

저 국경만 넘어가면 다시 인도다.

<네팔 여행 경비>


여행일  23일 - 지출액 44,000루피 (약 53만원)

산에 올라갈 준비를 할 때 지출이 컸다.

하지만 안나푸르나를 오르는데 든 돈은 전혀 아깝지 않았다. 

 

WELCOME TO INDIA.

인도로 다시 넘어가는 길은 별로 어렵지 않았다.

한국에서 다시 떠날 때 인도를 재입국 할 수 있는 비자를 받는다고 본적까지 적고 영문 여행계획서까지 제출하는 등 복잡했다.
하지만 내가 떠나고 얼마 뒤에 비자 발급기준이 완화되었다고 하니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난 막차를 잘 타나 보다.


여담으로 누군가가 인도사람에게 너희는 왜 이렇게 비자를 까다롭게 발급하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그러자 그 인도사람은 너희 배낭여행자들이 와봤자 인도에서 돈을 얼마나 쓴다고 너희를 쉽게 받아주겠냐고 답했다고 한다.

근데 그 말이 꼭 나에게 하는 말 같아 웃음이 나온다.

대부분의 여행자는 네팔에서 인도로 넘어갈 때 소나울리를 통해 인도로 들어온 뒤 바라나시로 향한다.

소나울리에서 바라나시로 향하는 방법은 중간도시인 고락뿌르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편한 기차로 갈아타는 방법과 끝까지 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이 있다.

나는 중간에 기차를 갈아타려면 귀찮기에 한번에 버스로 이동하기로 했다.

인도과자를 먹으니 인도에 온 기분이 난다.
저 정도의 비스킷이 10루피(한화 200원)밖에 안하는데 몸에 얼마나 좋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건강을 생각하면 아예 과자를 먹지 않아야지 과자를 먹으면서 건강을 챙기는 것은 욕심같다. 

333km를 이동하는데 256루피(한화 5120)원밖에 안한다.

하지만 버스 상태를 보면 딱 256루피짜리 버스다.

언제부터 금성이 신발도 만들었지.

버스에는 다양한 사람이 많이 탄다.

뒤를 돌아보고 있는 할아버지는 차장에게 돈을 내야하는데 아무 말도 없이 그저 돈을 든 손을 뒤로 내밀고 있다.

그러면 그 뒤에 있는 사람이 받아서 건네주면 될텐데 멀뚱히 쳐다만 보고 있다.

차장도 꿋꿋하게 자리에 앉아서 돈을 달라고만 한다.

보고 있는 내가 답답해서 돈을 건네주고 싶을 정도였는데 결국엔 중간에 있는 아저씨가 건네준다.

왠지 남자들의 자존심싸움이 벌어진 것 같다.

물론 남자에게 자존심도 중요하지만 이런 일에서 자존심을 챙기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버스는 계속해서 가다서다를 반복한다.

점심시간에 고락뿌르에서 차가 멈추길래 간단히 요기를 하기로 했다.

밑에 깔린 달콤한 튀김에 라면땅 같은 것을 뿌려주는데 꽤 맛있었다.

음식사진을 찍으니 자신도 찍어달라고 한다.
난 쉬운 남자니까 찍으라면 찍는다.

저것만 먹고는 당연히 배가 고프니 사모사와 튀김 몇개를 샀다.

난 맛있게 먹는데 형님 입맛에는 별로인 것 같았다.

역시 내 입맛에는 길거리 음식이 최고다.

밥을 먹고 오니 버스를 갈아타라고 한다.

우리와 같이 탄 인도인도 따졌지만 우리가 타고 온 버스는 1시간 뒤에 떠나니 지금 떠나는 버스로 옮기라고 한다.

원래 종점이 여기인지 진짜 우리를 위해서 옮기라는 건지는 몰라도 우선은 옮겨 탄다.

물론 타면서 표값에 대한 확답은 철저하게 받아야한다.

우리 바로 앞자리에 탄 이 할머니는 대단한 할머니다.

버스비가 26루피(한화 520원)인데 자꾸만 깎으려고 한다.

위에서 봤듯이 기계에 목적지를 입력하면 요금이 종이에 찍혀 나오는 시스템인데 자꾸만 비싸다고 우긴다.

처음에 15루피 정도 줬다가 차장이 그냥 내리라고 하니 무시하고 계속 탄다.

내릴 곳에 다 와 가자 차장이 다시 돈을 내라고 하니 이번에는 동전으로 20루피 정도를 준다.

화가 난 차장이 사람들에게 할머니의 만행을 이야기하자 그제야 돈을 낸다.

난 우리 어머니들이 한 푼을 아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분명히 그 돈을 자식들과 가족들을 위해 쓸 것이기에 돈을 막 쓰는 내가 부끄러워지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도가 지나친 행동들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해진 요금에 대해 따지는 행동은 어떤 이유로도 미화될 수 없는 행동이라 보는 내내 눈살이 찌푸려졌다.
결론은 우리 어머니들 최고다. 특히 우리 엄마가 최고다.

공중위생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화장실이지만 나도 잘 이용하니 뭐라 할 말이 없다.

최대한 현지인처럼 생활하기를 목표로 하니 아무 데나 싸고 쓰레기도 아무 곳에나 잘 버린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난 길거리에 노상방뇨하는게 더 좋다. 

형님이 자꾸 군것질거리를 사주신다.

인도는 귤에도 씨가 있어서 뱉어야 하는데 그냥 아무 곳에나 뱉으면 되니 참 편하다.
아마 씨를 모아서 쓰레기통에 버려야 하는 나라였으면 안 먹었을 것 같다. 

저 아저씨는 물건을 파는 아저씨인데 우리나라 지하철에서 물건을 파는 모습이 겹쳐졌다.

우리나라처럼 신기한 물건을 팔면 하나 사려고 했는데 향신료를 팔기에 그냥 넘어갔다.

내가 예상한 도착시간이 지나고 해가 져도 바라나시에 도착할 기미가 안보인다.

배가 고프니 또 내려 토스트를 한조각 사먹는다.

버스가 바라나시에 도착할 때쯤 차장 아저씨가 형님에게 혹시 잔돈이 필요하냐고 말을 건다.

형님이 조금만 바꿔달라고 500루피짜리를 주자 10루피짜리 50장으로 바꿔준다.

100루피짜리 몇 장을 달라 해도 그냥 10루피짜리로만 준다.

이동을 시작한지 17시간이 지나서 바라나시에 도착했다.

예전에 묵었던 숙소에 다시 방을 잡으니 내 집에 온 것 같은 편안함이 들었다.

<오늘의 생각>


하루 종일 이동만 했는데 버스에서 인도인의 많은 면을 볼 수 있었다.

 




  1. 숙소 내부의 모습을 보니 대충 어떤 분위기인 줄 알겠습니다. ㅋㅋ
    333km를 가는 버스도, 화장실도 인상적이군요.

  2. 매번 재밌게 읽고 가는데 한번도 댓글을 단적이 없네요...재밌는 여행담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답니다~^^ 지금도 여행중일 텐데 건강 조심하시고 다음글이 올라오길 기다릴께요~!!()

  3. 이제사 글이 올라왔네요.
    여행에 많은 관심이 있다보니
    뒤지다 넘 재밌고 알차서 계속 기다리게 되네요.
    항상 건강한 여행하길 빌며 화이팅!

  4. 오늘도 잘보고 갑니당

    항상 포스팅 글에 절반은 먹는사진이라
    먹는거하난 걱정이 안되는구만ㅋㅋㅋㅋㅋ

    용민군 사진도 자주자주 올려용
    보기좋구만^_^

  5. 항상 위트있는 멘트와 명랑한 여행기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글에서 댓글 보는 것이 재미라고 하여 오랫동안 봐왔지만 처음으로 립흘다네요 ㄷㄷ
    즐여행 하세요

  6. 안나푸르나는 저희 이모님이 가보시고 늘 가보라고는 하시는데, 절대 튼튼하질 않은 몸이라 가보지는 못하고...대신 대리만족을 느껴봅니다. 20대 초반에 중국을 한달 동안 베낭여행다녀본 이후로 절대 후진국은 베낭여행을 하지 않으리라!!!라고 맹세를 했으나, 세월이 지나 님의 여행을 보면 다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그런데요, 제발, 부디,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음식 가려드세요 ㅠㅠ 제가 다 가슴이 조마조마 해요!!!!

    • 더 늦기전에 배낭여행 한번 더 가시죠~
      많은 분들이 잘 챙겨 먹으라고 걱정해주시는데 그럴 때마다 감사할 뿐입니다.
      저도 가려먹는다고 먹는데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먹나보네요. ㅠㅠ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7. 이제서야 글을 봤어요
    나도 여행중이라 과거처럼 챙겨볼순 없었네요
    지금 바로셀로나 에서 일주일째 묵는 중이랍니다
    일단 건강해 보여서 좋네요^^
    썬크림 잘 챙겨 바르세요^^
    근데 ....보통 포스팅 하면 사진의 화질이 많이 나빠지는데
    군의 사진은 뽀샾을 해서 올리나요?
    전혀 손 안댄 사진이라면 엄청 좋은데요??

    다음 여행기 기다릴께요

    • 제가 들고 다니는 넷북은 절대 포토샾을 돌릴 수 있는 사양이 안됩니다.
      그냥 리사이즈만 해서 올렸는데 조명빨인 것 같습니다.
      저도 어서 바르셀로나로 가고 싶습니다. ㅎㅎ

  8. SLR클럽에서 예전에 보고 한동안 안들어오다

    함 들어와서 보고 일사천리로 정독해 버렸습니다.ㅠㅠ(감동의 눈물)

    시크한 글귀들과 오로지 먹는것에 대한 포스팅 너무 좋네요 물론 여행정보도 있지만

    한국의 뜨거운 여름에 널러가고 싶었는데 엄청 힐링이 되는 느낌입니다.

    배낭여행 함 가볼라고 했는데 나이처먹고 어딜가냐고 부모님에게 욕바가지로 먹었었는데.....걍 갈걸 그랬네요 ㅠㅠ

    남자나이 20먹으면 부모님말 별로 안듣는게 좋다는데......

    힘내시고 항상 자주 들어와서 리플 달아드릴게요

    • 부모님 말씀은 안듣는게 맞는 건가요? ㅎㅎㅎ
      제 글이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이고 애독자가 한 명 더 늘어났다는 사실에 행복합니다.
      남아일언중천금이니 앞으로도 자주 리플 달아주셔야합니다.

  9. 지난 번에 왔을 때 글이 없어서 오랜만에 왔더니 세 편이나 올라왔네요~
    중학생 때 류시화 작가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을 읽고 인도는 참 신비한 나라라고 생각했는데, 인도에 도착하셨군요~
    인도 여행 역시 별 탈 없이 보내셨으면합니다^^

  10. 우와 정말 힘든곳인데도 현지에 잘적응하며 이곳저곳 잘다녀오신 님이 정말 멋져보여요
    아아 저도 해외한번가보는게 꿈인데요 건강이허락치않아 멀리갈수가없어요
    7년전엔 돈이없어서 못갔더니 돈을 조금손에 쥐고나니 건강이 말할수없이 파탄나서 병원쇼핑만해요
    지금처럼 다닐수있는 튼튼한 두다리가있을때 가고싶은데 많이다니세요 언제나 홧팅입니다 님처럼 멋진분이 아직 여자칭구가없다는게
    믿기지가않아요 ㅎㅎㅎㅎ 곧 좋은인연만나실거라 믿어요

  11. 룸비니를 가셨네요?
    여행기를 읽을수록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이 되네요.
    책으로 보던 곳을 직접 가보는 느낌을 저도 알고는 있지만
    매번 읽을수록 정말 대단해요.
    그리고 그 나무에 걸려있는 '참 좋은 말'... ㅠㅠ
    그러다가 금성 운동화를 보고 빵 터졌네요.
    그나저나 울다가 웃으면 큰일나는데... 쩝~

배낭메고 세계일주 - 032. 안나푸르나, 진짜로 안녕.


히말라야 롯지의 채소 카레는 정말 맛있다.

밥도 많이 주니까 더 맛있는 것 같다.
배도 든든하게 채웠으니 행복한 하산길이다. 

어제 내 손으로 만졌던 설산이 이제는 다른 산들 사이로 빼꼼하게 보인다.

마마님의 은총은 계속된다. 당이 최고다.

여러분 어서 펠라스(FELLAS) 음악 들어 보세요.

저번편에서 이미 들으셨어도 두 번 들으세요.

산속에서 전기를 얻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태양열발전과 수력발전이다.

이 작은 건물 안에서 수력발전을 해 마을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니 신기하면서 현대사회에 사는 우리가 소비하는 전력소비량과 비교를 해보게 된다.

그런데 요새 안나푸르나 트레킹 코스에 중국 발전회사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네팔에서 소비되는 대부분의 공산품은 중국과 인도에서 들어오는데 중국은 네팔을 지원해주면서 국경지역의 도로를 확장해 수출시장을 확대시키고 있다.

하지만 네팔은 중국과 사이가 안 좋은 인도와도 인접해 있는 나라라 인도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네팔은 오래전부터 중국과 인도 사이의 관계를 적절히 이용하는 중립외교를 잘 해오고 있다고 한다.

왠지 광해군이 생각나는데 한국에 돌아가면 역사공부도 더 해야겠다.
참 할 일이 많은 것 같다.

네팔의 정치적 이야기가 나왔으니 여담으로 주워들은 이야기를 몇마디 더하자면 네팔의 인터넷시장을 두고 중국회사와 우리나라의 SK텔레콤이 경쟁했다고 한다.

결과는 중국회사의 승리였는데 요새는 순위가 밀리고 있다지만 인터넷 강국이라는 우리나라의 SK가 진 이유 중 하나가 로비에서 밀렸다고 한다.

또, 우리나라 정부에서 네팔 아이들을 위한 기아대책기금을 책정해서 도와준다고 했지만 정작 당사국인 네팔에서는 우리가 얻는 이득이 있으니 네팔의 아이들을 먹이는 것 아니냐며 뇌물을 달라고 해 아직도 못 도와주고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더 하자면 현재는 정부와 평화협정을 맺고 어느 정도 실권을 잡은 마오군이 반란군이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 당시에는 마오군이 안나푸르나 라운딩 트레킹을 하던 사람들을 습격하는 산적질을 했었다고 한다.

10여 년 전만 해도 실종되는 사람들도 꽤 있었고 혼자 트레킹을 하는 것은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웃긴 점은 당시 반군들이 트레커들의 금품을 갈취하면서 차용증을 써줬다고 한다.

당신들이 기부한 후원금은 마오군이 정권을 잡는 날 모두 돌려줄 것이라는 차용증을 써줬는데 실권을 잡은 현재, 아직 그 돈을 돌려받은 사람은 없다고 한다.

또한, 그 차용증은 모든 것을 빼앗기고 내려가는 트레커가 다른 반군을 만났을 때 이미 모든 것을 빼앗겼으니 통과시켜주라는 영수증 역할도 했다고 한다. 

네팔의 이야기는 그만 하고 이제 내려갑시다.

앞서 말했듯이 위 이야기는 주워들은 것이라 정확하지 않으니 잘못된 내용은 언제든지 알려주시면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밥 시간이 돼서 볶음밥을 시켰는데 겉보기에는 화려한데 맛은 없었다.

쌀은 뻥튀기 맛이 났고 전체적으로 맛이 이상했다.

내가 맛이 이상하다고 하자 마마님들꼐서 볶음밥을 한 입씩 드셔보시더니 맛있는데 내 입맛이 특이하다고 하셨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내가 맛이 없다고 했던 음식들에 대한 평가가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 여행기의 주인공은 나니까 앞으로도 내가 맛없으면 맛없는 거라고 하기로 했다.

어차피 100가지 음식을 먹어도 1가지 정도만 맛 없는 싸구려 입맛을 가진 나니까 별 상관도 없을 것 같다.

ABC를 향해 올라갈 때 만났었던 내리막 계단이 죽음의 계단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고도가 조금 높아지니 마차푸차르가 더 선명하게 보인다.
약간의 고도가 변할뿐인데 산의 모습이 계속해서 변한다. 

계단을 오르느라 수고했으니까 음료수 한 캔씩을 사먹었다.

내가 알기에는 코카콜라 공장이 네팔에도 있고 인도에도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 스프라이트는 베트남에서 제조됐다고 쓰여있고 베트남어도 적혀 있었다.

정식 수입을 한 것인지 밀수를 한건지 모르겠지만 스프라이트가 밀수품으로서의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다.

이제 설산은 가슴속에 묻고 푸른 하늘과 구름을 즐기며 간다.

그런데 필터를 빼지 않았더니 플레어 현상이 일어났다.

역시 게으르면 사진을 망친다.

한참을 올라왔는데 다시 한참을 내려가 다리를 건너고 또다시 한참을 올라가야 한다.
하산길은 내려가기만 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살아가면서 죽어라 오르기만 하다가 계속해서 내리막만 있다면 별로 재미가 없을 것 같다. 

누군가가 똥을 밟았다.
만약 똥이 깨끗했다면 똥을 피하지 않고 다녔을까.
아, 똥이 깨끗하다면 똥이 똥이 아니겠구나. 

끝없는 계단이 펼쳐졌는데 이상하게 뛰고 싶어졌다.
쉬지 않고 한 번에 뛰어 올라가기는 무리겠고 딱 한 번만 쉬고 뛰어 올라가기로 했다.

중간 정도까지 올라가 숨을 고르고 다시 힘을 내 뛰어올랐지만, 끝에서 한 10여 개의 계단을 남기고 한 번 더 쉬었다.

한국에 돌아가면 체력도 길러야겠다.

소야, 넌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니.


사실 마마님의 용안에 탈이 났다.
어제 마마님을 위해서는 못 구할게 없다며 당당하게 구해 온 감자가 문제였다.
얼굴에 약한 화상을 입었을 때에는 감자팩을 하면 독이 올라 상태가 더 심해진다는 것도 모르고 웃으면서 팩을 하고 아침에 일어났더니 마마님의 용안이 팅팅 부으셨다.
아름다운 마마님의 얼굴에 탈이 나서 우리 팀에 비상이 걸렸다. 

내 가방에 화상에 붙이는 패치가 있긴했지만 부위가 얼굴이라 차마 도전을 못하고 계속 내려오기만 했다.

그러다 혹시나 식염수라도 있을까 해서 촘롱의 약국에 갔는데 식염수는 없고 토마토만 있길래 서리를 했다.

겉 부분은 떫었지만 알맹이 부분은 약간 토마토 맛이 나기는 했다.

혹시나 해서 한 개 더 먹어봤는데 똑같은 맛이었다.

해가 지면서 마차푸차르의 정상부분에만 빛을 뿌려주는 모습은 황홀경이었다.

해는 지고 구름이 산을 점점 뒤덮는다.

해가 완전히 졌지만 내일이면 이 아름다운 설산을 떠나야한다는 생각에 계속해서 바라봤다.

저녁은 역시나 달밧이다.

내가 달밧을 좋아하는 모습을 본 네팔 사람인 기아누나 주방장들은 즐거워한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외국인이 한국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즐거운 것과 같은 이치다.

산에서는 물이 차가워서 손으로 먹고 손 씻기가 싫어 매번 숟가락을 쓰다가 한번쯤은 손으로 먹어 기아누를 놀라게 하려 했는데 결국은 기회가 없었다.
역시 생각나는 일은 바로바로 해야겠다.

<오늘의 생각>


일행 중에 환자가 생겨 최대한 빨리 하산하는 계획을 세웠는데 사람들의 체력 상태를 고려하지 않았다.

모든 상황을 고려해야 했는데 바보처럼 굴었다.

 

이제 안나푸르나는 사라지고 다시 불암산으로 돌아왔다.

마마님의 상태가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오늘은 최대한 빨리 내려가기로 한다.

강을 건너가려고 준비하는 당나귀들을 보니 소금을 지고가던 게으른 당나귀가 강물에 일부러 빠졌다는 옛이야기가 떠올랐다.

실제로 강에 빠지나 기대를 하고 봤지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산타할아버지도 실재한다고 믿고 있는 내 동심이 상처받았다.

설산에게 마지막 인사를 한다.

꼭 다시보자.

우리 팀의 기본적인 진행순서는 기아누가 제일 앞에 서고 진형씨와 마마님이 따라간다.

그 뒤에 내가 붙고 제일 뒤는 마마님의 포터인 샴이 맡는다.

내가 사진을 찍다가 샴보다 뒤로 처지면 열심히 달려서 따라잡는다.

거의 다 내려왔으니 스프라이트 한 병을 상으로 준다.
난 탄산음료는 맥주만 좋아하는데 콜라보다는 사이다가 좋다. 

조금만 더 가면 되니 마지막으로 힘을 낸다.

포카라로 들어가기 전에 점심을 먹기로 했다.

나는 배보다 술이 고파 과자와 에베레스트 맥주를 시켰는데 쓰레기 인도 맥주와 차원이 다른 맛이었다.

인도에서는 맥주가 너무 맛이 없고 네팔에 들어와서는 산에 올라갔다 내려와서 먹으려고 참다보니 간이 한참을 쉬었는데 이제 다시 가동을 한다.

마마님은 얼굴이 따가워 계속해서 손수건에 물을 적셔 대고 내려오느라 고생하셨다. 

택시는 작아 지프를 타고 내려가야하는데 지프 기사 아저씨들의 내공이 장난이 아니었다.

밥을 먹기 전에 살짝 떠봤는데 비싸길래 점심을 먹고나서 결정한다며 다시 돌아왔다.
술기운이 살짝 돌기 시작해 흥겨운 기분으로 흥정을 하러 갔는데 잘 안깎아 주려고 해 결국 3600루피에 지프를 빌렸다.

환자가 있어 최대한 빨리 내려가야해 아쉬운 것은 우리니 적당히 흥정을 하고 출발한다.


포카라에 도착해 약국에 가보니 연고를 하나 주며 바르면 괜찮아질거라고 했다. 

마마님의 용안 문제도 해결됐고 1주일동안 산을 타느라 고생했으니 마무리 파티는 하기로 했다.


네팔에는 없는 것이 없다.

한국인식당에서 삼겹살도 파는데 제대로 된 삼겹살은 아니지만 고기다.

난 육식성 잡식주의자기에 고기면 무조건 맛있고 행복하다.

원래 외국에서는 기본 상차림에 물을 주는 일이 없는데 한식당이라 물이 공짜다.

고기를 다 먹어가니 옆자리에 계시던 분이 아가씨 3명이 수고 많았다며 소주와 염소내장을 주셨다.

아저씨, 전 머리가 긴 남자라 죄송합니다.

근데 언제쯤 다시 삼겹살을 먹을 기회가 올까.

<오늘의 생각>


산에서 내려와 마시는 술은 꿀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신발을 팔러갔다.

어제 산에서 내려와 숙소를 잡자마자 신발을 팔러 갔더니 2시간 뒤에 오라고 하고 2시간 뒤에 가니 주인이 없다고 다시 1시간 뒤에 오라고 해 다시 갔는데도 주인이 없었다.

제대로 진상짓을 한번 부리려다가 식당에서 기다리고 있는 마마님들을 생각해 알았다하고 나왔었다.

다행히 오늘 아침에는 사장이 있는데 자기가 나한테 팔아 놓고 기억을 못한다.

이건 빌려주는거지 파는게 아니니 자기 신발을 돌려달라며 영수증을 달라길래 헛소리말고 1천루피에 판다고 했다.

계속해서 흥정을 하다가 결국 700루피에 팔았다.

1000루피에서 사서 2주동안 신고 다시 700루피에 팔았으니 결국 사용료로 300루피(한화 3600원)를 썼다.
오랜만에 하는 만족스러운 거래였다. 

물론 신발의 질은 최악이었으니 혹시나 한국에서 바로 네팔로 가실 분들은 한국에서 제대로 된 등산화를 챙겨가시기를 추천합니다.

돈도 생겼으니 밥을 먹으러 간다.

난 전형적인 한국인이라 아침에 밥을 먹어야 속이 든든한데 여행자거리 주변이라 달밧을 안 판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뚝바를 먹으러 갔다.

사람들은 맛있다는데 나에게는 그저 밀가루 맛이 겉돌 뿐이다.

배가 안부르니 만두도 한 판 시켜먹는다.

포카라에서 휴식을 좀 취하려고 했는데 먹을 것이 마땅치 않으니 어서 떠야겠다.

정상적인 여행자라면 그냥 아침에는 브런치로 토스트 먹고, 점심에는 한국식당을 가고, 저녁에는 스테이크를 썰으면 될텐데 참 여행을 복잡하게 하는 것 같다.

그런데 내 여행이 음식때문에 힘든 적은 없었고 먹는 것으로라도 그 나라에 조금이나마 다가가고 싶을 뿐이다.

게다가 돈도 없으니 서민들의 음식을 먹을 수 밖에 없는 점도 참 좋다.


한국식당에서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이라는 책을 빌려와 읽었는데 시인과 철학자들을 엮은 발상은 정말 대단하다.

시를 제대로 읽으려고 노력한지가 얼마 안됐고 철학에 관심이 있던 나에게 여행을 하는 도중에 스쳐지나가듯이 읽기에는 아쉬운 책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천대받고 있는 인문학과 기초과학 분야가 제대로 평가되는 날이 다가오기를 바란다.

물론 나를 포함한 대학생들의 노력이 가장 중요한데 사회적으로도 천대하고 사람들의 인식도 안 좋다는 점이 안타깝다. 

'사람은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빵만으로는 안되고 책도 읽어야하며, 생각도 하고, 글도 쓰고, 사랑도 하고, 대화도 하는 등, 빵 이외의 수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그리고 술도 먹어야 한다.

근데 피같은 술을 쏟았다.

가슴이 찢어진다.

네팔에도 맥주의 종류가 다양한데 에베레스트가 맛있었으니 다 먹어봐야한다.

저 치즈는 야크의 젖으로 만든 치즈라는데 꽤 맛있었다.

샌드위치는 포카라에서 가장 맛있는 집이라고 써있길래 사봤는데 양도 많고 맛있었다.

네팔의 산에 올라가려면 입장권과 팀스 퍼밋이 필요하다.

입장권은 말 그대로 입장료고 팀스 퍼밋은 산에서 있는 트레커들을 확인하기 위한 허가증인데 일회용이다.

난 2번 올라갔으니 2번을 발급받았는데 처음에는 개별적으로 팀스 퍼밋을 1,750루피 정도에 발급받았다.

그런데 대행으로 하면 1,100루피면 받을 수 있다는 정보를 듣고 다시 올라갈 때는 대행을 했다.
 

여행을 하다보면 똑같은 것을 사도 가격이 다를 때가 있어 남의 가격과 비교하는 것은 판도라의 상자라 여기고 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을 때 내가 잘 샀으면 뿌듯하지만 내가 실수했을 때는 가슴이 찢어진다.

네팔에서는 팀스 퍼밋 외에도 환전에 대한 판도라의 상자를 1번 더 잘못 열었다.

네팔루피는 인도루피의 1.6배의 고정환율을 가진다.

그런데 포카라에 먼저 간 팀이 1만 인도루피를 네팔루피로 바꿀 때 400 네팔루피(한화 4,800원)을 수수료로 뗀다길래 카트만두에서 1만 인도루피당 200 네팔루피의 수수료를 떼고 바꿨는데 포카라에 와보니 그냥 바꿔줬었다.

역시 판도라의 상자는 아예 안 여는 것이 낫다.
하지만 인간이기에 항상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나서 후회를 한다. 

판도라의 상자는 열지 말고 술판은 여는 것이 낫다.

전기가 나가 양초를 켰더니 분위기도 산다.
 

오후에 안줏거리와 술을 사오다 마마님들을 만났었다.

혼자 술을 먹으면 무슨 재미가 있느냐고 하셨는데 마마님들은 혼자 술 마시는 재미가 얼마나 쏠쏠한지 모르신다.

술은 같이 먹어도 맛있고 혼자 먹어도 맛있어서 술이다.

<오늘의 생각>


얼마 만에 가지는 혼자 술 마시는 시간인지 모르겠다.

이 좋은 시간을 인도로 들어가면 못 가진다니 아쉽다.

 

아침일찍 일어나 오랜만에 배낭을 다시 싼다.

룸비니로 가는 버스가 8시에 출발한다기에 어제 먹은 샌드위치를 포장해 버스정류장에서 먹는다.

난 상도덕을 아는 남자니까 테이블 이용료로 홍차 한 잔을 시켜서 같이 먹었다.

매번 안녕이라고 했는데 이번에는 진짜로 설산과 안녕이다.

중간에 버스가 잠시 정차했는데 버스 위를 보니 염소가 타고 있었다.

울퉁불퉁한 길을 달리는 버스 위에서 균형을 잡는 염소도 걱정됐지만 버스 위에 올려놓은 내 배낭에 똥을 쌀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무서워졌다.

90도는 아니고 100도 정도로 고정된 의자에 앉아 7시간정도 가니 룸비니로 들어가는 관문인 바이라하와에 도착했다.

같이 온 서양 가족은 그냥 택시를 타고 가면서 나에게 쉐어를 하지 않겠냐고 물어봐 가격을 물어보니 내가 300루피를 내야한다길래 당연히 버스를 탔다.

버스를 타고 가는데 앞에 가던 버스가 길가에 뒤집어져 있고 경찰과 사람들이 모여있는 모습이 보였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만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며 산다지만 버스가 뒤집어진 모습을 보니 움찔했다.

버스가 룸비니에 도착하고 한 30분정도 걸어가니 Korean Temple인 대성석가사가 보인다.

날도 더운데 오랜만에 배낭을 메고 이동했더니 힘이 들었는지 사진의 수평이 완전히 틀어졌다.

방을 잡고 씻은 뒤 저녁 공양시간에 맞춰 식당으로 갔다.

네팔식과 한식이 섞인 밥인데 점심을 걸렀더니 꿀맛이었다.

하긴 내 입맛에 안 맞는 음식 찾기가 어렵긴 하지.

<오늘의 생각>


오랜만에 배낭을 다시 멨더니 무겁다.

 



  1. 점점 아시아와 멀어지시는 것 같네요~
    DJL님의 앞으로 여정도 굉장히 궁금해집니다^^
    블로그에 두 번 와봤지만 여행기를 볼 때마다 작지만 저도 무언가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드네요.
    몸 조심하시고, 좋은 여행기 기대하겠습니다.

    • 저도 제 여행이 앞으로도 재미있고 즐거운 여행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번이 두번째시면 한 번 더 오셔야 삼세판입니다.
      그리고 세번째부터는 정이 있으니 더 자주 오셔야해요.
      도전은 그 자체로 아름다우니 꼭 도전해보세요~
      도전에는 크고 작은 것이 없습니다.

  2. 현재 나도 여행중 이라 오늘에서야 읽었어요
    하산이 무척 아쉬웠겠네요
    다시 가기가 쉽지 않은 산들인데 ....

    인도를 다시 들어가는군요~?!
    좋은사진 많이 올려주세요^^

    난 현재 노르웨이 오슬로에 있답니다
    7월11일에 도착했어요
    8월14일날 서울에 도착하는데..
    이번 여행은 바로셀로나 베네치아 그리고 크로아티아 의 두개정도 도시와
    바르샤바 를 들린후 돌아갑니다

    건강하시길 .....

    • 그 넓은 인도를 조금만 훑고 지나갈 수는 없죠.
      전 노르웨이는 모르겠지만 크로아티아는 꼭 갈거에요.
      제가 좋아하는 피아니스트가 크로아티아 출신이건든요. ㅎㅎ

      여행 즐겁게 하시고 여행중에도 리플 달아주셔야 합니다.

  3. 용민군 덕분에 히말라야 설산을 보면서 안구정화
    제대로 했습니다.
    이제 곧 추운 겨울이 오겠네요.
    그 전에 사진을 맘껏 볼 수 있어서 좋으네요.
    저에게 겨울은 죽음이거든요. ㅜㅜ
    사진과 글 정말 잘 봤어요.

  4. 자세하고 생생한 히말라야 등반기 너무 감사합니다

배낭메고 세계일주 - 031. 순백의 세계, 안나푸르나.



아침에 일어나니 어제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맑은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산에서의 날씨는 매 시간마다 바뀐다더니 어제의 눈보라는 새하얀 눈만 남기고 사라졌다. 

진형씨의 몸상태가 괜찮다길래 다시한번 ABC에 올라가 보기로 했다.

내 몸을 최상의 상태로 만드는 방법은 리필이 되는 달밧으로 아침을 시작하는 거다.
고기도 없는 묽은 카레가 뭐가 맛있냐고 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상하게 난 달밧이 맛있다.
향신료 덕분인지 먹어도 안질리고 밥과 비벼먹는 그 맛은 지금도 또 먹고싶은 맛이다. 

ABC로 가려면 이쪽으로 가세요.
눈이 왔을 때를 대비해 표지판을 세워놓은 것 같은데 귀엽다. 

하지만 표지판이 있어도 눈이 쌓이니 어디가 길인지 모르겠다.

혼자왔다면 다른 사람을 기다렸다가 올라가야 하겠지만 포터도 있고 일행도 있으니 든든하다.

물론 내 신발은 전혀 든든하지 않다.

지금까지 멀리서만 보이던 그 설산들이 내 눈앞에 있다.

자신이 꿈꿔오던 모습이 눈 앞에 다가왔을 때의 기분은 어떤 말로도 설명하지 못한다.

TV에서 새하얀 눈이 펼쳐져 있는 모습을 보고 저 아름다운 곳에 언젠가는 가볼 것이라 생각했던 그 산에 내가 올라와 있다.

맑은 하늘에 새하얀 눈으로 뒤덮힌 산이라 엄청 추울 것 같지만 전혀 춥지 않았다.

MBC에서 출발할 때만 해도 추워서 벌벌 떨며 패딩을 껴입었는데 해가 비추자 따뜻해지 시작해 포근한 기분이 들었다.

계속해서 아름답다는 말을 하며 쉬지 않고 사진을 찍었는데 마음에 드는 사진이 별로 없다.
카메라의 화각도 좁고 실력도 부족해 내가 느낀 감동의 100분의 1만큼도 사진으로 담지 못했다.

게다가 선글라스까지 끼고 뷰파인더를 보려니 감으로 노출을 잡는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사진 실력이 부족한 내 탓이니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이 부러울 뿐이다. 

한국에서 산을 많이 타본 사람들이 히말라야에 와서 하는 말이 있다고 한다.

ABC코스는 지리산같고 EBC(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는 설악산같은 느낌이 든다고 한다.
설악산이면 어떻고 지리산이면 어떠리. 그저 아름다운 히말라야가 내 앞에 있다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우리 엄마 소원이 아들이랑 지리산종주 해보기라 2011년에 지리산을 가려다 설악산을 갔었다.

한국에 돌아가면 더 늦기전에 지리산을 한번 가야겠다.

어제 MBC에서 자면서 계획했던 일정이 살짝 밀렸지만 오히려 이렇게 맑은 하늘아래 ABC를 올라갈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했다.

언젠가는 다시 오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지만 언제 다시 올지 모르기에 최상의 날씨에 ABC를 가게 된 것은 정말 다행이었다.

그 사진이 그 사진처럼 느껴진다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설산의 아름다움에 빠져 쉼없이 셔터를 누른 것은 맞지만 잘 보면 앞에 있던 사진에서 보이던 산들이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아름답다.
정말 아름답다. 

산에 쌓인 눈이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은 아름답다는 말을 빼면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자꾸 아름답다는 말만 하는 내가 바보같을테지만 이날 산을 오르면서 다른 말은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었다. 

나름 책을 많이 읽는다 생각했지만,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 앞에 서니 내 어휘력이 얼마나 부족한지 알 수 있었다.

광각이 없어 파노라마를 몇장 찍었는데 필터를 뺀다는 것을 까먹었다.

역시 무식하면 손발이 고생하고 사진을 망친다.

멀리서만 보이던 마차푸차르가 눈앞에 있다.
올라오며 방향이 바뀌었는지 물고기 꼬리모양이 잘 안 보인다. 

드디어 ABC가 보인다.
가까워 보이지만 ABC가 보이는 시점부터 한 45분은 더 가야 ABC에 도착할 수 있다.
주변이 온통 새하얗다 보니 거리감각이 사라져서 그런 것 같다. 

마마님들 수고하셨습니다.

항상 우리에게 의견을 물어보고 우리를 ABC까지 올라올 수 있게 도와준 포터 기아누도 수고하셨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는 이름이 어려워 키아누 리브스를 생각하며 이름을 외웠다.

새하얗다.

드디어 ABC의 눈을 내 손으로 만졌다.

만지기만 한게 아니라 먹기도 했다.

아무 곳의 눈을 퍼먹으려고 하니 기아누가 길 옆에 있는 눈은 누가 오줌을 눴을지도 모르니 퍼먹지 말라고 조언해준다.

진짜 높은 곳에 왔으니 셀카 한장.

수고했다. 최용민.

ABC 롯지 안에 들어가면 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증명사진과 이야기를 써놨다.

날짜들을 보니 1달정도마다 사진들을 정리하는 것 같았지만 기념이니 나도 한장 붙였다.

그런데 누군지는 모르지만 같은 동네에 사는 사람이 글을 쓴 것을 발견했다.

이웃사촌님 반갑습니다.

박영석 대장은 세계 8,000m급 14좌와 7대륙 최고봉, 세계 3극점(북극점, 남극점, 에베레스트 정상)을 올라 산악 그랜드슬램을 달성하신 한국 산악계의 전설이다.

산악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뒤 히말라야 14대 거봉에 코리안루트를 만들겠다는 다짐을 하고 안나푸르나를 오르시다 2011년 10월, 강기석, 신동민 대원과 함께 영원히 안나푸르나의 품에 묻히셨다.

한국인에게만 기억 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ABC를 오르면서 만난 몇몇 네팔사람들과 포터들도 미스터 박이라는 이름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ABC의 뒤편에 박영석 대장을 기리는 탑이 있다고 해 찾아갔지만 눈이 많이 쌓여 중간에 되돌아 왔다.

박영석, 강기석, 신동민. 세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여담으로 예전에 박영석 대장의 인터뷰를 봤었는데 박영석 대장이 북극점에 도착했을 때 엄청 서럽게 울었다고 한다.
그 때 운 이유에 대해 물어보니 기쁘거나 감격스러워서 운 것이 아니라 북극점에 다시 오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눈물이 북받쳤다고 한다.
다시한번 故 박영석 대장의 도전정신에 찬사를 보낸다. 

내가 ABC를 오르면서 다른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부러웠던 것이 신발이다.

마마님들은 한국에서 네팔로만 여행 온 거라 제대로 된 등산화들을 챙겨왔는데 아무리 눈 속을 헤치고 다녀도 물이 안 샌다고 한다.

그에 비해 내가 현지에서 구한 이름만 노스페이스인 신발은 눈을 밟기만 하면 물이 줄줄 들어온다.

정말 정말 정말 정말 부러웠다.

웅장한 히말라야를 담기에는 파노라마 기능도 부족하다.

가장 좋은 것은 눈으로 보고 마음에 담는 거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나도 같이 뒹굴고 싶었지만 발가락이 시린 걸로 만족했다.

원래 목표였던 안나푸르나 라운딩을 완주하지는 못했지만 또다시 꺾일 뻔 했던 마음을 잘 추슬렀다.

다시 한번 수고했다. 최용민.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한번만 보기에는 너무 아쉽다.

그러니 기다려다오.

언제라고 확실히 정하면 성격상 꼭 그 때 와야하니 날짜는 정하지 못하겠지만, 꼭 다시 오겠다.

그때는 체력도 키우고 확실히 준비해서 쏘롱라를 넘으러 다시 오마.

한라산 : 1,950m

설악산 대청봉 : 1,708m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ABC) : 4,130m

쏘롱라 : 5,416m

해발 4,130m라고 하니 있어 보이지만 사실 ABC는 도전만 한다면 누구나 오를 수 있는 코스다.

그래서 다음에는 그보다 높고 2주 정도 걸리는 쏘롱라를 넘겠다고 다짐을 하며 내려온다.
항상 보다 더 높은 곳을 향하는 것은 사람의 본능인가보다.  

어차피 ABC에서 바로 내려올 거라 MBC에 짐을 맡기고 최소한의 짐만 들고 ABC를 오르는데 기아누가 비닐을 챙겼었다.

설마 썰매를 탈거냐고 물어보니 해맑게 그렇다고 했었는데 내려오는 길에 정말로 썰매를 탔다.

근데 눈사람을 만들 때 봤듯이 뭉쳐지는 눈이 아니어서 썰매도 잘 안 타진다.

잘 미끄러졌다면 재미있었을지 무서웠을지 모르겠는데 한가지 좋은 것은 앞으로 남은 것은 하산뿐이니 신이 난다.

나도 재미있는 일이 있으면 빠지는 성격은 아닌데 이 때는 발이 너무 시려서 썰매를 붙잡고 뒹굴거릴 정신이 아니었다.

MBC에 내려와 다시 한번 빅사이즈의 볶음밥을 먹었다.

근데 여행기를 쓰며 내가 대충 찍은 음식사진을 다시 봐도 배가 고파지는데 사진을 잘 찍는 사람들이 음식사진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는건 정말 위장에 대한 테러가 맞는 것 같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내가 어디에 앉았었는지 누구나 다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순백의 세계를 뒤로 하고 하산길에 접어든다.

산을 오를 때는 내가 얼마만큼 올라왔는지 확인하며 힘을 낸다고 했는데 안나푸르나에서의 하산길에서는 설산이 아쉬워 자꾸만 뒤를 보며 내려오게 된다.

여행을 얼마 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에 돌아가면 취미생활을 뭐로 할까 고민했었다.

자전거는 손가락때문에 포기하고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천성이니 여행과 캠핑을 같이 할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안나푸르나가 새로운 답을 줬다.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자연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는 등산이라는 답을 줬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왜 산을 오르냐고 물으면 당연히 산이 좋아서 오른다고 할 것이다.

나는 산에 올랐더니 산이 좋아졌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오늘도 포터들은 짐을 나른다.

짐을 나르는 포터를 본다면 산속에서 먹는 밥이 비싸다는 말을 하지 못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 덕분에 편리한 생활을 할 수 있다.

그래서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항상 불평하는데 시간을 쓰고 있으니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역시 생각하기는 쉽고 말하기도 쉬운데 실천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역시 피는 못 속이나보다.

우리 엄마도 젊어서 산을 타느라 정신이 없었다는데 아들도 산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한국에 돌아가면 어무이와 산을 자주 가야겠다. 

하지만 취미는 취미로 끝내야 한다는 것도 잘 안다. 안그러면 '안녕하세요'에 나가야 할 테니까.

그래서 여행할 때는 나중에 후회가 없도록 신 나게 돌아다니고 한국에 돌아가서는 멋있는 일상생활을 할 거다.
공부도 열심히 할거고 결혼도 해서 알콩달콩하게 살거다. 

누누이 말하지만 꿈이었던 세계일주를 끝마치고 나면 여우 같은 마누라와 토끼같은 딸내미가 제1목표다.
근데 과연 그게 쉬울지는 잘 모르겠다.

고도가 높아서인지 아침에는 맑았던 하늘이 금세 어두워진다.

그래도 우리가 앞에 펼쳐진 하산길은 맑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제 저녁에 MBC에서 본 야경과 오늘 아침에 오른 ABC의 맑은 모습은 산신령님이 도와주신 것 같다.

눈사태가 일어난 지역을 다시 지나가는데 여전히 무섭다.

기아누는 이번에도 눈사태~ 눈사태~ 한다.

안나푸르나씨. 눈을 어디에 둘지 모를정도로 아름다웠어요.

고마웠고 다음에 다시 올게요.

이제 눈으로 덮인 길은 사라지고 다시 흙길이 나온다.

앞으로 발이 시릴 일이 없다니 즐겁지만, 설산과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아쉽기만 하다.

아침에 ABC에 올라갔다 왔기에 많이 내려가지 못했다.

MBC에 올라가기 전에 묵었던 히말라야에 짐을 푼다.

그러나저러나 오늘 저녁도 역시 리필이 되는 달밧이다.

잠을 자기전에 마마님의 용안에 감자팩을 했다.

ABC에 올라갈 때 쌓인 눈에 반사된 태양빛이 강해 얼굴이 많이 달아오르셨다.

얼굴에 감자팩을 하면 좋을 것 같아 식당에 가서 감자를 좀 얻어왔다.


여기서 마마님의 정체를 공개하자면 사실 마마님은 연예인이다.

KBS에서 방영된 탑밴드2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펠라스(FELLAS)에서 키보드를 맡고 계신다.

내가 인용하는 노래들을 보면 알겠지만 나도 평소에 밴드 음악을 좋아하는데 밴드를 하는 사람과 같이 산을 오르다니 정말 신기했었다.

좋아하는 밴드들 이야기도 듣고 음악 하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이번편을 보신 여러분 펠라스 음악 들어보세요. 두번들으세요.

그리고 마음에 드시면 음원 하나 구입해주세요.


7월 5일 오늘, 신곡 '사랑가'를 발매하고 7월 12일에는 '사랑가' 쇼케이스가 클럽 오뙤르에서 진행됩니다.
http://cafe.naver.com/clubauteur/8445
예매하시면 사랑가 사인 CD도 준다고 합니다.



<오늘의 생각>

취미를 등산으로 하고 라운딩을 하러 와야겠다. 





  1. 설산은 참으로 감동적이네요
    순백색 ... 아무것도 없음이 ...아름답습니다
    아직은 언제일지는 모르나 더 늙기전에
    나도 도전하려합니다

    군이 실토했듯이.....이번사진은 화각이 무지 아쉽네요^^
    하나 더~~~
    다음번 셀카는 염소 모양의 콧털은 밀어주세요^^

    건강 챙기시고 ...
    이동시 짐 도 잘 챙기시고..
    썬크림은 착실히 바르고 ....
    have a nice trip.

    • 돈이 있었더라면 16미리짜리 칼번들을 샀었을텐데 여행하다보니 그 점이 계속 아쉽긴 하더라구요.
      그리고 설산은 꼭 한번 올라가 보시길 바랍니다.
      정말 아름답습니다.

  2. 이번 글도 아주 재밌게 잘 봤어요. 사진도 이만하면 수준급인데요. 님처럼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사람이 부럽네요. 처자식 먹여 살리느라 꼼짝도 못하고 매일 출근하는 직장인은 안습이네요. 그럼 앞으로도 계속 포스팅 해주세요. 매주 기다리고 있어요. 파이팅 하세요.

  3. 작년에 네팔갔을때는 산은 안타고 패러글라이딩만 하고 왔었지요.
    설산 너무 멋진데... 다음엔 산 좀 타야겠어요. :)

    + 저도 작년 9월부터 세계여행중이라 반가운 마음에 남겨보아요.

    • 부부가 같이 세계일주를 하신다니 부럽습니다.
      전 패러글라이딩을 할까~말까~ 고민했었는데 산은 안 올라가신 것이 정말 아쉽네요.
      블로그도 이쁘시고 전문적인 분위기가 나서 부럽습니다.
      저도 종종 놀러갈테니 가끔씩 서로 인사해요~

  4. 아니 이런 고마울데가! 고마워고마워 ㅋㅋ
    드디어 하산이 시작됐어!!! 하지만 결코쉽지않다는거!!ㅋㅋ
    열심히 내려오장~~~~ㅎㅎ

  5. 비아그라의 굴욕사진까지 떳네요 ㅋㅋㅋ 깨알같은 펠라스 홍보까지 ㅋㅋ 사랑가 너래 너므 좋아요 ㅠㅠ 세번들으세요.
    이제 호주에서 자리 잡았나요? ㅋ 잘 먹고 다니나 모르겠네요 ㅋㅋ

  6. 정말 설산은 멋지다는 말밖엔 표현할 길이 없네요

    실제로 본다면 그 감동은 비교도 못할만큼 어마어마 하겠죠?

    식탁빼고 네발달란... ㅋㅋㅋㅋ 재밌네요 근데 과식을 자주해서 위장은 괜찮으려나요..?

    조금 걱정되네요

    • 히말라야의 설산에서 느낀 감동은 정말 뭐라 말로 표현할 수가 없더라구요.
      안그래도 요즘 위장을 좀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술이 자꾸 당기네요.ㅎㅎ

  7. 우와.. 정말 너무 멋져요
    아까워서 정말 천천히 봤답니다
    사진 한 장 한 장 입벌리고 봤어요
    눈호강했습니다!!

    • 지금까지 가본 곳중 가장 마음에 드는 곳 3곳 중 하나가 히말라야에요.
      태어나서 그렇게 하얀 세계를 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더라구요.
      꼭 꼭 가보시길 바랄게요.
      강추합니다.

  8. 올라가는 길도 힘들고 추웠을텐데 설산 사진을 어찌나
    이쁘고 멋지고 대단하게 잘 찍었는지 감탄이 절로 나네요.
    덕분에 편하게 앉아서 안구호강만 하고 있네요.
    정말 잘 봤어요.
    고 박영석대장의 흔적이 그 곳에 있었네요.
    저도 뉴스를 접하면서 상당히 안타까워 했었는데
    그때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편히 쉬시길 빌어요.
    다시 한번 용민군 고생했구요, 덕분에 잘 봤어요.
    아참... 용민군 마마님 앨범 대박나세요. ^^

  9. 이글을 읽으니 2007년 나도 ABC에 올라갔을때가 생각나네요.
    그땐 눈은 안내렸지만 일출시에 황금색으로 물든 안나 푸르나가 멋있었는데...
    퇴직하면 에베레스트 베이스에 도전해볼까 합니다..

배낭메고 세계일주 - 030. 히말라야를 무시하지 말라.


아침에 일어나니 마차푸차르와 안나푸르나 2봉으로 추정되는 설산이 우리를 반겨준다.

지금은 설산 앞을 다른 산이 가로막고 있지만 내일은 아무 것도 없는 곳에 있을거라 생각하니 설렌다.

여왕마마께서 네팔에 오시기전에 후기를 읽었는데 촘롱에서 와이파이가 된다는 글도 읽었었다고 하셨다.

그래서 혹시나하고 와이파이를 잡아봤는데 진짜로 잡힌다.

해발 2050m에서 와이파이가 터지다니 역시 인간은 대단하다.
광고를 보니 약 3700미터인 MBC(마차푸차르 베이스 캠프)에서도 와이파이가 터진다는데 뭐라 할 말이 없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출발하려고  달밧을 시켰는데 달밧이 없다고 한다.

네팔식당에서 달밧이 안되는 것은 한국에서 기사식당에 갔는데 백반이 없다는 것과 똑같은 것인데 어이가 없었다.

결국 메뉴를 보며 탄수화물을 찾다가 삶은감자를 시켰다. 물론 최대한 많이 달라는 말은 빠지지 않는다.

양은 꽤 많았지만 밥대신 감자를 먹으니 속이 허하다.

포터들은 짜파티만 2장씩 먹는 모습을 봤는데 촘롱에서 유명한 피자를 먹고 싶다고 우리가 정한 숙소로 와서 밥도 제대로 못 챙겨 먹은 것 같아 미안했다.

론리플래닛에 피자가 맛있다고 소개된 우리가 묵었던 숙소.
아마 촘롱에서 먹은 피자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혹시나 트레킹을 시작했는데 산 속에서 와이파이가 필요한 일이 생기면 촘롱코티지로 가면 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하다.

1시간정도 걷다가 뒤를 돌아보니 우리가 묵었던 촘롱마을이 보인다.

역시 산은 뒤를 돌아보는 맛에 오른다.

뒤돌아보는 맛에 오른다고는 하지만 계속되는 오르막길은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계단이 있어서 오르막길을 오르기 쉬운 것은 맞지만 끝없이 펼쳐진 계단은 계단을 발명한 사람을 원망하게 만든다. 

게다가 오늘 우리가 올라가야하는 고도는 정해져있기에 내리막길이 나오라고 빌 수도 없다.

마마님들은 아침에 핫케이크 한조각씩을 드셨고 난 감자한판을 먹었고 포터들은 짜파티 2장을 먹었기에 우리 모두 배가 고팠다.

중간에 감자 한판을 먹은 사람이 껴있기는 하지만 감자는 탄수화물 덩어리일뿐 밥이 아니다. 

그래서 평소보다 이른 점심을 먹기로 하고 마음 깊숙한 곳에서 우러나오는 빅사이즈를 강조하며 볶음밥을 주문했다.

어차피 뱃속에 계란 한알정도 들어가봐야 단백질이 간에 기별도 안갈테니 그냥 야채볶음밥을 시켰는데 이상한 볶음밥이 나왔다.

야채볶음밥인데 계란만 있길래 이상하다 생각했지만 그냥 맛있게 먹었다.

다 먹은 뒤 계산을 하러 가니 다른 볶음밥이라며 돈을 더달라기에 우리가 주문한 종이를 보여주고 제대로 계산했다.

아 당이 땡겨서 안되겠다.

난 고급스러우니까 초콜릿 한조각도 썰어먹는다.


ABC에 오르면서 신라면을 비롯해 엄청난 양의 비상식량을 챙겨가는 팀들을 많이 봤는데 우리 팀은 내가 실패해봤기에 최대한 경량화에 신경을 썼다.

그 결과 야식으로 먹을 봉지라면 2개씩과 초콜릿 1개, 사탕 1봉지만 챙겼다.

산사태가 일어난 곳인데 저 밑에 있었으면 어떻게 됐을지 상상해보니 아찔했다.

사람들이 나무를 없애고 계단식 밭을 만들어 작물을 키우다보니 지반이 약해져 산사태가 쉽게 일어난다고 한다.


우리 모두 자연 파괴하지 맙시다.

근데 산을 깎아만든 밭에서 난 감자를 아침으로 먹은 내가 할 소리는 아닌 것 같다.

역시 말로는 무슨 말이든지 할 수 있지만 그걸 실천하기는 참 힘이 든다.
결국 나도 역시 평범한 위선자인가 보다.

이 사람은 그냥 평범한 아저씨가 아니다.

바로 엄홍길 대장이다.

우리가 아는 그 유명한 엄홍길 대장이다.
 

열심히 올라가고 있는데 한 아저씨가 학생들 어디까지 올라가냐고 묻길래 ABC까지 간다고 했다.

그러니 아저씨께서 학생들인데 기특하다며 힘을 내라고 하셨다.

그런데 아저씨 얼굴을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다시 보니 엄홍길 대장이었다.

우리끼리 혹시 엄홍길대장이 아니냐며 속삭였는데 쑥쓰러우셨는지 수고하라고 하시며 바로 내려가 버리셨다.

빨리 알아차렸으면 같이 사진도 찍을 수 있었을텐데 아무도 히말라야에서 엄홍길대장을 만날거라고 생각을 못했기에 기회를 놓쳤다.
그래도 기록을 남겨야 된다는 일념으로 바로 카메라를 꺼내 엄홍길대장의 뒷모습이라도 찍을 수 있었다.

역시 남자는 얼굴도 잘생기고 뒷모습도 멋있어야한다. 참 남자로 살기 힘들다.

근데 엄홍길 대장님. TV에서 보던 모습과는 다르게 살이 좀 찌셨더군요.

엄홍길대장을 만났다고 신기해하다보니 별로 힘이 드는지도 모르고 계속해서 산을 탔다.

그런데 엄홍길대장은 ABC(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에서도 4000m를 더 올라갔다 와보셨을텐데 우리들은 그 베이스캠프까지 간다고 낑낑대며 올라가고 있었으니 얼마나 귀여우셨을까.
웃으며 걷다 보니 앞에 강적이 나타났다.

우리가 애써 올라온 높이를 다 깎아먹는 내리막계단이 나타나버렸다.

고도가 낮아진다는 생각과 내려간만큼 다시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암담해졌다.
거기다 하산할 때는 이 길이 오르막길로 다가올거라는 생각이 들자 무서워졌다.

마마님들 힘을 내시옵소서. 갈 길이 많이 남았사옵니다.

점점 설산이 다가온다.

우리가 열심히 가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주렴.
이왕이면 자석이라도 달린듯이 우리를 좀 당겨주면 안되겠니. 

자세히 보면 눈이 녹아서 물이 흐르고 있다.

저 물은 엄청 깨끗할 것 같은데 너무 멀어서 마실 수가 없다.

세상에는 볼 수만 있고 가질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

아름다운 구름이나, 찬란한 태양이나, 길을 걸어가는 아름다운 여자들이나.



그대는 냉장고 차거차거차거차거


멀리서 나를 바라만 봐주세요

바라보기만 하고 만지지는 말아주세요

만지기만 하고 사랑하진 말아주세요

사랑하기만 하고 바라보진 말아주세요


그대 가슴은 차가운 냉장고

그대 눈동자엔 눈물 한방울 고이지 않는 냉동인간


그대는 에어컨 추워추워추워추워


멀리서 너를 바라봐주기만 하겠어

바라보기만 하고 만지기도 해주겠어

만지기도 하고 사랑하기도 해주겠어

사랑하기도 하고 바라봐주기도 하겠어


그대 주위에는 차가운 바람이 불어

그대 심장에는 피한방울 흐르지 않는 냉혈인간


그대는 냉장고

그대는 에어컨

그대는 이쑤시개

그대는 짜장면

그대는 유리창


널 사랑해

눈뜨고 코베인 - 그대는 냉장고 





고도가 높아졌는지 바로 옆에 있는 산에 눈이 쌓여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 세상에는 가질 수 없는 것들이 많다지만 안나푸르나의 눈은 만지고 말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올라간다.

오늘은 히말라야라 불리는 지역에서 잠을 자기로 했다.

우리가 전날 묵은 촘롱보다 높은 고도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은 없고 트레커들을 위한 숙소인 롯지만 운영되고 있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야채커리를 시켰는데 밥을 수북이 줘서 행복했다.

역시 사람은 등이 따숩고 배가 불러야 행복하다.

마마님, 히말라야부터는 고소예방을 위해 씻으면 아니되옵니다.

자전거여행을 할 때 안 씻고 다니는 것이 일상이었기에 혼자라면 처음부터 안 씻었겠지만 마마님들이 워낙 깨끗하셔서 나도 청결함을 유지했었다. 

그런데 오늘부터는 고소예방이라는 확실한 이유가 있기에 물티슈로만 씻는데 밤에 씻지 않고 침낭으로 들어가니 정말 행복했다.

사람은 게을러야 행복해지나보다.

여러분은 지금 상거지를 보고 계십니다.

포터인 기아누에게 미안해 짐을 줄이고자 라면을 먹기로 하고 마마님에게 사진을 찍어달라 부탁했는데 플래쉬가 터져 엄청 굶주린 모습으로 나왔다.
 

남자들은 군대에서 봉지에 뜨거운 물을 부어먹는 일명 '뽀글이'를 많이 먹는다고 하지만 난 해군을 나와서 '뽀글이'와는 인연이 별로 없었다.

해군은 배에서 야식으로 먹으라고 컵라면을 많이 보급해주기에 '뽀글이'를 해먹을 일이 별로 없다.

'뽀글이'경험이 일천하다 보니 물조절에 실패해 조금 싱거웠지만 참 맛있었다.
 

여러분 군대 가실거면 고급스러운 해군으로 가세요. 엄청 편합니다. 아 군대 또 가고 싶다.
난 해외장기체류라서 예비군도 면제받는데 가서 총 쏘고 싶다. 정말로.

장난이고 국군장병 여러분 감사합니다. 힘내세요.

<오늘의 생각>


엄홍길대장을 만났다. 대장이라는 칭호가 정말 멋있는 것 같다.

나도 특별한 칭호를 하나 가지고 싶다.

 

오늘은 대망의 ABC까지 올라가는 날이기에 고소예방을 위해 갈릭스프를 시켰다.
네팔에 와서 갈릭스프라는 것을 처음 먹어봤는데 정말 맛있어서 한국에 돌아가면 엄마한테 해 달라고 할거다.
마마님들도 만족하셨는데 진짜 신기한 맛이다. 

거기에 마마님의 은총인 볶음김치와 내가 여행을 떠나며 샀던 고추장을 5달만에 먹었다.

맛은 정말 꿀맛 그 자체였다.
역시 마마님을 모시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오늘은 ABC까지 올라갈 예정이라 힘차게 걸음을 내딛는데 간밤에 눈이 왔었나 보다.

앞날은 생각도 안하고 눈이 내리니 이제야 히말라야에 온 것이 실감난다며 즐겁게 걷는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새하얀 ABC를 상상하며 걸어간다.

그런데 출발한지 30분정도 지나자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한다.
운치가 있다며 감탄을 하면서 올라간다. 

순식간에 맑았던 하늘이 사라지고 히말라야라는 이름에 걸맞는 눈보라를 헤치고 나간다.

눈이 계속해서 내리자 처음에 신나던 기분은 사라지고 조금씩 걱정되기 시작한다.

혹시나 살이 쪘다고 오해하실 수도 있는데 이건 살이 찐게 아니라 패딩을 껴입어서 그런겁니다.
정말이에요. 믿어주세요. 

거대한 자연앞에서는 어떤 수식어도 붙일 수가 없다.

그저 장관이라는 말밖에 안나온다.

산신령님. 저희에게 길을 열어주시옵소서.

눈사태가 일어난 구간인데 저 많은 눈이 날 덥친다고 상상해보니 아찔하다.
기아누는 한국인 등산객들과 산을 자주 타서 몇가지 한국어를 할 줄 알았다.
특히 눈사태와 산사태가 일어난 곳을 보면 한국어로 눈사태~ 산사태~라고 했다.
우리도 한국어를 알려주고 싶어서 고고씽이 출발하자는 의미라고 알려주고 출발할 때는 항상 고고씽이라고 말했다 . 

오늘도 당이 땡기니까 핫초코 한잔 먹고 힘을 내야겠다.

어제 아침에 마마님들께서 핫케이크를 시켜먹을 때 나온 꿀을 내가 당이 땡긴다며 수저로 퍼먹었더니 마마님들이 신기하게 쳐다봤었다.

그러나 잠시 후 계속 퍼먹는 나를 따라서 한입 드셔 보시더니 당의 맛을 알아버리셨고 우리는 곰돌이 푸가 왜 꿀을 먹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눈이 계속해서 내리는데 도저히 그칠 기미가 안보여 다시 출발했다.

설산을 찍었는데 마마님이 요기있네?

내가 원하고 상상하던 그 설산을 걷는다.

전에도 말했듯이 배낭여행을 시작하며 가장 기대한 곳 중 하나가 네팔의 히말라야였는데 실제로 걸으니 정말 신났다.

하지만 즐거운 내 기분과는 달리 내가 산 싸구려 짝퉁 노스페이스 신발은 역시나 물이 새기 시작했고 내 발가락은 얼어갔다.

난 수족냉증이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더 춥게 느껴지고 발가락은 떨어져 나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ABC에 올라가기 바로 전인 MBC(마차푸차르 베이스 캠프)에 도착했다.
네팔에 오기 전까지는 MBC가 미들 베이스 캠프인줄 알았었다. 

언 발을 녹이며 빅사이즈의 볶음밥을 먹었다.

내 입맛은 변함이 없는데 마마님들은 입맛을 잃으셨다.

마마님들이 내려주신 은총으로 한그릇을 더먹었다.

진형씨는 살짝 머리가 어지럽다고 해 비아그라를 한알 먹었다.

오늘 아침에 출발하기전에 혹시나 해서 다같이 다이아목스를 반알씩 먹고 출발했는데 별 효과가 없었나보다.

눈은 계속해서 오고 계속해서 쌓인다.

진형씨가 걱정됐지만 우선은 출발하고 아프면 바로 내려가기로 했는데 조금 올라가다 안될 것 같아 MBC로 복귀했다.

혹시나 해서 조금 더 내려가자고 했지만 괜찮다고 해 그냥 MBC에서 쉬기로 했다.
진형씨가 자기때문에 ABC를 못 올라 간 것 같다며 계속 미안해하는데 아픈 사람에게 걱정하게 만든게 더 미안했다. 

팀원중에 한명이 아프니 분위기가 다운되길래 분위기 전환을 위해 제설작업을 시작했다.

제설~제설~제설~ 노래를 부르며 제설을 하니 군대 기분이 났다.
 

아 이번편에서는 왜 이렇게 군대가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여자들은 군대이야기 싫어한다니까 그만 이야기해야겠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하자면 군대는 다시 가고 싶을 정도로 좋은 곳이니까 미필자분들은 걱정마세요.

제설작업의 핵심은 눈을 아무리 쓸어도 끝이 없다는 것이다.

눈이 많으니 눈사람도 크게 만들 수 있을거라 기대했는데 잘 뭉쳐지는 눈이 아니라 원래 계획보다는 작은 눈사람을 만들었다.

어릴 때나 만들고 놀았던 눈사람을 25살 먹고 만드니 신났다.

우리 모두 동심으로 돌아가봅시다.

학교를 다니고 학원을 다니고

대학을 나오고 직장엘 다녀도

아무것도 모르겠네 정말 모르겠네

한다고 하는데도 날이 가면 갈수록 

점점 더


동물원 가본지 얼마나 됐는지

꽃구경 가본지 얼마나 됐는지

멀티플렉스 극장 구경 가보고 싶네

동네서도 길을 잃어버릴 것만 같은데 

한심해


텅빈 애들 놀이터에 앉아 있었지

언제 내가 어른이 돼버린 걸까아~ 아~ 아~

차라리 내가 사라져버리면 어떨까

지금~~~

사라져라 사라져라 사라져라 사라져


사랑에 빠져도 느낌이 안오고

이별을 하고도 눈물이 안나네

말린 꽃처럼 부서질 것 같은 내 마음

바람 부는대로 날려가는 휴지조각 같은데

날마다

텅빈 애들 놀이터에 앉아 있었지

언제 내가 어른이 돼버린 걸까아~ 아~ 아~

차라리 내가 사라져버리면 어떨까

지금~~~

사라져라 사라져라 사라져라 사라져
 

김창완밴드 - Darn It 




저녁을 먹으러 나왔는데 설산이 빛나고 있었다.

분명히 한밤중인데 설산이 하얗게 보인다.

때마침 이 날이 정월대보름날이었는데 달빛에 반사된 설산의 모습은 예술이었다.

마마님들이 밥이 나왔다며 먹고 찍으라고 했지만 설산이 자꾸 날 붙잡아 계속 사진을 찍었다.

그래도 밥을 거를수는 없다.

아직 먹기위해 사는지 살기위해 먹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쨋든 먹어야 사는 것은 분명하다.

밥을 먹고 나와도 아름다운 설산은 도망가지 않는다.
이런 모습을 보여준 달님이 정말 고맙다.

아마 이 모습을 보기 위해 우리가 MBC에서 잠을 자게됐나보다.

<오늘의 생각>


역시 히말라야는 마음을 쉽게 내주지 않는다.



 

  1. 재밌게 잘 보고 있어요. 힘내세요. 화이팅!

  2. 안녕하세요! 언젠가 우연히 블로그와서 처음 세계일주 시작부터 쭉 읽어온 사람입니다.
    정말 멋쪄요 ! +_+
    저도 정말 저렇게 떠나고 싶네요!
    부디 지구 한바퀴의 꿈 꼭 이루시길, 아픈데 없으시길 꼭 기도 할께요!

  3. 정월대보름이면 양력으로 2월24일 이더라구요
    포스팅과 오늘의 격차가 무려 4개월이나 된다니....
    읽으면서 한여름에 왠 눈...?! 그랬는데 시차가 4개월 씩이나 ^^
    밀린 숙제가 많으시네요 분발하세요 ㅎㅎ

    마지막 사진이 젤 맘에 드네요
    f5,6 에 1/30 sec iso100 에 ...늦은 밤이라던데 어떻게 이런 노출이~?!
    더불어 삼각대도 안 썻을테고 ...
    암튼 반짝이는 별빛까지 참 아름답네요

    늘 건강 유의하시고...담편을 기다립니다
    ps/ 4개월 전의 사진을 봤으니~ 지금은 어디서 뭔짓^^ 하고 계실까 ...ㅎㅎ

    • 마지막 사진이 마음에 드신다 하셔서 블로그 메인 사진으로 정했습니다. ㅎㅎ
      삼각대는 다이소에서 1000원에 산 미니 삼각대를 아주 잘 쓰고 있습니다.
      삼각대가 작다보니 구도에 제한이 있지만 없는 것보다는 참 좋더라구요.
      지금 어딨는지 말씀드리면 재미없으니까 그냥 기다려주세요~

  4. 한국에서부터 꾸준히 읽다가 이 곳 베트남에 떨어져서도 계속 읽게되네요. 혹시 다음 여행 할 국가는 어디인지 알 수 있을까요? 저도 지금 배낭여행중인데 비교적 가까운데로 이동하신다면 한번 볼 수도 있을것 같아서^^ 그런데 주변 국가를 다 가셔서 중앙아시아쪽 가시나요? 혹시 중국이나 동남아로 리턴 할 계획 있으면 비밀글이라도 속삭여주세요~

    • 음.. 이미 멀리 와서 다시 동남아나 중국으로 갈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시커먼 사내놈이라 관심은 없으시겠지만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면 봬요. ㅎㅎ

  5. 야경 짱이다 ㅠㅠb
    완전 예술 흐아~~
    저기 누워서 잠들고싶다
    입돌아가겠지..

  6. 재밌게 잘봤습니다 ㅎㅎ
    역시 글솜씨가ㅋㅋ
    마의 계단 다시보니 방갑네요ㅎㅎㅎ
    진짜 죽을만큼 힘들었다는..
    엄대장님을 뵜다니 부럽습니다ㅜㅜ

    • 약속대로 여행중에도 리플달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전 포터가 있어서 그나마 좀 수월하게 올라갔어요.
      엄대장님과 같이 사진을 못찍은게 좀 아쉽습니다. ㅠㅠ

  7. 여행기 재밌게 잘 보고있습니다~ㅎ
    마치 히말라야를 가보고 온것처럼 제 눈과 마음이 시원하고, 즐거워졌네요.
    건강하시고, 앞으로의 여행도 화이팅!

    • 처음 보는 분이시다...
      댓글을 처음 달 때는 자유지만 한번 달아주신 이상 앞으로는 계속해서 달아주셔야 합니다. ㅎㅎ
      다음 편에 제대로 된 설산이 나옵니다.
      기대해주세요.

  8. 아직도 여행중이신가?~~대단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네~건강은 한거지?
    우린 그동안 열심히 사진찍고 며칠전부터 여행 준비하고있다네.
    11월경 미안마,다시 가고 싶어 미안마, 베트남 북부 하노이 싸파 박하 라오까이로 해서
    무앙쿠아 , 므앙응오이... 치앙라이... 2개월 여정으로 계획중이라네.
    베트남 정보를 자세히 듣고 싶은데... 귀국했다면 아저씨가 만나 술한잔 하고 싶다 했는데...
    아직인가 보네~~~여행중 건강유념하고 건강하시게. 가끔 들어 와 보고 간다네...
    므앙응오이 가면 자네 생각이 많이 날 것 같아~~~~

    • 보셨듯이 몸하나는 튼튼합니다.
      다시 미얀마를 가시는 것을 보니 저도 미얀마를 한번 가보고 싶어집니다.
      술은 내년이 되야 얻어마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주 들러주셔서 감사하고 혹시 베트남에 관해 궁금한 것이 있으시면 카카오톡 gooddjl 추가 하시고 연락주시면 제가 아는 것은 최대한 알려드리겠습니다.

  9. 아~~~ 나두 다 정리하고 세계여행을 떠나고 싶다..!!!

    치졸하고 비열한 인간들 대하는게 너무 피곤하다... 비열한 사회.

    님이 부럽소이다~~~

    • 한번에 모든 것을 정리하려면 힘이 들지요.
      그래서 어릴 때 가야하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
      버릴 것이 하나라도 적고, 다시 가질 수 있기에....

  10. 근데 신기한 노래를 정말 많이 아시는거 같아요

    중간중간 나오는 노래들의 가사가 재밌는게 어찌나 많은지..

    제 동생만큼 많이 먹는 사람은 잘 없을거라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용민씨도 먹는양이 장난 아니네요 ㅋㅋ

    근데 먹는 양에 비해 살은 안 찌시는거 같아요 ^^

    • 대중가요보다는 밴드 음악을 좋아하다보니 이런 저런 노래들을 알게 되더라구요.
      한국에 돌아가면 공연장에 가서 미친듯이 놀고 싶어요.
      사실.. 저 뱃살 장난 아닙니다. ㅠㅠ

  11. 우와~~ 엄홍길대장님을 만나다니요.
    용민군도 전생에 나라를 구하셨나봐요. 아니면 동네 하나라도...
    히말라야라는 말만 들어도 자연스럽게 엄홍길대장이 떠오르는데
    그 분을... 그것도 동네 산도 아닌 히말라야에서...
    정말 평생 한 번 올까 말까한 그런 기회가 아닐까요?
    오늘도 재치있는 글솜씨 잘 읽었어요.

  12. 정말 대박이네요

배낭메고 세계일주 - 029. 또 다시 시작.



전 편에서 내가 무릎을 꿇은 것은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

히말라야가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으니 다시 시작하면 된다.
여행의 일부분에서 포기했어도 여행 전부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근성의 김성모 화백님 존경합니다. 
저도 근성을 가지고 여행하겠습니다.
강건마같은 사람이 되겠습니다.

사진 없이 대사만 인용하려니 분위기가 잘 안살아 무단펌을 합니다. 죄송할 짓을 하는 것을 알면서도 하는 점 죄송합니다.
  

우선은 물에 젖은 장비들을 빨아서 햇볕에 말린다.

내 몸도 말린다.

내 마음도 말린다.

근데 컨디션이 많이 떨어졌는지 어제 저녁부터 배가 너무 아프다.

아무거나 주워먹었더니 아무것도 못 먹을정도로 아프다.
새벽부터 계속해서 화장실을 가는데 이번에도 도미토리에 또 여자가 있어 죄송하다.  
 

오후가 되니 좀 가라앉아서 바나나를 먹고 책을 읽었다.
처음에는 바나나 몇개만 먹으려했는데 하나를 먹으니 두개가 먹고 싶어져 결국에는 한송이를 다 먹어버렸다. 

자연에 될 수 있는한 영향을 안 끼치고 산 작가의 이야기인 '노 임팩트맨'을 읽었는데 꽤 재미있었다.
오랜만에 두꺼운 책을 읽으니 행복했다.

<오늘의 생각>


인간의 몸 속에 수분이 많다는 사실을 화장실에서 확인했다.

 

아침이 밝았지만 속이 완벽하게 나은 것 같지가 않아서 밥도 못 먹고 침대에서 뒹굴고 있으니 같이 도미토리를 쓰는 진형씨가 죽 파는 곳이 있을 것 같다며 나가자고 한다.

가이드북에 나온 일식집을 갔더니 진짜로 닭죽을 팔았는데 아픈 나에게 최고의 영양식이 됐다.
네팔에 와서 한식도 먹고 죽도 먹고 여러가지를 먹는다. 

죽을 먹으니 좀 살 것 같아 포카라 시내를 돌아다니기로 했다.

포카라의 여행자거리는 레이크 사이드라고 불리는데 그 레이크가 바로 이 페와호수다.

보트를 빌려 탈 수도 있지만 별로 안 땡겨서 공짜보트를 타기로 했다.
 

페와호수에 있는 리조트인 피쉬테일 롯지로 들어가는 보트인데 아주 잠시 타지만 공짜다.
호수에 있는 섬을 사서 리조트를 만들었는데 꽤 아름답게 꾸며 놓아서 레이크 사이드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 났다.

라씨를 한잔씩 시켜 먹었는데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이런 곳에 묵어도 좋을 것 같았다. 물론 누군가와 함께.

워워 그거 먹는거 아니야.

우리나라에서도 성묘를 가서 놓고 온 과일들은 산짐승들이 먹는데 네팔은 동네 소가 먹는다.

몸도 어느 정도 추슬렀고 구부러진 마음을 다시 펴기 위해 내일 ABC로 떠나기로 했다.
지금 내가 가진 장비로 안나푸르나 라운딩을 가기에는 무리기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 ABC(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로 가기로 했다.  


진형씨는 처음에 푼힐전망대만 다녀오려고 네팔에 왔는데 많은 사람들이 ABC를 추천해 나와 함께 가기로 했다.  
나는 이미 쇼핑을 몇번 해본 슬픈 과거가 있어 대략적인 시세를 알기에 진형씨가 준비하는 것을 도와줬다. 

물건을 다 사고 영양보충을 위해 스테이크를 먹으러 갔다.


처음의 원칙대로라면 안 먹었을테지만 수정규칙에 의해 보장받는 인간관계이기에 맛있게 먹으러 갔다.

무엇보다 여자가 고기썰러 가자는데 규칙에 얽매여 거절할정도로 꽉 막힌 바보같은 사람은 아니다.





오늘은 좋은 날 부처님 오신 날

화장 잘 받은 날 밀린 월급 받는 날

흰 눈이 내린 날 사랑 가득한 날

거리의 음악들이 너와 나를 부를 때


오늘처럼 할 일 없는 금요일 저녁 (우리가 먹어야 할 그것)

헤어진 네가 자꾸 생각나는 날이면


I wanna 스테이크 You wanna 스테이크

And we wanna 스테이크 Yeah-

I wanna 스테이크 You wanna 스테이크

And we wanna 스테이크 Yeah-


아침 못 먹은 날 면접 떨어진 날

친구와 싸운 날 버스 타다 넘어진 날

찬바람 부는 날 혼자인 생일날

집으로 가는 길이 너무도 쓸쓸할 때


별거 아닌 친구들의 농담같이 (스쳐 지나가는 말에)

왠지 모르게 서운한 그런 날이면


I wanna 스테이크 You wanna 스테이크

And we wanna 스테이크 Yeah-

I wanna 스테이크 You wanna 스테이크

And we wanna 스테이크 Yeah-


오늘은 좋은 날 부처님 오신 날

화장 잘 받은 날 밀린 월급 받는 날

흰 눈이 내린 날 사랑 가득한 날

거리의 음악들이 너와 나를 부를 때


I wanna 스테이크 You wanna 스테이크

And we wanna 스테이크 Yeah-, just wanna feel you baby

I wanna 스테이크 You wanna 스테이크

And we wanna 스테이크 Yeah-, just wanna feel you baby


스테이크 Yeah-

스테이크 Yeah-

전기뱀장어 - 스테이크 



근데 맛있는 스테이크 사진을 찍으려하니 진형씨의 카메라가 없다. 

트레킹 장비를 산 곳에 두고 왔는데 우리가 깨닫고 뛰어갔을 때는 이미 문을 닫은 상태였다.

원래는 숙소에 두고 나오려는 것을 내가 숙소에 귀중품을 두는 것은 안좋다고 참견을 해 가지고 나온건데 나 때문에 잃어버린 것 같아 엄청 미안했다.

스테이크가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대충 먹고 우선 숙소로 돌아와 카메라를 다시 찾을 계획을 세웠다.

<오늘의 생각>


어리석은 인간의 참견으로 일어난 일이 미안해 죽을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상점들이 문을 열 시간이 되자마자 트레킹용품점으로 향했다.

만약 카메라에 대해 시치미를 떼면 경찰을 불러서 깽판을 칠 각오까지 하고 갔는데 걱정말라며 잘 맡아놨다고 한다.

어제 저녁에도 문을 안닫고 오랫동안 기다렸지만 우리가 오지 않아 문을 닫았다고 한다.

정말 고마워서 우린 친구고 네팔사람은 인도사람하고 다르다며 인사를 하고 나왔다.

레이크사이드의 끝자락에 있는 가게인데 THE 슈퍼마켓근처에 있다.

위치가 끝부분이다보니 다른 곳에서 시세를 알아보다 끝에 있는 이 가게에서 주로 물건을 구입했는데 가격도 내가 조사한 최저가정도로 살 수 있었다.

그렇다고 무조건 가라는 것은 아니고 다른 곳에서 시세를 제대로 파악한 후에 가야한다.

아무튼 정말 고마운 친구다.

만약 못 찾았다면 계속해서 마음의 짐이 됐을텐데 다행이다.

카메라를 찾았으니 밥을 먹기로 하고 맛있다는 뚝바집을 찾아갔다.

다질링보다는 맛있었지만 역시 요리왕 비룡의 맛은 안 났다.

갑자기 내 머리사진을 찍은 것은 내 건망증을 이야기해야하는데 그것도 까먹을까봐 사진을 찍어놨다.

산에 올라갈 준비를 한다고 카메라 배터리를 충전기에 꽂아 놓고 예비배터리도 가방에서 다 꺼내둔 채로 빈 카메라만 들고 밖으로 나갔다.

덕분에 재정비를 하는 모습과 같은 방을 쓰는 사람들과 손으로 탈리를 먹으러 간 일들은 내 머리속에만 남게 됐다.
벌써부터 치매가 오면 안 되는데 큰일이다.

<오늘의 생각>


네팔 사람은 확실히 착하다.

 

아침에 일어나니 하늘이 엄청 맑다.

트레킹을 하는 내내 맑은 하늘을 보여주렴.
이번에도 날 힘들게 하면 우공이산(愚公移山)이 무슨 뜻인지 알게 해주마. 

햇님도 잘 부탁드립니다.

아침 일찍 여는 현지인 식당은 별로 없다.
어차피 산촌다람쥐에서 택시를 타기로 했으니 밥도 먹기로 했다.
엄청 맛있게 생겼지만 엄청 맛없었던 김치볶음밥이다.

간도 안 맞고 이게 밥인지 죽인지 모를 정도였다.

그래도 다 먹었다.

처음에 네팔에서 쓸 예산을 책정했을 때 최대 20일간의 트레킹을 생각하고 돈을 찾아와 자금이 많이 남게 됐다.

그래서 내린 결정은 일행 한명을 구해서 포터를 같이 쓰고 카메라만 가지고 올라가기로 했었는데 이야기를 하다보니 진형씨와 같이 동행하기로 했다.

거기에 같은 도미토리를 쓰던 시영누님도 같이 떠나기로 해 총 3명의 팀이 구성됐다.
 

ABC코스는 포카라에서 나야풀로 이동해 시작하는데 여기도 시작지점에 다리가 있다.

또다시 다리를 건너며 마음을 다잡는다.
이번에는 제발 무사히 올라갔다 내려올 수 있게 해주세요. 

저 멀리 보이는 설산은 마차푸차르이다.

마차푸차르는 물고기 꼬리라는 뜻인데 봉우리가 물고기 꼬리처럼 양갈래로 나뉘어져 있다.
이번에는 꼭 저 설산의 눈을 만지고 내려오고 만다. 

올라가는데 한글이 보여 읽어보니 바로 3일전에 완공이 된 초등학교 안내판이다.

밀레와 엄홍길 대장이 후원해서 만들었다는데 완공이 3일전이었다고 하니 엄청 신기했다.

제일 앞의 두 사람이 우리가 고용한 포터 기아누와 샴이다.
그 뒤에 있는 사람들이 이번 등반을 같이 한 일행인데 왼쪽은 시영누나, 오른쪽은 진형씨다.

초입부분이라 아직은 편한 길을 걷는다.

초입 마을인 간드룩으로 가는데 계단이 나오자 힘이 들기 시작한다.
계단은 참 대단한 발명이지만 힘이 빠진다. 

병아리가 엄마를 타고 논다.

이런 모습은 처음봤는데 정말 귀여웠다.

어렸을 때, 어린이 날에 선물로 합체하는 커다란 로보트를 받고 좋아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당에서 '꼬끼오'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밖에 나간 아부지가 병아리와 닭의 중간 단계에 있는 애를 잡아왔다.
어디서 온 애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와 동생은 어린이날 선물 2를 받았다고 생각하며 마당에서 닭을 키웠었다.
시장에서 주워온 배추잎을 먹은 닭은 무럭무럭 자랐고 성체가 됐을 무렵 우리 가족의 뱃 속으로 들어왔다.
어렸을 때인데 닭을 먹지 말자고 울기는 커녕 맛있게 먹은 기억만 나니 순수했던 해철이 형과는 다르게 음식에 대한 가치관이 뚜렸했나 보다.

참고로 이 이야기는 어디 시골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일어난 일이다.

 

육교위의 네모난 상자속에서..

처음 나와 만난 노란 병아리 얄리는

처음처럼 다시 조그만 상자속으로 들어가..

우리집 앞뜰에 묻혔다.

나는 어린 내눈에 처음 죽음을 보았던..

1974년의 봄을 아직 기억한다.


내가 아주 작을 때

나보다 더 작던 내 친구

내두손 위에서 노래를 부르면

작은 방을 가득 채웠지

품에 안으면 따뜻한 그 느낌

작은 심장이 두근두근 느껴졌었어


우리 함께 한 날은

그리 길게가지 못했지

어느날 얄리는 많이 아파

힘없이 누워만 있었지

슬픈 눈으로 날개짓 하더니

새벽무렵엔 차디차게 식어있었네


굿~바이 얄리 이젠 아픔없는 곳에서

하늘을 날고 있을까

굿~바이 얄리 너의 조그만 무덤가엔 

올해도 꽃은 피는지


눈물이 마를 무렵

희미하게 알수 있었지

나역시 세상에 머무르는 건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설명한 말을 알수는 없었지만 

어린 나에게 죽음을 가르쳐 주었네


굿~바이 얄리 이젠 아픔없는 곳에서 

하늘을 날 고 있을까

굿~바이 얄리 너의 조그만 무덤가엔 

올해도 꽃은 피는지

굿~바이 얄리 이젠 아픔없는 곳에서

하늘을 날 고 있을까

굿~바이 얄리 언젠가 다음 세상에도 

내 친구로 태어나줘

정말 대단한 신해철형아 - 날아라 병아리 



점심은 빅사이즈의 볶음밥을 시켰다.

밥을 주문하면서 항상 그렇듯이 빅사이즈라고 했더니 일행들이 웃는다.

그래도 배가 고프면 안되니 빅사이즈.

어떻게 하면 구름이 이렇게 이쁠 수가 있는지 모르겠다.
솜사탕처럼 생겨서 만져보고 먹어보고 싶다. 

적당한 빛을 가리며 귀여운 구름들이 떠 있는 하늘이 정말 좋다.

어떻게 찍어도 이뻐서 자꾸 찍는다.

나귀떼가 내려오길래 길 한쪽으로 피했는데 시영누나가 나귀떼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었다.

나중에 보니 나귀들이 방울소리를 내며 내려오는 모습이 왠지 웃겨서 심심하면 나귀 동영상을 보고 다같이 웃는 것이 일상이 되버렸다.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도 계속보면 질리지만 하늘의 구름은 매번 바뀌니 질릴 틈이 없다.

내가 구름을 좋아하는 이유는 정확히 모른다.

그저 파란 하늘에 장식이 되는 구름이 아름다워서일 수도 있고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갈망일 수도 있는데 이유야 어쨌건 구름이 좋다는 것이다.

내가 구름이 이쁘다고 신나서 돌아다니는 것과 반대로 일행들은 계단만 만나면 힘들어한다.

내일부터는 체력을 고려해 제일 뒤에서 받쳐 줘야겠다.

소를 도축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옛날에 시골에서 본적도 있고 내가 고기를 먹기 위한 당연한 수순이라 외면하지는 않았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배도 별로 안고프고 산에서 주는 뚝바가 궁금해 시켰는데 엄청 작은 그릇에 담아져 나왔다.

왜 이렇게 작냐고 뭐라하니까 산은 물자가 없어서 그렇다고 되지도 않는 소리를 한다.

그럼 내가 전에 먹은 초면은 바닷가에서 먹은건가 보다.

양이 너무 적어 밥을 시켜 국물에 말아먹었다.

밥이라도 많이 달라니까 밥도 양이 정해져있다며 또다시 산이라 그렇다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한다.

뭐라하기도 지쳐서 그냥 먹었다.

숙소와 식당은 포터가 알아서 정하는 곳으로 가는 것이 관례라 그냥 따라왔는데 내일 식당도 이러면 포터인 기아누에게 한마디 해야겠다.
밥의 양은 체력과 기분에 큰 역할을 하는데 마음에 안 든다. 

방으로 올라오니 시영누님께서 초코바의 은총을 내리셨다.

한국에서 떠나기 전에 ABC에 올라간 사람들의 후기들을 다 섭렵하신 마마님께서 초코바 및 여러가지 비상식량을 챙겨오셨는데 그걸 하사하셨다.

초코바에 감동을 먹고 이 날부터 시영누님을 마마님이라 높여 불렀다.

나는 초코바 하나에 움직이는 아주 쉬운 남자다.


서로 이야기 꽃을 피우다가 저녁을 욕하며 내가 먹었던 진짜 빅사이즈의 초면을 보여줬더니 다들 놀란다.

씁쓸하면서도 재미있는 추억을 가진 초면이다.

<오늘의 생각>


내 글을 볼 사람들과 같이 있으니 오늘의 생각 쓰기가 어렵다.

 

아침에 일어나니 설산이 눈앞에 있다.

확실히 안나푸르나 라운딩보다 설산이 더 빨리 다가온다.

하늘도 맑고 설산도 하얗고 기분이 좋다.

아침에는 다른 메뉴는 다 제쳐놓고 리필이 되는 달밧을 시켰다.

어제의 배고픔을 보상이라도 받듯이 계속해서 리필을 했다.

가이드 책에 쓰여있는 설명을 보면 오늘 올라가는 코스에 심장을 터지기 직전까지 혹사시키는 계단이 나온다는데 저긴가보다.

보기만 해도 심장이 터질 것 같다.

미리 겁을 먹고 기아누에게 물어보니 다행히 저 길이 아니라고 한다.

중간에 지나는 마을에서 쉬는데 하늘도 파랗고 건물도 파랗고 카페트도 파랗다.

정말 아름답고 좋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그림같은 풍경을 동무 삼아 계속 걸어간다.

처음에 출발하면서 시간도 여유가 있으니 빠르게 올라가지 말고 쉬엄쉬엄 가기로 했다.
힘이 들면 쉬었다 간다고 해서 크게 뒤쳐지지는 않는다.

점심으로 볶음밥을 시키면서 많이 달라고 했는데 이정도는 되야 빅사이즈라 할만 하다.

이제부터 우리 팀의 식사 주문은 항상 내가 맡아서 하기로 했다.

직접 주방에 들어가 주방장과 눈을 마주치고 웃으면서 너와 나는 친구니까 '빅사이즈'라고 말한다.

힘이 들 때 하늘을 보면 파란 하늘이 힘을 내라고 한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됐는지 이정도 다리는 그냥 건넌다.

거기다 마마님들을 보좌해야하니 더 당당하게 건넌다.

마마님들 힘을 내시옵소서.


눈앞이 또 아득하게 흐려져오고

떨려오는 두 무릎은 꺼질 듯한데

힘을 내! (힘을 내!)

비바람이 걷히고 나면

우리가는 산 봉오리가 눈앞에 있어. 
 

한 가닥 외줄에 걸린 우리의 운명.

움켜잡은 손은 이제 감각이 없어.

힘을 내! (힘을 내!) 

오늘의 해는 곧 넘어가도 

영원토록 기억될테니.
 

이 시간 쯤, 그댄 뭘 하고 있을까?

가끔씩은 날 보고 싶을까?

완전히 제끼고 있을까? 

Oh, my god!
 

약속은 남자의 모든 것.

그 속에 담은 많은 모든 것

누구도 빠짐없이 정상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자.
 

혹시 나 주저앉으면

혼자, 너만이라도

가야만 해, 해내야 해 

뛰어
 

한없이 작아져가는 나를 달래며

내가 원한 내모습을 만나기 위해

힘을 내! (힘을 내!)

아래에서 보면 커보이는 것도

저 위에 서면 우스울테니.
 

이 시간 쯤, 그댄 잠들어 있을까?

딴 놈들이 넘보진 않을까

이 것은 나쁘지 않은가.

약속은 남자의 모든 것.

그 속에 담은 많은 모든 것.

누구도 빠짐없이 정상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자.

혹시 나 주저앉으면

혼자, 너만이라도

가야만 해, 해내야 해 

뛰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넥스트 - 힘을 내! 

 



오늘의 목적지인 촘롱까지 가는 길은 두가지라고 한다.

하나는 끊임없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약간은 돌아가는 것.

어차피 중간에 만난다고 하니 경치는 비슷해보이고 마마님들의 체력이 떨어졌으니 돌아가기로 한다.

마마님께서 무거운 발걸음을 떼신다.

계속해서 걷다보니 촘롱에 도착했다.

촘롱에는 김치찌개와 백숙도 판다.
한국사람들이 산을 좋아하긴 하는 것 같다.
식당 메뉴판을 보면 서양식, 네팔식, 한식이 존재한다. 

밤이되자 마차푸차르에 구름이 끼기 시작하는데 구름이 껴도 운치가 있다.

오늘 저녁은 피자다.

산에 와서 무슨 피자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여기 피자가 그렇게 유명하다고 한다.

마마님께서 여러 후기들을 봤는데 많은 사람들이 추천을 하고 론리플래닛에도 나왔다고 해 시켜 봤는데 크기도 적당하고 꽤 맛있다.


1787년 제정된 미국 헌법의 본체는 오늘날까지도 전혀 수정 없이 보존되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헌법이라고 한다.

하지만 시대의 변천에 맞게 현재까지 27개의 새로운 조항이 추가되었고 미국에서 그 어떤 것보다 가장 중요한 권리로 치는 종교, 언론 및 출판의 자유와 집회 및 청원의 권리는 수정헌법 1조의 내용이다.
 

내가 뜬금없이 미국 헌법 이야기를 하는 것은 나의 여행규칙도 본체는 보존되지만 시대의 흐름에 맞춰 새로운 조항이 추가 되었다는 것이다.

바로 '양심과 인간관계에 의한 식사'부분이다.

원칙대로 이탈리아에 가서도 피자를 먹겠지만 촘롱에서 다같이 먹은 피자도 최고의 맛이었다.

ABC에 도착하고 내려오는 길에 탄산을 먹으려 했지만 차마 피자를 먹는데 콜라를 안 마실 수가 없어서 딱 1캔만 시켜서 나눠먹었다.

피자로 느끼해진 속을 콜라로 씻어주니 코카콜라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김이 빠질까봐 위에다 설탕통 뚜껑을 덮어놓고 마실 정도로 대단한 맛이었다.

맛있게 저녁을 먹고 방에 들어와 각자의 이야기를 하다보니 내 여행의 원칙에 대해서도 말을 하게 됐다.
내가 여행을 하며 정한 규칙속에 또다른 규칙이 들어 있고 예외사항도 있는 것을 들은 진형씨의 한마디.
'뭔가 나름 규칙이 있는 것 같은데 중간에 한번씩 통통 튀는 난수야.'

지금까지 나를 표현할만한 말을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난수'라는 단어가 마음에 들었다.
사람이 규칙적으로 뻔한 사람보다 가끔씩은 통통 튀는, 걷잡을 수 없는 사람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의 여행도 난수처럼 진행되면 좋겠다.
그렇다고 너무 안 좋은 쪽의 난수는 힘드니까 사양할게요.


<오늘의 생각>


아직까지는 여기가 불암산인지 도봉산인지 모르겠다.

 



  1. 촌철살인같은 오늘의 생각을 바랐는데 ㅋㅋ 본의아니게 글을 흐트려 놨네요 ㅋㅋ
    누가 찍어준 사진이있다는게 참 좋네요~_~!!!!!!

  2. 새록새록하당ㅋㅋ
    어제 청계산 갔다와서 죽는 줄 알았는데
    이거보니 내가 저길 어떻게 갔다왔는지 신기하네ㅋㅋㅋ
    여행 조심조심 다니고
    다음편도 기다리고 있겠음~ 화이팅!!

  3. 대박굿 잘보고간다 잘지내고있구나

    요즘 히말라야가 땡기네 나도.ㅋㅋ

  4. 이젠 점차 아시아권을 벗어 나는군요
    몸도 많이 추스리신것 같고...
    건강하시고 가시던 그 길 여정을 알뜰히 보여주세요

  5.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습니다
    빨리 설산을 보여주세요
    먼발치 ..말고 코앞에서 보는 설산을요^^
    배 앓이 조심하고 ....

  6. 제법이 공하니 일체유심소조라~ 다음일정이 궁금하구려~

  7. 비밀댓글입니다

  8. 잘지내시죠?ㅎㅎ 일은 구하셨는지?
    전 지금 포카라입니다 ^^
    ABC 4박5일만에 다녀오고 포카라에서
    꿀맛같은 휴식을 보내고 있슴다ㅋㅋ
    출발 5일만에 내려오니 다들 놀라더군요ㅎㅎ
    포터없이 20키로 배낭매고 뛰어갔다왔습니다
    ㅋㅋㅋㅋ
    글보니 출발이 저랑은 조금 다르게 가신듯ㅎㅎ
    전 나야풀에서 출발해서 뉴브릿지 촘롱 도반
    mbc abc 찍고 빛의속도로 하루반나절만에
    내려왔어요 ㅋㅋ 진짜 폭우속에서 개고생
    하루라도 더하기 싫어서ㅜㅜ
    덕분에 발은 찢어지고 곪아터지고 거머리에
    피빨리고 ㅋㅋㅋ
    지금은 웃으면서 일케댓글 남깁니다ㅎㅎ
    그나마 위안이 됐던건 고산지대 아이들에게
    조그만 선물을 주고 그아이들의 행복한웃음을
    받았다는것에 만족을 느낍니다^^
    아 아이들 사진은 한장도 찍지않았어요ㅎ
    그냥 제 눈으로 보고기억하는것으로 만족ㅎㅎ
    포카라 너~무 행복합니다 인도가기싫어요ㅋㅋ

    • 4박 5일 코스로 다녀오셨다니 체력이 좋으신 것 같군요.
      전 겨울에 가서 비와 거머리 걱정은 안했는데 힘드셨겠네요.
      지금까지 여행을 하며 수 많은 아이들을 마주쳤지만 관광지에서 여행객에게 뭔가를 바라는 아이들에게는 사탕하나도 준 적이 없습니다. ABC에서 한 번은 지나가는 아이가 제가 들고 있는 과자 봉지를 뺐어가는데 기분이 나쁘면서 이렇게 만든 여행자들을 생각하니 씁쓸하더라구요.
      물론 아이들을 정말 좋아해 버스나 기차에서 만난 귀여운 아이에게는 부모에게 물어보고 준 적은 있지만요. ㅎㅎ
      그래도 사진은 안찍으셨다니 아랑동자님께서는 참 좋은 마음씨를 가지신 것 같습니다.
      물건을 주고 아이들의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참 몹쓸 어른인것 같아요. 그럼 남은 인도여행도 재미있게 하시고 계속 놀러오셔야 합니다. ㅎㅎㅎ

  9. 지난번에 처음 들른 이후로 오랜만에 들르네요~
    어떤 이야기가 올라왔을지 문득 궁금해져서 찾아보려고해도
    블로그 이름에 Dream이 들어갔던 것만 기억나서 여기저기 검색해보다 티스토리에서 검색을 하니 나오더군요^^
    왠지 그냥 시골길 같은데, 멀리 설산이 보이는 풍경도 멋있고 그런 길을 걷고 계신 모습은 어찌보면 부럽네요~

    • 다시 찾아오시는데 힘이 드셨군요.
      이제 확실히 기억하시고 즐겨찾기 추가해주세요 ㅎㅎ
      부러우면 지는겁니다~ 기뚱차다님도 직접 가보세요~

  10. 정말 잘 보고 갑니다 ^^*~

  11. 어디를 가나 숫놈"들"에게는 마마가 있으셔야 감성레벨업과 체력업이 자연스레되는 조물주의 영특한 자비가 있다고 믿습니다...

  12. ㅎㅎㅎㅎ 진지하다가 웃기다가... 아침부터 즐겁네요

  13. 혼자 오르는 길 보다는 동반자가 있으면 훨씬 수월할 듯 하네요.
    더구나 초코바까지 하사하시는 마마님들이 계신다면
    그야 더할 나위가 없겠지요?
    어떻게 지금은 용민군의 중전마마를 찾으셨나요? 오홍홍~~

배낭메고 세계일주 - 028. 다시 포기.



아무래도 아침 일찍 일어나서 출발하려면 전날 아침을 주문 해놓는게 좋을 것 같아 어제 저녁에 볶음밥을 주문했었다.
아침을 일찍 준비해달라고 부탁하기 미안해 가장 빨리 나온다는 볶음밥을 시켰는데도 내가 원한 시간보다 30분 늦게 나왔다.

방 값도 안냈으니 고마워서 차까지 한잔 시켜 배를 든든하게 하고 출발한다.

조금 일찍 출발했더니 다음 마을에서 아침을 먹고 있는 다른 트레커들을 만날 수 있었다.
어제 나보다 한 칸씩 빨리 출발한 사람들일텐데 대부분의 속도는 비슷할테니 앞으로 자주 만나겠군요. 잘 부탁 드립니다.

말들이 풀을 뜯고 있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승마도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
해보고 싶은게 참 많아지는데 예전에 동생님과 한 대화가 떠오른다.
동생님께서 자기는 딱히 해보고 싶은게 없다고 나보고 왜이렇게 하고 싶은게 많으며 그것들이 어디서 떠오르냐고 물었었다. 
난 그냥 길가다가 뭔가를 보면 생각난다고 대답하며 다른 사람은 안 그러냐고 물어봤었다.
아마 내가 특이한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싶은지 모르는 사람이 열등하거나 무능력한 것은 아니다.
그저 앞만 보며 달리도록 교육받았기에 여유를 가지는 법을 잊어버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유는 억지로 가지려고 한다고 가져지는 것이 아니라 몸에서 우러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런 현실이 안타깝기에 여행을 떠난 이유도 있는데 누가 잘났고 못났는지 따지지말고 다같이 열심히 재미있고 행복하게 삽시다.
마지막으로 내 몫까지 열공하고 있는 동생님아. 힘내세요.

그리고 말을 지나갈 때는 뒷발길 질을 할까 봐 무서워서 멀리 돌아갔다.

ABC코스는 중간에 갈림길이 몇군데 있다지만 안나푸르나 라운딩 코스는 안나푸르나 주위를 한바퀴 도는 것이기에 딱히 갈림길이 없다.

갈림길에서는 무조건 마낭(manang)만 찾아가면 된다. 

우리나라 산에서도 리본으로 표식을 해놓듯이 빨간색과 하얀색으로 길을 표시해 놓는다.

인간은 참 대단한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이런 산 속에 집을 짓고 살며 산을 깎아 밭을 만드는 모습은 자연을 파괴하는 모습이긴 하지만 다르게 보면 자연에 굴복하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이니 정말 대단하다. 

산에서 짐을 운송해주는 사람을 포터라고 부른다.

이 포터들을 처음으로 봤는데 큰 배낭 2개를 포개서 메고 다닌다.
포터들의 가방에는 우리들이 필요로 하는 생필품과 각종 기호품들이 들어 있다. 

이런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가 트레킹을 쉽게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이런 길을 찾아내고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들어갔을까.

정말 인간은 대단하다.

염소들이 떼로 달려들기에 무서워서 피했다.

책에서 낭떠러지 쪽으로 피하면 밀려서 떨어질수도 있으니 절벽쪽으로 붙으라고 읽었던 기억이 나 얼른 절벽에 붙었다.
참 겁이 많긴 많다. 

중간에 쉬는데 가게에서 스프라이트가 날 유혹했다.
난 까만 콜라는 맛이 없어서 싫다. 내 마음처럼 투명한 사이다가 좋다. 

위로 올라가면 비싸질테니 밑에서 먹어두자는 생각에 한병 샀는데 시내보다 3배정도 비싼 가격이었다.

신기한 식물도 있다.
속에 동굴이 있었다면 들어가 볼까 말까 고민했을 것 같다.
겁은 많은데 호기심도 많아서 걱정이다. 

앞에 주민들이 걸어가는데 속도가 엄청 빠르다.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난 나의 페이스대로 걸어가다보니 어느 순간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런 거대한 자연앞에 서면 그 대단한 인간도 별 것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항상 그런 거대한 자연옆에 인간은 살고 있다.

자연앞의 인간은 별 것 아니지만 끊임없이 발전하고 생존하고 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살아가고 아주 극소수의 사람이 세상을 변화시킨다지만 우린 다같이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런 인간이기에 항상 더 높은 곳을 향해 오른다. 

가난한 여행을 하는 나에게 식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양이다.

때문에 항상 more와 big size를 입에 달고 산다.

근데 히말라야에서 내 여행 최고의 BIG size를 만났다.

사진으로 봐도 엄청 커보이지만 실제로는 약 3인분의 크기였다.

밥이 비싸길래 초면을 시키면서 양을 적게 줄까봐 걱정했었는데 그런 걱정을 한방에 날려버렸다.

주인 아줌마에게 사랑한다고 말한 뒤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초면을 억지로 겨우겨우 다 먹었다.

마르샹디강의 물이 참 이쁘게 흘러간다.

저런 물 색깔은 제주도에서만 본 것 같은데 가뜩이나 파란색을 좋아하는 나에겐 정말 환상적이다.
투명한 물보다는 하늘색 빛깔이 멤도는 강물이 참 아름답다. 

이런 마르샹디강을 벗삼아 계속해서 올라간다.

계속해서 걸어가도 끝이 없다.

그래도 첫날이니 힘들지는 않다.

어서 빨리 설산을 보고 싶은 마음뿐이다.

길을 걸어가는데 표지판이 보인다.
웨이 투 뷰티풀.

옛길이니 당연히 더 힘들테지만 아름답다니 무조건 옛길로 간다.

작은 냇물도 흐르고 다리도 건너간다.

산을 오를 때는 앞밖에 안보이고 앞은 항상 힘들게만 보인다.

그럴 때는 잠시 뒤를 돌아 내가 올라온 길을 내려다보면 다시 힘이 난다.
헥헥거리면서도 어느 사이에 내가 이만큼 올라왔다는 것이 보이니 대견하다.

아름다운 길이라고 했는데 솔직히 별로 아름답지는 않고 힘은 들었다.

그래도 트레킹 코스 중간 중간에 힘이 들만한 지점마다 마을이 있어 언제든지 쉴 수 있다.

계속해서 마르샹디강을 따라 올라가는데 볼 때마다 어떻게 이런 색깔인지 신기하다.

문제는 신기하고 아름다운 마르샹디강을 지켜만 보지 않고 건너도 가야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고소공포증을 극복하는 중이라지만 출렁거리는 다리를 건너는 것은 언제나 무섭다.

반대편 도로에서 산사태가 일어났는지 포크레인이 열심히 느린 속도로 올라가고 있다.

그러길래 나처럼 걸어다니지 왜 지프를 타서 몇 시간을 기약없이 기다리고 있니.

보는 곳마다 기암괴석이라 자꾸만 사진을 찍는다.
18mm로 아무리 찍어봐도 내 눈으로 본 웅장한 모습은 안 나온다. 

저 멀리 설산이 보인다.

어서 만나고 싶다.
 

한국에서 설악산이나 지리산에 눈내린 모습을 TV에서 볼 때마다 가보고 싶었다.

자전거 여행에서는 네팔을 안거칠 것이었기에 배낭여행으로 바꾸면서 내 여행에서 가장 기대되는 곳 중 하나가 안나푸르나였다.

그것도 새하얀 눈이 있는 안나푸르나를 만나고 싶어서 겨울이 끝나기 전에 네팔로 들어왔다. 

그 곳을 드디어 만나러 간다.

오늘 묵을 곳은 딸이라는 마을인데 약 10시간정도를 걸었다.
마을로 가려면 높은 동산을 하나 넘어야하는데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

다섯 걸음 움직이고 한번 쉬고, 세 걸음 움직이고 한번 쉬다보니 결국엔 입구에 도착했다.

앞에는 흰 모래사장이 있고 옆에는 마르샹디강이 있으며 뒤에는 설산이 있는 딸 마을은 아름답다는 말을 언제 써야하는지 알려줬다.

이번에도 몇군데 숙소를 돈 결과 저녁과 아침을 먹는 조건으로 공짜로 자기로 했다.

그런데 점심에 먹은 초면이 체했는지 속이 메스꺼워 도저히 음식을 먹을 수가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방을 무료로 잡았으니 음식을 먹어야만 했다.

차마 달밧은 못먹겠어서 모모와 콜라를 같이 시켜먹었다.

속이 계속 더부룩해서 뜨거운 물을 한잔 시켜 포카라에서 사간 민트티를 만들어 먹었더니 조금 괜찮아지는 기분이었다.

원래는 상비약으로 꽤 많은 종류의 약을 들고다니고 심지어 알콜거즈와 화상약까지 들고 다니는데 산에서 쓸일이 없을거라는 생각에 다른 것은 다챙기고 소화제를 안챙겼었다.
역시 사람은 한치 앞을 못보는 동물이다.

속이 안좋은 것은 안좋은 것이고 오늘도 수고한 내 다리를 위해 파스를 뿌린다.

산을 좋아하는 엄마에게 배운건데 자기전에 파스를 뿌려주면 근육통 예방에 좋다고 한다.

<오늘의 생각>


딸을 구경하러 가는데 힘들어 딸도 못 낳고 줄을뻔 했는데 딸이 엄청 아름다워 딸을 낳고 싶어졌다

 

아침이면 괜찮아질 것 같던 몸상태가 오히려 더 안좋아졌다.

아침에 일어나 어제 시켜놓은 카레를 취소하고 결국 갈릭스프를 시켰다.

방도 공짜로 잤으면서 싼 음식을 시키려니 미안해 죽을 것 같았지만 여기서 억지로 밥을 먹었다가는 진짜로 죽을 것 같았다.

속이 안좋아 스프라이트를 계속 먹고 억지로 트림을 하니 좀 살 것 같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컨디션은 안좋지만 마르샹디강은 참 좋다.

근데 저 멀리 구름이 심상치가 않다.

오늘 저 구름을 뚫고 올라가야 할 것 같은데 걱정이다.

이제 다리를 건너는 것도 어느정도 적응이 됐다.

배낭여행을 하면서 생각도 못했던 고소공포증 극복이 되고 있다.

속은 좀 괜찮아진 것 같은데 차마 음식은 못먹겠어서 포카라에서 유일하게 사간 비상식량인 에너지바를 먹었다.

올라오기 전에는 사탕도 한봉지 살까 고민했었는데 안사기를 참 잘했다.

고수분께서 내 가방을 들어보고 무겁다고 하셨던 것이 이해가 된다.

몸상태가 안 좋으니 포터를 고용해서 오르는 사람이 부러워지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길이 안좋아지기 시작했다.

어제부터 몇 명의 유럽애들이 내려오는 것을 보고 말을 걸어보니 윗쪽에 눈이 너무 많이 내려 3일정도 기다리다가 내려온다며 조심하라고 했었는데 여기도 눈이 왔었나보다.

잘 피해서 걸어가다가 제대로 빠졌다.

다행히 진흙이라 물이 많이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신발이 젖어버렸다.

안나푸르나 라운딩 코스에는 물을 정수해서 저렴하게 파는 지점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비수기라 그런지 문을 연 곳이 없었다.

사람들이 페트병에 담긴 물을 사마시고 잘 버리면 될텐데 아무곳에나 버리니 환경이 오염되고 그걸 방지하기 위해 만들었다는데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립시다.

아침에 본 구름이 성을 내기 시작했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데 고어텍스 자켓덕분에 상체는 괜찮았지만 바지와 신발, 장갑이 다 젖어버렸다.

특히 신발은 길에 물이 넘쳐 물을 밟지 않고는 못 지나가는 곳들이 몇번 나와 완전히 젖었다.

중간 마을인 띠망에서 따뜻한 차를 한잔 하며 가장 급한 젖은 신발을 불가에 말렸다.

내 앞에 가던 프랑스 커플을 만났는데 준비가 엄청 철저했다, 특히 완벽한 방수가 되는 신발이 제일 부러웠다.

지금의 내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달라했더니 초점도 안맞고 흔들리게 찍어 내 영혼이 붕괴되고 있음을 잘 표현해줬다.

구름형아 비 좀 그만 내려주세요.

근데 구름형아는 내 말을 들어줄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그러면 다시 비를 맞으면서 움직여야지 별 수 있나.

오늘의 목적지인 차메에 다가갈수록 비가 눈으로 바뀐다.

내 따뜻했던 발과 손도 얼음처럼 차가워진다.

장갑을 껴도 소용없고 겨드랑이에 비벼도 소용없다.
이미 장갑 자체가 물을 제대로 먹어버려 손이 얼어가는 것 같았다.

차메를 약 30분정도 남겨놓은 시점에서 눈보라를 뚫고 가다가 내려오는 사람을 발견했다.

위의 상황이 궁금해 말을 걸어보니 한국사람이었는데 나보고 더이상 가는건 무모하다고 내려가라고 하신다.

차메 위로는 눈이 너무 많이 쌓여 지금 내 상황과 장비로는 못 올라간다며 포기할 줄 아는 것도 용기라고 하신다.

그런데 난 이미 중국에서 한번 포기를 했고 다시 포기한다면 내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태였기에 쉽게 결정을 못 내렸다.

고민을 하다가 비가 내리는 것도 못막아주는 장비로 눈을 헤치고 간다는 것은 무리라는 결정을 내리고 하산하기 시작했다.

<오늘의 생각>

내가 히말라야를 너무 쉽게 생각했나 보다.

 

올라올 때 내가 무시했던 지프를 타고 베시사하르까지 내려왔다.
역시 사람은 한치 앞을 못본다. 

우선은 밥을 먹고 같이 내려온 아저씨는 카트만두로, 나는 다시 포카라로 향했다.

버스를 타고 돌아오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너무 쉽게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은 아닌가.

전날 체해서 컨디션이 안좋았기에 제대로 된 결정을 못 내린 것이 아닌가.

내 장비가 부족하다는 핑계로 발걸음을 돌린 것은 아닌가.

이런식으로 어려운 것이 나올 때마다 포기를 한다면 이 여행을 계속 해나가도 되는 것인가.

난 결국 이것밖에 안되는 것인가.


끝없이 자책을 하다 보니 포카라에 도착했다.
포카라에도 비가 심하게 내리는데 내 자신이 원망스러워서 그냥 비를 맞으며 1시간을 걸어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 짐을 풀고 산촌다람쥐로 가 복귀인사를 했다.

아마 위로를 듣고 싶어서 갔는지도 모른다.

밥을 시키니 털어버리라며 술을 주신다.

내가 원했던 위로를 받았지만 기분은 나아지지 않는다.

우선은 몸을 재정비하고 앞으로의 여행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기로 했다.

안좋은 몸상태로는 안좋은 생각만 하게되니 우선은 쉬기로 했다.


정말 씁쓸하고 힘든 밤이다.

<오늘의 생각>
 

한번 굽히면 두번 굽히기 쉽다.

그래서 구부러지기 전에 바로 세워야한다.




  1. 일체유심조!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참~ 좋은여행~

  2. 포기 또한 용기라는 말이 맞습니다.
    앞으로도 수많은 역경이 다가올 것이고
    수많은 포기를 하게 되겠지요.
    그 결정마다 이번처럼 자책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다만 포기하는 것이 도전 하는 것보다 많아질 때를 우리는 늙었다고 하고
    그러한 행동을 우리는 나태라고 부릅니다.
    계속 청춘이시기를 바랍니다.

    •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근래에 포기라는 단어가 참 많이 떠올랐었습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달아준 리플들을 다시 보니 제가 너무 나태해지려했었더군요...
      처음의 마음을 잊지않고 즐겁고 열정적으로 여행하겠습니다.

  3. 느무~ 느무~ 아쉽네요
    눈앞에 두고 발길을 돌리다니 .....
    더군다나 맘먹는다고 아무때나 다시 갈수있는 곳도 아닌데 ....
    하...,,,너무 아쉽다
    군의 자책처럼 포기가 너무 빠르지 않았나~?! 생각이 드네요
    글을 읽다보니 .... 한국의 지리산도 아직 가보지 않으신것 같은데 ...
    돌아오시면 지리산 찬왕봉도 한번 다녀오세요
    참 좋습니다

    자 자 ~! 다 잊고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해요^^
    무리해서 올라갔다가 불운을 겪을수도 있었을테니까요
    맘 편하게 먹고 새출발 GO~~~ !!!^^

    • 돌아가면 어무이 모시고 지리산도 한번 가야겠습니다.

      저 당시에는 정말 추워서 정신력이 참 많이 떨어지더라구요.
      눈하고 비는 계속 내리지.
      신발은 하나도 방수가 안되지.
      장갑은 소용이 없지.

      체한 상태로 몸이 힘들자 배낭여행을 하면서 곁다리로 오르기에는 장비가 부족하다는 핑계로 내려 온 것 같기도 하고 잘 내려온 것 같기도 한데 내려오고 나니 제가 너무 미웠습니다.

      몸을 추스리고 다시 여행을 시작해야지요~

  4. 포기가 아니라 최선의 선택일 수 있어요.
    목표를 이루지 못한 점에 자책할 수도 있지만
    여행에서는 그 무엇보다 건강과 안전이 중요합니다.

    먼저 쉬면서 컨디션 회복하시길 바래요!

  5. 글을 읽는 내가 다 아쉽군 ㅠㅠ
    겨울 산을 만만히 보지 말라구 ㅋㅋ 히말라야자나~~
    이 아쉬움 덕분에 다시 한번 네팔을 가게 되지 않을까?
    나도 다음번엔 히말라야를 정복해야지
    트리운드에서 본 설산도 감동이었는데
    안나푸르나 가면 하....상상만해도
    같이 가자 용민군~~

    ps. 넌 분명 호주인데
    자꾸 너가 아직도 저곳에 있는 것 같구나
    그러니까 내말은 말이야
    글을 아주 잘 쓴다는 말이야
    게다가 기억력도 좋군

    • 다음에는 제대로 준비해서 꼭 라운딩 하러 다시 네팔갈겁니다.
      누님 진짜로 같이 갑시다. ㅎㅎㅎ
      매번 오셔서 리플 달아주고 칭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ㅎㅎ

  6. 매번 글 올라올 때마다 너무 재밌게 잘 읽고 있어요. 동생은 똥이라고 했지만 너무 재밌는 글이에요. 계속해서 자주 포스팅해 주세요. 매일 매일 기다리고 있어요. 힘내세요. 화이팅!

  7. 오늘 처음 DJL 님의 블로그에 와서 구경해보니 글도 참 재밌고 대단하시다는 생각이드네요.
    겁이 많다고 하셨는데 전혀 아닌 것 같아요.
    저는 지금 제 생활을 포기하고 많은 시간을 여행에 도전할 용기가 없는데, 굉장한 도전을 하고 계시다는 생각이듭니다.
    앞으로 좋은 여행 수기 많이 올려주시고, 안전하고 행복한 여행 되셨으면합니다~
    종종 놀러올게요^^

  8. 하나도 안 빼고 다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왜 네팔편은 빼먹은 것일까요?

    제 생각도 내려오길 잘하지 않았나 싶어요

    혹시라도 위험할수도 있잖아요 한참전 여행기이긴 하지만.. ^^

    가장중요한건 건강과 안전~ 잊지마세요

  9. 마치 한 편의 짧은 드라마같네요.
    어쩌면 빠른 포기가 최선일 수 있고,
    어차피 못 간 길을 후회하기 마련이고...
    이대로라면 곧 다시 성공할거잖아요. 그죠? ^^

  10. '포기' 할 수 있다는 건...
    아직 살아갈 날이 많이 남은 젊음의 특권...

    중 늙은이들은 포기란 단어를 잊어먹은지 오래죠...
    '포기' 대신 '독기'로 산답니다... ㅎ

    나중에 그 '독기' 마저도 없을 땐,,, 그땐,,,,
    '죽기' '살기'로 .... ㅎㅎㅎ

배낭메고 세계일주 - 026. 인도인과 흥정하기.


다즐링 뒤로 보이는 산은 칸첸중가이다.

칸첸중가는 네팔과 인도의 국경에 위치한 높이 8586m로 세계에서 3번째로 높은 봉이다.

몇년전 오은선씨가 여성최초 히말라야 8000m급 14좌 등반성공이 조작이냐 아니냐로 논란이 일었던 그 칸첸중가이다.

이 칸첸중가의 일출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다질링 근처의 높은 봉우리인 타이거힐로 간다.

나도 타이거힐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 4시에 일어났다.
군대에 가기 전에는 아침에 알람이 울려도 못 듣고 그냥 잤었는데 지금은 손목시계에서 나는 작은 소리로도 일어난다.
역시 군대는 안되는 것이 없다. 

어제 숙소에서 같이 술을 마신 3명과 타이거힐로 가는 지프정류장에 갔다가 한국인 2명을 더 만나 일행이 총 6명이 됐다.
인도에서 이동을 하는데 흥정을 안 할리가 없으니 이번에도 지프 기사들과 흥정이 시작됐다. 

원래 다질링에서 타이거힐까지 가는 적정가격은 80~120루피인데 지프 기사들이 처음엔 200을 부르고 150이 마지막이라며 배짱장사를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한국인 커플도 원래 가격을 알면서 그냥 당하고 넘어갈 성격이 아니라 끝까지 싸웠다.

보통 사람들의 관점에서 보면 30루피(한화 600원)으로 싸우는 게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다. 
특히 서양애들의 관점으로 보면 고작 1달러도 안 되는 30루피로 싸우는 한국인들을 이상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적정가격이 있고 30루피가 10번 모이면 300루피가 되어 내 하루 생활비가 되기에 오늘도 싸울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지프 기사들도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지만 나는 유흥이 아닌 여행을 하고 있고 돈을 뿌리고 다니면 다음에 오게 될 여행자들은 지금 우리보다 더 힘들게 흥정을 하게될 것을 알기에 끝까지 싸운다.
제발 모든 여행자들이 여행을 가서 그 나라 물가에 맞게 쓰고 다니면 좋겠다. 

다른 지프를 알아보려해도 자꾸 훼방을 놓으며 어차피 너넨 지프를 탈 수 밖에 없다고 버팅기길래 비웃으면서 그냥 동네 전망대로 향했다.
타이거힐이 아니어도 해는 뜬다.

어차피 우리 모두 히말라야 산맥에 직접 올라갈거니 그렇게 아쉽지도 않다.
전에도 말했지만 불의에 굴복하기에는 나는 아직 어리다고 믿는다. 

그리도 내가 아는 또 다른 것은 얼굴이 잘생기지 않은 사람이 찍는 셀카의 기본예의는 초점을 다른 곳에 맞춰주는 것이다.

다질링은 네팔쪽과 붙어있다보니 돼지고기도 판다.

저 고기를 구워먹으면 참 맛있을텐데.

식당을 찾다가 별로 당기는 곳이 없어서 어제 뚝바를 먹은 곳으로 다시 갔는데 한국사람들이 많이 찾는지 한글로 메뉴판도 적혀져있다.

오늘은 양곱창탕이라는 것을 시켜봤는데 양도 많고 매운맛도 나지만 내 입맛에는 별로였다.

아마 입맛이 그나라에 적응을 하는지 인도에서 티벳음식을 먹으려니 맛이 없다.

아. 탈리 먹고싶다.

시장을 지나가는데 우유처럼 생긴 것을 팔길래 냉큼 샀는데 입안에서 지방이 느껴지는 고지방우유였다.
냉장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편의점에 진열된 바나나우유를 못 먹는 대신에 갓 짠 우유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참 행복하다. 
이런 것을 보면 과학문명의 발전이 무조건적인 행복을 가져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지금보다 과학문명이 뒤쳐졌던 우리 부모님 세대도 행복했고, 우리 할아버지 세대도 행복했고, 그 전 조상님들도 행복했고, 나도 행복하다. 

다질링에 왔으니 다질링 마실을 나가기로 했다.

하늘도 이쁘고 건물도 이쁜데 저 표지판만 없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내가 원하는 구도로 원하는 것만 찍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게 안되니 사진찍기가 어려운거겠지.

밑을 보니 다질링이 해발 2000미터 이상에 있는 마을이 맞기는 맞나보다.

근데 마실을 나온 난 그 높은 마을에서 밑으로 내려가고 있다.

나중에 올라올 생각을 하니 내려가기 싫지만 마실을 나가기로 사나이가 칼을 뽑았으니 무라도 썰기 위해 내려간다.

이번 마실은 발길 닿는대로 걷는 것이 아니라 티베탄난민센터로 목적지를 정해 놓고 걸었다.

정확한 위치는 모르고 출발했지만 입구부터 왠지 티벳의 향기가 난다.

우리나라도 중국에 임시정부를 만들었던 안타까운 역사가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티벳은 중국때문에 인도에 임시정부를 세우고 있는 현실이다.

달라이 라마께서는 임시정부가 있는 맥그로드간즈에 있다는데 내가 달라이 라마의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 그다지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

그래도 난민들을 돕는다는 의미로 조금 비싼 가격이더라도 특별한 기념품이 있으면 사러갔는데 그저그런 것들 뿐이었다.

정말 기념품사기 참 힘들다.

입구에서 더 올라가면 실제로 티벳 난민들이 생활하는 마을이 있지만 티벳 사람들이 동물원의 원숭이도 아니고 구경을 하기에는 내 마음이 편치 않아 그냥 나왔다.

우리 동네 뒷산은 푸른데 이 동네 뒷산은 항상 하얀 설산이다.

하지만 푸른 산을 알아야 설산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 테니 뭐든지 다양하게 경험해 보고 싶다. 

그리고 무언가를 함부로 단정 짓지 말아야 할텐데 머리로는 아는 것을 몸으로도 알기가 참 힘들다.

다시 올라가려니 막막해진다.

하지만 히말라야 전지훈련을 왔다고 생각하며 다시 올라간다.

그새 구름이 껴서 칸첸중가가 사라졌다.

이런 부끄럼쟁이.

숙소에서 사진을 찍고 다니시는 한국 형님을 한분 만났다.

사진을 엄청 잘 찍으시는데 같이 탈리를 먹으러 가다가 하늘을 보니 일몰직후의 골든아워였다.

타이밍이 조금 늦었지만 이리저리 구도를 잡으며 재미있게 찍었다.

근데 길가를 가는 인도사람들은 외국인 두명이 작은 삼각대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역시 인도에선 탈리를 먹어야한다. 

오랜만에 먹는 탈리라 조금 비싼 탈리를 시켰더니 꽤 푸짐하게 나왔다.
입에 착착 달라붙고 손으로 비벼 먹는 맛이 일품이다.

<오늘의 생각>

배짱싸움을 하다가 타이거힐에 못 갔는데 별로 아쉽지는 않다.

탈리가 입맛에 맞는걸 보니 현지화에 성공한 것 같다.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뒷산인 칸첸중가를 바라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은 어제 사놓은 빵과 시장에서 파는 우유로 때운다.

작은빵을 사면 배가 고플까봐 큰 빵을 샀는데 먹다보니 너무 커 작은 것을 살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든다.
역시 욕심을 버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일이 눈 앞에 닥치자 깨닫는다. 

공원에서 빵을 먹고 있는데 아이들이 태권도를 하기 시작한다. 

인도에서 태권도를 보니 신기해서 계속 보는데 발차기도 잘하고 잠시 뒤에는 겨루기도 하는데 정말 잘한다.

태권도를 배운지 10년이 넘었으니 괜히 끼어들었다가 망신만 당할 것 같아 구경만 했다.

거리로 나왔는데 북적이던 거리가 텅텅비었다.

이 사진에 붙어 있는 벽보에 내가 아침부터 빵을 먹은 이유가 있다.

오늘은 다질링에서 파업이 있는 날이라는 정보를 어제 저녁에 입수했다.

모든 가게가 다 닫고 교통수단도 다 멈추는 파업이라는데 차마 숙소의 밥을 돈 내고 먹을 수가 없어서 빵을 사놨다.

딱히 할일도 없으니 다질링 시내를 크게 한바퀴 돌았다.

날씨가 맑으면 어디서든 칸첸중가가 보이니 전망하나는 끝내준다.

인도에는 도미노피자가 있다.

심지어 다질링에도 있다.

가격은 라지사이즈 한판에 500루피(한화 10000원)도 안한다.

하지만 난 안 먹는다.

눈 앞에 피자가 돌아가고 있다면 모르겠지만 간판을 보고 피자가 그리울 정도로 먹고 싶은 마음이 들지는 않는다.

피자는 이탈리아에 가서 제대로 먹을 거다. 한판 시켜서 혼자 다 먹을 거다.

파업의 제대로 된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신문을 샀다.

아마 살면서 내가 스스로 산 신문은 처음인 것 같다.

짧은 영어로 읽어보니 여행산업을 중심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파업을 했다고 한다.

비수기라서 관광객이 얼마 없어 타격이 크지 않으니 파업을 한 것으로 알았는데 성수기에도 몇번씩 한다고 한다.

방에서 시간을 죽이다 일몰을 보기위해 밖으로 나왔는데 구름이 심해 하나도 안보인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돌에 기도를 하길래 나도 따라서 기도를 했다.

밥을 먹으려고 식당을 찾고 있는데 사람들이 횃불을 들고 어딘가로 가고 있었다.

역시 중국 저리 가라할만한 나라라 통이 커서 그런지 촛불집회가 아닌 횃불집회를 연다.

뭐라고 말하는지는 모르지만 대충 눈치로 어느정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우리는 뭉쳐야 하고 정부는 우리의 말을 들어달라라는 항의의 연설이었다. 

외국에서 처음 접하는 상황이라 신기해서 계속해서 사진을 찍는데 주로 쓰는 번들렌즈로는 셔터속도 확보가 안 되길래 단렌즈를 꺼냈다.

평소에 인물사진은 안 찍어봤는데 50mm 단렌즈를 끼니 화각이 안나와 그냥 인물에 초점을 맞췄다.

진지한 표정의 사람들을 보니 2008년 대한민국이 떠오른다.

나도 누군가에게 내 생각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저 그냥 사는 것이 아닌 내 삶에 대해 철학이 있고 가치관이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신나게 사진을 찍다 보니 집회가 끝났다.
그제야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는데 문을 연 식당이나 노점이 거의 없어 다질링 시내를 기웃거렸다..

한 곳의 노점이 열어서 현지인들도 줄을 서서 먹길래 따라 시킨 에그롤이 꽤 맛이 있어 초면도 한 접시 시켜 먹었다.

오늘이 다질링에서의 마지막날이라 맥주를 한잔씩 하자고 한다.

술 좋아하는 내가 빠질 일은 없는데 아무래도 킹피셔는 도저히 못 먹겠어서 블랙라벨이라는 맥주를 샀다.

블랙라벨의 맛은 달았다. 여기서 달다는 말은 어떠한 의미도 없는 문자 그대로 달다는 뜻이다.

인도사람들에게 비싸면서 맛없는 맥주를 만들게 한 하늘에게 감사한다.

<오늘의 생각>


인도인들은 참 맥주를 못만든다. 다행이다.

 

오늘 다질링을 떠나는 날이니 타이거힐에 다시 가보기로 하고 또 새벽 4시에 일어났다.

전에 같이 도전한 한국인 커플은 일기예보에 습도가 높게나왔다며 안 간다고 해서 외국인을 포함해 다시 3명이 뭉쳤다.
나와 같이 도미토리를 쓰던 양놈이 우리가 뭉치는 것을 보고 자기도 껴달라 해 알았다고 했더니 자기 친구가 다른 호텔에 있는데 아침에 데리고 오겠다고 한다.

알았다고 숙소 앞에서 만나자고 했더니 지프승차장에서 만나자고 한다.
그런데 양놈이 먼저 도착하면 흥정을 잘 못할 것 같아 같이 가자니까 그건 싫다고 한다.

어쩔 수 없어서 먼저 도착하면 절대 120루피 이상으로는 협상을 하지 말라했더니 걱정말라면서 혹시나 지프에 3자리만 남아있으면 자기들은 먼저 갈테니 찾지 말라고 한다.

이 양놈이 전형적인 개인주의에 찌든 양놈의 마인드를 가지고 있구나.


지프승차장에 가니 이 양놈이 웃으면서 하는 말이 가관이다.

자기가 1인당 지프를 150에 잡아놨으니 타기만 하면 된다고 한다.

내가 120이상 주지 말라하지 않았냐고 하니까 자기가 여행을 해봐서 아는데 10~20루피는 그냥 더 줘도 된다고 한다.

아 이 양놈이 내 고운 입에서 욕을 나오게 하지만 우선은 참았다.

기사에게 가서 우리가 시세보다 비싸게 150씩 내니 옆에 있는 일본인 한명까지 끼워서 딱 7명만 타고 가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가는길에 인도인 2명을 더 끼워 태우려길래 지프기사에게 뭐라고 하니 원래 10명을 태울 수 있는 지프에 7명만 타는 것은 낭비라고 한다.

너랑 내가 약속하지 않았냐고 해도 씨알도 안먹힌다.

그럼 난 안가겠다고 다시 돌아가자고 싸우니까 양놈이 여기서 지프승차장까지는 멀지 않으니 걸어가고 될 것 같다고 불을 지른다.

많은 사람이 보는 곳에 올리는 글이라 욕을 못쓰는 점이 참 안타깝다.

양놈, 양놈, 양놈, 양놈, 이 빌어먹을 양놈아.

빌어먹을 양놈에게 하늘이 벌을 내리셨다.

칸첸중가가 아주 꽁꽁 잘도 숨었다.

역시 하늘은 누가 착한 아이인지 다 보고 계신다.

산신령님 사랑합니다.

지프에서 내려 동네 전망대로 혼자 올라갔는데 새벽 5시도 안된 시간이라 사람들이 아무도 없었다.

조금 무서워서 가로등 밑에 있다가 짜이를 한잔 사 마셨는데 옆에 있던 인도 아저씨가 자기도 일출 사진을 같이 찍으러 가자길래 알았다고 했다.

그런데 안 좋은 상상을 해서 그런지 머리가 살짝 어지럽기 시작했다.

구름도 많이 껴 해도 안뜰 것 같아 돌아간다고 하니 이 아저씨도 돌아간다며 같이 가자고 한다.

내가 정중하게 거절해도 쫓아오길래 방향을 반대로 바꿨더니 그래도 쫓아온다.

순간 소름이 돋아서 빨리 걷는데 머리가 계속 어지러운 기분이 들었다.

다행히 숙소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일도 없었는데 기분탓이었는지 진짜로 뭔 일이 일어나려고 했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해도 떴고 어지럼증도 가라앉아서 짐을 챙긴 뒤 사람들과 숙소를 나왔다.

오늘이 음력 설날이라 아침으로 밥을 먹으려했지만 사람이 많아 한 식당에 다 들어가기는 무리라 가위바위보로 팀을 나눴고 난 졌다.

그래서 초면을 먹으러 갔는데 일행이 매운거 잘 먹는다고 하자 아저씨가 보란듯이 고추를 팍팍 넣어서 엄청 맵고 맛있었다.

올라왔던 길을 따라 다시 내려간다.

다질링에서 실리구리로 내려와서 다마스같은 작은 차에 몸을 구겨 넣고 다시 이동한다.

이번에도 역시나 흥정을 하지만 수 많은 차량들이 완벽하게 담합을 하지 않는 이상 우리에게 선택권이 있다. 

사실 우리는 다음에도 버스를 타야해 시간이 촉박했지만 절대로 급한 티를 내지 않고 흥정을 했다.
옛말에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했다.

저 문은 어디로 가는 문일까.

가자, 신들의 나라 네팔로.

<오늘의 생각>

역시 양놈들은 믿으면 안된다.
일출은 히말라야에서 봐야겠다. 

 

<인도 여행 경비>

여행일 20일 - 지출액 7500루피 (약 15만원)

별로 돌아다니지도 않고 싼 음식만 먹었더니 돈을 별로 안 썼다.
처음에는 인도 물가가 비싼 것 같았지만 알고보니 적절한 물가다. 


  1. 하얀 설경이 너무 멋지네요^^!

  2. 와우~저도 가보고 싶어요^○^
    재밌게 잘 보고 갑니다^^

  3. 두시간동안 읽었나 봅니다. ^^
    참 멋지게 사시네요.
    자주 들러 여행이야기 보고 가려구요..
    내 나이가 조금만 젊었으면 좋았을껄..ㅎㅎ

    • 결이네님 여행에는 나이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꽤 많은 제약이 있겠지만 그만큼 긍정적인 부분도 있을테니까요.
      자주 들러주시고 또 리플달아주세요. ㅎㅎ

  4. 님 글정말잘보고있어요 거의 밤을세워 보면서 잼잇고 신기하고 그러네요 저도 유학생활하면서 많은 나라는가봤지만 님처럼 배낭여행은 못해봣네요 . 저도 시도는해볼려구요 힘내시구요 몸관리잘하시구요 화이팅요^^

  5. 1) 나도 누군가에게 내 생각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저 그냥 사는 것이 아닌 내 삶에 대해 철학이 있고 가치관이 있는 삶을 살고 싶다.
    ㅡㅡㅡ
    그동안 님이 남긴 여행기 중에 가장 맘에드는 대목입니다
    꼭 그렇게 되길 바랄께요

    2) 그리도 내가 아는 또 다른 것은 얼굴이 잘생기지 않은 사람이 찍는 셀카의 기본예의는 초점을 다른 곳에 맞춰주는 것이다.
    ㅡㅡㅡㅡㅡㅡ
    그렇게 까지 예의를 지키지 않아도됩니다
    여행기를 부모님도 보실텐데 모르긴 해도 어머님이 속상해 하실것 같네요^^
    남이 어떻게 보는건 중요하지 않아요
    자신의 인생을 살면 됩니다
    그리고 내가 보기엔 충분히 멋지게 생겼어요
    믿어도 됩니다^^
    good luck~!

    • 원빈처럼 잘생긴게 아니라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남긴 건데 자꾸 잘 생겼다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저도 보통 남자들처럼 화장실에서 거울 보고 잘생겼다고 생각합니다. ㅎㅎ
      에효... 요새 좀 뜻대로 되는 일이 없는데 어서 털고 일어나야겠습니다.
      매번 응원 감사합니다.

  6. 스르륵에서 항상 재밌게 보다가 홈페이지에 첫글 남겨봅니다.

    모든음식을 씩씩하게 잘드시는 게 젤 부럽네요 ㅠㅠ

    전 비위가 약해서 가리는 음식이 많은데..ㄷㄷㄷ

    항상 건강하게 여행 즐기시기를 바라구요~ 언젠가는 저도 네팔, 인도 여행을 가리라고 다짐을 ...

  7. 인도라서 그런지 참으로 공(空)한 여행이구려~

    성성적적(惺惺寂寂)하게 깨어있도록 하고
    순간순간을 알아차리며 다니도록 하시오~

    옴 바라 마리다니 사바하~

  8. 몸 조심 하시고.............

  9. 인도 네팔만 생각하면 ...배가 고파요...
    아침형 인간이라... 눈뜨면 밥먹어야 하는데...식당문을 10시나 되야 열어서 힘들었죠..

    전날 저녁에 꼭 삶은 달걀과 과일을 비축해야 했지만,

    한달이 지나니 안먹고도 지낼수 있게 되었다는...ㅠ,,ㅜ

    문제는 돌아와서 폭풍 먹방질에 살이 안빠진다는거..

    인도에서 설사하신분들 신기...

    아님 길거리 음식 먹고 돌아다니면서도 변비(먹는 양이 갑자기 줄어서)에 시달렸던 내가 이상한건지..

    • 저도 아침형인간이라 인도에서 10시에 밥 먹는게 가장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10시에 밥을 먹고 점심을 굶고 저녁을 일찍 먹었습니다.
      전 먹는 양은 늘어났는데 고기를 안 먹었더니 살이 쭉쭉 빠지더라구요. ㅎㅎ

  10. 잘봤습니다. 여전히~ 뉴델리는 20대라면 꿈꿔봤을 인샬라의 지역인데. 똥은 여전하네요

  11. 이 편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ㅋㅋㅋㅋㅋ양놈
    이제서야 리플을 남기네요ㅋㅋㅋ저 잔세스칸스에서 뵜던 유진이에요ㅋㅋㅋ
    어떤부분은 너무 와닿아서 제 일기장에도 적었답니다.
    인도 꼭 가봐야겠어요^_^
    잔세스칸스편도 올라오면 추억이 새록새록 할 것 같아요ㅋㅋ
    자주들어올게요!

  12. 용민군의 셀카에 대한 예의를 읽고 한참 웃었네요. ^^
    저는 다질링을 홍차 종류로만 알고 있었어요.
    가끔 마시는 홍차인지라 아무 생각없이 마시곤 했는데
    이제 보니 다질링이 지명이네요. ^^
    아삼과 실론티가 지명을 딴 홍차로 알고 있었는데
    용민군 덕분에 간단 지식이 하나 더 늘었어요.

  13. 이래도 후회.. 저래도 후회...
    여행은 후회와 고통의 연속이라죠...

    해도 후회..안해도 후회...
    봐도 후회..안봐도 후회...
    가도 후회..안가도 후회...

    에이~ 이왕지사 후회 할바엔...
    막~ 저지르고 다녔셨기를 바래요...
    그러다 보면 운좋게(?)도 후회하지 않는
    행복한 여행도 있었을 테니깐요...

  14. 일을 끝내고 다시 정주행중입니다.이 블로그를 왜 이제서야 보게 되었는지 내 자신이 개탄스러(?)워요..너무 멋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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