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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Travel/2010년-망해버린 입대기념 겨울여행

[2010.1.25~2010.1.29] 망해버린 입대기념 겨울여행 Part.2

기억도 좀 사라지고 여행도 알차지도 못하고 사진도 망해서 part.2가 끝이 될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그 유명하기로 소문난 왱이집을 찾아갔다.

찜질방 바로 옆인데 그걸 못보고 멀리가서 사람들에게 물어서 돌아온 왱이집.

내가 잠자고 있던 지난밤 팔팔 끓은 육수를 기대하며 입장.

가면 우선 반숙달걀이 나오는데 그냥 후루룩 먹었다.

가게 곳곳에 모주에 대한 말이 써있으니 당연히 술한잔 걸쳐야지 하며 모주도 1잔 시키고 소심하게 카메라를 꺼내 한방 찍어봤다.

맛은 꽤 맛있었던걸로 기억하는데 2년이 넘었으니 기억이 날리가 없다.

전주왔으면 한옥마을을 가봐야하니 가는 길에 있는 경기전도 들어가보는데 산책하기에는 좋은 곳이었다.

호남 전체에서 최초로 세워진 로마네스크 양식 건물이라는 전동성당을 갔는데 성당을 제대로 구경해본건 처음이라 신기했다.

절에 가면 기와불사가 있고 성당에 가면 벽돌봉헌이 있다.

성당 내부도 처음들어가봤는데 아침이라 그런지 안에 미사드리는 분 2~3명만 계셔서 조용히 구경했다.

절에 가면 나무가 대부분인데 성당은 돌로 만든 오래된 건물이라 색달랐다.

성당구경도 끝내고 메인 코스인 한옥마을을 둘러보는데 딱히 와닿지는 않는다.

외국인의 눈이었다면 좀 더 새로웠겠지만 한적함은 좋지만 아름다움으로는 와닿지 않는다.

곱게 포장된 길보다는 흙길이 더 좋은데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치고 흙길 싫어하는 사람 있으랴.

뒷 동산 같은 곳이 있는데 올라가서 보면 옹기종기 기와집이 귀엽긴하다.

하지만 북촌한옥마을처럼 뒤에 있는 빌딩들이 부조화스럽다.

어떻게 생각하면 빌딩 숲속에 있는 한국의 멋이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부조화로도 보인다.

물론 다 밀고 개발해야한다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넓은 한옥마을이 되어 한옥집으로 쭉 늘어진 곳이 있다면 좋겠다.

근처에 풍남문이 있길래 가봤는데 로터리로 이용되고 있었다. 남대문이나 동대문 같은 느낌.

이렇게 도로에 있으면 오가며 볼수있어 좋기도 하지만 씁쓸하기도 하다.

다시 전주역으로 돌아와 어디로 갈지 고민하다가 강원도쪽으로 가기로 하고 제천으로 출발했다.

여름에도 제천역은 그냥 경유만 했기에 뭔가 보고싶어 사람들에게 볼 것이 뭐가 있는지 물어봤다.

딱히 볼 것은 없다하고 의림지를 추천하기에 버스를 타고 의림지로 갔다.

멀리서부터 호수가 보이길래 시작부분에서 내려서 둘러보기로 했다.

절대 들어가지 말란다고 안들어가면 사람이 아니지.

나도 살짝 돌아가녀봤지만 얼음이 깨질까봐 무서워 바로 올라왔다.

날이 지기 시작하고 순간 해가 넘어가는 모습을 찍으면 이쁘겠다고 생각해 추워 죽을 것 같지만 해가 넘어가기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해는 넘어가는데 사진찍는 사람이 허접해서 원하는 사진이 안나왔다.

이래서 사진을 많이 보고 많이 찍어봐야한다는 것을 여행기를 쓰며 다시한번 느낀다.

다시 버스를 타고 돌아와 여름에 나이가 안된다고 쫓겨난 강원랜드로 출발했다.

고한역에 도착해 셔틀버스를 타고 카지노로 향했다.

어디가 어딘지 몰라 물어물어 카지노로 입장하는데 카메라는 반입 금지라 안에 사진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가보니 즐기러 간 사람들도 많지만 돈에 미친 사람들도 많았다.

입장료는 5천원인데 안에 있는 음료수 무한제공이라 뽕을 뽑기 위해 알로에와 오렌지 주스를 계속 마셨다.

즐기다 보면 빠지니 적당히 즐겨야하는데 5만원권으로 20장을 내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다행히 나는 거지라 만원만 쓰기로 했다.

슬롯머신에 현금이 바로 들어가 깨작깨작 100원짜리로 놀다가 뭔가가 터져 4만원 정도로 불어나서 즐거운 마음으로 나오려는데 공짜로 생긴 돈이라는 생각에 계속 넣다 보니 남은 돈은 100원이었다.

역시 내인생은 도박과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깨닫고 주사위 홀짝 맞추는 게임에 5천원짜리 3번을 했지만 다 꽝이라 미련없이 나왔다.

돌아오는 길은 셔틀버스가 끊긴 시간이라 걸어서 내려오는데 전당포에서 차를 받아주는 모습은 다시봐도 신기했다.

우리모두 도박은 적당히 즐기기만 합시다.

여름에 일출을 보기 위해 정동진에 가봤으니 이번에는 묵호역에서 일출을 보기로 하고 묵호 등대가 있는 곳으로 열심히 올라갔다.

하늘문은 있는데 아직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했기에 속세에 살기로 했다.

도착하니 커플들 몇이 보이는데 무시하고 사진찍을 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동이 터오르기 시작하고

수평선 너머로 해가 솟는 건 정말 장관이다.

뜨거운 태양이 떠오르는 것을 지켜보다 보니 어둑어둑하던 주위가 보이기 시작한다.

참 잘어울리는 곳에 새겼다는 생각을 하며 '해에게서 소년에게'를 음미하고 내려온다.

200kg 넘어야만 버티는 신기한 곳. 혹시 200kg이 넘는 사람은 꼭 도전해보시길.

나도 자화상 보고 싶었는데 뽑아가지 말라는데 뽑아가는 사람은 뭔지.

들어가지 말라는 곳은 들어가서 사고가 나면 자기 손해지만 이건 남이 볼 기회를 뺏어가는 거 아닌가.

우리 좋은 건 다 같이 보고 보전합시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한지 신기했던 빨랫줄.

이런 창의적인 사람들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 같다.

벽화 골목을 뒤로하고 다시 묵호역으로 돌아왔다.

다음 목적지는 눈꽃축제가 열리는 태백!

서울 사는 나도 들어본 눈꽃축제. 축제라니까 엄청 재밌을거라 기대감 3000%를 가지고 태백역에 내렸다.

행사장까지 다니는 버스가 있는데 산 입구에서 내려주고 걸어서 올라가라기에 축제를 위해 즐거운 마음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현실은 넓따란 공터에 눈 조각 몇개 있는게 전부.

눈꽃축제라는 말을 붙인 사람의 이빨을 위 조각처럼 만들어주고 싶었다.

참 재밋는 눈꽃축제. 눈 조각상보다 미끄러질까봐 바닥에 더 신경을 써야하는 눈꽃축제.

한 20분 둘러보고 마음속으로 있는욕, 없는 욕을 다하며 태백산이나 올라가볼까 하고 뒤돌아 나오다가 미끄러졌다.

넘어지다 카메라를 떨어뜨렸고 똑딱이 카메라라 튀어나온 렌즈부분이 부러졌다. 팔도 다쳤지만 카메라가 더 신경쓰여 아프지도 않았다.

다행히 작동은 하는데 무서워서 태백산은 포기하고 그냥 강릉으로 가기로 했다.

여러분 마음속으로 욕해도 산신령님은 다 듣고 계셔서 저처럼 벌받습니다. 착하게 삽시다.

강릉역에 도착하니 군인들이 지프에 우루루 타길래 '태양을 등진 모습을 찍으면 멋있겠지'라는 생각으로 도촬을 하는 순간 카메라가 맛이갔다.
손으로 렌즈부분을 댕겨도 보고 별 짓을 다했지만 돌아오지 않는 내 올림푸스 똑딱이.
괜히 군인을 찍으려고 했다가 재수없다고 욕을 하며 그냥 집으로 돌아가라는 하늘의 뜻이라 생각하며 캔맥주를 바리바리 사서 기차를 타고 청량리로 돌아왔다.

2년전에 이 여행을 끝내고 무계획으로 다니는 여행도 재미는 있지만 혼자 무계획으로 1달이상 다니기에는 한국이 조금 좁다는 것을 느꼈다.

지금 다시 여행기를 쓰며 느낀 것은 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다는 것. 아무리 추억으로 남겨도 된다하지만 사진이 있으면 기억이 더 잘난다는 것.
그래서 사진을 배워야한다는 것.
과거의 내 모습이 부족하게 보이지만 나라는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이란 것을 느낀다.

재미있고 행복한 삶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