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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Travel/러시아-Russia

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173. 7일간의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시작. (러시아 - 모스크바)


모스크바에서도 아침의 시작은 오트밀과 씨리얼이다.

한국에선 매일 달라지는 집 밥을 먹을 수 있어 오트밀을 먹을 일이 없는데 가끔씩은 오트밀이 그립다.

길을 걷는데 구름이 참 신기하게도 떠 있다.

집에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기념품을 하나씩 준비하고 있는데 러시아 스타벅스의 텀블러가 예쁘다는 이야기가 많길래 나도 몇 개를 사봤다.

옛말에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에 들어가고 기념품을 사려면 시장에 들어가라고 했다.

난 유교권에서 태어났기에 선조님들의 말을 따라 모스크바의 전통시장이라는 이즈마일롭스키에 갔다.

입구 부분에는 벼룩시장처럼 러시아 사람들이 각자의 물건들을 팔고 있었는데 딱히 내 마음에 드는 것은 없었다.

그러다 내 마음에 쏙 드는 것을 발견했다.

모피는 안 좋다는 것을 알지만 곰을 발견한 순간 너무 멋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남자라면 곰 가죽 위에 누워봐야한다는 생각이 들어 정말 사고 싶었지만 돈도 없고 한국 세관에서 통과가 안 될 것 같아 구경만 했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기념품은 뭐니뭐니 해도 인형속에 인형이 있는 마트료시카다.

우선 시장을 한 바퀴 돌며 상품들의 대략적인 가격을 확인한 뒤 흥정에 들어가 적당한 가격으로 내가 원하는 선물들을 샀다.

전에도 말했지만 러시아의 지하철 역은 볼거리가 많아서 참 좋다.

하지만 지하철 노선도를 보기는 너무 어렵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지하철에는 영어가 좀 보였는데 모스크바에 오니 영어가 잘 안보인다.

지도에 나온 노선도와 잘 모르는 러시아어를 동원해 눈치로 역의 이름을 유추해서 탄다. 

치즈와 빵은 언제나 맛있다.

모스크바에서 맞는 마지막 저녁이니 좋은 식당에 갈까도 생각했지만 쌀밥이 너무 당겨 마트에서 치킨과 볶음밥을 사왔다.

기차에서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니 사진도 모두 백업하고 각종 전자기기를 점검한 뒤 호스텔을 나선다.

드디어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시작을 알리는 표지판 앞에 섰다.

이 열차를 타기 위해 중앙아시아 여행을 마치고 다시 서쪽으로 이동해 러시아로 왔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로망으로 남아있는 그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드디어 집으로 간다.

내가 탄 열차는 7일 동안 188시간을 달리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다.

중간 중간 내리며 시베리아의 풍경을 보는 사람들도 많지만 무슨 일을 하던 큰 것을 좋아하는 나이기에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9334km를 쉬지 않고 달리는 기차를 예매했다.

이 말은 앞으로 188시간 동안 씻을 수 없다는 뜻이기에 7일간의 내 얼굴을 기록해보기로 했다. 

자고 일어나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의 첫 아침을 먹는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는 역시 도시락이 최고다.

열차에서 읽기 위해 핀란드에서 미리 준비했던 모비딕을 꺼냈다.

부족한 영어 실력으로 영문판을 읽자니 힘이 들지만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다. 

열차의 각 칸마다 있는 승무원에게 말을 하면 차를 타 먹을 수 있는 잔을 준다.

잃어버리면 꽤 비싼 값을 물어줘야 하니 7일 동안 잘 쓰다가 돌려줘야한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 맞는 첫 저녁이기에 식당칸을 이용해보기로 했다.

감자와 고기가 들어간 요리를 시켰는데 꽤 맛있었다.

대부분 메뉴들의 가격은 300루블(한화 6,000원) 정도라 시내와 비교했을 때 크게 비싼 것 같지는 않았다.

내가 고른 열차는 4인용 칸인데 한 방에 4개의 침대가 있는 2등석 칸이다.

시베리아 횡단열차 티켓은 러시아 철도청 사이트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고 일찍 살수록 가격이 싸 난 6500루블(한화 17만원)정도에 구매할 수 있었다.

열차 안에는 히터가 항상 가동되고 있어 따뜻하고 처음 표검사를 하며 시트와 수건을 준다.

난 2층을 골랐는데 2층으로 올라가는 사다리도 있어 올라가기는 쉬웠다.

윗부분에는 짐을 넣을 수 있는 선방이 있는데 68리터짜리 배낭이 충분히 들어갈 정도의 크기였다.

창가 쪽에도 작은 선반이 있어 내가 자주 꺼내는 짐들과 식량을 올려놓을 수 있었다.

책을 읽고 잠을 자다보니 벌써 하루가 지나갔다.

화장실에서 간단하게 세수만 하고 오늘의 인증샷을 찍는다.

자고 일어나 열차 시간표를 보니 다다음 역에서 오래 정차할 계획이길래 기다렸다 밖으로 나왔다.

여행을 하며 장거리 버스도 많이 타봐서 그런지 누워있는 시간이 전혀 힘들지 않다. 

우선 역 근처의 매점에서 따뜻한 핫도그를 하나 사 먹는다.

역시 음식은 따뜻해야 맛있다.

이게 바로 시베리아의 날씨다.

기차 레일만 빼고 얼어붙은 것을 보니 내가 시베리아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것이 실감난다.

신발 끈을 묶기 귀찮다는 이유로 슬리퍼만 신고 나왔더니 발이 조금 시리다.

사실 양말도 신지 말까 고민했었는데 맨발로 나왔으면 동상에 걸릴뻔 했다.

큰 역이라 그런지 역 근처에 마트가 있어 식량을 공수해왔다.

모스크바에서 식량을 꽤 사긴 했지만 중간 중간 보급은 계속해줘야한다.

기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가길래 따라갔더니 저렴한 식당이길래 쁠롭을 포장해 기차로 돌아왔다.

역시 사람들이 몰리는 곳에는 다 이유가 있다.

밥도 먹고나니 딱히 할 일이 없어 내 식량창고를 정리했다.

각종 통조림들과 라면, 빵 등을 정리하고 있는 나를 보고 맞은 편에 앉은 아저씨가 웃는다.

기차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은 한정되어 있으니 발포 비타민을 물에 타 꼬박꼬박 마셔준다.

이게 러시아에서 유명한 알룐까라는 초콜릿이라고 하길래 사봤는데 역시나 맛있다.

지구는 넓으니까 초콜릿을 맛 없어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난 아직까지 초콜릿을 싫어하는 사람은 못 만나본 것 같다.

오늘 저녁은 마트에서 사온 치즈와 고기를 빵에 얹어 푸짐하게 먹는다.

입맛이 저렴하니 간단한 조합에도 행복하게 먹을 수 있다.

머리가 점점 떡이 지기 시작하길래 뒤로 묶었다.

그래도 세수는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도대체 무엇일까 궁금해 사본 인스턴트 감자 퓨레인데 생각보다 엄청 맛있었다.

컵라면 용기에 가루가 들어있는데 뜨거운 물을 붓고 수저로 저어주면 메쉬드 포테이토가 만들어진다.

과학 기술은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느끼며 어제 사둔 샐러드와 함께 먹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탄다면 꼭 러시아 철도청에서 열차 시간표를 받아야한다.

모스크바 시간을 표준시로 열차가 언제 멈추고 언제 서는지 나와 있어 열차가 멈춘 사이에 마실 나가기 편하다.

이번 역에는 눈도 쌓여있지만 난 오늘도 슬리퍼를 신고 밖으로 나가 쇼핑을 한다.

식량 보급을 하며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 왔더니 같은 칸에 탄 사람들이 안 춥냐며 웃는다.

내가 러시아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었다면 원래 아이스크림은 추울 때 먹어야 제 맛이라고 말해줬을텐데 러시아어를 못하니 그냥 웃는다.

많은 장거리 이동에서 배운 것 중 하나는 스도쿠와 함께하면 지루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란에서 천원도 안 주고 산 스도쿠이기에 페르시아 숫자로 표기되어 있지만 다행히 페르시아 숫자는 읽을 수 있으니 괜찮다. 

졸리면 자면 되고 입이 심심하면 과자를 먹으면 된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는 극단적으로 놀고 먹는 삶이 계속 된다.

창밖에는 눈이 쌓여 있는 풍경뿐이라 창문을 바라보며 멍 떄리기 좋다. 

세상 좋게 웃고 있는 아저씨는 내 맞은 편에 있는 아저씨인데 이 아저씨덕분에 열차를 중간에서 내려야하나 수 많은 고민을 했다.

지금까지 여행을 하며 암내가 심한 사람을 몇명 만나봤지만 이 아저씨만큼 독보적인 암내는 만나보지 못했다.

암내가 얼마나 심한지 잠을 자다가 숨이 막혀 숨을 쉬기위해 잠을 깬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특히 아저씨가 아침에 일어나 1층으로 내려가 탁자에 팔을 올리고 겨드랑이를 벌리면 자다가도 살기위해 눈이 저절로 떠진다.

암내만 아니면 참 유쾌하고 착한 아저씨인데 3일 동안 숨도 제대로 못 쉴 정도가 되니 미칠 것 같다.

농담이 아니라 하루에도 몇번씩 그냥 기차표를 버리고 다음 기차를 끊을까 고민하게 만드는 암내였다.

사람의 감각 중에 후각이 가장 예민해 쉽게 피로해진다는 말은 다 거짓말이다.

아무리 쉽게 피로해지는 후각이더라도 강력한 자극을 만나면 쉬지 않고 뇌로 정보를 전달한다는 것을 7일 동안 몸으로 배웠다.


암내 이야기는 하더라도 아저씨의 사진은 찍을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내가 계속 사진을 찍으니 자신도 찍어달라고 하시길래 사진을 찍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또 다른 적은 시간은 모스크바 기준이지만 계속해서 동쪽으로 달려가기에 몸이 시차적응을 못한다는 점이다.

오후 4시만 되어도 창 밖은 어두워지기에 그냥 자신이 졸릴 때 자고, 배고플 때 먹는 것이 좋다.

위에서 아저씨의 암내를 농담처럼 적어놨지만 우리 방에 들어오는 손님들은 대부분 승무원을 불러 자리를 바꿔달라고 했다.

향수를 진하게 뿌린 아줌마가 우리 방에 들어왔길래 드디어 숨을 돌릴 수 있을줄 알았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승무원을 불러 막 뭐라하더니 자리를 옮긴다.

난 러시아어도 못하고 전 구간을 예매했기에 빈 자리 찾기가 힘들 것 같아 자리도 못 옮기니 어쩔 수 없다.

설상가상으로 아저씨는 블라디보스톡에서 10시간 떨어진 곳까지 가신다고 하니 앞으로 3일을 더 참아야한다.

혹시 여름의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을 계획 중이신 분이 계신다면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면서라도 말리고 싶다.

기차에 탄 대부분의 러시아 사람들이 땀을 흘리는 여름의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느니 그 돈으로 차라리 비행기를 타시길 추천드립니다.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며 말릴 수 없으니 도시락이나 먹어야겠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에는 각 칸마다 뜨거운 물이 24시간 끓고 있어 인스턴트 음식을 먹기 좋다.

카메라의 피부톤 보정을 켰더니 초췌한 얼굴이 잘 표현되지 않는다.

역시 이래서 사진발을 믿으면 안되나보다.

밖이 춥다는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는듯이 열차의 연결부위에는 눈이 쌓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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