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World Travel/키르기스스탄-Kyrgyzstan

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160. 비쉬케크에서 만난 아름다운 설산. (키르기스스탄 - 비쉬케크)

안녕하세요. 


오늘은 즐거운 성탄절입니다.


오늘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되시길 바랄게요.



오늘 아침은 감자스프다.

물론 맛은 있지만 배가 부르진 않는다.

여행을 하면서 위장이 너무 커진 것 같다.

오랜만에 산을 타서 그런지 어제 조금 많이 걸었다고 발에 물집이 잡혔다.

지금은 조금 쓰라린 물집이지만 곧 굳은살이 되어 더 강한 발을 만들어 줄테니 괜찮다.

밥 사진 다음에 바로 발 사진을 올려서 죄송합니다.

어제 사리첼크 호수를 봤으니 오늘은 또 이동할 차례다.

랄프와 하이디는 3주 정도의 휴가를 즐기는 것이기에 이동을 빠르게 하고 있는데 함께 하는 것이 좋아 나도 함께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계획했던 것보다 이동이 10일 정도 당겨진 것 같은데 앞으로 한적한 곳이 나오면 푹 쉬어야겠다.

아킷 마을에는 여행객이 얼마 없어 마을 밖으로 나가는 차를 빌리는 것도 힘이 든다.

물론 돈을 주면 차는 오지만 사람 수를 꽉 채워서 나가야 돈을 절약할 수 있다.

어제 사리첼크 호수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다른 여행자들을 만났는데 랄프에게 자신들이 4인승 차를 빌리면 2자리가 비니 나를 버리고 자신들과 함께 가자고 했던 커플이 있었다.

랄프는 나와 함께 타지키스탄에서부터 왔으니 괜찮다고 거절했다며 나에게 그 이야기를 해줬는데 어쩌다보니 우리가 큰 차를 빌리게 되어 이 커플들과 함께 이동하게 되었다.

사람을 미워하면 안 되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차를 타고 가는데 도로 옆에 옛 소련시절 건물처럼 보이는 건물이 있었다. 

이번에도 차를 통째로 빌린 것이기에 우리가 원하는 곳에서는 언제든지 차를 세울 수 있다.

중앙아시아 여행을 하며 차는 원 없이 빌리는 것 같은데 대중교통이 열악한 곳이니 어쩔 수 없지만 같이 빌리기에 돈도 크게 부담되지 않고 편하기도 하다.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에 들어갔는데 뭘 파는 곳인지 물어보니 만티가 유명하다길래 큰 그릇으로 달라고 했다.

만티는 몇번 먹어봤기에 예상은 했지만 이번엔 생김새부터 완전 우리나라의 만둣국과 똑같았다.

맛을 보니 국물도 만둣국 맛이라 정말 맛있게 먹으며 한국에서는 만둣국이라고 부른다며 식당에서 한국어 수업을 열었다.

키르기스스탄은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 중국에서 공산품의 수입을 많이 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이 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중앙아시아 지역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하던데 여행을 하다보니 그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파미르 고원은 지나왔지만 아직도 아름다운 도로는 많이 남아있다.

기본적인 고도가 3000m가 넘다 보니 눈도 잘 녹지 않고 겨울이 오면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고 한다.

그저 중앙아시아가 오고 싶었기에 여행 경로에 넣었는데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점에 여행하게 된 것이 정말 행운인 것 같다.

웅장한 산도 보고 아름다운 설산도 볼 수 있어 정말 행복하다.

차는 계속 달려 키르기스스탄의 수도인 비슈케크에 도착했다.

우리가 가려고 했던 숙소의 주소를 찾아갔는데 그 곳에 숙소는 없고 전화도 연결이 안 됐다.

1시간이 넘도록 돌아다니다 포기하고 아무 숙소나 들어가려고 하는데 수도라 그런지 하루 숙박에 기본 30달러 이상을 부른다.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 호텔에서 받은 지도를 보니 호스텔이 표시되어 있길래 택시를 타고 이동했는데 시설도 깨끗하고 도미토리가 10달러 정도라 여기서 묵기로 했다.

시간도 늦고 숙소를 찾는데 너무 힘이 들었기에 오늘 저녁은 그냥 간단히 도시락에 맥주로 결정했다.

이 호스텔도 아침이 제공되는데 꽤 정갈하게 나와 기분이 좋았다.

오랜만에 와이파이를 만났으니 여행기도 업데이트 하고 인터넷 세상도 즐긴다.

그동안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오늘은 아무 것도 안하고 숙소에서 쉬기로 했다.

침대에 누워 잉여로움을 만끽하고 있는데 랄프가 좋은 양조장을 알아냈다며 같이 가자고 한다.

술을 거절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배웠으니 당연히 따라갔다.

아파트 단지 근처에 있는 술집이었는데 솔직히 한국에 있는 웬만한 술집보다 좋아보였다. 

식사와 함께 주문했는데 맥주를 2잔씩 마셔가니 주문한 요리가 나왔다.

요리는 기대보다 못한 맛이었지만 맥주는 정말 맛있었다.

랄프도 컵라면의 맛에 빠졌는지 그냥 자기 아쉬우니 도시락을 하나 먹자고 한다.

슈퍼에 가니 도시락이 없다길래 아무거나 달라고 했는데 확실히 도시락보다는 조금 아쉬운 맛이었다.

중앙아시아에서 컵라면을 지칭하는 대명사가 도시락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실제로 그냥 도시락이라고 말하면 컵라면을 준다.

오늘 아침은 내가 좋아하는 달걀이다.

호주에서 5개월동안 아침으로 달걀을 먹었으면 물릴만도 하지만 난 아직까지 달걀이 좋다.

어제 맥주를 마시며 랄프가 또 나를 꼬셨다.

비슈케크 근처에 좋은 산이 있는데 같이 가자고 꼬시길래 난 이제 휴식을 취하고 싶다고 말했더니 이 산은 정말 아름답다며 갔다와서 휴식을 취해도 되지 않겠냐고 말하길래 이번에도 맥주를 원샷하고 콜을 외쳤다.

택시 기사 아저씨와 말은 통하지 않지만 서로가 필요한 것을 눈치로 알 수 있기에 오후에 우리를 데리러 다시 오기로 하고 택시를 왕복으로 잡았다.

이번에 우리가 온 곳은 비슈케크에서 30km 정도 떨어진 알라 아르차라는 곳이다.

입구에 내리니 작은 산장 겸 휴게소가 있었는데 우리는 산을 보러 왔으니 우선 산을 향해 걸어간다.

알라 아르차에는 1박 2일 코스를 비롯해 여러가지 코스가 있는데 우린 당일치기 코스를 골랐다.

개략적인 지도밖에 없기에 대충 방향만 잡고 길을 걷는다.

방향을 제대로 잡았는지 지도에 표시된 작은 강이 나왔는데 지도에 나와있는 다리는 보이지 않는다.

물살이 꽤 빨라 그냥 건너는 것은 위험해 보여 다리를 찾아 계속 내려가보기로 했다.

말 그대로 작은 다리가 나왔는데 발판이 보이지 않는다.

원래 발판이 없는 다리인지 낡아서 떨어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산을 오르려면 건너가야한다.

 철제 난간을 잘 붙잡고 지그재그로 건너가면 되는데 다리가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며 건너갔다.

다리를 건너니 제대로 된 산이 보인다.

아름다운 산님을 만나기 위해 여기까지 왔으니 잘 부탁드린다며 인사를 하고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응달이 지는 곳에는 눈이 녹지 않은 모습이 확연하게 보인다.

눈 덮힌 모습이 아름답지만 아이젠이 없으니 조심조심 걸어가야한다.

계속 응달진 곳을 걸으니 태양님이 그립다.

여름엔 태양님이 싫었지만 추우니 그리워지는 것을 보니 남자의 마음은 갈대인가 보다.

산에서는 배가 고프기 전에 먹고 힘이 들기 전에 쉬어줘야 한다는 말이 있다.

난 쉬운 남자이니 시키는대로 배가 고파지기 전에 간단하게 에너지를 보충해준다.

아무리 겨울이라지만 햇살은 우리를 비춰준다.

사람들을 구조하다 돌아가신 산악 구조대원들을 기리고 있었는데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고 고맙게 느껴져 기도를 올리고 나왔다.

우리나라의 소방관분들의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는 이야기가 항상 나오지만 실질적인 제도나 혜택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전 세계 어디에 있는 산을 올라가든 사람들을 위해 남겨놓은 표식을 볼 수 있다.

이런 표식을 남긴 사람들처럼 자신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닌 서로를 돕고 생각하는 삶을 살고 싶다.

산을 오르다보면 이렇게 바닥이 헤집어진 곳이 보이는데 이건 멧돼지의 흔적이라고 한다.

혹시나 멧돼지를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주위를 둘러봤지만 야행성이라 그런지 멧돼지의 털끝 하나 보이지 않았다.

눈 덮힌 산을 오르다보니 정말 겨울이 온 것 같았다.

이제 이 겨울이 지나기 전에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 생각하니 아쉽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다.

하지만 집에 돌아가는 것은 모든 것을 즐기고 느낀 뒤의 일이니 지금은 현재만 생각하면 된다.

산 속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더 아름다운 설경이 펼쳐진다.

히말라야에서 처음 느낀 겨울 산행의 아름다움 덕분에 산을 좋아하게 됐는데 한국에 돌아가면 꼭 겨울 한라산에 올라가봐야겠다. 

이번에도 뒤를 돌아보면 꽤 멀리 들어왔다.

매번 하는 말이지만 이 기분이 좋아 힘들지만 계속해서 산을 찾게 된다.

거대한 자연이지만 사람은 거기에 굴복하지 않고 그 자연과 함께 살아나가는 법을 알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자연을 컨트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자연은 극복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가야할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자연과 함께 살아온 선조들의 지혜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계속 걷다보니 끝이 나왔다.

물론 더 올라가려면 더 올라갈 수도 있겠지만 장비도 없고 돌아갈 시간까지 생각한다면 여기서 멈추는 것이 맞다.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줬으니 더 이상 욕심부리지 않고 내려가는 것이 맞다.

아쉬우면 다음에 더 철저히 준비해서 다시 오르면 된다.

가진 것에 만족할 줄 알되 더 멋진 미래를 기약하고 준비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산에 오르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요거트를 먹고 눈으로 입가심을 한다.

팥만 있다면 팥빙수를 만들어 먹어도 참 좋을 것 같다.

내려 가는 길이라 신이 났는지 하이디가 눈싸움을 건다.

랄프와 하이디는 50이 다 되어가는 나이지만 서로를 사랑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

부러우면 지는건데 나도 서로를 잡아주고 이끌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가을 하늘도 아름답지만 겨울 하늘도 아름답다.

그냥 푸른 하늘은 다 아름답다.

내가 느낀 빛을 표현해보고 싶어 사진을 찍어봤는데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왔다.

내가 원하는 사진을 찍기는 어렵지만 가끔씩 찍히는 이런 사진 덕분에 카메라를 드는 것이 재미있다.

이제 다시 다리를 건너 집으로 갈 시간이다.

약속한 시간에 딱 맞춰 돌아온 아저씨 덕분에 잠시 쉬다 바로 숙소로 돌아갈 수 있었다.

지금까지 지나온 마을들과 다르게 비슈케크에 오니 슈퍼마켓도 있다.

오랜만에 본 슈퍼마켓이니 당연히 들어가봐야한다. 

슈퍼마켓에 가니 도시락뿐만 아니라 다양한 라면들과 초코파이도 팔고 있었다.

랄프에게 열 라면의 '열'이 뜻하는 것이 뭔지 알려주니 도전해보겠다며 먹었는데 조금 맵지만 먹을만 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라면을 먹을 때 후루룩 소리를 내며 먹는데 랄프와 하이디는 아주 조용하게 먹길래 나도 예의를 차리기 위해 조용히 먹고 있는데 라면을 조용히 먹으려니 힘이 든다.

한국에서는 후루룩 소리를 내며 먹는다는 설명을 해주기는 했지만 외국인 앞에서 소리를 내며 식사를 하자니 민망해 계속 조용히 먹었다. 

당을 보충하기 위해 코코넛이 들어간 초콜릿을 처음 먹어봤는데 정말 맛있었다.

달콤한 맛을 코코넛이 잡아주는 맛이 정말 좋았다.

대화에는 술이 빠질 수 없다.

도시락은 에피타이저였고 오늘의 메인 메뉴는 피자다.

아침에 호스텔을 나오며 피자가게의 전단지를 봤었는데 산을 오르며 이야기를 하다보니 내려가면 피자에 맥주를 먹기로 정했다.

내가 여행을 하며 처음으로 먹는 배달 피자라고 하니 랄프는 자기 인생에서 처음으로 먹는 배달 피자라고 한다.

젊을 때는 배달서비스를 이용해보지 않았고 현재 살고 있는 집은 도시에서 좀 떨어진 지역이라 피자 배달이 안 된다고 한다.

서로의 첫 배달 피자를 기념하며 맛있게 먹었다.


제 여행기가 재미있으셨다면

 

하트클릭 한번과 댓글 하나만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