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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Travel/이란-Iran

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148. 페르시아 제국의 수도, 페르세폴리스. (이란 - 시라즈)


어릴 때는 흰 달걀이 신기하고 특이해보여 갈색 달걀보다 좋은 줄 알았는데 달걀을 낳는 닭의 색깔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고 어른이 된 기분이 들었었다.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순수함은 사라지는 것 같다.

호스텔을 나오는데 선물이 있다며 여권 케이스를 준다.

잠시 묵고 떠나가는 여행자까지 챙겨주는 마음이 정말 고마워 기념품으로 간직하기로 했다.

어제 발에 물린 빈대가 이맘 광장에서 물린 것이길 바랐는데 아무래도 호스텔에서 물린 것 같다.

빈대에 물리니 빨리 이스파한을 떠나고 싶다는 마음밖에 들지 않았는데 이스파한에 며칠을 묵을까 고민하다 3일만 묵기로 정하기를 잘 한 것 같다.

특히 발에 집중적으로 물렸는데 긁어도 긁어도 간지럽고 참으려 해도 자꾸 긁게 된다.

이제 아름다웠지만 간지러움을 안겨준 이스파한을 떠난다.

이번 버스 기사님도 아주머니다.

시장에서도 아저씨들밖에 보이지 않던 이란인데 버스 기사님들 중에는 여성 드라이버도 어느정도 있나보다.

버스바퀴에 뭐가 묻어 있길래 살펴보니 동물의 피로 보이는 것이 보였다.

이슬람 문화권에도 고사를 지내는 문화가 있나보다.

이번에 도착한 곳은 이란의 동남부에 위치한 쉬라즈다.

이스파한에서 만난 친구가 추천해준 호텔로 왔는데 깔끔한 것이 마음에 들어 1박에 4만 토만(한화 13,000원)에 묵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오니 쌀밥이 당겨 리셉션에 가 '베렌제'를 외치니 식당을 추천해준다.

역시 한국인은 쌀밥에 고기를 먹어야한다. 

아침에 일어나니 배가 고파 어제 갔던 식당에 다시 찾아갔다.

이란을 여행하며 식당을 찾기는 힘이 들지만 케밥이 잘 구워져 나오니 식당 찾는 것을 포기할 수 없다.

빈대에 물린 곳이 가라앉기를 바라며 오늘은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숙소에서 쉬기로 했다.

몸은 간지럽지만 에어컨이 있어 견딜만 했다.

방에서 뒹굴거리다보니 저녁 먹을 시간이라 밖으로 나왔다.

날이 더우니 우선 쉐이크를 하나 사 먹는다.

오늘 저녁은 뭘 먹을까 고민했는데 같은 호텔에 묵고 있는 사람들이 피자를 먹길래 나도 피자를 먹기로 했다.

리셉션에 피자가게를 물어보니 시라즈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라며 추천을 해줘 사왔는데 기름이 많긴 했지만 맛있었다.

이왕 휴식을 하기로 했으면 제대로 먹어줘야하니 복숭아 통조림도 사왔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만들어진 통조림을 이란에서 먹고 있다니 역시 지구촌 시대인가 보다.

오늘 아침에는 일찍 일어났더니 식당이 열지 않았길래 버스터미널에서 햄버거를 시켰다.

나름 햄버거에 들어있을 것은 다 들어있어 맛있게 먹었다. 

시라즈에는 페르시아 유적 중 최고라 꼽히는 페르세폴리스가 있는데 보통 투어회사를 이용해 간다고 한다.

투어회사를 이용하면 편히갈 수 있고 가이드도 있지만 버스를 이용해 가기로 했다. 

내가 버스 사진을 찍고 있으니 아저씨들이 자기들도 찍어달라길래 카메라를 들자 자세를 잡는다. 

페르세폴리스 근처 마을에 내려 영어를 할 줄 아는 이란 아저씨와 택시 합승을 해 페르세폴리스로 향했다.

택시에서 내리니 멀리 유적지처럼 생긴 곳이 보인다.

페르세폴리스는 페르시아 왕국의 수도를 지칭하는 말인데 기원전 6세기의 유적지라고 한다.

페르시아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단편적인 지식들과 '페르시아의 왕자'라는 게임 뿐이라 부끄럽다. 

이란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답게 입장료가 15,000토만(한화 5,000원)이나 한다.

계단을 보호하기 위해 나무로 된 가설계단을 설치해놓았는데 문화재를 소중하게 여기는 이란 정부의 정책이 보이는 것 같았다.

계단을 올라가면 웅장한 문이 보이는데 이 곳의 이름은 모든 땅의 문이라고 한다.

지금은 훼손되고 약탈당해 알아보기 힘들지만 문을 지키는 조각은 황소의 몸에 독수리의 날개, 왕관을 쓴 사람의 머리로 이뤄져 있었다고 한다.

다른 나라 유적지에 이름을 새기는 것은 도대체 무슨 심보인지 궁금하다.

페르세폴리스는 기원전 333년에 마케도니아 왕국의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페르시아를 침공하며 멸망했다고 한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2만마리가 넘는 가축을 동원해 페르세폴리스의 보물들을 약탈한 뒤 페르세폴리스를 폐허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란 사람들 입장에서 바라보면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철천지 원수일 것 같다.

문화재 보호를 위해 유리벽으로 막아놓은 모습이 곳곳에 보인다.

걸어가다 보면 만들다 만 입구도 보이는데 이런 돌을 깎아 아까 보았던 조각을 만든다니 정말 대단하다.

그리스나 페르시아 문화권에는 넘쳐나는 문화재때문인지 그냥 방치되어 있는 기둥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넘쳐나지만 다른 나라에는 없는 문화재에 해당하는 것이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다.

돌에 새겨진 조각을 보니 석굴암에서 들은 설명이 떠오른다.

흘끗 보면 그냥 조각일 뿐이지만 그 안에 녹아있는 이야기를 들으면 모든 것이 새롭게 보이고 재미있게 다가오던 기억이 난다.

아는만큼 보이는 것이기에 항상 공부하려는 마음을 가져야할텐데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어떻게 이런 큰 돌을 쌓고 조각을 해 하나의 기둥처럼 보이게 만들었는지 정말 신기하다.

손으로 새긴 조각인데 기계로 깎은 것처럼 일정한 모습을 보면 과거 장인들은 정말 대단하다.

이곳은 타차라라 불리던 다레이오스의 궁전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기둥만 남아있다.

페르세폴리스에는 기둥만 남은 유적지가 대부분이기에 하늘에서 내리쬐는 태양을 피할 곳이 없으니 시간이 지날수록 유적지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이 곳은 페르세폴리스의 창고라고 하는데 과거에는 하나의 입구밖에 없었다고 한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3000마리가 넘는 낙타와 노새를 이용해 이곳에 있던 물품들을 옮겼으며 그 가치는 3,120톤의 은과 맞먹을 정도였다고 한다.

창고의 벽이라기엔 너무 낮은 것 같았는데 발굴된 곳을 보니 밑부분엔 돌로 된 벽이 있었다.

이 벽들 사이사이에 각종 보물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3천 톤의 은이 도대체 어느정도인지도 상상이 되지 않는다.

지금은 CCTV가 있어 도둑이라도 잡을 수 있다지만 과거에는 힘이 약하다는 이유로 약탈당하고 나서 되찾을 방법도 없었으니 당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속이 터졌을 것 같다.

날이 더워 이제 페르세폴리스에서 나가려고 하는데 언덕부분에 유적지가 보인다.

비싼 돈을 내고 들어왔으니 모든 것을 봐야한다는 생각에 언덕길을 따라 걷는데 경사가 좀 심하다.

이제는 폐허가 되어 황량한 곳인데도 생명체가 살고 있었다.

더운 날씨에 언덕을 올라 찾아왔는데 설명이 적힌 표지판도 없고 안에 들어가볼 수도 없으니 허탈하다.

요르단에 가면 이처럼 절벽을 깎아 만든 페트라가 있다는데 언젠가는 구경할 기회가 있을거라 믿는다.

들어온 길을 따라 나가는데 이란친구들이 사진을 찍자고 한다.

내가 V 표시를 하며 자세를 잡자 감자 먹이는 자세를 취해달라고 시범을 보여 따라하니 웃느라 정신이 없다.

말이 안 통하니 물어볼 수는 없지만 이란에서 감자 먹이는 자세를 하고 있는 내가 웃겨 나도 따라 한참을 웃었다.

계속 웃다가 이번에는 정상적인 사진을 찍는다.

나와 찍은 사진을 다른 이란 친구들에게 보여주며 뭐라고 설명을 할지 궁금하다.

올라갔던 길과 반대방향에 있는 계단으로 내려오며 페르세폴리스 구경을 마쳤다.

가이드를 고용할까 고민했었는데 곳곳에 영어로 된 설명이 써있어 재미있게 구경할 수 있었다.

날이 덥다고 출구에 냉풍기를 설치해놨길래 한참을 앞에서 서성이다 걸을을 돌렸다.

페르세폴리스 입구에 대기중이던 합승택시를 타고 다시 시라즈로 돌아간다.

기사아저씨께서 한번에 시라즈로 가길 원하길래 흥정을 해봤지만 값이 안 맞아 그냥 버스터미널까지만 가기로 했다.

이란도 쿠바와 마찬가지로 자동차가 굴러만 가면 택시로 이용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자동차의 본래 용도인 운송능력이 지속되는 한 계속 이용하는 것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오늘 하루도 열심히 돌아다니느라 수고했으니 생과일 주스를 한 잔 마신다.

테헤란에서 환전을 넉넉히 한다고 했는데 돈이 좀 부족할 것 같아 조금 더 환전을 했다.

보라색 지폐는 주로 숙박비를 계산할 때 쓰는 5만토만(한화 14,000원)짜리 이고 파란색 지폐는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2만 리알(한화 700원)짜리 지폐다.

어제 사진을 찍었던 다리에 올랐는데 자동차들이 만들어내는 시라즈의 야경이 꽤 운치있어 한참을 내려다봤다.

오늘 하루의 끝도 베렌제를 먹으러 갔는데 맥주가 너무 당겨 무알콜맥주를 시켰다.

이란을 떠나는 그 순간 꼭 맥주를 먹고 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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