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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Travel/이란-Iran

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144. 모든 것이 신기한 이란여행. (이란 - 테헤란)


아르메니아 국경에서 남은 드람을 이용해 음료수를 하나 샀다.

레몬에이드인데 병 안에 진짜 레몬이 들어있어 신기했다.

이번에 들른 나라는 이란이다.

부모님은 이란으로 들어간다고 하니 많이 걱정을 하셨지만 여행 금지 국가도 아니고 그저 미국이 경제제재를 하고 있는 정도이니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여행경로를 짰다.

이런 내 생각이 맞았는지 국경을 지키고 있던 군인이 여권을 확인하면서 'Welcome to Islamic Republic of Iran'이라며 반겨준다.

이제 영화에서 보던 이란이 아닌 이슬람 공화국 이란을 보러 간다.

이란과 아르메니아는 육로로 연결되어 있기에 비자만 있다면 개인이 승용차를 가지고 왕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란은 아라비아 숫자를 쓰지 않고 페르시아 숫자를 쓰기에 국경에서 번호판을 교체해야한다. 

버스가 이란의 수도인 테헤란에 도착했다.

같이 버스를 타고 온 아주머니에게 택시타는 곳을 물어보니 친절하게 적정 가격까지 알려주신다.

택시 기사와 흥정을 한 뒤 할머니 한 분과 합승한 채로 택시를 타고 내가 알아놓은 숙소 근처의 거리로 갔다.

숙소의 정확한 주소는 모른채 왔는데 택시 기사가 경찰에게 호텔이름을 말하니 위치를 알려줘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오늘은 숙소에서 푹 쉬려다 생각해보니 이란은 금요일이 공휴일이라는 것이 떠올랐다.

우선 앞으로의 비자를 확실하게 해 놓은 상태로 이란 여행계획을 세워야하기에 한국 대사관에 먼저 가기로 했다.

이란은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지만 석유가 나는 나라기에 택시비가 엄청 저렴해 이번에도 택시를 잡았는데 운전기사 아저씨가 한국어를 하신다.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보니 한국에서 공장일을 하셨었다고 하는데 한국어를 엄청 잘하셔서 한국택시를 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국 대사관에 도착하니 방문시간이 거의 다 지나가고 있었지만 행정관님께서 정말 친절하게 대해주시고 가장 좋은 일은 자신한테 연락이 안 오는 것이지만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연락하라며 명함과 돌아가는 길에 마시라며 물도 주셨다.

외국에 있는 한국 대사관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을 많이 들어 걱정했는데 이란주재 한국 대사관은 정말 친절했다.


앞으로 중앙아시아 여행을 해야하는데 타지키스탄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한국 대사관의 레터라 불리는 보증서 같은 문서가 해 한국 대사관에 갔다.

여행자들 사이에서 가장 비자 받기가 까다로운 곳이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라고 소문이 나있는데 그 중 한 곳에 와 있는 것이 실감이 난다.

서울에는 테헤란로가 있고 이란에는 서울로가 있다.

한국과 이란의 수교 당시 서로의 수도에 이름을 붙인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제 미국과 이란이 핵협상을 했으니 지금의 수교관계가 더 좋아지기를 바랄뿐이다.

미국과 사이가 나빴던 쿠바와 이란을 다녀오고 나니 미국과의 관계가 개선되기 시작하는데 신기하다.

경제제재가 풀리고 미국식 자본주의가 침투하기 전에 다녀와 다행인 것 같기도 하다.

배가 고파 케밥을 하나 사 먹었는데 120,000리알(한화 4,000원)이나 한다.

이란의 물가가 싸다고 했는데 내가 사기를 당한 것인지 제 값을 주고 먹은지 헷갈리지만 고기는 많이 들어있어 맛있었다.

이란의 화폐는 1달러에 30,000리알이 조금 넘는데 단위가 너무 크기에 이란사람들은 뒷자리에 0을 하나 떼고 토만이라는 단위를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다.

내가 먹은 케밥을 예로 들면 12만 리알이지만 이란 사람들은 그냥 12,000토만이라 부르거나 12,000이라는 숫자만 말한다.

그렇기에 물건을 거래할 때는 항상 가격을 제대로 확인을 해야하고 특별한 말이 없으면 토만으로 생각하면 된다.

서울로 근처에는 LG에서 만든 서울공원도 있다.

이란에 와서 한국어를 할 줄 아는 택시기사 아저씨도 만나고 서울로와 서울공원도 구경하고 나니 앞으로의 이란 여행이 기대된다.

게다가 테헤란에는 차가 많다.

물론 운전 하는 입장에서는 짜증이 나는 상황이지만 난 이런 혼잡하고 무질서한 곳이 좋다.

서로 먼저가려고 껴들고 경적을 울리는 카오스 상태를 즐기는 것을 보니 난 역시 거지여행자가 맞나보다.

대사관 레터도 받았으니 천천히 구경을 하며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는데 공원에 미사일들이 보인다.

이란은 핵개발을 계속하고 있고 북한에서 미사일 기술을 수입한 나라인데 미국의 우호국이며 북한과 적국인 대한민국 국적인 내가 여행을 왔다는 사실이 재미있고 씁쓸하다.

전 세계에 평화가 가득하길 바랄 뿐이다.

이란은 당연히 이슬람 국가이기에 모스크가 많이 있다.

이란에서 처음 만난 모스크이기에 경비병에게 허락을 받고 사진을 찍었다.

사소한 내 행동으로 상대방이 기분 나쁠 수도 있으니 우리나라와 다른 문화권을 여행할 때는 항상 조심하고 물어봐야한다.

아무리 택시비가 저렴하다고 하더라도 난 뚜벅이 여행자이니 지하철이 잘 어울린다.

산유국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테헤란의 지하철 요금은 500토만(180원)이다.

12,000토만짜리 밥을 먹고 500토만짜리 지하철을 타니 밥 값이 아깝게 느껴진다.

이란의 지하철은 평범가게 생겼는데 테헤란의 사람들도 애용하는 것 같았다.

길을 걷다보니 목이 말라 음료수를 한잔 샀는데 2천토만(한화 700원)밖에 안 한다.

싼 물가가 실감나기 시작하니 자꾸 웃음이 나온다.

아 행복하다.

대략적인 물가 파악이 끝났으니 이제는 제대로 돈을 바꿔야한다.

미국의 경제제재로 인해 이란에서는 VISA를 비롯한 그 어떤 카드도 사용이 불가능하고 은행에서 계좌이체를 받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이란을 여행하려면 무조건 달러를 가져와 환전을 해야하는데 나에겐 터키에서 바꿔온 두둑한 달러가 있으니 걱정없다.


물론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만약 이란에서 사고가 나 돈이 필요한데 여유자금이 없다면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카페트 딜러들을 찾아가면 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카페트는 이란의 주요 수출품이기에 외국 카드 결제가 가능해 카드깡이 가능하다고 하니 수수료를 낸다면 비상수단으로 쓸 수 있다고 한다.

날이 더워 자꾸 목이 마르길래 가판대를 구경하는데 냉장고에 어디서 많이 본 회사가 보인다.

내가 사랑하면서 미워하는 기아타이거즈의 전신 기업인 해태의 포도봉봉으로 생각되는 음료수가 보이길래 3천토만(한화 1,000원)을 주고 샀다.

먹기 전에는 흔들어 먹으라는 친절한 문구와 함께 'Made in Korea'라는 문구가 보인다.

이란에 와서 봉봉을 먹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참 신기하고 재미있다.

이란 여행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넷을 들어갔는데 페르시아어로 써진 페이지가 열린다.

이란정부의 인터넷 통제로 페이스북을 비롯해 우리나라의 포털 블로그들이 불법 페이지로 분류되어 있어 열람이 불가능하다.

물론 VPN 서비스를 이용해 우회하면 되지만 가뜩이나 느린 인터넷 속도가 더 느려져 검색을 하려면 한나절이 걸린다.

다행히 여행을 하며 느린 인터넷에 적응이 되었기에 천천히 기다린다.

삶을 빨리 살면 좋은 점도 있겠지만 여유롭게 사는 것도 괜찮다.





나는요 거북이 이 땅에서 태어났죠 

하지만 사람들이 너무나도 빨라

우리는 바다에선 조금은 빠르긴 

하지만 땅 위에선 너무나도 느린것 같아 


급할 건 없어요 그렇다고 게으르지 않죠 

그렇게 수 억년을 잘 살아왔죠

뒤집지 말아요 일어설 수가 없잖아요 

그냥 우릴 바라봐줘요

빨리 가면 시간 남고 

할 일도 많은 사람들도 많지만 

우리는 좋아요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우리 거북이)


거북 거북이야 좀더 빨리 달려가자 

거북 거북이야 좀더 빨리 달려가자

거북 거북이야 좀더 힘을 내 달려가자 

하지만 거북아 토끼를 따라 잡지 못해

거북이 머리는 언제든 집으로 들어가요 

그래서 집에 빨리 갈 필요가 없죠

집 걱정 없어요 하지만 꿈이 있어요 

우리는 정말 빠른 거북이랍니다


빨리 가면 시간 남고 할 일도 많은 

사람들도 많지만 우리는 좋아요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우리 거북이)

거북 거북이야 좀더 빨리 달려가자 

거북 거북이야 좀더 빨리 달려가자

거북 거북이야 좀더 힘을 내 달려가자 

하지만 거북아 토끼를 따라 잡을 순 없단다


타카피 - 거북이


이란 이슬람 국가이기에 여성들의 활동이 자유롭지 못한데 여자가 외출을 하려면 얼굴부분을 제외한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려오는 차도르를 써야한다.

지하철과 같은 대중 교통도 여성전용 칸이 따로 있는데 결혼을 한 여자들은 가족과 함께 일반 칸에 타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여행을 하며 이슬람 문화를 접하긴 했지만 이란에 오니 내가 완벽한 이슬람 문화권에 들어왔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지하철에서 내려 타지키스탄 대사관을 찾아간다고 말하니 합승택시 아저씨들이 모여 이야기를 하시더니 이 차를 타면 된다고 한다.

도움을 요청한 사람을 돕는 것이 이슬람 교리라는 말은 들었지만 이란에 도착해서 만난 사람들이 모두 착하고 친절하니 이란 여행이 기대된다.  

타지키스탄 대사관을 찾아왔는데 비자 접수 창구가 바로 이 작은 창문이라고 한다.

20분 정도 기다렸지만 창문을 열 생각을 안 하길래 문을 두드려 서류를 받았다.

비자 비용으로 45달러를 내면 1주일 뒤에 찾을 수 있는데 73달러를 내면 오늘 오후에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비자 발급을 위해 테헤란에 1주일이나 있기 아쉬워 당일 발급을 부탁하며 100달러를 냈더니 잠시 뒤에 나를 조용히 부른다.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80달러를 내면 5분 안에 발급이 가능하다길래 어이가 없었지만 오후까지 대사관 앞에서 기다리기 귀찮아 알았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잠시 뒤에 또 나를 부르더니 왜 2주짜리 비자신청을 했냐며 자기가 알아서 1달짜리로 바꿔 준다고 말을 한다.

타지키스탄 비자는 주로 2주짜리를 준다길래 기대도 안 했었는데 추가금을 냈더니 알아서 기간도 늘려준다.

돈이라면 귀신도 부린다는 말이 떠오르는데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가 않다.

내가 먼저 돈으로 요청한 것이 아니여서 그런 것인지, 직원의 행동이 밉살맞지 않아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허허 웃고 말았다.

잠시 기다리니 1달짜리 비자가 나왔다.

아직 이란 여행도 못했는데 중앙아시아 여행의 틀이 잡히고 있다.

지하철 역으로 돌아가는 승합버스를 기다리는데 버스가 오지않아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걸으면 살도 빠지고 몸도 튼튼해지고 돈도 아낄 수 있다. 

배가고파 식당을 찾는데 거리에 식당이 하나도 없다.

계속 길을 걷다보니 좀 세련된 제과점이 보이길래 들어가 치킨 데리야끼 샌드위치를 시켰다.

이 때는 이 샌드위치가 얼마나 맛있고 귀한 것인지 모른채 그냥 맛있게 먹었는데 이란 여행을 끝내고 보니 참 대단한 샌드위치였다.

역 근처에 다다르니 아이스크림 가게가 보이길래 믹스 아이스크림을 골랐는데 적당히 달콤하면서 쫀득한 식감이 살아있어 맛있었다.

이란에도 갤럭시 제품을 팔고 있었다.

삼성을 무조건 싫어하거나 좋아하는 것은 문제가 있겠지만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나라에서 시작해 이 정도까지 성장한 것은 정말 대단하다.

지하철을 타러 가는데 살찐 사람은 자리에 앉지도 말라는 것처럼 보이는 이상한 벽보가 있었다.

뱃살은 그 사람의 인품을 나타내는 것이라 배웠는데 살이 쪘다고 무시하는 것 같아 별로였다.

제가 살이 쪄서 그런 것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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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시아어를 할 줄 몰라 벽보를 오해했는데 댓글에 달린 설명을 들으니 남성칸에 자리가 없다고 여성전용칸에 앉는 남자들에게 앉지 말라는 의미를 지닌 벽보라고 해 내용을 추가합니다.

혹시나 제가 모르고 실수한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지 알려주시면 바로바로 수정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숙소 근처로 돌아와 거리 구경을 하는데 관광객들이 꼬마 열차를 타고 시내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나도 동심을 되살려 타볼까 했는데 속도가 너무 느려 더울 것 같아 구경만 했다.

비자도 발급받았으니 이제 다음 미션을 수행하러 중동지역 최대의 시장인 테헤란 바자르로 향했다.

분위기는 터키 이스탄불의 그랜드 바자르와 비슷했는데 여자들이 차도르를 쓰고 다녀서 그런지 더 중동스러운 분위기가 들었다.

그리고 시장 곳곳에서 내가 좋아하는 당근 주스를 팔고 있었다.

물을 비롯한 다른 첨가물은 하나도 넣지 않은 순도 100% 당근 주스가 한 잔에 2,000토만(한화 700원)밖에 안 한다.

드디어 내가 원하던 바지를 찾았다.

조지아와 아르메니아에서 냉장고 바지를 사려고 했던 이유는 이란 여행때문이었는데 결국 이란에 와서야 시원한 긴 바지를 살 수 있었다.

이란은 이슬람 국가이기에 여자 여행자들도 스카프 등을 이용해 머리를 가려야하고 긴 소매의 옷을 입어야 한다.

남자 여행자들은 조금 더 자유로워 반팔은 입을 수 있지만 반바지는 착용이 불가능하다.

눈에 불을 켜고 시원한 바지를 찾다보니 내가 좋아하는 파란색 바지가 보여 11,000토만( 한화 3,500원)에 샀는데 정말 시원하다. 

숙소 근처에 있는 식당을 찾아 돌아다니는데 식당이 보이지 않는다.

알고보니 이란은 외식문화가 발달되어 있지 않아 식당이 많지 않다고 한다.

겨우 샌드위치 가게를 하나 찾았는데 통닭을 팔고 있기에 혹시 반마리도 파냐고 물어보니 걱정말고 자리에 앉으라고 한다.

역시 치느님은 언제나 옳다.

치킨을 먹은 뒤라 맥주가 당기지만 여행자가 이란에서 맥주를 찾기란 하늘의 별을 따는 것과 비슷한 난이도일 것이니 콜라로 달랜다.

쿠바와 마찬가지로 이란에는 코카콜라가 수입되지 않아 잠잠이라는 자체 콜라 브랜드가 있는데 단맛이 강했다.

내가 테헤란에서 묵고 있는 마샤드 호텔은 말이 호텔이지 거의 호스텔이라고 보면 된다.

도미토리는 23,000토만(한화 7,000원)으로 가격이 저렴하면서 시설이 조금 열악한 편이지만 사진에 보이는 정보북이 있기에 한국인과 일본인 배낭여행자들의 필수 방문 호텔이다.

여행자가 많지 않은 이란의 특성상 론니 플래닛이나 인터넷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한계가 있기에 여행자들이 이란을 여행하며 자신들이 직접 겪은 이란 여행의 팁들을 공책에 적기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데 나도 이 책을 보고 이란 여행에 대한 개요를 짤 수 있었다.

최신 중앙아시아 비자 정보가 없길래 나도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적었는데 누군가게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여행경로를 짜기 위해 시간이 날 때마다 구글맵을 봤더니 중앙아시아와 중동 지역의 지도가 머릿 속에 박혔지만 오늘도 구글맵을 켰다.

사실 내가 가장 보고 싶었던 곳은 투크르메니스탄에 있는 악마의 문인데 투르크메니스탄은 거의 북한과 비슷한 나라이기에 여행자들에게 여행비자를 발급해주지 않는다.

그렇기에 투르크메니스탄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경유비자가 필요하고 경유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우즈베키스탄의 비자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80달러를 내고 초청장을 받은 뒤 우즈베키스탄 대사관에 찾아가 빌어볼 생각도 해봤지만 자기들이 뭐라고 여행비자를 받는데 초청장이 필요하고 비자 발급비로 100달러 가까운 돈을 또 내야하냐는 생각이 들어 그냥 투르크메니스탄을 포기하기로 했다.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대한민국에서 한 성질 하기로 유명한 최씨 똥고집과 남자의 오기가 합쳐지니 기분이 나빠 우즈베키스탄에 가기가 싫어졌다.

한 순간의 기분일지라도 이미 마음이 굳었으니 우즈베키스탄은 건너뛰기로 했다. 

아침에 배가 고파 밖으로 나왔는데 모든 상점이 다 문을 닫았다.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금요일이 휴일이라길래 혹시나 했는데 정말로 거리에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겨우 문을 연 빵집을 찾아 빵을 하나 샀는데 5000리알(한화 200원)밖에 안 한다.

품질이 안 좋다고 해도 그렇지 물가가 정말 저렴하긴 저렴하다.

나야 아무리 딱딱한 빵을 먹어도 그러려니 하며 맛있게 먹는 성격이니 빵이 질겨도 괜찮다.

후식으로 어제 사 놓은 망고를 까 먹는데 망고는 전 세계 어디를 가도 맛있는 것 같다.

물가가 저렴하다고 해도 망고는 조금 비쌌는데 맛있으니 괜찮다.

설렁설렁 지하철을 타러갔는데 역에 사람이 거의 없다.

이란 사람들은 대부분 휴일에는 집에서 쉬나보다.

버스표를 끊기 위해 터미널에서 내렸는데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계시던 아저씨가 갑자기 나를 부른다.

무슨 일인가 해서 갔더니 이란에 온 것을 환영한다며 식사를 대접한다고 한다.

괜찮다고 하니 음료수라도 마시라며 콜라를 시켜주셔서 간단한 내 소개를 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이란에 오지 않았더라면 이런 사람들을 만나지도 못했을 것이고 그저 영화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이란이라고 생각했을텐데 직접 오길 잘했다.

내가 지금까지 겪은 이란은 전혀 위험하지도 않고 무섭지도 않은 그저 사람 사는 나라일 뿐이었다.

아저씨와 헤어지고 버스표를 사러 갔는데 직원이 나보고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묻는다.

코리아에서 왔다고 하니 다짜고짜 나를 이 아저씨에게 데려갔는데 아저씨께서 나를 보더니 한국어로 '친구, 어서와.'라고 하신다.

한국에 일을 하러 온 이란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줄은 몰랐는데 이 아저씨도 한국에서 일을 했었고 한국어를 잘 하신다.

말이 통하니 버스표도 쉽게 끊을 수 있었는데 이란에 와서 자꾸 한국어를 쓰니 여행이 너무 쉬워진 것 같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안 좋게 보는 것이 떠올라 힘든 일을 겪으셨을까봐 걱정도 됐지만 부디 한국에서 좋은 추억만 가지고 이란으로 돌아오셨기를 바란다.

밥을 뭘 먹을까 고민하다 지하철 역에서 파는 샌드위치를 시켰는데 쿠바에서 먹은 재료가 부실한 햄버거의 맛이 났다.


쿠바의 음식이 궁금하시다면

http://gooddjl.com/233 (정말 저렴한 쿠바의 음식들)을 읽어주세요.


숙소로 돌아오는데 선팅지를 붙이고 계신 모습이 신기해 구경을 하고 있으니 뭐가 신기하냐고 말을 건다.

그냥 이란의 모든 것이 재미있고 신기하다고 하니 웃으며 이란을 즐기고 가라고 말씀해주셨다.

이게 내가 묵고 있는 방인데 며칠 있으면서 확인한 결과 손님이 나가도 침대의 시트는 갈지 않고 그냥 정리만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야 땅에서도 잘 자니 걱정이 없다.

방에는 환풍구처럼 생긴 에어콘이 있는데 의외로 시원해 날이 더운 대낮에는 방에 박혀 있기에 좋았다.

이 곳은 샤워실인데 수압이 좀 약하지만 샤워를 하기에는 충분하다.

옥상에는 주방이 있는데 물가가 싼 나라에서 음식을 해먹는 것은 죄악이라 생각하는 나이기에 한번도 이용하지 않았다.

날도 더운데 불 앞에 서서 요리를 하느니 그냥 사 먹는 것이 편하다.

이 곳은 인간이라면 무조건 들러야하는 곳으로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이렇게 보면 참 열악하다고 생각할수도 있는데 열악한 시설인 것은 맞다.

하지만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여행을 하고 있는 나에게는 딱 적당한 시설인 것 같아 마음에 들었는데 혹시나 이란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 분이 계시다면 이런 맛에 여행을 하는 것이라고 알려드리고 싶다.





제 여행기가 재미있으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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