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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Travel/네덜란드-Netherlands

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118.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있는 헤이그. (네덜란드 - 헤이그, 델프트)


난 딸기잼도 좋지만 치즈도 좋다.

특히 필라델피아 크림치즈는 정말 사랑하는데 무제한 제공이라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저번 이야기에서도 말했듯이 벨기에는 초콜릿이 유명한데 그 중 제일 유명한 매장은 '고디바'이다.

벨기에에 왔으니 작은 초콜릿이라도 하나 사 먹어 볼까 했는데 내가 좋아하는 다크초콜릿 종류는 보이지 않길래 그냥 구경만 했다.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소풍을 나온 것 같았는데 다들 형광조끼를 입고 줄을 맞춰 타고 있었다.

기본적인 것을 착실히 지키는 모습이 정말 부럽고 멋있었다.

아름다웠던 브뤼헤는 역시나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었다.


<벨기에 여행 경비>


여행일 4일 - 지출액 150유로 (약 21만원)


맛있는 맥주가 많아 여행하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항상 저녁을 호스텔에서 만들어 먹으니 여행 경비가 많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브뤼헤를 뒤로 하고 이제는 새로운 곳을 향해 떠난다.

대부분의 유럽 기차는 역에서 표검사를 하지 않는다.

대신 기차 안에서 승무원이 불시로 검사를 하는데 만약 표가 없다면 수십 배의 요금을 내야 한다.

가난한 여행자들이 기차비를 아끼기 위해 무임승차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돈이 없어서 아끼는 것과 불법을 저지르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한적한 시골 마을들을 통과하며 기차는 계속 달린다.

이번에 도착한 곳은 네덜란드의 헤이그다.

유럽 애들은 헤이그라 하지 않고 '덴 하그'라 부르던데 난 우리나라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헤이그'라 부르겠다.

자전거의 나라, 네덜란드답게 헤이그에 도착하자마자 거리 곳곳에 세워져 있는 자전거들이 보인다.

짐을 풀기 위해 미리 예약해둔 호스텔에 갔는데 침대가 3층짜리였다.

몇 층을 쓸까 고민하다 제일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다.

제일 꼭대기 층을 고른 이유는 콘센트 때문이었는데 작동이 되지 않는다.

힘들게 깐 시트를 다시 걷어 콘센트가 있는 다른 쪽 침대로 옮기고 네덜란드에 적응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네덜란드에 적응하려면 하링(청어)를 먹어야 한다.

하링은 청어의 머리와 내장을 제거한 뒤 양파와 함께 먹는 네덜란드의 전통 음식인데 여름철에 먹어야 제 맛이라고 한다.

하링을 먹는 법은 참 쉽다.

그냥 꼬리를 잡고 낼름 먹으면 된다.

헤이그에서 가장 유명한 하링집을 갔는데 비린내도 안 나고 부드러워서 정말 맛있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이 헤이그에서는 쇼핑 나이트 축제가 열린다고 하는데 나에게 쇼핑은 먼나라 이야기이다.

나에겐 마트가 잘 어울린다.

각 나라별로 유명한 슈퍼마켓들이 있는데 네덜란드에는 '알버트 하인'이 가장 유명하다고 한다.

오늘의 저녁은 역시나 내가 만든 파스타다.

물론 파스타만 먹을 수 없으니 맥주도 마셔줘야한다.

네덜란드에 왔는데 하이네켄을 안 마실 수는 없다.

일반적인 경로를 따라갔다면 네덜란드의 수도인 암스테르담으로 바로 갔겠지만 나에겐 헤이그에서 꼭 해야할 일이 있다.

바로 내가 사랑에 빠진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직접 보기 위해 헤이그로 왔다.

해 질 녘의 유럽 거리의 분위기가 정말 좋다.

청어를 먹다 옆자리에 있는 아주머니와 대화를 하다 알게 된 내용인데 최근 2년 동안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소장 중이던 마우리츠하이스 박물관이 리모델링 공사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어제까지는 박물관에 입장할 수 없었는데 오늘 재개관식을 하며 축하 행사를 할거라는 정보를 알려주셨다.

하마터면 헤이그까지 와서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못 볼 뻔했는데 다행이다.

미리미리 조사해야 여행이 순조롭다는 것을 다시 한번 배웠지만 아마 앞으로도 딱히 조사를 하지는 않을 것 같다.

물에 비친 마우리츠하이스 박물관이 참 아름답다. 

재개관하는 날이라 레드 카펫도 깔려있어 생애 처음으로 레드 카펫을 밟아봤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오늘은 무료입장이라는 것이다.

원래 입장료가 14유로(한화 20,000원)정도인데 돈이 굳었다.

미리 준비하고 다니지 않아도 이렇게 좋은 일이 생기는 것을 보니 난 행운아인가 보다.



알 수 없는 그 어떤 힘이 언제나

날 지켜주고 있어

지금까지 잊고 있었던 거야

난 행운아


죽는 날까지 살겠어 어렵지 않아

난 자신있어 한 번 살아보겠어

쓰러져도 난 다시 또 일어나

다시 시작해 니가 없어도 좋아 이젠


나는 준비하고 있었던 거야

언제 어느 때 어디에서

내게 다가올 그 행운들에

조금씩 다가서고 있었던 거야

나는 행운아 나는 행운아


이젠 내게와 나의 행운아 나는 행운아


알 수 없는 그 어떤 힘이 

언제나 날 지켜주고 있어

나는 행운아 나는 행운아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 행운아


일리 커피에서 행사로 커피를 나눠주던데 맥주가 아니니 쿨하게 지나쳤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마우리츠하이스 박물관에 들어오는 것을 연극처럼 만들어 보여주고 있었는데 배우 누나보다 그림이 더 아름다운 것 같다.

드디어 마우리츠하이스 박물관의 문이 열렸다.

그림 보는 눈은 없지만 유명한 작가들의 그림은 딱 봐도 티가 난다.

이 그림은 빛을 잘 표현하기로 유명한 루벤스의 작품인데 어떻게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는지 정말 신기하다.

빛 표현을 논할 때, 빼 놓으면 섭섭한 네덜란드의 화가 렘브란트의 작품도 있다.

드디어 내가 그렇게 보고 싶어하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만났다.

꿈에서나 그리던 그림을 실제로 보니 정말 아름답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 한참을 바라보다 발걸음을 옮겼다.

아기는 언제 봐도 사랑스럽다.

박물관을 나서기 전에 마지막으로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한번 더 보고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니 예쁜 누나들이 쇼핑의 날을 기념하며 퍼레이드를 하고 있었다.

트램이 다니는 선로와 전기 배선 구조는 언제 봐도 신기하다.

오늘 아침은 네덜란드의 치즈와 함께 한다.

고다치즈와 에담치즈가 가장 대표적인 네덜란드의 치즈인데 다른 치즈들도 다 맛있다.

유럽은 유제품이 저렴해 맛있는 치즈를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데 한국의 유제품은 비싸도 너무 비싸다.

맛있는 아침을 먹고 즐거운 기분으로 헤이그 구경을 나선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차이나 타운이 있고 그 입구에는 대부분 이런 형식의 문이 있다.

중국 식당을 제외하고는 딱히 볼거리가 없어 금방 지나친다.

길을 걸어가다 보니 태극기가 보인다.

태극기가 게양된 곳은 이준 열사 기념관이다.


이준 열사는 우리가 역사시간에 한번씩은 들어봤던 헤이그 특사 중 한 분이시다.

이준 선생님은 법관양성소를 졸업하고 한성재판소 검사보로 발령받아 올바른 법 집행을 하며 사회정의 실현에 노력하였으나 탐관오리들의 중상모략으로 오래있지 못하고 2개월 만에 그만두셨다고 한다.

그 뒤, 구국운동을 하시던 중 일본과 을사늑약을 체결한 소식을 듣고 안창호, 김덕기, 이동녕 선생님들과 함께 신민회를 조직하셨다.

그리고 1907년 헤이그에서 만국평화회의가 개최된다는 소식을 접하시고 고종 황제를 만나 이상설, 이위종 선생님들과 함께 만국평화회의 특사파견을 윤허받으셨다.

부산항을 통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으로 들어가신 이준 선생님은 시베리아 열차를 타고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가신 뒤 네덜란드에 입국하셨다.

을사늑약이 고종 황제의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일제의 협박으로 강제로 체결된 조약이므로 무효라는 것을 세계에 알리고 한국의 독립에 관한 외국의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40여개 참가국 위원들에게 초청을 해달라고 편지를 보내고 평화회의 의장과 부의장, 네덜란드 외무대신에게 면회를 요청하였으나 일본과 영국 대표의 방해로 인해 평화회의 발언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이대로 물러날 수 없어 언론에 사실을 알리고 사람들의 동조를 구해봤지만 각국 대표들은 이를 철저히 무시했고 이준 선생님은 그 한을 안으신 채 1907년 음력 7월 14일에 순국하셨다.

이준 선생님 같은 분들이 계셔서 지금 내가 여행을 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더 강하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되는데 힘을 보태고 싶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우리나라를 위해 힘쓰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밖에 드릴 것이 없다.

이렇게 위대한 분들을 절대 잊는 일이 없도록 제대로 된 역사 공부를 해야겠다.

뿌듯하고 무거운 마음을 안은 채 거리로 나선다.

키가 큰 멋쟁이 아저씨의 모습이 건물과 잘 어울려 셔터를 눌렀는데 살짝 아쉽게 찍혔다.

오늘이 네덜란드의 국군의 날인지 군인들이 시가행진을 하고 있었다.

헤이그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 1일 교통권을 구입했다.

무슨 교통수단을 이용하든지 창가에 앉아 가야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이번에 온 곳은 헤이그 인근의 델프트다.

딱히 이유는 없지만 오래된 건물들을 지나갈 때는 항상 벽을 손으로 만져보게 된다.

유치해서 그런지 직접 만지고 느끼는 것이 좋다.

델프트에도 브뤼헤처럼 작은 수로가 있는데 아담해서 포근한 느낌이 든다.

제대로 된 거리 구경을 하려고 하는데 사람들이 긴 줄을 서있길래 나도 따라서 줄을 섰다.

줄을 서서 먹을 정도면 뭐든 유명한 것이니 우선 서고 봐야한다.

아마 살면서 먹어본 아이스크림 중 가장 맛있었던 것 같은데 다음에 이탈리아에 가면 젤라또와 비교해 봐야겠다. 

웬만한 아이스크림은 다 맛있게 먹는 나지만 이 아이스크림은 진짜 정말 완전 맛있었다.

맛있는 아이스크림과 함께 거리를 구경하는데 마침 토요일이라 벼룩시장이 열렸다.

다음 여행에서는 꼭 원없이 기념품을 사고 말겠다는 다짐을 하며 오늘도 구경만 한다.

내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 원래 아름다운 것인지 모르겠는데 델프트가 정말 아름답게 보인다.

델프트는 베르메르가 태어나고 일생을 산 곳이라고 한다.

이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얼굴은 봐도 봐도 아름답다.

델프트 중앙 광장에는 거대한 교회가 있는데 꼭대기에 한번 올라가 보고 싶게 생겼다.

그런데 난 고소공포증이 있는데 왜 높은 곳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얼레리 꼴레리 결혼한대요.

부럽다.

델프트 여행 정보를 물어보려고 안내 센터에 들어갔더니 내 얼굴을 그릇에 프린팅 해주는 서비스가 있었다.

델프트는 파란 문양 도자기인 델프트 블루로 유명한 도시라고 하는데 내 배낭에는 도자기를 넣을 수 없다.

안내센터에서 델프트는 마을 자체가 아름다우니 꼭 봐야할 곳 몇 곳만 가보고 발길이 닿는대로 돌아다니는 것을 추천한다길래 구석 골목길을 찾아갔다.

주택으로 이뤄진 골목길을 보면 예전에 호주에서 살던 때가 떠오른다.

일에 치여살았지만 집마다 마당이 있고 조용했던 멜버른이 그리워진다.

요즘은 수로를 이용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반대편에서 배가 오고 있길래 계속 구경을 했다.

배가 들어오자 다리가 회전하며 수로가 열리는 모습이 신기해서 배가 떠날 때까지 기다렸다.

내가 델프트에 대해 알고 있던 것은 델프트 공대밖에 없었기에 찾아가 보기로 했다.

델프트 공대는 델프트 시내에서 30분 정도 걸어가면 나오는데 학생들도 별로 없고 딱히 볼거리가 없길래 건축대학을 찾아 사진만 찍고 나왔다.

의자를 둥글게 무리지어 놓은 모습이 참 귀엽다.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이륜차 전용도로를 함께 쓰던데 다들 적당한 속도로 다니는 것을 보니 크게 위험할 것 같지는 않았다.

내일부터 헤이그에서 락 페스티벌이 열린다고 하던데 아는 밴드도 없고 외국 밴드보다는 한국 밴드를 좋아하기에 그냥 떠나기로 했다.

2015년에 한국에서 열리는 락 페스티벌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가야겠다.

세계대전 이후 네덜란드의 경제성장이 급격하게 이뤄지면서 자동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는데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교통사고로 생명을 잃었고 시민들의 주도로 자동차 우선이던 정책을 바꿨다고 한다.

사람과 환경을 살리기 위한 정책을 펼친지 40여 년이 지난 지금, 네덜란드 사람들은 평균 1.3대의 자전거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장사하는 물건의 사진은 안 찍으려고 노력하는데 당근이 엄청 귀엽길래 허락을 받고 사진을 찍었다.

꼭 모형처럼 생겼는데 진짜 먹을 수 있는 당근이라고 한다.

네덜란드어를 모를지라도 술을 사랑하는 마음만 가지고 있다면 BIER가 비어라는 것은 알 수 있다.

괜찮은 바가 많이 있었지만 델프트에 양조장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었기에 물어물어 양조장에서 운영하는 펍을 찾아갔다.

맥주도 맛있고 기본안주로 주는 땅콩도 맛있었다.

손을 꼭 잡고 걸어가는 노부부의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나도 저렇게 늙고 싶은데 내 손을 잡아줄 마누라는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바닷가에 왔으니 맨발로 해변을 걸어본다.

군대에서 매일 보던 갈매기들이라 그런지 난 갈매기가 하나도 귀엽지 않은데 사람들은 귀여운지 계속 먹이를 준다.

네덜란드어로 Ingang은 입구라는 뜻인 것 같다.

수능공부를 하며 인강을 들은지도 7년이 지났는데 세월이 참 빠르다.

오늘도 토마토 파스타로 저녁을 마무리한다.

물론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하이네켄과 하링을 먹어줘야한다.

어제 먹은 하링은 하나도 비리지 않았는데 마트에서 산 하링은 조금 비린내가 난다.

이래서 잘하는 집을 찾아가야 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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