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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Travel/벨기에-Belgium

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117. 한가로운 브뤼헤의 풍경. (벨기에 - 브뤼헤)


여러 호스텔이 있는 브뤼헤에서 이 호스텔을 고른 이유는 바로 이 아침 때문이다.

빵과 시리얼밖에 없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다양한 종류의 잼과 꿀, 치즈가 있고 시리얼도 여러 종류가 있어 골라 먹을 수 있다.

호스텔에 주방이 없어 저녁을 만들어 먹을 수 없으니 아침이라도 많이 먹어야한다. 

중심가에서 1km 정도 떨어진 곳에 호스텔을 잡았더니 숙소 앞 거리가 정말 한적하다.

13∼14세기의 브뤼헤는 교역도시로서 남부유럽의 베네치아에 비길 만한 상업도시를 이루었었는데 항구가 있는 즈웨인만에 퇴적물이 쌓여 항구의 기능이 쇠퇴하기 시작했고 15세기에는 중산층 시민들이 거주하는 거주지로 변했다고 한다.

하지만 19세기에 들어 브뤼헤를 관통하는 운하가 개통되었고 이 운하로 인해 무역도시라는 타이틀을 다시 회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브뤼헤의 중앙광장에는 벨기에의 명물인 감자튀김 가게가 많이 있었는데 비싼 돈을 내고 감자튀김을 먹는 것이 선뜻 내키지 않아 그냥 구경만 했다.

벨기에에서는 감자튀김을 프렌치프라이가 아닌 프리트라 부르는데 프랑스와 서로 자신의 나라가 원조라 말하고 있다.


프랑스는 1789년에 파리의 가장 오래된 다리인 퐁네프에서 노점상들이 최초로 감자튀김을 팔았으며 미국의 제 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이 만찬에 감자튀김을 내놓으며 프랑스 조리법을 이용했다고 말한 것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한편 벨기에에서는 벨기에 남부에 위치한 왈롱 지역의 주민들이 1680년 이전부터 강에서 작은 물고기를 잡아 튀겨 먹는 관습이 있었는데 겨울에 강이 얼어붙어 낚시를 하기 어려워지자 감자를 작은 물고기 모양으로 잘라 튀겨 먹은 것이 기원이라고 주장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당시 농민들이 감자를 튀길 정도로 많은 양의 기름을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했었다는 말이 나오자 벨기에는 주장을 바꿨다고 한다.

1차 세계 대전 당시 벨기에에 주둔한 미군이 왈롱 지역에서 감자튀김을 접하게 됐는데 당시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벨기에 주민과 군인들 때문에 프랑스에 있다고 착각한 나머지 감자튀김을 프렌치프라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서로 원조라고 주장하는 모습을 보니 우리나라의 맛집들이 떠오르고 사람사는 곳은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벨기에가 중간에 말을 한 번 바꿔서 그런지 개인적으로 프랑스의 주장이 더 사실처럼 느껴진다.

찬란했던 과거의 모습을 보여주는 건물들이 참 아름답다.

감자튀김은 어디를 가나 비슷한 맛이지만 벨기에 맥주는 특별한 맛이니 그냥 맥주를 마시기로 했다.

낮술은 분위기에 마시는 것이니 괜찮은 바를 찾아 골목길을 돌아다닌다.

첫 잔은 벨기에의 대표 맥주인 주필러를 시켰다.

엠블럼이 멋있는데 맛도 좋으니 기분이 좋아진다.

브뤼헤의 지역맥주를 마셨는데 이것도 맛있다.

역시 술은 낮술이 최고다.

브뤼헤는 작은 도시인데 호스텔에서 얻은 지도를 보니 볼거리가 꽤 많이 있다.

소소한 볼거리들과 맛집을 친구에게 설명해주듯이 소개해주고 있어 맥주를 마시며 오늘 돌아다닐 곳을 정한다.

이 초콜릿 가게가 유명하다던데 낮술을 마셨으니 그냥 참고 지나치기로 했다.

맥주를 먹었더니 감자칩이 먹고 싶어 까르푸에 들어가 PB상품을 골랐는데 양이 엄청 많다.

감자칩을 먹으니 맥주가 생각나는 것이 맥주의 늪에 빠진 것 같다.

낮술을 마셔서 그런지 건물이 참 세련스럽게 보인다.

이 웅장한 건물은 노트르담 대성당이다.

노트르담 성당은 파리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브뤼헤에도 있었다.

노트르담의 뜻을 찾아보니 불어로 '우리들의 귀부인'이라는 뜻인데 성모 마리아를 뜻한다고 한다. 

세계에 평화가 가득하게 해주세요.

내부는 보수공사 중이라 간이벽을 만들어 구획을 나눠놓고 있었다.

스테인드 글라스는 언제 봐도 멋있다.

작품의 완성도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어릴 때 창문에 그리며 놀았었던 스테인드 글라스 물감이 떠오른다.

브뤼헤의 운하는 보트를 타고 즐겨야 제 맛이라고 한다.

그런데 난 가난해서 운하를 즐기지 못하겠다.

30분에 7.6유로(한화 10,000원)을 내고 배를 탈 정도로 술에 취하지는 않았으니 다행이다.

가장 좋아하는 색은 하늘색인데 어느 순간부터 빨간색도 좋아졌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아름다운 건물을 지어 자신의 삶을 증명한 건축가가 정말 부럽다.

브뤼헤에는 베긴회의 수도원이 있다.

베긴회는 가톨릭교의 여자 수도회인데 12세기에 십자군전쟁으로 인한 과부와 미혼 여성들이 주축이 되어 묵상과 수예, 병간호, 소녀 교육 등에 종사하던 것이 이 수도원의 기원이라고 한다.

수도원 내부에는 수행 중인 분들이 실제로 살고 계신다고 해 조용히 둘러보고 나왔다. 

유럽은 어디를 가든 마차가 보인다.

어릴 때는 차보다 말이 더 싼 줄 알고 나중에 말을 타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나이를 먹고 보니 말 값이 꽤 비싸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예전에는 참 순수했었는데 어느 순간 훌쩍 자라버린 기분이다.

백조를 보니 흑조(Black Swan)에 대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블랙스완이 발견되기 전까지 유럽사람들은 세상에 검은색 백조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1697년 호주에서 블랙스완이 발견되었고 그 뒤로 사람들은 진귀하거나 불가능할거라 생각했던 일이 일어나면 블랙스완이라는 단어를 쓴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과 다른 길을 걷거나 꿈꾸기에 남들에게 무시당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괜히 의기소침해지지 않고 언젠가 블랙스완이 되어 다시 돌아올 날을 상상하며 힘을 냈으면 좋겠다.

지도를 보니 브뤼헤에는 엄청나게 작은 박물관도 있다고 해 찾아가봤다.

브뤼헤에 살고있는 친구가 자신의 도시를 소개해주는 듯한 자상한 지도가 참 마음에 든다.

혼자 걸어가는 한적한 골목길이 정말 좋다.

딱히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길을 걷는데 이쁜 누나들이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아줌마가 집에서 직접 만든 아이스크림을 판다길래 기대하고 샀는데 맛은 별로였다.

맛을 위해 건강을 포기하며 먹는 것이 아이스크림인데 왠지 건강해지는 맛이 났다.

그래도 수로가 유명한 브뤼헤에 왔으니 배를 한번 타볼까 고민해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수로를 따라 천천히 움직이는 배를 혼자 타는 것은 지루할 것 같아 그냥 걷기로 했다.

브뤼헤의 건물 곳곳에는 깃대처럼 생긴 막대기가 달려있는데 과거에 길을 지나다니는 마차의 높이를 제한하기 위해서 달아 놓은 막대기라고 한다.

맥주병들을 진열해 놓은 것을 아이들이 열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만약 내 아이가 저런 표정으로 맥주병을 바라본다면 정말 흐뭇할 것 같다. 

비어 있는 병과 잔이지만 정말 사랑스럽다.

여기에 있는 모든 맥주를 다 맛볼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동상에 숨겨져있는 개구리와 키스를 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길래 개구리를 찾는데 잘 보이지 않는다.

구석 구석 잘 살펴보니 아기 주먹만한 개구리가 있길래 나도 키스를 했다.

과거에는 창문의 갯수에 따라 세금을 매겼었는데 세금을 덜 내기 위해 창틀만 만든 건물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런데 지도를 보니 브뤼헤에 그 때의 건물이 남아있다길래 찾아갔다.

여행을 하다보면 어디선가 들었던 이야기들을 실제로 만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내가 여러 곳을 여행하고 있다는 것이 실감난다.

브뤼헤는 브뤼셀에서 1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작은 도시라 당일치기 관광으로 다녀가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파리에서 너무 바쁘게 지낸 것 같아 브뤼헤에서 3일을 지내기로 했는데 참 잘한 선택인 것 같다.

저녁은 맛있는 것을 먹어보려고 유명한 식당에 갔는데 가격이 꽤 비싸다.

적당한 요리와 맥주를 먹으려면 20유로(한화 28,000원)은 나올 것 같아 그냥 집에 돌아가기로 했다.

유럽은 다 좋은데 식비가 너무 비싸다.

지도에 풍차가 표시되어 있길래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로 남겨놨었는데 내가 상상했던 풍차의 모습이 아니었다.

난 조금 더 동화스러운 풍차를 기대했는데 너무 투박하게 생겨 실망스러웠다.

아기자기하고 예쁜 풍차는 네덜란드에 가서 봐야겠다.

브뤼헤는 정말 마음에 드는데 숙소는 살짝 아쉽다.

주방도 없고 방에서는 와이파이가 터지지 않아 메모장에 여행기를 써둔다. 

오늘은 우리나라와 벨기에의 월드컵 경기가 있는 날이다.

우리나라가 이겼으면 좋겠지만 객관적으로 봤을 때 실력차이가 너무 많이 나는 나라이니 별 기대를 하지 않고 봤는데 역시나 졌다.

축구의 전설 중 하나였던 명보 형님이 의리의 아이콘으로 몰락하는 모습이 정말 안타까웠던 월드컵이었다.

축구를 보다보니 출출해지길래 피자 한판을 시켰는데 살짝 아쉬운 맛이었다.



여행일: 2014. 0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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