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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Travel/영국-United Kingdom

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111. 새하얀 세븐시스터즈 절벽. (영국 - 런던, 브라이튼, 아일랜드 - 더블린)


역시 시리얼은 무제한으로 제공해주는 곳이 최고다.

빵은 1인당 두 개씩이지만 씨리얼은 눈치보지말고 마음껏 먹어도 된다.

어제 지하철을 타며 구입했던 오이스터 카드를 반납한다.

이 카드의 보증금만 5파운드(한화 8,500원)이니 잊지말고 반납해야한다.

오늘은 런던의 근교에 위치한 브라이튼으로 떠나보기로 했다.

런던에서 가까운 여행지로는 옥스퍼드와 브라이튼이 있는데 어디를 갈지 고민하다 브라이튼을 가기로 했다.

옥스퍼드 대학교의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어보고 싶었지만 굳이 비싼 돈을 들여 남의 대학교를 구경하기는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을 찍을 때는 몰랐는데 다시 보니 대부분이 이쁜 누나들이다. 

드디어 영국의 2층버스에 탑승했다.

2층버스를 처음 타보는 것은 아니지만 영국에서 타니 뭔가 색다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브라이튼 버스를 하루 종일 탈 수 있는 표를 끊었는데 표가 너무 크다. 

브라이튼 기차역에서 1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가니 한적한 시골이 나온다.

안내 센터에 들러 길을 물어보고 초원을 따라 펼쳐진 길을 걷는다.

미국산과 호주산 소고기는 먹어봤는데 영국산 소는 무슨 맛이 날지 궁금하다.

듣기로는 영국에서 도축할 경우 도축비용이 비싸 근처의 다른 유럽 국가로 소를 보내 도축한 뒤, 다시 영국으로 들여오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고 하는데 유럽만의 재미있는 시스템인 것 같다.

내가 브라이튼에 온 이유는 멀리 보이는 하얀 절벽인 세븐시스터즈를 보기 위해서다.

이제는 적응될 때도 되셨겠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니 밥부터 먹고 시작합시다.

만약 영국의 마트에서 런치메뉴를 팔지 않았다면 식빵에 잼만 발라먹었을 것 같다.

테스코는 사랑입니다.

내가 온 곳에서 세븐시스터즈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바다를 건너야 하는데 다행히 썰물이라 길이 나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반바지에 샌들을 신었기에 별 걱정없이 들어간다.

세븐시스터즈의 새하얀 절벽은 1억 3,000만~6,000만 년 전 작은 해조류와 조개껍데기의 석회질이 쌓여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절벽에 다가가며 올려다 본 하늘의 구름이 참 아름답다.

여행기간 내내 화창한 영국의 하늘이 정말 고맙다.

하늘님, 앞으로도 착하게 살테니 좋은 날씨를 자주 보여주세요.

하얀 벽이 신기하고 아름다워 만져보고 냄새도 맡아본다.

사실 런던에 오기 전까지 내가 세븐시스터즈에 대해 알고 있던 것은 이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아닌 7개의 정유사에 대한 이야기였다.

세계 2차 세계대전 후부터 전세계 석유를 거의 독점하고 있었던 7개의 석유회사를 세븐시스터즈라 불렀었는데 그 중에는 우리가 잘 아는 로열 더치 쉘과 스탠다드 오일이 있다.

하지만 1960년에 석유수출국기구(OPEC)이 결성되었고 1,2차 오일쇼크를 거치며 진행된 1차 오일전쟁을 통해 과거의 세븐시스터즈의 영향력이 줄어들어 산유국들의 힘이 강해지게 되었다.

아름다운 절벽을 보며 기름을 떠올리는 내가 나도 신기하다.

세븐시스터즈의 절벽 속에는 많은 화석이 있어 화석채집자들이 많이 찾아 온다고 한다.

멀리서 세븐시스터즈까지 찾아왔으니 당연히 절벽 위도 올라가 봐야 한다.

샌들을 신고 올라가려니 많이 미끄러워 내려오는 길이 걱정됐지만 우선 올라가서 생각하기로 했다.

절벽에 올라 밑을 바라보니 바닷가와 함께 펼쳐진 초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런 풍경을 보기위해 자꾸 높은 곳을 찾게 된다.

커플끼리 놀러와 돌로 글을 남기고 갔나보다.

이제는 부럽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냥 내려가기에는 아쉬워 낮잠을 잤다.

바람이 많이 불었지만 바닥에 누우니 괜찮길래 잠시 눈을 붙였다.

사실 세븐시스터즈라는 이름과는 다르게 이 곳에는 8개의 절벽이 있다고 한다.

마지막 절벽은 작고 7이라는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세븐시스터즈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끝까지 한번 걸어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너무 멀어보여 그냥 돌아가기로 했다.

올라온 곳으로 내려가지 않고 마을쪽을 향해 걸어가 보기로 했다.

음악을 들으며 혼자 걷는 초원길이 정말 아름답다.

뉴질랜드의 초원이 그렇게 멋있다던데 다음에 가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바람이 많이 불어 나무들이 휘어 자랐는데 굴하지 않는 모습이 꿋꿋하게 보이면서 많이 힘들어 보였다.

바람을 멈출 수는 없고 이미 뿌리를 내렸기에 남은 방법은 그저 견디는 것뿐이라는 사실이 슬펐다.

힘들고 아픈 사람들에게 힘내라는 말밖에 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브라이튼 시내로 돌아왔는데 거리가 참 아름답다.

하늘이 아름다우니 다 아름답게 보인다.

이제 다시 기차를 타고 런던으로 돌아간다.

1주일 전에 기차표를 예매하면 엄청 싼 가격에 표를 구할 수 있다던데 난 런던에 들어와서야 정보를 얻어 비싼 돈을 내고 기차를 탔다.

이래서 사람들이 미리미리 준비를 하고 여행을 다니나보다.

저녁으로 뭘 먹을까 고민하다 테스코에서 파는 레토르트 카레를 하나 골라왔다.

맛은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양이 좀 적었다.

오늘은 런던에서의 마지막 날이니 맥주를 마시고 싶었는데 맥주값이 비싸도 너무 비싸다.

그동안 런던에서 버티느라 수고했으니 가장 저렴한 스텔라 맥주를 하나 샀다.

해가 지기 시작하길래 배낭을 메고 밖으로 나왔다.

조명이 들어온 2층버스를 찍고 싶어 계속 기다리다 겨우 한장을 찍었다.

날짜 계산을 잘못해 런던 일정이 줄어들어 도심의 야경을 찍을 기회가 없어져 아쉽지만 내가 잘못한 것이니 어쩔 수 없다.

시간이 좀 더 있었더라면 영국드라마 셜록 홈즈에 나왔던 곳들도 들러봤을텐데 오늘 떠나야한다는 것이 정말 아쉽다.

지금까지는 넉넉한 일정을 짜서 여행을 했는데 런던은 비싼 물가 때문에 짧은 일정을 잡았더니 이런 일이 발생해버렸다.

앞으로는 더 여유롭게 여행을 해야겠다.

유럽에는 저가 항공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저가 공항셔틀버스도 있다.

런던에 들어오며 탔던 이지버스를 이용해 다시 공항으로 간다.

런던하면 떠오르는 공항은 히드로 공항이지만 저가항공은 런던 주변의 다른 공항으로 간다.

언젠가는 인천에서 직항을 타고 히드로 공항으로 들어갈 날이 있을거라 믿는다.

오늘도 공항에서 노숙을 한다.

콘센트만 있다면 차가운 바닥도 괜찮다.

다리털은 죄송합니다.

이번에도 저가항공의 대명사인 라이언 에어를 이용했다.

보통 라이언 에어의 최저가 비행기표는 25유로(한화 35,000원)부터 시작하는데 영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는 25파운드(한화 43,000원)부터 시작이었다.

물가가 비싸니 비행기 값도 비싸게 받는 것 같다.


<영국 여행 경비>


여행일 4일 - 지출액 145파운드 (약 25만원)


숙박비와 브라이튼으로 가는 교통비를 제외하면 하루에 10파운드(한화 17,500원)도 쓰지 않았다.

매일 아침은 호스텔에서 해결했고 점심은 샌드위치, 저녁은 파스타를 만들어 먹었다.

꽤 멀긴 했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걸어다니니 돈을 쓸 곳이 없었다.


비행기를 타고 아일랜드 공항에 도착했다.

아일랜드는 영어를 쓰는 나라인줄로만 알았는데 신기한 언어가 있었다.

알아보니 공공장소나 표지판에는 아일랜드어인 게일어와 영어를 함께 사용한다고 한다.

내가 아일랜드에 대해 아는 것은 단 하나, 바로 기네스 맥주가 흐르는 축복받은 나라라는 것이다.

아일랜드도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았기에 런던과 비슷한 분위기가 난다.

아일랜드에 살고 있는 친구를 만나 중국식 뷔페에 가기로 했다.

뷔페에서는 배가 터지게 먹는 것이 예의라고 배웠다.

하지만 이번에도 이미지 관리를 위해 몇 접시를 먹었는지는 말하지 않아야겠다.

아기다리고기다리던 기네스를 마시러 펍에 갔는데 조명이 너무 붉어 기네스가 이상하게 찍혔다.

다시 찍고 싶었지만 기네스 생맥주가 자꾸 나를 불러 그냥 마셨다.

아일랜드에서 마신 기네스 생맥주의 맛은 부드럽고 진하고 맛있고 황홀했다. 

친구 집에 유명한 오레오 오즈가 있길래 먹어봤는데 너무 달아서 그런지 내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그 동안 파스타를 해먹으며 지친 나이기에 아일랜드에 있는 동안은 친구가 한식을 제공해주기로 했다.

생김새는 맛이 없어보이지만 나름 꽤 맛있는 부대찌개였다.

아일랜드에 있는 친구는 바로 명신이다.

자전거를 타고 한국을 떠날 때, 배웅해줬던 친구인데 이번에 아일랜드에서 어학연수를 하고 있어 얼굴을 보기위해 런던에서 아일랜드로 왔다.


여행의 시작이 궁금하신 분은

자전거 세계일주 - 001. 엄마보고싶다 - http://gooddjl.com/122 를 읽어주세요.

저와 명신이의 앳된 얼굴을 보실 수 있습니다.

 

명신이의 집 앞에는 30년된 피자집이 있었는데 매번 먹어봐야지 말만하다 못 먹어봤다.

명신이가 어학원에서 돌아오면 근처 마트로 장을 보러 간다.

딱히 살 것은 없지만 그냥 마트 구경하는 것이 재밌다.

아일랜드에는 기네스뿐만 아니라 다른 맛있는 맥주가 많다길래 킬케니 맥주를 사봤다.

1년 반만에 만난 친구와 맥주를 마시니 정말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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