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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Travel/스페인-Spain

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098. 바르셀로나에서 가우디를 만나다. (스페인 - 바르셀로나)

동이 터오르기 시작하니 이제 내 유럽 여행도 제대로 시작할 때가 됐다.

내 유럽 여행의 시작지는 정열의 나라 스페인이다.

복지의 나라 노르웨이 공항은 정말 편했는데 스페인 공항의 의자는 너무 불편해 잠자기가 좀 힘들었다.

언젠가 돈을 많이 벌면 노르웨이로 여행을 가야겠다.

바르셀로나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려면 공항철도를 이용해야한다.

바르셀로나의 대중교통을 10번 이용할 수 있는 T-10이라는 교통카드를 사면 철도도 이용할 수 있다고 들어 자동판매기에서 T-10 티켓을 샀다.

그런데 개찰구를 통과하려는 순간 한 아저씨가 자기는 이제 비행기를 타러가는데 한 6번 정도 남은 표가 있다며 필요하냐고 묻는다.

당연히 고맙다고 말하며 표를 받고 이미 산 표는 개찰구로 돌아가 다시 환불을 했다.

10유로(한화 14,000원)이 넘는 표를 공짜로 얻다니 유럽여행 시작부터 기분이 좋다.

이틀 동안 비행기와 공항에서 지냈기에 우선 자고 싶었지만 호스텔의 체크인 시간이 안 됐기에 거리로 나왔다.

미국의 건물들과는 다르게 스페인은 건물에서부터 유럽스러움이 묻어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유럽스러운 건물들을 보니 많은 대학생들이 꿈꾸는 유럽 배낭여행을 시작한다는 것이 실감나기 시작한다.

언제나 그렇듯이 여행을 즐기려면 돈이 필요하다.

요즘 시티은행이 많은 나라에서 철수하고 있는데 스페인은 아직까지 영업 중이다.

시티은행 체크카드를 이용해 100만원을 인출하면 수수료로 2천원 정도만 나가지만 그냥 일반 은행에서 100만원을 인출하면 수수료로 12,000원이 나가니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시티은행을 찾아 다닐 수 밖에 없다.

노르웨이에서부터 계속 굶었고 유럽에서의 첫 식사이니 좀 좋은 것을 먹고 싶었지만 너무 피곤해 그냥 마트에서 샌드위치를 샀다.

샌드위치를 허겁지겁 먹고 호스텔로 돌아가 잠을 좀 잔다.

근데 이런 경우에는 밥을 먹긴 먹었으니 식욕이 수면욕을 이긴 것인지, 잠을 우선시 했으니 수면욕이 식욕을 이긴 것인지 모르겠다.

잠을 자고 일어났으니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기로 했다.

호스텔에서 추천받은 레스토랑에 가 스페인의 대표음식인 하몽을 시켰다.

하몽은 돼지 뒷다리를 소금에 절여 오랜시간 건조시킨 스페인의 대표 음식인데 스페인어로는 그냥 햄이라는 뜻이다.

비릿한 냄새가 나기에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는데 난 정말 맛있게 먹었다.

얇게 썰린 한 조각과 빵을 먹은 뒤 마시는 맥주는 환상의 맛이었다.

맛있게 먹고 20유로(한화 28,000원) 정도를 내고 보니 물가가 비싼 유럽에 온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가끔 당이 당길 때는 복숭아 통조림을 먹어줘야 한다.

인터넷을 하려고 넷북을 켰는데 오늘도 넷북이 아프다.

넷북님, 제발 견뎌주세요.

어제 마트에서 산 할인빵으로 아침을 해결한다.

어제 받은 공짜 표가 있으니 지하철을 타고 여행을 시작한다.

바르셀로나의 지하철은 손잡이를 밀어야 열리는 방식이었는데 에너지 절약을 위해 만든 것 같았다.

지하철에서 내려 길을 걷는데 많이 익숙한 로고가 보인다.

한국인이 구몬의 상표를 도용한 줄 알았는데 검색해보니 구몬이 스페인을 포함해 전 세계 48개국에 진출했다고 한다.

난 어릴 때 구몬 대신 재능교육을 8년 정도 했었는데 재능교육은 안 보인다.

자기의 일은 스스로 하자. 우리는 척척척 스스로 어린이.

오르막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어마무시한 계단들이 나오지만 에스컬레이터가 있으니 걱정없다.

뒤를 보라고 써있길래 뒤를 돌아봤는데 아무 것도 없었다.

도대체 왜 전세계의 커플들은 철조망만 보이면 자물쇠를 다는 것일까.

아마 솔로들이 보고 배 아프라고 다는 것 같다.

솔로천국 커플지옥.

그리고 왜 사람들은 낙서를 할까.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처럼 이름을 남기고 싶은 것 같은데 꼭 살아있는 식물에 이름을 새겼어야 했을까.

차라리 죽어있는 간판에 낙서를 하세요.

나도 집에 가고 싶지만 유럽대륙 여행을 시작한지 하루밖에 안 됐으니 어쩔 수가 없다.

바르셀로나에서 처음으로 들른 곳은 구엘공원이다.

구엘공원은 높은 지대에 조성되어 있어 바르셀로나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바르셀로나는 도시를 설계할 때부터 철저한 계획도시로 구성되었기에 건물들이 정사각형의 구획에 조성되어 있고 이 정사각형 구획은 600여 개로 바르셀로나를 구성하고 있다고 한다.

가운데에서 살짝 왼쪽에는 바르셀로나의 자랑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도 보인다.

관광객들이 구엘공원을 찾는 이유는 공원 부지 안에 가우디가 조성해 놓은 주택단지를 보기 위해서다.

예전에는 입장료가 없없다고 하는데 스페인의 경제상황이 어려워져서인지 8유로(한화 11,000원)이나 받고 있었다.

유럽에 왔으니 유럽 물가에 적응해야하는데 달러보다 비싼 유로를 쓰려니 손이 덜덜 떨린다.

구엘공원은 가우디의 후원자였던 에우세비 구엘이 60채 정도의 주거지 건설을 가우디에게 의뢰해 만들어진 곳인데 고객으로 예상했던 부유층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아 단 두채의 집만 완공되고 사업은 중단됐다고 한다.

아마 지금 가우디의 건물 분양권이 나온다면 부르는 게 값일텐데 참 아이러니하다.

이제 구엘공원을 제대로 즐겨보려고 하는데 관광객이 정말 많다.

한국인 관광객들도 꽤 많았는데 꽃보다 할배의 영향도 조금은 있을 것 같다.

이 도마뱀은 구엘공원에서 가장 유명한 조각상인데 입에서 물을 뱉어낸다.

원래는 콸콸 쏟아냈을텐데 지금은 꼭 침을 흘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유럽은 관광지 관리가 철저하다고 들었는데 입가의 이끼를 보니 그 것도 아닌 것 같다.

거대한 기둥들이 천장을 받치고 있는데 저 기둥들의 속에는 관이 있어 윗 층에 고인 물을 아래로 흐르게끔 설계했다고 한다.

가우디는 자연을 닮은 건축물을 만들고 싶어했으며 그 마음을 반영한 것이 구엘공원이라고 한다.

파도의 모습을 형상화해 아름다운 곡선미를 보여주고 있는 회랑의 돌들은 구엘공원이 조성된 산에 있던 돌들이라고 한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자연을 닮으려고 노력한 가우디가 정말 대단하다.

하지만 꽃보다 할배에서 아름답게 찍은 구엘공원의 모습을 봐서 그런지 큰 감흥은 느껴지질 않았다.

실제로 봤을 때 큰 감흥을 못 느낄까봐 사전조사를 하며 최대한 사진을 안 보려고 노력하는데 꽃보다 할배는 워낙 재미있기에 안 볼 수가 없었다.

아쉬운 것은 아쉬운대로 묻어 두고 구경을 계속한다.

전망대 쪽에 있는 의자는 사람의 등을 받쳐줄 수 있게 설계되어 있어 인체공학적이라고 하는데 이런 모양으로 설계하기 위해 인부들이 직접 앉은 모습대로 설계했다고 한다.

가우디는 마감재로 타일을 선호해 큰 타일을 조각 내 모자이크 형식으로 붙이는 트랜카디스 기법을 만들어 냈다.

마치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과자로 만든 집처럼 생겼다.

요즘 한국에서는 질소를 사면 보너스로 과자를 준다고 들었는데 상술의 끝은 어디까지일지 궁금해진다.

의자의 뒤에는 비가 오면 물이 빠져나갈 수 있는 배수로가 있는데 이 배수로를 타고 흐른 물이 아까 본 기둥을 타고 내려가 도마뱀 분수까지 흘러간다고 한다.

TV에서 본 것보다 덜 아름다웠기에 조금은 아쉬운 마음으로 구엘공원에서 나와 길을 걷는다.

길을 걷다 보니 스페인 국기는 아니고 바르셀로나의 문양같은데 집집마다 걸려있는 모습이 멋있었다.

지도도 있고 시간도 있으니 골목길을 따라 계속 걷는데 참 재치있는 표지판을 발견했다.

생활 속에 소소한 웃음을 넣는 여유가 부럽다.

바르셀로나에는 담배가게가 많았는데 이상하게 문을 연 가게는 보이지가 않는다.

정책이 바뀌어서 영업을 종료한 것인지 밤에만 장사를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계속 걷다보니 눈 앞에 바르셀로나를 대표하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이 보인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은 1882년 공사를 시작했지만 132년이 지난 지금도 공사가 계속되고 있다.

재정적인 도움없이 관광객들의 입장료만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어 속도가 더디지만 관광객은 끊이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정책을 세운 바르셀로나가 참 대단하다.

바르셀로나에 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보러 온다는 것을 보여주듯 길이 꽤 길었다.

줄이 아무리 길어도 계속 기다리면 언젠가는 내 차례가 오게 되어있다.

구엘공원은 학생할인이 없었는데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거의 40% 정도 학생 할인을 해줬다.

꽃보다 할배에도 나왔듯이 구엘공원을 비롯한 가우디의 건축물들을 묶어 가이드와 함께하는 투어상품이 있는데 가격이 40유로(한화 56,000원)에 달해 도저히 신청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도 한국에 있으면서 40유로보다 훨씬 비싼 돈을 들여 공부한 영어가 있으니 10유로(한화 14,000원)정도를 내고 오디오 가이드를 빌렸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3개의 파사드로 이루어져 있다.

파사드는 출입구가 있는 정면부분을 일컫는 말인데 3개의 파사드 중 이 부분이 가우디가 죽기전에 완성시킨 부분이라고 한다.

예수의 탄생을 조각한 부분인데 정말 세밀했다.

경배하는 사람들과 천사들의 모습은 종교를 떠나 예술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어떻게 이 조각들을 설계하고 직접 만들었는지 대단하다는 말 밖에 안 나온다.

이 파사드는 예수의 수난을 주제로 한 파사드인데 가우디가 죽고 나서 다른 조각가가 완공했기에 앞에서 본 파사드와는 느낌이 전혀 달랐다.

예수의 수난을 표현한 부분이라 그런지 수수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조각들이 마음에 들었다.

십자가 밑에 있는 조각상들 중에 가장 왼쪽에 있는 사람이 바로 가우디라고 한다.

외부에서 파사드의 모습들을 다 살펴보고 내부로 들어왔는데 엄청난 모습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어떻게 사람이 이런 건축물을 설계할 수 있고 만들어 낼 수 있는지 경외심이 들었다.

물론 이 또한 '꽃보다 할배'에 나온 모습이지만 구엘공원과는 차원이 다른 아름다움이라 영상으로 이미 본 모습을 다시 봐 재미없다는 생각은 커녕 감탄사만 나왔다.

스테인드 글라스는 물과 같은 지구의 구성원소들을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

대성당을 지탱하고 있는 기둥들은 나무를 본 따 설계했다고 하는데 아름다운 것은 물론 구조적으로도 안정적이라고 한다.

내 눈에 들어오는 모든 모습을 담고 싶은데 내 카메라의 최대화각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이 정말 안타까웠다.

부드러운 곡선과 하얀 대리석의 조화는 신비스러우면서 경건함을 이끌어 내고 있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내부에는 특별한 실내 조명은 없고 창을 통한 햇빛만으로 실내를 밝히고 있었다.

아직 공사 중이었지만 내부에는 예배를 올릴 수 있는 예배당이 있어 나도 조용히 기도를 했다.

원래는 지하 예배당에서 미사를 올렸었지만 2010년 11월, 교황의 방문 이후로는 이 곳이 공식 미사 장소가 되었다고 한다.

성당의 지하 납골당에는 가우디의 무덤이 자리하고 있다.

가우디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설계를 맡으면서 성당에서 살기 시작했는데 수도자의 삶처럼 매일 똑같은 일상을 반복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가우디는 평소처럼 산책을 나갔다가 전차에 치였는데 사람들은 초라한 행색의 가우디를 알아보지 못하고 그냥 부랑자인 줄 알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고 한다.

뒤늦게 병원에 입원한 뒤, 환자가 가우디인 것이 알려지자 바르셀로나의 시장과 교구의 주교 등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지만 큰 상처를 입고 의식만 남아 있던 가우디는 결국 3일 뒤 숨을 거뒀다.

바르셀로나의 시민들은 천재이자 성자인 가우디를 잃었다며 슬퍼하면서 성대한 장례행사를 치뤘다고 한다.


이런 가우디의 안타까운 죽음을 두고 만약 사람들이 사고를 당한 행인이 가우디인 것을 알았더라면 좀 더 신속한 대응을 했었을 것이고 가우디가 살 확률도 높아졌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런 가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만약 신이 있다면 부랑자는 돋고 싶지 않지만 가우디는 살려야한다고 생각하며 생명의 경중을 따지는 사람들에게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가우디를 데련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는 모든 사람들이 서로를 아끼며 결국에는 세계평화가 오기를 바라본다.

직접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들어갔다 나와보니 사람들이 최고의 건축가를 뽑을 때 왜 가우디를 말하는지 알 수 있었다.

성당 옆 지하에는 박물관이 있어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건축과정에 대해 알 수 있었는데 가우디 이후에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건축을 맡은 요셉 마리아 수비라치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사진에는 탄생날짜만 나와있지만 얼마 전인 2014년 4월 7일 돌아가셨다고 한다.

대성당을 만들기 위해 모델링한 작업이 남아있었는데 중력을 이용해 거꾸로 모델링한 방식이 신기했다.

성당 옆에는 가우디가 인부들의 아이들을 위해 지은 학교도 있었는데 역시나 이 곳도 곡선을 이용했다.

역시 사람은 모나게 살기보다 둥글둥글하게 살아야 한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나와 가우디의 또다른 건축물인 까사 밀라를 보러 갔는데 보수 중이었다.

아까는 바르셀로나의 골목길을 걸어봤으니 이번에는 대로인 디아고날 거리를 걸어볼 차례다.

디아고날은 대각선이라는 뜻인데 말 그대로 바르셀로나를 대각선으로 관통하는 거리이다.

우리나라는 새 도로명을 쓴다고 원래의 이름을 버리고 '사파이어로'와 같은 해괴한 이름을 쓰는 것이 떠올라 씁쓸했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가우디의 건물은 뼈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는 까사 바트요다.

까사 바트요는 기사 게오르기우스가 용과 싸우는 바로셀로나의 전설을 담고 있다고 한다.

입장료를 내면 내부도 입장이 가능하지만 가우디 건축의 정수인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봤으니 외관만 보기로 했다.

모든 것이 비싼 유럽에 돌아왔으니 식비라도 아껴야 한다.
아침을 먹은 뒤로 계속 굶었으니 파스타를 푸짐하게 만들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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