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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Travel/두바이-Dubai

세계일주 배낭 여행기 - 061. 배낭여행의 제 맛은 역시 노숙이지.



저녁 비행기로 가족들을 보내고 콘세트가 있는 명당자리를 찾아서 컴퓨터를 한다.

다행히 와이파이가 터지니 할 것은 많다.

그런데 공항이 점점 텅 비어지는 것이 이상해 알아보니 공항을 닫는다고 한다.

남들보다 먼저 대기하는 곳으로 내려와 콘센트 앞에 자리를 잡는다.

난 전기가 좋다.

피카츄 한 마리를 데리고 다니고 싶다.

11시가 되면은 문을 닫는다~

지하철 출입구와 공항 사이의 공간을 두고 모든 곳의 셔터가 내려온다.

어떻게 공항이 문을 닫는지 호주는 참 신기한 것 투성이다.

드디어 2014년이 됐다.

사람들과 새해인사를 하려고 했는데 다들 피곤에 찌들은 모습으로 잠을 자고 있길래 그냥 혼자 조용히 축배를 들었다.

다시 시작하는 여행이 재미있고 안전하기를 바란다.

이번에 탄 비행기는 그 유명한 A380이다.

직항으로 가는 비행기와 두바이를 거쳐가는 에미레이트 항공의 요금이 똑같길래 그냥 에미레이트 항공을 골랐다.
 

저가항공만 타고 다니다가 좋은 비행기를 타니 기분이 좋아야하지만 마냥 좋지만은 않다.

공항에서 체크인을 하는데 남미로 가려면 비자가 필요하다며 발권을 안 해준다.

아무리 필요없다고 설명해도 안 듣더니 말을 바꿔서 비자는 필요없는데 입국세를 내야한다며 보내줄 수 없다고 한다.

저녁에 출발하는 비행기로 바꿔줄테니 세금을 낸 확인증을 받아오라고 한다.

세금도 필요없다고 싸우다가 비행기 출발 20분 전에 우선 두바이까지만 가는 비행기를 타기로 합의를 봤다.

나머지는 두바이에 가서 확인하라고 하는데 도대체 뭘 확인하라는 것인가.

여행 시작이 좋지가 않다.

기분을 풀고 비행기 구경을 하는데 스크린이 달린 비행기를 태어나서 처음 타봤다.

비싼 값을 하는구나.

밥도 괜찮고 디저트까지 제대로 나온다.

어찌됐건 비행기를 탔으니 좋게 좋게 생각해야지.

15시간 정도 비행기를 타고 기름이 넘쳐나는 나라, 두바이에 도착했다.

우선 밥부터 먹고 봅시다.

어디를 가도 다 맛있는 내 혀는 참 축복 받은 것 같다.

에미레이트 항공을 이용해서 7시간 이상 두바이를 경유하면 호텔과 밥을 무료로 제공해준다.

숙소도 깔끔하고 밥도 맛있고 기분이 좋아진다.

에미레이트 항공도 좋아진다.

원래는 지하철을 타고 두바이 시내만 구경을 할 생각이었는데 언제 두바이를 다시 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40달러짜리 시티 투어를 신청했다.

두바이 사람들이 사는 집이라는데 별 감흥이 없었다.

모스크도 들리는데 5분만 구경하고 바로 바로 옮기는 전형적인 시티 투어였다.

건물들이 특이하긴 특이하다.

이 건물은 상점이었는데 내부는 촬영 금지였다.

안에서 파는 물건들은 카페트나 여성용 옷들이라 별 관심은 안 갔다.

나와 안 맞을 것을 알면서도 시티투어를 신청한 이유는 두바이의 유명한 건축물들을 보기 위해서였다.

우선 가장 먼저 버즈 알 아랍을 보러 갔다.

가이드는 방이 몇개가 있는지와 같은 전혀 쓸모 없는 설명만 해주길래 그냥 눈으로만 감상했다.

해가 질 시간이라 야경을 기대했는데 호텔에는 아직 불이 안 들어와 조금 아쉬웠다.

이번에는 팜 쥬메이라에 있는 아틀란티스 호텔에 들렀는데 교통정체가 너무 심해 안에서는 구경을 못 했다.

가로등만 없었으면 괜찮은 야경 사진이 나왔을 것 같은데 삼각대가 없으니 별 수 없다.

저런 호텔은 혼자 들어가봤자 전혀 할 것이 없기에 들어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다음은 세계에서 가장 큰 쇼핑몰이라는 두바이 몰에 들렀다.

두바이 몰을 다 보려면 3일이 걸린다는 소리가 있던데 정말 크긴 컸다.

애초에 두바이 몰은 관심도 없었고 그 앞에 보이는 부르즈 칼리파가 내가 두바이에 온 진짜 목적이었다.

바벨탑처럼 우뚝 솟은 건물은 정말 거대했다.

미니 삼각대는 가로로만 설치할 수 있기에 최대한 전체를 담아보려 했지만 역부족일 정도로 컸다.

이런 건축물을 만들면 무슨 기분이 들지 궁금하다.

그 옆에는 다른 호텔도 있었는데 부르즈 칼리파를 보고 나니 아무 감흥도 들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부르즈 칼리파를 보면서 감탄하고 분수쇼를 기다린다.

두바이 몰 앞에서는 30분마다 분수쇼를 하는데 이것도 스케일이 장난이 아니다.

역시 기름국은 다르다.

두바이에는 아이스 링크도 있다.

돈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놓은 것 같은 도시다.

마지막으로 들린 곳은 골드 수크라고 불리는 금과 향신료 시장인데 별로 볼 것은 없었다.

우리나라의 종로와 별 다를 것이 없는 거리였다.

두바이에는 대추야자가 유명하다길래 하나를 맛 보려다가 눈치가 보여 그냥 지나쳤다.

사진을 잘 보면 버스정류장이 보이는데 두바이의 버스정류장은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어 건물처럼 지어져있다.

정말 석유가 깡패다.

돌아와서 공짜 저녁뷔페를 먹는다.

이것 저것 다 집어 먹는데 전부 내 입맛에 딱 맞는 음식들이다.

호텔 앞에는 수영장도 있는데 나도 언젠가는 저런 곳에서 놀 수 있겠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구충제를 먹는다.

아무 것이나 막 집어 먹으며 여행을 하다보니 내 장에 기생충이 살 것 같아 엄마보고 가져오라 했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셔틀버스가 공항까지 무료로 태워다 준다.

이제 다시 비행기를 타 볼까했는데 비행기를 놓쳤다.

안내해주는 사람이 줄을 세우는 곳에 줄을 서서 1시간을 기다렸는데 내 표는 이곳에서 발권이 안 된다고 한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내가 탈 비행기는 이미 체크인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고 한다.

우선 서둘러 다른 직원에게 체크인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고 말하고 출국 수속을 밟는데 짐을 보내는 게이트가 닫혔다고 한다.

몇 분밖에 안 지났으니 좀 해달라며 부탁도 해보고, 니들이 기다리라는 곳에서 1시간을 기다렸는데 이럴 수가 있냐며 따져도 봤지만 씨알도 안 먹힌다.

출국 2시간 전에 온 내가 잘못이지, 자기들은 잘못이 없다고 한다.

다음 날 출발하는 표를 다시 사라길래 값을 알아보니 30만원을 더 내야한다길래 담당자와 싸워봤지만 자기들은 권한이 없다며 고객센터에 전화를 해보라고 한다.

2시간이 넘게 고객센터에 전화 해봤지만 절대 연결이 안 된다.

3시간 정도 지나니 마음이 진정되길래 그냥 체념을 하고 비행기 티켓을 결제했다.

그래, 비행기 출발 12시간 전이 아닌 2시간 전에 온 내가 바보다.

두바이를 구경할 시간이 하루가 더 늘었다고 좋게 생각하며 밖으로 나가려다가 왠지 밖에 나가면 뭔가 또 일이 생길 것 같아 그냥 공항에 있기로 했다.

꽃보다 할배를 보는데 할배들이 젊을 때 도전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후회를 하는 모습을 보며 난 아직 젊으니까 괜찮다고 위로를 해봤지만 가슴은 계속 아프다.

정말 어떻게 비행기를 놓칠 수 있는지, 각종 욕을 스스로에게 퍼부었다.

사람들의 출국이 끝나고 공항은 텅텅 비었지만 난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30만원을 내고 두바이 공항 하루 이용권을 샀다고 생각하니 전기를 30만원어치라도 쓰고 싶은 심정이다.

그나마 꽃보다 할배를 보며 웃어서 견딜 수 있었다.

신구 할아버지는 젊은이들이 실수를 반복하면서 성장하는 것이라며 말을 하는데 어쩜 내 상황과 딱 맞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실수도 실수 나름이지, 이런 바보같은 실수를 하다니 내 스스로가 미워 죽겠다.

여행을 하면서 패스트푸드는 자제하기로 다짐했고 잘 지켜왔는데 새로운 여행의 시작부터 무너졌다.

공항 안에서 딱히 먹을 것이 없기에 그냥 버거킹에 갔다.

입맛도 없고 바보같은 나에게 돈을 더 쓰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 하루 종일 굶다가 20시간만에 식사를 했다.

그래, 니들 말대로 24시간 전에 공항에 와서 기다리다가 카운터가 열리자마자 표를 받았다.

밥 먹은 시간 빼고, 하루 종일 한 자리에 앉아있었다.

전기와 와이파이라도 제공해줘서 고마웠다고 해야하나.

두바이에는 에쎄 담배 광고가 참 많다.

기름 많이 캐내서 우리나라 담배나 많이 펴라.

아마 내가 담배를 폈다면 몇 갑은 폈을 것 같다.

30만원을 더 냈더니 자리가 넓은 비상탈출구 앞자리를 줬다.

퍽이나 고마워라.

밥 먹을 때마다 무조건 맥주만 달라고 했다.

비싼 돈 냈으니 주스따위는 먹지 않는다.

드디어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에 도착했다.

참 길고도 긴 여정이었다.

아, 여긴 내 목적지가 아니다.

다시 비행기를 타야지.

그래, 또 맥주를 주세요.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마음을 95%정도 추스렸다.

1000만원을 잃어버린 것도 아니고 고작 30만원을 더 지출했다고 우울해 있기에는 내 삶이 아깝다.

여행 초반이니 남은 300일 동안 하루에 1000원씩 아끼면 된다. 

게다가 어차피 시드니 카지노에서 300달러 정도를 땄었으니 괜찮다.

환영합니다.

이제 진짜 내 목적지인 아르헨티나에 도착했다.

다시 배낭을 완벽하게 싼다.

하지만 아직 여행을 시작하기에는 이르다.

공항에서 버스를 타면 10시가 넘어서 시내에 도착하기에 그냥 공항에서 노숙을 하기로 했다.
총을 든 강도가 넘쳐난다는 남미이니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
지금까지의 일을 생각하면 더더욱 조심해야한다. 

여행 시작부터 참 많은 노숙을 하는구나.

배가 고프길래 식어빠진 피자를 먹었다.

비행기 안에서 잠을 잤는데 그 사이에 피자를 주고 간 것을 모르고 내릴 때가 되서야 알아 그냥 가지고 내린 피자다.

내가 공항에서 노숙하며 배가 고플까봐 피자도 준비한 에미레이트 항공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냅니다.

그리고 절대 잊지 못할 교훈을 준 것도 정말 감사합니다.

아르헨티나도 대운하처럼 산맥을 뚫어 물류수송을 쉽게 하려고 준비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도 대운하가 있어서 뭔가 좋아지긴 했겠지?

5시 30분이 넘자 날이 밝아 오길래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오는 4일 중 3일을 노숙하니 제대로 배낭여행자의 기분이 든다.

약간의 돈을 환전하고 버스를 타러 갔는데 지폐는 받지 않는다고 한다.

사람들에게 바꾸려 했더니 버스기사가 쫓아내길래 내려서 다시 공항에 들어가 동전을 바꿀 곳을 찾는데 다들 잘 안 바꿔주려고 한다.

아르헨티나의 지폐 단위는 페소로 2페소부터 지폐라 물건을 사도 1페소짜리 동전을 구하기 힘들다.

결국 책방 아저씨에게 겨우 바꿔서 다시 버스를 타러 가니 현금으로 타면 더 비싸다며 9페소를 내야한다고 한다.

이번에는 쫓아내지 않길래 버스에 서서 사람들에게 부탁해 동전을 바꿨다.

숙소를 잡고 씻은 뒤 하루 종일 잠만 잤다.
피곤에 시차적응이 겹치니 기운도 없고 잠만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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